
2022년 07월호
신은재 신한금융투자 광화문WM센터 이사 “초고액자산가 등 전통부자 고객 많아 부동산 직접투자보다 리츠에 더 관심”
평창동 초고액자산가 주요 고객...법인영업도 확대
영앤리치 고객, AI 등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에 주목
|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
증권사들의 자산관리(WM) 전쟁이 시작됐다. 전략적으로 전문가 그룹을 대거 영입하는가 하면 신규 WM센터를 세우고 있다. 증시 불안정으로 주식거래대금 수익이 줄자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 강화에 나선 모양새다.
신한금융투자(신한금투)는 올해 초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서울 광화문, 청담동 금융센터 2곳의 문을 새롭게 열었다. 비대면 영업을 늘리고 지점을 줄이는 여느 증권사들과는 다른 행보다. 고액 자산가들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에 WM센터를 세우고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금투는 한국에서 철수한 씨티은행의 기존 소비자금융 자산관리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WM 전문성을 살렸다. 평창동, 성북동 전통부자와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신한금투 광화문금융센터를 방문해 요즘 부자들의 관심사와 재테크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신은재 신한금투 이사는 씨티은행에서 25년간 프라이빗뱅커(PB)로 일한 베테랑 임원이다. 지난 5월 다른 씨티은행 출신 전문가들과 함께 신한금투 광화문금융센터에 합류했다.
신한금투 광화문금융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산관리 전문가가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30억원 이상 고액자산 고객을 관리했던 씨티은행 자산관리 최고 전문가 2명과 10억원 이상 자산 고객을 관리한 최우수 자산관리전문가 2명 등 총 15명이 광화문금융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국계 씨티은행 출신들이 모여 있다 보니 서비스 수준도 남다르다. 해외주식 등 해외투자에 관심 있는 고객들을 위해 글로벌 경제통신 블룸버그 사이트를 활용한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피스빌딩이 밀집해 있는 광화문에 위치해 있지만 법인 고객보다는 초고액 자산가 고객들이 아직 더 많다. 향후 법인 고객 비중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신 이사는 “주요 고객들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보수적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호한다”며 “현재 고객들은 과거 씨티은행 재직 시절부터 연이 닿았던 분들로, 외국계 은행과 거래하는 고객 대부분이 보수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통부자들은 신흥부자처럼 투자 수익률 목표가 그리 높지 않다”며 “부동산 직접투자 확대보다는 간접 상품인 리츠 등에 더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최근 초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사는 투자 포트폴리오 다양화다. 예컨대 30억원 이상을 맡긴 초고액 자산가들에겐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을 주식, 채권, 대안자산 순으로 추천하고 있다.
주식의 경우 변동성이 크다 보니 분할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에겐 세금 이슈로 인해 달러 분할 매수와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하고 있다. 채권의 경우는 미국 국채가 포함돼 있는 인컴펀드를 제안하고 있다. 대안자산으론 원유, 농산물 등 실물자산 투자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씨티은행 출신답게 신 이사는 은행WM센터와 증권사WM센터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상품 구성을 꼽았다. 그는 “은행의 경우 예적금, 뮤추얼펀드, 신탁 중심인 데 비해 증권사는 주식, 채권, 다양한 ETF와 랩어카운트 등 고객 성향에 맞는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영앤리치(젊은 부자)의 특징에 대해선 전통 시니어 부자 고객들은 여전히 PB와의 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반면 영앤리치 고객들은 대면과 비대면을 넘나드는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고 부연했다. 신 이사는 “영앤리치들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데이터 애널리틱스와 같은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PB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주요 고객으론 꾸준한 상품 제안으로 투자에 관심 없었던 고객의 마음을 변화시킨 사례를 꼽았다. 신 이사는 “항상 고객의 결정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며 “바뀐 시장 상황에 맞는 상품 제안과 접촉을 꾸준히 하는 것이 신규 또는 기존 고객의 자산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투의 경우 외부로 고객을 찾아가는 서비스는 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선제적인 고객 요구를 파악하고 세무, 부동산 등 다양한 WM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신 이사는 “향후 일반 고객들도 다양한 디지털 기술 채널 등을 통해 수준 높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최근 들어 시공간의 제약 없이 고객들이 원하는 형태의 자산관리서비스 채널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06월호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간호법은 대한민국 간호하는 법 70년 숙원 법 제정 전력투구”
간호사 업무범위 등 명시한 간호법 제정 탄력
“간호법이 국민건강 위협? 국민건강 지키는 법”
코로나 3년...코로나 걸려도 간호사는 ‘강제 출근’
| 강주희 기자 filter@newspim.com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업무체계 정립을 골자로 한 간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의료 현장을 지켜온 간호사들의 희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3월 여야는 이 같은 내용의 간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있던 간호사 관련 규정을 뽑아내 독립된 법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간호법이 별도로 제정되면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지고 처우 개선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게 간호계의 주장이다.
간호계의 70년 숙원사업인 간호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신경림 대한간호협회(간협) 회장은 이번 기회에 꼭 간호법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간호법은 2005년과 2019년에도 각각 발의된 적이 있으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돼 심의된 것은 지난해 11월이 처음이다.
신 회장은 “간호법에 대한 충분한 논의는 이뤄졌다”며 “국회는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조속히 간호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간호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현행 의료법은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 만든 국민의료법에 기반하고 있다. 이처럼 낡은 의료법만으로는 2025년에 도래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하고 우수한 간호인력 양성과 적정 배치, 장기 근속을 위한 처우 개선 등에 관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
간호법에는 지역공공의료와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위한 간호정책, 간호인력 확보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했다. 진료와 치료를 지원하고 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간호·돌봄체계를 법제화한 것이다. 또 신종감염병 대유행이라는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제정돼야 하는 법안이다.
Q. 그동안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법이 독립돼 나오지 못한 이유가 있나.
A. 현행 의료법은 1944년 일제가 만든 ‘조선의료령’이 그 시작이다. 조선의료령이 제정되기 30년 전인 1914년 우리나라는 ‘산파규칙’과 ‘간호부규칙’을 제정해 간호란 이름의 독립적 법 체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의료인을 강제징용하기 위해 당시 모든 의료 관련 법안을 통합했다.
지금 의료법이 일제의 잔재인 조선의료령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시대 변화에 맞춰 간호 정책과 제도를 현실성 있게 체계화하자는 움직임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5년과 2019년 국회에서 간호법이 발의됐지만 의사단체 등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그러다가 21대 총선에서 여야 3당이 현행 의료법으로는 간호인력의 역할을 담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고 지난해 3월 간호법을 각각 발의했다.
간호법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다. 이런 생각에 많은 분이 동의하고 계시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가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 간호법은 반드시 제정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환자 곁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Q.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다른 직역에선 간호법 제정이 ‘보건의료체계 근간을 흔들고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A. 한마디로 모두 사실이 아니다. 간호법 제정안 그 어디에도 간호사가 독자적 진료행위를 하거나 임의로 진료업무를 한다는 내용이 없다. 만약 대한의사협회와 일부 단체들의 주장대로라면 왜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 위원들 모두가 간호법의 입법 취지와 제정에 공감을 했겠는가.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와 의료기관 근로자로서의 이중적 종속관계에 있다. 그래서 잘못된 의료 관행에 맞서 환자의 편에 서기 어려웠다. 의사들이 간호사에게 약 처방이 가능한 자신의 아이디를 빌려주고 대리처방을 시키거나 수술 등 불법행위를 하도록 해도 간호사들은 속 시원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Q. 코로나19 사태가 벌써 3년째를 향해 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최근 현장의 모습은 어떠한가.
A. 최근에는 코로나19 증상이 가볍거나 무증상인 의료진을 확진 사흘부터 정상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지침으로 인해 ‘강제 출근’을 압박하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해당 지침을 악용해 격리기간 없이 출근할 것을 종용하는 병원까지 나오고 있어 의료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정부의 결정에 앞서 간호사 등 의료인을 보호하는 법·제도적 보완장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를 한 바 있다. 의료진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기준마저 축소된 상황에서 3일 만에 복귀해 환자를 간호하게 되면 환자로부터 소송 발생 우려도 있게 된다.
여기에다 일부 병원에서는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 증상이 심한데 격리 이후 바로 업무에 복귀하라고 하거나, 무증상일 경우 바로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Q. 코로나 사태 이후 의료 현장에서는 숙련된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숙련된 간호사가 되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A. 임상에 들어간 모든 간호사가 업무를 숙지하고 환자에게 제대로 된 간호를 제공하려면 적어도 3~5년은 되어야 하나 입사한 지 1년 이내 절반 가까이가 사직을 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간호사는 선진국 간호사에 비해 2~4배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밥 한 끼도 제때 먹지 못하거나 화장실 갈 여유 없이 환자를 살핀다.
간호사가 지치면 환자에 대한 집중력은 당연히 떨어지고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간호사들이 현장의 높은 노동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기 때문에 일반 병동은 물론 중환자실, 코로나 병동 등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곳에 간호사가 더욱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숙련된 간호사 부족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코로나 전담병원 등으로 지정된 공공의료병원은 만성적인 간호사 부족에 중환자실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지만 중환자실은 적고 중환자를 담당할 숙련 간호사의 공백은 크다.
Q. 올해 계획이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A. 올해에는 전국 48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수십년간 염원해온 간호법 제정을 반드시 이뤄낼 계획이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의 업무와 역할을 변화된 보건의료 환경에 부합하도록 하고 국민건강 증진과 환자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한민국을 간호하겠다는 다짐이다.

2022년 06월호
김우식 KAIST 이사장 “과기부총리 있어야 과학기술 패권 경쟁 가능”
참여정부 반짝 부각 이후 부총리제 폐지
과학기술 토대 마련과 인재 양성 절실
“패권 경쟁에 대한 대통령 의지 보여줘야”
|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newspim.com
“그래도 과기부총리제를 해야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따라갈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부총리를 역임한 김우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장은 최근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기부총리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과학기술 홀대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만큼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대통령실의 과학기술 분야 수석 신설이 물거품됐을뿐더러 정부 조직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멈춰버린 상태다. 기존 정부 조직 환경에서는 과학기술 선도국가를 향한 목표 달성도 늦춰질 수 있다는 데 김 이사장도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에도 세계 추세에 맞춰서 과학기술을 강조한다면서도 참여정부 때 이후로는 과학기술에 교육을 붙여 교육을 강조했다”며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미래창조 개념으로 과학기술이 불분명해졌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탈원전 이슈 속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묻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의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여전히 도약을 위한 기초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 흐름에 따라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참여정부에서 부각됐다가 계속 역대 정부에서 빛을 발할 수 없었다”며 “결론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토양에 우수한 씨를 뿌려야 하는데, 그 말은 인재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과기부총리제 도입을 줄곧 강조해 왔다. 그는 국가적 사안에 대한 거시적·미시적 관점에서 신속하게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김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과기부총리 도입 3년 동안 부처별 장관 12명과 청와대 고위인사 등 16명이 28번이나 모여 머리를 맞댔다”며 “거시적으로 국력에 있어 과학기술의 역할을 실무적 차원에서 공유했는데 이게 제일 중요하다”며 “어느 부서든 함께 (과학기술에 대해) 다 듣게 되고 왜 필요한지를 모두가 알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효과”라고 꼽았다.
그는 이어 “여러모로 대통령의 영향력은 과학기술을 키울 수 있고 과기부총리제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으면 이후에도 실현 가능하다”며 “이제부터는 패권 아이템을 정하고 한데 모아 집중화시켜야 하며, 이를 5년 동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우식 KAIST 이사장을 만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비전과 과학기술 정부조직 개편 등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Q. 과학기술 홀대론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보고 있나.
A. 과학기술계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하고 세계 추세에 맞춰서 한다고 해도 막상 참여정부에서 도입한 과기부총리제가 3년간 도입된 이후 그냥 없어졌다. 당시 MB 정부에서 처음에 과기부에 고등교육을 붙이면 안 되겠느냐고 연락이 왔었다. 검토를 해보겠다고 했다.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과부가 됐다. 교육에 대한 현안이 너무 커서 국민적 관심이 교육으로 옮겨갔고 과학기술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때에도 관련된 내용을 주장했다. 그런데 오히려 과학기술이라는 말이 없어졌다. 당시 미래창조가 좋은 단어긴 해도 과학기술을 모토로 한다는 내용이 없어 안타까웠다.
Q. 문재인 정부 들어 과학기술에 대한 입장은 어떠했다고 생각하나.
A. 문재인 정부는 예전에 같이 일을 한 만큼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과학기술은 살았다. 다만 정보통신이 붙었다. 다행히 그 안에 예전에 있었던 혁신본부가 살아났다. 참여정부 때 혁신본부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모든 연구개발(R&D)을 총괄했다. 그렇더라도 역할이 달라졌다. 예전의 종합 컨트롤이 아니라 그야말로 한 부서로 됐다.
Q. 문재인 정부에서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가.
A. 문 정부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부처 이름명을 붙여주긴 했는데 오히려 갈등이 많았다. 탈원전 때문이다. 문 정부 초기에 역대 과학기술 장관 등과 함께 간담회가 있었다.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고도화됐다. 수출의 싹을 잘라버렸다고 본다. 당시에 카이스트 핵공학과 석박사 과정에 한 사람도 응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탈원전을 단계적 에너지 전환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으로 본다.
Q.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A. 정부 흐름에 따라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참여정부 때 반짝 떴고 계속 역대 정부에서 다 빛을 발할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의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토양에 우수한 씨를 뿌려야 한다. 인재가 들어간다. 잘 자라도록 비료도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뿌리째 뽑혔다. 이번에 새 정부를 보면서 나름대로 희망을 품고 있다.
Q. 과학기술계 시니어로서 대선 전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들었다.
A. 맞다. 과학기술계의 시니어 한 사람으로서 현재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지난해 11월께 일간신문에 얘기를 올렸다.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잠재력은 커졌다. 과학기술의 경쟁력도 많이 올라섰다. 저력은 있다고 본다. 다만 필요한 것은 빠른 시간 내로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대선 전에 여야 캠프에 과학기술을 중심에 둔 공약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고, 이런 부분을 각 후보가 발 빠르게 대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다.
Q. 그동안 과기부총리제 도입 등에 대한 얘기는 나왔다. 다만 현재는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A. 과기부총리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다만 현재 상황은 아쉬운 면이 많다. 이와 관련된 새 정부의 의지를 계속 표출해 줬으면 좋겠다. 과학기술계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전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가 연 과학기술 간담회에서 과학기술계가 당시 당선인을 직접 만나고 인수위원장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제는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Q. 과학기술 패권주의에 대해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가능하다고 보나.
A. 과기부총리제를 비롯해 과학기술계가 줄곧 강조하는 내용의 핵심은 과학기술 패권 구축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진보·보수로 갈라치기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국가가 사느냐, 국민이 사느냐의 문제다. 하루라도 빨리 무엇을 어떻게 누가 손을 대고 시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최근에 중국이 앞서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사회가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 다들 올인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상태에 있는지 묻고 싶다. 큰일났다고만 하지 정책적으로 통일된 것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Q. 참여정부 시절 과기부총리제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게 있다면.
A. 당시 부총리 때 느낀 것은 부총리 구성으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만들어졌다. 장관이 12명, 국무조정실장, 정책보좌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 16명이 위원으로 모였다. 3년 동안 28번이나 모였으니 많이 모인 것이다. 당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목표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모여 보니 도움이 됐다. 국방장관, 방사청장 등도 모였다. 이를테면 방산 시스템에 대해 다들 알게 되는 것이다. 거시적으로 국력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실무적인 차원에서 공유했는데 이게 제일 중요했다. 어느 부서든 다 듣게 된다. 거시적으로 인식을 하게 된다. 함께 모인 목표를 알고 기술을 개발할 때 왜 필요한지를 다들 알게 된다. 사실 평소에 잘 모른다. 짧은 시간에 다른 절차도 필요 없이 금방 소화시킬 수 있었다. 거시적으로 파악이 빠르고, 미시적으로 핵심을 이해할 수가 있다.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Q. 현재 시스템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A. 지금은 열심히 의견을 모아서 예산을 올리면 기획재정부가 붙잡아 놓는다. 다만 왜 보류하고 있는지가 나와야 하는데 이런 게 없다. 이런 부분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에서 해야 한다. 그게 너무 아쉽다.
Q. 출연연의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A. 참여정부 때 장관 임명을 받고 초기에 전국 대학과 출연연을 다녔다. 임명장을 받자마자 간 곳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다. 과학기술을 키우기 위해 미국의 협조를 얻어 먼저 만들어진 곳이 바로 과기연이다. 당시 과기연에서 제일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은 많이 성장하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세계적인 노벨상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게 부끄러운 일이다. 출연연은 우수한 인재가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로 간다. 당시에도 이 같은 문제가 심각해 정년이 60세 미만이고 연금이 없었다. 어렵게 과학기술공제기금 3000억원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해 만들 수 있었다. 이제 이 기금은 10조원에 달한다. 우수한 연구자가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Q. 새 정부의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A. 대통령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현실화를 장담할 수는 없으나 앞으로도 과기부총리제 도입은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 그리고 패권 경쟁을 위한 아이템을 정해야 한다. 전자, 바이오 등 많은 얘기가 나온다. 이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집중화해야 한다. 5년 동안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Q.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인 카이스트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최대 목표는 무엇인가.
A. 카이스트 이사장을 맡은 후 첫 번째로 한 얘기가 국내 경쟁을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국제적인 경쟁에서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느냐가 최대의 당면 목표다.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지금 어렵더라도 세계 무대를 목표로 가야 한다. 준비하고 있는 뉴욕 캠퍼스도 그런 차원이다. 나가서 부딪혀야 한다. 자극도 받아야 한다. 현재 카이스트 재학생을 보면 모두가 우수하다. 다만 우수한 사람들이 의사가 되려고 한다. 그 인재들이 의사가 되기보다는 세계 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의과학대학을 만든 것이다.
Q.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이 윤 정부 초대 과기정통부 장관이 됐다. 과학기술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사람의 덕목이라면.
A. 지도자의 안목이 필요한 때다. 실무경험을 한 전문가들, 이론에 밝은 학자들, 주변 동료들이 인정해 줘야 한다. 부총리 급에 맞는 수준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국제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2022년 06월호
홍원희 신화아이티 대표 ‘2차전지 소재’ 신화아이티 IPO 추진 “글로벌 수요 확대에 3Q 증설 완료”
공장 증설 중...리드탭 생산능력 5배 확대
글로벌 톱티어 고객사들과 MSA 계약 완료
|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신화아이티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홍원희 신화아이티 대표이사는 최근 뉴스핌 월간ANDA와 서면인터뷰에서 “2024년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IPO 이후에 모회사 한송네오텍과 신화아이티는 2차전지 부문에서 외적 성장과 수익 증대를 추구하는 동반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현재 주관사 선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조만간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화아이티는 1998년 설립된 2차전지용 ‘리드탭’ 전문 제조 기업이다. 리드탭은 2차전지 소재로 양극과 음극에 연결해 외부로 전기를 입출력하는 전극 단자다. 신화아이티는 자체 제작한 설비를 통해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대형 리드탭과 휴대폰·노트북에 들어가는 소형 리드탭 등을 생산하고 있다. 리드탭은 리튬이온 배터리뿐 아니라 차세대 2차전지로 평가받는 리튬황, 리튬메탈 등 ‘전고체 배터리’에도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신화아이티의 리드탭은 플러스 부분의 원재료인 알루미늄과 마이너스 부분의 니켈을 가공해 알맞은 크기로 절단한 뒤 전류를 적절하게 차단 공급하는 필름을 끝에 덧씌우는 게 대표 공정이다.
신화아이티는 모든 공정을 자동화 설비로 수행하며,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공정인 필름 부착 부문에서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자동화 설비로 제작된 리드탭은 각종 배터리의 효율과 수명을 혁신적으로 높여주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화아이티는 리드탭 설비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한 결과 관련 특허만 10여 개에 달한다.
이 밖에도 △가공·열융착 기술 △도금 및 표면처리 기술 △생산자동화 기술 △공정 기술 등 차별화된 핵심기술은 글로벌 톱티어(Top-Tier) 2차전지 기업들의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 SES는 미국 Top-tier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사로 현대차, SK, 제너럴모터스(GM)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생산한 배터리를 포드와 현대차 등에 공급하고 있다. 에노빅스는 나스닥에 상장된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기업으로 주로 소형 배터리를 글로벌 Top-tier IT 기업 등에 공급 중이며,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은 세계 원자력발전 1위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의 자회사 레네라(RENERA LLC) 인수와 함께 러시아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의 러시아 공장은 유럽과 인접해 있어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코캄은 글로벌 Top-tier급 리튬이온 배터리 및 에너지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글로벌 대형 전력회사와 한국전력공사, ESS, 선박, 항공, 군사, 우주 분야에 다양한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신화아이티는 수요 증가에 맞춰 공장을 증설 중이다. 홍 대표는 “공장 증설은 올해 3분기까지 완공해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한다.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현재 고성능 리드탭의 생산능력이 5배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드탭 사업의 신규투자 방향으로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을 견지해 왔으며, 이번 추가 증설도 신규 프로젝트 수주에 따른 공급 필요량 확대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 생산설비에서 생산되는 리드탭 제품은 신화아이티가 최근 지속적으로 수주해온 다수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전량 공급된다. 홍 대표는 “현재 Top-tier 고객사들과 다수의 파일럿 테스트 및 샘플 테스트가 진행 중”이라며 “이미 마스터 계약(MSA) 체결이 완료된 고객사들과 마스터 계약 체결을 앞둔 고객사들이 다수다. 현재 이들 고객사의 GWh급 공장이 신설 및 증설되고 있어 공급 일정을 수시로 협의하며 양산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인 한송네오텍은 지난해 8월 100% 자회사 엔에스네오텍과 함께 신화아이티 지분 54.44%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2022년 06월호
양혜련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차장 “BTS 통해 SNS에 눈떴죠”
KB국민은행 공식 SNS 채널 콘텐츠 기획·관리
“SNS로 소통하고 있는 모든 분이 미래의 고객”
“구독자수 확대보다 KB만의 양질 콘텐츠 제공 중요”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전통적인 산업으로 분류되는 은행. KB국민은행 내에서 대면 영업, 비대면의 디지털 마케팅, SNS 채널 관리를 통한 브랜드 업무까지 경험한 직원은 아마 제가 유일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매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고 지금도 겪는 중입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콘텐츠를 듣고 보고 읽고 하는 것에 매일매일 노력합니다.”
양혜련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차장은 10년 가까운 영업점 근무와 디지털 마케팅 경력을 토대로 KB국민은행의 SNS 채널 관리를 맡고 있는 15년 차 뱅커다. 특히 그는 큰 도전이기도 했던 디지털 마케팅 근무 경험이 SNS 채널 관리와 운영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2018년도에 BTS 콘텐츠를 처음 올렸을 때 실시간으로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그들이 댓글을 달고 그 댓글로 소통하는 가운데 콘텐츠를 고객 소리에 맞춰 수정해 나가는 경험을 통해 SNS가 매우 중요한 채널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양 차장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KB국민은행의 다양한 앱 서비스를 고객에게 알리는 역할을 담당했다. 2018~2019년에는 당시 KB국민은행 모델이던 방탄소년단(BTS)의 마케팅 관련 업무를 전담해 Liiv앱 내의 BTS 전용관 기획 및 제작, KB와 BTS의 콜라보 굿즈 제작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부터 브랜드전략부로 자리를 옮겨 KB국민은행 공식 SNS 채널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관리, 운영하는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80만명에 달한다. 그중 가장 집중하고 있는 유튜브는 4월 말 기준 공식채널(KB국민은행) 26만5000명, 서브채널(마니버니) 13만7000명 등 총 4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양 차장은 SNS가 고객과 가장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며, SNS로 소통하고 있는 모든 분이 미래의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KB국민은행 하면 ‘안전하다, 신뢰가 간다, 진정성이 있다’란 인식이 일반적인데 그와 함께 ‘젊다, 신선하다, 새롭다’ 등으로 브랜드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만들어갈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빠르게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은 SNS 채널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는 또 “시행 초기 은행 내부에서 ‘이미 대면채널 고객이 많은데 SNS를 굳이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SNS 채널의 중요성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부 신뢰를 토대로 그는 단순히 구독자 수 확대보다는 콘텐츠 질 제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 공식 채널을 통해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서른만’, ‘내집마블’과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고, 올해도 KB국민은행만의 세계관을 잘 보여줄 유튜브 KB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기획 중이다.
양 차장은 “다양한 대고객 소통 방법 가운데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회사, 게임 회사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기업들이 얼마나 높이 성장할 수 있는지 잘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알찬 콘텐츠가 가득한 SNS 채널에서 그려질 양혜련 차장의 스토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의 뱅커 스토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기업의 SNS 채널 관리 업무가 쉽지 않고, 콘텐츠 홍수 시대에 KB의 세계관을 담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출퇴근길에 회자되는, 누구든 한 번씩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2년 06월호
김용헌 SK증권 이천지점 주임 ‘MZ세대’ 파워 자산가 사로잡은 비결은?
“PB, 금융지식과 의사소통 능력 갖춰야”
“평가가치 낮은 기업투자·채권투자 병행”
“법인고객 확대...금융상품 출시로 증시 부진 만회”
|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 열풍이 거세다. 이들은 일, 취미, 재테크 분야에서 자신감과 차별화로 두각을 나타낸다. 증권사에서도 MZ세대 활약상이 대단하다. 영업지점에서 PB(Private Banker)로 일하며 자산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MZ세대 증권맨을 만나 PB로 살아남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김용헌 SK증권 주임은 2019년 신입공채로 입사한 3년 차 ‘영업왕’ 새내기 PB다. 현재 국내외 반도체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 이천 SK증권 PB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이천 주변에 금융사와 일반기업들이 모여 있어 법인·개인 자산관리 영업을 병행하고 있다.
김 PB는 최근 침체된 국내외 증시 상황에 맞는 투자 전략을 묻자 “저금리 기조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시대가 끝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시대가 시작됐다”며 “디플레이션이 10년을 갔던 것만큼 인플레이션도 매우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이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장 스토리만으로 상승하던 시기는 지나고 이제는 실적 성장을 보이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낮은 종목들 위주로 철저히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며 “채권도 금리의 움직임을 잘 보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확연히 나빠진 국내외 증시 상황으로 증권사 주식거래(브로커리지) 수익이 많이 줄었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 중이다. 김 PB는 “법인 거래 확대와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 등을 통해 수익원 다각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답게 해외주식 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김 PB는 해외주식 투자에 앞서 환율과 변동성 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주식의 경우 국내와 달리 상하한선이 없어 변동성이 크다”며 “환율 손익도 생각해야 하고 해외기업 리서치 자료도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미국 주식 업종으론 해운업을 꼽았다. 그는 “내년부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하에 선박의 운항속도 제한, 폐선의 증가 등으로 수요가 공급보다 커져 해운사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발생 전과 후 크게 달라진 영업 환경에 대해선 “시기적으로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국내 개인고객들의 주된 자산관리가 기존 은행과 부동산 분야에서 증권, 은행, 부동산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맨으로서 지녀야 할 소양으론 금융상품 추천, 관리에 필수 요소인 폭넓은 경제 지식을 꼽았다. 예컨대 주식과 채권을 어떤 비중으로 가져갈지, 어떤 산업이 유망할지 등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PB가 아무리 많은 금융지식을 갖추고 있어도 고객을 이해시키고 설득하지 못하면 투자 유치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PB로 일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고객들이 자신을 믿고 투자해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 소규모 자산을 맡기던 고객이 성실한 상담과 투자 관리로 신뢰가 쌓이자 점차 큰 자산을 맡겼던 일화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의 큰 장점은 ‘솔직함’이다. 고객의 질문에 대해 아는 부분은 성심껏 답하되 모르는 부분은 양해를 구하고 숙지한 다음 상세히 설명하는 게 고객을 사로잡는 그만의 ‘비결’이다.
반면 가장 어려웠던 사례로 단기간 금융상품 가격 변화에 민감한 고객 대응을 꼽았다. 그는 “금융자산의 가치는 매일 변한다”며 “주식의 경우에는 단기 수급 변수에 따라 기업가치와는 무관하게 폭락 또는 폭등이 나올 수도 있다”며 “채권가격도 주식보다 변동성은 작지만 매일 움직이는데 이런 상황을 기다리지 못하는 고객들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향후 자산관리서비스 수요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은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 하고,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어 이를 채워줄 수 있는 게 PB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2022년 05월호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 “북항·신항 개발 ‘두 마리 토끼’ 잡을 것”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인 북항 재개발과 부산신항 첨단화 및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혼신을 기울이겠습니다.”
강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최근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 현장에 지금 서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후기 부산포로 개항한 이후 100년 넘게 한국 수출의 관문 역할을 한 부산항 북항이 역사의 소명을 다하고 시민의 곁으로 다가온다.
북항을 대신해 새롭게 한국의 ‘해양 대동맥’ 중책을 맡은 부산 신항도 글로벌 일류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항 재개발과 신항 첨단화의 조화와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다. 강준석 사장의 ‘역사적 현장에 서 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만큼 강 사장의 어깨에 얹혀진 무게가 크고 막중하다.
강 사장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지난해 9월 취임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기에 국내 최대 항만이자 세계 2위 환적항만인 부산항을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 주어져 6개월간 정말 바쁘게 지냈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주력한 것은 ‘현장과의 소통’이다. 강 사장은 “일정을 최대한 조율해 현장을 많이 찾고 의견을 들어봤다”며 “선사와 운영사, 항운노조 등 다양한 고객의 의견을 듣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과제도 산더미다. 안전항만 구현과 스마트항만 구축이라는 큰 줄기와 한국기업의 물류 확보를 위한 해외 진출도 숙제다.
강 사장은 “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맞춰 안전항만 확보에 노력을 집중하고 세계적인 흐름인 AI(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스마트항만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며 “경제적 파급효과 45조5000억원에 고용창출효과가 1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항 재개발과 해외 물류거점 확보 등에도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강준석 사장과의 일문일답.
Q. 부산항만공사 사장 취임 이후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그간 성과는.
A. 코로나19 확산, 글로벌 물류대란 속에서도 지난해 부산항 물동량은 역대 최대인 2270만TEU를 달성했다. 국내 항만공사 중 최초로 도전한 해외 물류거점 확보 사업은 유럽의 물류 관문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우리 수출기업을 위한 물류센터를 직접 건립해 성공적으로 개장했다.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인 북항 재개발 사업도 2008년 시작 이후 14년 만에 일부 구간을 최초로 개방해 국민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중요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해외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A. 취임 한 달 만에 삼성SDS와 함께 추진 중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BPA 물류센터 개장식에 직접 참석했다. 물류센터를 구하기 어려운 유럽 시장 특성상 안정적인 화물 보관장소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우리 수출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MAERSK, CMA CGM 등 글로벌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의 유럽 본사를 찾아 부산항 개발 계획 등을 직접 설명하며 부산항 물동량 유치를 위한 세일즈 마케팅을 했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이 필요한 곳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장이 직접 뛰어다니며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Q. 취임 이후 가장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A. 북항 재개발 1단계 중 일부 구간 개장식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이후 보안구역으로 지정돼 국민이 출입하지 못하던 항만을 힐링·문화공간으로 조성해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북항 재개발이 지역의 새로운 원동력이자 국가경제의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
A. 올해 주요 업무 중 경영전략과 연계한 중점과제 83건, 일반과제 130건 총 213건의 과제를 선정해 추진 중이다.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먼저 안전항만 구현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 시행됐지만 다양한 작업현장에서 중대사고 및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부산항에서는 단 한 건의 중대재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운영사, 노동조합 등이 함께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항만사업장 안전기준 강화, 하역장비 안전사고 예방, 부산항 안전활동 수준 향상, 항만 R&D 추진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Q. 세계적으로 스마트항만이 화두다.
A. 안전이 최우선이고, 두 번째 역점사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항만 구축이다. 현재 부산신항은 21개 선석이 운영 중이고 남컨 2-4단계가 올해 4월, 서컨 2-5단계는 2023년 7월, 2-6단계는 2026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진해신항도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항만자동화는 세계적 추세이며 새롭게 건설·개장하는 서컨 및 진해신항은 최첨단 스마트항만으로 개장해 부가가치가 높고 경쟁력이 뛰어난 세계 최고의 항만으로 육성해 나가겠다.
Q. 해외 물류센터 거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데.
A. 그렇다. 세 번째 올해 역점사업이 해외 주요 지역에 한국기업 전용 물류센터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수출입기업이 공공재인 부산항을 손쉽게 이용하듯이 해외 주요 지역에 물류 거점을 확보, 우리 기업들이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공사는 항만공기업 최초로 지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도네시아 프로볼링고 물류센터 개장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 미국 서안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도 물류센터를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나아가 컨테이너 터미널의 건설 및 운영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북항 재개발 사업을 통한 해양관광·비즈니스 활성화, 항만배후단지 고부가가치화, 항만연관산업 활성화 사업 등도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Q. 부산북항 개발의 구체적인 청사진은.
A. 부산항 북항은 조선후기 부산포로 개항한 이래 대한민국의 교역 관문 역할을 한 국내 최대 무역항이었다. ‘북항 재개발 사업’은 부산신항을 글로벌 물류거점으로 개발하면서 낙후된 북항을 힐링 문화공간이자 해양관광·비즈니스 중심지로 재탄생시켜 부산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국책사업이다.
2008년 최초 사업계획 고시 후 현재까지 95% 공정률을 달성했다. 올해 말까지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 완료를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항 재개발구역 활성화와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부산항기념관, 해양레포츠콤플렉스 등 9개의 공공 콘텐츠를 사업계획에 반영했다.
Q. 북항 개발의 경제·고용창출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A. 북항 재개발 사업은 경제적 파급효과 45조5000억원, 고용창출효과 약 15만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항 재개발 사업의 성공적 추진으로 북항이 아름다운 해안과 매혹적인 콘텐츠, 즐거움과 일자리가 가득한 명품 공간으로 도약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시민의 관심과 기다림에 보답하고자 ‘바다빛 산책’을 주제로 문화공원 일부를 조기 개장했다. 방역지침 준수하에 준비한 거리공연, 크리스마스 마켓 등을 즐기기 위해 1주일에 2100여 명이 방문했다. 올해 5월에 11만5703㎡(3만5000평) 규모의 문화공원을 추가로 개장할 계획이다.
Q. 부산신항 자동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진행사항은 어떤 것이 있는지.
A. 항만 자동화는 세계적 추세이며 이미 유럽, 미국, 중국은 항만 자동화를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새롭게 건설·개장하는 서컨 및 진해신항은 최첨단 스마트항만으로 적기에 개장될 수 있도록 하고 자동화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문제 등은 노사정 협의를 통해 슬기롭게 헤쳐 나가겠다.
4차산업혁명으로 항만물류 분야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높은 무역의존도(70%) 대비 낮은 물류경쟁력(세계 25위)과 스마트항만 준비 현황은 선진 항만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해 항만 건설·운영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4차산업 기술과의 융복합이 필요하다.
Q. 구체적인 단계별 시행시기는.
A. 공사에서는 스마트항만(SMART)을 1단계 자동화(2025년), 2단계 정보화(2027년), 3단계 지능화(2030년)로 추진해 항만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세부 추진전략으로는 안전과 친환경 항만 구현(S), 항만운영 효율화(M), 신성장산업 경쟁력 강화(A), 항만인프라 건설 혁신(R), 자동화 항만 실현(T)이다. 현재 부산신항 서컨 부두에 5조5000억원을 투입해 항만하역장비 자동화 및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Q. 해수부는 올해 해운물류 강국을 위한 2단계 도약을 선언했다. 중추적 역할을 할 부산항만공사는 어떻게 뒷받침할 생각인가.
A. 해운항만 강국을 위한 정부의 정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부산신항에 건설 중인 신항 남·서 컨테이너 부두 총 9개 선석의 단계별 정상 추진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북컨(2단계) 배후단지(52만2000㎡) 개발(욕망산 제거) 등 차질 없는 스마트항만 인프라 적기 조성으로 글로벌 물류 수요에 대응하고 수출입물량 및 환적화물 증대에 기여하겠다.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미국, 중국 주요 항만에서 항만 폐쇄, 작업 지연, 선박 대기 현상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신규 부두 공급을 통한 항만 인프라 확충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Q. 부산신항의 통합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A. 부산항은 올해 4월 1일 1개 선석 운영 개시를 시작으로 신항 2-4단계 BCT 터미널(4000TEU급 3선석) 개장과 내년 7월 서컨 2-5단계(4000TEU급 3선석) 전면 개장을 앞두고 있다.
신규 부두 공급은 부산항 항만 적체 완화뿐만 아니라 그간 선석 부족으로 제한적이었던 글로벌 선사의 신규 노선 유치를 통한 신규 물동량 창출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항만운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단계적으로 신항 통합을 추진해 나가겠다. 글로벌 얼라이언스 물동량, 선석 배치 등을 고려해 터미널 간 환적물량 이동(ITT)을 최소화하고 운영 효율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3, 4개 운영사 체제로 신항을 통합할 계획이다.

2022년 05월호
김춘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곡물가격 급등 대비 식량 콤비나트 조성해야”
곡물자급률 20% 수준...식량 위기에 취약
상시 비축·식품가공공장과 연계한 비축기지 절실
|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거지면서 국제 곡물시장에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대한민국 현실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식량안보의 최전선에서 전략적인 비축과 수급,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준정부기관이다. 이에 식량 위기에 대비해 상시 비축과 식품 가공공장까지 연계한 이른바 ‘식량·식품 종합가공 콤비나트’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ESG 경영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을 선도하며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을 펼치고, 김치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주요국의 ‘김치의 날’ 제정에도 앞장서고 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을 만나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현주소와 바람직한 대응책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Q.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곡물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A. 그렇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상 기후 등으로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짐에 따라 곡물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식량 위기에 취약한 구조로서 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Q. 이를 위한 대비책으로 ‘식량·식품 종합가공 콤비나트’ 구축 방안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지.
A. 공사는 수급안정 전문기관으로서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인 식량 확보와 이를 상시 비축·관리하는 ‘식량·식품 종합가공 콤비나트’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량 콤비나트는 공공 비축을 위한 물류·저장시설과 제분·착유 등의 식품 가공공장을 집적한 전략 비축기지로서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공적 시설이다. 특히 식품가공 산업과의 연계를 통한 고부가가치 농수산식품 생산 및 수출 확대로 우리나라가 동북아 식량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Q.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떤 단계인가.
A. 지난해 식량 콤비나트 조성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와 새만금개발청, 학계, 유관기관 등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왔다. 그 결과 올해 정부 예산을 확보했으며, 외부전문가·유관기관 등과 소통을 강화하고 추진 동력을 확보해 사업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Q. 최근 농업 분야에서도 탄소중립이 화두다. 공사도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데.
A. 기후 위기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 감축이 시급하다. 공사는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서 먹거리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먹거리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1%에 달해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푸드 시스템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A. 지난해 4월 169개 농수산식품 협력기관과 함께 ‘ESG 경영’을 선포한 이래 ESG 경영전략 수립, 이사회 내 ESG전문위원 신설, ESG 경영 전담부서 및 CEO자문위원회 운영 등으로 ESG 가치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농수산식품 분야 탄소중립 실천방안의 하나로 저탄소 식생활 개선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Q. 캠페인에 어떤 기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나.
A. 지난해부터 지자체 20곳, 교육청 16곳, 관련협회 40곳 등 76개 기관이 먹거리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데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본사 구내식당에서 실시한 첫 캠페인을 시작으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캠페인 실시 전과 비교해 59% 이상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다.
Q. 해외기관들과도 캠페인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A. 지난해 11월 조현 유엔 주재 한국대사를 만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장세호 국제로타리 환경MGI위원장을 만나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아시아 대표 백화점그룹 Parkson(百盛) 및 미국 대형 유통업체 H-MART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30일 전 세계 64개국에 138개 지회, 총 2만8700여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 OKTA)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로 확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된다.
Q. 국제표준에도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A. 지난해 12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공공기관 최초로 가입했다. 올해는 국제표준인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 인증 획득에도 힘쓸 계획이다.
Q. 앞으로의 캠페인 활동 계획은.
A. 아직 업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지자체 및 교육청 대상으로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를 지속적으로 전파할 계획이다. 전 세계 해외 유통업체 등과 향후 지속적으로 협력해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를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 모두가 동참하는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로 확대 발전시키고 싶다. 먹거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Q. 지난 2월 17일 미국 뉴욕주에서도 ‘김치의 날’이 제정됐다. ‘김치의 날’ 지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A. 지난 2월 17일 미국 동부지역인 뉴욕주 의회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김치의 날로 정한 11월 22일을 ‘뉴욕주 김치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23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김치의 날을 지정했고, 올해 2월 9일에는 버지니아주도 지정했다. 김치의 날이 미국 내에서 세 번째로 지정된 것이다.
Q. 자세한 진행 경과를 설명해 달라.
A. 이번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은 뉴욕주 론 킴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뉴욕주 의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뉴욕주 김치의 날은 정식 공포식(Media Day)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본회의가 정상화되는 4월에서 5월 사이에 공포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공포식에 즈음해 버지니아와 뉴욕에서 김치의 날 소비자 홍보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Q. 미국 내에서 ‘김치의 날’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A. 지난해 11월 뉴욕을 찾아 한인회 주요 인사들과 함께 ‘뉴욕주 김치의 날 제정’ 추진을 선언하는 등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김치의 날 제정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도록 노력해 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론 킴 의원에게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제1회 캘리포니아 김치의 날(11.22)’을 기념하기 위해 LA총영사관저에서 열린 코리아 김치 페스티벌 행사에 직접 참석했으며, 한국 김치를 미국 주류사회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로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 로스앤젤레스(LA) 시장과 마이크 퓨어(Mike Feuer) LA시 법무장관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Q.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표 음식인 김치의 우수성을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신남방 국가 등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올해 김치 수출 목표액(1억8000만달러)을 달성하고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이기 위해 더욱 앞장설 예정이다.

2022년 05월호
권택환 교총 회장 직무대행 “차별 없는 교육 위해 교육부 존치해야”
| 김범주 기자 aaa@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전교생이 5명밖에 되지 않았던 울릉도의 한 초등학교를 떠나온 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그 학교를 그리워했다. 대학 교수까지 교육계에 몸담은 세월만 36년이지만, 섬마을 교사 생활이 원칙을 갖고 교육에 애정을 쏟게 한 근간이 됐다고 강조한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관에서 만난 권택환 교총 회장 직무대행은 여전히 교사로 불리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하윤수 전임 회장이 오는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부산시교육감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공석이 된 회장 자리를 권 수석부회장이 대행하고 있다.
시간도 허투루 보내는 법이 없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육 홀대론’이 나오면서 교육계가 비상이 걸리자 직접 정치권 인사를 만나 교육 정책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나섰다. 교육계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위원회 박성중 간사와 처음 만난 것도 권 직무대행이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교육부 통폐합 문제도 방어에 나섰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고교학점제 추진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에서 대척점에 섰지만, 학교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바쁜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선 권 직무대행이 “지금 학교가 전쟁터인데 교육부 없앤다고 해결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다만 2025년 전면 시행할 예정인 고교학점제, 자사고 폐지 등 학교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정책은 속도조절 또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 정부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권택환 회장 직무대행과의 일문일답이다.
Q. 새 정부 인수위 박성중 간사를 만났다고 들었다.
A. 현재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교육부도 과학기술도 아니다. 자칫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가 섭섭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교총이 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이를 잘 전달할 의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교육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을 전달했다.
Q. 교육부 폐지 또는 통폐합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A. 일단 인수위가 꾸려진 이후 교총이 제일 먼저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 같은데, 교육단체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준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학교 현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3월 새 학기 정상등교로 시작됐지만, 수업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 학교에 확진자 나왔을 때 대체 강사를 투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대체 강사를 구하기 어려워 교사 자격증 없는 강사를 한시적으로 투입한다고 하고, 퇴직한 교사도 투입한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교육부까지 없앤다고 하면 당연히 사기가 저하된다. 이런 부분 알아 달라는 의견을 전했다.
Q. 오는 7월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등 변수도 있다.
A. 국가교육위는 정파를 초월해 미래 교육의 방향, 비전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수립하는 기구이지 교육부 업무를 수행하는 집행기구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유·초·중등 교육의 무분별한 시도 이양은 교육감 자치만 강화할 뿐이지 지역 간 교육격차, 학교 정치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초·중등 교육과 연계돼 있어 억지로 분리시키면 입시 혼란만 불러올 것이고, 사교육 심화 등도 우려된다. 그래서 독립 부처로서 교육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국가의 교육책무 실현, 지역적 차이와 차별 없이 일관되게 정책을 추진하고 지원하는 집행기구로서 교육부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Q. 고교학점제, 자사고 등 현안에 대한 의견도 전달했는지.
A.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준비 안 된 부분이 많아 혼란스럽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교사도 많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의견도 전달했다. 지난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했는데, 민주시민교육이 담겼다. 민주시민이라는 용어 자체는 좋은데, 좋은 시민교육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특별히 강조한 부분은 무엇인지.
A. 코로나 환경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방역 관련 업무로 교사들이 평소 업무보다 5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교실에 학생 확진자가 3분의 1가량이고, 교사도 코로나 환경에서 안전하지 않고, 집에서도 줌으로 교육하고, 대체인력 구하지 못해 아픔이 크고, 교육청에서 신속항원검사키트 배분한 것 학교에서 다시 소분해야 하는 등 이런 상황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Q. 새 정부가 수능 중심 정시를 확대한다고 하는데.
A. 다시 고교학점제를 얘기해야 하는데,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점수를 잘 받는 과목을 선택하기를 바랄 텐데, 현실적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체제가 유지될까. 결국 점수 잘 따는 과목으로 학생들 몰릴 텐데 한계가 있다. 그것보다는 학생들이 다양성, 자율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입시는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갈 역량을 어떤 노력으로 얼마나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본질이다. 물론 어떤 입시제도도 완벽하지 않다. 다만 학생들이 능력에 따라 다양한 기회를 갖도록 전형 간 균형을 맞추는 입시제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Q. ‘새 학기 이후 교실 혼란’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A. 부산에 동아고등학교가 있다. 파악하기로는 지난 3월 2일 새학기 전면등교 안 했다. 교과서는 집으로 미리 보내줬고, 교사들이 미리 온라인으로 수업하도록 준비했다. 학교에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떤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현 상황을 지적하고 싶은 거다. 부산의 그 학교는 지금 수업 잘하고 있다.
미리 준비한 학교는 요즘 코로나 대응 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3월 첫달은 담임선생님, 학생들 간 교우 관계 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보낸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학력도 마찬가지고, 교육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 게 아닌가 싶다.
Q. 학교 상황에 밝은데, 매일 현장 파악하는 것인지.
A. 지금도 학교 현장 교사들과 교육 문제에 대해 주1회 토론하고, 교사들에게 정책에 대한 충고도 듣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대안 제시가 어렵다.
Q. 교사 출신으로 아는데.
A. 36년 전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하면서 교육자로 첫발을 내디뎠고, 전교생이 5명인 울릉도 섬마을에서도 3년 근무했다. 그전에는 벽지학교, 산골학교에서 3년 근무했었다. 몇 명 안 되는 학생도 자발성을 갖추도록 가르쳤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면 창의성, 책임감이 생긴다는 것도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울릉도에서의 교직 생활이 가장 행복했다.
Q. 교육 원칙이 ‘자발성’ 인지.
A. 정부가 바뀔 때마다 피부로 느끼는 점이 이것이다. 교육부가 강제로 학교에 내려보낸 정책은 정부가 바뀌면 없어졌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정부가 바뀌면 정책도 끝이 난다. 교육부는 과거 어느 정부에도 있었다. 정부에서 밀어붙인 정책이 유지된 게 있었는가.
그래서 내세우는 게 ‘500원’ 이론이다. 어떤 사람이 조용히 살고 싶어서 아파트를 떠나 전원주택을 샀는데,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매일 시끄럽게 놀다 보니 참기 어려웠다. 무작정 내쫓기 어려웠던 그 사람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이유 없이 500원을 줬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이상한 아저씨라고 생각했지만, 반복해서 돈을 받게 되자 어느 순간부터는 ‘놀이’가 아닌 ‘돈’을 받기 위해 골목길에 머물게 됐다는 얘기다.
그런 아저씨가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자 아이들은 어떻게 했을까?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더 이상 놀지 않게 됐다. 자발적으로 잘 놀던 골목길이 받던 ‘돈이 끊기자 의미 없는 공간이 됐다’는 교훈이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많이 하는데, 학교에서 잘하던 사업도 지원이 끊기면 끊기는 거다.
Q.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아이들의 인성이 건강해져야 한다. 아이들의 인성을 건강하게 하는 게 ‘땀’이다. 운동하고 땀에 젖은 아이들에 비해 움직이지 않고 바짝 말라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학교 현장에서 봤다. 전 세계 흡연율 1위, 자살률 1위, 초중고 조현병 순위권, 학생 행복지수 꼴찌 등 20년 정도 상관성을 연구해 보니 ‘땀을 안 흘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학원도 좋고 인공지능(AI)도 좋지만, 건강과 인성이 앞서야 한다. 인성 없는 지식을 추구하면 사기꾼이 되며, 인성 없는 체력은 조직폭력배가 된다는 현실을 봤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코로나 시대에 아이들의 면역력을 키워주고 인성을 회복하려면 건강해야 하고, 이런 게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섬마을에서 근무하면서 깨달은 것들이다.
Q. 학교가 혼란스러운데,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내가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동료성인데, 우리 학교가 잃어버린 모습이다. 교사들끼리 동료성 없으면서 아이들에게 협동을 강조한다는 건 모순이다. 교육의 본질 측면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데, 내부에서조차 편가르기가 있는 것으로 들었다. 모든 것은 관계가 형성되면 안 될 일도 된다. 학교 조직도 결국 인간관계다.
또 다른 문제는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 기관이 됐다는 점에 있다. 어떤 학교에서 학생은 1명인데 돌봄 교사, 방과후 활동 교사, 기초학력 담당 교사 등이 서로 데려가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학교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수업이 제대로 되느냐면 그렇지도 않은 거 같다. 통계의 함정인데, 우리나라 전체 교사 수 대비 학생 수를 따지면 20명가량이다. 하지만 대도시와 지역 학교가 다르고, 대도시 내에서도 과밀학급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들 차이도 크다. 코로나로 더 벌어진 학력격차를 해결해야 하는데, 학생 수가 학급당 20명 이하인 일부 영재학교는 전면 등교수업을 했다. 이렇게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념 편향 중심의 교육정책도 바로잡아야 한다.

2022년 05월호
‘친환경 냉매’제조 김태한 퓨어만 대표 “냉각소재부품 특화 업체 될 것”
2012년 설립 국내 유일의 ‘불화탄소’ 냉매 제조사
기상제조방식 특허...“고순도 냉매 연속 제조 가능”
수출 비중 70%...‘방열코팅제’로 국내시장 타깃
| 김준희 기자 zunii@newspim.com
“모든 산업 분야에서 열 관리는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퓨어만은 발열제어, 냉각, 방열을 통해 모든 산업의 열관리 소재부품을 생산하는 전문기업입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기술개선을 통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제품을 공급하고자 합니다.”
2012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불화탄소 전문기업 퓨어만의 탄생 계기다. 김태한 퓨어만 대표이사는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사명 ‘퓨어만(PureMann)’을 지을 때도 당사 제품이 갖는 친환경 이미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퓨어만은 냉매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소재회사다. 기체 상태인 1차 냉매와 소화약제, 액체 상태인 2차 냉매,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에 사용되는 방열코팅제 등을 제조 판매한다. 국내 다른 냉매 제조사와 달리 오존파괴지수(ODP)가 제로(0)인 불화탄소 계열 냉매를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퓨어만은 냉매뿐 아니라 전기전자, 에너지, 환경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냉각소재 부품에 특화된 업체를 지향한다”며 “중장기적으로 B2B 제품 외에도 B2C 제품인 휴대용 방열 스프레이, 방열필름의 상업화와 에너지 절감 및 환경 개선을 위한 건축용 고방열도료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불화탄소 냉매 제조사
퓨어만은 불화탄소(HFC) 계열 냉매가스를 개발 제조한다. 자동차 및 냉동공조용 냉매가스와 소화기에 쓰이는 소화약제, 방열코팅제 등이 주력 제품이다. HFC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염소(Cl)가 포함된 염화불화탄소(CFC)와 수소염화불화탄소(HCFC)를 대체해 개발됐다. 국제 환경규제에 따라 CFC는 이미 생산이 중단됐고, HCFC는 2030년에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다.
3세대인 HFC는 오존층을 파괴하지는 않지만 온실가스가 포함돼 있어 오는 2050년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는 4세대 냉매인 수소불화올레핀(HFO)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퓨어만 역시 HFO 냉매 개발에 착수했다. 다만 김 대표는 “HFO는 비싸고 성능이 떨어져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는 아니다. 아직까지 선진국에서는 HFC, 개발도상국에서는 HCFC가 주로 사용된다”고 부연했다.
대표적인 기술력은 99.9% 이상의 순도와 초정밀 혼합도(±2%)를 유지할 수 있는 제조공정이다. 냉매와 소화약제는 기초원료를 가공 및 혼합해 만들어진다. 해외 기업들의 경우 액상혼합정제 공정으로 냉매를 제조하지만 퓨어만은 가스(기체) 상태로 정제·혼합 과정을 거쳐 냉매를 만들어낸다. 혼합비와 순도 제어가 어려운 액화 공정과 달리 퓨어만의 공정 과정은 높은 순도를 유지하면서 정밀한 혼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퓨어만은 가스상 냉매를 정제탑을 거쳐 정제하고 혼합해 고순도·고정밀 혼합비의 냉매를 연속식으로 제조한다”며 “이는 소량 다품종의 고품질 냉매를 제조하는 데 특화된 퓨어만만의 제조 공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단계 공정인 액상제조 방식에 비해 기상제조 방식은 시간도 짧고 소규모-연속식 정제-소분 방식에 오히려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력 시장은 미국 등 해외시장이다. 현재 매출액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고 있다. 자동차용 냉동공조용 냉매가스가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으며, 점점 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 측은 현재 미국 중심의 수출 비중을 베트남 등 아시아와 중동 지역 등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수출 비중 70%↑...‘방열코팅제’로 신성장 동력 확보
수출 비중이 높아 매출 실적은 대외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글로벌 물류대란 등이 이어지면서 최근 3년(2019~2021년) 매출액은 각각 86억원, 98억원, 5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0억원, 27억원, 49억원이었다. 앞서 발행한 전환사채(CB)가 자본이 아닌 부채로 표기되면서 당기순이익에 반영됐다.
방열코팅제와 열매체 등 2차 냉매 관련 소재는 퓨어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김 대표는 “외부 환경요인으로 인한 매출 부진을 타개하고자 지난해 3분기부터는 방열코팅제를 주요 매출 아이템으로 삼고 양산하고 있다”며 “국내 굴지의 전자제품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신규 거래 업체와도 접촉하고 있어 올해는 많은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방열코팅제는 냉각이 필요한 모든 물건에 사용 가능하다. 김 대표는 “현재 반도체와 전자부품 냉각에 사용되는 방열기판과 베이퍼챔버(Vapor Chamber) 표면처리 용도로 팔리고 있으며, 방열필름과 고방열 그라파이트 시트, 히트씽크 제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전기전자 및 배터리용 고방열부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퓨어만은 기존 제품에 비해 냉각 효과가 월등하다고 자부했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 대기업인 L사에서 자사 방열코팅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과도 특정 방열냉각 부품들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업체 T사와도 반도체 냉각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퓨어만은 상반기 중 기술성 평가를 받고 올해 안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2022년 05월호
하경태 카뱅 신용모델링팀장 “신용 500점도 1금융권 대출”
시중은행 뱅커에서 카뱅 출범 때 합류
1년 새 중저신용 대출 12배 증가 ‘성과’
전체 은행 중 카뱅 중저신용 대출 40% 차지
| 이정윤 기자 jyoon@newspim.com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5주년이 됐다. 그간 비대면 은행 시스템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에 긴장감을 주는 존재가 됐다. 그동안 1금융권은 ‘신용 1~2등급의 고신용자들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나서면서 금융 이력이 없는 청년들도 큰 제약 없이 2금융권보다 나은 조건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은행 중에서도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중저신용 고객에게 공급한 무보증 신용대출 규모가 1년 전에 비해 12배가량 늘어나며 큰 성과를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금융 포용과 실수요자 우선 공급 원칙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중저신용 고객에게만 신용대출을 신규로 내주는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이 20%를 차지하게 됐다.
카카오뱅크에서 중저신용자들의 신용에 대한 평가와 상황을 진단하는 하경태 신용리스크모델링팀장에게 중저신용 대출 전략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카뱅 초창기 멤버...“신용 500점 고객도 대출”
하경태 팀장은 시중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전형적인 ‘뱅커(Banker)’ 출신이다. 뱅커 시절에도 신용평가모형팀에서 소매, 비소매, 해외신용평가모형 등을 운영하는 업무를 담당한 이력이 있다. 이후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6년 카카오뱅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인터넷은행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을 만드는 과정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10여 명이 소속된 신용리스크모델링팀은 기존 신용평가모형에 활용해 왔던 금융거래, 대출 및 연체 정보와 같은 신용정보뿐 아니라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발굴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은행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부터 신규 개발된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하고 있다. 하 팀장은 “250만건에 달하는 대출신청 데이터에 통신정보를 반영하고, 머신러닝 방법으로 모형을 개발해 KCB 신용점수 분포 하위 50% 대출신청 고객들의 변별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팀 성과에 대해 “KCB 신용점수 기준 500점대 고객까지 신규대출 취급이 확대되는 효과를 냈다”면서 “전체 은행권 중 카카오뱅크가 차지하는 중저신용 대출 취급 건수의 비중이 작년 1월 1.0% 수준에서 12월에는 40% 수준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카카오 플랫폼·모바일 채널’ 카뱅만의 강점
경쟁사인 케이뱅크, 토스뱅크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사들도 자체적으로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과의 CSS 차별점에 대해 ‘모바일’과 ‘카카오 플랫폼’을 꼽았다. 하 팀장은 “전통적인 신용평가회사나 은행의 경우 고객의 금융 이용 패턴을 데이터화하기 어려웠던 데 비해 카카오뱅크는 모바일이라는 단일 영업채널을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카카오뱅크 이용 패턴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사업을 지향하면서 약 1800만명의 고객이 수시로 앱을 방문해 발생하는 수많은 트래픽을 통해 여러 기업과 제휴해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많은 데이터를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에 남기게 되는데, 저희는 이러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CSS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개인에 대한 차별적인 정보나 데이터 취합 시 사생활 침해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하 팀장은 “법과 제도를 준수해 모형 개발을 진행, 운영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작년에 제정된 신용정보법상의 가명정보제도를 활용해 개인정보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형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 운영 과정에서도 고객에게 신용평가모형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설명하고 동의를 밟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교보 도서구입 정보 활용...개인사업자 대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저신용 대출 확대와 신용평가모델 고도화에 전념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말 교보생명·문고·증권 등 교보 3사와 업무 제휴를 맺고 도서 구매 이력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 팀장은 “이번에 개발 중인 대안신용평가모형에는 교보문고의 도서구입 정보뿐만 아니라 카카오공동체 정보와 유통 정보, 통신 정보, 자동이체 정보 등 현재까지 활용 가능한 대안정보를 최대한 활용키로 하고, 이를 위해 외부 데이터 제휴사들의 데이터를 가명결합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카카오 계열사 정보, 도서구입 정보, 자동이체 정보 등 다양한 대안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모형을 대출심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하반기에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신용리스크모델링팀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을 위해 신용모형을 고도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 팀장은 “그동안의 대안정보 활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형에서도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금융 이력이 부족하거나 중저신용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천 데이터 보유 회사들과의 협력 극복할 문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할 때 어려웠던 경험으로 다양한 업체와의 데이터 협력을 꼽았다. 하 팀장은 “다양한 대안정보를 활용하고자 많은 업체와 데이터 협력을 진행했지만 실제로 데이터 분석과 입수까지 연결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원천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들이 자사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는 아직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고 앞으로 저희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 팀장은 카카오뱅크에 와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쳐 보자’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에 부닥칠 때가 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고 물러서기보다는 부딪쳐 보고 단순히 발생 가능한 문제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2년 05월호
정종필 하이투자 WM센터장 “증권+은행 복합점포 인기 70대 고객 상속 컨설팅 몰려”
증권사·은행 업무 한자리 원스톱 서비스
지난 3월 두 번째 ‘디그니티 부산센터’ 개점
“올 2분기 인플레 정점...주식 비중 확대”
|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
금융투자업계에선 고객을 위한 ‘맞춤형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세다. 고객에게 수익성 높고 안정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거나 위험성 낮은 금융상품을 안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 투자와 공격적 투자가 동시에 가능하다. 은행과 증권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복합점포 얘기다.
그동안 대형 금융사 중심으로 복합점포가 속속 문을 열었는데 지방은행과 증권사도 이에 질세라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하이투자증권은 모회사인 DGB대구은행과 함께 부산 지역 두 번째 복합점포인 ‘디그니티(DIGNITY) 부산센터’의 문을 열었다.
뉴스핌 월간ANDA는 정종필 부산중앙WM센터 센터장과 인터뷰를 갖고 지역 거점 복합점포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정 센터장은 복합점포를 한마디로 원스톱 양질의 금융정보와 종합금융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품격’ 있는 점포라고 소개했다. 그는 “질 높은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직원이 시장, 종목, 상품 분석 능력 등을 고루 갖췄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종합서비스를 제공, 고객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재정 긴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그만큼 고객들은 궁금증과 불안감 등으로 신중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정 센터장은 불확실성이 큰 장세에선 채권과 주식의 적절한 배분투자와 경기순환 및 성장주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채권의 경우 6개월 이하 상품, 채권혼합형펀드, 배당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 2분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식투자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는 전략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IT, 반도체 등 경기순환형 성장주와 리오프닝주에 주목할 것을 권유했다.
복합점포를 찾는 고객들의 최대 관심사는 ‘세금 문제’라고 했다. 정 센터장은 “고객들은 절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70대 이상 고객 대부분은 자녀상속에 관한 상담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다양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고객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복합점포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자체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우수 직원들이 고객 요구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DGB대구은행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은 우선 복합점포를 대구, 경북 지역 기반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거점지역을 탈피해 은행, 증권사 간 협업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하이투자증권과 DGB대구은행의 복합점포는 서울 3개, 대전 1개, 대구 3개, 부산 2개 등 모두 9개다.
하이투자증권은 IB영업 등 다양한 수익원 확대와 전문 영업인력 확충 등을 통한 내적· 외적 성장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장 센터장은 “복합센터의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입지를 확고히 구축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센터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2022년 05월호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의회 본질은 견제와 감시 시민 위해 발 벗고 뛸 것”
8~10대 시의원...2020년 7월부터 의장직 수행
코로나 대응 1순위...민생안정에 역량 집중
생존지원금 등 지원, 오 시장과의 갈등은 ‘유감’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3선 서울시의원, 최연소 부의장, 최연소 의장, 최연소 시도의회의장협회장. 각종 화려한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 동대문3)은 지난 12년간 수도 서울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켜온 인물이다. 코로나 시국을 온몸으로 겪으며 1년 6개월 넘게 의장의 무게를 견뎌냈다.
올해는 지방자치법 개정안 시행으로 또 한 번의 ‘의회 민주주의’ 도약이 기대된다. 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김 의장은 시민을 위한 견제와 감시가 의회의 본질이라며 묵직한 조언을 남겼다.
12년간의 의정활동을 뒤로하고 동대문구청장 출사표를 던진 그는 시민들을 위해 봉사할 또 다른 기회를 준비 중이다. 김 의장을 만나 시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로 골목상권 고통...민생안정 총력
2010년 제8대 시의원으로 입성한 그는 3선을 역임하며 12년을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다. 2020년 7월부터는 의장을 맡으며 코로나 시국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골목상권의 고통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시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민생안정과 방역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올 1월에는 시에 3조원 규모의 생존지원금을 요청, 최종적으로 8500억원 수준을 확보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시 역시 1조1239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긴급 편성하는 등 화답했다.
김 의장은 “시민 모두를 위한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시에 제안했지만 여러 이유로 관철되지 못한 게 아쉽다. 코로나 시국에 현장을 많이 찾지 못한 점도 죄송스럽다. 민생회복에 남은 역량을 모두 집중하고 추경안 조기집행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시의회 권한 강화돼야...오 시장과의 갈등 ‘유감’
시의회는 올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1월부터 시행되면서 의회 직원 임명 등 의회 인적 구성을 의장이 직접 할 수 있게 됐으며, 정책지원관 도입으로 더 높은 수준의 조례입법도 가능해지는 등 의회의 독자적 기능이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오는 6월 1일 시행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향한 관심도 뜨겁다. 윤석열 당선인이 적극적인 자치분권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새로 구성될 11대 의회에서는 더욱 독립적인 활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김 의장은 “의회가 완벽한 독립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직원감사권’ 및 ‘정원조정권’의 의회 이관과 의회 내 국장급 직위 신설 등 추가적인 과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 정책지원전문인력 확대 도입과 예산편성권 확보 등도 시급하다. 차기 대통령의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회의 발전과는 상반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 확산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보궐선거 직후부터 시작된 양측의 힘겨루기는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는 “민생안정이라는 대의를 앞두고 반목을 보여드린 것 같아 송구하다.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시장이 누구든 의회를 존중한다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아쉬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의회 본질은 견제와 감시...동대문구청장 ‘출사표’
시의회 활동을 마무리하는 상황에서도 김 의장은 11대 의회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시정 감시와 견제는 용이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민생침체 정상화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거 문제, 양극화, 인구절벽, 청년 일자리 감소 등 직면한 과제가 끝도 없다. 새로운 의회가 정쟁이나 중앙의 결정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진정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서울시장도 포용과 통합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동대문구청장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12년간의 의정활동과 의장으로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의 지역구인 동대문에서 또 다른 미래를 준비 중이다. 지역 사정에 밝고 의정활동도 풍부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장은 “시민의 삶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었던 저의 사명을 되새겨보고 있다. 12년의 시의원 생활을 차근히 되돌아보면서 향후 방향에 대해 좀 더 숙고하겠다”고 말했다.

2022년 05월호
‘국산 골프공 대명사’ 볼빅 홍승석 대표 “젊은층 겨냥 ‘프리미엄 볼빅’으로 도약할 것”
| 김용석 기자 fineview@newspim.com
골프는 이제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골프계 이면을 보면 호황만은 아니다. ‘국산 골프공 대명사’인 볼빅도 그중 하나다. 올 4월 1일 볼빅 대표이사가 된 홍승석 대표를 만났다.
최근 볼빅은 TS인베스트먼트로부터 220억원의 투자를 유치, 유동성 자금의 불확실성 해소 및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통해 글로벌 경영에 힘을 싣게 됐다.
홍승석 대표이사는 볼빅을 재도약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밝혔다. 홍 대표는 “볼빅은 수익성이 낮은 저가 제품의 비중이 높았다. 이를 확 줄이기로 했다.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볼빅의 중장기 목표는 골프공 분야 1위인 타이틀리스트를 따라잡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어 “시장점유율에서 타이틀리스트가 약 50%를 차지하고 볼빅이 30% 내외, 기타 해외 브랜드가 20% 정도로 보고 있다. 볼빅은 타이틀리스트의 점유율 10%를 가져와 40%의 점유율로 성장할 계획이다. 저가 공이 아닌 럭셔리 프리미엄 공 위주로 제품 라인업을 바꿀 예정”이라며 “골프를 오래 쳐온 40~50대 이상의 공 선호도를 타이틀리스트에서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이제 막 취미로 골프를 시작한 20~30대 가운데 명품을 선호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볼빅의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홍 대표는 볼빅의 미래 가치에 대해 자신했다. 그는 “Young & Premium이 향후 볼빅을 대표하는 슬로건이다. 볼빅의 잠재적 가치는 16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전략적 준비를 다져 내년에는 더욱 공격적이고 효율적인 해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동남아 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재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빅은 순수 국내 브랜드로 2~3%의 점유율에 불과했던 국내 컬러볼 시장을 30%대로 끌어올린 회사다.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무광 컬러볼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8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컬러볼 외에도 프로 선수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투어볼인 S3와 S4 우레탄볼 라인업도 보유하고 있다. 2012년에는 Volvik USA 현지법인을 설립해 수출 증대 기반을 다졌으며, 2017년에는 1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포츠마케팅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래의 주역이 될 주니어 선수 후원과 국내외 남녀 프로 선수단 운영, 각종 대회 스폰서십을 통해 골프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홍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로 맞춤형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미국과 유럽, 일본,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국가별 맞춤형 마케팅 및 세일즈 포인트 전략을 구축하고, 내년엔 공격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 및 사업망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그간 진행해온 각종 대회 스폰서십 등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 외에 각국의 골퍼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다가갈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광고홍보, 주니어 투어 양성 및 스폰서십, 마블 디즈니 콜라보 상품 홍보 세일즈 전략 등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과 입지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제2 도약을 선언한 볼빅은 올해 지난해 대비 약 30% 성장한 600억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2022년 04월호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우크라이나보다 우리가 더 위험할 수도”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 황준선 사진기자 hwang@newspim.com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군사대국인 러시아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하면서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의 희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유국가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엄혹한 힘의 논리를 절감하게 한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육사 37기·전 군정위 수석대표·예비역 육군 중장)과 특별대담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한반도 안보 리스크를 긴급 점검했다.
무엇보다 全 전 사령관은 “한반도에서도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과 투철한 안보의식을 강조했다.
냉혹한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국제관계 속에서 전 사령관은 “우리 군의 기초 군사력부터 튼튼히 할 수 있는 대대적인 국방개혁이 절실하다”면서 “한미 군사동맹도 한국군이 자주국방력이 있을 때 제대로 작동하고 발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 사령관은 “북한에서 불과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서울이야말로 우크라이나보다 더 위험하고 절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 사령관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아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비겁한 평화가 아니라 당당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속에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전 사령관은 “소형 전술핵탄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 사령관은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도 있지만 인류의 재앙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북한이 핵무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전 사령관은 “겉으로 보기에는 핵무기가 살길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쓰는 것도 큰 부담을 느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 사령관은 북한의 핵무장에 대비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핵물질 재처리라도 할 수 있도록 인정받아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전 사령관은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도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전술핵이나 핵공유 개념은 비용과 보관 등 적지 않은 기술적 문제와 비용이 많이 들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야전과 전략, 정책 부서를 두루 거친 전 사령관은 한미 군사동맹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통하며 미군과 가장 소통이 잘되는 한국군으로 꼽힌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해외 파견 경험도 풍부하다.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과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방문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미 아시아연구소(NBR)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러, 단기전 목표했지만 결사항전 저항에 고전”
Q.우크라이나 사태가 지난 2월 24일 발생 이후 생각보다 장기화한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전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A.일부 첩보에 의하면 러시아에서는 15일 이내 모든 작전을 종료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종료는커녕 장기화 조짐이 보인다. 수도 키이우를 중심으로 압박을 계속하고 있고, 북쪽 하르키우에서도 전투가 계속되고 있으며, 남쪽 크림반도 헤르손 방향으로 진격이 이뤄지고 있다.
헤르손을 중심으로 해서 오데사 방향, 즉 서쪽으로 진군을 하고 있고 동쪽으로도 진공하고 있다. 돈바스 지역 우크라이나군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전력의 60%를 그곳에 배치했다고 하는데 그 전력을 포위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키이우에 있는 우크라 지도부를 제거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Q.러시아가 처음에는 군이나 국가 핵심시설을 타격하는 전황을 보였는데 지금은 민간인까지 피해를 주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의도를 갖고 한다고 보는지.
A.최초 계획대로 15일 이내에 우크라 지도부를 포획하거나 제거하고 이후 대부분의 우크라군의 핵심시설을 장악했다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다 보니 장기화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부 의용군으로 무장을 했다. 러시아가 할 수 있는 것이 주요 도시를 포위하고 도시에 있는 사람들의 전투 의지를 꺾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불행하지만 무차별 포격을 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무차별 포격을 하자니 이미 좋지 않은 국제 여론이 더 악화될 것이다. 거기에 국제적인 제재도 어마어마하게 당하고 있다. 남은 것은 러시아의 유류와 가스 그리고 곡물뿐인데 그것도 손을 댄다고 한다. 더 이상 러시아의 유류와 가스 수출입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 상황을 피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 같고 할 수 없이 이런 전략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한 가지는 포탄이라는 것이 조준을 해도 쏜 이후에는 자기 마음대로 간다. 정밀 조준 무기가 아니고서는 엉뚱한 곳으로 떨어져서 피해가 일어나 사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北, 핵 사용 어렵다는 판단 계기 될 수 있어”
Q.푸틴 대통령은 핵무력 카드까지 언급하고 있다. 핵무기를 사용할 것으로 보나.
A.핵이 큰 것은 50~100메가톤까지 있어서 서울과 같은 큰 도시 전체를 파괴하는 탄두 용량이 있고, 전술핵탄 중에는 과거 2킬로톤짜리도 있었다. 작은 탄두를 사용하면 적절한 군사기지를 파괴할 수 있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가장 큰 차이는 단 한방에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물자가 들어오는 공군 기지 등에 한 발을 써서 초토화시킨다는 목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무기를 씀으로써 핵무기 쓸 수 있다는 의지도 보여주고 적절한 군사목표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그렇게 사용하게 되면 완전히 인류에 재앙을 불러오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도 지구 반 바퀴 떨어져 있지만 남의 일이라고 볼 수 없다.
Q.한반도는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강화해줄 수도 있는데.
A.지금도 한반도는 북한 핵무력 위협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5~10년이면 미국이 북한 핵무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Q.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면서 국제사회의 힘의 균형이나 관계가 군사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현실적 구조다. 자유서방 국가들이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줄 알았는데 막상 침공이 시작되니 굉장히 무기력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제사회의 냉혹한 힘의 현실을 보는 것 같다.
A.서방 세계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무기력하다고 하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지금 보면 굉장히 강력하게 나름 대응하고 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전방위 경제제재이지 않나. 푸틴도 아마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마존과 비자, 마스터카드 등 세계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손을 떼고 있고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띄우지 않거나 하는 등 러시아가 고립되고 있다. 비록 군사력은 사용하지 않지만 그 외에 경제제재가 무섭다는 것을 실감했다. 포 한 발을 쏴서 10억원의 피해를 입히는 것이나 제재로 100억원의 손해를 입히는 것이나 무시 못한다는 거다.
“전쟁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어 안보 강화해야”
Q.북한에도 적지 않은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북한이 상황을 잘 보고 있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핵무기가 살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쓰는 것도 부담스럽고 이것만 갖고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속단하기보다는 좀 더 천천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북한과 같은 전제국가에서는 엉뚱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설마 러시아가 전쟁을 하겠나 생각했지 않나. 상식적으로는 손해 보면서 작은 나라 공격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일어났다. 한반도에서도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우리 국민이 이번 일을 계기로 안보의식을 가져야 하고 정신적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Q.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갖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지금처럼 무모하게 침공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일본과 한국도 핵공유나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적지 않은 힘이 실리고 있다.
A.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핵무기는 인류의 재앙이다. 핵은 한 방으로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오랫동안 오염으로 흔적을 남기는 무기다. 반인륜적인 무기여서 인류는 오래전에 핵감축이나 비핵화에 합의한 것이 아닌가. 이미 갖고 있는 국가는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갖지 말자고 합의했다. 핵이나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공유하자는 게 핵확산금지조약(NPT)이다. 그런데 북한은 그것을 어기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Q.그럼 우리가 어떤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나.
A.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확실히 하는 것이다. 둘째, 핵무장을 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은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우방임에는 틀림없지만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우방은 세상에 없다. 따라서 북한이 계속 이런 식으로 핵무장을 한다면 우리도 할 수 없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Q.한국의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보나.
A.우리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남은 연료가 많다. 이를 재처리하는 것만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 핵폐기물이 쌓여 있는데 이를 재처리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무기급 플루토늄도 나올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이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는데 일본은 재처리 인정을 받고 있다. 우리도 우방국에 입장을 설명해서 1단계는 재처리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하고, 그다음 최악의 경우는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건한 한미 군사동맹과 자주국방 최우선 갖춰야”
Q.한국이 핵공유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A.핵공유라는 개념은 쓸데없는 개념이다. 미국의 핵을 공유해도 모든 권한은 미국에 있다. 우리가 하는 것은 우리 비행기를 이용해서 투발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려면 많은 돈을 들여 투발 수단과 보관 시설 등을 개조해야 한다. 핵무기를 갖다 둔다는 것도 골치 아프지만 괌이나 이런 곳에 있으면 3~4시간이면 오는데 그 시간을 아끼려고 우리나라 어디에 핵무기를 두겠나. 전술핵 재배치도 저는 찬성하지 않는다. 미국과 확장억제력을 공고히 하고 이와 병행해서 재처리를 협의해서 받아내고,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도 핵무장 등 모든 능력을 갖추고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Q.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역시 힘이 있어야 나라와 국민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특히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이 안보의 핵심 축이다. 다만 한미동맹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주국방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한국군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보나.
A.한미동맹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미군은 믿을 수 있지만 미국 정치인을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한미동맹이 중요한 만큼 우리가 자주국방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은 100퍼센트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 간절히 염려되는 것은 우리 군이 개인적으로 싸울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총 같은 경우만 해도 많이 발전했는데 한국군은 총이 30년이 넘었다. 탄약도 충분하지 않다. 장비도 마찬가지고 통신도 열악하다. 응급처치에 대한 훈련과 보급도 중요하다. 그런 기초적인 것을 먼저 해줬으면 한다. 보급과 수송, 정비도 너무 소홀히 한다.
“서울, 북한서 불과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Q.현대전에 맞게 군사적·전술적 보완도 시급해 보인다.
A.이번에 러시아군이 500~800명 단위로 독립작전을 할 수 있는 부대를 만들겠다고 한다. 한국군도 이런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 사단과 군단 부대 단위는 나폴레옹 시대 때 나온 개념이다. 이러한 것만 잘 대비해도 북한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서울은 북한에서 불과 50km 떨어져 있다. 어찌 보면 우크라이나보다 우리가 더 위험하고 절박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해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 군이 국방개혁의 대전환을 하는 계기로 꼭 삼아야 한다.
Q.러시아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고도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고전하고 있다. 아무리 첨단 전력과 무기를 갖고 있어도 정신전력이 중요하고 정신무장이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우리 군과 국민들의 정신무장이나 안보의식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A.어느 나라든지 안보의식, 정신전력, 적을 대하는 태도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이 안보 걱정은 많이 하신다. 그런데 걱정에만 그치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소용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렇지 않다. 민주국가에서 투표권 행사를 통해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분이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들이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한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크라 전쟁 반면교사 삼고 국방개혁 해야”
Q.우리 정부와 군이 가장 시급히 강구해야 할 대책은 뭔가.
A.제일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소통하고 대화를 잘해야 한다. 특히 한국군과 미군이 어떤 역할을 나눠서 할 것인가 하는 심도 있는 토의를 해야 한다. 자세한 것은 얘기할 수 없지만 현재는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한미동맹을 대화와 소통으로 진솔하게 강화해 나가야 하고 보다 굳건히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한국군의 능력을 기초적인 것부터 혁신하고 전투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병영제도가 공평하지 않다. 젊은이들이 군대를 가면 제일 먼저 가려고 하는 곳이 카투사다. 그다음이 공군·해군이다. 그다음은 해병대, 그리고 남는 곳이 육군이다. 그런데 해·공군은 선발을 학력과 내신으로 뽑는다. 이해가 안 된다. 학력이 좋은 사람들은 다 해·공군으로 가는 상황이 정말로 공평한가. 선발 기준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
Q.이번 우크라 사태를 보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한마디로 유비무환이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다. 치밀하게 철저하게 잘 준비해야 한다. 말로만 준비해서는 안 된다. 비겁한 평화가 아니라 당당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2022년 04월호
한상진 모아데이타 대표 “AI 이상탐지 기술로 시스템 장애 예방”
‘AI 전문’ 모아데이타, ‘이상탐지 및 예측 솔루션’ 제공
한상진 대표 “스마트팩토리, U - City로 사업 확대 추진”
| 김준희 기자 zunii@newspim.com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운영하는 대형 업체들은 항상 ‘어떻게 장애를 예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모든 산업이 온라인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ICT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장애를 탐지하고 예측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저희 역할입니다.”
한상진 모아데이타 대표는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AI 이상 탐지 기술을 활용해 ICT뿐 아니라 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U-City(유비쿼터스 도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설립된 모아데이타는 AI 기술을 활용해 이상 탐지 및 예측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기술 전문기업이다. 현재 주력 상품은 2015년에 내놓은 AIOps(AI 기반 ICT 시스템 관리) 제품 ‘페타온 포캐스터’다. 바둑 AI인 ‘알파고’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AI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한 대표는 “처음부터 AI 아이템을 고민한 것은 아니고 ‘이상 탐지’를 위한 최적의 기술을 찾다 보니 AI를 선택한 것”이라며 “AI 기술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있으며, 꾸준히 개선해 기존 알고리즘보다 정확도가 8~10% 개선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상 탐지’로 장애 예방...ICT·헬스케어서 급성장
모아데이타의 사업적 뿌리인 ‘이상 탐지’는 기존 활동정보를 기반으로 비정상 행동을 포착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건축에 활용할 경우 3D로 입체화한 건축물의 시공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존 설계도와 다른 점을 탐지해 문제점을 알리는 식이다.
한 대표는 “이상 탐지의 완성은 최종적으로 자동화”라며 “현재까지는 이상한 점을 담당자에게 알려주는 정도지만 나중에는 문제 해결까지 AI가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이상 탐지 기술이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분야는 ICT 시스템이다. ICT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이상 탐지 기술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력 상품인 페타온 포캐스터의 매출액도 2018년 29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118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한 대표는 “AIOps가 모니터링 영역이다 보니 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3~14% 정도이고, AIOps 제품만 본다면 국내에서 90% 이상 시장을 점유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AI 관련 기업 가운데 드물게 이익을 내고 있는 회사”라고 자부했다.
모아데이타는 AI 기술을 활용해 헬스케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AI 분석 서비스인 ‘플로핏’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개인 맞춤형 건강 솔루션을 제공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택배 근로자의 건강 이상을 예측하고 탐지하는 서비스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택배 근로자용 과로사 방지 서비스를 올해 확대 공급할 예정이다.
코로나 이후 ‘해외 진출’ 본격화...사업 다변화 기대 ↑
모아데이타는 AI 이상 탐지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크다. 스마트팩토리에 필요한 이상 탐지 기술은 제품화를 마치고 시범 운영을 앞둔 상황이다. 모아데이타는 국내 스마트팩토리 기업과 손잡고 중국을 필두로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스마트팩토리의 경우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데다 정밀한 이상 탐지가 필요하다”며 “시장 진입이 어려워 레퍼런스 구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입 비용이 큰 만큼 관련 업체와 제휴로 함께 과실을 따먹는 구조로 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코로나19로 모든 해외 진출 작업이 어려워지며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일시 중단된 상태다. 한 대표는 “2019년부터 준비해 2020년 초에 중국 반도체 기업에 설치해 시범운영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터져 중단됐다”며 “코로나가 끝나면 바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주력 사업인 AIOps 및 헬스케어 사업도 코로나 종식 이후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 폴란드를 거점지역으로 삼고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합작법인)를 설립해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한 대표는 “저희가 가진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고, 현재 진행하는 사업과 함께 성과를 내는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올해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신규 사업을 하나 론칭할 계획이고,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해외 사업 등도 다시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상상하는 모아데이타의 미래는 ‘AI 추론’ 시장의 강자다. 그는 “5년 이내 유니콘 기업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상장 이후 목표”라며 “AI 추론 시장은 아직 초기라서 글로벌 경쟁사가 많지 않은데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모아데이타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지난 3월 10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기술특례, AI기술 기업으로는 드물게 6년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43억원, 영업이익은 20억원에 달했다.

2022년 04월호
한수연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PB팀장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위험 헤지를”
“외국법인·해외거주 고객 관리 ‘글로벌 PB’”
“단기·중장기 자금 분리한 자산관리가 철학”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책임자 시절 기업자금 관리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들과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회삿돈만 관리하지 말고 내 돈도 관리해 달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기업자금은 운용에 있어 제약이 많은 반면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은 좀 더 액티브하게 운용할 수 있어 관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게 됐습니다.”
한수연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PB팀장은 20년의 은행 근무경력 중 여신과 외환 업무 등을 15년이나 다룬 기업금융 베테랑이다. PB로 입문하기 직전까지 주로 포스코, 현대, 코오롱 등 대기업에서 기업여신과 외환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기업자금 관리 업무 경험이 오히려 개인자산을 관리하는 PB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개인자금과 기업자금 운용을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PB로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수연 PB는 “개인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금관리를 동시에 요청하는 CEO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모두 충족시켜 드릴 수 있는 것이 저만의 노하우”라며 “다각적인 자산관리 상담이 가능하다”고 자신의 강점을 어필했다.
멀티 자산관리 강점뿐 아니라 글로벌 PB 전문 이력도 눈길을 끌었다. 한 PB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총회 통역요원을 맡을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고,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한 PB는 “외투자금 관리, 외국법인 및 해외거주 고객들의 자산관리 또한 저의 전문 분야”라며 글로벌 PB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외고(한영외고 영어과) 출신이다.
멀티·글로벌 PB인 한수연 PB에게 지난해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한 해였다. 고객들과 함께 선택한 상품들의 성과가 특히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한 고객과 드라이브 겸 근교로 식사를 갔을 당시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 사모님이 처음 보는 차를 몰고 오셔서 ‘차 새로 사셨어요?’ 하고 여쭤보니, ‘수연 씨가 사준 거예요’ ”라고 대답하시는 겁니다. 그는 “너무도 기쁘고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고 새벽마다 미국장 점검해 가며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전도사로 통한다. 고객들의 ETF 수익률을 크게 높이면서 우리은행 ETF 홍보대사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은행 사내방송을 통해 영업 노하우, 운용 팁 등을 직원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한수연 PB는 고객의 자산을 단기와 중장기 자금으로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자산관리 철학이자 원칙이라고 했다. 자산관리는 단순히 주어진 자금을 잘 운용해 이익을 낸다는 개념보다 상위 개념으로 은퇴 후까지의 자금 흐름을 관리해 주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세미나 형식의 연수를 진행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한 PB는 “투자성 상품을 가입할 때는 그 누구도 투자시점의 베스트 타이밍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자금투입 시기를 분산하며 모든 투자 결정을 고객의 충분한 이해와 참여 속에 함께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의사결정에서 고객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참여시키는 것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투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손실은 최대한으로 줄이고 수익은 극대화할 수 있는 현명한 투자방법이라는 것은 다년간의 투자 과정을 통해 확립한 저만의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재테크 전략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 PB는 “인플레이션의 지속과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전쟁이라는 악재까지 발생한 2022년의 시장은 2021년 대비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위험을 헤지하는 전략이 주효하다”고 했다. 편중된 투자가 아닌 분산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성장주·가치주 섹터를 고루 가져가며, 반드시 현금 비중을 일부 확보해 항상 분할 투자할 것을 권했다. 그는 “금리 인상 시기에는 특히 본인 자금 한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시장을 좀 더 편안하고 길게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04월호
주현 산업연구원장 “국제유가 급등 지속 땐 성장률 하향 조정 불가피”
“우크라 침공 국내 경제·산업 부정적”
“경제안보 품목 관리체계 고도화 중요”
“새 정부 기술·인재 투자 최우선 필요”
| 임은석 기자 fedor01@newspim.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반기 국제유가가 전년 대비 36.2% 넘게 상승한다면 (한국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주현 산업연구원 원장은 최근 뉴스핌 월간ANDA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이 국내 경제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사태의 장기화에 촉각을 기울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가 상승시 성장률 하향 불가피...소재산업 등 영향
주 원장은 “올해 우리 경제는 코로나 개선과 소비 중심의 내수 회복세가 기대되면서도 수출경기 둔화와 정책지원 축소, 기저효과 소멸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면서 2.9% 수준의 성장을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국제유가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당초 전망치보다 상승하게 된다면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 역시 부정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산업연에서는 올해 국제유가가 상반기 배럴당 86.5달러(전년 동기비 36.2%↑), 하반기 배럴당 72.5달러(3.4%↓), 연평균 배럴당 80달러(14.7%↑)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원유 수입국인 한국의 경우 물가 상승(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가계의 소비(실질구매력) 감소와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유가와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초소재의 수입원료 가격 상승→ 부품·중간재 원가 상승→ 최종 소비재 가격 상승’의 생산비 상승 경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주 원장은 “생산비용 증가는 채산성 악화나 제품 가격으로 전가된다”며 “수출경쟁력 약화, 물가 상승 등의 상황을 유발함으로써 수출 부문에 악영향을 주거나 내수 부문의 회복세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산업별로는 철강, 석유화학 등 소재산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크게 파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올해 상반기 내에는 점차 진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이 공급망 관련 불확실성 이슈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병존하므로 원자재 가격 안정화 시점이나 국내 경제산업에 대한 영향 정도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공급망 위기 대비 경제안보품목 관리체계 고도화
주 원장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안보품목에 대한 관리체계 고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 각 품목은 공급 구조와 수요 구조가 상이하기 때문에 소위 ‘공급망 위기’가 시작되는 임계점이 서로 다르다”며 “따라서 임계점을 설정하고 이 임계점을 벗어났을 경우 정부가 조기에 개입해 공급망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 문제를 초래하는 원인이 품목별로 다르고, 품목별로 공급 위기가 발생하는 확률도 다르다”며 “우선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분석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선정된 품목의 관리 유형과 우선순위가 가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경제안보품목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원장은 “산업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해당 산업에 필요한 중간재 구조는 당연히 바뀔 수 있고, 선정 기준 자체도 바뀔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글로벌 산업·기술의 변화 추세를 관찰하면서 우리에게 경제·안보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포착하고 이를 품목 관리와 연계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산업의 저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는 민간의 혁신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와 지원 확대를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 원장은 “현재 한국 산업이 처한 대내외 환경은 대전환기라고 명명해도 부족할 만큼 실로 간단치 않다”며 “새로운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 기술이 국내외 시장에 쏟아지고 이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 규제, 제도가 새롭게 만들어지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글로벌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산업·국가 간 경쟁과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정책 혁신을 통해 규제 시스템을 일신하고 대전환기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디지털화, 공급망, 통상 등 국가적 대응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민관 협업에 기반한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중장기에 걸쳐 지속적인 실천과 개선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 원장은 끝으로 국가정책연구기관(싱크탱크)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정부가 싱크탱크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하고 충분한 인적, 물적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간 부문의 역량과 성과가 크게 향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싱크탱크의 역할이 과거보다 국민의 눈에 적게 띄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경우에 따라서는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있다”며 “정부는 싱크탱크가 본연의 역할과 기여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싱크탱크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하고 충분한 인적, 물적 투자를 지원해 선도적 연구 기반을 확장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022년 04월호
이운재 현대차증권 펀앤컬쳐팀 책임 “사내 교육도 유튜브로 재밌게”
지난해 기업문화팀서 펀앤컬쳐팀으로 이름 변경
‘아름다운 동행’ ‘부모님 프사 변경 챌린지’ 큰 호응
“직원들 참여도가 높아야 기업문화 정착도 가능”
| 백지현 기자 lovus23@newspim.com
이제 유튜브는 증권사들이 더 이상 놓칠 수 없는 홍보 채널이 됐다. 어떤 TV광고나 광고판보다도 잠재 고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사내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활용하는 증권사도 있다. 바로 현대차증권의 펀앤컬쳐(Fun&Culture)팀이다.
이름부터 통통 튀는 이 팀은 사내 교육과 기업문화를 담당하고 있다. 펀앤컬쳐팀 소속 이운재 책임 매니저는 2011년 현대차증권 공채로 입사한 11년 차 직원이다. 2015년부터 교육팀, 인사팀, 기업문화팀 그리고 지금 펀앤컬쳐팀에 이르기까지 소속 팀 이름이 여러 차례 바뀌기도 했지만, 7년간 꾸준하게 사내 교육과 기업문화를 담당하고 있다.
이운재 매니저는 최근 연기(?)에 도전 중이다. 그는 현대차증권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단편 드라마 ‘아름다운 동행’에 ‘이운재 매니저’ 역할로 출연했다. 펀앤컬쳐팀이 직접 소재를 정하고 구상한 콘텐츠다.
그가 알려준 루트로 검색해서 찾아본 ‘아름다운 동행’은 1편당 5분 분량의 3편짜리 웹드라마로 짧지만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직원이 동료들의 응원을 받아 몸을 회복하고 직장에 복귀하는 스토리인데 실제 현대차증권 신탁팀 소속의 김찬미 매니저의 사연이다. 영상연출도 고퀄리티다. 영상에는 ‘동료애가 느껴졌다’, ‘김찬미 매니저에게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등 직원들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다.
그렇다면 펀앤컬쳐팀은 왜 사내 교육과 기업문화를 유튜브로 전달하게 됐을까. 이 매니저는 “Trust, Pride, Fun, 이 세 가지 가치를 직원들한테 전파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그런데 기존에 했던 대로 메일이나 공문 보내면 어차피 직원들이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색다르게 접근해 보고자 했고 유튜브에 주목하게 됐다. 영상으로 만들어 보면 메시지가 잘 상기되고 의미 전달도 잘되지 않을까 싶어 제작하게 됐다”고 했다.
또 하나 사내에서 주목을 받은 영상 콘텐츠는 ‘나의 자랑스러운 아버지, 어머니 프로필 변경 챌린지’였다. 이 매니저가 시니어 패션 콘텐츠 회사 더뉴그레이(The New Grey)의 ‘우리 아빠 프로필 사진 바꿔주기’를 본떠 만든 프로젝트다.
이 매니저는 “자식을 위해 고생하신 부모님께 젊은 감각의 헤어와 옷 코디를 해주는 프로젝트인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할 때 수줍게 웃는 부모님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 매니저가 속한 펀앤컬쳐팀은 팀장 1명, 팀원 3명의 작은 팀이다. 전사 조직문화와 교육을 담당하기엔 적은 인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짜내기엔 오히려 안성맞춤이다.
이 매니저는 “저희 아이디어는 회의실이 아닌 식당, 커피숍에서 나온다. 사실 부모님 프사 바꿔주기 콘텐츠도 팀원들과 같이 밥을 먹다가 우연히 나온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며 “팀장이 큰 틀의 콘셉트를 대충 던져주면 우리가 아이디어를 마구잡이로 던진다. 그런 아이디어 중에서 ‘괜찮은 것 같다’는 의견이 모아지면 그때부터 세부 사항을 계획 수립한다. 이후 팀 회의에서 계획서 가지고 다시 한 번 논의를 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구축한 새로운 그룹웨어와 사내 메신저를 직원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사내용 콘텐츠를 만들었다. 펀앤컬쳐팀 직원들이 직접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히어로 캐릭터에 빙의해 만든 이른바 ‘B급 감성’ 영상인데 직원들의 호응이 좋았다. 유튜브 채널엔 올라오지 않았지만 사내 방송을 통해 꾸준히 송출됐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재택용’ 콘텐츠도 내놨다. 퇴근한 뒤 저녁을 먹고 난 시간인 오후 8시에 맞춰 요가나 천연샴푸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는 미니트리 만들기 클래스도 진행했다.
펀앤컬쳐팀은 올해에도 그룹웨어 교육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예정이다. 이 매니저는 “새로운 인프라에 적응하는 데 직원들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일정을 서로 공유하고 업무를 기록하는 협업 툴을 도입했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도움이 되는 영상을 찍으려고 계획 중이다.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리워드를 주거나 게임을 진행하는 등 참여도를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를 PD 겸 연기자로 보낸 이 매니저는 올해도 역시 ‘뉴’ 콘텐츠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이 매니저는 “예전에는 이런 방식으로 사내 교육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새롭게 느낀 것 같다. 이제 한 가지 걱정은 작년과는 다른 콘셉트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창작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직원들이 참여해야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조직문화 프로그램을 만들면 많은 직원이 참여할 수 있을지’가 저뿐 아니라 우리 팀 모두의 가장 큰 숙제”라고 전했다.

2022년 03월호
신한은행 디지털전략통 전성호 본부장 “은행 배달앱이 No.1”
‘신한 쏠’ 통합 성공 이끌어낸 28년 차 신한맨
‘너도살고 나도사는 우리동네 배달앱’ 땡겨요 기획자
빅테크 맞서 출시...“비금융 사업 성공 사례 만들 것”
| 이정윤 기자 jyoon@newspim.com
코로나 장기화로 배달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업계 최초로 배달 앱 ‘땡겨요’를 출시하면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가맹점에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수수료율 2%’를 적용하는 등 플랫폼 참여자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 배달 앱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타 플랫폼과의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에서 ‘땡겨요’ 사업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O2O추진단 전성호 본부장을 만나 입행부터 최근의 사업까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땡겨요는 ‘너도살고 나도사는 우리동네 배달앱’을 슬로건으로 낮은 중개수수료와 빠른 정산 서비스, 이용금액의 10% 적립 및 할인 등이 특징이다. 이용자인 고객과 가맹점인 소상공인, 배달 라이더까지 참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플랫폼을 추구한다. ‘땡겨요’ 배달 앱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22일 베타 버전을 선보인 후 올해 1월 14일 공식 론칭했다.
‘신한 쏠’ 통합 성공 이끌어낸 디지털전략통
전성호 본부장은 199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8년째 근무 중인 ‘신한맨’이다. 입사 후 2001년부터 개인고객부 마케팅팀에서 전행 마케팅 업무를 추진하며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약 8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2009년에는 뉴욕지점으로 발령받아 현지 대출영업 및 관리업무를 4년간 수행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팀 부장으로 발령받아 본격적으로 신한의 디지털 전략을 기획·추진하기 시작했다. 2017년 2개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분리돼 있던 ‘신한 쏠(SOL)’과 ‘써니뱅크’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서 ‘신한 디지털전략통’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지난 2020년 1월 디지털전략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재의 ‘땡겨요’ 사업을 기획했다. 지난해 6월 부서로 승격함과 동시에 O2O추진단 본부장으로 부임했다.
빅테크 확장에 맞서기 위해 출범한 ‘땡겨요’
O2O추진단은 음식주문중개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20년 9월 O2O추진팀으로 출발했다. 이후 3개월 만인 12월 2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6월부터 음식주문중개 배달 플랫폼의 개발에 나서 사업 추진 1년 만에 ‘땡겨요’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 본부장은 “디지털 시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영역을 넘나드는 사업 확장에 맞서 금융이 디지털 기반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이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17조원, 2021년 23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음식주문중개 시장에 주목했다. 엄청난 시장 규모에 비해 독과점 형태의 플랫폼 중심 사업구조로 인해 소비자, 가맹점주, 배달 라이더 각자에게 Pain Point(불만)가 있음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다양한 O2O 서비스 중 배달 앱을 론칭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 본부장은 “높은 중개수수료, 광고료, 데이터 독점, 지속적인 혜택 제공이 없는 것은 플랫폼 경제주체 모두에게 명확한 Pain Point임에도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 ‘땡겨요’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시 한 달 ‘70점’...“비금융 사업 성공 사례 만들 것”
지난해 말 베타 서비스 이후 ‘땡겨요’ 서비스를 출시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났다. 서비스를 사용해 본 가맹점주들은 낮은 중개수수료와 신한은행에서 만든 배달 앱이라는 브랜드 파워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또 주변에도 추천할 만큼 기존 배달 앱과는 달리 소상공인을 위한 차별화된 배달 앱이라는 평가다.
메뉴 선택의 결정장애를 해결해 주는 ‘밥고리즘’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영상까지 게시되는 리뷰를 통해 생동감 있는 음식 정보를 전달하고 주문금액의 1% 리워드까지 주는 ‘맛스타’ 서비스에 대해 ‘기존에 없던 서비스라 신선하다’며 만족해한다.
현재까지 ‘땡겨요’ 서비스에 대해 전 본부장은 70점의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금까지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론칭했다는 점에서 70점을 주고 싶다”면서 “현재는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배달 앱이 처음 시작할 때 겪는 고충이지만 무엇보다 서비스 지역 및 가맹점 확대가 중요하다. 인력 충원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 서울 전 지역으로 확장한 후 경인 지역 및 광역 도시로 진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닌 ‘땡겨요’ 서비스에 대해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배달사업을 통해 기존의 금융에서는 얻을 수 없던 비금융 원천 데이터를 확보하고 금융과 비금융의 융복합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시도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전 본부장은 “‘본업이 아닌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나, 시도하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단 디지털 신한이 나아가야 할 대체 불가능한 미래의 발자취가 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신한의 실천 역량을 발휘해 비금융 사업 진출의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상반기 목표 세 가지...‘땡겨요 마트’까지 넘본다
향후 배달 앱 서비스의 안정화 및 지역 확대를 최우선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O2O 서비스가 확장될 수 있는 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전 본부장은 “이미 출시한 ‘땡겨요 사업자 대출’과 ‘라이더 대출’은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해 개발한 상품”이라며 “향후 적금, 보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올 상반기 목표를 크게 3가지로 설정했다. 첫째는 앱 ‘UX/UI 고도화’를 통해 좀 더 쉽고 편리한 앱을 추구할 예정이다. 소비자 경험을 세심히 관찰해 디자인·사용성을 높이고 핵심 서비스인 맛스타·밥고리즘을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둘째는 ‘서비스 지역의 확대’다. 땡겨요는 서울 내 6개 지역구(강남·서초·송파·관악·마포·광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오픈했으며, 2022년 상반기 중 서울 전 지역 오픈을 목표로 가맹점 모집·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셋째는 ‘플랫폼의 확장’으로 음식주문중개를 넘어 식자재, 생필품 배달이 가능한 생활밀착형 중개서비스(가칭 ‘땡겨요 마트’)를 기획 중이다. 테이블 오더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음식점 예약, 주문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전 본부장은 “친환경 용기 배달, 다회용기 사업 등 ESG 경영 실천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