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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호

포스코·현대제철, 수소 활용에 사활 건다

| 채송무 기자 dedanhi@newspim.com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보고 의무가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등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수소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한국 전체 탄소배출량의 1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입니다. CBAM에 따른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화에도 2026년 도입 전까지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은 없지만 미국과 EU 등의 탄소 저감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빠르게 탄소중립을 이뤄야 하는 상황입니다.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그 가장 큰 무기가 수소환원제철입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기존 철을 만드는 데 쓰였던 석탄 대신 100% 수소를 사용해 직접 환월철을 생산하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제조하는 방식입니다. 기존에 철을 만드는 고로 공법은 가장 효율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합니다. 고로 방식은 석탄과 철광석을 고로에 작업하기 적합하게 덩어리 형태인 코크스와 소결광으로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포스코는 대안으로 가루 형태의 석탄과 철광석을 가공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파이넥스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파이넥스 기술은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키인데요. 파이넥스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 작업과 환원된 철광석을 녹이는 용융 반응을 분리해 환원은 유동환원로에서, 용융과 환원가스는 용융로에서 작업을 하게 됩니다. 포스코는 소결 과정과 코크스 과정 없이 분철 광석과 일반탄을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효율성과 탄소 배출을 줄였습니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핵심은 파이넥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모든 공정을 수소와 전력을 이용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석탄을 이용한 용융로는 전기로로 대체하고, 유동환원로에 공급하는 환원가스는 수소로 대체합니다. 여기에 포스코는 제철 과정에 사용하는 수소 역시 그린수소를 이용할 계획입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탄소 배출 없이 청정하게 만들어진 수소인데요. 전기로에 사용하는 전력도 탄소 배출 없는 재생에너지로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파이넥스 설비를 포스코와 공동으로 설계했던 영국의 플랜트 건설사 프라이메탈스와 수소환원제철 엔지니어링 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하이렉스(HyREX) 시험설비 설계에 착수하는 등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 시험설비는 2026년에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기술 개발을 완료한 후 2050년까지 포항·광양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대한 상용화 검증이 끝나도 기존 공정을 대체해 설비를 전환하고 유동환원로, 전기로 등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건설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함께 대량의 그린수소를 공급할 인프라도 필요합니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탄소중립 전환기의 기술로 고로·전로 등 기존 설비를 활용해 저탄소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공정기술 전략인 저탄소 연원료를 사용하고, 상저취전로·전기로 합탕 등의 방법도 함께 추진 중입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을 통해 저탄소 고급 판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이큐브는 현대제철의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 생산체제인데요.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의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전기로가 기술의 핵심입니다. 현대제철은 신개념의 전기로에 고철과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저탄소 쇳물), 수소환원 DRI(직접환원철) 등을 사용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며 자동차강판 등의 고급 판재류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고로와 전기로 양 부문의 시너지’라는 현대제철의 강점을 바탕으로 수립된 하이큐브는 원료와 공정, 제품 측면에서 탄소 저감 과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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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혁신가 육성하는 윤종영 국민대 교수 “AI가 나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라”

| 김경선 소장 kyoungseon0428@gmail.com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IBM, 야후 등 선망의 대상인 최첨단 IT기업에서 20여 년간 IT 컨설턴트로 활동한 사람이라면 도대체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윤종영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를 소개받고 드는 궁금증이었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판교의 한 사무실에서 윤 교수를 만났다. 인공지능(AI) 기반 스타트업 창업과 육성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AI양재허브센터장도 역임한 그는 현재 판교에서 민간 AI 활용 교육 플랫폼 사업을 지도하고 있다. 늦여름 오후 빗길을 달려가 만난 윤 교수는 IT업계에서 누구보다도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답게 우리 사회가 변화돼 가는 모습을 예측하고 사회의 각 구성원들이 어떻게 준비를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AI도 전기처럼 산업 생태계에 꼭 필요한 하나의 도구가 될 것이라면서 AI 자체의 발달보다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교수로, 스타트업 창업지원가로, 혁신가 양성 프로그램 운영위원으로 수많은 역할을 펼쳐가고 있지만 결국 이러한 활동을 아우르는 것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겠다는 윤 교수의 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 중심의 최첨단 분야에 종사하지만 오히려 답은 인본주의에서 찾고 있다고 할까. AI가 변화시킬 우리의 미래에 대해 스스로 “신중한 낙관론자(Optimist)”라고 답한 윤종영 교수와의 인터뷰는 앞으로 다가올 사회에 대해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적응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시간이었다. “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정신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Q. 너무 다양한 경험을 하셨는데 어떻게 해서 그 수많은 세계적 IT기업들에서 기술 컨설팅을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무엇을 전공하셨는지요. 저는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지금의 LG CNS에서 3년 정도 개발자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가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어서 대학에서 부전공을 헀던 신문방송학 공부 경험을 살려 미국 스탠퍼드대학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과정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영어를 나름 한다고 자부했는데 유학하면서 정말 힘들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선택과목으로 수강한 1학점짜리 컴퓨터 사이언스 세미나 수업에서 외부 강사로 초빙된 현직 IT컨설팅 회사 임원을 만나 IT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수업을 들은 뒤 무턱대고 그분을 찾아가 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죠. 그랬더니 한번 찾아오라고 하더군요. 찾아갔더니 이것저것 묻더군요. 이런 걸 할 수 있느냐? 뭐 이런 질문들이었습니다. LG CNS에서 근무한 경험이 이때 도움이 됐습니다. 주로 그런 걸 해본 적이 있다고 답변을 했죠. 세 번 정도 찾아가서 각각 다른 회사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했고 입사가 결정됐습니다. Taos라는 IT컨설팅 업체였는데 이 회사에는 제가 세 번 입사하는 특별한 인연을 맺었습니다. 다른 회사로 옮겼다가 두 번을 재입사했던 거죠. 저와 많은 인연이 있는 회사였죠. Q. 직접 컨설팅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는지. 처음으로 직접 현장에 나가 일할 때는 정말 무척 힘들었습니다. 과제를 맡았을 때 이런 걸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저의 대답은 “무조건 할 수 있다”였죠. 그러면 언제까지 할 수 있냐고 묻고, 그렇게 큰 프로젝트가 아니면 대강 1주일이라고 답을 하죠. 그러나 사실 처음 접하는 일이 많아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이고 시간은 부족했죠. 그렇다고 모르는 티를 낼 수 없어서 다른 팀원들과 일을 하다가 함께 퇴근을 하고는 다시 회사로 돌아와 혼자 공부하면서 일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처음 1~2년간 그런 생활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3년이 넘어서면서 일이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붙었죠. “자율과 선의의 경쟁 문화, 몸으로 부딪쳐 배워” Q. 미국에서 20여 년 직장생활을 하셨는데 미국 IT업계의 특별한 조직문화가 있는지. 미국 IT업계의 조직문화는 ‘참여’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회의를 하려고 모였을 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 매우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회의에 참석했으면 어떤 발언이라도 해야 기여를 한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한국에서는 회의 때 발언했다가 일을 떠맡을까 봐 말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면 회의에서 배제됩니다. 내 일과 관계없는 것이라도 같은 공간 내에서 일하는 동료에게 상사나 다른 동료가 와서 협의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아무런 코멘트를 안 하면 똑같은 이야기를 나에게 와서 또다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깨 너머 얘기라도 한마디 던지는 것이 낫습니다. 참여가 일상인 분위기죠. 그리고 논의하는 것이 현실성이나 사업성 없는 것도 많지만 그렇게 자유롭게 얘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페이스북에 있을 때 특히 광범위한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 IT기업에서는 일할 때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해 마이크로 매니징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과를 내야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관리자 역할이 힘든 편입니다. Q. 고용계약도 한국과는 다른 점이 있겠죠.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 측에서 계약서를 내미는데 거기에 명시적으로 “아무런 이유 없이도 해고할 수 있다”는 워딩이 쓰여 있었습니다. 제가 외국인이라서 이런 표현이 있는가 해서 차별 아니냐고 했더니 회사 측에서 웃으면서 그렇지 않다고, 모든 근로계약에 다 포함돼 있는 문구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그러했고 일하면서 저는 해고에 대한 걱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그 이후에도 두 번이나 재입사를 했으니 그야말로 일 위주로 공정하게 대우를 받은 것이죠. 미국에서는 이력서에 성별, 나이도 쓰지 않았습니다. 채용되지 않은 사람이 그런 것을 이유로 차별받았다는 주장을 할 소지를 아예 차단한 거죠. “실리콘 밸리 K-그룹 의장으로 활동, 한국학생 도와” Q. 실리콘밸리에서 일만 하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셨던데 그 계기와 취지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 모임인 K-그룹이라고 있습니다. 회원 수가 3000명 가까이 되는 큰 단체입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간 제가 공동회장을 맡아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제가 실리콘밸리에서의 근무 경험을 강연하니 호응이 높았고, 당시 한국에서도 창조경제 붐이 불어 강연 요청이 매우 많았습니다. 한국 대학생들 중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그래서 개별적으로 강연을 하기보다는 한국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함께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기획했고 반응이 좋아 이후 강연투어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한국에 1년에 6번까지 들어오기도 했는데 한국 청년들에게 꿈을 심어준다는 봉사 개념으로 강연을 다녔습니다. “ ‘AI양재허브센터장’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키워” Q. 귀국해서 AI 양재허브센터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데 어떤 일들인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중소기업부가 운영하는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사업인 TIPS타운센터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 때문이었습니다. 센터장을 맡으면서 당시 창업지원자금 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국민대 소프트융합대학에서 강의를 맡았는데 처음부터 교수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보람이 많아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그리고 서울시가 운영하는 AI 양재허브센터장을 맡아 AI 기반 창업 기업을 지원한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거기서 제 역할은 일종의 스타트업 학교 교장 같은 것인데, 스타트업 생태계가 좀 더 내실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투썬 AI스쿨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투썬 AI스쿨은 기업 임직원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AI 활용 교육을 하는 곳인데 이곳 역시 AI 기반 기업생태계 확산에 기여하는 곳이죠. “혁신가를 키워내는 것이 내 일의 핵심가치” Q. 지금까지의 일들이 다 일맥상통하는데, 본인 활동을 관통하는 핵심가치가 있다면. 어려운 질문인데,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지만 결국 이 분야로 와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참여하는 기관 중에 TEU(TIDE Envision University)라고 있습니다. ‘미친 이노베이터를 위한 학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 10년에 10억명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혁신가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TIPS타운센터장, AI양재허브센터장, TEU 활동, 이러한 모든 활동이 결국 혁신가를 키워내고 혁신기업이 성장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역할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AI로 대표되는 기술혁신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AI는 도구입니다. 전기나 마찬가지죠. 과거 전기가 없던 시절에 비해 전기는 엄청난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됐습니다. AI 역시 활용할 줄 알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편리한 것이죠. 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AI가 여러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여러분을 대체하게 됩니다. 배워서 AI를 활용할 준비를 하면 됩니다.” Q. 그럼 기술 변화에 대해 옵티미스트(낙관주의자)로 봐도 되겠군요. 저는 그냥 낙관주의가 아니라 신중한 옵티미스트라고 해야겠죠. 준비된 경우만 낙관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웃음). “AI 발달로 코딩 능력보다 기획력이 더 중요한 때” Q. 미국 경험을 토대로 현재 한국 교육에 관해 말씀해 주신다면. 한국에서 이과와 문과 구분이 있고 문송(문과라서 죄송)이라는 말도 있다는데, 저는 문송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 못하겠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개발자로 활약하는 분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점점 발달할수록 개발능력보다 기획력이 더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서는 ‘Low code, No code tool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개발능력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 수요자가 누가 될지, 고객의 수요는 무엇인지,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될지 예측하고 분석하는 기획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문과생다운 상상력이 더 큰 역할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배우고 준비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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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2015년 8%→올 상반기 43.7%... 중국 로봇시장 로컬 점유율 급상승

‘중국제조2025’ 국가 지원 속 비약적 발전 10년 전만 해도 외국 브랜드 일색, 지금은 50% 육박 고부가 제품·부품에서는 여전한 기술 격차 |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ys1744@newspim.com 중국은 세계 최대 로봇시장이다. 산업용 로봇도, 서비스용 로봇도 세계 최대 시장이다. 국제로봇연맹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 53만 유닛 중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의 전 세계 로봇 설치량은 9년 연속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국제로봇연맹은 로봇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이 2021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5번째로 자동화 정도가 높은 국가에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2021년 중국의 제조업 근로자 수 대비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1만명당 322대로 집계됐다. 1위인 우리나라는 1000대, 2위 싱가포르는 670대였다. 중국 신화통신은 2022년 말 기준 중국의 해당 수치가 392대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로봇산업은 올해 역시 성장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22만2000 유닛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서비스 로봇 생산량 역시 353만 세트로 9.6% 늘었다. 공업정보화부는 “안정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 로봇 산업이 세계 로봇 산업 발전을 이끄는 ‘역군’으로 활약 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해 중국 내 전체 로봇 산업의 매출은 1700억위안(약 30조77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2015년 대비 10배 증가한 규모다. 또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의 생산량이 각각 44만3000 유닛, 645만8000 유닛에 달했다. 2015년 중국 업체 점유율 고작 8% 그동안 중국의 로봇시장은 외자기업들의 독무대였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건설할 때 자국 공장에서 구매해 사용해온 검증된 산업용 로봇을 그대로 발주했다. 중국 내 로봇 업체에는 공동 개발할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일본의 화낙(FANUC), 엡손(EPSON), 야스카와, 야마하, 가와사키, 나치, 미쓰비시 등 7개 업체와 스위스의 ABB, 독일의 쿠카(KUKA) 등이 중국 시장을 주도했다. 이들 9개 업체 중 화낙, 야스카와, ABB, 쿠카를 중국의 산업용 로봇 업계에서는 ‘빅4’로 칭한다. 쿠카는 중국의 가전업체 메이디(美的)가 2017년 인수했다. (본 기사에서 쿠카의 점유율은 중국 로컬 브랜드 점유율에 산입하지 않았음) 중국 로봇산업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공업용 로봇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은 8%에 불과했다. 화낙 18%, 쿠카 14%, ABB 13.5%, 야스카와 12%로 빅4의 점유율 합계가 57.5%에 달했다.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8%에 불과하기도 했지만,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감속기와 컨트롤러 등은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했다. 2016년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은 9.7%로 소폭 증가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제조2025’ 비전을 발표하면서 로봇을 10대 핵심 사업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국가재정을 아낌없이 투자해 로봇 기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 정부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점유율이 상승했다. 올 상반기 점유율 43.7%, 5배 이상 상승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려간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은 지난해 36%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의 공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은 화낙이 15%로 1위였다. 야스카와, ABB, 쿠카가 각각 약 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빅4의 점유율은 40%에 달했다. 엡손이 7%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했다. 중국 브랜드인 아이스둔(埃斯顿)이 6%로 6위, 후이촨(汇川)이 5%로 7위였다. 일본 야마하가 4%였고, 가와사키가 3%, 중국 아이푸터(埃夫特)가 2%의 점유율로 10위에 랭크됐다. 10위권 업체 중 중국 업체가 3곳을 차지했다. 일본 업체가 5곳, 독일과 스위스 업체가 각각 1곳이었다.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16년 8%에서 2022년 36%로 6년 만에 28%포인트(p)가 상승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인 MIR루이(睿) 공업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로컬 브랜드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으며, 외국 브랜드는 11% 하락했다. 루이데이터는 수요가 부진한 시장 환경에서 로컬 브랜드는 가성비를 내세워 일부 영역에서 맞춤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상반기 로컬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43.7%로 지난해 점유율 대비 무려 7.7%p 증가했다. 상위 10개사에 아이스둔, 후이촨, 아이푸터 등 3곳의 로컬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중국 로컬 업체 중 1위인 아이스둔은 화낙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이스둔은 2019년 처음으로 10위를 기록했다. 이어 2020년 8위, 2021년 7위를 거쳐 2022년 6위까지 올랐으며, 올해 상반기 2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 @im3 핵심 제품·부품 국산화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 산업용 로봇은 로봇 핵심 구조에 따라 대형 6축로봇(20kg 이상 600kg 이하), 소형 6축로봇(20kg 이하), 수평다관절(SCARA)로봇, 델타로봇, 협동로봇으로 나뉜다. 이 중 대형 6축로봇의 지난해 중국 국산화율은 17%에 불과하다. 소형 6축로봇의 경우 국산화율은 37%, SCARA로봇은 31%, 델타로봇은 74%, 협동로봇은 80%다. 지난해 산업용 로봇 판매액 중 35%가 대형 6축로봇이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대형 6축로봇의 국산화율이 가장 낮은 셈이다. 이 로봇은 주로 자동차 공장에 사용된다. 대형 6축로봇이 수행하는 조립, 용접 공정은 높은 정확도와 안정성을 요구하며,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빅4’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중국 업체로는 아이스둔이 1위 업체로 대형 6축로봇 시장 점유율 8%를 차지하고 있다. @img4 자동차 공장용 로봇은 로봇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 간에 접착력이 강하다. 로봇 업체는 완성차 업체와의 소통을 통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며, 완성차 업체 역시 로봇 업체의 제품 성능을 고려해 공정을 설계 혹은 재조정한다. 완성차 업체가 기존의 로봇 업체를 다른 업체로 바꾸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국 업체들이 외국 업체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중국 업체에 기회가 생겼다. 중국 로봇 업체들은 외국 기업이 주목하지 않았던 태양광과 2차전지 공장용 로봇을 개발해 왔다. 때문에 이 분야에서의 국산화율이 비교적 높다. 최근 전기차 생산은 2차전지 공정과 융합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로컬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다. 전기차 공장이 지속적으로 건설되면서 대형 6축로봇 1위 로컬 업체인 아이스둔의 점유율이 높아졌다. 기술적인 진보도 이뤄지고 있다. 중국전자학회 국제협력센터 왕환(王桓) 주임은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특허 신청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여러 해 동안 중국이 신청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쟁력은 외자 기업에 비해 낮다. 왕 주임은 “감속기, 컨트롤러, 제어 알고리즘 등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및 기술의 국산화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며 “중국 로봇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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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호

“스마트폰 구겨서 쓴다” LGD의 ‘스트레처블’ 기술이란

탄성·신축성 소재 기판 활용...‘주름’ 형성이 기술 핵심 ‘신축성 전극재료’ 통해 기판에 전도성 물질 코팅 주변 상황에 맞춰 옷의 디자인·색깔 바꿀 수도 | 이지용 기자 leeiy5222@newspim.com 주머니에서 구겨진 스마트폰을 펼칩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다시 주머니에 구겨 넣습니다. 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우리 생활에 접목됐을 때의 모습입니다. 스트레처블이란 ‘잘 늘어난다’는 뜻으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등 유연한 재료를 활용해 구부리고 말고 늘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롤러블, 폴더블, 커브드 등 디스플레이 종류 중 가장 발전된 형태입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은 물론 웨어러블 기기, 의류, 가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했습니다. 12인치 화면이 14인치까지 신축성 있게 늘어나는 동시에 일반 모니터 수준의 고해상도, RGB 풀 컬러를 모두 구현해 냈습니다. 우선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탄성과 신축성을 갖춘 소재를 디스플레이 기판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주름’을 형성해 탄성과 신축성을 극대화합니다. 주름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실리콘 나노 리본’을 매우 얇은 막인 박막 형태로 제작해야 합니다. 이를 미리 당겨진 탄성체 기판에 적용, 주름을 형성해 기판의 신축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또한 변형 없이 처음부터 주름이 잡힌 실리콘 기판 위에 탄성체 기판을 형성, 주름진 신축성 기판을 구현하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신축성 전극재료’를 통해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탄성물질과 전도성이 높은 물질을 혼합해 탄성체 전도성 재료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전극이란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는 전도체입니다. 이 방법은 기존의 공정을 그대로 적용해 집적화 공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습니다. 유연성·신축성이 우수한 유연 재질의 표면에 전도성 높은 금속과 전도성 물질을 사용하는데, 통상 실리콘 탄성체 중 하나인 유기규소화합물(PDMS), 실리콘 고무 등의 유연성을 가진 기판 표면에 탄소나노튜브(CNT), 은나노와이어(AgNW) 같은 전도성 물질을 코팅합니다. 이처럼 유연성을 가진 탄성체에 전도성 물질을 결합하면 신축성과 전도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높은 변형률(Strain)과 높은 전계 발광(EL)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계 발광은 고체에 전기력을 가해 빛을 내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신소재를 활용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우리 주변의 환경들을 크게 바꿔놓을 전망입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섬유로 구현되면 우리가 매일 입는 옷들의 디자인과 색깔을 주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바꿀 수 있습니다. 또 작업 현장 등 특수한 용도의 작업복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을 구부려서 간편하게 휴대하거나 몸과 피부 등에 직접 부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탄생될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에 이 같은 웨어러블 소자 및 기기가 중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앞으로의 IoT 시장을 이끌어갈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024년까지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장비, 소재 기술 완성도를 더욱 높일 계획입니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는 “스트레처블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고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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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문화대로’ 만드는 이용해 변호사 “창의성은 내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

| 김경선 소장 kyoungseon0428@gmail.com 유쾌하고 씩씩한 이용해 yh & co 대표를 만난 건 장마 예보 속에서도 쨍쨍하게 맑은 여름날 오후였다. 현직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이면서 전직 sbs PD, 국내 최대 콘텐츠 제작업체 드라마 제작자, 예능 전문 독립 콘텐츠 제작업체 창업자였던 이 대표는 화려하고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답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86학번으로 당시 인문계 대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들어가기 어려웠던 공중파 방송의 PD로 10년 경력을 쌓은 후 갑자기 신생 콘텐츠 제작기업으로 옮긴 이야기, ‘올인’, ‘주몽’, ‘불새’, ‘거침없이 하이킥’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초록뱀미디어에서 제작기획자로 일한 이야기, 45세 늦은 나이에 로스쿨에 들어가 20년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세계 최대 플랫폼 업체인 넷플릭스 한국지사에서 전담 변호사로 일한 이야기 등등 모든 얘깃거리가 흥미진진했다. 남들은 한 번도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이용해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그 역할은 바꾸어 왔지만 그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창작에 대한 욕구, 창작자를 지켜주고 싶은 욕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원의 한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용해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내내 즐겁고 재미있었다. 콘텐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에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서 그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법률 관련 에피소드들을 전문으로 기획 제작하는 콘텐츠 회사를 다시 한 번 창업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야말로 삶을 사랑하고 스토리를 사랑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크리에이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PD, 콘텐츠 제작자, 변호사...재미있어서 일했다” Q. 다양한 직업을 가지셨다. 본인 직업의 변천사를 얘기해 준다면. 대학을 졸업하면서 당시 인문계 대학생에게 가장 선망의 대상이었던 방송국에 들어갔죠. sbs에서 제작본부 예능PD가 되어 연출자로 10년간 일했습니다. ‘이홍렬쇼’, ‘좋은 친구들’ 등 여러 작품을 연출했습니다. 드라마를 연출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는데 그무렵 드라마PD 선배 2명이 초록뱀미디어를 창업하면서 창업멤버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공중파 외에는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방송국은 독립 콘텐츠 제작자보다 월등히 우위에 있던 시기였죠. 그만큼 위험 부담도 있었고요. 그러나 창작에 대한 열망이 더 컸고 돌이켜보면 초록뱀미디어 재직 기간은 정말 원없이 일했던 시기였어요. ‘올인’, ‘주몽’, ‘불새’, ‘거침없이 하이킥’ 등 많은 히트작을 냈죠. 40세가 넘어가면서 콘텐츠 기획, 제작, 배급 전 과정에 무수히 많은 법적 쟁점이 발생하는데 법조계는 콘텐츠 시장을 너무 모르고, 콘텐츠 업계 사람들은 법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45살에 로스쿨을 들어갔습니다. 법 공부를 처음 하면서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후배이자 동기들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Q. 초록뱀미디어에서 제작자로 15년간 일하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제작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창의력 또는 기획력과 추진력입니다. 드라마 제작자는 기획부터 감독과 배우 섭외, 플랫폼 업체와 협상을 통한 편성권 확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작비 마련을 위한 파이낸싱까지 해야 합니다. 일단 될 만한 작품을 선정하는 기획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제는 드라마나 예능이 해당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OST 판매나 뮤지컬 등 2차적 저작물 시장도 커지고 있어 비즈니스 능력 또한 중요합니다. 법률가가 되고 보니 성공하는 제작자는 이러한 능력 이외에도 제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에 대해 잘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드라마 제작과정 전체에 법적 쟁점 넘쳐나 ” Q. 지금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콘텐츠 시장의 저작권 관련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는데 주된 업무 중 하나가 프로덕션 리걸 서비스(Production Legal Service) 업무입니다.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 전체 단계, 즉 작가 등 주요 크리에이터와의 계약, 플랫폼 업체와의 계약은 물론이고 스크립트상의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문제, 촬영 과정에서의 촬영장소 허가나 상표·초상권 문제, 편집 단계에서의 다른 저작물 이용 등 제작환경 전반에 있어서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검토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을 합니다. 제작자를 위해 계약서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만들어진 계약서를 검토해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XO, Kitty’의 경우 한국 촬영과 관련된 제작 전체 과정을 함께 진행했는데 스크립트상 대사 중에 특정 항공사에 대한 컴플레인이 과장되게 들어간 장면이 있었어요. 명예훼손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 바로 수정 제안을 했죠. 또 외국 국적 교포3세 출연배우의 국내 체류기간이 일정 기간을 초과하면 병역법상 징집될 소지도 있어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촬영 과정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초상권 문제 및 촬영의 배경이 되는 저작물의 저작권 이슈에 대한 컨설팅도 제 업무의 하나입니다. “작가, 감독, 제작사에 공정한 대가 가게 해야” Q. 대형 로펌을 나와 소규모 법률사무소를 만드신 건데 굳이 나올 이유가 있었는지. 변호사 생활을 처음 화우에서 시작했고 화우에서는 내 특별한 경력을 고려해서 넷플릭스에 파견을 보냈어요. 넷플릭스 전담변호사로 일하면서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자와 체결한 계약서는 제가 다 검토했죠. 글로벌 플랫폼에서 일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어요. 이렇게 거래의 기본 틀을 만든 것은 의미가 있었지만 글로벌 플랫폼과 주로 일을 하다 보니 이해관계 충돌 문제로 독립 제작사나 감독, 작가 개인을 위해서는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창작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던 제 희망을 펼치고 싶어서 다시 틀을 깨고 나왔습니다.(웃음)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 지식재산권 관련 컨설팅 업무가 있어요. 일종의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 업무도 창작자들에게 가장 보상이 커지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예능PD라고 하는 김태호 PD가 독립해 운영하는 제작사가 있어요. 작품을 하나 만들 때 김태호 PD에게 제작 과정에서 50% 이상의 지분 참여 방식을 제안하는 플랫폼과의 계약보다는 제작사가 지식재산권(IP)을 100% 가지는 방식으로 추진하라고 조언해 주었죠. 요즘은 선방영권을 주는 First Look Option Agreement 방식으로 초기 자금 조달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분까지 넘겨주면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거죠. 콘텐츠에 경쟁력이 있다면 이러한 방식이 크리에이터에게 훨씬 더 많은 보상을 가져다 주고 콘텐츠 시장을 더 공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창작자를 위한 수호자”가 되고 싶어 Q.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핵심적 가치가 무엇인지. 과거에는 직접 제작을 하는 크리에이터였죠. 지금은 크리에이터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크리에이터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추구하면서 살아왔지만, 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핵심 가치는 결국 창의력, 창의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좀 거창하게 얘기하면 창작자를 위한 수호자(guardian of creativity) 역할을 하고 계신 거네요. 그런가요?(웃음) 제 역량이 닿는 대로 창작자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K-콘텐츠가 인정받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 내게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의 가장 큰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AI 시대엔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 가진 인재가 필요” Q. AI 시대 지식재산권 분야 시장 확대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인공지능 발전은 정말 급속도로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콘텐츠 시장은 정말 엄청 팽창할 것으로 봅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온 생산성 향상은 결국 인간의 근로시간을 줄일 것이고 그만큼 여가 시간을 늘려줄 것입니다. 그 여가 시간을 잘 보내는 데 가장 비용이 저렴하게 들고 누구나 보편적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드라마, 예능, 영화 같은 콘텐츠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분야에 더 많은 인재들이 활약해야 할 것이고 지식재산권 분야의 중요성도 커질 것입니다. 법률 전문가 수요도 늘어날 겁니다. 국내 저작물의 글로벌 배급 단계에서 최근 미국의 에이전시들은 타인의 지식재산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없도록 보장하는 Chain of Title(권리의 이전이나 이용 허락에 관한 문서들)을 요구합니다. 전문 법률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할 이유죠. Q. 인문학을 전공하는 MZ세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결국 프로그래밍이나 코딩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인간의 상상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프로그래밍은 표준화되고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지만 어떤 서비스를 창출할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하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에 달려 있죠. 사실 일을 하다 보면 법조인으로서 법학만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학부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느낍니다. 물론 공부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계약서는 사실 90%가 정형화·표준화돼 있습니다. 10%의 차이가 의미 있는 결과의 차이를 가질 수 있는데 인문학을 공부하고 직접 창작을 해본 나는 그 10%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을 통한 공감과 상상력이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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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日이 장악한 태국 車시장에 中 도전장 "태국 찍고 동남아 제패" 야심

비야디, 상하이차, 광저우차 등 속속 태국 투자 발표 태국은 동남아 자동차 허브, 현재 전기차 육성에 사활 日이 80% 이상 장악한 태국, 中 전기차로 돌파 계획 |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ys1744@newspim.com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태국 자동차 시장에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태국은 동남아 지역의 자동차 허브 국가다. 중국은 태국을 기반으로 동남아 지역의 자동차 시장까지 넘본다는 목표다. 태국에 ‘철옹성’을 구축한 일본 업체들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낸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이지만, 그들 앞에 놓인 시장 환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최근 들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태국 진출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比亞迪)는 태국의 주요 자동차 생산기지인 라용에 공장 건설을 착공했다. 2024년 완공될 예정이며, 연간 생산량은 15만대 규모다. 이를 두고 왕촨푸(王傳福) 비야디 회장은 지난 8월 4일 중국·아세안 신산업 포럼에서 “비야디의 첫 번째 해외 승용차 생산기지가 태국에 건설된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이어 지난 4월 창안(長安)자동차는 2억8500만달러를 투자해 태국에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같은 달 상하이자동차도 태국에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5월에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인 네타(NETA, 중국명 너자, 哪吒)를 운영하는 허중(合衆)그룹이 태국 업체와 협력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부터 네타V 모델을 태국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창청(長城)자동차는 2020년 태국 라용에 위치한 GM 공장을 인수한 뒤 6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CATL, 펑차오(蜂巢)에너지 등 중국 2차전지 업체들도 태국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태국 총리부는 올해 상반기 발표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 총액은 14억40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이들 중국 자동차 업체가 계획 중인 공장들이 모두 완공되면 연간 생산능력 합계는 5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50만대는 태국 내수시장의 50%를 상회하는 규모다. 일본이 장악한 동남아 자동차 허브 태국 태국은 연산 200만대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보유한 동남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가다. 태국은 2022년 기준 세계 자동차 생산 10위 국가다. 자동차 강국인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능력은 약 400만대로 지난해 세계 5위였다. 태국은 지난해 자동차 188만대를 생산해 100만대를 수출했다. 2021년에는 168만대를 생산해 96만대를 수출했다. 생산량 절반이 해외로 수출되는 셈이다. 태국의 주요 자동차 수출국은 호주, 필리핀,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이다. 태국 내수판매량은 일본계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판매 1위부터 5위까지가 토요타, 이스즈, 혼다, 미쓰비시, 마쓰다로 모두 일본 업체들이다. 토요타는 점유율 34%, 이스즈가 24%로 양사 점유율 합계는 50%를 상회한다. 일본 업체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80%가 넘는다. 태국에는 자국의 로컬 브랜드가 없다. 태국 국민이 애착을 가지는 브랜드도 없다시피 하다. 가성비 높은 실속 차량의 판매량이 높다. 태국 소비자들은 중국 브랜드 등 새로운 브랜드들을 생소하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태국은 자동차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부품업체들도 많고, AS망도 촘촘하다. 주요 부품 통관 등 수입 절차가 비교적 간편하며 수출도 용이하다. 여러 국가와 상호 관세면제협정을 체결했을 뿐 아니라 주요 경제대국과의 관계도 좋다. 중국은 태국에 공장을 건설해 무역장벽을 넘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 태국 정부, 전기차 산업 육성에 사활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 전기차 산업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다. 2015년 태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태국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이 노후화돼 몰락하지 않게 하려는 차원에서 비교적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 왔다. 자동차 산업은 태국의 GDP 공헌율이 12%로 관광업(20%)에 이어 2위다. 태국은 2020년에 이른바 ‘3030정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의 전체 자동차 생산량 비중을 30%로 끌어올리는 것이 정책의 골자다. 이를 위해 전기차에 보조금 정책을 채택하고 지난해 8월부터 전기차 구매자에게 1대당 7만바트(약 26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구매자에게 부과되는 소비세 8%를 2%로 낮췄다. 도로세의 80%도 감면해 준다. 전기차와 전기차 부품에 대한 수입세를 면제하고, 50억바트(약 1900억원) 이상 투자하는 전기차 업체에는 토지 영구 보유와 법인세 8년 면제 조치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태국의 자동차 업체에 대한 요구사항은 단 한 가지다. 태국에 전기차 공장을 세워 2025년 말까지 수입물량 대수만큼의 전기차를 생산하라는 것이다. 태국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이어 전기차 분야에서도 동남아 지역의 허브국가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붐, 중국 기업 싹쓸이 태국의 보조금 정책이 발효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태국에 전기차 붐이 일었다. 이 전기차 붐의 수혜는 고스란히 전기차 분야에서 앞선 중국 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2022년 태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1만3454대로 전년 대비 588.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엔 3만1700대를 기록했으며 이 중 비야디가 1만1200대로 1위, 네타가 5955대로 2위였다. 상위 10개 브랜드 중 중국계가 8곳을 차지했다. 판매량의 80%가 중국 업체다. 태국 시장에 진출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비야디와 네타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비야디의 ATTO3, 네타의 네타V, 창청기차의 오라(ORA) 등의 차종이 인기가 높다. 올해 하반기 중국 전기차의 태국 판매 전망도 밝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중국은 태국에 전년 대비 140% 증가한 6만9000대의 자동차를 수출했으며, 이 중 6만6000대가 전기차였다. 수출물량이 많은 것은 현지 계약고가 높음을 반영한다. 네타 해외시장 담당자는 “동남아,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지역에 진출해 있지만 태국에서의 판매량이 가장 좋다”고 소개했다. 순풍에 올라탄 중국車, 성공 전망은 아직 일러 결국 일본계 브랜드들의 철옹성인 태국 시장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중국이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태국 시장에 안착한다면 동남아 시장에 중국 자동차 붐을 일으킬 수 있다. 아직까지 분위기는 좋다. 중국의 전기차 경쟁력이 일본에 한 수 앞선 상황이며, 태국 정부가 전기차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제품들의 현지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 업체들이 태국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본계 브랜드들과 경쟁을 치러야 한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1960년대부터 태국에 진출해 완성차 공장을 건설하고 공급망을 확충해 왔다. 중국 내 전문가는 “중국 업체들은 시장 진출 초기 많은 어려움에 맞닥뜨릴 것”이라며 “일본계 업체들의 판매망과 부품공급망이 뿌리 깊고, 50년 이상 축적된 막대한 이익공동체 네트워크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고민거리다. 2022년 말 기준 태국에는 1239개 충전소와 3746개 충전기가 있을 뿐이다. 또한 태국 일부 지역은 전력망이 불안정하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일본 업체들을 따돌리고 태국 시장에 주도적 업체로 올라선다면,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동남아 시장을 석권할 교두보를 움켜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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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호

미래 이동수단인 도심항공교통, 기술적으로는 이미 '만사 OK'

| 채송무 기자 dedanhi@newspim.com 백투 더 퓨처’ 등 여러 영화에서 대표적인 미래 이동수단으로 그려졌던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언제 가능할까요. 기술적으로는 당장 가능하다가 답입니다. 그러나 언제 상용화될지는 안전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인프라 여부에 달려 시간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상용화를 위한 정부 실증 사업이 8월 중 시작되고 관련 스타트업의 시제기 개발 등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UAM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8월부터 한국형도심항공교통 실증사업(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실증에 나서는데요. 1단계 실증을 통과한 컨소시엄은 내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수도권에서 2단계 실증에 나설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UAM 상용화가 멀지 않은 것입니다. UAM 상용화까지는 아직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지만 현재 기술로도 문제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선진항공모빌리티(AAM) 관련 스타트업인 디스이즈엔지니어링의 홍유정 대표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상용화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제 시스템도 이미 자체 개발해 배달에 나서고 있다. 개발보다 안전성 인증에 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누가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eVTOL(전동수직이착륙)을 개발하느냐는 상용화를 앞당기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입니다. 현재는 미국, 영국, 독일, 중국 등의 스타트업이 개발을 주도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 각국에서 개발 중인 eVTOL 개념에는 ‘멀티로터’, ‘리프트&크루즈’, ‘틸트로터’ 등이 있는데요. 각각의 개념에는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멀티로터’ 기체는 여러 개의 로터를 활용해 수직 이착륙, 추진, 회전 및 호버링(정지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인데요. 간단한 구조에 제어가 간편해 활용도가 높고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비행체의 속도가 느리고 순항 효율이 낮아 비행 시간과 거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제조사들이 차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틸트로터’ 기체는 이착륙 시에는 로터가 지면과 수직 방향으로 향해 추진력을 내고, 순항 시에는 로터가 90도 펴져 수평 방향을 향해 추진력을 내는 방식인데요. 비행 속도가 빠르고 비행 거리도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동성이 떨어지고 안정성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와 함께 구조가 복잡해 제작 및 유지 비용이 높고, 추가적인 기계적 하중이 추가되며 멀티로터 대비 민첩성 및 기동성이 떨어져 빌딩풍에 취약한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eVTOL도 이 틸트로터 구조를 차용하는 등 많은 제조사들은 이 방식으로 단점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프트&크루즈’ 개념은 이착륙 시에는 수직 방향의 고정 로터를 활용하고, 순항 시에는 수평 방향의 고정 로터를 각각 사용하는 구조인데요. 멀티로터와 틸트로터의 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지만 개발이 용이한 장점도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공공기관 중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고, 대기업 중에는 한화시스템이 지난 2019년부터 미국 ‘오버에어’와 기체 ‘버터플라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정부의 2025년 실증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준비 중이며, 올해 10월에 있을 공군 무기 전시회에서도 군용 UAM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현대자동차도 자동차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섰는데요.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아직 구체적인 시제기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과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K-UAM 그랜드챌린지 단일 분야에 참여하는 플라나는 최근 국내 소형항공운송사업자 하이에어에 자체 개발 중인 선진항공모빌리티 하이브리드 항공기 ‘CP-01’ 30대를 공급하는 구매의향서와 AAM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디스이즈엔지니어링(TIE)은 비행기 제어 원천기술 및 항공기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5인승 eVTOL 비행체인 ‘시프트 컴슨’ 시제기를 만들어 이르면 10월 시험 비행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시프트 컴슨’은 최고속도 330km/h, 비행거리 280km 이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멀티로터와 틸트로터 개념의 단점을 보완해 순간 제어 반응 및 기동성, 회전 반경, 제동거리 등 탑승자 안전과 관련한 기체 성능을 높였다는 설명입니다. 홍유정 대표는 “어떤 상황이 되어도 비행체가 이를 인지하고 회피하며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우리의 시제기가 상용화에 가장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UAM 상용화의 가장 큰 열쇠로 ‘이게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인식 개선과 고전력이 필요한 충전 인프라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현재 각국의 법 체계도 UAM 관련 내용이 없어 항공법의 규제를 받으면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생긴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UAM은 아직은 개발 단계이므로 실제 운용에 들어가면 무수히 많은 문제가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도심에서 날아다니는 개인 이동수단을 생각보다 빨리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 첨단 기술이 어느새 우리 앞에 바짝 다가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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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통상 전문가’ 유명희 서울대 교수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로 듣고 말하고...늘 공부해야 하는 삶, 그래도 행복”

| 김경선 소장 kyoungseon0428@gmail.com 이른 여름 장마가 시작된 6월의 늦은 날, 세찬 비를 뚫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마주앉은 유명희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는 산뜻한 자주색 정장 차림에 당당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30년을 알고 지낸 지인이지만 한결같은 성실함에다 겉으로 화려해 보여도 끊임없이 긴장해야 하고 한순간도 공부를 내려놓을 수 없는 통상전문가의 삶을 계속해 오고 있는 그의 강한 의지에 인터뷰 내내 저절로 감탄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의 휴대폰에는 Economist, Financial Times 같은 경제지뿐 아니라 외교 관련 전문지, 반도체·2차전지 등 산업의 흐름을 공부하기 위한 채널 등이 잔뜩 깔려 있었다. 50대 중반의 나이이고 그동안 이루어온 것을 생각하면 이제는 적당히 누리고 살고 싶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세계 경제의 흐름과 통상 이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도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하고 있다는 유 교수를 보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통상전문가로 자리 잡은 것이 우연이 아님을 실감했다. 녹음이 짙은 서울대학교 교정에서 마주앉은 그는 그야말로 통상 분야의 ‘작은 거인’이었다. “美 통상압력 국가 핫 이슈...해결에 동참하고파” Q. 공직생활의 처음은 통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아는데, 통상업무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제가 공무원을 시작한 무렵인 1992년은 다자무역체계를 확립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시기로 통상 문제가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어젠다 중의 하나였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어렵지만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돼서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각 부처의 일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총무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통상업무를 담당하는 통상산업부로 자원해 옮겼습니다. 당시 통상산업부에서도 여성 통상전문가를 키우겠다며 각 부처 여성 사무관 중에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당시 미국 통상교섭본부(USTR)의 대표였던 칼라 힐스의 영향력이 컸습니다. 칼라 힐스 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관련 부처의 장관들과 면담하면서 강하게 압박하던 모습이 전 국민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한국도 남성 일변도였던 통상 전문 분야에 여성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통상산업부에서 “한국의 칼라 힐스”를 키우겠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그 용어가 저에 대한 수식어로 내내 따라다닌 것 같습니다. “통상을 하려면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줄 알아야” Q. 통상전문가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요. 통상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디테일에만 치중해서도 안 됩니다. 통상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법적 지식을 갖춰 국제 분쟁처리절차에 대응해야 하고, 농산물이나 공산품 등 품목별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당 품목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잘 알아야 합니다. 국제 통상 흐름을 예측해 나갈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큰 숲을 볼 줄 아는 전략도 있어야 합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어느 후보가 이길 것인가를 단순히 예측하기보다는 우세 후보가 있다면 해당 후보가 우세하게 된 미국 사회 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볼 줄 알아야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러스트 벨트로 일컬어지는 지역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사전에 짚어볼 수 있었고, 그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가 단순한 공약이 아니라 진짜 실행에 옮겨질 수 있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재협상을 미루는 지연 전략을 쓰기보다 신속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고, 개정사항을 최대한 좁혀서 가장 효율적으로 협상을 타결하고 한미 교역투자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멕시코·캐나다와 미국 간의 USMCA나 미국과 일본 간에 진행된 미일 무역협정의 경우 더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평가에 비하면 효과적인 대응이었다고 하겠습니다. Q. 국제통상업무를 하면서 언어장벽이나 잦은 해외출장에 따른 어려움은 없었는지. 어느 나라에나 통상업무가 중요한 일이겠지만,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중요하면서도 쉽지 않은 것이 통상업무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제조강국이지만 동시에 농수산 부문의 민감성을 가지고 있어 국내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국제 무대에서 언어나 문화적으로 우리와 같이 묶이거나 같은 경제공동체에 속한 나라도 없어서 우리 상황에 필요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요. 그 점은 대한민국 통상전문가들의 숙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허들 중 하나가 바로 언어 문제입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초·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한국에서 공부한 순수 국내파인 저에게는 영어는 매일 듣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였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 협상을 앞두고 최소 1주일 전부터는 집에서 가족과 대화할 때도 영어만 쓰기도 했습니다.(웃음) 그리고 협상이 시작된 후 예측불가한 상황도 종종 발생합니다. 한번은 미국에서 진행된 협상이 당초 1주일을 예상했는데 3주를 넘기게 되어 출장 중에 계절이 바뀌어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 옷을 인편에 보내 달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협상은 상호작용...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돼” Q. 통상전문가로서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앞에서도 말씀드린 대로 국가 간 통상협상을 앞두고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해당 산업 분야의 우리나라 실태, 강점과 약점, 상대국의 해당 산업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국의 정세, 세계 경제의 흐름 등을 모두 파악해서 준비해야 합니다. 협상 과정은 한마디로 탁구 경기처럼 상대의 공이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외교적인 수사로 정해진 대화만 주고받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협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협상단이 구성되고 맡은 파트마다 협상책임자들이 있어서 우리 협상단 내 협업과 신속한 정보교환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약하자면, 평소 지속적인 공부를 통한 철저한 준비,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력, 그리고 협업하는 자세가 성공적인 협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 하겠습니다. Q. 통상전문가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앞서 얘기했던 트럼프 정부 때 한미 FTA 협상이 우리의 전략적, 적극적 대응으로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타결된 건이 보람 있었습니다. 또 제가 통상교섭본부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8년을 끌어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마무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협정은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관세장벽을 철폐하고 서비스 시장을 추가 개방한 FTA로, 협정 체결 결과 전 세계 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가 출범하게 되는 큰 의미를 지닌 것이었습니다. 협상이 본격화한 2019년과 2020년 정상 간 협정 체결 직전 마무리 과정에서 장관회의만 16차례를 가졌고, 그 기간에는 참여 국가의 통상장관들과 함께 한 식사가 남편하고 식사한 것보다 더 많았다고 농담할 정도로 자주 만나고 오랫동안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협상 타결 막바지에는 실무자 배석 없이 장관들끼리 회담 장소도 아닌 곳에 모여앉아 밤을 새우다시피 문구를 다듬은 일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 당시 함께 협상했던 통상장관들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WTO 사무총장 선거, 한국 위상 강화에 도움” Q. 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아쉬운 점은 없는지. WTO 사무총장 선출 기간에 164개 회원국 중 100명이 넘는 통상장관들과 만나거나 통화를 했습니다. 후회 없이 뛰었고 미국 USTR(무역대표부)에서는 “통상 분야에서 뛰어난 역할을 해온 진정한 통상전문가”로 저를 평가하고 공식 지지 선언까지 해주었죠. 특별한 지역적 지지 기반 없이 시작해 최종 2인까지 올라간 것에 대해 많은 통상장관들이 훌륭한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고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도전은 실패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국제 무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토대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G8 국가라고 할 정도로 무역이나 경제 규모도 큽니다. 이제는 국제사회 룰 메이커로서 역할을 해나가도 될 정도입니다. 호주나 싱가포르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국력에 비해 국제 무대에서 우리보다 훨씬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그런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통상전문가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칼라 힐스가 미국 칼라 힐스를 만나다” Q. 재미있었던 일이나 협상의 뒷이야기를 전해준다면. 2019년 통상본부장 시절, 미국에서 열린 통상전문가 간담회 때 칼라 힐스 전 USTR 대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통상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데 영향을 줬다고 하니 매우 반가워하면서 함께 사진을 찍었죠.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해 공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협상을 할 때는 상대방의 특성을 미리 파악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는 상대방이 불합리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하면 아예 의견서를 접어서 협상장 안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려버리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철저한 준비를 해서 논리적인 대응이 필요한 스타일이죠. 저하고는 아까 얘기했듯이 USTR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기구 선거에서 다른 나라 출마자에 대해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공식 지지를 표명할 정도로 인정하는 사이가 되긴 했습니다.(웃음) @img4 Q. 통상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는 통상업무만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제가 중견 사무관이 됐을 때 통상업무가 통상산업부에서 외교통상부로 이관됐습니다. 이때 산업부에 그냥 남을 것인지, 업무를 따라갈 것인지 고민이 됐고 주변에서 산업부에 남기를 권유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수년간 근무한 조직이 주는 익숙함, 그리고 역량에 대한 평가가 이미 내려진 조직에서 근무하는 수월함도 컸지만, 통상전문가의 길을 가는 것이 힘들더라도 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서 외교부로 옮겼습니다. 그 뒤 국장으로서 통상산업자원부로 다시 왔고요. 어려운 길만 쫓아다녔다고 할까요? 그래도 이 길이 저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상업무는 힘든 업무이지만 노력하는 만큼 보람도 정말 큰 업무입니다. 노력하고 준비하는 만큼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불합리한 차별도, 불공정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오래 근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간에 무슨 성과를 기대하는 조급함은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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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하계 다보스포럼이 꼽은 10대 혁신기술

|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ys1744@newspim.com 6월 말 중국 톈진(天津)에서 개막했던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주최측인 세계경제포럼(WEF)이 ‘2023년 10대 신흥기술 보고서’를 발표했다. 제레미 주르겐 세계경제포럼 집행이사는 보고서에 대해 “심사위원단이 향후 3~5년간 사회에 적극적인 영향을 끼칠 기술 10가지를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10가지 신흥기술을 간략히 소개해 본다. 1 플렉서블 배터리 쉽게 비틀거나 구부리거나 늘릴 수 있는 플렉서블 배터리는 가전제품, 엔터테인먼트, 의료기기, 스마트카드, 웨어러블 등 방대한 용도에 사용될 수 있다. 플렉서블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필름 형태로 제작한 고분자 전해질을 사용한다. 잘 구부러지는 박막형 배터리, 곡선형의 커브드 배터리 등이 플렉서블 배터리의 일종이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글래스에 플렉서블 배터리가 적용되면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의복에 전자기기를 장착한 스마트 의류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LG화학, 삼성SDI 등이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2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자체적으로 패턴을 학습해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생성 텍스트, 컴퓨터 프로그래밍, 이미지 및 사운드 분야에 접목되고 있지만 이 기술은 신약 설계, 건축 및 엔지니어링 등의 용도에도 접목될 수 있다. 챗GPT 열풍으로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동시에 그 활용도도 확장되고 있다. 3 바이오 항공유 항공 산업은 매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3%를 차지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지속가능항공연료(SAF)는 현재 세계 제트연료 수요의 1% 미만을 차지하지만 2040년까지 이 비율을 13~15%로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시노펙(중국석화)은 2009년 자체 기술로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 항공유 제작에 성공한 바 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 독일, 핀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바이오 항공유 기술 보유국에 올랐다. 시노펙은 2020년 8월 중국에 연산 10만톤의 바이오 항공유 공장을 완공했으며, 지난 5월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4 박테리오파지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는 세균을 먹는 바이러스라는 뜻이다. ‘박테리오’는 세균, ‘파지’는 먹는다는 뜻이다. 박테리오파지가 발견된 건 1910년이다. 당시 바이러스를 활용한 항생제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페니실린이 개발되면서 박테리오파지는 잊혀졌다. 하지만 항생제가 죽이지 못하는 슈퍼 박테리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발해졌다. 박테리오파지는 자연 유래 물질로서 인체 내에도 늘 존재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 특정 세균만 특이적으로 감염하여 항생제 내성 세균을 제거할 수 있다. 현재 44건의 치료 목적 박테리오파지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약품이 임상 중이다. 이 중 29건이 2020년 이후에 개시된 임상이다. 5 치유의 메타버스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메타버스가 구축되기 시작됐다. 스크린과 소셜미디어에 과도하게 몰입되면 정신 건강을 저하시킬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의 연결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한다. 딥웰디지테라퓨틱스는 우울증과 불안증 치료를 위한 게임을 만들었고, 아킬리인터랙티브는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치료를 위한 게임을 개발 중이다. 닌자이론의 인사이트 프로젝트는 우울증과 불안을 타깃으로 하는 게임을 출시했다. TRIPP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명상을 유도해 행복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6 웨어러블 식물센서 농업에 드론과 위성이 사용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최근에는 농작물 증산을 위해 센서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농업기술(애그테크) 기업 파이텍(Phytech)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기반해 농작물과 재배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센서와 시스템을 개발해 농작물 생산량 증대를 꾀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농작물의 수분 상태와 수분량에 따른 스트레스, 성장량 등을 모니터링해서 적절한 관수주기와 관개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토양 수분량과 기상 상황 등 농작물 성장에 영향을 주는 환경변수를 계산 분석한다. 웨어러블 식물센서는 농작물 생산과 관리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7 공간 오믹스 공간 오믹스(Spatial Omics)는 조직 내 세포 및 소세포 수준에서 분자 정보를 식별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이 기술은 발달, 질병 진행, 치료에 대한 반응 등 다양한 생물학적 과정에 관여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공간 오믹스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의 분자 수준 ‘세포 지도’가 그려진 바 있다. 현재 공간 오믹스는 제약 및 생명공학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확대 적용되고 있다. 8 플렉서블 뉴럴 일렉트로닉스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MI)는 뇌의 신호를 외부 컴퓨터로 전송하는 기능을 하며 간질, 우울증, 마비 치료에 사용된다. BMI를 가능하게 하는 칩을 두피에 붙이거나 수술을 통해 뇌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뇌 조직에 이식된 칩은 환자에게 불쾌감과 거부감을 유발한다. 플렉서블 뉴럴 일레트로닉스는 뇌 조직과 비슷한 소재로 이뤄져 있어 뇌에 삽입돼도 거부감이 없다. 해당 기술은 현재 상당히 진보하고 있으며, 여러 업체가 개발하고 있다. 센서는 수백만 개의 뇌세포를 자극해 치매나 자폐증과 같은 신경계 질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이 기술을 활용하면 더욱 정밀한 의족 컨트롤도 가능해진다. 9 지속가능 컴퓨팅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생산 전력량의 1%를 소비한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량을 낮추기 위한 차원에서 지속가능 컴퓨팅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액체냉각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냉각 후에 데워진 수자원을 공간 난방이나 온수 공급 및 산업 공정에 재사용하는 기술이 연구 중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방안도 개발 중이다. 데이터센터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의 혁신으로도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img4 10 AI 의료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기술적 대세로 자리 잡았다. 더 많은 고품질 데이터가 통합되면서 빠르게 기술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AI 기반 의료는 더 많은 인구가 높은 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한다. 원격 커뮤니티와 원격 의료를 통해 더욱 많은 이들이, 더욱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더욱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AI 의료의 목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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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8월호

車도 스마트폰처럼 기능 구매...EV9이 쏘아올린 FoD 시대

현대차그룹, 기아 EV9에 국내 최초 FoD 도입 차량 구매 후에도 필요에 따라 옵션 추가 구입 | 정승원 기자 origin@newspim.com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아의 준대형 전기차 EV9을 앞세워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전환을 본격화합니다. 특히 EV9은 구독형 서비스, 옵션 구독제라고도 불리는 FoD(Features on Demand)가 적용돼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각종 편의 기능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본격적으로 구독 서비스의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의 SDV로의 전환은 이전부터 OTA(Over the 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고객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차량의 기능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했는데 그 번거로움을 없앤 것입니다. 고객은 OTA 업데이트를 통해 언제나 차량을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고 차량 잔존가치도 높일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난 2021년 제네시스 GV60에 처음 적용했고 이후 총 6개의 차종에 25차례에 걸쳐 무선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2025년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모든 현대차그룹 차량에 OTA를 통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SDV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은 차량 제어기의 통합입니다. 각각 파편화된 제어기를 하나로 통합해 종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전자·편의(Comfort) △주행성능(Driving)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ADAS)의 4가지 기능을 통합한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Domain Centralized Architecture)’를 개발 중입니다. 여기에 2025년까지 전자, 편의, 주행성능의 영역도 단계적으로 통합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통합제어기를 통해 각종 기능과 사양의 업데이트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SDV로의 전환과 함께 FoD의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무선 업데이트가 차량의 기능을 최신 상태로 유지해 주는 수준이었다면, FoD는 차량 구매 후에도 각종 편의사양을 추가로 구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지난 2021년부터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업데이트를 시행했습니다. 테슬라 고객은 월 99달러를 지불하면 Full Self Driving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그룹도 주행 및 주차보조 시스템, 실내 편의사양 등의 옵션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FoD가 적용되는 기아 EV9도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EV9은 △원격 주차·출차 및 주차 보조를 지원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에 5가지 그래픽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라이팅 패턴’ △차량에서 영상 및 고음질 음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플러스’ 등을 제공합니다. 이미 차를 구매한 고객도 FoD를 통해 옵션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구입을 위해서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이용하면 됩니다. 고객은 기아 커넥트 스토어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마이 기아(My Kia)’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필요한 기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 스마트폰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고객의 차량 이용 상황에 따라 구매 기간을 정할 수 있다는 점도 FoD 서비스의 특징입니다. 차량에서 내려 스마트키만으로도 주차를 할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2 상품은 50만원에 평생 이용할 수 있으며 월간 요금은 1만2000원, 연간 요금은 12만원입니다. SDV 기술은 전기차 및 커넥티드 모빌리티 시대로의 전환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SDV를 통해 소프트웨어 제어를 더욱 폭넓게 하고 향후 도래할 자율주행 시대도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은 SDV 시대를 맞아 EV9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FoD 고객의 니즈 확대에 따라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상품과 고객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디지털 상품도 지속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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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호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리더는 이견 모아주는 사람...겸손·섬김으로 더 좋은 사회 만들어야"

| 김경선 소장 kyoungseon0428@gmail.com 법무법인 율촌에서 만난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그 집안 가훈처럼 ‘외유내강’의 인상 그대로였다. 단정하고 예의 바른 자세로 사람을 편안하게 대하면서도 확고한 인생 철학으로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었다. 직업과 봉사를 오가는 숱한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이유가 부탁을 거절 못하는 본인의 성격 탓이라고 하지만, 천성이 부지런하고 일을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 맺음을 즐겨하는 일상이 빚은 결과로 보였다. 회원 3만명이 넘는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내고, 매출이 우리나라 국내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그룹 전체 기업활동의 준법성을 심사하는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수행하면서 대학에서 법조 윤리를 강의하는 교수로서 열정을 바치는가 하면, S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등 수많은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찬희 위원장을 만나고서 우리 사회에서 인본주의와 법치주의 실천의 최선봉에 서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삼성역에 우뚝 솟아 있는 파르나스빌딩 39층에서 화창한 햇살을 맞으며 진행한 이찬희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5월의 햇살처럼 밝게 비추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갈등 조정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혁신가” Q. 너무나 많은 직함을 갖고 계십니다. 본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시겠습니까. 저도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맡고 있는 자리들을 쭉 살펴보니 정말 많더군요. 잘 알려져 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장과 법무법인 율촌 고문 외에도 S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한국기자협회 자문위원장, 한국스카웃연맹 부총재,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읽는 데도 한참 걸리는 것 같습니다.(웃음) 그러나 어쨌든 제 경력의 본질은 법조인입니다. 법률은 우리 사회의 혈관과 같습니다. 저는 산업계, 언론계, 교육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치주의를 접목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치주의를 접목한다는 것은 각 분야의 대립된 이해관계에서 순리대로, 절차적으로 공정하게 그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라 하겠죠. 대한변협 회장을 할 때 저는 내외부적으로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했습니다. 현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 역시 어떻게 보면 삼성 내부 구성조직 간 갈등, 삼성과 외부 간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겠죠. Q.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으로서 하시는 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위원회 관련 회의가 매달 평균 3회 정도 열립니다. 본위원회 1회, 소위원회 1회, 각종 간담회 1회 등입니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전체의 일정 규모 이상 내부 거래, 기부활동 등을 모두 심사하게 됩니다. 이사회에 상정되는 안건들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모두 거쳐서 올라가게 되죠. 현장도 많이 다닙니다. 그리고 삼성의 ESG 관련 활동도 총괄하다 보니 실제 업무량이 많은 편입니다. 계속 법조계에만 있던 제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일을 맡게 되면서 정말 경제라는 큰 바다에 뛰어든 느낌이었습니다. 혁신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 정말 새로웠고,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삶도 우물 안 개구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은 항상 논란의 중심이었는데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칭찬할 것은 칭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소통하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조정 못할 갈등은 없어” Q. 위원회를 운영하면 이견도 있을 텐데 어떻게 조율하시는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안건 심사를 할 때 그야말로 격론의 장입니다. 저는 위원장으로서 수많은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위원장이 먼저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둘째, 격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같은 논란이 계속 반복되거나 토론이 공격적으로 될 때만 개입한다. 셋째,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후에 합의를 도출한다. 이 세 가지가 저의 위원회 운영 원칙입니다. 조정하지 못할 갈등은 없습니다. 제가 신조로 삼고 있는 것이 최재천 교수님의 “소통하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주고 이해하고자 하면 모든 갈등은 조정할 수 있습니다. Q. 의견을 다 들어준다고 해도 합의 도출이 꼭 쉽지는 않을 텐데요. 위원장으로서 안건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은 있어야 합니다. 회의 참석 전에 반드시 회의 안건 내용을 꼼꼼히 파악해 놓으면 결론을 내리기도 용이하고 참석자들이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에 전체 구성원들의 결론 수용성도 높아집니다. 그리고 저는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다양성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위원장인 저를 제외하고 6명의 위원이 있는데 성별이나 나이, 경제전문가와 다른 분야 전문가 비율이 모두 5:5로 잘 구성돼 있습니다. Q.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고 계신데 본인은 어떤 리더십을 갖고 있다 생각하시는지. 어렸을 때 저희 집 가훈이 ‘외유내강’이었습니다. 제가 나온 연세대학교는 ‘섬김과 겸손의 리더십’을 강조합니다. 저는 저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항상 정답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상대방을 인정하고 의견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개인과 싸우지 않지만 불합리한 제도·관행은 싸워” Q. 지금까지 활동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많습니다. 변호사는 형사피의자로 몰려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교통사고 피의자를 재판부의 현장검증까지 이끌어내면서 무죄로 한 사건, 대형 인명사고가 난 공연장 사건에서 가장 ‘을’의 위치에 있던 피의자 변호를 맡아 여러 피의자 중 혼자 무죄를 받아낸 사건 등 기억에 남는 사건이 많습니다. 그러나 더 의미 있었던 것은 불합리한 제도를 바꾼 경우입니다. 간통죄 사건을 맡아 위헌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또 변협회장 직을 수행하다 보니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바꿔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보람이 컸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제도적으로 인정받게 하고, 제주도 예멘 난민 사건을 계기로 난민 처우 개선에 기여한 것 등 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제도 개선에 기여한 것이 큰 보람입니다. 저는 성격 탓도 있지만 소신상 개인과는 싸우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과는 싸웁니다. “열정과 헌신, 전문성이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 Q. 변호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열정과 헌신이 핵심적인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경제적 대가 때문에 한다고 생각하면 보람도 적고 힘들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로 몰렸던 교통사고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화물차 기사인데 형편도 어려웠고 많이 배우지도 못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억울해하는 그분의 말과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그래서 저는 수임료 때문이 아니라 정말 진실을 규명해 보고 싶은 생각에 사건 현장에 직접 가서 몇 시간이나 차량 흐름을 체크하면서 그분 말이 사실이구나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열정이 없다면 손가락에 골무까지 끼면서 밤새 수만 페이지 기록을 읽고 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Q. 반대로 이런 사람은 절대 변호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정치인 중에 법조인이 많다는 이유로 정치를 하기 위해 거쳐가는 자리로, 하나의 수단으로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 번 고생해서 인생 편하게 살려고 하는 경우도 현 시점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변호사라는 직업이 처음 등장한 것이 1906년입니다. 이후 1만명이 되는 데 백 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가 2만명이 되는 데 8년, 3만명이 되는 데 6년이 걸렸습니다. 결코 변호사라는 직업이 특권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법 제1조에 변호사는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본인의 공직생활에 대한 경제적 보상,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변호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챗GPT, 변호사 영역에도 큰 영향...변호사 역할 더 다양해져” Q. 챗GPT 등장으로 변호사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생각은. 현재 변호사가 하는 일 중 소송을 위한 자료 수집, 서면 작업은 챗GPT가 대신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변화에 저항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제가 변협 회장 시절에 소송서식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계한 사례가 있었는데 징계위원회 결정이라 제가 관여하기는 어려웠지만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로톡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외적인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변호사의 역할은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사회의 다양성이 대폭 확대됐고 정부기관, 기업, 스타트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 변호사가 진출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업무 영역은 줄어들 수 있지만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다양하게 확대될 것입니다. Q. 본인을 롤모델로 생각하는 MZ세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어릴 때 링컨 전기를 읽고서 변호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이 특이하게도 대통령으로서 링컨보다 변호사 시절의 링컨을 부각시킨 책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법시험을 몇 번 떨어지고서 어렵게 변호사가 됐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하면서 정말 보람도 컸습니다. 저는 사실 다시 태어나도 변호사를 하고 싶습니다. 논어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했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합니다. 시험 한 번이면 인생 편하게 살 수 있는 시절은 지나갔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라면 충분히 즐겁고 보람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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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호

중국 경제 회복, 청년실업에 발목 잡히나

역대급 취업난에 대학 교수들에게 채용목표 할당 위안화 하락·글로벌 소비 약화...한국에도 악영향 |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ys1744@newspim.com “올해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대학별로 대졸자 취업률 할당 목표가 부과돼 있습니다. 저는 저희 과 A반 졸업생 취업률 95%라는 목표치를 할당받았습니다. 졸업생들 취업을 위해 제가 직접 학생들과 함께 채용박람회에 참석하고 있고, 저녁 시간과 주말 시간을 이용해 기업들의 인사담당자들에게 학생들의 채용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목표치 달성에는 실패할 것 같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95%에 미달할 경우 인사고과에 문제가 생기고, 수당 책정 과정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6월 초 베이징에서 만난 한 대학교수의 말이다. 톈진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또 다른 대학교수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대학교수 생활 10여 년 만에 올해처럼 취업이 어려운 해는 처음입니다. 취업률 목표가 각 교수들에게 부과돼 있습니다. 힘들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학생들의 생계가 걸린 일이니 스승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현재 취업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4월 청년실업률 20.4%...올여름 최악의 구직난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심상치 않다. 심각한 청년실업 현실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지표로도 확인됐다.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도시 실업률은 5.2%로 전달 대비 0.1%포인트(p) 감소하며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연령별로 25~59세 노동인구 실업률은 4.2%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16~24세의 청년 노동인구 실업률은 20.4%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2018년 연령별 실업률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0%를 넘어서며 중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청년실업률은 작년 12월 16.7%에서 올해 1월 17.3%, 2월 18.1%, 3월 19.6%를 기록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8년 5월 조사 당시 9.6%에 비하면 청년실업률은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중국에서는 과거 3년 코로나 방역 기간에 대졸자 취업 시장이 극도로 위축됐다. 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이어졌다. 많은 대졸자들이 구직 대신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올해 들어서도 기업의 신입채용 규모가 축소되고, 고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업 기업 역시 신규채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누적되면서 실업률이 치솟은 것이다. 이에 더해 7월이면 중국의 대학 졸업 시즌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7월에 졸업한다. 올해 대졸 예상자는 1158만명이다. 이에 올여름 중국에 최악의 구직난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내수 부양 목표, 청년실업 문제가 발목 청년실업은 사회 문제이자 경제 문제다. 특히 소비 부진으로 직결된다. 직업을 찾지 못한 청년들의 소비 능력은 말할 필요가 없고 부모들의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녀가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부모가 소비를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중국은 올해 글로벌 수요 약화에 대응해 내수 확대를 정책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상황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15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23년도 경제 운영에 있어서 내수 확대를 최우선적인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신화사가 공개한 시 주석의 지난해 중앙경제공작회의 발언 자료에 따르면 그는 “내수 부진이 현재 경제 운영의 가장 큰 문제”라며 “반드시 전폭적인 내수 확대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서는 내수 부양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는 터에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5월 말 발표한 경제현황 보고서에서 소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인민은행은 “생산 회복에 비해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며 “중국 인민들이 미래 소득 기대치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어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하거나 대출을 상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중국 국가통계국은 “청년층 고용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관련 부처가 정책을 도입해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으며,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 청년 고용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전방위적인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와 교육부 등 유관 부처는 5월 말부터 취업과 창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또한 지방정부들 역시 취업 및 창업 촉진을 위해 온·오프라인 채용설명회 개최, 사회보험 보조금 지급, 국유기업 채용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부 정책들은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내수 혹은 수출 경기가 회복돼 사회적 수요가 창출되고, 기업들이 수요 확대에 대응해 고용 규모를 늘려야 청년실업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때문에 중국 당국의 이 같은 대책에도 청년실업으로 인한 내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안화 하락·글로벌 소비 부진, 우리나라도 악영향 청년실업발 내수 및 경제 불안감은 중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중국 경제의 문제는 세계 경제에 연동된다. 우선 위안화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청년실업률 통계 수치가 발표된 후 중국 내 경제 불안감에 외자가 해외로 유출되면서 위안화 환율이 약세로 돌변했다. 5월 17일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0위안을 넘어선 이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3분기 7.1위안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7.3위안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역내 위안화 환율이 7.0위안을 넘어선 경우는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미·중 무역분쟁이 최고조에 이르던 2019년 8월이었고, 두 번째는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0년 2월이었으며, 세 번째는 미국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던 지난해 9월이었다. 올해 5월 위안화 환율 7.0위안 돌파는 청년실업발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기록되고 있다. 중국의 소비 부진은 글로벌 소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4월 유럽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653조원)를 돌파했던 프랑스의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5월 하순 이후 불과 몇 주 사이에 시총이 10% 이상 감소했다. 유럽 명품 기업의 주식으로 구성된 ‘스톡스(Stoxx)유럽명품지수’는 5월 5%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1분기만 하더라도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에 스톡스 지수가 기록적으로 올랐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스톡스 지수는 올 4월까지 50%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의 내수 불안에 스톡스 지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3250억달러(약 426조원) 규모의 세계 명품 소비 시장에서 5분의 1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고가 명품의 잠재적 소비층으로 평가되는 중국 Z세대의 소비 여력이 취업난으로 줄었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의 수출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글로벌 수출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게다가 중국의 내수 부진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이번 청년실업발 경제 불안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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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호

'20년 검색 원조 맛집' 구글...SGE· 제미나이로 판도 바꾼다

검색 시장, 정보 서치하고 조합→직관적인 방식 변화 광고 서비스 자동화 준비...광고 시장도 지각변동 예고 팜2보다 강력한 ‘제미나이’ 주목...다중 모드가 특징 | 실리콘밸리=김나래 특파원 ticktock0326@newspim.com 20년 검색 원조 맛집 구글(GOOG)이 구글링(구글 검색)에도 결국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구글의 검색과 AI의 결합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보다는 한발 늦은 감이 있지만,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구글이 시장에 뛰어든 만큼 본격적인 ‘AI 검색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향후 새로운 검색엔진 ‘생성형 검색 경험(SGE, Search Generative Experience)’과 차세대 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구글링’ 탄생시킨 구글, 검색 시장 어떻게 바꿀까 구글은 이번 개발자 행사 ‘구글 I/O’에서 새로운 검색과 광고 시장을 예고했다. 구글이 보편화시킨 ‘검색과 클릭’ 방식이 생성형 AI 챗봇을 만나 쉽고 간편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케시 에드워즈 구글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은 “이제 검색이 무거운 짐을 덜어주게 될 것”이라며 “사용자는 더 이상 정보를 샅샅이 훑어보거나 정보를 조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리드 구글 검색 부문 부사장도 향후 검색 시장에 대해 “우리가 하려는 일은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쉽게 얻게 하는 것”이라고 목표를 설명했다. ‘바드’는 향후 코드 작성 기능이 추가되고 시각적 요소가 더해져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예컨대 ‘서울에 가면 꼭 가야 할 관광명소를 알려줘’라는 질문을 하면 바드가 답변과 함께 관련 장소 이미지도 보여주는 방식이다. 구글은 이미지 인식 앱인 구글렌즈와 바드를 결합해 바드가 이미지를 분석하는 기능도 곧 도입한다. 또 구글이 검색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는 것은 SGE다. 구글의 새로운 대규모 언어모델 ‘팜(PaLM)2’를 활용해 사용자가 검색 결과를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주요 정보 및 링크가 있는 스냅샷을 제공한다. 일례로 이용자가 온라인 쇼핑 과정에서 제품을 검색하게 되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사항과 예산에 적합한 상품을 보여주는 스냅샷이 제공된다. 또한 관련성 높은 최신 리뷰, 평점, 가격 및 이미지가 포함된 제품 설명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SGE 시범 서비스 참가자 등록을 받고 있다. 출시는 미국에서 영문 버전으로만 우선 제공되며, 크롬 데스크톱과 구글 앱(안드로이드 및 iOS)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구글은 전 세계 젊은 층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검색엔진을 보다 ‘시각적이고 개인화’되도록 만들 예정이다. 광고 시장도 확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터넷 광고는 클릭을 통해 원하는 제품을 찾는 방식이었지만 향후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클릭 없이도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구글은 광고 서비스 자동화를 위해 팜2를 사용해 광고주가 자체 미디어 콘텐츠를 생성하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동영상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청소년용 유튜브 콘텐츠의 제목 및 설명 생성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구글의 AI 기반 전략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G메일, 안드로이드 검색 등 100개 이상의 구글 제품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모든 제품에 AI를 입혀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글의 유료 검색 광고 전환율도 개선될 수 있다. GPT-4에 맞설 차세대 LLM ‘제미나이’도 주목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오픈AI의 GPT-4에 맞설 차세대 대규모 LLM ‘제미나이’다. 이는 기존 팜2보다 더 개선된 모델로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새로 통합된 구글 딥마인드가 팜2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제미나이를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미나이의 구체적인 기능과 성능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다. 구글에 따르면 제미나이는 처음부터 도구 및 API 통합에서 매우 효율적이며 다중 모드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미래 혁신 모델로 불렀으며, 이전 모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상적인 멀티 기능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자평했다. 업계는 챗GPT와 제미나이의 큰 차이를 다중 모드로 꼽는다. 챗GPT는 텍스트만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텍스트 전용 모델인 데 비해 제미나이는 텍스트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미지에 응답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다중 모드다. 이는 구글 검색과 통합돼 사람들이 인기 있는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방식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제미나이도 엄격하게 테스트하면서 미세하게 기능이 조정될 것으로 보이며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면서도 “제미나이는 팜2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크기와 기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세분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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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호

고래 지키는 플라스틱?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소재 PHA

해양 생분해 소재 PHA, 전 세계서 3개 기업만 생산 화장품 용기, 식품포장재 등 활용처 다양 현재 생산량 5000톤...2025년 6만5000톤 목표 | 전미옥 기자 romeok@newspim.com 멸종위기종인 대왕고래가 매일 먹는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1000만개, 최대 43.6㎏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입니다. 최근 수십 년간 바닷속 플라스틱 농도가 높아지면서 해양생물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 썩는 시간은 재질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백 년까지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바이오 소재인 PHA(Polyhydroxyalkanoate)를 CJ제일제당이 생산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PHA는 옥수수, 사탕수수, 카사바 등 식물성 미생물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바이오 기반 생분해 소재로 플라스틱을 대신하면서 토양, 해양 등 자연환경에서 생분해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PHA를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CJ제일제당, 대니머 사이언티픽(미국), 카네카(일본) 3곳에 불과합니다. 특히 비결정형 aPHA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CJ제일제당만 만들 수 있습니다. 고무와 비슷한 물성을 지녀 포장재나 비닐봉투 등 변형의 폭이 넓은 성분입니다.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PHA는 ‘PHACT(팩트)’라는 브랜드로 각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설립한 바이오 공장에서 PHA 생산을 본격화했습니다. 현재 PHA의 연간 생산 규모는 5000t(톤)입니다. 2025년까지 생산 규모 연간 6만5000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실제 선진국을 중심으로 친환경 원료 사용을 유도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PHA를 비롯한 생분해 소재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카콜라, 펩시 등 글로벌 기업들은 수년 내 기존 포장재를 생분해 소재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5조원에서 2025년 약 16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CJ제일제당 PHACT의 활용처도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PHA와 PLA(산업 생분해)를 섞은 컴파운딩 소재로 화장품 용기를 개발하고 이를 ‘웨이크메이크 워터벨벳 비건 쿠션’에 적용했습니다. 또 올 초 바닐라코와 협업해 생분해 용기를 적용한 화장품을 선보였습니다. 유한킴벌리를 비롯해 호텔 체인 아코르(ACCOR), 메이크업 브랜드 바닐라코(BANILACO) 등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생분해 소재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화장품 및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식품포장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렸습니다. CJ제일제당의 aPHA는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식품접촉물질(FCS)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추후 CJ제일제당의 PHACT가 글로벌 식품기업들의 포장재로 활용되는 날도 머지않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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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호

연세대 성진실 교수 “의사의 최우선 덕목은 인성...협업이 성패를 가른다”

| 김경선 소장 kyoungseon0428@gmail.com 절박할수록 질러갈 수 있는 지름길이나 꼼수는 없다. 우리 사회 일터 고수들에게는 그들만의 성공 노하우가 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을 대하는지, 그 일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 지난했던 과정과 그늘들, 화려함 뒤에 가려진 노력과 자세를 곱씹어 보면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볼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료를 거쳐 여성가족부 차관까지 일자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일터의 정점까지 올랐던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이 각 전문 분야의 고수들을 만나 그들만의 경험과 비밀스러운 성공 레시피를 듣는다. 연세대학교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로비에서 만난, 하얀 가운을 입은 성진실 교수는 마른 체격에도 강단 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의학연구 평가기관인 ‘Expertscape’가 선정한 간암 분야 전 세계 최우수 연구자, 간암으로 어린 나이에 사망한 딸을 위해 그 가족들이 기탁한 기금으로 만든 ‘Bluefaery Award’의 최초 여성 수상자, 국내보다 오히려 국외에서 더 명성을 얻고 있는 간암 방사선 치료의 최고 권위자인 성진실 교수를 만나 의사로서의 삶과 그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들어봤다. 뚜렷한 삶의 철학을 갖고 자신의 길을 오롯이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는 지금까지 그의 삶의 궤적과도 일치하는구나 싶었지만 한 가지 의외의 답변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 잘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누구나 희망하는 ‘의사’. 이 직업을 영위해 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인성이 좋아야 합니다”란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벚꽃이 화려한 잔치를 끝내고 푸릇푸릇한 잎사귀를 보이는 날, 국내 최초의 거대한 중입자치료기가 있는 연세대학교병원 연구실에서 만난 성 교수는 의사이자 학자이면서 진료팀과 학회 등 다양한 팀을 이끌고 있는 진정한 리더였다. “점심식사 편하게 할 시간도 없지만 더 나은 나를 만나는 기쁨이 커” Q. 직업으로서 의사를 평가하다면. 의사의 범주는 매우 넓습니다. 순수하게 연구만 하는 의사도 있고 예방의학처럼 정책을 수립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통상 의사 하면 일반인이 생각하는 임상의학자도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의사와 판독이나 검진만 하는 의사로 나누어질 수 있죠. 그래서 질문에 대해 저의 입장에서 말씀드린다면 정말 힘들고 바쁜 직업이지만 암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서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선택하고 싶은 직업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교수로서 연구도 하면서 환자를 직접 진료합니다. 특히 간암 치료를 전공으로 하고 간암, 췌장암, 담도암, 골전이암 등 암 중에서도 난치암의 치료에 관여하기 때문에 제가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분들은 진단을 받고 누구나 한 번쯤은 죽음을 생각해 보신 분들이죠. 그런 환자분들을 마주하면서는 제가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도 고민이 많습니다. 고도의 집중을 요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일을 하는 거죠. 반면에 환자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날 때 기쁨도 정말 큽니다. 그리고 연구자로서 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방사선을 이용한 간암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난치암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둡니다. 그리고 학회장을 맡고 있어서 해외 출장도 많고 컨퍼런스도 자주 참가하니까 정말 바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Q. 본인의 하루 일상을 소개해 준다면. 평소 저는 5시 30분에 일어나서 7시면 출근합니다. 통상 9시 환자 진료 시작 전 의사들이 함께 환자 진료를 위한 회의를 먼저 합니다. 이 회의 준비 외에도 학회 관련 이메일 체크 등 혼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7시부터 업무를 시작하고요. 환자 진료는 1주일에 오전 또는 오후 4회를 하게 됩니다. 요즘 암치료에 있어서도 완치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기 때문에 방사선 치료가 굉장히 많이 활용되고 있어서 더 바쁩니다. 이러다 보니 사실 점심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연구실에서 샌드위치 등으로 가볍게 때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에 비해 의사를 지원해 주는 시스템도 열악한 편입니다. 의사가 직접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죠. Q. 요즘 논쟁이 되고 있는 주 69시간 근무는 거리가 먼 얘기이군요. 저는 매일 7시에 나와서 7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종종 근무를 할 정도이니 어쩌다 69시간이 아니라 거의 매주 그 이상 일하는 셈이죠. 근무시간이 중요하다면 저 같은 대학병원 의사는 포기해야겠죠?(웃음) 최근 화제가 된 ‘일타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보니 의대 가는 것이 지상의 목표가 된 것 같던데 저렇게 무작정 의대 가는 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석한 사람보다 성실하고 좋은 인성의 사람이 훌륭한 의사가 된다” Q. 의사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인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실 의사가 시대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창조를 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천재일 필요는 없습니다. 엄청난 분량의 학습, 지속적인 훈련과 반복을 통해 이미 정착돼 있는 진료방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성실함이 오히려 중요합니다. 그리고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시각도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진단 소식을 전하는 방법도 다양한데 환자를 위한 인간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죠. 공부 잘하는 학생 중에 공감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은데 이런 능력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너무 경쟁이 과열될 경우 이러한 공감능력이나 협업하는 자세가 부족할 수 있어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은 상대평가를 없앴습니다. 절대평가로 변경한 거죠. 변경 후에 훨씬 더 성과가 좋아진 것 같습니다.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은 명의가 아니라 팀워크다” Q.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지는데요. 저는 사실 언론에서 ‘명의’를 집중 조명하는 것을 그렇게 바람직하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물론 특출한 성과를 내시는 의사분들이 계시지만 저는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은 의사 한 명이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검사를 진행하는 임상병리사, 영상을 찍어주는 방사선사, 그리고 주사·투약을 담당하는 간호사, 입원실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청소부 등 이러한 분들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진단과 보완적 치료 등 다학제적으로 협진에 참여하는 의사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Q.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경험을 하나 소개해 준다면. 제가 1992년부터 교수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간암에 방사선 치료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방사선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종양 크기를 대폭 축소해서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그 이전까지는 간암은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닌 걸로 교과서에 기술돼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간암 치료의 지평을 넓히면서 초기에 제가 만났던 30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젊은 여성이 있었는데 상당히 암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사실 간은 약물 치료로는 딱 종양에만 효과적으로 작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장기입니다. 그런데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니 종양의 크기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인 정상 간의 용적이 상대적으로 커져서 근치적인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던 기억이 납니다. 이분은 15년이 지난 지금 결혼해 자녀도 양육하면서 잘 지내십니다. 각 분야의 전문의사들이 협업하고 집중해서 정말 성의껏 진료를 하면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화려한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길에 최선을 다했다” Q. 방사선종양학 분야의 리딩 그룹으로 활약이 대단하신데 출발부터 그랬는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1983년도에 의대를 졸업했는데 그때만 해도 여학생들이 희망하는 전공과에서 뽑아주지를 않아 전공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때 방사선과가 영상의학과와 방사선종양학과로 막 분리되는 시점이었는데 새로운 분야이고 흥미도 있어서 도전적으로 방사선종양학과를 선택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연구와 임상을 통해 간암 분야에도 방사선 치료를 정착시켰고, 최근에는 암 치료도 생명을 구하는 데서 나아가 치료 후의 삶의 질까지 중요하게 고려되면서 방사선 치료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어 제가 잘 선택한 결과가 됐죠.(웃음)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비커밍’의 철학” Q.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30년 넘게 교수님을 이끌어 온 동인은 무엇인지요. 저는 ‘비커밍(becoming)’이라는 단어를 제일 좋아합니다. 제 일에 대한 철학도 바로 이 비커밍이죠. 저는 어제와 다른, 매일매일 또 나아지는 삶을 지향합니다. 암을 치료하는 의사에게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연구하고 노력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자세, 이것이 제가 제 일에, 제 삶에 적용하는 기본 자세입니다. 사실 제가 갖고 있는 신앙도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저에게 주신 달란트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쓰인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죠. Q. 마지막으로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사 혼자서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어려운 병을 치료하는 경우일수록 협업이 중요합니다.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저의 은사이신 김귀언 교수님의 가르침이 컸습니다. 새로운 길로 이끌어주셨고 의사이자 학자로서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동료의사분들, 그리고 환자를 돌보는 데 참여해 주시는 병원의 모든 관계자분들과의 협업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협업을 통한 팀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멀리서 오는 환자분들에게는 병원까지 뭘 타고 오셨는지 물어봅니다. 저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오신 분들을 위한 일종의 공감의 표시죠. 그렇게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연구에 임한다면 어제와는 다른, 더 나아진 나를 만나게 되실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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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호

脫달러 순풍 탄 위안화 국제화? 아직은 ‘찻잔 속 태풍’

러시아의 위안화 사용 폭증 위안화 무역결제 사례 속속 확산 디지털화폐 플랫폼 건설 주도 | 베이징=조용성 특파원 ys1744@newspim.com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 SVB(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으로 인한 미국 금융업계 불안감 등의 요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제통화 다변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추진 중인 위안화 국제화는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는 △무역대금 자국통화 결제 △새로운 국제 결제시스템 구축 등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자 무역의 위안화 결제 봇물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는 러시아를 스위프트(SWIFT)망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스위프트를 회피해 위안화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2022년 중국과 러시아의 무역액은 전년 대비 29.3% 증가한 185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상당 부분이 위안화로 결제됐다. 러시아의 외환결제액 중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월 0.3%에서 올해 2월 39.6%로 급증했다. 2022년 9월 중국 국영 석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은 ‘중국-러시아 천연가스 구매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의 수출대금은 중국이 루블화 50%, 위안화 50%로 결제한다. 2022년 6월 인도 내 최대 시멘트 공장인 울트라테크 시멘트(UltraTech Cement)는 러시아로부터 구입한 석탄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다. 2023년 7월 호주 최대 광물기업인 BHP그룹은 철광석 위안화 현물거래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 14일 중국 수출입은행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은행과 최초로 위안화 대출을 성사시켰다. 아랍권 금융기관에 처음으로 위안화 대출이 실행된 사례다. 사우디가 중국에 수입대금을 지불할 때 위안화 대출을 일으켜 결제하고, 중국으로부터 원유 수출대금을 위안화로 받아 대출을 상환하는 식의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사우디가 원유 대금을 위안화로 받게 되는 것이다. 2023년 3월 28일 중국과 프랑스는 6만5000t의 LNG 첫 거래를 완료했으며, 이는 위안화로 결제된 첫 번째 LNG 거래로 기록됐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4월 4일 “말레이시아가 더 이상 달러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며 중국에 ‘아시아통화기금’ 설립 구상을 밝혔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양국 무역을 링깃과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중국과 논의를 시작했다. 4월 13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무역거래를 위안화와 자국의 헤알화로 결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4월 중국공상은행(브라질)유한공사도 첫 국경을 넘나드는 위안화 결제 업무를 성사시켰다. 아르헨티나 역시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를 사용키로 결정했다.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지난 4월 26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 결제대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마사 경제장관은 “4월 한 달간 약 1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매달 약 7억9000만달러어치의 수입품을 위안화로 결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사 장관은 “위안화 결제는 달러 유출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위안화 무역 결제 총량은 41% 증가했다. SWIFT의 데이터에 따르면 무역금융에서의 위안화 점유율은 2022년 2월 2% 미만에서 1년 후인 지난 2월 4.5%로 증가했다. 전체 결제 비중의 6%를 차지하는 유로화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디지털 화폐 거래 플랫폼 구축 박차 중국은 ‘중앙은행 다자 디지털 통화 가교(Multiple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Bridge, M-CBDC 브릿지)’라는 플랫폼을 상용화하는 작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각국의 중앙은행과 시중은행들이 스위프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간편하게 국제거래 결제를 할 수 있다.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됐으며, 비트코인처럼 관리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를 플랫폼에서 배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이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등의 사례가 원천봉쇄되는 셈이다. 결국 이 플랫폼이 상용화되면 스위프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국 금융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서도 국가 간 송금이 가능해진다. 이로써 미국의 금융 제재가 무력해질 수 있다.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상용화한 중국은 해당 플랫폼을 완성시켜 달러가 아닌 각국의 통화로 국경 간 자금거래를 가능케 하기를 원한다. M-CBDC 브릿지는 홍콩과 태국이 2019년에 시작한 프로젝트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가입해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1년 2월에 가입했다. 2022년 10월 홍콩, 태국, 중국, UAE의 중앙은행이 M-CBDC 브릿지 시범사용 결과를 발표했다. 총 20개 상업은행이 참여해 6주 동안 160여 건의 결제를 수행했다. 지불 측 상업은행과 수취 측 상업은행이 중개은행 없이 직접 도킹해 결제하며, 결제와 동시에 중앙은행에서 정산이 진행된다. 현재 M-CBDC 브릿지는 실험 단계에 불과하며 디지털 통화, 환전, 외환관리 등 분야에서 더욱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높은 편의성 △금융 제재 불가로 인한 높은 신뢰성 △자국 통화 결제 가능이라는 명확한 강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M-CBDC 브릿지가 완성되면 상당한 파괴력을 지닐 것이라는 관측이다. @img5 위안화 국제화,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국제화는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오랜 기간 유지돼온 달러 중심 금융 시스템이 단기간에 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동일한 원인으로,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거래 비중은 여전히 작은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22년 세계 주요 통화 결제 비중 현황에 따르면 미국 달러가 44%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로화 16%, 엔화 9%, 파운드화 7%, 위안화 4% 순이었다. SWIFT 기준 올 3월 전 세계 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3%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 역시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위안화 국제화를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3월 3일 인민은행 부행장이자 국가외환관리국장인 판궁성(潘功勝)은 “위안화 국제화가 비교적 좋은 환경에 처해 있고,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인민은행은 위안화 국제화를 질서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중국에서 ‘질서 있게’라는 용어는 천천히 단계를 밟아 나간다는 뜻이며,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할 때 사용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주민(朱民)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 역시 지난 4월 인터뷰에서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위안화로 거래되는 비중이 올랐지만, 자본계정 개방이 이뤄지지 않아 위안화 직접 교환이 어려운 탓에 한계가 존재한다”며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며, 위안화로 지불되는 금액 역시 2.82%로 낮은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위안화 국제화가 진행되는 중요한 진전”이라면서도 “하지만 위안화 국제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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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에너지 ‘암모니아’ 기술 진화 어디까지

롯데 화학계열사 암모니아 기술 진전 열분해 기술 이어 세계 최초 광분해 기술도 암모니아 생산부터 운영, 조달까지 |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는 석유화학기업들이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암모니아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암모니아가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화장실 악취 등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암모니아가 에너지원으로 어떻게 쓰이는 걸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암모니아는 청정에너지인 수소를 저장, 운반하는 매개체로 쓰입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화합물이라 수소와 호환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암모니아는 그 자체로 연료로 활용될 수 있고 연소시킬 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로 보관과 수송, 취급이 편리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 수소는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고 가연성과 폭발 위험이 높아 수송, 저장, 취급 등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이런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매개체로 떠오른 것이 바로 암모니아입니다. 암모니아는 영하 33도에 쉽게 액화되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수송과 저장이 쉬운 액체 상태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또 수소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고 한 번에 운송 가능한 양도 70%가량 많아 대용량 저장뿐 아니라 장거리 운송에도 유리합니다. 다시 말해 제조, 저장, 수송 과정이 단순하고 생산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해 운반하고 다시 수소로 전환해 활용하는 것이 수소 자체를 수송, 저장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입니다. 석유화학 회사들이 암모니아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대충은 아시겠죠. 그렇다면 어느 기업이 암모니아 사업에 적극적일까요. 여러 화학기업 가운데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행보가 돋보입니다. 롯데 화학 기업들은 수소 연속 생산에 유리한 암모니아 열분해 기술에 이어 세계 최초로 생산 과정 중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광분해 기술까지 개발하며 수소 생산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롯데케미칼의 암모니아 광분해 설비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융합샌드박스심의위원회를 통과하고 본격적으로 암모니아 기반 광분해 수소 추출 설비 실증에 들어갔습니다. 광분해 설비는 전구의 빛을 이용해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해하고, 정제 공정을 통해 질소 및 미분해 암모니아를 제거해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를 말합니다. 기존 암모니아 열분해 설비는 섭씨 650도 이상의 고온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동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암모니아 광분해 설비는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동 준비시간이 짧고 효율이 높아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을 지녔으니 더 경쟁력이 있겠죠. 현재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은 울산 남구에 설비를 구축하고, 하루 200kg가량의 수소 생산을 목표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롯데 화학계열사는 청정 암모니아 생산과 조달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롯데정밀화학은 1964년 설립된 동아시아 암모니아 유통 1위 기업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암모니아 생산, 조달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롯데케미칼은 세계 최대 암모니아 생산 기업인 미국의 CF인더스트리스와 손잡고 미국 내 청정 암모니아를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CF인더스트리스의 암모니아 플랜트 운영·유통 네트워크 역량을 활용해 현지 생산시설을 짓고 청정 암모니아를 국내에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독일 에너지 기업 RWE, 일본 미쓰비시상사 등과도 청정 암모니아 글로벌 협의체를 결성해 아시아, 유럽, 미국에서 대규모 암모니아 생산과 공급망 공동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자해 120만톤(t)의 청정 수소를 생산·판매한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통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이렇듯 롯데 화학계열사들이 청정 암모니아 생산, 조달, 수소 생산까지 청정 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석유화학회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청정 에너지 선두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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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호

인도 스마트폰 시장 장악 야심...애플의 영업 비밀은?

인도에 베팅한 애플, 중고시장서 아이폰 점유율 전년비 19% 증가 애플 중고폰 시장 인기 구독 서비스, 다른 제품 구매로 이어질 것 ‘품귀 현상’ 애플 중고 제품, 로열티 중고시장에서도 두드러져 | 실리콘밸리=김나래 특파원 ticktock0326@newspim.com “중고 아이폰의 붐이 시작됐다.” 로이터 통신은 애플이 선진국과 신흥 시장에서 아이폰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동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아이폰 판매가 늘어나자 글로벌 중고 아이폰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에 베팅한 애플은 무서운 속도로 인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자료를 인용해 중고 마켓 가운데 리퍼비시(새것이지만 흠집이 있어 가격이 싼 제품) 아이폰의 판매는 2022년에 전 세계적으로 16% 증가하며 시장점유율이 거의 절반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도는 전년 대비 19% 증가해 성장을 주도했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26%를 보였다. 전년 28% 대비 1년 만에 2%포인트 떨어졌다. 현재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6%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던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4월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나렌드라 모리 인도 총리를 만나고 뭄바이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 BKC를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인도에서 1위인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익을 창출하는 브랜드였다. 이에 애플은 인도에서 고가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아이폰의 인도 평균 판매가격이 1000달러 정도이기에 수요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향후 애플의 고가 전략은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애플에게 신흥 시장에서 아이폰을 판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기기를 판매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며 “아이폰으로 시작한 고객은 애플워치나 에어팟을 추가 구매하거나 구독 서비스 가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쿡 CEO는 인도 서비스 분야에서 애플의 기회를 보았지만 사용자당 평균 매출(구독 사업에서 ARPU로 알려진 지표)이 애플의 다른 시장을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컨퍼런스 콜에서 “인도의 많은 사람이 중산층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인도가 전환점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애플은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다”며 “애플의 스마트폰 매출이 지난해보다 16%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아이폰 중고시장의 상승세다. 카운터포인트의 뭄바이 애널리스트인 글렌 카르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아이폰이 불티나게 팔린다(selling like hot cakes)”며 현재 아이폰 세컨더리 시장의 판매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2014년에 출시된 아이폰6 등 오래된 핸드폰을 거래하고 있지만, 5G 장착 모델(iPhone 12 이상)은 특히 세컨더리 마켓에서도 품귀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뭄바이에 본사를 둔 프로웨시스 엔터프라이즈의 한 영업임원은 뉴욕타임스에 “일반적으로 중고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람은 미래의 아이폰을 구매하는 고객일 것”이라며 “단지 테스트하고 사용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리퍼비시나 중고 애플 제품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아이폰 수익 가운데 리퍼브 기기에서 나오는 수익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쿡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폰의 직접적인 수익 가운데 리퍼브 기기에서 나오는 것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중고 아이폰의 인기가 부분적으로는 경쟁 제품에 비해 뛰어난 기기의 견고함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은 애플이 점유하고 있다. 레드시어 스트래티지 컨설턴트의 선임 컨설턴트인 하쉬트 팬디는 “애플은 재판매 가치가 훨씬 높은 브랜드”라며 “아이폰은 정말 낡은 구식이 되기 전에 서너 번의 (사람) 손을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애플의 브랜드 로열티는 중고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미디어 리서치의 산업 인텔리전스 그룹 책임자인 프라브후 람은 “애플은 인도 구매자들 사이에서 오래 지속되고 열망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브랜드의 충성도는 정말 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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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호

중·미 기술전쟁 최일선...매화향 가득한 화웨이를 가다

매화향 진동한 화웨이 영업 발표회 미·중 기술전쟁의 일선 야전사령부 뉴 비전, ICT가 구동하는 자동차 생태계 |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혹독한 겨울을 견딘 매화 가지가 싱싱한 꽃봉오리를 매달고 있다. 먼저 꽃을 피운 연분홍 매화는 향기가 뿜어져 나올 것처럼 화사하다.’ 2023년 3월의 마지막 날. 광둥성 선전 화웨이 헤드쿼터가 위치한 반텐(坂田) 원구(캠퍼스)에서 열린 화웨이 2022년 재무실적 발표회장에는 매화향이 진동했다. 화웨이 연간 영업전략 보고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와 기술 굴기 저지의 표적 기업이라는 점에서 매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장사는 아니지만 훙멍(하모니) 운영체제(OS) 테마주를 비롯해 증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투자시장에서도 큰 주목거리다. 이날 중국 국내외 200여 개 매체 취재진과 함께 현장 취재에 나선 뉴스핌 기자는 실적 발표회에서 공개될 매출과 영업이익 등의 숫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발표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자의 관심은 화웨이의 2022년 실적 보고서에 담긴 숫자보다는 무대 배경과 멍완저우(孟晚舟)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매화 가지와 꽃에 쏠렸다. 화웨이는 이날 실적 발표회의 컨셉을 한설을 견디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매화로 잡았다. 아웃포커스의 은은한 연분홍색 꽃이 전체 스크린을 물들였고 초점이 맞춰진 나뭇가지에선 싱싱한 꽃봉오리와 매화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발표회 시각인 4시 30분이 임박하자 화웨이 쉬즈쥔(徐直军) 순환회장과 멍완저우 CFO가 입장해 객석의 맨 중앙 앞줄에 자리했다. 먼저 4월 1일자로 멍완저우 CFO에게 순환회장 직을 넘겨주는 쉬즈쥔 순환회장이 화웨이의 전략을 발표했다. 세 명의 부회장으로 짜여지는 화웨이 순환회장 멤버는 6개월씩 돌아가며 순환회장 직을 맡는다. 화웨이는 3월 28일 새로운 순환회장 멤버를 구성, 멍 CFO를 향후 6개월(4월 1일~9월 30일) 순환회장 직에 선임했다. 화웨이 순환회장은 회사 경영 전반을 총괄한다. 먼저 무대에 오른 쉬즈쥔 순환회장은 “오늘의 화웨이는 매화에 비유할 수 있다”며 “매화는 엄동설한을 견디고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봉쇄와 기술 제재의 곤경을 잘 헤쳐나왔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한설은 미국 제재이고 봄의 매화는 이에 굴하지 않는 화웨이의 기술 굴기다. 기자에게 이날 화웨이 실적 발표는 단순한 재무실적 보고라기보다는 혹한을 견디는 매화처럼 강인한 신념으로 난관을 넘어 기술(반도체) 굴기를 꽃피우겠다고 선포하는 자리처럼 느껴졌다. 연구개발(R&D)로 미국의 전방위적인 기술 봉쇄를 돌파할 것이라는 결의가 엿보였다. 이날 화웨이가 2022년 실적과 향후 경영 전략을 발표하던 순간에도 일본은 미국의 중국 반도체 기술 제재에 호응, 반도체 제조 장비와 관련한 23개 분야의 수출제한조치를 발표했다. 이를 의식한 듯 쉬즈쥔 순환회장은 2023년에도 화웨이의 기술 경영이 비시장적인 요소(미국의 제재)에 의해 역경의 터널을 지나게 될 것이라며 화웨이는 고난과 싸워 승리할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쉬즈쥔 순환회장은 국산 반도체 산업이 최근 수년 동안 계속 제재를 받아 왔다며, 다만 화웨이는 반드시 기술 자립을 성취할 믿음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난관이 있지만 화웨이가 반도체 굴기를 달성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 실제 화웨이는 최근 국내 파트너 기업들과 14나노 반도체 칩 설계도에 사용되는 도구인 EDA 툴을 성공리에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제재를 거슬러 중국이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국산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설후소매정압지(雪后疏梅正压枝) 춘래조일이휘휘(春来朝日已晖晖).’ 멍완저우 CFO도 매화 가지로 수놓인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넘기면서 ‘북풍한설을 견딘 뒤 봄을 맞아 가지를 뻗고 싱싱한 꽃을 피운다’는 뜻으로 매화꽃을 얘기했다. 멍 CFO는 (미국의) 제재 압력이 있으면 (우리의) 신념은 훨씬 더 강인해진다고 덧붙였다. 또한 화웨이가 ‘전시 경영 상태’에서 정상 경영 상황으로 돌아왔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화웨이의 은유적 표현인 매화는 이날 재무실적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저녁 만찬장 공연에서도 등장했다. ‘梅花香自苦寒来(매화의 향은 혹독한 추위에서 나온다).’ 만찬과 함께 곁들여진 공연에서 한 출연자는 무용수들의 율동에 맞춰 매화를 그리고 이런 글귀를 적어넣었다. 비장한 각오...‘R&D로 美 제재 돌파’ ‘2022년 R&D 총 투자금액 1615억위안. 최근 10년간 R&D 총 투자금액 9773억위안’. 멍완저우 화웨이 CFO 겸 순환회장(2023년 4월 1일 자로 순환회장 선임)은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화웨이의 R&D 경영을 소개했다. 멍 CFO는 2022년 R&D 투자액이 1615억위안으로 매출(6423억위안)의 25.1%라고 말했다. 2021년 22.4%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금액과 매출 대비 비중에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화웨이는 영업 발표회에서 ICT 분야 기술 투입 확대를 통해 영원히 패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화웨이가 R&D 기술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기자는 미·중 간 기술전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지 실감됐다. 화웨이는 재무실적 발표회가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전 50여 개 외국매체 기자들을 선전 반텐(坂田) 헤드쿼터 내의 다윈 전시홀로 안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 디지털 기술 개발 및 응용 상황을 소개했다. 헤드쿼터 F구 지하에 자리한 다윈 전시장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화웨이의 최근 R&D 투자 현황이었다. 현황판 그래프는 화웨이 R&D 투자금액이 2018년 1000억위안을 돌파했고 2019년 1300억위안대, 2020년과 2021년 두 해 연속 1400억위안대를 넘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웨이 다윈 전시홀은 화웨이가 ICT 기술로 어떻게 미국의 기술 봉쇄를 격파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 같았다. 화웨이의 5G 기술과 함께 2025년 5.5G, 2030년 6G 스마트 통신 시대의 휘황찬란한 비전이 전시돼 있었다. 스마트 통신 기술이 전통 산업과 협업해 창출하는 뉴 비즈니스 사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곳에는 5G 스마트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한 산업 응용 현황도 전시돼 있었다. 설치공간 극소화에다 케이블 비용과 엔지니어링 비용이 줄어드는 반면 태양광 생산효율은 20%나 늘어나는 스마트 그린 태양광 설비 구조를 상세히 보여줬다. 다윈홀을 안내한 기술자는 외국매체 기자들에게 화웨이 텐센(天線) 무선통신기술이 효율 제고를 통해 5G 시대 네트워크 품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가 5G 시대에 사각지대 없는 스마트 초연결 시대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5G 비즈니스의 각 산업 분야 응용 사례가 소개돼 있었다. 5G 스마트 기술과 비즈니스 결합이 기업 신성장의 첩경임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화웨이가 5G 기술을 기반으로 아우디, 바스프 같은 기업들과 협업해 윈윈하는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다윈홀엔 5.5G 시대의 녹색 스마트 비전도 넓은 공간에 전시돼 있었다. 5.5 G 시대 코너는 5.5G 광센서 감응기로 광통신 비즈니스 응용이 확장되는 사례를 보여줬다. 다윈홀 참관 후 31일 오후 열린 재무 발표회에서 쉬 순환회장은 2027년 무렵 디지털 스마트 시장에서 1조달러의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밝힌 뒤, 화웨이는 ICT업계 차별화된 고품질을 기반으로 파트너사들과 협력하며 성장 기회를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쉬 순환회장은 5.5G가 세계 통신 운영사들에게 인터넷 효율을 10배나 제고해줄 것이라며, 화웨이가 100여 개국에 대해 고효율 녹색 안전에 기반한 디지털 인터넷 통신 설비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화웨이 ICT 비즈니스는 미국 제재의 상시화 시대에 ICT 제품 및 서비스의 고질량화를 통해 선발기업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디지털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금융, 전력, 교통, 공항, 항만 영역에서 확고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쉬 순환회장은 2022년 재무보고 발표회에서 R&D와 품질 경영의 중요성을 밝힌 뒤 화웨이가 인터넷통신기술, ICT 영역의 기술 우세로 반도체 칩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단말기, 인터넷 클라우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mg4 차별화 경쟁력 ICT 기술로 새 먹거리 창출 세계적인 통신기술 기업, 중국 최대 ICT(인터넷통신기술) 업체로서 미·중 기술전쟁 시대 미국의 대중국 기술 압박을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는 화웨이는 광둥성 선전시 룽강구 반텐(坂田)가도(동)에 위치해 있다. 화웨이 헤드쿼터가 위치한 선전시 반텐가도는 선전시 최초의 혁신 스타트업 기지로 지정됐고 이곳에 있는 국가급 첨단기술 기업만 해도 족히 360개가 넘는다. 화웨이는 개혁·개방 초기인 1987년 일찌감치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2023년 3월 31일 한국의 뉴스핌을 포함, 모두 50여 개 외국매체로 구성된 2022년 화웨이 재무실적 발표회 취재팀은 오후로 예정된 재무 발표회에 앞서 이날 오전 화웨이 본사 반텐 원구 내 F구의 ICT 전시장 다윈홀을 참관한 뒤 G구로 옮겨 자동차 전시장과 최신 단말기 플래그숍 전시장을 돌아봤다. 화웨이는 하드웨어 설비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솔루션, 유무선 단말기를 취급하는 인터넷통신기술 기업이다. 최근 미·중 기술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화웨이는 자동차 신규 사업 진출과 반도체 기술 개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수년 화웨이 경영과 관련해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화웨이가 과연 완성차 사업에 진출하느냐의 여부다. 화웨이의 본격적인 자동차 사업 진출은 중국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차시장에까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전역의 화웨이 단말기 판매장에는 대부분 자동차가 함께 전시돼 있다. 외부에선 화웨이가 자동차 사업에 발을 들인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뉴스핌 기자가 2023년 상반기 돌아본 쓰촨성 청두와 베이징, 선전, 광저우의 화웨이 단말기 매장에 예외 없이 자동차가 전시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화웨이는 ‘화웨이 자동차 진출’이라는 얘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화웨이는 자동차 제조 사업을 하지 않습니다.’ 31일 오전 뉴스핌 기자가 선전의 화웨이 반텐 원구 내 G구 자동차 전람관에서 안내 담당자에게 화웨이의 자동차 사업 진출 여부를 물었더니 팔로 X자를 그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화웨이는 이미 사이리스(赛力斯)에 ICT 스마트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인터넷 통신 연결과 자동 운전, 제어, 주차, 안전 드라이브 등을 자사의 스마트 디지털 기술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날 G구 전람실 안내를 맡은 자동차 기술 직원은 뉴스핌 기자에게 화웨이가 이렇게 스마트 기술 및 부품을 제공하는 형태로 협업을 하는 자동차 업체가 이미 수백 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화웨이가 사이리스와 협력해 만드는 ‘AITO 원제(問界, 세상에 묻다)’ 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31일 오전 찾은 반텐구 내 전시장에는 AITO 브랜드의 신형 자동차가 전시돼 있었다. 자동차 번호판에는 서브 모델명인 듯 ‘원제(問界) M7’이라고 적혀 있었다. AITO 원제 모델은 2022년 7만5000대가 팔렸지만 목표(당초 30만대)에는 크게 미달했다. 업계에선 연내에 원제 M9 모델도 출시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전시장 건너편 부스로 자리를 옮기니 아웨이타(啊维塔) 모델이 눈에 띄었는데 안내원은 이 모델 역시 화웨이가 ICT 스마트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로 창안자동차, 닝더스다이(宁德时代, 영덕시대)와 협력해 만드는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 주변 인사들은 향후 사이리스, 창안 등 외에도 치루이와 현대자동차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자동차 등이 화웨이 자동차 스마트 기술 솔루션을 장착한 자동차를 생산할 것으로 내다본다. 헤드쿼터에 신차 모델 전시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웬만한 화웨이 스마트폰 매장에는 자동차가 함께 전시돼 있다. 자동차에는 ‘HUAWEI’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 회사 조직에는 스마트카 솔루션 사업부도 있다. 스마트카 솔루션 사업부의 위청둥 CEO는 2025년부터 흑자를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미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해온 데 대해 CEO로서 압박감을 표시한 것으로, 향후 화웨이 자동차 사업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정도면 화웨이가 차량 사업에 진출한 것인데 화웨이는 여전히 이를 부인하고 있다. 차는 협력업체가 만들고 화웨이는 개발, 디자인, 품질관리 등 자동차 제조 과정, 마케팅에 참여하는 협력 모델일 뿐 완성차 제조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ICT 기술로 스마트카 사업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화웨이는 단지 스마트 카 생태계에 참여하는 형태라는 주장이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도 “화웨이는 완성차를 제조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런 회장은 2028년까지 차량과 홍보에 화웨이 로고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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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호

양소영 숭인 대표변호사 “경청하라 그리고 공감하라”

| 김경선 소장 kyoungseon0428@gmail.com 절박할수록 돌아갈 수 있는 있는 지름길이나 꼼수는 없다. 우리 사회 일터 고수들에게는 그들만의 성공 노하우가 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을 대하는지, 그 일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 지난했던 과정과 그늘들, 화려함 뒤에 가려진 노력과 자세를 곱씹어 보면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볼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료를 거쳐 여성가족부 차관까지 일자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일터의 정점까지 올랐던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이 각 전문 분야의 고수들을 만나 그들만의 경험과 비밀스러운 성공 레시피를 듣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 중 한 사람인 양소영 변호사. 길을 걷다가도,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고 한다. 어떤 이는 변호사가 아니라 연예인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침방송 출연부터 라디오 진행까지 하다 보니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던 시기에도 목소리로 그를 알아보는 분들도 종종 있다는 셀럽 변호사 양소영을 만났다. 변호사 겸 방송인이라는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20여 년 넘게 한길을 걸어온 전문가로서의 이미지가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변호사, 그것도 가사전문 변호사가 자신에게는 천직인 것 같다는 법무법인 숭인의 대표변호사 양소영. 가사전문 변호사로서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짧고 단호하게 답했다. “끝까지 경청하고 공감하라.” “변호사 역할, 누군가의 인생을 더 낫게 변화시키는 것” Q. 법조인 중에서도 변호사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법대에 진학하게 된 것은 이화여대에 당시 고시 장학생 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4남매의 맏이였고 가정형편이 그렇게 넉넉지 않았어요. 고시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법고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는 그냥 검사가 멋있어 보여서 검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할 당시 이미 결혼도 한 상황이라 검사를 포기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근무하다 변호사로 개업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 일을 하다 보니 제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좋아하더군요. 지금은 변호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중 잘하는 일을 선택하라고들 하는데 저는 두 가지가 일치한 것 같습니다.(웃음) Q. 변호사 중에서도 가사전문 변호사, 흔히 이혼전문 변호사라고도 하는데 그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2010년쯤 그때만 해도 변호사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시기였죠. 동료 변호사가 ‘이제는 변호사도 전문화 시대다. 제일 잘하는 것 딱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줬습니다. 그 말이 일견 타당해 보여서 과연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제가 가족법에 관심이 많았고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하는 것도 좋아하고 잘하는 것 같아서 가사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하다 보니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Q. 이혼전문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좀 있지 않나요. 당연히 있습니다. 최근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혼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강하고 이혼전문 변호사는 이혼을 부추기는 사람이라는 편견도 강했죠. 그런데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을 했는데, 대부분 자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동했습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 될 역할이죠. 여성 변호사가 많지 않던 시기에 제가 그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약자 위치에 있는 많은 여성의 힘이 됐던 것이 큰 보람입니다. 본인은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데 유책 배우자에 의해 오히려 이혼까지 내몰린 여성분들, 배우자에게 지속적으로 소외와 정신적 고통을 당하면서도 경제적 이유로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못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옆에서 지원해 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죠. Q. 본인 일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법무법인 숭인의 로고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Building your future, Friend for life.” 클라이언트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고, 누군가가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보람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맡은 클라이언트만 행복해지고 다른 가족들이 다 고통을 받아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항상 강조하는 것이 너무 무리하고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오히려 분쟁을 장기화하고 고통을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갈등 상황에서 갈등을 조기 해결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이혼사건의 경우 자녀가 있다면 자녀 관점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헤어지더라도 잘 헤어져야 자녀에게도 상처가 적습니다. 비록 부부관계는 단절되더라도 자녀의 관점에서 양쪽 부모님들이 모두 내 부모라는 인식, 그러니까 자신과 부모의 관계는 단절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합니다. Q. 이혼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도 상황이 모두 다를 텐데 이혼을 말리는 경우도 있는지. 이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아, 이분은 이혼까지 할 상황은 아니구나, 이혼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혼은 부부간 갈등의 최종 해결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상담을 통해서 배우자의 입장을 고려해볼 것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결혼 생활이 길지 않은 부부간에는 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갈등이 초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클라이언트에게 책을 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부간의 대화법에 관한 책, ‘우리는 사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혼자 상처받지 않는 법’과 같은 관계심리학 서적도 많이 권합니다. Q. 가사전문 변호사는 심리상담사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군요. 갖춰야 할 기본 역량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사전문 변호사는 대부분 심리상담사 역할을 합니다. 제게 오시는 분 중 중년 여성 한 분은 몇 년 동안 ‘다음 달에는 정말 이혼할 거야’ 하면서 계속 본인 외롭고 괴로운 심정만 토로하는 분도 계십니다. 부부라 같이 살지만 더 외롭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공감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데 항상 채워지지 않는 감정을 갖고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죠. 그렇다고 현재 삶을 완전히 바꿀 용기는 없으시고요. 그래서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화기술도 필요하고요. 또 가사전문 변호사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협상력도 갖춰야 합니다.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같은 경우 변호사의 협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족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너무 공격적으로 하기보다 가급적 표현이나 요구도 절제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Q. 여성 고객이 대부분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비율로 보면 저에게 상담 오는 부인과 남편이 60 대 40 정도로 최근 남성 배우자의 상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남편이 부인에게 심리적으로 상처받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현금인출기인가, 내 삶이 가족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것 아닌가 하면서 상담 받으러 오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 장모와 사위 간(장서간) 갈등도 많아진 편입니다. 사회가 많이 변했죠?(웃음) “가족은 나의 힘, 결혼생활 토대는 신뢰와 공감” Q. 20년 이상 변호사로서, 방송인으로서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데 이렇게 커리어를 지속해올 수 있는 동인은 무엇인지요. 저에게는 가족이 큰 힘이 됩니다. 일·가정 양립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로 지쳐 있을 때 가족과의 시간이 저를 재충전해 줍니다. 업무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남성에게도 일·가정 양립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셋인데 두 딸은 대학생이고 막내아들이 고등학생입니다. 다들 하는 이야기지만 키울 때는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이 너무 큽니다. Q. 한마디로 가족은 나의 힘이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웃음) Q. 가사전문 변호사가 생각하는 부부관계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요. 결국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공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만이 함께 살아가는 힘이 되니까요. 그러려면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제 남편은 표현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 서운한 적도 종종 있었지만 본심을 믿으니까 결국 부부 사이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변호사, 누군가의 더 나은 미래 서포트하는 역할” Q. 마지막으로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변호사란 직업이 옛날처럼 고소득을 보장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죠. 챗GPT 같은 AI의 영향도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호사는 누군가의 삶을 더 낫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변호사는 과학자처럼 세상을 앞서가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누군가보다는 한 발짝 앞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위험을 알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감정노동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더 낫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면 보람도 클 것입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 주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평가받기보다는 공감받고 싶어 합니다. 공감해야 신뢰가 생깁니다. 그래야 분쟁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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