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호
고려아연 주가 '불기둥'인데...경영권 분쟁 종목 투자 주의 이유는
“주가에 호재” “꽃놀이패” 소문에 투자자 몰려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몰라...변동성 주의해야”
과거 경영권 분쟁 종결 이후 주가 폭락 사례 다수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통상 주식시장에서 경영권 분쟁은 ‘호재’로 인식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00 상장사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찾아봅니다.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호재로 인식되는 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당사자들이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죠.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주주들은 ‘꽃놀이패’를 쥐게 된다고 합니다. 꽃놀이패는 바둑에서 이기면 큰 이익을 얻지만 져도 부담이 가벼운 패를 의미합니다. 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장내 매도해서 시세차익을 얻거나 공개매수가에 팔거나 행복한 고민입니다.
고려아연 창사 이래 최고가...‘꽃놀이패’ 쥔 투자자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불기둥을 세웠습니다.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지난 9월 13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요.
MBK·영풍은 공개매수 규모로 고려아연 주식 144만5037주(6.98%)∼302만4881주(14.61%), 공개매수 가격은 66만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호재’를 만난 고려아연의 주가는 단 하루 만에 주당 55만원대에서 66만원으로 19%나 뛰었습니다.
고려아연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지만 세계 1위의 비철금속 업체이자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입니다. 영풍그룹 내에서 최 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운영하고, 장 씨 일가가 영풍그룹 전체와 전자 계열사를 맡아 75년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동업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두 가문은 공식적으로 이별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양측의 지분율은 MBK·영풍이 33.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현대차그룹 등 우호 지분을 포함해 약 33.9% 등 비슷한 규모입니다. 국민연금(7.6%)과 의결권 없는 자사주 등을 빼면 약 23%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 중 약 14~15%의 지분 확보를 목표로 한 겁니다.
분쟁이 격화되면서 MBK·영풍은 공개매수 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합니다. 고려아연도 대항 공개매수에 나섰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사회를 열어 주당 83만원에 발행주식 총수의 15.5%(320만9009주)를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합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가보다 10.6% 높은 가격입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한 것이죠. 주가는 장중 74만원을 터치하기도 합니다. 창사 이래 최고가 기록을 연일 경신합니다.
SM엔터·한국타이어·한진칼 주가 지금은?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 종목에 대한 투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합니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할 수 있지만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상승이라는 점이 걸림돌입니다. 분쟁이 마무리되면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례적으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종목의 주가 급등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 가능성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이후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꽃놀이패를 쥔 줄 알았던 투자자들은 ‘꼭지’에서 산 주식을 손에 들고 곤두박질치는 주가를 하염없이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일례로 지난해 초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2배 가까이 올랐지만 현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MBK파트너스가 장남인 조현식 고문, 차녀 조희원 씨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분쟁에 참전했는데요. 당시 최소 매집 요건(20.35%)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단 한 주도 사지 않고, 공개매수 포기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꼭지’에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코스닥 소형주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죠. 에프앤가이드는 최대 주주인 화천기공과 창업자이자 2대 주주인 김군호 전 대표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지난 9월 13일부터 24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합니다. 주당 1만3500원이던 주가는 3만845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돼 25일 하루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문제는 거래 재개 이후입니다. 26일(하한가), 27일(하한가), 30일(-19.58%) 사흘 연속 주가가 흘러내리면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경영권 분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과열됐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던 한진칼(2020년), 화천기계(2022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사인 래몽래인(2023년), 오스템임플란트(2023년) 등도 유사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2024년 11월호
암·용종·레저상해까지 보장...'천원보험'이 뜬다
월 보험료 몇천원으로 암·용종·레저상해 치료비 보장
보장범위 좁고 기간 짧아...약관 꼼꼼한 확인 필수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금융상품 중에서도 보험은 기간이 긴 상품이다. 보험료를 수십 년 동안 내면 사망할 때까지 질병 치료 비용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 기간이 긴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취업준비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매달 보험료로 많게는 십여 만원을 내기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보험은 또 상품 구조가 복잡하다. 주보험과 특별약관(특약) 설정에 따라 납입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불필요하거나 보장이 중복되는 특약에 가입하면 보험료 이중 지출 등 가입자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일반적으로 전문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기 위한 일환으로 소액 단기 보험인 미니보험을 내놓고 있다. 미니보험은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보장 내용을 단순화한 맞춤형 보험이다. 고객이 필요한 보장만 선택해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니보험은 여행자보험에서 시작해 암보험까지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저렴하게 암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싶다면 NH농협손해보험이 판매 중인 ‘NH무암도전미니보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보험은 암 관련 치료비를 최대 5년 동안 6억원까지 보장한다. 월 최소 보험료는 3000원이다. 가입 대상은 19~39세로 한정해 주머니가 가벼운 청년층을 겨냥했다. 농협은행 올원뱅크 앱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용종 진단만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을 찾고 있다면 NH농협생명이 취급하는 ‘검진쏘옥NH용종진단보험’을 눈여겨볼 만하다. 용종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초기 발견이 중요하다. 해당 보험은 위와 십이지장, 대장 등 3개 기관 용종 진단을 보장한다. 월 보험료는 30세 기준 남자 1500원이고 여자 1200원이다. 보험료를 내면 1년 동안 용종 진단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아토피와 비염, 급성기관지염 등 환경성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NH농협생명이 내놓은 ‘환경쏘옥NHe독감케어보험’에 관심을 둘 만하다. 이 보험은 환경성 질환 입원 시 20만원 범위에서 치료비를 보장한다. 환경성 질환으로 4일 이상 계속 입원(3일 초과 입원 1일당) 시 입원비 2만원도 보장한다. 월 보험료는 40세 기준 남성 5400원이고 여성 7200원이다. 보험 보장 기간은 1년이다.
임신 중인 예비 엄마라면 삼성화재가 우리은행과 내놓은 ‘우리함께 엄마준비 안심보장보험’을 주목할 만하다. 이 보험은 태아가 뱃속에 있는 동안 임산부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독감과 골절, 감염병, 응급실 내원 등 위험을 1년 동안 무료로 보장한다. 우리은행 계좌가 있는 예비 엄마는 누구나 이 보험에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가을철 등산이나 캠핑, 겨울철 스키 등 계절별 레저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삼성화재가 취급하는 ‘미니생활(레저)보험’ 가입도 고려할 만하다. 이 보험은 레저·스포츠 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골절이나 화상 등 다양한 상해 사고를 보장한다. 등산, 자전거, 캠핑, 낚시 등 10개 레저 활동이 해당된다. 월 보험료는 5000원부터 시작한다. 최소 1일부터 최대 30일까지 원하는 기간에 맞게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장기보험보다 보장 범위 좁아...약관 꼼꼼히 확인을
미니보험 가입 문턱은 낮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일반보험과 비교하면 보장 범위가 좁고 보험금 지급액도 적다. 예컨대 10년 납입하는 일반 암보험은 암 종류별로 세분화해 검사, 진단, 입원, 수술 및 회복, 재활 및 간병 등 암 치료 모든 과정을 보장한다. 보험 가입 금액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보험사가 운영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받을 수 있다.
미니보험은 이와 달리 특정 범위만 보장하므로 암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 보험 기간도 짧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험이 필요한 순간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또 보험료가 싸다고 여러 미니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장이 중복되는 상품을 여러 개 가입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은 다이렉트 채널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입자가 약관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11월호
[금리인하 시대] 美 연준 이례적 '빅컷' 통화정책 방향 전환...세계 각국 금리인하 대열 잇달아 합류
주요국 중앙은행들 금리인하 동참 전망
미국 대선과 BOJ 정책 등 시장 변수 주목
| 시드니=권지언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코로나19 여파로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물가를 잡기 위해 30개월간 펼쳤던 긴축 기조에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은 2020년 코로나로 사실상 0%대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를 2022년 3월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지난해 7월 22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5.25~5.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8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팅에 주력했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향해 순조롭게 내려오고 있다는 확신이 강해졌고, 점차 식어가는 노동시장이 완전히 얼어붙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베이비컷’(25bp 인하, 1bp=0.01%포인트)이 아닌 ‘빅컷’(50bp 인하)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연준이 빅컷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시작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연준 인하 결정 직후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산유국들도 잇따라 금리를 내렸다. 이미 점진적 금리 인하를 진행 중인 스위스와 유럽·캐나다가 조만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한국과 호주·노르웨이 등도 연내 금리 인하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 중이다. 아울러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도 인하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전 세계적 성장 둔화로 대체되면서 선진국 차입 비용의 종합지수는 올해 말까지 거의 40bp 내리고, 2025년 말까지는 그 두 배 이상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10월 1일 조사한 23개 중앙은행(미국·일본·ECB·BOE·캐나다·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남아공·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나이지리아·한국·호주·아르헨티나·스위스·스웨덴·노르웨이·뉴질랜드·폴란드·체코) 중 앞으로 3개월 동안 차입 비용을 그대로 둘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단 3곳이었고, 내년까지 모든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금리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통화 완화가 전 세계 주요 테마이지만, 일본과 브라질 등 일부 국가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美 대선, BOJ 등 ‘주목 변수’
연준이 이제 글로벌 금리 인하 흐름을 주도하겠지만, 이러한 하락 추세는 널리 확산될 가능성이 크며 주요 7개국(G7) 대부분이 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노르웨이와 호주 같은 기존 반대국들도 결국 참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준의 빅컷과 중국 인민은행의 깜짝 부양책은 중앙은행의 서사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에서 시장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특히 시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이 세계 경기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일본은행(BOJ)이 엔화 가치를 밀어올리고, 엔화 캐리 트레이드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면 시장이 8월 초와 같은 혼란을 다시 한 번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에 이어 7월까지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특히 7월 기준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했을 땐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인한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지며 아시아 증시 폭락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연내 일본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11월 8일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대 변수다. 만약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그의 세금, 관세, 강제추방 정책 등이 현실화된다면 경제의 궤도를 바꾸고 연준 정책 코스의 추가 변경을 시사할 수도 있다. 다음 행정부에서 연준 인사 변동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는 2026년에 끝나는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미 파월을 재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아직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연준, 이제는 폭과 속도가 관심...IB 전망은?
투자자들은 4분기 이후 추가 금리 인하의 규모와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이 이례적인 빅컷으로 통화 완화 스타트를 끊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이러한 속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지 말고 “정책을 점점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에 발표된 중위 전망에 따르면, 올해 50bp 추가 인하와 2025년까지 추가로 100bp 인하가 예상된다. 그러나 정책 입안자들 간에는 내년에 추가 인하를 25bp 이하로 보는 소수 의견도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경로가 경제 지표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 노동시장의 냉각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치를 향해 계속 진전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 대형 은행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매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측을 수정했고, 연준의 빅컷을 정확하게 맞힌 JP모간체이스는 11월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노동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말까지 75bp, 내년 말 125bp 추가 인하를 전망했고, 바클레이스는 11월과 12월 25bp씩 인하하고 내년 세 차례 더 인하를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11월 50bp, 12월 25bp 인하를 예측했으며, 이코노미스트들은 메모에서 “리스크가 더 빠른 인하 속도에 맞춰 균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2025년 3월 회의까지 0.25%포인트씩 인하한 후 분기별 속도로 전환해 내년 말까지 3.25~3.5% 사이의 기준금리를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했다. 모간스탠리는 올해 두 차례, 내년 상반기 네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고, TD증권은 올해 두 차례 25bp씩, 내년 네 차례 25bp씩 인하를 예상하며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는 이번 빅컷이 시사하는 것만큼 비둘기파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웰스파고는 “2024년 완화 사이클은 역사적 수준의 시장 불확실성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하며 경착륙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350bp, 연착륙 시나리오에서는 150bp 인하를 예상했다.

2024년 11월호
한국 주식 왜 하나? "뉴욕증시로 더 몰릴 것"
이머징으로 온기 확산? 달러자산 독주?
MMF 자금 뉴욕증시로 쏟아지나
| 오상용 기자 osy75@newspim.com
| 이석훈 기자 stpoemseok@newspim.com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컷’은 미국 경제가 망가진 상태에서 부랴부랴 단행된 게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안정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경기가 계속 순항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조치였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상황에서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혹시 모를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을 낮춰 뉴욕증시에 한층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모든 세부 항목에서 완벽한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미국의 9월 고용지표는 이 경로에 청신호를 더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자본유출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종의 글로벌 경기둔화 신호로, 수출입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투심이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기업이 돈을 제일 잘 번다
글로벌 유동성을 좌지우지하는 연준의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과 부동산, 회사채 등 위험자산 전반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연준을 따라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기에 글로벌 경제와 자산시장에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달러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진입할 경우 이머징 자산시장도 날개를 달 수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선 시간을 두고 확인해야 할 게 많다. 여전히 견고한 미국 경제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동반 금리 인하가 달러의 약세폭을 제한할 수 있는 데다 중국 경제는 일련의 부양조치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도전(인구동태 변화와 부채 위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10월 4일 기준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1년간 36% 상승해 유럽(21%)과 영국(10.9%), 일본(23.7%%), 이머징(25%) 증시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돋보이는 것은 그만큼 미국 기업들이 돈을 더 잘 벌고 기술 혁신에 앞서 있어서다. 당분간 이 구도가 깨지기 어렵다고 보면 뉴욕증시와 달러 자산의 상대적 우위 또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와 함께 달러가 좀 더 약해질 경우 이는 저렴하게 미국 자산을 매입하고 싶은 이들에게 기회로 인식될 수 있다.
MMF 자금, 뉴욕증시로 쏟아질까
월가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는 연준의 ‘빅컷’을 계기로 머니마켓펀드(MMF)에 고여 있던 천문학적 자금이 뉴욕증시로 유입돼 주가를 밀어올리는 수급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MMF 자산은 2분기 말 현재 6조500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2022년 이후 1조3000억달러 증가했는데,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3개월짜리 재정증권(T-Bill) 수익률이 5%를 넘어선 것과 궤를 같이했다. 무위험자산이 연율 5%대 수익률을 제공한다 하니 많은 돈이 은행 예금을 탈출해 MMF로 몰렸다.
그러나 연준의 빅컷으로 MMF 수익률이 하락하자 이러한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씨티 프라이빗 뱅크는 “투자자들 사이에 연준이 가이던스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확신이 커졌다”면서 “MMF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가능성, 즉 이들 사이에 위험자산 선호가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BNP파리바 역시 “연준의 금리 인하로 MMF의 매력이 약해져 일부 자금이 증시로 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리플렉션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인 제이슨 브리턴도 “연준의 금리 인하 조치에 따라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내하는 수위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분석은 보수적이다. 과거 다섯 차례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 때 MMF 자금이 실제 어떻게 움직였나 살폈더니 첫 금리 인하 이후 12개월 동안에는 오히려 MMF로 자금유입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BofA는 연준의 정책금리가 2% 밑으로 떨어지는 지점에서 MMF 자금들의 이동이 본격화했는데, 주식보다는 채권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더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난 2년여 MMF가 시중자금을 세차게 빨아들이는 와중에도 뉴욕증시는 강한 경제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기본적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는 경제주체들의 금융비용을 낮춰 소비와 투자를 자극한다. 이는 다시 기업들의 매출 증가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참고로 미국 경제는 지난 9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신규 일자리(25만4000명)를 창출했고 실업률(4.1%) 또한 두 달 연속 낮아졌다. 임금 상승폭도 예상보다 컸다. 9월과 같은 강력한 고용 흐름이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경기는 계속 탄력을 받을 것이다. 더구나 연준은 여차하면 언제든 뒤를 받칠 태세를 갖추고 있고 총탄(금리 인하 여력) 역시 넉넉하다.
기대 이상으로 강한 고용과 소비가 지속될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비(非)달러 자산에는 달갑지 않은 전개일 수 있지만 뉴욕증시를 비롯한 달러 자산은 경기침체 우려에서 완연히 벗어나 독주 체제를 이어갈 수 있다. 밸러스트록자산운용은 그렇게 뉴욕증시가 계속 강세를 보이면 MMF에 고여 있던 자금들 역시 더 빠르게 증시로 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선 달러 수요 여전, 자산시장 탈출해 미국행
국내 투자자의 한국증시 엑소더스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주식 거래 건수는 170만1364건이다. 이는 전년 동기(149만9190건) 대비 13.48%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채권 거래 건수는 2114건에서 5247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미국 시장으로의 국내 증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음을 의미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채권 거래 건수 증가는 해당 시장으로 시장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투자자의 한국증시 외면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입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가속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혼자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팬데믹 시기로 인한 기저효과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저효과가 다 끝난 현재, 미국 경제가 향후 2~3년간 보일 성장률은 줄어들 것”이라며 “세계경제가 회복할 가능성은 저조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대형사 관계자도 “한국 경제구조상 수출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아직은 견조하지만 둔화할 조짐을 보이므로, 한동안 한국증시 자금이탈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11월호
'GOLD 러시'...3000달러 간다고?
연준 금리인하 기조 속 금값 3000달러 전망
일부 전문가 “이제 금 2차 랠리 개시”
| 뉴욕=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
최근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 개시로 월가에서는 이 같은 금 랠리의 수명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3분기 금값은 13%나 상승해 2020년 초 이후 가장 큰 폭의 랠리를 펼쳤다. 지난 10월 1일 금값은 안전자산 선호 속에서 장중 사상 최고치인 트로이온스(1ozt=31.10g)당 2685.42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29%로 S&P500지수의 같은 기간 20% 수익률을 상회한다.
올해 금값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및 현실화 속에서 강세를 보였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갈등 역시 꾸준히 금을 지지해 왔다. 연준은 지난 9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비교적 큰 폭인 50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로 피벗(pivot, 정책기조 변경)을 개시했다. 연준은 꾸준히 금리를 내려 이를 중립 수준으로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공개된 경제전망 요약(SEP)에 따르면 연준은 연말까지 추가 50bp의 금리를 내린 후 내년 말까지 추가로 100bp, 2026년 말까지 추가로 50bp를 더 인하해 기준금리를 현재의 4.75~5.00%에서 2.75~3.00%로 낮출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가 내리는 시기에는 이자율 자산의 매력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금이 매력적이다. 미 달러화가 약세 기조를 보일 수 있고, 경기둔화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질 수 있는 점도 금에 대한 투자 수요를 높일 수 있다.
3000달러 전망 수두룩
금값이 상승 추세라는 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은 많지 않다. 금이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이더라도 가격 하락이 추세화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강하다. 제이너 메탈의 피터 A. 그랜트 부대표 겸 선임 금속전략가는 “귀금속에서 주식으로 로테이션(회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며, 의심의 여지 없이 추세는 금값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단기적으로 금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을 보고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 가장 큰 촉매제는 거시 요인과 통화정책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 속도에서 서프라이즈가 있다면 그것이 잠재적으로 주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월가에서는 금값이 내년께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시티 리서치의 아카시 도시 원자재 책임자는 금값이 연말 2600달러 선에서 한 해 거래를 마감한 후 내년 중반 3000달러로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요, 실물 금 수요가 이 같은 금값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게 시티 리서치의 설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향후 12~18개월 후 금값이 3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외에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가 이 같은 금값 상승을 이끌 수 있다. BofA는 “계속되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매입도 중요하며 외환 포트폴리오에서 미 달러화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이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 인도는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통화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 8월 3톤(t)의 금을 매수해 8개월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RBI는 연초 이후 45t의 금을 매수하며 중앙은행 중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금을 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외환보유고 중 미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분기 57%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초 금값 전망치를 트로이온스당 2700달러에서 2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은 “전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금리와 구조적으로 높은 중앙은행의 수요, 지정학적 위험과 금융 위험 및 경기침체 위험에 대한 헤징 이점으로 금에 대한 장기 추천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맥쿼리도 금값이 내년 1분기 트로이온스당 2600달러 선에서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30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 역시 열어뒀다.
“2차 랠리 진행중”...금리인하 호재 반영 이제 ‘시작’
조만간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는 로젠버그 리서치의 딜런 스미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까지 금의 랠리가 1차에 불과했으며 현재 2차 랠리가 진행 중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올해 초에 있었던 초기 랠리와 더 최근의 랠리에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2개의 별도 14~15%의 움직임이 있던 시점에 있다”며 연초 첫 랠리에 중앙은행의 막대한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러화 폐기의 위험이 상당히 현실적인 신흥시장,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은 튀르키예와 같은 곳에서 신중한 수요가 많다”며 “인도의 주요 귀금속 시장에서는 엄청난 소득 성장을 목격하고 있고, 이것들은 모두 금 가격에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순풍을 불어넣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오히려 초기 랠리에 중앙은행의 수요가 작용했으며, 연준의 금리 인하와 같은 거시 여건의 변화는 이제 금값에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초기 랠리에 미 달러화와 미국의 금리는 당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그러한 완화 사이클이 시작되고 시장에서 더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며 완화 사이클의 속도가 분명해지면 금값이 또 한 번 상승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금값 오름세에 비해 금 ETF에 대한 자금 유입이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금 강세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한다. ING에 따르면 금 가격이 오를 때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의 금 ETF 보유량도 증가하는데, 올해는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동안에도 금 ETF 보유량은 감소세를 이어가다 5월이 돼서야 증가세로 전환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의 의지를 확고히 한 점 역시 최근 약세를 보였던 금 시장의 ‘큰손’ 수요를 촉발하며 금값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
지정학적 요인 또한 금 가격을 계속 지지할 전망이다. ING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단기에서 중기적으로 계속 금 가격을 지지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11월호
채권투자 마지막 기회는 '4분기'
변동성 활용, 단기채로 안전성 추구
선반영된 금리인하, 시장 기대 조정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통화정책 전환(Pivot)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해석돼서다. 금리 인하기 최고 투자처는 단연 ‘채권’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올라 약정된 이자수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돼 있어 추가 수익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하지만 연말까지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 침체 리스크 등 채권 강세 요인들이 남아 있어 여전히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시장 변동성을 활용해 투자 방망이를 짧게 잡고 단기채 위주로 하라고 조언했다.
금리 인하기, 채권 투자법은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는 채권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실제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본격화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동안 개인투자자는 장외 채권시장에서 총 3조9927억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서 4조원대 순매수를 기록한 2월과 4월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다.
누적 집계로 살펴보면 9월 말 기준 개인의 순매수액은 33조8045억원으로 지난 한 해 총 순매수액(37조5620억원)과 불과 4조원 차이다. 지난해는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해다. 올해 말이 되면 이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금리 인하기의 채권 투자법으로는 △장기채 △고정금리 채권 △국채와 우량 회사채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또는 펀드 투자 등이 추천된다.
금리 인하기에는 장기채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금리 변동에 민감한 장기채는 금리가 하락할수록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반대로 금리가 인상된다면 그만큼 손실 가능성도 더 크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또한 변동금리 채권보다는 고정금리 채권이 유리하다. 금리가 인하될 때 고정금리 채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지급하게 돼 시장에서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경기침체다. 신용 리스크가 적고 변동성이 낮은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국채와 신용도 높은 기업이 발행한 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개인이 직접 개별 채권을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채권형 ETF 또는 펀드에 투자해 전문가가 운용하고 여러 채권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 헤지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채권, 방망이 짧게 잡아라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외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미국 대선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남아 있는 가운데 침체 리스크 등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복병도 적지 않다.
금리 변동 리스크가 있을 때는 금리 인하기라고 해도 다른 전략을 취해야 한다. 금리 인하기라고 장기채를 매수했다가 금리가 다시 오른다면 손해가 그만큼 늘 수 있다. 만기가 짧아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한 단기채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개인들도 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가 달러 채권에 투자할 ‘마지막 기회’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로컬 채권은 새로운 기회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투자전략은 ‘달러 채권은 막차, 로컬 채권은 첫차’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달러 채권이 3분기에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면서 전반적인 밸류에이션이 타이트해졌고, 벤치마크 금리도 현재 알려진 미국 금리 인하를 상당 부분 반영했기 때문에 4분기 이후로 양호한 성과를 기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4분기가 달러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분석했다. 반면 “로컬 채권은 다시 기회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골디락스, 또는 노랜딩 시나리오가 성립한다면 이머징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로컬 채권이 저렴하다. 로컬 채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채권시장에 금리 인하의 선반영 정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채권시장에는 10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 이전부터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선반영됐다. 이미 반영된 호재는 더 이상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폭과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보다는 한은의 스탠스에 따라 시장의 기대가 조정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하락할 가능성보다 더 크다”고 진단했다. 벌써부터 기대보다 인하 속도가 느려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24년 11월호
만성적 공급 부족·가격 상승 악순환...미국 부동산 복잡한 '퍼즐' 풀릴까
기존 주택이 열쇠, 매매 활성화 아직 기대난
“내후년 초 돼야 기존 주택 매매 활기 기대”
신규 주택, 새 가구 수요 충족하기도 ‘빠듯’
|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통상 금리 인하는 부동산시장에 즉각적으로 호재가 된다는 인식이 많다. 수요 면에서는 구매자의 대출 비용이 줄어들어 구매력이 개선되고, 공급 면에서는 건설사와 개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감소해 신규 프로젝트 추진이 용이해진다. 수급의 상호작용에 의한 거래 활성화 효과는 즉각 나타나기보다 긴 시차를 두고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분위기 자체는 기대심리 덕분에 빠르게 반전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부동산시장은 이런 조속한 분위기 쇄신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종전까지 너무 빠르게 올라버린 금리, 그리고 주택을 공급할수록 건설업체의 손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인플레이션이 공급을 위축시켜 수요와의 격차를 대폭 벌려놓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경색된 거래 환경의 숨통을 트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에 따르는 공급 회복과 매매 활성화는 점진적인 전개가 예상된다.
최대 난제, 공급 부족
현재 미국 부동산시장을 주택으로 한정하면 가장 큰 문제는 공급 부족이다. 신규 물량은 4년여 사이 자잿값·인건비·자금조달비용의 급등, 코로나19 보건 규제에 의한 작업 지연 등의 요인으로 크게 줄었고, 기존 물량은 과거 저금리 시기에 대출받은 소유주가 매물을 내놓지 않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들이 매물로 내놓는 경우의 대부분은 기존 대출을 ‘차환’하고 이사를 준비할 때인데 정책금리가 이때부터 지금까지 대폭 올라 소유주의 차환 유인을 꺾어놓았다.
공급은 사실상 실종 상태가 된 데 반해 수요는 되레 늘었다. 이런 까닭에 미국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분은 매년 증가했다. 부동산중개업체 질로우의 올해 6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리 인상이 한창이던 2022년 당시에도 부족분은 이미 연간 450만채(단독주택 기준)로 2021년의 430만채에서 늘어난 터였고 당해 말 주택 재고는 코로나19 사태 전 2019년 말 대비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에도 금리 인상과 인플레 현상이 지속됐음을 고려하면 작년의 공급 부족은 더 심화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주택 시세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주택금융기관 프레디맥이 산출하는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미국 집값은 2019년 12월 말 대비 4년 6개월 동안 50%가량 상승해 1.5배가 됐다. 미국 주택가격의 ‘중앙값’이 중위 소득자 연간 소득의 5배가 되는 수준이 됐다. 금리 급상승과 인플레 현상은 가격 상승이 유발하는 ‘공급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기능부전 상태에 빠뜨려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형성했다.
기존 주택, 매매 활성화 아직 기대하기 어려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의 올해 정책금리 인하가 주택시장의 꼬여버린 수급 문제 매듭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난맥상을 당장 타개할 정도의 화력은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올해 9월 50bp 인하라는 이례적인 조처에 이어 연내 추가 50bp 인하까지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래 경색의 발단이 된 금리가 공급 문제를 ‘결자해지’하는 단계까지 들어서려면 더 공격적이고도 큰 폭의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당장의 매매 활성화 열쇠는 차환 금리만 낮아진다면 매물이 비교적 빠르게 나올 수 있는 기존 주택 시장이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도시 외곽에 조성된 신규 주택단지보다 도시 중심부나 인프라 완비 지역의 기존 주택을 선호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여건만 맞다면 수급이 재빠르게 균형을 향해 갈 수 있다. 다만 모기지 금리가 주택 소유주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떨어진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모기지 금리는 내려올 대로 내려와 ‘당장’의 추가 하락 여지는 적어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 모기지 지표금리인 30년 만기 고정금리는 2020년 말과 2021년 초 당시 2%대 후반~3% 초반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는 6.2%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5%대 초반까지는 내려와야 기존 주택 물량이 ‘의미 있게’ 나올 수 있다(부동산컨설팅업체 CJ패트릭의 릭 샤르가 창립자 분석)고 본다. 현재 6.2% 금리는 연준 기대감을 반영해 이미 낮아진 수준(작년 10월은 7.8%)으로 5%대 초반이 되려면 최소 내후년 초는 돼야 한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기존 주택 시장에서 당장은 물량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신규 물량도 형편 ‘빠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신규 주택의 공급 확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건설사 역시 재무구조 약화와 일손 부족 등의 이유로 공급 능력이 위축됐기 때문에 이쪽에서도 당장의 공급 회복을 기대하기가 여의치 않다. 작년 한 해 완공된 미국의 신규 주택은 약 145만채로 2022년에 집계된 공급 부족분 약 450만채의 3분의 1 정도다. 미국에서는 매년 170만가구 정도가 새롭게 형성되는데 신규 수요도 충당하기에 빠듯한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다행인 것은 점진적으로나마 개선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올해 7월 신규 주택 판매량은 전월 대비 11% 늘어나 2023년 5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관련 수치가 전월 대비임을 고려할 때 괄목할 만한 개선세라고 할 수 있다. 그 뒤 8월에는 다시 5% 줄어드는 등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는 등 7월의 5.6%에 이어 작년 대비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10월호
"인도, 한국의 최적 파트너...경제·외교·보건 등 협력 필요"
조현 前 주인도 대사 “다양한 잠재력 가진 나라...한국 기업 적극 진출해야”
강성용 교수 “인도 경제구조 이해 필요...기업들 현지에서 직접 체험하라”
홍준영 상무 “인도 증시, 고점? 지금이 가장 싸다...성장잠재력 높아”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 조민교 기자 mkyo@newspim.com
| 김아영 기자 aykim@newspim.com
인도는 외교·경제·보건 등 다방면으로 협력할 수 있는 한국의 ‘최적의 파트너 국가’라는 주장이 나왔다. 인도의 경제 발전이 한국, 일본, 중국이 겪었던 전형적인 패턴을 따라가지 않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인도에 들어가서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투자 측면에서는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 잠재력을 고려하면 저평가 상태로, 향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지난 9월 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2024 아시아 포럼’을 개최했다. 제12회를 맞이한 올해 포럼은 ‘아시아의 상생과 공동번영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인도,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주요 4개국의 투자 환경을 살펴보고 상생 방안을 모색했다.
첫 번째 인도 세션에서는 조현 전 주인도 대사와 강성용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 홍준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전 인도법인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조현 전 주인도 대사는 ‘인도 진출 기업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인도는 한국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라고 평가하며 인도가 외교·경제·보건 등 다방면으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가이므로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도는 아직 정부의 입김이 산업 비즈니스에 영향을 크게 주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인도 진출, 트레이딩 등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경제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고 서비스 산업과 함께 제조업 등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버금가는 인구 대국이지만, 평균 나이가 중국에 비해 10살가량 젊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교적으로도 중립 외교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 속에서도 주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떠올랐고, 스스로 중립 외교를 펼치며 글로벌 사우스(South) 맹주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조 전 대사는 한국이 인도를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도는 K팝, K드라마, K영화 등이 유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다. 또 체제가 다른 중국을 견제할 파트너로도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인도에는 중국으로 향하던 미국 자본이 대거 투입되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한국 같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 파트너를 원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은 인도에 사전준비 없이 갔다가 실망을 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끈질기게 인도를 공략해 좋은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용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은 ‘인도 진출 기업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인도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굴러가는 국가”라며 “의외의 문제들을 계속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인도에 들어가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센터장은 인도 경제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부 해안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반면, 동부 해안은 아직 발전이 덜 된 지역이다. 각 주의 경제 규모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데이터는 인도의 경제적 불균형을 명확히 보여준다. 중앙정부는 이러한 복잡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기업들은 특정 지역에 진출하기 전 해당 지역의 경제적 여건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도의 정치적 구조는 여전히 카스트 제도의 영향을 받는다. 카스트는 단순히 사회적 계층을 넘어서 정치적 이익집단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카스트 기반의 지역 정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효과적인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강 센터장은 일단 인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미 인도에서 잘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많다”며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일단 들어가서 오랜 시간 투자했고, 살아남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도 좋은 편이다. 게임 회사인 크래프톤의 실적 역시 훌륭하다. 특히 미래에셋의 경우 인도 사람들에게 친숙한 펀드운용사가 됐다. 미래에셋 인도 직원 수는 한국 전체 직원 수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센터장은 “이제는 인도가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도를 거점으로 다른 곳으로 나갈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인도는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이런 곳에서 한국 기업이 뿌리를 내리고 성공할 수 있는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홍준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인도 투자의 Sweet Spot’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인도 증시는 지금이 가장 싸다”며 최근 인도 증시 ‘고점론’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는 ETF연금솔루션본부장을 맡고 있다. 특히 인도법인과 함께 현지에서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벤처 등 자산시장의 여러 비즈니스를 이끌었다.
홍 상무는 “인도 시장에 대한 우려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과 환율 등이 거론되지만, 인도의 경제 성장을 고려하면 인도 증시는 현재 저평가돼 있다”며 “향후 성장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 증시는 최근 계속된 상승으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2배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도의 PER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홍 상무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높은 영업이익 성장세를 고려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도의 공식 통화인 루피 역시 개발도상국 통화 중 가장 안정적이라고 했다.
홍 상무는 “주요 국가 중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는 국가는 인도뿐”이라며 “인도 주식시장의 급성장 속도에 맞춰 내수 경기 호재 등으로 기업의 실적도 늘면서 현재의 높은 주가를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 루피화는 지난 6년간 주요 국가 중 가장 낮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역대 최대치에 가까운 외환보유고 추이가 환율 변동성을 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상무는 “인도 GDP가 최근 10년간 평균 약 7% 성장하면서 영국과 일본을 추월했고, 2~3년 내에는 독일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은 3위 국가가 될 전망”이라며 “세계 1위의 인구 수로 수출주도형 국가가 아닌, 내수가 GDP의 60%를 차지하는 성장잠재력 높은 국가”라고 말했다. 인도 인구는 14억2000만명으로 2022년부터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이는 전 세계 기업들의 인도 진출을 이끌고 있다.
나아가 홍 상무는 “집권 3기에 접어든 나렌드라 모디 현 인도 총리의 정책 속에서 인도에 대한 오해를 만드는 카스트 제도,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4년 10월호
일본 내수주 '바겐 세일'...엔화 반전에 허리 편다
“핫머니 이탈 가속→수출주 쏠림 완화”
엔화 ‘나쁜 약세’ 해소, 내수주에 ‘기회’
일본 증권사, 서비스·소매업 증익 기대
|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최근 일본 주식시장의 주춤한 시세를 기회로 삼아 일본 내수주에 투자할 것을 권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전부터 존재했던 내수주의 실적 향상을 둘러싼 기대감은 불변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주식시장 시세 하락의 동인으로 지목받는 엔화 가치의 반등이 되레 내수주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관점에서다.
바겐 세일 기회
일본 내수주가 ‘바겐 세일’ 상태에 있다며 매수를 적극 주장한 인물은 자산운용사 컴제스트에서 그로스재팬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리처드 케이 펀드매니저다. 그는 일본 주식시장의 시세 하락을 계기로 해외 ‘핫머니 이탈’이 가속돼 시장 여건이 ‘리셋’되고 있다고 봤다. 여건의 리셋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는 하는데 자신이 보기에는 내수주에 그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일본의 우량 내수주로 구성된 닛케이평균내수주50지수(이하 내수주지수,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 구성 종목 중 내수 매출 비율이 높은 50개 종목으로 구성)는 최근 일본 주식시장의 하락세와 함께 가파른 낙폭을 그렸다. 내수주지수는 최근 1년 사이 우상향하며 올해 3월 연중 최고가를 찍은 뒤 횡보하다가 7월 말부터 하락했다. 8월 초순까지 2주 정도 20% 낙폭을 보였다.
하락 이유는 일본 주식시장 전체가 미국 주가의 폭락세에 휩쓸려 무너진 영향이 크다. 특히 일본 주가의 낙폭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컸는데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이라는 요인까지 가세한 것이 이유가 됐다. 이에 따른 엔화 가치의 가파른 절상이 수출주가 많은 일본 주식시장에 하중을 가했다.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의 7월 말부터 8월 초순의 저점까지 낙폭 역시 20%였는데 최고가를 기록한 7월 초중순 대비로 보면 30%로 확대된다.
종전까지 일본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점도 이유가 됐다. 일본 주가지수는 세계 주식시장에 폭락장이 오기 전까지 1990년의 최고가를 넘어서는 ‘전인미답’의 고점을 밟고 있던 터였다.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는 7월 초중순 연중 최고가까지 연초 이후 상승률이 26%였고, 미국 S&P500의 경우는 7월 중순의 연중 최고가까지의 상승률이 19%였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986년 이후 38년 동안 보지 못했던 160엔대까지 미끄러지며 주식시장을 부양했다.
핫머니 이탈과 쏠림 완화
케이 매니저는 일본 주식시장에서 핫머니 자금의 이탈이 상당히 이뤄졌다고 보고, 이런 외국의 단기 투기성 자금의 유출은 주식시장의 건전성 측면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했다. 관련 자금의 투자처는 주로 반도체 등 수출주에 집중됐는데 이들이 이탈함으로써 특정 업종으로의 투자금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핫머니 자금이 일본에 들어온 것은 중국 시장의 리스크 회피와 더불어 시세 추종, 워런 버핏의 투자 효과가 컸다고 한다. 장기적인 가치 등을 따져 전략적인 판단으로 투자금이 들어왔다기보다는 트렌드를 따라 기계적으로 배치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자금은 주식시장의 낙폭을 부풀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7월 26일까지 한 주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1조5800억엔어치의 일본 주식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작년 9월 29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다 순유출액이었다. 또 파생상품 계약의 순매도액은 1조100억엔으로 파악됐는데 이 역시 작년 10월 6일 이후 약 10개월 만에 최다로 집계됐다. 핫머니 자금의 이탈 현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케이 매니저가 수출주를 기회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엔화 가치의 추가 반등에 따라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다. 달러당 엔화값은 올해 7월 초순 약 162엔에서 8월 초순 145엔까지 한 달 동안 10% 뛰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지 외국계 은행 간부 사이에서는 114엔대로 되돌려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케이 매니저는 120~130엔 선에서의 등락을 예상한다.
엔화 반등 효과 기대
엔화의 추가 반등이 예상되는 것은 2022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계기로 시작된 소위 ‘엔 캐리’라는 약세 추진력이 빠져서다. 미국은 9월 정책금리 인하가 전망되고 있는 한편 일본은 7월 말 금리를 인상했다. 저금리의 엔화를 조달한 뒤 고금리의 달러를 운용해 금리차 이익을 노리는 엔 캐리의 동력이 급히 실속했다. 수출 기업에서는 160엔대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달러 매도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내수주에 엔화 반등은 호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호재는 아니다. 그동안 일본 내수주의 시세를 부양한 축 가운데 하나로 엔화 약세에 힘입어 호조를 보였던 인바운드(해외에서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일본을 방문해 호텔·교통수단·음식·쇼핑 등 여러 소비 부문에서 수요를 일으켰다.
다만 과도한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 상승을 일으켜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고 인바운드 효과를 상쇄했다는 점에서 엔화 반등은 어쨌든 반길 일이다. 올해 춘투(春鬪)를 통한 임금 인상 선순환(임금 인상→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임금 인상)의 기대감이 희석되기 시작한 것도 과도한 엔화 약세 때문이었다. JP모간에 따르면 152엔을 넘으면 소비에 대한 하락 압력이 커지고, 157엔을 넘으면 실질임금의 플러스 전환이 어려워지는 등 엔화가 ‘나쁜 약세’ 구간에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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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상향
따라서 적정 수준의 엔화 가치 반등은 인바운드 수요를 살리는 한편 위축됐던 가계 소비도 다시 기지개를 켜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케이 매니저의 설명이다. 픽텟재팬의 마쓰모토 히로시 운용본부 시니어 펠로우는 엔화의 과도한 약세로 소매판매액에 ‘변조’가 있었다며 명목상으로는 전년 대비 증가세지만 물가를 고려하면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일본 증권사들은 엔화 반등, 수입물가 진정에 따른 실질임금의 상승을 상정하고 내수주의 실적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 일본 주요 증권 3사 모두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서비스와 소매업의 경상이익 증가를 기대한다. 소매업은 노무라증권이 7.2% 증가, SMBC닛코증권이 6.7% 증가, 야마토증권은 9.8% 증가를 예상했다. 서비스업에서 SMBC닛코는 33.7%의 증익을 기대했다.
SMBC닛코는 “7~9월 국내 실질임금 상승률이 플러스로 전환되고 엔화 강세 기조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내수 소비 관련 업종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인바운드 역시 추진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경상이익은 일본 기업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손익지표로 영업이익에다 금융수익(이자수익, 배당금 등)을 더하고 금융비용을 뺀, 즉 금융 활동의 결과를 가감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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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물산 주목
케이 매니저가 주목할 내수주로 꼽은 종목은 고베물산(神戸物産, 종목코드: 3038)이다. 고베물산은 프랜차이즈 체인 슈퍼마켓을 운영(일본 전국 1048곳)하는 기업으로 관련 슈퍼마켓은 주로 대용량의 식품 및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고베물산은 수입 상품을 많이 취급해 종전까지 엔화 약세에 따라 실적에 압박을 받았다. 그럼에도 결산에서는 수익성의 견고함을 드러내 호감을 샀다.
고베물산의 가장 최근 월간 실적 보고서를 보면 6월 매출액은 424억4900만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순이익은 28억2700만엔으로 26% 각각 증가했다. 엔화 약세에 의한 비용 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있었음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보였다. SMBC닛코는 고베물산에 대해 “특별히 걱정은 없다”며 “(엔저 영향은) 가격 인상으로 대부분 흡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베물산의 견고한 경영 상황은 최근 하락장에서 빛을 발한다. 고베물산 주가 역시 주식시장 전반의 급락세에 휩쓸린 적이 있지만, 두드러진 낙폭은 8월 2일 하루뿐으로 그 하락률도 3%에 불과했다. 종전까지는 일본 주식시장의 강세장에서 소외돼 왔지만 최근의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베물산의 최근 5년 주가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상승했다가 엔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던 2022년 들어 횡보 국면이 펼쳐져 왔다. 케이 매니저는 고베물산의 견실한 경영 상황이 엔화 약세로 저평가돼 왔는데 이제는 엔화 반전으로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엔화 강세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케이 매니저는 개별 기업 투자나 추가로 종목 물색에 따르는 시간 등이 부담된다면 일본 소형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가 거론한 관련 ETF는 ‘아이셰어스 MSCI 일본 스몰캡 ETF(SCJ)’다. 일본 내수주가 많이 담긴 이 ETF의 가격은 8월 초순까지 연초 이후 5%가량 하락했다. 다만 관련 ETF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품으로 가격 표시가 달러다. 따라서 엔화 강세가 전개될 경우 환율 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환율 변동의 영향을 중립화하는 ETF도 있다. 위즈덤트리재팬 헤지드 스몰캡 에쿼티 펀드(DXJS)다. 관련 상품은 월간 선물 계약을 통해 환율 변동을 중립화한다.

2024년 10월호
트럼프 대세론 지웠다...월가 '해리스 트레이드' 대비 분주
바이든 사퇴 이후 해리스 지지율 트럼프 추월
전문가들, 변동성 대비 경고음 고조
| 시드니=권지언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미국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대선 판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권자 득표 수가 아닌 선거인단 수가 최종 결과를 가름하는 만큼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이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접전 속에서도 소폭의 우위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마무리되고 9월 1일(현지시간) A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4%p 높았다.
트럼프 후보가 지난 7월 유세 현장에서 총기 피격을 당한 뒤 부각됐던 ‘트럼프 트레이드’는 관심 밖으로 밀리고, 투자자들은 이제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수혜주를 살피는 모습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대선 직전에는 하락세를 보이다가 대선이 마무리된 이후에나 점진적 우상향 흐름을 보였고, 9월 해리스와 트럼프 후보 간 첫 TV 토론 등 분위기를 반전시킬 변수들이 남아 있어 전문가들은 한쪽으로 쏠린 베팅보다는 변동성 고조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해리스 트레이드’ 수혜주는
해리스 캠프의 공약은 큰 틀에서 바이든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보 지명 이후 공개했던 공약인 ‘Agenda to Lower Costs for American Families’란 제목에서도 확인되듯 물가 안정 및 세제 혜택 확대를 통한 중산층 재건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정책 어젠다로 ‘기회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제시한 해리스 부통령은 2년간 월세를 낼 중산층 가정이 생애 최초 집을 구매할 경우 최대 2만5000달러(약 34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이 식품과 식료품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연방 차원의 규제 계획도 제시했다.
대표적인 ‘해리스 트레이드’로 기대되는 종목은 친환경주다. 환경 정책은 해리스와 트럼프가 가장 대립각을 세우는 분야로 꼽힌다. 해리스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임기 내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는 등 해리스의 친환경 정책에 적극 가담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민주당이 ‘친환경 대 반환경 경제정책’ 대결을 준비 중임을 암시한다. 인공지능(AI) 산업 발달로 막대한 양의 전기를 소비하는 데이터 센터가 급증할 것을 대비해 에너지 공급 확대도 약속한 해리스 공약은 태양광 발전 등 청정에너지에 대한 장려로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의 전기차 세액공제 역시 차기 해리스 정부의 주요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UBS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수혜자들이 안도 랠리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규제의 압박은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봤다. 또 해리스가 “대형 금융 서비스 이데올로기 반대”를 고수할 것으로 보여 엄격한 규제가 금융 부문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가 기업의 ‘가격 부풀리기(price-gouging)’를 막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과자 제조업체인 켈라노바(Kellanova), 몬델리즈(Mondelez), 허쉬(Hershey)가 관련 규제 뉴스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는 재생 가능 에너지 회사들, 인프라,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 그리고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한 무역전쟁의 확산을 피할 수 있는, 중국과 노출된 회사들이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할 경우 태양 에너지 부문의 엔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 소매 체인 콜스(Kohl’s)와 갭(The Gap), 그리고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리비안(Rivian)과 루시드(Lucid)가 잠재적 승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제프리스는 해리스 캠프의 반독점 강화 입장을 이유로 인수합병(M&A)으로 자주 뉴스에 오르는 제약 대기업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ristol-Myers Squibb), 머크(Merck), 화이자(Pfizer)가 계속해서 철저한 감시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2차전지와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 등 당연하게 생각하는 수혜주가 아니라, 숨은 ‘해리스 트레이드’를 찾으려는 노력도 보인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하는 ‘학자금 대출’ 정책으로 인해 화장품주가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리스가 학자금 대출 탕감을 추진할 경우 화장품 소비층인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이 향상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또 해리스가 과거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을 지지했고 점진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메디케어를 확대하려는 입장인 만큼 메디케어 관련주도 상승 지지를 받을 수 있으며, 해리스가 주장한 ‘마리화나 합법화’와 관련해서는 ‘의료용 대마’ 테마가 주목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변동성’ 대비가 현명
전문가들은 특정 후보 당선의 수혜 업종과 실제로 수익률이 좋았던 업종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다면서, 특정 후보의 공약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적 개선세가 확인되는 업종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20년 대선의 경우 바이든 당선 시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꼽히던 에너지와 IT 업종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월가는 특히 대선 전후로 고조될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영증권은 대선이 있는 해에는 9월부터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선 결과가 확정되는 11월 초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 패턴이 반복됐다면서, 저변동성 테마와 관련된 필수소비재나 유틸리티, 커뮤니케이션(특히 전통 통신업체) 업종을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특히 부동산, 금융, 유틸리티 업종은 주당순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상향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며, 부동산과 금융 업종은 기준금리 인하 시작에 따른 기대감이 호재로 그만큼 대선 불확실성에는 덜 민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금융그룹은 9월 초 공개한 보고서에서 9월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국 대선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민주당 컨벤션 효과가 마무리되면서 대선 불확실성이 시장에 본격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이어 “민주당 승리 전망을 바탕으로 성장주도 필요하지만, 경기민감주와 헬스케어 등 트럼프-공화당 승리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4년 10월호
남성보다 5.7년 더 사는 여성…전용보험으로 건강한 삶 보장
60~64세 보험 가입률 90%
유방암 등 여성 암 보장
임신·출산·갱년기 질병까지 보장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한국인 여성은 남성보다 5.7년 더 오래 산다. 통계청이 2023년 발표한 ‘2022년 생명표’를 보면 한국인 기대여명은 여성 85.6년, 남성 79.9년이다. 기대여명 증가와 함께 과거보다 여성 경제 활동이 늘고 사회적 지위도 높아지며 여성 보험 수요도 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모든 연령에서 여성 생명보험 가입률이 남성보다 높다. 특히 60~64세 여성 보험 가입률은 90%대다. 같은 연령대 남성 보험 가입률 70%대를 크게 웃돌았다.
유방암이나 난소암 등 여성만 겪는 암이 있고 남성보다 높은 위험회피 성향으로 여성 보험 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암보험 가입률(55~59세)은 여성 39.8%로 남성(27.2%)보다 12.6%포인트(p) 높다. 같은 연령대 여성 질병 보장 보험 가입률은 48%로 남성 33.2%보다 14.8%p 높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은 남성 대비 평균 수명이 길고 임신과 출산뿐 아니라 예방 목적 건강 관리에도 적극적”이라며 “여성 사회 참여 증가로 여성 구매력이 향상됐고 질병, 상해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증가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보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방암 등 보장...엄마·딸 동시 가입 시 보험료 할인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여성 전용 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1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2.0’을 출시했다. 지난해 7월 선보인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을 개정한 상품이다.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2.0’은 여성 암 발병률 1위인 유방암 검사부터 진단, 수술, 치료, 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보장한다. 이 상품은 여성 통합 암 진단비를 기존 11개에서 13개로 세분화했다. 여성에게 발생 빈도가 높은 암 중 대장암, 폐암을 따로 구분해 보장 내역을 확대했다.
신한라이프는 여성 생애 주기에 맞는 ‘신한건강보장보험 원(ONE)더우먼’ 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이 상품은 여성에게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질환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갱년기 질병까지 보장한다. 보험 가입 시 여성 암 진단특약을 통해 난소암과 자궁암, 유방암, 특정 생식기 암을 각각 보장받을 수 있다. 요실금이나 골다공증 등 여성 다빈도 생활 질병으로 인한 입원 및 수술도 보장받는다. 체외수정 치료나 급여 인공수정 등 난임 진단·치료, 조기폐경 진단, 골밀도 검사 지원 등 생애 주기에 필요한 보장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현대해상은 생애 주기 맞춤형 보장을 제공하고 주요 암 보장을 강화한 ‘굿앤굿여성건강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이 상품은 임신·출산기에는 유방·생식기·갑상선·비뇨 질환을, 폐경기에는 골·수면·정신 질환을, 노화기에는 근육·관절·뇌 질환을 보장한다. 특히 고지사항에서 제왕절개수술 이력을 제외해 보험 가입 문턱을 낮췄다.
흥국화재는 ‘무배당 흥Good 모두 담은 여성MZ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이 보험은 보장보험료 납입 면제 사유에 갑상선암 수술을 추가했다. 피보험자가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면 남은 보험가입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보장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유방암,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중 하나라도 진단을 받으면 지금까지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이 보험에 엄마와 딸이 동시 가입하면 월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5세 이상 딸을 둔 엄마는 2%, 딸은 3% 할인이 각각 적용된다.
ABL생명은 ‘ABL THE톡톡튀는여성건강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여성통합암 진단 특약(소액암 제외)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 종류를 유방암, 자궁암 등 9개 영역으로 분류해 암 진단비를 영역별 1회씩 최대 9회 보장한다. 특약 선택으로 난임 치료비, 산후관리 지원금, 관절염 수술 등도 보장받을 수 있다.
여성 전용 보험에 가입하면 헬스케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신한라이프는 난소 기능 검사 할인, 난자 동결 시술 우대, 이른둥이 방문 간호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ABL생명은 3년 동안 무료로 난임 특화 케어, 여성 암·질환 자가 체크 리스트 등 여성 특화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여성 고객이 더욱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세분화된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2024년 10월호
부자 감세? 개인 독박?...금투세 오해와 진실
누진과세 적용돼 사모펀드 ‘큰손’에 부과되는 세금 증가
금투업계 관계자 “되레 사모펀드업계에서 금투세 반대”
배당소득 줄이려 환매·양도 차익 늘리기도 애매해
| 이석훈 기자 stpoemseok@newspim.com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 증권가를 달구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 투자에 직결되는 세제 개편이다 보니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이 매섭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로 공제그룹별 연간 5000만원 혹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초과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22~27.5%까지 치솟습니다. 애초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다가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2년 미뤘습니다.
일각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으로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환매·양도차익에 적용되는 세율이 기존 법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연간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최대 누진세율이 49.5%(지방세 포함)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내야 하는데, 최소 투자금이 3억원에 달하고 투자자가 49인 이하로 제한되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부유층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금투세가 적용되면 이중 펀드의 환매·양도를 통해 얻은 차익에 대해서는 22~27.5%(지방세 포함)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낼 때보다 무려 절반가량 쪼그라든 셈입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의견은 사뭇 다릅니다. 배당소득이 여전히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부과되면서 사모펀드 투자자의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소득은 이익분배금이고, 기재위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배당소득은 금융투자소득이 아닌 금융소득종합과세로 묶인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누진세가 적용되면서 세 부담이 더 커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익분배금이 환매·양도차익과 분리과세된다는 점도 고액 자산가들의 부담이 커지는 이유”라며 “실제로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세율이 낮다는 이유로 환매·양도차익을 무작정 늘릴 수 없습니다. 펀드의 수익 현황 등 살펴야 할 이유가 많기 때문입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분배금을 줄이고 투자한 펀드 대부분을 환매 혹은 양도함으로써 세율을 낮출 수 있다”며 “하지만 무작정 펀드를 환매·양도하다가는 펀드 상황에 큰 손실이 발생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대부분 국민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들”이라며 “이번 금투세 도입으로 사모펀드 ‘큰손’들에게 돌아갈 감세 혜택은 작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금투세 시행 후 개미들 세 부담 는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연간 기본공제 요건에 해당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소득’으로 분류되면서 인적공제 혜택의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근로소득자들은 연말정산 때 부양가족 1~3인까지 1인당 150만원의 인적공제를 받습니다. 다만 인적공제 대상인 부양가족 구성원은 연 소득이 1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금융투자소득세가 ‘소득’으로 분류되다 보니, 금투세가 도입되면 부양가족의 금융투자소득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순간 인적공제 혜택이 사라지게 됩니다. 금투세 도입이 전혀 상관없는 연말정산 시 세 부담을 증대시키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세부적 사항을 조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인적공제 부분이나 양도차익 등은 부수적인 부분”이라며 “금투세 완화 논의를 거치면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한편 개편되는 세제와 관련된 내용을 숙지하고 그에 맞는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투세가 현재 너무 안 좋은 측면에서만 비춰지고 있지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감세 혜택 확장이나 결손금 이월공제 등 투자자의 세 부담 절감에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이를 확인하고 투자 전략을 사전에 세워두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10월호
[아시아 포럼] 미·중 무역 패권경쟁 장기화..."인도·베트남 등 아시아서 새 기회 모색해야"
“인도는 최적의 파트너...중국은 하반기 반등”
“베트남과는 협력 강화...日과 경제안보 제도화 속도차 좁혀야”
| 김아영 기자 aykim@newspim.com
| 조민교 기자 mkyo@newspim.com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지난 9월 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을 개최했다. 올해 아시아 포럼은 ‘아시아의 상생과 공동번영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인도,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아시아 주요 4개국의 투자 환경을 살펴보고 상생 방안을 모색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아시아 시장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와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 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은 인구가 많고 경제 성장률이 높으며 디지털 혁신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아시아와 한국은 경제 협력 가능성도 매우 높다. 전자, 자동차, 건설 분야와 아시아의 풍부한 지하자원 개발, 인프라, 기술 협력까지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특히 인도, 중국, 베트남, 일본 등 4개국은 공급 체인과 기술 협력, 생산 허브로서의 공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기업 투자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서도 기회를 주는 국가들이다.
“인도, 높은 성장잠재력”...“중국, 하반기 상승곡선”
“미국의 제조업 중시 정책 및 미중 패권 경쟁 구도가 상당 기간 이어진다고 볼 때 아시아 국가와의 경제적 교류 중요성은 매우 커질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가까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2024 아시아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인도가 외교·경제·보건 등 다방면으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고 설명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저평가 상태로, 국내 기업들이 적극 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봤다.
조현 전 인도 주재 대사는 “인도에서 최근 효율성·공정성 등 국가 발전의 주요한 가치가 대두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으로도 아시아에서 한중일의 지나친 협력을 보완할 수 있는 주요 파트너라고 주장했다.
강성용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은 “인도 경제 구조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지역적 특성이 뚜렷하고 카스트 제도의 영향권이 남아 있는 점 등을 감안해 한국 기업들이 이해를 바탕으로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홍준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일각에서 인도 증시를 ‘고점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그는 “인도는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수출주도형이 아닌, 내수가 GDP의 60%를 차지하는 성장잠재력 높은 국가”라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개혁개방 확대 등으로 하반기에는 반등하며 다시 한 번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증시가 밸류 트랩(가치 함정)에 빠졌다”면서도 “다만 올해 하반기 물가·재고·이익 사이클이 반등하면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 확대를 추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왕쯔린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중국 정부가 추후 제조업뿐 아니라 전기·통신 등 전신 산업과 인터넷, 교육, 문화, 의료 분야 서비스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C커머스의 국내 이커머스 공략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한국 제품 전용관 등 C커머스를 역으로 활용해 해외에 진출하는 발상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경기 회복세...협력 강화해야”
베트남은 최근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기 때문에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베트남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윈-윈 모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베트남의 높은 투자 가능성과 기반시설 수요를 언급하며 한국의 첨단 기술과 베트남의 천연자원 결합의 기회를 제안했다.
밤 펫 뚜안 주한 베트남대사관 투자관은 “올해 베트남의 수출액이 증가하며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베트남 투자 환경과 올바른 투자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로의 진출 기회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밤 펫 뚜안 투자관은 “최근 베트남 정부가 반도체, 신재생 에너지,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변동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개발 방향엔 변함이 없기 때문에 활발한 교류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김용환 피데스자산운용 베트남현지법인 대표는 “베트남의 GDP 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증시도 국가경제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베트남의 다양한 산업 분야, 특히 섬유와 목재, 철강, 리테일 부문의 투자 기회를 소개하며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경제는 인플레이션 등의 변화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민 한국외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은 인도·태평양(FOIP) 전략을 내세우며 아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중요성은 여전히 낮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와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에 대한 비판도 언급하며 일본의 저출산 문제와 고령화 대책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 경제안전보장법과 이에 따른 데이터 보안 우려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경고하면서 한국과 일본 간 디지털 무역 협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는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시작됨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대료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특히 도쿄 지역의 주거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기회를 소개하며 일본 시장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강조했다.

2024년 10월호
"중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디지털·녹색경제 분야 유망"
왕쯔린 참사관 “중국 개방 확대, 한국기업 협력 기회”
박승찬 소장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활용해 글로벌 진출”
김경환 연구원 “ ‘밸류 트랩’ 중국 경기, 하반기에는 반등”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 이석훈 기자 stpoemseok@newspim.com
뉴스핌 ‘2024 아시아 포럼’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한 국내외 중국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확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기회의 땅’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다만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충분한 준비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후 현지 상황을 반영한 다각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뉴스핌 주최 제12회 아시아 포럼에서 ‘중국 개혁개방 확대, 한중 경제 무역 협력에 가져올 기회들’을 주제로 발표한 왕쯔린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중국 정부가 제조업뿐 아니라 전신 산업, 인터넷, 교육, 문화, 의료 분야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의 협력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 중국 공산당은 제20기 3중전회를 열고 ‘더 높은 수준의 개방형 신경제 체제 건설’을 명시했다.
왕쯔린 공사참사관은 관세 장벽을 낮추고 규제는 대폭 축소했으며 외국기업의 합법적 권익 보장도 강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관세 총수준(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 평균 수준)은 2001년 15.3%에서 2023년 7.3%까지 낮아졌다. 외국인 투자 네거티브 리스트 항목은 2017년 93개에서 2022년 31개로 감소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 경제 협력 과제로는 디지털 경제·녹색 경제 등 새 협력 분야 개척,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양자·다자 협정 활용 등을 꼽았다. 특히 “산업망·공급망의 안정적 유지도 중요하며,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은 ‘C커머스 글로벌 부상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와 위협’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초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C커머스)들의 국내 시장 공략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이커머스 환경은 자원(빅데이터)과 기술, 금융, 플랫폼, 제조 등 기존 유통시장의 구조 변화에 따라 전자상거래를 대체하는 ‘신유통’ 형태로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대물류를 결합한 새로운 소매 형태를 창조했다”며 “이에 기반해 C커머스 플랫폼이 해외직구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알리는 2013년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과 함께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을 받으며 2013년 500만명 수준이었던 해외구매자 수가 2018년 1억5000만명으로 급증했다. 테무는 설립된 지 1년 6개월 만에 캐나다·호주·영국·독일·일본·한국 등 49개 국가로 확장했는데, 특히 지난해 매출액 160억달러(약 21조4000억원)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C커머스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인터넷 통신판매 기업 및 개인사업자들의 폐업이 가속화되고 수입유통기업의 매출이 하락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 중소 제조기업 및 소상공인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박 소장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C커머스를 활용하면 빠르게 해외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 내 핵심 고객층인 ‘Z세대’에게 어필하는 ‘가치 소비’에 집중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프리미엄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투자 전략: 트랩 탈출법과 새로운 성장엔진’을 주제로 발표한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공급과잉과 저가경쟁을 반복하면서 밸류 트랩(가치 함정)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재화 소비 증가율과 70대 도시 주택가격 상승률이 지난 2021년 2월 이후 하락세”라며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공급과 수요 항목 추이를 봐도 지난해 이후 스프레드 축소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재정정책 강화와 중앙정부 레버리징 △완화적 통화 환경과 금리 인하 △부동산·대도시 기존주택 가격 안정 △수출 경쟁력 회복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추후 중국 증시의 성장을 견인할 분야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연구원은 “중국 증시 신품질 생산력 테마지수 구성을 보면 전자(12%)·통신(12%)·자동차(10%)·기계설비(10%)·PC(10%)·미디어(10%)·전력기계(10%) 등을 주목할 만하다”며 “CATL·파라시스 에너지·이브 에너지 등 해외 침투율을 늘리는 중국 배터리 업체도 중국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24년 10월호
"베트남 경제 올해부터 회복…반도체·신재생 등 고부가 산업 진출 기회"
밤 펫 뚜안 투자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6%대 예상”
김용환 대표 “베트남 주식 장기적으로 매력 있어”
조상현 원장 “중국 대체 생산지로 부상”
| 노연경 기자 yknoh@newspim.com
| 신수용 기자 aaa22@newspim.com
| 배정원 기자 jeongwon1026@newspim.com
수출 실적이 회복되면서 올해부터 베트남 경제 성장률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높은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고 하는 이 시기가 제2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밤 펫 뚜안 주한 베트남대사관 투자관은 지난 9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뉴스핌 주최로 열린 2024 아시아 포럼에 참석해 ‘베트남 투자 환경과 올바른 투자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작년 베트남 경제 성장률은 5.05%를 기록했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베트남 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이 주춤했기 때문”이라며 “수출액과 내수시장 모두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는 다시 6% 중반대로 경제 성장률이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최근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FDI 국가에만 의존하면 태국과 비슷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베트남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외국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한다”며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변동이 많지만 경제, 개발 방향의 투자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환 피데스자산운용 베트남현지법인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인 베트남의 주식을 사면 장기적 관점에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섬유·목재·철강·리테일 관련 종목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섬유 업종의 유망종목으로 베트남 의류업체 ‘TNG’를 꼽았다. TNG는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종합 의류제조 기업으로서 주요 고객으로는 데카트론(Decathlon), 콜롬비아(Colombia), 아디다스(Adidas) 등이 있다.
목재 업종의 유망종목으로는 석재·목재 생산 업체인 ‘PTB’를 꼽았다. 김 대표는 석재·목재 비즈니스업종이 호찌민 신공항 건설 등 베트남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철강 업종의 유망종목으로는 베트남 최대 민영 철강 업체인 ‘HPG’를 주목하라고 했다. HPG는 다른 철강 기업과 달리 유일하게 열연강판 생산이 가능한 회사로, 직접 생산한 열연강판을 원재료로 다양한 철강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리테일 업종의 유망종목으로는 ‘MWG’를 꼽았다. MWG는 베트남 최대 리테일 업체로 휴대폰·가전 판매, 슈퍼마켓 체인, 약국 체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휴대폰·가전 시장 판매 점유율 50%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1위 투자국(2022년 누계 기준)이 됐다. 베트남이 중국의 대체 생산지로 부상하며 섬유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생산 품목이 전환되면서다. 베트남 기획투자부의 지난해 말 기준 FDI 규모에 따르면 한국은 해당 기간 베트남 FDI 총액의 18.3%를 차지하는 최대 투자국이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교역 품목도 단순 가공 형태에서 반도체와 IT같이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로 변하면서 전체적인 교역 규모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내수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0년 10% 미만이던 베트남 중산층 비중은 2022년 40%까지 증가했다. 오는 2030년 75%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원장은 “베트남은 청년층 인구가 많고 전체적인 내수시장 규모도 크기에 투자처로 매력도가 높다”며 “양국이 협업 관계를 통해 전략적 동반자적 관계를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10월호
"日 경제구조 변화 본격화…부동산 투자도 강세 지속"
| 김신영 기자 sykim@newspim.com
| 송은정 기자 yuniya@newspim.com
일본 경제가 슈퍼 엔저와 닛케이 지수 폭락 등의 사태를 거치며 구조적인 변화를 맞이한 가운데 한국과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도록 경제안보 격차 축소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 세계적인 투자 감소 추세에도 일본의 부동산은 도쿄를 중심으로 성장하며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구축해 가고 있어 활황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지난 9월 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2024 아시아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의 끝을 장식한 일본 세션에서는 이창민 한국외국어대 일본학과 교수와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일본 경제안보 강화, 협력 위한 대응책 마련해야”
일본 세션의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창민 교수는 일본의 국가경제안보 전략 중 하나인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이 주는 경제안보적 의미를 강조하며 협력을 위한 대응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라인야후 사태의 여파로 일본과의 외교적 관계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간의 온도차가 앞으로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국가의 중요한 기술과 인프라를 보호하고 국가안보에 중요한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2022년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했다. 외국의 불법적인 기술 이전 시도로부터 일본 기업들을 보호하는 게 골자다.
그는 “해당 법안의 제정에 따라 라인야후 사태가 촉발됐지만, 가장 큰 원인은 2021년 중국에 있는 네이버 자회사 ‘상하이 디지털 테크놀로지’ 중국 직원들이 라인야후 정보를 들여다봤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한국의 데이터 센터나 네이버를 통하면 일본의 개인 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해 2023년 라인야후를 특정사회기반사업자로 지정해 제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안전보장추진법에 따라 특정사회기반사업자로 지정되면 새로운 시스템 설비를 도입하거나 다른 기업에 위탁을 줄 때 정부에 허가 사전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일본 경제안전보장의 중요한 기업으로 선정돼 정당한 간섭을 받게 된다. 이에 한국과 일본 간 디지털 무역 협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라인야후 사태 등의 여파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이처럼 일본의 경제안보 제도가 강화되는 사이 한일 관계는 악화됐고 2023년 정권 교체로 상황이 전환됐으나 제도의 격차가 벌어진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일본과 미국은 2019년 디지털 무역 협정을 맺었고 그 결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일본으로 달려가고 있다”며 “일본과 미국이 협정을 맺은 것처럼 한국도 일본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 부동산 활황...도쿄, 인기 투자 도시”
일본 세션의 두 번째 연사인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는 “2013년도부터 일본 부동산이 본격적으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고, 2022년부터는 본격화되는 추세”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고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일본의 상장기업들이 자본 비용 관리와 주주 환원을 위해 부동산 매각을 늘리고 있어 투자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며 “일본의 연금기금과 인프라 기업의 견고한 투자 수요로 시장 안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2007년에 0.25%에서 0.5%로 오른 이후로 17년 만에 올해 3월에 0.1%로 인상됐다. 지난 7월 말에는 0.25%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당장 일본의 금리가 인상되면 수익률은 떨어질 수 있지만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엔화 약세 때문에 해외투자자에게 유리한 환율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가 많이 늘어났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부동산 가격으로 싱가포르, 호주 등 경쟁국 대비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일본 투자자산 선호도가 주거용 부동산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2022년 대비 7%p 증가한 35%로 압도적인 선호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주거용 부동산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꼬마 빌딩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유형이라는 분석이다. 주거용은 안정적인 임대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주거용 선호도가 늘어났다는 것은 재택 근무 등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심 투자 전략으로 투자자문사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투자자문사를 선정하더라도 별도의 중개수수료 외에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24년 09월호
노인 빈곤 목격한 '5060'...은퇴 소득 '月 300' 만들려면?
직장생활 30년 이상이면 국민연금 200만원도 가능
‘월배당 ETF’로 은퇴소득 월 300만원...원금은?
‘슈드(SCHD)’ ETF가 인기몰이하는 이유는?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그만큼 노인들의 소득이 적다는 뜻이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상 한국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무려 40.4%다. OECD 회원국 평균(14.2%)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깝다.
은퇴 후 적정 생활비는 평균 369만원
‘노인 소득 빈곤율’ 통계는 한국 노인들이 OECD 국가 중 가장 가난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60세 이상 노인들의 평균 순자산액은 4억8630만원이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자산이 적은 게 아니라 은퇴 후 소득이 적을 뿐이다.
이유는 60세 이상 노인들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 비중이 82%로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자 등의 소득을 만들 수 있는 금융자산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현금흐름이 막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령자는 크게 전기 고령자(65~74세)와 후기 고령자(75세 이상)로 나눌 수 있다.
전기 고령자는 건강과 자산 상황이 양호하다. 반면 후기 고령자는 건강과 자산 상황이 악화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후기 고령자 나이가 되면 연금처럼 꼬박꼬박 들어오는 현금이 가장 중요해진다. 특히 병원비가 집중적으로 들어가는 시기에 현금이 돌지 않으면 재앙이다.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0~7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KB골든라이프 보고서’(2023년 11월)에 따르면 노후에 필요한 적정생활비는 월 369만원이었다. 반면 한 가구에서 실제 조달가능 예상금액은 월 212만원에 그쳤다. 적정생활비의 57.6%에 불과하다.
이들이 노후 조달가능 생활비를 준비할 때 활용한 방법은 국민연금(86.8%), 개인연금(58.7%), 이자와 금융상품 원금 등 금융소득(55.9%), 퇴직연금(54.1%), 사학·군인·공무원연금(49.1%) 순이다. 국민연금 의존도가 가장 높다.
한국 노인 빈곤...국민연금만으론 해결 불가능
그런데 지금 꼬박꼬박 붓고 있는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 충당이 가능할까. 국민연금이 최초로 도입된 시기는 1988년이다.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된 건 1999년부터다. 따라서 제대로 국민연금을 납부한 세대는 1960년대생부터다.
그 이전 세대인 1950년대생들은 국민연금 납부기간이 짧아 연금수령액도 작을 수밖에 없다. 또 영세 자영업자들도 납부금액이 작아 연금수령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만65세 이상의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498만명이다. 그런데 최소가입기간(10년) 충족 후에 받는 노령연금의 월평균 금액은 62만원에 불과하다. 용돈 연금 수준이다. 이 정도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불가능하다. 이는 1950년대생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노령연금이 작다 보니 평균이 낮아진 효과다.
반면 직장생활을 30년 이상 하고 은퇴한 1960년대생의 경우는 풍족하다. 노령연금을 200만원 이상 받는 것도 가능하다. 2023년 말 기준 월 200만원 이상의 노령연금 수급자는 1만7805명으로 집계됐다.
노령연금 200만원 이상 수급자 수는 1960~69년생의 정년퇴직과 함께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 국민연금도 양극화가 극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설사 국민연금으로 200만원을 받게 되더라도 여전히 노후 생활비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결국 은퇴 후에도 일하는 노인 넘쳐나
55~64세 취업 경험자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의 평균 연령은 49.4세다. 하지만 이들은 주 직장을 그만둔 뒤에도 계속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다.
정년퇴직으로 일자리를 그만둔 경우는 채 10%도 되지 않는다. 사업 부진 등의 이유가 29.1%로 가장 높다. 또 본인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그만둔 비율도 19.1%나 된다. 명예퇴직도 11.7%다. 하지만 일찍 은퇴한다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65~79세 노인 인구 수는 757만명이다. 이 중 취업자 수는 무려 351만명이다. 무려 절반에 가까운 노인들이 은퇴 후에도 소득 부족으로 계속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50대와 60대는 1970년대생과 1960년대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그 이전 세대인 1950년대생 중 상당수가 노후 빈곤에 시달리는 걸 직접 목격한 세대다. 이를 교훈 삼아 노후 준비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자녀 교육비와 주택 마련 등에 목돈이 들어가 풍요로운 은퇴소득을 준비할 여력은 부족하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은퇴 후에 인생을 즐기는 노후를 꿈꾼다. 이게 현실화되려면 안정적인 노후생활비 확보가 먼저다. 월 300만원의 은퇴소득을 만들어놓지 못하면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일할 수밖에 없다.
은행예금과 상가 월세...장기적으로는 위험해
은퇴 후에 추가로 월 300만원의 은퇴소득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은행 예금이자다. 원금 9억원을 약 4%의 이율로 은행에 예치하면 세전 연 3600만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300만원이 된다.
은행예금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의 9억원이 10년 뒤에도 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리가 없다. 은퇴 후에도 최소 30년 이상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좋은 해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상가 투자가 있다. 원금 9억원으로 대출 없이 4~5%의 임대수익률이 확보되는 상가를 매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세전 연 3600~4500만원의 임대료가 생겨난다.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300~375만원이 된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금은 ‘쿠팡’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쇼핑과 ‘배달의민족’을 중심으로 한 음식배달이 대세다. 그만큼 상가 공실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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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지방의 공실률 격차는 어마어마하다. 2024년 1분기 기준 서울 오피스 및 상가 공실률은 5.4%에 불과하다. 반면 충북의 공실률은 무려 26.4%다. 서울의 5배다.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질 때까지 소득은 0원이다. 또 상가 관리비는 주택보다 비싸다.
유동성도 문제다. 상가는 원한다고 금방 팔리지 않는다. 몇 년 이상 안 팔린 지방 상가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나이 들어 함부로 상가 투자를 했다가는 노후가 망가지기 십상이다. 더 중요한 건 현실세계에서 은퇴 시점에 현금 9억원을 보유한 사람도 흔치 않다.
대세는 월배당 ETF...300만원 만들려면 원금은?
이런 이유로 요즘은 5060세대뿐 아니라 3040세대까지도 월배당 ETF를 통한 은퇴 준비에 관심이 많다. 같은 투자금이면 상가보다 월배당 ETF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월배당 ETF는 매월 꼬박꼬박 배당금을 받는다. 상가처럼 공실 걱정이나 임차인 관리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또 장기 보유 시 주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다. 미국에 상장된 배당 ETF 중 가장 사랑 받는 건 일명 ‘슈드’로 불리는 ‘슈왑 미국 배당주(SCHD)’ ETF다. 이 ETF는 ‘다우존스 미국 배당 100지수’ 종목 중심으로 투자한다. 배당 주기는 3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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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D ETF는 7월 말 종가인 83달러 기준 배당수익률이 연 4%다. 따라서 월 300만원의 은퇴소득을 얻으려면 원금 9억원이 있어야 된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 결론은 너무 성급하다. 일찍부터 투자했다면 9억원까지는 필요 없다. 3억원이면 충분하다.
만약 10년 전인 2014년에 SCHD ETF에 3억원을 투자했다면? 10년 뒤인 2024년 7월 말에는 평가금액이 9억원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10년간 누적 수익률은 무려 201%다. 주식 투자의 장점은 장기 보유 시 은행예금과 달리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더 좋은 건 추가로 연 4% 내외의 배당금을 매년 꼬박꼬박 받아 왔다는 사실이다. SCHD ETF는 지난 10년간 매년 배당금을 늘려 왔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까지 발생했으니 실제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SCHD ETF가 사랑받는 이유다.
한국 상장 배당 ETF도 인기 폭발
한국에 상장된 ‘미국 주식 월배당 ETF’ 투자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주요 5개 ETF의 순자산 규모 합계액만 벌써 3조원이 넘는다. 이는 그만큼 은퇴 후의 현금흐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 상장 월배당 ETF 중 은퇴 준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형은 미국에 상장된 ‘슈왑 미국 배당주(SCHD) ETF’와 유사한 ‘미국 배당 다우존스 ETF’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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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가 순자산 1조1900억원,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가 순자산 7300억원, 한국투신운용의 ‘ACE 미국배당다우존스’가 순자산 39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에 상장된 각 운용사의 ‘미국배당다우존스 ETF’는 미국 상장 ETF와 달리 개인연금, 퇴직연금, IRP, ISA계좌에 편입이 가능한 게 최대 장점이다. 따라서 소득공제 및 저율과세 혜택 때문에 더 인기다. 은퇴자들 입장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세제혜택 계좌 활용은 필수다.
운용사 간 3파전도 치열하다. 운용사들도 앞으로 월배당 ETF의 성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덕분에 연간 총보수는 0.01%까지 내려갔다. 채권형도 아닌 해외주식형 ETF의 총보수가 고작 0.01%인 건 매우 이례적이다. 예비 은퇴자들에게 앞으로도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배당주도 결국 주식...변동성 유의해야
과거에는 방어적인 국내 예금이나 상가 투자로 은퇴소득을 확보하려 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금리가 낮은 예금이나 유동성 낮고 공실 위험까지 있는 상가보다는 월배당 ETF 투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한국주식으로 원화 배당을 받기보다는 훨씬 크고 안정적인 미국 우량주식으로 달러 배당을 받고자 하는 흐름이 강하다.
하지만 배당주도 결국은 주식이다. 주식의 가장 큰 단점은 높은 변동성이다. 은퇴기간 중에 대세 하락기를 맞게 되면 현직에 있을 때보다 불안감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식형 ETF 외에 채권형 ETF에도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하루라도 빨리 은퇴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10년 전에 SCHD ETF에 3억원을 투자한 사람은 지금 평가금액이 9억원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월평균 300만원의 배당소득도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다. 이미 은퇴 준비가 끝난 셈이다.
주식투자의 장점은 장기 투자 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선의 은퇴 대비는 빠른 준비다. 미래에 수명이 100살까지 늘어난다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생활비와 병원비다. 빠른 은퇴 준비로 예상보다 오래 살 가능성에 대비하자. 은퇴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다.

2024년 09월호
세계 약 매출 순위로 나타난 노인 3대 질병... 암·심장·뇌혈관 질환
전 세계 인구 6분의 1은 암 걸린다?
전 세계 매출 5위 안에 암, 당뇨, 에이즈 치료제 포함
코로나19 백신 ‘모더나’ ‘화이자’ 내리막길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전세계에서 가장 매출액이 큰 약이 뭘까. 이 답을 알면 노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이 뭔지도 알 수 있다. 2023년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는 미국 머크(MSD) 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차지했다. 노인들을 가장 괴롭히는 질병은 ‘암’이다.
한국인 3대 질병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의학, 제약, 바이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암은 여전히 주요한 사망원인이다. 전 세계 사망자 6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인 중 50대부터 80대 이상까지는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사망원인 1위가 암이다. 결국 한국인의 장수 여부는 암에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에 달렸다. 혹 암에 걸렸더라도 얼마나 빨리 발견해 좋은 치료를 받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 생사가 달렸다.
한국인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정답은 38.1%다. 남자는 39.1%, 여자는 36%다. 남자가 여자보다 3.1%포인트 더 높다. 그렇다면 연간 암에 걸리는 사람은 총 몇 명이나 될까. 2021년 기준 27만8000명이다. 전년보다 10.8% 급증했다. 남자가 14만4000명, 여자가 13만4000명을 기록했다.
암 외에 눈에 띄는 질병은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이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전염병이 대유행함에 따라 이로 인한 사망자 수도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결론적으로 노인들의 3대 사망원인은 1위 암, 2위 심장질환, 3위 뇌혈관질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결국 혈관이 원인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원인은 같다. 다 혈관이 막히는 게 핵심 원인이다. 따라서 이 두 질환을 합쳐 심뇌혈관질환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혈관이 막힌다는 건 혈관 내에 지방침전물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혈관벽에 염증이 생기거나 두꺼워진다는 뜻이다. 일명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이다.
그렇다면 혈관이 막히는 원인이 뭘까. 과식, 흡연, 음주, 운동부족, 비만 등이 원인이다. 일종의 생활습관병이다. 이게 심해지면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에 걸리게 되고 더 나아가 혈관이 막혀 사망하게 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관상동맥이 막히는 심장질환으로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있다. 또 뇌혈관질환(뇌졸중)으로는 뇌동맥이 막히는 뇌경색, 뇌동맥이 터지는 뇌출혈 등이 있다.
모두 일단 발병하면 생명이 위협받는다. 반신불수가 되거나 죽는 경우도 많다. 노인이 돼서도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원한다면 혈관 관리가 필수다. 최근에는 치매도 혈관이 막힌 게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뇌졸중의 경우 골든타임은 3시간 이내 치료다. 뇌경색 발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집에서 자다 일어나 발생하기도 한다. 길을 걷다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거나 말을 더듬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이상 증상이 보이는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현재 뇌경색의 경우 병원에서 얼마나 빨리 정맥 내 혈전용해술 시술을 하느냐에 따라 생사 여부가 갈린다. 이게 실패할 경우 뇌사 상태에 빠지거나 반신불수 같은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실제 한국의 응급의료 시스템은 세계 최강이다. 만약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이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증상으로 119에 전화를 걸면 바로 위치추적에 들어간다. 응급의료 상황인지가 애매하면 대기 중인 의사와 바로 전화 연결해 즉석 문진을 진행한다. 위험 요인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구급차가 출동한다.
구급차 안에서 간단한 검사와 문진 후 응급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시 즉시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한다. 이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런 세계 최강의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려면 필수 의료과 의사들의 희생과 막대한 의료비용이 들어간다. 올해 들어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재 한국의 응급의료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매출 5위 안에 암, 당뇨, 에이즈 치료제 포함
글로벌 제약사들은 돈이 되는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신약 후보물질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임상시험 중이다. 그렇다면 이 까다로운 FDA의 승인을 받아 현재 전 세계 매출 상위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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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사망원인 1위인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가 매출액 역시 1위를 달리고 있다. 머크 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2023년에 33조8000억원(250억달러)의 매출액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키트루다는 흑색종, 요로상피암, 호지킨 림프종 등 다양한 암에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2년에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로 급여가 확대되면서 매출이 큰 폭 증가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환자의 부담금은 약 200만원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비급여인 경우 연간 비용은 약 7000만원이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재앙이지만 키트루다가 전 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위인 애브비 사의 ‘휴미라’ 매출액은 19조4000억원(144억달러)을 기록했다. 휴미라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류머티스관절염, 건선, 크론병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류머티스관절염은 뼈와 연골 등의 주변 조직으로 염증이 번지면서 관절을 손상시킨다.
건선은 심한 가려움증으로 일상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된다. 이런 심각한 질병들을 치료하는 휴미라는 과거 9년 연속 매출액 1위를 차지했던 엄청난 의약품이다. 안타깝게도 2023년에 미국 특허가 만료되면서 전년 대비 매출액이 32%나 급감했다.
미국 암젠 사의 ‘암제비타’를 선두로 해 10개 이상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복제약)들이 대거 등장한 탓이다. 따라서 향후 휴미라의 매출액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3위인 노보노디스크 사의 ‘오젬픽’ 매출액은 19조1000억원(957억 덴마크크로네)을 기록했다. 요즘 가장 뜨거운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다. 같은 성분으로 만든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지금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보노디스크는 의약품 제조 공장 확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당뇨, 비만 외에도 심혈관, 염증질환, 고혈압, 알츠하이머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는 만병통치약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머지않아 오젬픽이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4위인 화이자/BMS 사의 ‘엘리퀴스’ 매출액은 17조4000억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혈액희석제(항응고제)다. 쉽게 말해 혈전(피떡) 등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약이다. 한국인 사망원인 2위와 3위를 차지한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도 결국 혈전으로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엘리퀴스를 써야 하는 대상 환자 수 자체가 워낙 많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혈관이 좁아지고 막힐 가능성이 커진다. 장기 복용 약인 것도 매출 상승에는 호재다. 그런데 경구용(먹는) 약이라 응급상황에서 활용되지는 않는다. 의식을 잃은 응급환자에게는 다른 비강(콧구멍) 스프레이나 주사제가 활용된다.
5위인 길리어드 사이언스 사의 ‘빅타비’ 매출액은 15조9000억원(118억달러)이다. 과거 불치병으로 인식됐던 에이즈 치료제다. 2018년 출시된 빅타비는 높은 효과와 내약성을 강점으로 단숨에 에이즈 치료 시장을 장악했다. 빅타비는 3가지 성분이 한 알에 담긴 복합제로 매일 한 알씩 복용한다.
전 세계 에이즈 감염자 수는 약 39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에이즈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빅타비 같은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평생 복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빅타비의 매출액이 엄청난 이유다.
지는 코로나 백신, 뜨는 항암제와 아토피 치료제
6위는 리제네론/사노피 사가 개발한 ‘듀피젠트’로 매출액은 15조7000억원(116억달러)이다. 천식과 아토피피부염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아토피피부염의 85~90%는 만5세 미만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듀피젠트는 최근 한국에서 만6개월 이상의 중증 아토피피부염 영유아 환자에 대한 급여 적용이 승인됐다. 안정성과 효능을 인정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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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사의 ‘코미나티’로 매출액은 15조1000억원(112억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백신이다. 한국에서는 그냥 화이자 백신으로 통한다. 하지만 코로나는 종식됐다. 따라서 2024년 매출액은 기록적으로 감소 중이다.
8위는 존슨앤드존슨 사의 ‘스텔라라’로 매출액은 14조7000억원(109억달러)이다. 자가면역질환인 건선,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그동안 존슨앤드존슨을 먹여살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하지만 2023년에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가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향후에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9위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오노 제약의 ‘옵디보’로 매출액은 13조5000억원(100억달러)이다.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호지킨 림프종 등 다양한 암을 치료하는 면역항암제다. 매출 1위인 키트루다보다 먼저 등장했지만 경쟁에서는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매출액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10위는 존슨앤드존슨의 ‘다잘렉스’로 매출액은 13조1000억원(97억달러)이다. 다발성 골수종(혈액암) 치료에 쓰인다. 추가로 다양한 적응증으로 범위가 확대 중이다. 스텔라라의 특허 만료로 고민 중인 존슨앤드존슨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의약품이다.
망막질환, 자궁경부암, 희귀병 치료제 매출 높아
11위는 리제네론/바이엘 사의 ‘아일리아’로 매출액은 12조7000억원(94억달러)이다. 망막질환인 신생혈관성(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 등의 치료제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병명이다. 풀어보면 ‘눈의 중심 부분이 손상돼 시력이 나빠지는 질환’을 말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더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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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혈관’은 존재하지 않아야 할 새로운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는 것을 의미한다. ‘습성’은 질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빠르고 증상이 심한 것을 의미한다. ‘황반’은 눈의 망막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사람이 사물을 정확히 보고 세밀하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12위는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사의 ‘트리카프타’로 매출액은 12조원(89억달러)이다.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다. 역시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병명이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낭포’는 액체가 차 있는 주머니 모양의 공간을 의미한다. ‘섬유증’은 우리 몸의 어떤 조직이 손상될 때 이를 치유하기 위해 섬유성 결합조직(흉터)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낭포성 섬유증은 우리 몸의 여러 곳에서 끈적끈적한 점액이 많이 만들어져서 생기는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끈적한 점액이 기도를 막아 숨쉬기가 힘들고 폐에 세균이 번식해 염증이 생기기 쉽다.
13위는 머크 사의 ‘가다실/가다실9’으로 매출액은 12조원(89억달러)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이다.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생식기 사마귀, 음경암 등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성접촉으로 전염되므로 남녀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가다실/가다실9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질병관리청은 ‘국가예방접종(NIP)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을 통해 ‘HPV 9가 백신 대상 확대’를 주요 과제로 검토 중이다.
14위는 애브비 사의 ‘스카이리치’로 매출액은 10조4000억원이다. 자가면역질환인 관절염, 건선, 크론병 등의 치료제다. 9년 연속 세계 1위였던 휴미라보다 성능이 개선된 신약이다. 따라서 특허 만료로 고전 중인 휴미라의 매출액을 곧 뛰어넘을 애브비의 핵심 의약품이라 할 수 있다.
15위는 일라이릴리 사의 ‘트루리시티’로 매출액은 9조6000억원(71억달러)이다. 당뇨병 치료제다. 하지만 일라이일리는 더 가격이 비싸고 성능이 뛰어난 자사의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나 ‘젭바운드’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트루리시티의 매출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령화 시대 도래...글로벌 제약사에 관심 가져야
16위는 로슈 사의 ‘오크레부스’로 매출액은 9조5000억원(70억달러)이다.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다. 다발성 경화증이란 뇌와 척수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시력 저하, 감각 이상, 운동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오크레부스는 지난 5월에 한국에서도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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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위는 모더나 사의 ‘스파이크백스’로 매출액은 9조원(67억달러)이다. 코로나19 백신이다. 한국에서는 그냥 모더나 백신으로 불린다. 스파이크백스는 코로나가 종료됨에 따라 2024년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18위는 화이자 사의 ‘프리베나’로 매출액은 8조6000억원(64억달러)이다. 성인용 폐렴구균 백신이다. 프리베나13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70% 수준이다. 경쟁 의약품인 머크 사의 ‘박스뉴반스’가 한국에 출시된 이후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곧 더 성능이 뛰어난 프리베나20의 출시가 임박함에 따라 상당 기간 프리베나의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위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사의 ‘레블리미드’로 매출액은 8조2000억원(61억달러)이다. 다발성 골수종(혈액암) 치료제다. 하지만 특허 만료가 임박함에 따라 향후 매출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 20위는 노바티스 사의 ‘엔트레스토’로 매출액은 8조1000억원(60억달러)이다. 전년 대비 30% 급증한 양호한 수치다. 엔트레스토는 심부전 치료제다. 심부전은 심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몸 전체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엔트레스토 역시 문제는 특허 만료다. 한국에서는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준비하는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과 특허소송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1~2년 뒤부터는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2023년 전 세계 의약품 매출액 상위 20개를 통해 현재의 제약·바이오 시장 트렌드를 살펴봤다. 정리해 보면 노인들의 3대 사망원인인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외에도 노인들을 괴롭히는 질병은 많다. 아토피, 천식, 건선, 류머티스관절염, 크론병, 당뇨병, 비만, 망막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전염병과 희귀병도 많다.
만65세를 넘어가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꾸준한 근력운동, 올바른 식습관을 통한 혈관 관리, 정기적인 건강검진, 금연과 금주는 중요하다. 100세 시대라도 누군가는 일찍 죽고 누군가는 오래 산다. 본인의 노력과 의지로 건강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024년 09월호
'요람에서 시니어 레지던스까지' 노령층 주거복지 새 장 연다
부자 아니어도 들어갈 수 있는 실버타운 ‘시니어 레지던스’ 인기
토탈케어 수요 노리는 민간형 임대...‘골드시티’도 공급 대기
|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부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실버타운’을 이제 온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동안 부자들만 누릴 수 있던 ‘그들만의 리그’에서 ‘국민 실버타운’이 탄생할 예정이다. 곧 다가올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노인 복지가 정부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상태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노인 주거복지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성큼 다가오고 있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부가 내놓은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은 노인 복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로 인식되고 있다. 기존 실버타운은 중산층 이상의 노령자가 선택할 수 있는 ‘호사스러운’ 주거 상품으로 꼽힌다. 3~5년 보증금만으로도 500만~1억원에서 최고 10억원이 들며 월세와 생활비, 식대까지 포함하면 월 300만원 이상이 거뜬하게 들어간다. 실버타운의 인기는 도심과 가까울수록, 서울과 가까울수록 더 높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시니어 레지던스는 싸고 품질 좋은 이른바 ‘가성비 갑’ 실버타운의 양성을 기대하게 한다. 다만 여전히 분양형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공공임대형을 확대해 누구나 큰돈 들이지 않고 주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공공의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버타운, 노인 주거 서비스의 대안으로 성장
우리나라 실버타운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 시작했다. 수원 유당마을이 그 첫 번째로다. 이후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붐을 타고 비주택 상품으로 분양형 실버타운이 시장에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노블카운티, 서울시니어스센터 강서 등이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실버타운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현대판 고려장’이란 인식이 있어 실버타운에 들어갈 여유를 가진 중산층 이상에게도 관심을 얻지 못했다. 지금도 요양원에 비견되며 여전히 현대판 고려장이란 인식은 존재한다. 하지만 20년 이상 실버타운이 운영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가 생활이나 의료 서비스와 같은 기존 실버타운 주거 서비스가 보다 확대됐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토털 케어’라는 모토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곳이란 인식이 뚜렷해지면서 ‘부의 상징’이 되고 있다는 점도 실버타운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현재 운영 중인 주요 실버타운은 국내 최초 유당마을을 비롯해 더클래식500, 삼성노블카운티, 노블레스타워, 서울시니어스타운 등이 있다. 이들 실버타운은 입지, 서비스, 방 넓이 등에 따라 가격에 큰 차이를 보인다. 현존 실버타운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 56평형의 경우 3년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공동관리비, 세대관리비, 식대를 포함하면 월 5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실버타운에 입주하려는 노령층은 적지 않다. 실제 수도권 주요 실버타운은 평균 3년에서 최대 5년을 기다려야 입주할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기존의 고가 실버타운부터 중산층 이하 서민층도 들어갈 수 있는 시니어 레지던스의 개념을 꺼냈다. 기존 중산층 이상의 전유물이었던 실버타운과 함께 공공임대인 고령자 복지주택, 민간임대인 실버스테이를 통틀어 일컫는 것이 바로 시니어 레지던스다.
실버타운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는 2015년 폐지됐던 분양형 실버타운을 다시 합법화했다. 89개 인구감소 지역에서 분양형 실버타운을 다시 공급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분양형 실버타운은 여전히 공급할 수 없다. 다만 임대형은 토지, 건물의 사용권만 보유해도 지을 수 있도록 해 실버타운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시니어 레지던스 확대에 따라 중산층 이하도 실버타운에 거주하기가 쉬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고가 실버타운은 주로 40평형대 이상 넓은 주택 면적으로 구성됐다. 이번 방침에 따라 그동안 실버타운에서 외면받았던 15평형 규모의 소형 시니어 레지던스가 다수 공급될 예정이다. 또 주택연금을 받고 있는 노령층은 앞으로 주택연금을 받으면서도 실버타운에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특별법 제정이 아직 시도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같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경기 상황에 따라 실버타운을 포함한 시니어 레지던스가 더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도시의 도심과 가까운 물량만 인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분양형 실버타운의 경우 수익률이 나와야 하는데 인구감소지역은 투입비용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게 돼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며 “수도권에 공급될 임대형 서비스 레지던스는 민간 업계의 이윤 극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지원하는 정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감소지역, 서비스 레지던스에 기대
서비스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에 따라 일단 수도권 도심 근처 임대형 시니어 레지던스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측된다. 의료 서비스 등이 유리한 대형 병원 인근지역에 민간 임대형 시니어 레지던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 임대형의 경우 높은 수익 창출을 위해 고급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입주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와 공공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된다. 돈이 없어서 노후가 더 불편한 상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 시니어 레지던스는 오히려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지금과 같은 고급 실버타운은 보다 합리적인 임대료 책정이 요구된다. 레지던스 서비스 비용이 크게 오를 것인 만큼 노령층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택을 비롯한 모든 재산을 시니어 레지던스에 쏟아부어야 할 정도다. 서울시니어스타워 관계자는 “민간이 운영하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결국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저소득층 노령세대를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이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에 따라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 시니어 레지던스에도 관심이 모인다. 서울시 공공임대형 시니어 레지던스인 골드시티는 강원도 삼척과 같은 인구감소지역 지자체와 연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방에 은퇴자가 살기 좋은 도시를 지어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서울시 주택 보유 은퇴자 등에게 주택연금 등과 연계해 주택과 기반시설을 공급한다. 이때 이주 희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매입 또는 임대해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재공급하는 사업이다.
골드시티는 도심 주변에 살고 싶어 하는 노령층의 바람과 달리 서울 진입이 힘든 강원도 등에 지어지는 만큼 당장의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 하지만 공공 사업인 만큼 서울시나 강원도와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의지를 갖고 특히 의료 서비스 문제만 제대로 보장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기를 끌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노령층 초입인 65세 이상, 75세 이하 노령층의 경우 오히려 골드시티를 더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SH공사는 골드시티에 대해 서울 노령층의 관심도가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골드시티는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시니어 레지던스 지원 정책과 맞물려 더 강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SH공사 관계자는 “정부 지원에 따라 골드시티도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레지던스의 미래는 결국 가격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웬만한 요양병원도 한 달에 15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토털 케어를 해주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이보다 비쌀 수밖에 없으며 서민들의 이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09월호
슈퍼 엔저 마침내 '브레이크'...2025년 달러당 125엔 간다
7월 일본·미국 통화정책회의 분수령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가파른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미국 침체 경고도 엔화에 호재
| 황숙혜 기자 shhwang@newspim.com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던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회의를 지켜본 월가는 엔화 강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전날인 7월 30일 155엔 선에서 거래됐던 달러/엔이 8월 7일 장중 한때 144엔 선까지 떨어진 가운데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2025년 환율이 125엔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에서 비롯된 이른바 슈퍼 엔저가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추락하던 엔화 급반전, 왜?
지난 3월 일본은행이 2007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을 강행한 뒤에도 엔화는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 달러/엔 환율이 162엔까지 치솟았다. 천문학적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도 추락하던 엔화에 7월 일본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회의가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0.10%에서 0.25%로 올렸을 뿐 아니라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상황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를 0.50%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
여기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한층 강하게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도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50bp 인하 가능성도 열어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가능성을 단호하게 부정하지 않은 것은 앞으로 2개월 사이 발표되는 경제지표 향방에 따라 9월 기준금리를 50bp 내릴 수 있다는 의미라는 판단이다. 파월 의장도 “9월 통화정책 결정은 전적으로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의 균형 사이에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2년 이상 물가지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정책자들이 고용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부 채권 트레이더들은 이미 9월 50bp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채권 트레이더들이 예상하는 9월 50bp 인하 가능성이 28.5%로 껑충 뛰었다. 이 때문에 25bp 인하 가능성은 71.5%로 낮아졌다.
앞서 월가의 구루들은 달러/엔 향방이 일본은행보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달렸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대규모 환시 개입이 슈퍼 엔저를 막지 못하면서 열쇠를 쥔 것은 연준이라는 의견에 설득력이 실렸다.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단기간에 달러/엔 환율이 155엔에서 144엔 선으로 후퇴한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양국의 금리 격차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7월 31일 장중 1.065%까지 상승한 뒤 8월 7일 장중 0.9% 아래로 후퇴한 가운데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수익률은 8월 6일(현지시간) 3.917%까지 떨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 아래로 떨어진 것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2023년 말 3% 선으로 후퇴한 수익률은 연준의 이른바 피벗(pivot, 정책 전환)이 미뤄지면서 4월 4.7%까지 뛰었고, 이후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이면서 수위를 낮췄다.
3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반등에 대해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던 투자은행(IB)업계에는 마침내 엔화 강세 전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엔 캐리 청산 본격화, 후폭풍은
일부에서는 단기 급등한 엔화가 상승분을 일정 부분 반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엔화의 추세적 상승을 점친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파레시 우파디야야 채권 및 외환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는 한편 일본은행의 통화 정상화가 지속되면 달러/엔이 14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TD증권 역시 달러/엔이 140엔까지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일본은행의 통화 긴축이 엔화 자산 매입을 부추기는 한편 환율을 2025년 1분기 140엔까지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OCBC는 보고서를 내고 일본과 미국의 금리 및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달러/엔의 적정 수준이 136엔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은행이 2025년 기준금리를 0.75%까지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여기에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가 맞물리면서 달러/엔 환율이 140엔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밖에 MLIV 스트래티지스트는 보고서에서 이른바 슈퍼 엔저를 주도했던 핵심 요인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라면 현 수준에서 엔화가 적정 수준보다 저평가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월가에 엔화 상승 전망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맥쿼리가 보다 공격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2025년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125엔으로 제시한 것. 맥쿼리는 보고서를 내고 일반적으로 엔화 하락과 맞물린 캐리 트레이드가 허물어지면서 엔화 강세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언제든 연준이 통화 완화 사이클을 본격화할 때 엔화 하락 베팅이 설자리를 잃게 했다”고 전했다.
엔화는 7월 초 달러화에 대해 38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이후 최근 1개월 사이 거의 모든 주요국 통화에 대해 반등했는데 배경으로 헤지펀드가 지목된다. 헤지펀드 업계가 멕시코 페소화를 포함해 고수익률 통화를 매입하기 위한 엔 캐리 트레이드에서 발을 뺀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7월 23일 기준 2주 사이 레버리지 펀드가 엔화에 대한 순매도 포지션을 5만6639계약 청산했다.
이와 별도로 로이터에 따르면 투기 거래자들의 엔화 하락 포지션이 86억1000만달러로 4월 고점에서 40%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최근 1개월 사이 하락 베팅이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씨티그룹의 나당 스와미 외환 트레이딩 헤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삭소 캐피탈 마켓 역시 보고서를 내고 “지난 수년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외환시장에서 커다란 트렌드였다”며 “일본과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엔화 숏 커버링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의 변동성 상승도 엔 캐리 트레이드에 불리한 여건이라고 삭소은행은 강조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달러/엔 내재 변동성이 7월 31일 27%에 달했다. 이는 2024년 초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악화도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 수요를 부추기고, 엔 캐리의 청산과 엔화 강세 흐름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이다.
웨스트팩 뱅킹은 “최근 한 주 사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두드러졌다”며 “극심한 엔화 약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본 통화정책자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번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UBS 역시 보고서를 내고 “일본은행이 시장의 예상보다 강한 통화 긴축에 돌입하는 한편 미국 연준이 적극적인 완화에 나서면 엔 캐리 트레이드에 커다란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때문에 청산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파장을 가늠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엔화를 조달 통화로 한 단기 투자 금액이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월가의 추정이다. 일례로, 엔 캐리 자금으로 미국 단기물 국채를 매입해 약 6%에 이르는 전략이 커다란 인기를 끈다.
미국 대선,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 적신호
로이터는 미국 대통령선거 역시 엔화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승리할 경우 엔화 약세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환율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엔화 강세 흐름에 대해 냉소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영국 자산운용사 애버딘은 보고서를 내고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면 엔화의 상승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엔화의 상승 모멘텀이 오래지 않아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버딘은 150엔 선 아래로 떨어진 달러/엔 환율이 상승 반전, 155엔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후쿠오카 파이낸셜 그룹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일본의 실질 금리가 이른바 ‘서브 제로’에 머문다면 엔화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투자자들의 관심이 경제 펀더멘털로 옮겨가면서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향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이미 확산되며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와 스위스 프랑으로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다.
CNBC에 따르면 연준이 이미 통화정책 실수를 범했고, 9월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월가에 번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 지표가 7개월래 최저치로 후퇴한 데 따른 반응이다.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8로 집계됐다. 전월 49.3으로 후퇴하며 수축 국면에 빠진 제조업 경기는 더욱 악화됐다. 이에 따라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했고, 7월 수치는 월가의 전망치인 48.8에 크게 미달했다.
제조업 지수 하락은 해당 업계의 수요와 생산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규 주문 지수가 6월 49.3에서 7월 47.4로 하락,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해서도 적신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고용 지수도 49.3에서 43.4로 급락, 제조업계 고용이 빠르게 냉각되는 상황을 반영했다. 고금리 여건이 민간 소비를 압박하는 한편 제조업계에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월 2일자 칼럼을 통해 미국 경기 침체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가 2분기 2.8% 성장했지만 정부가 대규모 적자를 내가며 지출을 늘린 결과일 뿐 경기선행지수와 고용지표 등 굵직한 데이터가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질수록 엔화의 상승 모멘텀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