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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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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호

[무기전쟁] 군비 확장 유럽 재무장 ‘바람’ 글로벌 방산 판이 바뀐다

“미국 없는 안보 대비하는 유럽, 스스로 무장에 나서다” |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와 함께, 유럽은 2차세계대전 이후 80년간 유지돼 온 미국 중심 안보 체제의 균열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미국이 곤경에 처했을 때 우리를 도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방어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집단방위 의무(헌장 제5조)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유럽 각국의 안보 불안을 키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 장기화 역시 유럽의 냉혹한 현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 2월 28일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J.D. 밴스 부통령으로부터 “무례하다”, “미국에 감사하지 않는다”라는 지적을 받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자, 유럽에서는 “미국 의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위기 의식이 급속히 퍼졌다. 유럽은 이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전례 없는 재무장과 방산 독립에 나서고 있다. NATO 안에서 무게중심을 옮기는 유럽 NATO는 여전히 유럽 집단방위 체제의 중심축이지만, 내부 구도는 빠르게 변화할 참이다. 지난 3월 9일 유럽연합(EU)은 총 8000억유로(약 1284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가 EU 예산을 담보로 무기 조달에 1500억유로 규모의 저리 대출을 지원하고, 나머지 6500억유로는 각국이 자체 조달하게 된다. EU는 국방비 지출 한도를 대폭 완화해 향후 4년간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대 3.5%까지 국방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현재 EU 평균 국방비 비율(1.99%)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금은 단합과 힘을 통해 유럽 방위동맹(Defense Union)을 구축할 때”라며 “GDP의 3%를 초과하는 국방비 지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가 추진하는 재무장 계획의 구심체는 ‘의지의 연합(Union of Will)’이다. 미국 의존을 줄이고 유럽 자체의 방산 공급망과 군수 능력을 자립시키겠다는 전략적 방향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현재 유럽이 구매하는 무기의 약 80%가 비(非)유럽산”이라며, 유럽산 무기 조달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F-35 스텔스 전투기, 핵미사일 등 각종 무기의 미국 의존도가 높다. 유럽 내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데 몇 년은 걸린다. EU가 한국과 방산 협력을 넓혀 나갈 가능성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독일, 전후 최대 군비 확장...‘부채 브레이크’ 해제 유럽의 경제 대국 독일은 오랫동안 고수해 온 ‘부채 브레이크(Schuldenbremse)’ 규정을 완화해 전후 최대 규모의 군비 확장에 나섰다. 독일 주요 정당들은 5000억유로에 이르는 정부 재정을 향후 12년간 인프라에 투자하고 국방비를 사실상 무제한 증액할 수 있도록 기본법(헌법)을 개정했다. 현재 독일의 정규 국방 예산은 연간 500억유로 수준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추가 편성된 1000억유로 특별예산은 2027년까지 소진될 전망이다. 킬세계경제연구소는 독일이 독자적으로 안보를 책임지려면 현재 GDP 대비 2.1% 수준인 국방비를 3.5%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독일은 자국 방위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산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은 지난해 2월 자국 내에 신규 탄약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연간 약 7만 발의 포탄을 생산한 라인메탈은 올해 생산능력을 약 70만 발로 10배 늘렸으며, 2027년까지 연간 110만 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 유럽 핵우산 제공 본격 시사 프랑스는 유럽 안보의 보증인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3월 5일 대국민 연설에서 “유럽이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맞서 스스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미국 핵우산에 대한 대체 옵션을 제시한 것이다. 프랑스는 약 2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핵무기 운용 가능 공군기지는 4곳이며, 프랑스 소유의 핵탄두는 프랑스의 주력 전투기 ‘라팔’과 잠수함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 사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서양 균열(미국과 유럽 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지난 트럼프 1기 때의 2019년부터 NATO가 ‘뇌사’ 상태라고 경고하며, 유럽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를 맞이하면서 그의 메시지가 더욱 강력해졌다. 프랑스의 ‘핵우산론’에 독일,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일부 국가가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지난 3월 18일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공군의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라팔 전투기 추가 도입 등 국방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동부 뤽세유 생 소베르의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곳에 2개 비행대(약 40대)를 추가 배치하고, 2035년 무렵엔 극초음속 핵미사일을 탑재한 차세대 라팔 전투기도 배치하며, 기지 현대화를 위해 약 15억유로 투자를 약속했다. 이 공군기지는 미라주 2000-5 전투기 26대를 보유한 곳으로, 나토의 공중 방어에 핵심 기지 역할을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유럽 대륙은 전쟁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스스로를 방어하고 무장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프랑스 말고도 자체 무장에 나선 유럽 국가는 늘고 있다. 스웨덴은 NATO 가입을 계기로 국방 예산을 향후 10년간 3000억크로나(약 44조원) 증액하고, 현재 GDP 대비 2.4%인 국방비 비율을 2030년까지 3.5%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덴마크도 올해와 내년 국방비를 500억크로네(약 11조원) 추가 편성한다고 발표했으며, 네덜란드는 2030년까지 현재 7만 명 수준인 병력을 2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을 추진 중이다. 스페인과 크로아티아도 국방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으며, 비(非)EU 국가인 영국도 2025∼2026 회계연도 국방비를 22억파운드(약 4조원) 올려 GDP의 2.36%로 늘릴 계획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는 2027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2.5%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에 의존했던 유럽 안보 질서는 이제 자력국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각국이 스스로 무장에 나서면서 세계 방산시장 역시 유럽 국가들의 부상으로 거대한 전환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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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위기이자 기회..."수출 다변화·컨트롤 타워 강화 시급"

EU, 자체 방위력 강화 위해 8000억 유로 투입...‘큰 장’ 선다 기술력·가격 경쟁력·빠른 납기로 K - 방산 ‘신드롬’ 이어갈까 수출국 2022년 4개국에서 10여 개국으로 지속 다변화 |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 유럽연합(EU)이 자체 방위력 강화를 위해 1200조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내놓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 등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오는 2027년 방산 수출 ‘세계 4강’이 목표인 한국 입장에서 ‘큰 장’이 선 셈이지만, EU가 ‘바이 유러피안(유럽산 구매)’을 선언하는 등 K-방산을 견제하고 나서 위기감이 감돈다. 반면 K-방산 수입국들과 긴밀한 안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들 국가의 방산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경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K-방산이 향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선 수출 컨트롤 타워 강화, 금융 지원, 현지 생산 거점 확충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유럽 외 중동이나 동남아 등으로의 수출대상국 확대도 급변하는 무기 수출 시장에서 K-방산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EU, 재무장에 8000억 유로 투입...방산업체들에 기회 EU 집행위원회는 3월 초 자체 방위력 강화를 위해 8000억유로(약 1269조원)를 투입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EU 각 회원국이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1.5%씩 늘려 총 6500억유로를 조성하고, 나머지 1500억유로는 공동 차입해 방공망 등 범유럽 차원의 방어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미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 핀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은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덴마크도 방위비 10조원을 추가 편성했다. 폴란드는 한국 정부와 9조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납기’와 ‘가성비’가 장점인 한국 방산업체들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K-방산이 수출 효자 산업으로 탈바꿈한 배경으론 높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자주 국방’에서 비롯된 정부 지원, 빠른 납기 등이 꼽힌다. 특히 지난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K-방산 ‘신드롬’의 직접적인 촉매제 역할을 했다. 기술력·가격 경쟁력·빠른 납기...K - 방산 메리트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군이 첨단 무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과 투자를 소홀히 한 전차, 포, 로켓 등 재래식 무기를 대거 사들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탄약운반차 K-10, LIG넥스원의 세계 유일 유도로켓 ‘비궁’ 등이 구매 리스트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력을 언급한 해군 함정 분야에서 우방국 협력은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미국 해군 전력은 독자적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지난해 미 해군 정보국에서 유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함정 건조 능력은 미국의 232배에 달한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는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수출주도형 전략산업으로 고도화돼야 한다”며 “방산 기술의 연구개발(R&D)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련 인력을 전문화하며, 국제적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산 수출 4강 위해선 법적·제도적 뒷받침 필수 K-방산은 2023년 140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95억달러 수출에 그치며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방위사업청은 그러나 기존 수출 협상이 연장되면서 계약이 이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대상국은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서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 10여 개국으로 지속 늘고 있다. 해외에선 K-방산이 질적·양적으로 부흥기를 맞아 고도 성장의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목표로 내건 방산 수출 세계 4강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 금융 지원 외에 국방비 증액, 수출 컨트롤 타워 강화, 수출 무기 및 국가 다양화 등의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세계 4강 달성은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국방비를 늘리고 무기 분야 기본 소재부터 인공지능과 IT 첨단기술을 연계해 후발주자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앞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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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호

한화에어로 2.3조 ‘유상증자’ K - 방산 투자 본격화

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 투자 자금 조달 미국·유럽 방위비 확충 및 정책 변화에 선제 대응 | 조수빈 기자 beans@newspim.com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앞세워 미래 전투장비 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한다.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표한 2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국내 방산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자금 조달로, K-방산 전반에 ‘투자 물꼬’를 트는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유럽·미국 방위비 증강에 선제 대응 나선 한화 이번 유상증자는 한화그룹이 글로벌 방산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유럽연합(EU)이 최근 8000억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며 독자적 방산 체계 구축에 나선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 내 해양 방산 및 조선 산업 기반 강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그간 보수적으로 평가되던 국내 방산업계의 투자 심리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먼저 지난 3월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어 지난 4월 8일 시장 반응을 반영해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축소된 1조3000억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가 시가 기준으로 할인 없이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이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사용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 금융감독원과 주주들의 비판을 받았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는 2조3000억원으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방산업계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통해 유상증자에 대한 논란을 불식하고 해외 지상방산, 조선해양, 해양방산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 티어(Top Tier)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계획이다. 특히 중장기적 방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 2035년까지 연결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달 자금 중 1조6000억원은 해외 지상방산 투자 및 방산 협력 강화를 위한 지분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단순 무기 판매보다는 현지 생산 기반을 조건으로 한 협력 모델이 각광받는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국내 투자에도 9000억원이 투입된다. 추진장약(MCS) 스마트 팩토리 설립과 주요 방산 사업장 설비·운영에 자금을 집중한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방산 및 조선해양 거점 확보를 위해 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 개발 및 생산 시설 확보에 3000억원이 각각 투자된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무인기 전문기업인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Gray Eagle-STOL(GE-STOL)’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지난 4월 2일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인기 체계 및 엔진 개발, 시설 구축 등에 7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3000억원을 무인기 관련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가격 경쟁력 뛰어난 K-방산, 투자 기회 물색 중 업계에선 이번 한화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시기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유럽 내에 신뢰할 만한 방산 기업이 드물고, 유럽의 재무장 기조가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성격을 띤 만큼, 한화의 유럽 진출은 적기에 이뤄졌다는 평가다. 한국 방산 기업은 유럽 기업 대비 저렴한 제품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동유럽에서 수요가 있는 자주포는 독일산 PzH2000 대비 한국의 K-9이 60%가량 저렴하다. 한화 외에도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이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 3월 말 LS그룹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글로벌 방산 시장 대응을 위한 협력을 추진 중이다. LS는 LS엠트론을 통해 전차·장갑차·자주포 등 궤도형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무인화 기술을 보유한 LIG넥스원과의 기술·인적 자원 교류, 합작투자회사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로템도 폴란드와 체결한 K-2 전차 1차 계약에 이어 2차 물량 180대에 대한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업계 전반에 걸친 글로벌 확장 움직임은 한화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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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 35 만드는 바보들” 팔란티어·안두릴, 방산 ‘게임 체인저’

‘지능형 방위’로의 조류 변화, 팔란티어·안두릴 ‘기수’ 팔란티어 기업가치 록히드의 2배, 안두릴 반년 만에 배증 우크라전서 비용 효율과 정밀한 임무수행 능력 확인 |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세계 각국이 전통적인 무기체계의 양적 확대를 넘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무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첨단 기술 기반의 방위 체계가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고 작전 측면에서도 정밀하고 신속한 임무 수행이 확인되면서 이런 흐름은 한층 탄력을 받았다. 변화의 기수들 AI 활용도 여하에 따라 ‘국가 간 군사력 균형’도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을 불러온 이른바 ‘지능형 방위 체제’로의 조류 변화 중심에는 미국의 팔란티어와 안두릴이 있다. 둘 다 AI 등을 활용한 방위 소프트웨어를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정보기관에 판매하는 곳이다. 정보 우위를 통한 작전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둔 제품을 개발한다. 양사가 다른 점이 있다면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 전문성을 갖췄고, 안두릴은 상황 예측과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에 특화됐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팔란티어가 ‘현상의 정확한 이해’에 주력한다면, 안두릴은 ‘미래 상황의 예측과 대응’에 중점을 둔다. 나아가 팔란티어는 제약·금융 등 민간에도 적극 진출하는 한편, 안두릴은 국방에 특화된 접근법을 유지하면서 드론 등 하드웨어도 연계해 취급한다는 차이가 있다. 양사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만, 모두 AI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함으로써 물리적 무기 체계 중심에서 벗어나 게임의 판도를 바꿔놓는 변화를 이끌고 있다. 치솟는 기업가치 양사의 기업가치는 이미 전통 방위업체를 크게 뛰어넘었거나 맹렬히 추격 중이다. 팔란티어의 시가총액은 약 2200억달러로 유인 전투기를 제조하는 록히드 마틴(1100억달러)의 2배다. 비상장사인 안두릴은 올해 2월 투자금 조달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280억달러로 평가받아 그 규모가 6개월 만에 2배가 됐다. 항공모함 제조사인 허팅턴잉걸스의 80억달러를 크게 넘어선다. 안두릴에 매겨진 기업가치는 작년 연간 매출액의 28배에 해당되는 수준으로 록히드 마틴 1.9배, 보잉 1.3배를 크게 웃돈다. 그런 점에서 테슬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아직도 F-35 같은 유인 전투기나 만드는 바보들”이라는 직설적 발언은 시장에서 전개되는 투자자들의 가치 판단 변화를 예리하게 반영한다고 평할 수 있겠다. AI를 활용한 지능형 방위 체계의 우위력은 러-우 전쟁에서 입증됐다. 우크라이나군은 AI 기술이 탑재된 300~700달러짜리 드론을 러시아 탱크나 장갑차를 파괴하는 데 활용했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탱크 중 최대 3분의 2가 소형 FPV(1인칭 시점 조종) 드론에 의해 무력화됐다. 고가의 정밀 무기 체계 없이도 효과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활용한 AI 기술은 주로 무료의 오픈소스 모델에서 파생된 알고리즘을 활용한 것이지만, 전체적인 작전 수행은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를 통한 위성 이미지나 드론 영상 분석 등을 종합한 의사 결정에 기반한다.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는 지뢰 제거나 소셜 미디어 분석을 통한 전쟁범죄자 신원 파악 작업 등에도 연계돼 폭넓게 활용됐다고 한다. ‘죽음의 상인’ 인식 변화 AI 기술이 군사 분야에서 활용될 때 발생하는 인간의 책임 범위와 같은 윤리적 문제가 여럿 남았다지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윤리적 경계가 급히 재조정되는 양상을 띤다. 정부에서는 기술 사용의 제약이 군사 우위력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한편, 민간에서는 사업 기회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사람을 부상케 하는 무기 및 기타 기술’에 AI를 응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철회했다. 오픈AI도 작년 12월 대드론 방어 시스템 고도화와 관련해 안두릴과 제휴를 맺었다. 또 팔란티어와 안두릴은 방위 계약을 과점하는 방위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수주 연합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오픈AI나 스페이스X를 포함한 기술기업 10여 곳에 참여를 촉구했다. 방위산업을 꺼리던 투자업계의 자세도 변했다. 종전에는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확산에 따라 ‘죽음의 상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기업들은 피했으나 이제는 ‘AI’는 물론 ‘무인’, ‘자동화’를 키워드로 하는 방위 테크로 자금을 배분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팔란티어와 함께 방위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안두릴에는 영국 대형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포드가 출자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벤처캐피털의 방위 관련 기업 투자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31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 AI 관련 기업에 120억달러가 몰려 투자금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와 자율 시스템이 각각 40억달러로 그다음이었는데, 이 역시 방위 테크와 관련이 있는 곳들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자금이 방위 테크에 쏠린 것이다. 기술 혁신 시발점의 역전 역사적으로 보면 군사 기술이 민간 기술 혁신의 시발점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은 원래 미국 국방부의 ‘ARPANET’이라는 프로젝트에서 탄생했고, GPS(위성항법장치)도 미국 국방부에서 소련의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을 추적하려는 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반도체도 최초에는 군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는 군사 분야가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위치에서 물러났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종식되면서 ‘미국 1강’의 안보 환경 속에서 군사용 기술 혁신의 사례는 감소했다. 미국이 유일 강대국으로 남게 되면서 안보 위협이 종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수주를 방위 대기업이 과점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고, 방위 체계의 개발은 기존 무기의 유지와 점진적 개선에 집중됐다. 그런 점에서 팔란티어와 안두릴의 수주 연합 구상은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나 중국의 군사적 대두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여기에 민간의 고도화된 AI 기술이 가세하면서 이제는 민간이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역사적 흐름의 역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냉전 이후 군사 혁신의 침체기에 민간이 발전시킨 기술이 다시 군사 영역으로 역유입되면서 민간 주도의 지능형 방위 기술이라는 새로운 산업 분야가 비약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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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호

[서울이코노믹포럼] "위기 극복 위한 정치 통합" 한목소리…'서울이코노믹포럼' 600여 명 참석 성료

용서·화해·포용 강조한 정대철 헌정회장 이재명 대표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혜안 듣겠다” 성경륭 상지대 총장 “글로벌 인재 발굴 필요” 김현철 교수, 정부의 탈중국 정책 바꿔야 | 김범주·박성준·배정원·백승은·정승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한국 사회는 정상 궤도로 복귀했을까. 보수·진보 진영 간 갈등은 해소되고 대통합의 길에 들어섰을까. 지난 4월 8일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주최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은 윤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보수·진보 진영 갈등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조기 대선이라는 혼란한 국내 상황과는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25%’ 부과와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대외 악재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은 정계, 정부, 경제·산업계 등 각계를 대표하는 리더들이 200석 이상의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국회의원 42명, 정부 장·차관급 인사 25명 등 총 632명이 참관했다. 민병복 뉴스핌 회장은 개회사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소통하는 정치, 정쟁보다는 민생을 우선하는 정치가 상식”이라며 정치·경제가 전체적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대독한 축사에서 “민생을 회복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혜안을 듣고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전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대화는 사라졌고 불신은 깊어져 가며 공동체의 가치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가 이 모든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개헌과 선거 및 공천 제도 개혁, 일하는 국회를 위한 제도 개선 등 정치권이 공감할 만한 과제”라고 격려했고,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양극단화된 정치가 국민 통합을 이끌기는커녕 분열을 조장한다”며 “국민 통합과 초격차 기술, 이 두 가지가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화두”라고 강조했다. “권력분산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지적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대철 헌정회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본인을 핍박했던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용서한 사례를 들어 “용서하고 화해하고 포용하는 통합 대통령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정치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권력분산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제왕적 대통령의 가능성이 헌법에 내재돼 있어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우리는 ‘정치사회적 국민통합 대타협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정치지도자의 결단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성경륭 상지대 총장은 주제발표에서 “(차기 정부는)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국민 여론을 결집하고 포용적 국정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저출생과 절대인구 감소로 인한 축소경제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 재정과 사회보장체계의 붕괴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한 국론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 ‘잘 질문하고 잘 비판하는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 혁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추락한 한국 경제, 회복 전략 절실 또 다른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경제 추락을 회복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 전략을 다시 설정할 것을 주문했다. 관세를 낮추는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기존의 통상 정책으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전쟁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탈중국’을 선언했다”면서 “결국 2023년 경제성장률 1.4%라는 수치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유망 분야 선정’과 ‘공략을 통한 산업 업그레이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유망 품목이란 적층제조, 시스템반도체, 통신기지국 장비, 중형 이차전지, 세포치료제 등이다.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은 정부 연구개발(R&D) 비용 중 10% 수준인 2조~3조원을 예비비로 책정해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국가과학기술혁신위원회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R&D 예비비 제도를 도입해 대외 통상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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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원화값 저렴해 美국채 투자 ‘원 캐리 트레이드’ 붐 분다

일본서 인기 끈 캐리 트레이드...한국도 유행 조짐 캐리 트레이드 큰 변수는 환율, 달러 투자 노려 심각한 경기침체로 한국도 캐리 트레이드 기회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에서도 앞으로 일본 ‘엔 캐리 트레이드’를 따라가는 현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서 높은 금리의 다른 국가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30년 가까이 제로 금리가 유지된 일본에서 시작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표적이다. 1차 엔 캐리 트레이드 2000년 초 일본에서 유행 시작 ‘캐리 트레이드’는 금융기관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자가 낮은 국가에 본점을 둔 금융기관이 이자가 높은 국가에 본점을 둔 금융기관에 자금을 예치해 차익거래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금융기관 외에도 일본에서는 일명 ‘와타나베 부인’으로 통칭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엔 캐리 트레이드’도 활발했다. 일본에서 ‘와타나베(Watanabe)’는 한국의 김 씨나 이 씨처럼 흔한 성(姓)이다. ‘와타나베 부인’이란 용어가 처음 나왔던 때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중·상층 가정주부 투자자들’을 의미했다. 지금은 그 의미가 확장돼 일본 개인 외환투자자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처음 유행하던 시기는 2000년 초부터다. 그 당시는 인터넷의 폭발적인 발전에 힘입어 주요국 IT기업 주가가 폭등했다. 글로벌 증시 전체가 초호황이었다. 같은 시기 한국의 기준금리는 5.25%, 미국의 기준금리는 6.5%였다.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더 높았다. 반면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심각한 경기 침체와 부동산 거품 붕괴로 기준금리가 0.25%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일본 기준금리 상황으로 보면 낮은 금리의 엔화 대출을 받아 6.5%의 높은 기준금리 적용을 받는 미국 국채에 투자할 경우 6%의 금리 차익이 가능한 조건이었다. 바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시작이다. 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크지 않아 한국에서는 애초에 ‘원 캐리 트레이드’가 성립할 수 없는 조건이다. 같은 해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15%대로 미국보다 훨씬 더 높았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중진국은 높은 인플레이션 보정을 위해 고금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제 투자를 결정할 때는 환율 스프레드 외에도 금리 높은 국가들의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위험성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특히 2000년도는 IT 버블의 절정기였다. 미국 연준은 증시 과열을 막고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년도보다 기준금리를 1%포인트 높은 6.5%까지 끌어올렸다. 일본 기준금리가 0.25%였던 2000년 말에 발 빠른 와타나베 부인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6%의 금리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2000년도의 IT 버블은 결국 붕괴됐고 미국 증시는 폭락했다. 그 다음해인 2001년에는 ‘9.11 테러’까지 발생해 혼란이 가중됐다. 연준(Fed)은 3년간 기준금리를 1%까지 끌어내렸다. 3년간 인하폭이 무려 5.5%포인트다. 이런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성공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가장 큰 변수는 환율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은 다이내믹하다. 경기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경우가 흔하다. 2000년의 IT 버블 붕괴 이후 2007년까지 미국 증시는 안정세였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도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2008년에 일명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 증시가 고점 대비 50% 이상 대폭락했다. 연준은 2007년 1월 당시 5.75%였던 기준금리를 2년 뒤인 2009년 1월에는 0.25%까지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여기에 더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2008년 당시는 미국 외에도 전 세계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우려하던 혼돈의 시기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엔화 선호가 늘어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2006년 말에 미국 1달러당 일본 엔 환율은 119엔이었다. 하지만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난 2010년 말에는 1달러당 81엔으로 떨어졌다. 4년 전 대비 달러가 엔화 대비 -32%의 약세를 보인 셈이다. 엔화 강세 및 달러 약세 현상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5.25%에서 0.25%로 급격히 낮춘 시기와 일치한다. 이 시기에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던 엔화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그러자 엔 캐리 트레이드로 풀려나갔던 자금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 여파로 엔화 가치가 더욱 급등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등 일명 와타나베 부인들은 급격한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 시기가 1차 엔 캐리 트레이드의 종료 시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제로 금리에 양적완화까지 공격적으로 진행해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미국 달러를 가지고 신흥국에 투자하는 일명 ‘달러 캐리 트레이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한국 원화는 같은 기간 일본 엔화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한국 증시 역시 미국 증시와 동반 폭락하면서 위기감으로 2008년 10월 말에는 환율이 장중 한때 16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2010년 말에는 1122원으로 크게 안정화됐다. 그래도 2006년부터 계산해 보면 달러는 원화 대비 21%의 강세를 보였다. 아베노믹스와 시작된 2차 엔 캐리 트레이드 2011년부터 2020년까지는 외견상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성립되기 어려운 글로벌 저금리 현상이 지속됐다. 2011년 말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0.25%의 제로 금리였다. 이 제로 금리는 2015년까지 이어졌다. 같은 기간 일본의 기준금리도 0.1%로 매우 낮았다. 일본과 미국 양국의 금리가 같이 낮으니 금리 차이로 수익을 내는 좁은 의미의 엔 캐리 트레이드는 발생하기 어려웠다. 2011년 말의 한국 기준금리는 3.2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금리만 보면 미국 대신 오히려 한국 채권 매수를 통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더 유리했던 상황이다. @img4 1990년대부터 10년 이상 장기 불황이 지속돼 온 일본은 2011년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침체가 더 심각해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나온 정책이 바로 아베노믹스다.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 재정확대, 성장전략이라는 3개의 ‘화살’로 구성돼 있다. 아베 내각이 출범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정책이 진행됐다. 아베노믹스로 일본 중앙은행은 제로 금리로도 모자라 2016년부터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렸다. 추가로 일본은행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나 민간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까지 썼다. 이 여파로 엔화는 다시 큰 폭 약세를 보였다. 2011년 말에 1달러당 77엔을 기록했던 환율은 2017년 말에 113엔으로 치솟았다. 6년간 달러가 엔화 대비 46%의 초강세를 보인 셈이다. 엔화 약세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다. 또 투자와 소비도 증가해 일본 경기가 어느 정도 활성화됐다. 2012년을 바닥으로 일본 니케이 지수도 큰 폭 상승했다. 아베노믹스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엔화 약세의 단점은 수입물가 급등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달러 기준으로 보면 엔화 자산 보유자는 큰 폭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특히 0%대의 예금에 돈을 맡긴 노인들의 타격이 제일 컸다. 반면 와타나베 부인들에게는 좋은 투자 기회였다. 2011년 말에 0.25%였던 미국의 기준금리가 2018년에는 2.5%로 2.25%포인트 상승하면서 일본과 미국의 금리격차가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미국 채권 외에 호주나 뉴질랜드 채권도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 미·중 무역 전쟁이 심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다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2차 엔 캐리 트레이드도 시들해졌다. 또 2020년에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상당한 포지션이 청산됐다. 심각한 경기침체로 한국도 ‘원 캐리 트레이드’ 기회? 심각했던 ‘코로나19’가 2022년 말에 종료되면서 3번째 ‘엔 캐리 트레이드’ 기회가 왔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일본 기준금리는 -0.10%인 데 비해 미국 기준금리는 4.5%로 급상승했다. 양국 금리 격차가 무려 4.6%로 커졌다. @img6 2023년부터 한국에서도 역사적으로 드물게 ‘원 캐리 트레이드’ 가능성이 열렸다. 2021년만 해도 한국의 기준금리는 1%로 미국의 0.25%보다 0.75%포인트 높았다. 당연히 원 캐리 트레이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23년 말에 한국의 기준금리는 3.5%인 데 비해 미국 기준금리는 5.5%로 역전됐다. 게다가 금리 격차도 2%포인트 차이로 상당하다. 그간 한국의 경우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 책정은 최대한 피해 왔다. 원화 환율이 약세로 간다는 이론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역전 현상은 이례적이다. 2021년 말 기준 1달러당 원화 환율은 1191원이다. 3년 2개월 지난 2025년 2월 말 기준 환율은 1459원이다. 달러의 23% 강세다. 이례적인 원화 약세다. 같은 기간 달러는 엔화 대비 31%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가 더 심각한 약세다.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게 통화 약세의 원인 중 하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경제는 이제 확연히 회복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2025년 들어 제로 금리 정책을 폐기하고 1월에 기준금리를 0.5%로 인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4%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 위험으로 오히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img7 한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좁은 의미의 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 높은 금리의 다른 국가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그런데 2025년 2월 말 기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75%포인트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는 2%에 육박한다. 따라서 금리 격차만으로 원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2월 25일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75%로 낮춘 데 이어 상반기 중 추가로 2.50%까지 낮출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대부분의 채권 전문가는 올해 연말까지 한국의 기준금리가 총 3회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미국은 1회 인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다시 금리 격차가 2%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 캐리 트레이드가 실제 가능하려면 금리 격차 외에 원화 약세도 중요하다. 금리 격차가 크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원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인다면 투자자들은 환차익을 통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미 서학개미들은 지난 몇 년간 환차익만으로도 20% 훌쩍 넘는 평가수익을 거뒀다. 이런 이유로 각종 재테크 게시판에는 “현재 1450원을 훌쩍 넘는 달러/원 환율이 다시 1400원 밑으로 내려가는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고 달러 자산을 대거 확보하겠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한국이 앞으로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 이상의 장기 불황을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원 캐리 트레이드’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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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브라질 국채로 몰리는 외국 자금 “4년 주기 강세장 초입”

@img8 작년 브라질 국채값 20%대 급락 지난해 재정 건전성 우려에 ‘셀 브라질’ “더 나빠질 게 없다”...진정 기대감 |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최근 브라질 국채 시장에 대한 월가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작년에는 브라질 국채 가격이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로 큰 폭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서 가격 하락세가 끝에 달했다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물가 정상화와 통화 가치 상승 기대감이 더해져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브라질 국채 시장이 4년 주기 강세장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높아졌다. 작년 20%대 ‘털썩’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14.9%(3월 7일 종가)로 작년 초 10.3% 대비 무려 460bp(1bp=0.01%포인트)나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앞서 올해 1월 하순에는 15%를 넘어 2016년 3월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하기도 했다. 1월 하순까지 1년여 만에 500bp가 뛴 셈이다. 관련 수치로 추정하면 10년물 국채 가격은 1년여 만에 2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국채 가격 급락의 큰 원인은 행정부의 재정규율 약화 우려다. 2023년 1월 새 행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재정지출 통제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2024년까지 재정적자를 없애고 2025년과 2026년에는 GDP 대비 각각 0.5%와 1%의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헌법상 의무지출(연금, 의료 등)이 95%의 비중을 차지하는 브라질의 재정 문제는 오래된 화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재정규율 강화 기대감이 약화하고 급기야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문제가 됐다. 사회복지 프로그램 확대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재정적자 축소 계획이 지출 삭감보다는 세수 확대에 치중돼 있어 사실상 긴축 정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세수 확대책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작년 4월 재정수지 ‘흑자’ 목표가 ‘균형’으로 바뀌어 실망감을 샀고, 작년 11월 예산 삭감안에서는 의무지출 항목 조정이 배제돼 ‘구조적 문제 회피’라는 비판이 확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 우려까지 재발했다. 10년물처럼 만기가 긴 국채의 가격은 고정된 이자를 장기간 지급하는 만큼 인플레이션 전망에 민감하다. 브라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4월 3.7%까지 하락해 안정화 추세를 그리다가 다시 반전해 지난해 12월 4.8%까지 올랐다. 악천후에 의한 식료품 및 에너지값 상승, 정부의 재정긴축 부재 등의 효과가 맞물린 까닭이다. 재정 건전성 염려와 물가 우려의 파급 경로는 통화 가치 급락이라는 연결고리를 두고 악순환을 형성했다. 재정준칙의 상실 우려는 해외 투자자의 ‘셀 브라질’ 현상으로 번져 브라질 헤알화 가치의 급락을 불러왔고 이것이 수입물가의 상승을 유발했다. 작년 헤알화 가치는 12월 중순 미국 달러화당 6.3헤알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한 해 27% 급락했다. 정책금리를 인하하던 중앙은행이 부랴부랴 인상(정책금리 작년 9월 다시 인상, 올해 1월 13.25%까지 4차례, 총 인상폭 275bp)에 나섰지만 투자심리를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작년 한 해 주가지수 이보베스파가 10% 떨어진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헤알화 자산 매도는 폭넓게 전개됐다. 이처럼 브라질 국채 시장은 작년 한 해 재정 불안과 물가 우려가 맞물리면서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더 나빠질 게 없다” 월가에서는 브라질 국채를 두고 가격 매력이 상당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직 재정 염려의 불씨가 남은 상태인데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매도세가 일단락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수지 균형 목표를 내세워 종전과 변함 없는 태도를 취했으나 작년 한 해 매도세가 거칠게 전개됐던 만큼 더는 나빠질 게 없다는 재료로 받아들여졌다. 이미 최악을 경험했으므로 현상 유지가 되레 안도할 일로 여겨지고 있다는 거다. 정치권의 재정규율 강화 요구는 이런 인식에 힘을 보탠다. 3월 브라질 의회의 휴고 모타 신임 하원의장(공화당)은 연례 의회 개회식에서 “지출통제 없는 세수 확대는 불가능하다”며 재정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 입법 과제로 선정했다. 상원도 이를 주요 의제로 선정했다. 재정 안정화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 지나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가 안정화 기대감도 투자 의욕을 북돋운다. 중앙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3% 내외(±1.5%포인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4.6%인 브라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하반기 중 목표범위 진입이 유력하고, 이에 따른 정책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작년 브라질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지만 올해는 누적된 정책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물가 안정만 확인되면 중앙은행의 경제 지원 사격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브라질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는 최근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제리오 세론 브라질 재무장관은 2월 하순 현지 언론의 행사에 출연해 “해외 투자자의 장기물 국채에 대한 투자가 돌아오고 있다”며 “지난주(2월 18일) 재무부가 역외에서 실시한 25억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 수요가 60억달러를 넘었다”고 했다. 이어 “같은 기간 브라질 국내 발행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400억헤알(69억9000만달러)의 입찰이 진행된 시기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층 의미를 부여했다. 강세론자들에 따르면 투자 관점에서 브라질 국채 10년물의 매력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10년물 금리가 14%를 넘는 곳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나 초인플레이션 문제를 겪는 아르헨티나를 빼곤 찾아보기가 힘들다. 재정과 물가를 둘러싼 염려가 안정되고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재개된다면 큰 폭의 투자 수익을 거둘 여지가 존재한다. 최소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연간 쿠폰 이자까지 챙긴다면 더 그렇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브라질 10년물 국채 금리가 약 1년 뒤인 올해 말 12.25% 수준으로 222bp 내려올 것으로 본다. 현재 시중 10년물 국채(2035년 1월 1일 만기)의 쿠폰 금리가 10%인 점을 고려할 때 관련 기관의 전망이 적중하면 가격 차익으로만 1년 뒤 17%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연간 쿠폰 수익까지 포함하면 1년 동안 30%의 토털 리턴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라자드애셋매니지먼트는 “(15%에 육박하는) 금리는 매력적”이라고 했다. 헤알화 가치가 반등을 이어가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작년 12월 최저치를 경신한 헤알화 가치는 직후 방향을 틀어 올해 들어 현재 5.79헤알까지 6% 반등 중이다. 올해 반등에서 ‘최악은 지나갔다’라는 인식이 이미 반영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작년 연간 낙폭 27%를 생각하면 반등 여지는 아직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연초 실시된 전문가 설문 결과를 보면 헤알화 가치는 연말 달러당 5.94헤알(로이터폴 1월)이 예상되는 등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울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노아 와이즈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위협이 많은 신흥국 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대미 무역적자 국가인) 브라질은 미국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낮다”며 “국가 재정 상태가 악화됐던 지난해 브라질 국채 배분을 50% 넘게 줄인 뒤 최근 ‘상당한 성과’를 보이면서 다시 추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4년 강세장, 왜? 일각에서는 브라질 국채가 4년 주기의 강세장 초입에 들어섰다는 주장을 제시한다. 과거 20여 년 동안 10년물 금리의 동향을 보면 4년 내외를 주기로 강·약세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①2008년 10월~2013년 1월 강세장(10년물 금리 17.9%→9.2%) ②2013년 1월~2016년 1월 약세장(9.2%→16.6%) ③2016년 1월~2020년 7월 강세장(16.6%→6.25%)이 가까운 예다. 관련 주장에 따르면 시세 하락이 극심했던 작년은 2020년 7월부터의 4년 약세장 마지막 국면이 된다. 브라질 국채 시장이 4년 내외의 주기로 호·불황을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 확립된 정설은 없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선거 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브라질 대통령선거는 4년마다 실시되고 2번 연속 재선(비연속 재선은 계속 허용)이 가능하다. 물론 중간의 예기치 못한 권력 교체 등이 있어 모든 주기가 4년 내외로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기본 패턴이 그렇다는 얘기다. 유독 브라질 국채 시장이 정치 일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경제 구조가 정부 지출과 정책 방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다. 전통적으로 정부 주도의 경제 발전 모델을 추구해온 브라질은 재정지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새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이 국가 신용도와 직결된다. 좌파 성향 정부가 들어서면 재정적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고, 우파가 들어서면 재정 건전성 악화와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경제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을 움직이게 한다. 브라질 국채의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에 의한 고금리는 소위 캐리 트레이드 자금과 맞물려 주기 변동을 거칠게 증폭시킨다. 정치 불확실성이 낮고 시장 심리가 안정적일 때는 높은 금리를 노린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돼 국채 가격을 크게 끌어올리지만, 반대로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되거나 불안감이 커질 때는 관련 자금이 한 번에 빠져나가 가격을 크게 떨어뜨린다. 브라질 국채 시장의 주기성이 짙게 나타나는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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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수익률 ‘한계 상황’ 美 채권투자 ‘큰 장’ 선다

@img8 7% 육박하는 고금리 미국 장기채 매수 급증 미국 금리인하 기대...국채 가격 상승 노려 표면이율 낮은 미 국채 위주 비과세 수요 폭발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현재 한국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3%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시 주요 은행들은 즉각적인 예금금리 인하로 대응한다. 따라서 조만간 한국의 정기예금에서 3%는 사라지고 2%대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각 은행의 달러예금 금리는 4% 내외다. 원화예금보다 최소 1%포인트 이상 높다. 주요 은행들의 달러예금 잔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예 은행 예금 상품을 벗어나면 좀 더 높은 금리도 가능하다. 대표적으로는 달러 기반의 미국 국채가 있다. 한국 채권시장의 3년물, 10년물, 30년물 국채 유통수익률은 이미 2.5~2.7% 수준으로 낮아졌다. 단순 수익률로는 은행 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미국 국채는 다르다. 3년물은 4%대, 10년물은 4.2%대, 30년물은 4.5%대의 고금리다. 원/달러 환율만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 예금보다 1.5%포인트 이상의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 지금이 고금리 미 국채 매수 기회? 고금리를 장기간 누리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미국 30년물을 4.53% 금리로 매수할 경우 30년간 매년 4.53%의 고정 수익률을 얻게 된다. 물론 한국 투자자 중 상당수는 미국 국채를 30년 만기까지 가지고 갈 생각이 없다. 증권사 직원들도 그런 개념으로 채권 중개를 하지는 않는다. 금리 인하 시의 채권가격 상승을 노린 투자가 대부분이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이유가 뭘까. 만약 현재 금리가 4.5%라고 가정할 때 앞으로 1%포인트 인하돼 3.5%가 되면 이후 새로 발행되는 채권부터는 금리가 3.5%로 낮아진다. 이 경우 기존의 4.5% 이자 지급 채권 수익률이 더 높으므로 시장에서도 이 채권이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특히 만기가 긴 30년물 장기채권은 듀레이션(채권의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이 길어 금리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채권의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채권 가격이 1%의 변화를 반영해 약간만 오른다. 하지만 30년물 장기채권은 [1% × 30년 = 30%]로 30배의 이득을 보므로 30%에서 현가 할인(약 30%)된 20%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당연히 채권가격 상승폭이 훨씬 더 크다. 이런 이유로 금리 하락이 예상되면 단기채권보다는 장기채권을 매수한다. 반면 거꾸로 금리가 상승하면 장기채권은 큰 폭의 평가손실을 볼 수 있다. 만약 짧게는 6개월~1년, 길게는 1~3년 안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이상 내릴 경우 시장금리 외에도 상당한 자본차익(매매차익)이 발생하므로 굳이 30년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 특히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의 유통금리가 5%에 도달할 경우 주식 투자 매력도가 채권보다 확 떨어지므로 5%를 넘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 마지막 ‘고금리 미국 국채’의 매수 기회라는 분위기다. 미국 주식 매도 후 넘쳐나는 달러…미국 국채 매수?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한국의 원화를 미국 달러로 바꿔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바로 미국 국채를 사는 경우도 흔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이미 3, 4년 전부터 서학개미들이 대거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 주식에 투자한 후 차익 실현을 하면서 생긴 달러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서학개미 중 상당수는 미국 주식을 매도했더라도 귀한 달러를 다시 한국 원화로 바꿀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인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 3년간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투자금액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한국인들이 집중 투자한 빅테크 기업들이 큰 폭 상승한 영향도 크다. 이미 한국인들은 2025년 2월 말 기준 149조2000억원(1029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주식을 달러로 보유 중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가 올해 대폭락해 전년 대비 주식 보유 전체 규모가 8% 감소했음에도 이 정도다. 미국 주식과 달리 미국 채권 보유 규모는 올해도 급증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 채권은 주식과 달리 변동성이 낮으므로 보유 규모 대부분이 순매수금액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인은 올해 들어서만 두 달 만에 3조4500억원 증가한 19조8000억원(137억달러)의 미국 채권을 달러로 보유 중이다. 실제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에서는 올해만 수천억 원씩 미국 채권이 팔리고 있다. 이제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매수하는 단계를 넘어 고금리의 미국 채권 투자로도 관심을 확대했다는 신호다. 본격적인 ‘원 캐리 트레이드’의 시작일 수 있다. 4.4% 미국 국채 실제수익률이 6.6%인 이유는? 그런데 미국 장기국채 실제 매매 시 시장금리는 4.4%로 비슷해도 만기가 25년 남은 채권의 수익률이 만기가 28년 남은 채권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기 25년 채권의 은행환산수익률(세전)은 6.6%인 데 비해 만기 28년 채권은 4.04%인 경우도 발생한다. 수익률 격차가 무려 2.6%포인트에 달한다. @img4 이런 희한한 역전 현상은 왜 벌어지는 걸까. 비밀은 바로 표면이율에 있다. 실제 유통되는 미국 국채를 살펴보면 잔존기간이 25년인 ‘미국채 50년 5월 만기 이표채(USD)’는 표면금리가 1.25%인 데 비해 잔존기간이 28년인 ‘미국채 53년 11월 만기 이표채(USD)’는 표면금리가 4.75%로 높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표면금리 4.75%인 ‘미국채 53년 11월 만기 이표채(USD)’에 투자하면 연간 475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이에 비해 표면금리 1.25%인 ‘미국채 50년 5월 만기 이표채(USD)’는 연간 125만원의 이자가 붙는다. 한국에서 채권 이자에는 은행 예금과 동일하게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 이런 이유로 이표채 이율이 높은 국채의 이자소득세가 훨씬 더 많다. 반면 실제 동일하게 1억원 투자 시 표면이율이 1.25%로 낮은 미국채의 시장가격은 약 52달러로 표면금리 4.75%의 미국채 시장가격 108달러보다 저렴하다. 둘 다 만기 시점에는 100달러로 상환되므로 자본차익(매매차익)은 표면이율이 작은 채권이 훨씬 더 높다. 그런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이자소득이 아닌 자본차익(매매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다. 이런 과세제도의 차이점이 장기적으로 엄청난 수익률 격차를 만들어 낸다. 이게 4.4%에 거래되는 미국채의 은행환산수익률(세전)이 6.6%를 넘어가는 비밀이다. 재테크 못지않게 세테크가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표면이율이 이렇게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채권발행 시점의 시장금리 차이가 컸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로나19’ 당시 제로 금리에 가까웠던 2021년 발행 국채는 표면금리가 낮고, 금리가 인상된 2023년 이후 발행된 국채는 표면이율이 높다. 따라서 같은 유통수익률(또는 매수금리)이라면 표면이율이 낮은 게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미 국채 ETF보다 미 국채를 직접 사는 이유? 한국의 거액 자산가들은 대부분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입장이라면 ‘미 국채 ETF’와 ‘미 국채’를 직접 매수하는 방법 중 어떤 게 더 유리할까. 당연히 앞에서 설명한 대로 표면이율이 낮은 미 국채를 직접 사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 미국 국채 ETF는 금융상품이라 은행 이자와 동일하게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물론 퇴직연금, 연금저축, IRP, ISA 등을 통해 매수할 경우 저율·분리과세가 가능하다. 하지만 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어 거액 자산가들이 충분히 활용하기는 어렵다. 최근 미국 국채 직접투자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img5 한국에 상장된 미국 30년 국채 관련 ETF 자산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뿐 아니라 일반 근로자들 또한 퇴직연금 등을 통한 미국 채권 투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끈 미국 30년물 국채 ETF는 한국투신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다. 순자산 총액이 무려 2조4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은 -4.4%로 부진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 ETF’도 순자산 7400억원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역시 -4.8%의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3번이나 단행했음에도 미국 30년 국채 ETF들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유가 뭘까. 시장에서는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예상해 채권가격이 미리 반영돼 크게 올랐던 탓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예상보다 금리 인하폭이 작아 결국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쉬운 점은 3개의 ETF 모두 달러/원 헤지 방식이라서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년 전에 해당 ETF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무척 아쉬운 결과다. 반면 신규 진입을 검토하는 투자자들에게는 ETF 가격이 저렴해진 지금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15% 금리에 비과세인 브라질 국채 그런데 세금과 금리 측면에서 미국 국채보다 더 엄청난 채권이 있다. 바로 연 15% 고금리인 브라질 국채다. 게다가 브라질 국채는 이자소득과 매매차익 모두 비과세다. 이는 1991년 한국과 브라질 정부가 체결한 국제조세협약 덕분이다. 미래에도 환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img6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브라질 국채의 투자 매력도는 상당해 보인다. 하지만 브라질 국채 투자에는 숨겨진 리스크 요인도 많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브라질의 국가 부도 가능성이다. 국채는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라서 안정성이 높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만약 국가가 부도 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가신용등급이 중요하다. @img7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평가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에는 총 21개의 등급 중 3번째로 높은 Aa2 등급을 부여했다. 반면 브라질은 11번째인 Ba1 등급이다. 이는 투기 등급에 해당한다.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 다른 위험은 높은 원/헤알화 환율 변동성이다. 현재 원/헤알화 환율은 250원 수준이다. 하지만 15년 전인 2010년에는 680원으로 상당히 높았다. 이 당시 높은 브라질 국채 이율만 보고 10년물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만기 시점에 -70%의 환차손이 발생해 결국 큰 손해를 봤다. 달러 연동 브라질 국채로 헤알화 약세 피하는 법? 브라질 경제의 어려움으로 올해 헤알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지만 브라질에 부정적인 글로벌 경제 전문가 중에서도 국가 부도 가능성까지 언급한 사례는 없다. 아직은 재정적자 규모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 맞춰 최근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상품이 있다. 바로 ‘브라질 달러 국채’다. 이 국채의 장점은 헤알화와 연동되지 않고 달러화와 연동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채 매수 이후 달러보다 원화가 강세일 경우 환차손이 발생한다. 반대로 달러가 강세일 경우 추가로 환차익까지 챙길 수 있다. 브라질 국채와 마찬가지로 이자소득과 매매차익 모두 비과세라는 점은 동일하다. 대신 헤알화 연동 국채 매매금리가 15%인 데 비해 훨씬 낮은 6~7%대로 거래된다.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이다. 따라서 증권사에서 공식적으로 브라질 국채 투자를 추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매수하는 경우가 흔하다. 브라질 달러 국채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통해 매매가 가능하다. 단 증권사별로 최소 투자금액을 15만달러(2억2000만원)에서 20만달러(2억90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해 놓은 경우가 많다. 이 허들을 맞추기 어려운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브라질 달러 채권’보다 금리가 더 높은 ‘브라질 국채(헤알화)’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원 캐리 트레이드’의 가장 큰 변수인 환율 꺾이나? 금리가 낮은 한국 예금 대신 금리가 높은 미국 국채나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을 때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뭘까. 바로 환율이다. 만약 해외 채권 투자 후 원화가 강세로 반전되면 고스란히 환차손을 보게 된다. 지난 몇 년간은 달러 대비 원화가 심각한 약세를 보여 해외 채권 투자자는 높은 이자에 덤으로 환차익까지 얻어 왔다. @img8 하지만 최근 들어 환율이 1470원대에서 1450원대로 하락하면서 달러 약세, 원화 강세 상황으로 반전될 기미가 보인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 국가 차원에서 보면 원화가 1300원대의 균형환율까지는 회복돼야 수입물가 급등세가 진정될 수 있다. 펀더멘털에 비해 원화가 너무 과도한 약세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한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미국 국채, 미국 주식 등)으로 이동해 원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흐름이 강해져 원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한다는, 즉 금리와 환율은 반대로 움직인다는 고전적 ‘경제학 이론’은 실제로도 성립할까. 기본적으로는 맞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환율은 금리 외에도 다양한 요인(경제성장률, 무역수지, 외국인 자금 흐름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호황이라면, 투자 매력이 증가해 금리가 낮아도 원화 강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2017년에 한국은 금리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했지만 경제 호황에 따른 외국인 투자 유입으로 원화 강세(환율 하락) 현상을 겪은 적이 있다. 결국 금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기업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률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택근 연구원도 ‘환율 안정은 한미 경제성장률 격차 축소가 해법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보고서에서 “금리 인하를 통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성장률을 높여 환율을 안정시키는 방향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는 현재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장기불황을 따라갈 위기에 처해 있다. 극적인 경제 회복이 없다면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들이 저금리·저성장을 피해 ‘엔 캐리 트레이드’로 해외 투자를 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변형된 ‘원 캐리 트레이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고령화·가계부채·저성장의 4중고로 한국 경제에는 악재가 가득하다. 지난 몇 년간의 달러 강세 시기에 달러를 확보하지 못한 수많은 한국 투자자들은 환율 1400원 붕괴 시 찾아올 2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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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너도나도 코인 시장·美 주식으로?...안정성 높은 부동산으로 다시 '유턴'

‘부동산 원 캐리 트레이드’ 상관성 있지만 인과관계 설명 어려워 불안정 자산서 안전자산 이동은 투자심리...분산투자 확대될 것 |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지난해 하반기 가상화폐와 미국 주식이 이른바 ‘불장’ 양상을 보이며 부동산 시장에도 ‘원 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있다. 즉 가상화폐와 미국 주식에서 얻은 수익으로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이 화두가 된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와 미국 주식 가격 급등기에 부동산 시장의 ‘블루칩’으로 불리는 강남권의 이른바 ‘트로피’ 아파트도 같이 오른다는 상관관계 분석이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상관관계는 있을지라도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불안정한 가상화폐 자산으로 번 돈을 안정적인 부동산에 투입하는 수요는 일정 부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 코인 ‘불장’ 시기 나타났던 시장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 기대와 달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비트코인이 하락하며 코인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것. 반면 강남 아파트 값은 봄 이사철을 맞아 집값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코인으로 돈 벌어 강남 아파트 산다”는 말이 옛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가 답보 상태를 보이며 몇 달 전처럼 강남아파트를 살 만큼 큰돈을 벌기 어려워져서다. 저금리와 정국 위기 그리고 대체 투자처의 시원찮은 투자 수익은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코인·미국 주식이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강남 집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상화폐-부동산 시장의 원 캐리 트레이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재테크 시장에서는 가상화폐와 강남 부동산 시장 간의 원 캐리 트레이드에 대해 상관관계는 인정하지만 인과관계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가상화폐 투자는 큰손도 존재하지만 개미 투자가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강남 아파트는 특정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연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인 오르면 강남 집값도 오른다? 인과관계 증명 안 돼 지난해 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면서 강남 집값과의 상관관계가 화두가 됐다. 즉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는 시기가 강남구 주요 11개 동 아파트 가격 상승과 상관성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2014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10년 동안 KB부동산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비트코인 수익률, 코스피, 코스닥 지수를 기반으로 각 자산시장 간 영향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2023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처럼 주식이나 가상자산 시장에서 큰 변동성이 발생할 때 부동산 시장, 특히 강남구 아파트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11개 동은 주택 시장보다 비트코인 수익률과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에 더 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강남 아파트가 외부 충격에 민감하며 비트코인의 수익자금이 이 지역으로 유입된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가상화폐의 수익이 강남 고가 아파트 시장으로 이동하는 시기도 상당히 빠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장기적인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수익금이 강남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것은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특정 상황에서 발생한 현상일 뿐이란 이야기다. 이 둘 사이의 상관관계는 금리가 개입돼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비트코인의 가격도 금리가 낮을 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두 자산군은 경제 상황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런 만큼 금리 상승 국면이 되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안정성이 낮은 가상화폐보다 채권이나 다른 안정적인 투자상품에 자금을 이동하게 되고 대출 이자 상승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아울러 강남 아파트는 부유층을 수요로 하지만 잠재적인 수요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제로 새해 들어 코인 불장이 사실상 끝난 상황이지만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강남 아파트 값은 비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모든 자산군이 그렇듯 부동산과 가상화폐 두 자산군의 상관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이의 인과관계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가상화폐로 강남 아파트를 살 정도의 투자를 하는 투자자라면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은 분산투자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가상화폐 자산, 안정성 높은 부동산으로 가상화폐와 부동산 특히 강남 아파트, 두 자산은 뚜렷한 특성을 갖고 있다. 가상화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투기성이다. 과거 2010년대 중후반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가상화폐는 여전히 급등 가능성이 높은 투기성 자산으로 인기가 높다. 다만 투기성 자산인 만큼 언제라도 반감할 수 있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부동산은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한 안정성이 장점이다. 하지만 낮은 환금성과 세금을 비롯한 각종 유지비용이 단점으로 꼽힌다. 가상화폐로 얻은 수익이 부동산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불안정한 가상화폐에서 얻은 수익으로 안정적인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심리가 부동산 원 캐리 트레이드의 기반인 것이다. 여기에 국내 투자자들의 여전한 ‘부동산 사랑’도 한몫하고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실거주용 강남 아파트를 사고 남은 돈으로 가상화폐,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하겠다는 수요가 다수인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즉 가상화폐 자산의 부동산 유입이 원 캐리 트레이드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적어도 분산투자 차원에서 꾸준히 이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가상화폐는 투기성이 높은 만큼 향후 전망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동에 따라 가상화폐도 등락을 거듭할 것이란 진단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우상향 특성이 있는 부동산은 안정적인 전망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고급 자산인 강남 아파트는 안정성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최대 악재로 꼽히는 대출 규제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거액을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수익을 창출한 뒤 부동산을 구입하는 투자 수요는 상당히 많다”면서 “부동산은 구입과 동시에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를 비롯한 ‘유지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환금성이 상당히 낮다는 약점이 있는 만큼 이를 적절히 배분해 투자하는 분산투자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리가 소폭 오르며 재테크 전선이 복잡해졌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트럼프 취임 이후 가상화폐 시장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 자산의 특성을 고려한 분산투자를 권하고 있다. 이는 가상화폐 자산의 부동산 이동을 촉발할 요인으로 꼽힌다. 집값과의 상관성은 별개로 가상화폐 시장이 부진을 보일 경우 자산의 부동산 이동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만 세무 당국이 가상화폐 자산의 부동산 유입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는 점은 부동산 원 캐리 트레이드 또는 분산투자에서 주의할 점으로 꼽힌다. 세무 당국은 강남3구와 용산구 등에서 시행하는 자금출처 조사 과정에서 가상화폐 수익의 철저한 증빙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증빙이 부족하면 증여로 간주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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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LNG 큰 장 선다” 월가가 주목하는 유망주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 수요 2040년까지 60% 급증 트럼프-모디 회동에 미국 LNG 업체 ‘웃음’ 50% 상승 여력 가진 종목은 | 황숙혜 전문기자 shhwang@newspim.com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추세적으로 급증하면서 ‘큰 장’이 설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하의 미국 업체들이 수혜주로 부상, 월가가 적극적인 ‘입질’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LSEG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미국 천연가스 수요가 하루 152억 큐빅피트로 집계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5년 천연가스 수요가 하루 178억 큐빅피트로 추가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점친다. 보다 장기적인 낙관론도 나왔다. 영국 다국적 에너지 업체 쉘(SHEL)은 전 세계 LNG 수요가 2040년까지 60%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이 속도를 내는 데다 유럽 주요국들이 러시아 에너지를 대체할 공급망을 물색하고 있어 수요가 추세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LNG 수요는 4억700만톤으로 집계됐다. 쉘은 이 수치가 2040년 6억3000만~7억1800만톤으로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쉘의 2040년 LNG 수요 전망은 2024년 말 50%에서 10%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 업체가 연간 거래 규모 6000만톤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LNG 트레이더라는 점에서 이번 전망에 월가의 조명이 집중됐다. 중국과 인도의 강력한 수요를 반영한 결과라고 업체는 설명한다.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인 중국은 2030년까지 1억5000만명에게 에너지를 추가 공급하기 위해 관련 설비를 대폭 늘리는 움직임이다. 인도 역시 앞으로 5년간 3000만명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이다. LNG는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에서 냉각시킨 것으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유럽이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결과다. 독일이 LNG 수입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유럽 주요국들 사이에 설비 구축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인도에 ‘LNG 장사’ 지정학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석탄을 포함한 화석 연료에서 클린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LNG 시장은 크게 몸집을 확대할 전망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회동에서도 미국 LNG업계에 커다란 호재가 터졌다. 2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회동을 가진 모디 총리는 미국 석유와 가스 수입을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의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2024년 인도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350억달러에 달했다. 이번 회동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를 ‘관세 왕’으로 지칭한 한편 상호 관세 시행을 경고했다. 현재 인도에 대한 원유 최대 공급 국가는 러시아다. 2024년 러시아가 인도에 공급한 원유는 6억3000만배럴로 파악됐다. 전체 원유 수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LNG는 대부분 카타르에서 조달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비중도 작지는 않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LNG 수출국에 랭크됐다. 2024년 인도 전체 수입물량 가운데 미국의 비중이 20%로 파악됐다. 양국 정상의 이번 합의에 따라 인도의 미국산 LNG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주요 외신들은 전망한다. LNG는 셰일 혁명의 부산물로, 본래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2016년부터 수출을 시작했다. 최대 수출국으로 자리 잡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장기 계약을 근간으로 이뤄졌던 전 세계 LNG 시장에 미국 업체들이 이른바 FOB(free on board, 본선인도조건) 방식의 거래를 도입, 목적지 제한이 없는 거래로 이미 기존 질서에 변화를 일으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박을 동원하며 미국산 LNG 수입을 압박, 입지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FOB 방식이란 판매자가 상품을 선적항의 본선에 적재하는 순간 구매자에게 소유권과 위험이 이전되는 무역 형태다. 미국 LNG의 경우 이 방식과 함께 목적지 제한을 풀어 시장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에너지를 운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img4 월가가 주목하는 3개 종목 미국 최대 규모의 LNG 수출 업체인 셰니어 에너지(티커: LNG)는 지난 5년 사이 네 배 이상의 주가 상승 랠리를 펼쳤다. 1996년 설립된 업체는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에너지 기업으로, 2024년 기준 미국 최대 수출 업체인 동시에 세계 2위 공급 업체로 랭크됐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를 거점으로 에너지를 생산, 공급하는 이 업체는 최근 분기 월가의 전망을 앞지르는 실적을 달성했다. 2024년 4분기 매출액이 44억8000만달러로 투자은행(IB) 업계가 예상했던 44억4000만달러를 웃돌았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4.33달러로 월가 전망치인 2.71달러를 크게 뛰어넘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이익 호조로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점친다. 제퍼리스는 보고서를 내고 셰니어 에너지의 목표 주가를 303달러로 제시하고 ‘매수’를 추천했다. 최근 종가 대비 41% 상승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지난 12개월 사이 이 업체가 80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EBITDA(법인세, 감가상각, 이자 차감 전 이익)를 달성한 데다 코퍼스 크리스티 액화(CCL3)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 데 따라 2025년 이후 실적 역시 낙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79%에 달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주가 상승에 설득력을 실어준다고 제퍼리스는 강조했다. 벤처 글로벌(VG)과 킨더 모간(KMI)도 IB업계가 꼽는 LNG 섹터의 유망주다. 2013년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간판을 올린 벤처 글로벌은 2025년 1월 뉴욕증시에 공모가 25달러에 상장했지만 상장 초기부터 하락, 3월 6일 9.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씨티그룹은 최근 벤처 글로벌에 대한 첫 분석 보고서를 내고 목표 주가 18달러와 ‘중립’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약 두 배 상승을 예고한 셈이다. 벤처 글로벌은 향후 LNG 생산 능력을 2024년 대비 10배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동 비율이 1.71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구축한 부분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킨더 모간은 최근 1년 사이 47%의 주가 랠리를 연출했다. 다만 2025년 초 이후에는 6%가량 떨어졌다. 2024년 4분기 이 업체는 39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 전년 동기 대비 1.26%의 완만한 둔화를 나타냈다. 순이익은 6억67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29% 늘어났고, 순이익률 역시 16.73%로 상승했다. 킨더 모간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열기 속에 대표적인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텍사스 주에 본사를 둔 북미 지역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기업 중 하나다. 특히 송유관과 가스관 설비 및 기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킨더 모간은 143개 터미널에 8만3000마일 규모의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업체는 미국 LNG 수출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인도를 포함한 수출 대상국이 확대되면서 이익 호조를 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분기 15억달러에 달하는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한 가운데 4%를 훌쩍 웃도는 배당수익률도 킨더 모간의 투자 매력이라고 월가는 강조한다. 업체는 2025년 28억달러의 순이익 전망을 제시했다.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1.27달러로 2024년에 비해 10%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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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저출산·가계부채·저성장 3중고 미국 투자이민 가속화

한국 경기침체 원인은 가계부채와 기업경쟁력 하락 출산율 韓 0.72명 vs 美 1.62명...충격적 격차 고령화로 경제활력 줄고 복지비용 폭증 | 한태봉 전문기 longinus@newspim.com 한국(2.75%)과 미국(4.5%)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다. 이 정도 격차로는 제로 금리로 시작한 일본 ‘엔 캐리 트레이드’ 수준의 ‘원 캐리 트레이드’는 발생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향해 이미 움직이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3회로 전망한다. 반면 미국은 1회에 그칠 것으로 본다. 한국 저성장 고착화...3년 연속 미국보다 부진?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포인트로 크게 벌어지게 된다. 이럴 경우 한국에서도 ‘원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는 건 과거 역사로 볼 때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한국은 경기 침체, 미국은 경기 활황인 탓이다. 2022년만 해도 연간 GDP 성장률은 한국 2.7%, 미국 2.5%, 일본 0.9%로 한국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23년은 한국 1.4%, 미국 2.9%, 일본 1.5%로 한국이 가장 낮다. 2024년에도 한국 GDP 성장률은 2%에 간신히 턱걸이했지만 미국은 2.8%다. 더 심각한 건 올해다. 한국의 2025년 GDP 성장률 예측치는 다시 1%대로 뚝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1.6~1.7%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 2월 11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기존 2%였던 예상치를 0.4%포인트 낮춘 1.6%로 예상했다. 과거 20년 불황이었던 일본의 저성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모양새다. 한국 경기 침체 원인은 가계부채? 기업 경쟁력 하락? 한국의 경기 침체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높은 가계대출과 3년간의 고금리 상황을 꼽을 수 있다. 이와 연관된 부동산 시장의 하락 역시 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신용(대출+판매신용)은 2024년 말 기준 무려 1927조원이다. GDP 대비 가계대출 비중이 90%를 넘나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 많은 빚이 고금리와 맞물리면서 대출이자가 급증하고 소비 여력이 급감했다. 특히 한국은 부동산 투자 목적의 가계부채가 많은 편이다. 지난 2년간 전체 가계대출은 3.3% 증가에 그쳤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10.9% 급증했다. 2024년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총 1124조원이다. 전체 가계 대출의 62%에 달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지금 침체기다. 서울 강남지역과 마용성 고가 아파트만 초활황일 뿐 수도권 아파트는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지방 아파트는 침체가 심각하다. 강남 핵심지역을 제외한 빌딩과 상가 역시 전국적으로 공실이 늘면서 가격도 하락세다. 한국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70%가 넘는다. 많은 사람들이 대출받아 투자한 부동산이 대부분 하락했으니 소비심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침체는 건설업계의 부진으로도 이어진다. 관련 산업의 수익성 악화와 동시에 일자리도 감소했다. 내수 침체와 온라인 시장 확대로 자영업자들 역시 고통받고 있다. 이는 다시 소득 감소와 폐업 증가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고리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내수 침체 외에 또 있다. 수출 역시 위험 신호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는 여전히 잘 버틴다. 하지만 신성장 산업인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가 문제다.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할 때 경쟁력이 낮다. 국가 지원 역시 열악하다. 장기적으로 한국 산업의 미래 성장성은 약화되고 있다. 한국 개별 기업의 경쟁력도 나빠졌다. 수출은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최고로 가성비를 끌어올린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 승리하는 구조다. 하지만 한국의 경직된 노동 정책은 경쟁국인 중국, 대만, 미국과의 싸움을 힘겹게 만든다. 새로 부각된 주4일제 또한 기업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는 요인이다. 출산율 한국 0.72명 vs 미국 1.62명...충격적 격차 현재의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경기 침체는 단기적인 문제다. 장기적으로 한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건 붕괴된 인구 구조다. 한국의 ‘저출산’과 ‘고령화’는 이제 해결 불가능한 난제가 됐다. 한국의 인구는 약 5120만명(주민등록 기준)이다. 미국의 3억3700만명이나 일본의 1억2400만명과는 꽤 차이가 크다. @img4 게다가 한국의 인구는 기록적인 저출산으로 심각한 위기다. 2013년의 한국 출산율은 1.19명이었지만 10년 뒤인 2023년에는 0.72명으로 확 줄었다. 같은 해 미국 출산율 1.62명이나 일본의 1.2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2024년은 다소 반등한 0.75명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출생아 수로 따져보면 더 극적이다. 한국의 2023년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10년 전보다 47% 급감했다. 반면 미국의 2023년 출생아 수는 한국의 15배가 넘는 359만명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저출산·고령화의 대표적인 국가로 인식돼 온 일본마저도 한국의 3배가 넘는 73만명의 출생아 수를 기록했다. 저출산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만큼 극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진 나라는 없다. 저출산은 바로바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한국의 장기 저성장은 예정된 미래다. 고령화로 경제활력 줄고 복지비용 폭증 한국의 또 다른 고민은 초고령화다. 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국의 증가세는 유독 가파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12월에 주민등록 인구 5122만명 중 1024만명이 만65세를 넘었다. 드디어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셈이다. @img5 노인 인구가 늘면 해당 국가의 의료비용과 복지비용은 급증한다. 연금 기금 고갈 속도도 빨라진다. 세금 증가는 불가피하다. 국가부채도 증가한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진다. 이는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결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모두 일본이 앞서 걸어갔던 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뾰족한 해법은 없다. 한국의 저출산 대책은 20년째 실패했다. 고령화는 인구구조 문제라 이미 정해진 미래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 정책이다. 특히 기술 혁신, 스타트업 육성, 제조업 고도화 등을 통한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이 급선무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이는 우선순위에 없다. 거액자산가들...50% 상속세에 이민 준비 중 한국의 거액자산가들은 지금 요동치는 정치 상황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거액자산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최고과세율이 50%에 이르는 약탈적인 상속세다. 게다가 한국은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20% 할증과세를 한다. 따라서 최대주주 주식의 상속세율은 무려 60%(50%세율+20%할증과세)가 된다. @img6 여기에 주가마저 오르면 상속세는 그야말로 폭증하게 된다. 최대주주 할증과세는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인보다 정부가 더 많이 가져간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다.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 중에서는 이례적인 케이스다.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 경영권을 위태롭게 한다. 이에 수백, 수천 억원대 거액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재산의 절반이나 되는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해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으로의 이민을 검토 중인 분위기다. 이들 중 일부가 실제 한국을 떠날 경우 그만큼 금융자산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한국의 저성장과 세수 감소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초호황 미국 경제...달러자산에 몰리는 이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쫓아가는 한국과 달리 미국 경제는 몇 년째 호황이다. 견조한 소비를 중심으로 지속 성장 중이다. 이는 안정적인 고용 시장과 임금 상승의 영향이다.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증시 또한 3년째 초호황이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신산업 분야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기업들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들이 선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며 경제 성장 전반을 이끌고 있다. 기업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도 호재다. 향후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높이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과 달리 상속세도 훨씬 적다. 미국의 GDP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은 이유다. 반면 한국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은 악재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문제다. 미국 우선주의는 스스로에도 양날의 칼이지만 어쨌든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이득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의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가 심각한 한국의 원화 자산을 회피하고 있다. 대신 경기 활황인 미국의 달러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과거에는 미국 주식 일변도였다면 지금은 미국 채권으로 관심이 확 넘어가고 있다. 실제 ‘이민’ 대신 ‘투자 이민’이 대유행인 셈이다. 이런 현상은 본격적인 ‘원 캐리 트레이드’가 펼쳐지는 신호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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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독불장군 트럼프 피하고 보자” 글로벌 자금, 중국·유럽으로

투자자들, 위태로운 미국보다 부양 약발 기대되는 중국·유럽 선호 | 시드니=권지언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쏟아낸 관세 정책들이 날마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이 자산 시장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지각 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와 경제가 위태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트럼프 위협에 잔뜩 긴장했던 유럽과 중국 증시는 활기를 띠고 있다. 과도하게 높아진 밸류에이션 우려에 경기 침체 불안감까지 감도는 미국보다는 아직은 부족한 성적표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하에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유럽과 중국에 투자 기회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금 이동이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칼날에 움찔한 건 미국...유럽·중국은 ‘도약’ 지난 3년 동안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국 예외주의’에 베팅하며 경제 성장, 주가, 인공지능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를 앞서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경제 성장 둔화의 징후 속에서 미국 증시의 S&P500지수는 3월 5일 기준 지난 2월 19일 기록한 고점에서 5%가량 떨어졌고, 연초 대비로는 2% 가까이 하락했다. 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 지수는 1월 말 이후 9.4% 급락했고,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로 꼽혔던 비트코인은 2월 중에만 16%가 빠졌다. 반대로 유럽 주식은 3월 초까지 9% 가까이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유럽 증시가 미국을 앞선 것은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다. 종목별로는 독일 라인메탈, 프랑스의 토탈, 영국의 BAE 시스템스·에어버스 등 방산 기업들이 불안정한 안보 상황 속에서 주목받고 있고, 중국의 명품 소비에 힘입어 프랑스 주식시장에서는 루이비통, 케어링, 에르메스 등 명품 기업들이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외환 시장에서는 유로화가 달러 대비 4개월래 최고치인 1.07달러까지 상승했으며, 투자은행(IB)들은 달러와 유로 간 패리티(1:1) 전망을 철회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경제 둔화와 소비 감소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중화권 시장도 빠르게 자금을 흡수 중이다. 리퍼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펀드로 2월 초 이후 약 30억달러가 유입됐다. 홍콩의 대표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3월 6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24% 올랐고, 중국 우량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 H지수는 19.87%, 항셍테크지수는 30.7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가 1.34%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올 초 저비용 중국 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 대기업들이 주도하던 AI업계 판도를 확실히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다. ‘드라기 모먼트’ 재연한 유럽...팔 걷어붙인 중국 글로벌 자금이 미국을 떠나 유럽과 중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한 미국은 앞으로 기대할 만한 호재보다는 악재가 훨씬 많은 반면, 유럽과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 속에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위해서라면 자국민의 고통마저 감수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불장군식 관세 정책이 펼쳐지는 사이 미국 내에서는 소비심리 위축 등 이미 출혈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반대로 유럽은 중앙은행의 지원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가능성이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지켜본 유럽이 약 8000억유로를 동원해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에 나서기로 한 점은 방산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주류 정치권이 국방·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 ‘재정준칙’ 완화 목적의 법 개정을 추진키로 합의하고, 향후 10년간 인프라에 투자하기 위해 5000억유로(약 775조원) 규모의 기금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성장 기대감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을 고려할 때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는데, 해당 발언이 지난 2012년 ‘드라기 모먼트’ 당시를 소환하며 위기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 유로존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던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드라기의 이 발언은 시장 신뢰도를 높여 위기 해결의 시발점이 됐다. 미중 갈등의 파고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중국은 GDP 성장 목표치를 5%로 제시한 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통화완화 정책들을 제시했다.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중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 데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빅테크에 힘을 실어주면서 민간 부문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상황이다. 또 수출 규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수를 키우다 보면 중국 내 명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점이 유럽 증시에 긍정적 재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금 이동이 단기에 그치지 않는 중장기적 변화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분석 기사에서 역사적인 글로벌 무역 전쟁과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유럽 재정부양책, 기술 경쟁에서의 중국 부상 등이 글로벌 자금 흐름을 뒤흔들고 있으며, 미국에서 자본이 이탈하는 중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셔널 얼라이언스 증권의 앤드류 브레너 글로벌 채권 헤드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발언이 매일 그리고 높은 수위로 터져나온다”며 “이미 미국 투자심리는 크게 악화됐고, 주식 거래는 벼랑 끝”이라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도 응답자의 약 90%는 미국 주가 고평가 진단을 내렸고, 대다수가 증시 향방이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RBC의 블루베이 채권팀 최고투자책임자인 마크 다우딩은 “달러는 더 이상의 추진력을 잃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전반적으로 미국 자산의 매력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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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에 금값 ‘고공행진’ 트럼프 시대 ‘금’ 투자법 금 ETF·KRX 금거래소 주식처럼 거래

세제 혜택 및 수수료 여부 따져봐야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은 한때 사상 최고치인 2973달러까지 치솟으며 3000달러에 근접하기도 했습니다. 금 선물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순금 한 돈(3.75g) 가격도 60만원을 훌쩍 넘어섰는데요. 시장에서 세공비, 부가세 등을 합하면 돌반지는 무려 65만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예전 조카 돌잔치 때 선물한 돌반지 가격이 10만원대 수준이었던 걸 비교하면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건데요.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달러화 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특히 올해 들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이후 관세 전쟁이 불붙으면서 인플레이션 재발과 경제 불확실성 우려로 금 매수세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는데요.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년) 동안 금값이 55%가 올라 시장에선 이번 집권 기간에도 그만큼 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 투자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간편하게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금 ETF(상장지수펀드), KRX 금거래소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금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펀드를 통해 금 가격을 추종하는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건데,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현재 국내 ETF 시장에서 금현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가 있습니다. KRX 금현물지수를 추종하는 이 ETF 순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4000억원 늘어나면서 1조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금 가격이 오르면 해당 ETF 수익률도 오르게 된다. 트럼프발 무역 전쟁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수록 가치 보존 수단인 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금 가격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현물 ETF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70% 한도로 투자가 가능해 일반 투자자 사이에서 편의성이 높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KRX 금현물지수를 추종하는 ETF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금선물 ETF 투자 상품으로는 KODEX 골드선물, TIGER 골드선물 등이 있습니다. 다만 금 ETF는 운용수수료와 배당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고, 장기 보유 시 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KRX 금거래소 역시 금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으며, 소액 투자 접근성이 높은 것이 장점입니다. KRX 금거래소의 경우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며, 실물 금을 수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투자 방법입니다. KRX에서 금을 사기 위해서는 먼저 증권사에서 금 현물을 살 수 있는 계좌를 개설하고, 한국거래소의 금 현물시장에서 1g 단위로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할 수 있습니다. 현물 금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고 소득세도 비과세되는 게 장점입니다. 다만 실물 금을 수령하고 싶은 경우 신청이 가능한데 이 경우 수수료와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금 통장은 금 가격 변동에 따른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은행 상품입니다. 소액으로도 투자 가능하며 실물 보관의 부담이 없습니다. 다만 거래 수수료와 세금이 부과될 수 있어 투자 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실물 금 투자는 금은방이나 은행에서 골드바나 금을 직접 구입해 보유하는 방식인데요. 금을 물리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가가치세가 부과되며 현금화 시 수수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금값 전망은 어떨까요. 월가에선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는데요.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 주도의 통화정책 완화(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긴축(기준금리 인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국제 금 가격의 강세 사이클은 유효하다”며 “2025년 금 투자에 대한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과 단기 및 12개월 내 온스당 각각 3000달러, 3300달러로 제시한 금 가격 목표를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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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90세 고령자·유병력자도 실손 가입 길 열린다

고혈압·당뇨 있어도 가입 가능...실손보험 문턱 대폭 낮아진다 초고령사회, 의료비 부담 커지는데...보험 사각지대 해소 기대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 A 씨는 부모님의 건강이 걱정됐다. 아직은 큰 병 없이 지내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병원비 부담이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부모님이 실손보험에 가입해 두셨는지 확인해 보니, 보험이 없었다. 서둘러 실손보험 가입을 알아봤지만 연령 제한 탓에 가입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고민은 A 씨 가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노령층의 실손보험 가입률은 70대 38.1%, 80세 이상 4.4%로 전체 평균(70%)보다 훨씬 낮다. 의료비 부담이 가장 큰 고령층이 보험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웃 나라 일본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가 올해 모두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의료·돌봄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역시 2040년이 되면 75세 이상 노인이 1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개인 실손보험에 가입한다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입 연령 제한이 노령층의 실손보험 가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 일반 실손보험·유병력자 실손보험은 70세까지 가입 연령이 제한돼 있다. 고령층 대상인 노후 실손보험도 가입 나이가 75세까지로 한정돼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실손보험 가입 문턱을 대폭 낮췄다. 올해 4월부터 노후 실손보험 가입 제한이 90세로 확대되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70~90세도 유병력자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A 씨 부모님처럼 고령층도 이제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노후 실손보험은 입원·통원을 합산해 질병·상해 각각 연간 1억원까지 보장한다. 통원 보장한도는 회당 100만원이며, 자기부담률은 급여 20%, 비급여 30%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동일 질병·상해당 연간 5000만원까지 보장하며, 통원 보장한도는 회당 20만원(최대 180회)이다. 자기부담률은 입원·통원 모두 30%로 설정돼 있다. 현재 노후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한화생명, 삼성생명,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농협손해보험 등 9곳이다. 이들 보험사는 4월 1일부터 확대된 가입·보장 연령을 적용한 신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가입 심사 항목도 대폭 축소된다. 기존 18개 항목에서 6개로 줄어들어,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가입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기존 노후·유병력자 실손보험 보장 기간도 100세에서 110세까지로 길어진다. 보험 가입은 해당 보험사 방문, 다이렉트 채널, 보험설계사 등을 통해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실손보험 개편으로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고령층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실손보험을 잘 살펴보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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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쇼크'...미·중 AI 패권전쟁 전면전

궁즉통(窮則通)의 중국, AI 판을 뒤엎다 “제2, 제3 딥시크는 시간문제” 트럼프, 中 때리기 동시에 AI 산업 키우기 |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뚫고 오픈AI의 ‘챗GPT’를 능가하는 AI 모델을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1월 20일(이하 현지시간) 딥시크의 추론형 AI 모델 ‘R1’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과 미국의 5000억달러 규모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에 묻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딥시크가 개발한 AI 챗봇이 성능 면에서 미국의 AI에 필적하거나 일부 넘어섰다는 평가가 쏟아지면서 세상은 가히 딥시크 쇼크를 앓았다. 기적에 가까워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탁월한 가성비는 차치하더라도, 순수 국내파 인재만으로 일군 역작이라는 점에서 미국 바깥 나라들, 특히 AI 후발국에 시사하는 바도 컸다. 여러 나라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해야 한다’라는 당위론이 샘솟았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지만 AI 권좌를 내어줄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다. 미국의 빅테크들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미친 가성비의 충격파 딥시크의 설명대로면 자신들의 챗봇 학습 시간은 단 2개월, 개발에 든 비용은 겨우 560만달러(약 81억3000만원)다. 오픈AI의 챗GPT 개발에 들어간 비용(1억달러)과 비교하면 5.6%에 불과하다. 첨단 AI 반도체를 탑재한 것도 아니다. 딥시크 ‘V3’ 모델에는 엔비디아의 대(對)중국 수출용 저사양 칩 ‘H800’ 2048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AI 최강국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출 통제, 대중 기술 투자 제한 등 장장 5년간 노력을 기울였지만, 중국은 궁즉통(窮則通)의 정신으로 이뤄낸 굴기라고 자찬했다. 딥시크는 앱 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챗GPT를 누르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엔비디아 주식은 1월 한때 하루 새 17% 급락하는 등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와 AI 관련 진영이 일제히 몸살을 앓기도 했다. 딥시크는 어떻게 해냈을까 딥시크가 어떻게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뚫고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회사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기존 ‘H100’ 칩에서 사양을 낮춘 ‘H800’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저성능 반도체로 고사양 AI 모델을 그것도 단기간에 개발했다는 신화를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딥시크가 이전에 첨단 반도체를 대량 확보해 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딥시크가 중국 화웨이와 SMIC가 손잡고 구형 장비로 만든 AI 반도체 ‘어센드(Ascend)’를 대량 사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2022년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해 개발된 제품으로 2023년 출시된 ‘어센드 910B’의 경우 성능 효율은 엔비디아 ‘A100’의 80% 수준이면서 가격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비는 또 왜 이렇게 저렴한가에 대해선 우선 딥시크 모델의 ‘전문가 혼합(Mixture of Experts, MoE)’ 아키텍처란 효율적 구동 방식이 꼽힌다. MoE는 특정 분야의 여러 전문가가 모여 각자 작업을 수행하듯이 작업의 종류에 따라 특정 작업에 특화된 LLM(거대언어모델)만 활성화하는 기술이다. 회사의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V3와 R1 모델은 각각 6710억개의 파라미터(parameter·매개변수)를 갖는데 작업 시엔 이 중 340억개만 선별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방식보다 메모리 사용량이 훨씬 낮고 작업 속도도 빠르다. 딥시크가 MoE란 효율적 메커니즘의 모델을 단기간 에 출시한 것을 두고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의 데이터를 도용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그간 중국 기반의 기관들이 자사의 AI 도구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빼내려고 시도한 정황을 목격했다는 것. 이는 업계에서 ‘증류(distillation)’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딥시크가 자사 모델을 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증류는 쉽게 말해 기존에 나온 강력한 AI 모델로 현재 개발 단계인 AI 모델의 출력값 품질을 검사해 결과적으로 우수한 기존의 AI 모델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전송받는 기술이다. 이는 챗GPT 등 빅테크 AI가 오픈 소스여서 가능한 일종의 ‘모방은 혁신의 어머니’ 격 꼼수다. 미국 빅테크들이 기초 모델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해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다면, 딥시크와 같은 후발 주자들이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AI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진짜 성능이 기존 빅테크들 모델보다 뛰어난지가 문제가 아니라며 앞으로 제2, 제3 딥시크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스푸트니크 순간”...미·중 ‘AI 기술 전쟁’ 가열 미국의 AI 인프라 스타트업 애니스케일(Anyscale)의 공동 창업자 로버트 니시하라는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빅테크의) AI 연구소들이 지금 당장 작전실(war room)을 세웠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딥시크의 역습이 미국 기술 기업들에 크나큰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를 이끄는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의 등장이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1957년 소련이 쏘아올린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에 비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딥시크 출시가 미국 기업들에 “경종이 될 것”이라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초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중국과 본격 관세전쟁을 치르기 전 AI 패권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미국 상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하워드 러트닉도 지난 1월 29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우리는 (AI)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엄격히 추구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이 이 이상 어떤 조처를 할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재한 트럼프 대통령 측 소식통들에 따르면 백악관 내에선 대중국 반도체 및 기술 수출·투자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제 제재만으론 중국의 기술 개발을 막기 어려우니 미국 기업이 압도적인 속도로 AI 개발 선두 주자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 두 가지로 나뉘는 분위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더욱 옥죄는 전략을 고집할 것 같다고 말한다. 기업들에 수출 통제 대상 칩 제품에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는 등 수출 통제의 허점을 메우고, 이를 어기는 기업에는 엄청난 페널티를 주는 등 더 강력해진 ‘중국 때리기’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머케이터 중국연구소의 레베카 알체사티 선임 과학기술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기존에는 개별 기업과 특정 국가안보 위험에 대응해 왔다면, 이제는 중국 기술 생태계 전체가 특정 역량을 개발할 수 없도록 대응해 나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첨단 반도체 산업 보호와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위해 관세 카드를 꺼낼 채비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반도체도 관세 대상이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TSMC 등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의 거점, 대만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만의 파운드리를 미국으로 유치해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더욱 고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압박을 높이는 동시에 자국 AI 산업 키우기에도 두 발 벗고 나설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가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합작해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726조원)를 들여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얼마만큼 지원에 나설지 미지수이지만, 한국 등과 중국 견제의 AI 동맹 구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4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스타게이트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의 스타게이트 투자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 있어 미·중 AI 패권 전쟁은 위기이자 기회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와 기회 사이 생존책을 고심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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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호

중국 AI몽 '딥시크'...제2, 제3의 딥시크는 어디?

바이트댄스, 올해 AI에 30조원 투자 텐센트, 3D 콘텐츠 제작 AI 솔루션 ‘훈위안’ 출시 미니맥스의 ‘토키AI’, 글로벌 5위 랭크 | 조용성 기자 ys1744@newspim.com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 선두추숴, 深度求索)의 AI 대형 모델(챗봇)이 글로벌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기면서 중국의 AI 경쟁력이 재평가되고 있다. 중국 내 다른 AI 기업들도 덩달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실제 경쟁력을 갖춘 AI 기업들이 적지 않아 언제 어떻게 제2, 제3의 딥시크가 출현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IT 대기업 중에서는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쯔제탸오둥, 字节跳动)가 AI 분야에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중국 업체들도 2023년부터 속속 AI 챗봇을 내놓았는데,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바이두(百度)다. 그해 3월 공개된 어니봇(원신이옌, 文心一言)이 바이두의 첫 작품이다. 바이트댄스의 무시 못할 경쟁력 바이트댄스는 바이두의 어니봇보다 5개월 늦은 2023년 8월 더우바오(豆包)라는 이름의 AI 챗봇을 내놓았다. 바이두에 비해 후발주자였지만 이내 추월해 현재 월간 사용자 수(MAU)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통계 사이트인 AICPB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는 MAU 7861만명을 기록해 중국 AI 대형 모델 제품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순위는 2위였다. 다만 딥시크의 추론형 대형 모델인 딥시크 R1이 지난 1월 20일 출시됨에 따라 2월 순위는 뒤집힐 수도 있다. 딥시크의 사용자 수는 연일 급증하는 추세다. 딥시크의 1월 MAU는 3370만명을 기록하며 중국 내 2위에 올라 있다. 바이두의 어니봇은 1305만명으로 4위에 랭크됐다. 1월 집계로 볼 때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는 중국 내 다른 제품들을 넉넉히 앞섰다. 오픈AI의 챗GPT 사용자 수가 3억4941만명인 것에 비하면 바이트댄스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이지만,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생성형 AI 대형 모델인 더우바오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AI 동영상 생성 모델인 픽셀댄스(PixelDance)의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다. AI 동영상 생성 모델로는 오픈AI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소라(Sora)가 대표적이다. 바이트댄스 올해 AI 장비 구매에 30조원 배정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바이트댄스는 지난 1월 AGI(General AI) 개발에 착수했다. 사내에 AGI 장기 연구팀을 꾸리고 프로젝트명을 시드엣지(Seed Edge)로 명명했다. 오픈AI를 비롯해 딥마인드(구글의 자회사), 마이크로소프트, IBM, 테슬라, 메타 등도 AGI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AGI는 ‘범용 AI’라는 의미로, ‘좁은 AI’를 뜻하는 ‘Narrow AI’와 상대되는 개념이다. 챗GPT, 소라(Sora), 자율주행 등 현재 사용되는 AI는 ‘Narrow AI’에 해당한다. 중국 매체 커촹반일보는 “바이트댄스는 과거 AGI에 대한 언급을 무척 신중하게 해 왔다”며 “이번 연구팀 구성은 바이트댄스라는 IT 대기업이 전례 없는 전략적 결심을 가지고 AI의 미래에 뛰어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트댄스의 AI 개발은 창업자인 장이밍(張一鳴)이 주도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바이트댄스는 올해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해저케이블 등 AI 관련 하드웨어에만 200억달러(약 29조178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70억달러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텐센트의 3D 콘텐츠 생성 AI 또 다른 중국의 IT 대기업인 텐센트 역시 AI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 1월 21일 훈위안(混元)이라는 이름의 3D 생성 모델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대형 모델은 3D 그래픽 생성 능력을 지니고 있다. 텐센트는 동시에 3D 콘텐츠 AI 창작 플랫폼인 훈위안 3D AI 창작 엔진을 출시했다. 텐센트는 내부 게임 사업에 훈위안을 이용하고 있다. 3D 화면 제작 시간을 열흘에서 불과 몇 분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텐센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훈위안은 텐센트 지도의 3D 내비게이션에도 쓰이고 있다. 3D AI는 게임 제작과 광고, 제조업, 맞춤형 지능 등의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게임과 미술 분야에서 2D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술은 비교적 성숙했지만, 3D 콘텐츠 기술은 기술 개발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텐센트의 훈위안은 3D 콘텐츠 생성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AI 벤처 ‘여섯 작은 호랑이’ 중국에는 IT 대기업 외에도 눈여겨봐야 할 AI 벤처기업들이 적지 않다. 현지 언론들은 딥시크의 성공 이후 대표적인 AI 벤처기업 6곳을 ‘6마리의 작은 호랑이(六小虎)’라 칭하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 첫 번째 작은 호랑이는 즈푸(智普)AI다. 즈푸AI의 대형 모델인 즈푸는 1월 월간 사용자 수 702만명을 기록했다. 선완훙위안(申萬宏源)증권은 “즈푸의 AI 대형 모델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AI가 소비자용 하드웨어와 결합하는 중요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즈푸AI는 2019년 설립된 AI 개발 스타트업이다. 칭화(清華)대학 출신 연구자들이 주축이며 AI 모델 연구, 개발, 상용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샷의 키미, 미니맥스의 토키AI 두 번째 작은 호랑이는 문샷AI(웨즈안몐, 月之暗面)다. 문샷AI는 2023년 11월 키미 챗(KIMI Chat)이라는 대모형 모델 기반 AI 챗봇을 발표했다. 키미는 장문 텍스트 서비스에 특화된 AI 모델이다. 지난해 3월 문샷AI는 키미 챗을 통해 세계 최초로 단일 대화 내 처리 가능 텍스트를 200만 자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세 번째 작은 호랑이는 미니맥스(MiniMax)다. 미니맥스의 싱예(星野)는 1월 월간 사용자 수 731만명을 기록했다. 또한 글로벌 버전 AI 대형 모델인 토키(Talkie) AI는 1월 월간 사용자 수가 3258만명에 달했다. 아바타 챗봇으로도 유명한 토키 AI는 글로벌 AI 대형 모델 사용자 수에서 5위에 올라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니맥스는 중국 AI 기업인 센스타임 출신 연구진이 2021년 창업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 글로벌 평가에서 수위권 성능 입증 네 번째 작은 호랑이는 바이촨AI(百川智能)다. 바이촨AI는 지난해 5월 차세대 대모형 AI 모델인 바이촨(Baichuan)4를 발표하고 첫 번째 AI 어시스턴트 바이샤오잉(百小應)을 출시했다. 특히 의료 분야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다섯 번째 작은 호랑이는 제로원AI(링이완우, 零一萬物, 01AI)다. 이 업체는 지난해 이라지(Yi-Large) AI 대모형 모델과 최신 플래그십 모델 이라이트닝(Yi-Lightning)을 출시했다. 이라이트닝 모델은 대규모언어모델(LLM) 벤치마크(비교 평가) 사이트인 LMSYS에서 글로벌 6위를 기록했다. 여섯 번째 작은 호랑이는 제웨싱천(階躍星辰·STEPFUN)이다. 글로벌 AI 모델 기준 테스트 플랫폼 라이브벤치(Live Bench)가 공개한 2024년 11월 19일 기준 평가 순위에서 제웨싱천이 자체 개발한 1조 파라미터급 언어 대모형 모델 스텝-2(Step-2)는 중국 대형 모델 중 1위, 전 세계 5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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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發 'AI 투자전략' 판이 바뀐다...반도체 제조장비 등 수혜 노려볼 만

AI 양산의 시계가 빨라진다 저비용 AI 기술 보급 ‘가속도’ 반도체 제조장비와 SW 기대 |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저비용과 고성능을 동시에 갖춘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을 계기로 AI 기술의 보급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딥시크를 통해 고성능의 AI가 저성능의 반도체에서도 구동되는 게 확인된 만큼 고가의 AI 연산용 반도체 시장이 양산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봤다. 이른바 ‘볼륨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에서 투자 기회가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아울러 소프트웨어 분야도 왕성한 성장이 기대돼 투자처로 꼽혔다. 저비용화가 확산하면 관련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더 정교하게 자사 제품에 AI 기능을 통합할 수 있어서다. 저비용화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격 인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종전까지 비용 문제로 기능 도입을 주저하던 기업들의 진입장벽도 크게 낮아진다. “제조장비 수혜” JP모간은 AI 연산용 반도체 시장의 볼륨 성장에 따라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유럽의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를 꼽았다.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ASML(유로넥스트암스테르담 거래소 : ASML), 네덜란드 증착장비 회사 ASMI(유로넥스트암스테르담 거래소: ASM), 스위스 진공밸브 업체 VAT(스위스 증권거래소: VACN) 등이다. 3개 기업 모두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되지만 나스닥에 상장된 ASML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장외거래 종목이다. ASML은 노광장비 시장을 독점하는 회사다. ASMI는 원자층 증착 장비 시장의 55%를, VAT는 진공 밸브 시장의 75%를 점하고 있다. 노광장비는 특수한 빛을 통해 반도체 칩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설비이고, 원자층 증착 장비는 트랜지스터의 절연막과 전극을 원자 단위로 증착하는 설비다. 진공 밸브는 웨이퍼에 회로를 구현하는 공정 중 진공 챔버와 진공 펌프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이다. JP모간이 관련주를 수혜주로 지목한 것은 3사 모두 TSMC나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주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 제조)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어서다. 저비용 AI 모델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소비자 기기 안으로 확산하면 관련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량이 대폭 늘어 3사가 공급하는 제조장비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다. 또 유럽 장비 기업을 지목한 것은 이들이 시스템 반도체 제조의 전 공정에서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장비 업체는 고성능 메모리 공정에, 일본 업체는 후공정 장비에 특화돼 있다. AI 연산용 반도체는 로직 반도체 공정을 통해 제조되는 시스템 반도체에 속하는 만큼 AI 시장 보급 가속화에 따른 수혜가 유럽 장비 업체들에 집중될 것으로 본 것이다. JP모간의 산데스 데쉬판데와 안찰 사후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종전까지 데이터센터 중심의 AI 성장은 대규모 반도체 사이클을 이끌 만한 물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저사양 노트북과 스마트폰에서 구동 가능한 딥시크의 AI 어시스턴트가 소비자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기업용 AI 칩 성장이 둔화해도 반도체 장비 업계에는 매우 긍정적인 시나리오”라고 했다. “소프트웨어 기대” 주목할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미국의 세일즈포스(CRM)와 서비스나우(NOW), 허브스팟(HUBS)이 거론됐다. BMO캐피털마켓츠가 추천했다.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구동형 CRM(고객관계관리) 플랫폼을 판매하고, 서비스나우는 디지털 워크플로우 자동화 플랫폼을 제공한다. 허브스팟은 중소기업용 마케팅·영업·고객 서비스 플랫폼을 판매하는 회사다. 모두 자사의 플랫폼에 AI 기능을 접목하고 있다. 딥시크의 추론 특화형 모델인 ‘R1’의 경우 오픈AI의 같은 모델인 ‘o1’ 대비 10분의 1 미만의 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을 낸다고 한다. 이처럼 저비용·고성능 모델의 확산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내고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통해 더 많은 기업이 AI 기능을 채택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점유율 확대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허브스팟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저비용 AI 모델의 확산은 소프트웨어 요금제에서 현재까지 주류를 이루는 ‘서브스크립션(고정된 가격을 정기적으로 지불)’ 모델에 대해 ‘사용량 기반’ 모델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종전까지는 AI 기술을 도입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서브스크립션에서 비롯되는 고정 요금을 통해 운영비용을 충당했다. 하지만 저비용 모델이 확산하면 더 유연하게 가격 정책을 제시할 여유가 생긴다. 사용량 기반 모델로의 전환은 고객들의 사용을 촉진한다. 서브스크립션 모델에서는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매월 고정된 금액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중소기업 등에 부담이 갔다. 하지만 사용량 기반 모델에서는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초기 도입 비용이 적어지는 셈이다. 이뿐 아니라 업무량이 많은 시기에는 AI 기능을 많이 활용하고, 수요가 적은 시기에는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img4 가파르게 뛴 전력주는 딥시크가 화두가 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던 전력 관련주에 대해서도 AI 저변 확대의 논리에 의한 강세 유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딥시크의 R1 모델은 기존 AI 시스템 대비 2.5~10%의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전력 소비를 상정하고 내달렸던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 지목됐던 원자력발전 업체 콘스텔레이션에너지(CEG)나 탈렌에너지(TLN), 비스트라(VST)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주 강세 전망의 배경에는 단위당 전력 소비는 줄어도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확산하면 오히려 총량은 늘어날 것이라는 관점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로스 파울러 애널리스트는 콘스텔레이션에 대해 “딥시크발 주가 낙폭은 과도했다”며 “전력 수요는 중기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콘스텔레이션의 주가는 딥시크발 급락이 집중됐던 1월 27일 하루 21% 폭락한 바 있다. 물론 회의론도 있다. 종전까지 콘스텔레이션 등 독립발전 업체 주가가 크게 뛴 것은 대부분이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업체와의 ‘고가 계약’ 기대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커서다. 대형 운영업체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저비용 AI 모델이 확산하면 발전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제프리스의 줄리앙 뒤물랭-스미스 애널리스트는 “ ‘콘스텔레이션과 같은 독립’ 발전사들은 시장가보다 높은 시세에서 빅테크에 전력을 공급하는 특별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예로 콘스텔레이션의 스리마일섬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마이크로소프트에 공급(20년)하는 계약은 가격이 메가와트당 최소 100달러였다. 작년 9월 계약 당시 관련 원전이 있는 지역에서 형성된 풍력·태양광발전 판매가격은 60달러였다. “과도기 변동은 불가피” 일부 전문가는 저비용 AI 모델의 보급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견해에 동의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고성능 반도체 등 관련 하드웨어 및 인프라의 공급 과잉 염려에 초점이 더 맞춰질 수 있다고 봤다. 당분간은 부정적인 영향이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AI 시장에 대해 고비용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만큼 반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광케이블 사례다. 2001년 DWDM(고밀도파장분할다중화: 하나의 광케이블로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양을 대폭 늘림) 기술이 등장하면서 광케이블 설치 붐이 일어났지만 기존에 설치됐던 97%가 사용되지 않은 상태로 남겨졌는데, 이는 DWDM 기술로 인해 적은 수의 광케이블로도 충분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효율성 향상이 단기적으로는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우려는 기우일 수 있다. 현재 관련 광케이블은 모두 사용되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DWDM 상용화 전에 설치된 광케이블도 네트워크 확장에 충당되는 등 모든 공급이 흡수됐다. 노스이스턴대학의 데이비드 바우 교수는 “딥시크가 엔비디아 칩의 중요성을 떨어뜨릴지 궁금해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기술의 비용이 저렴해질수록 총수요는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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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AI 광풍에 올라타자"…네이버·카카오·항셍테크 ETF가 뜬다

오픈AI와 카카오가 손잡으면 무슨 일이? 저주받은 중국 항셍테크 ETF...‘딥시크’ 덕 부활 시동 미국 주식 올인? 중국 AI 주식에도 관심 쏠려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중국발 딥시크 쇼크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규모의 경제’ 법칙이 깨졌다는 사실이다. 딥시크가 주장하는 낮은 AI 개발비용에 어느 정도 과장이 섞였더라도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오픈AI보다 훨씬 적다는 건 명확하다. 이에 따라 막대한 비용 부담이라는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세계 각국의 AI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美 빅테크에 비해 네이버·카카오 자금력 열세 특히 한국의 경우 그간 시장을 주도해온 미국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메타(페이스북)의 ‘라마’ 등과 비교할 때 아직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생성형 AI’가 등장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는 막대한 시가총액 격차로 인해 자금력 측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도 영향을 미쳐 왔다. 시장을 가장 선도하고 있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시가총액은 약 400조원으로 추정된다. 비상장사지만 뒤에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강력한 빅테크 회사가 받쳐주고 있어 자금력이 막강하다. 제미나이 개발사 알파벳(구글)의 시가총액은 약 3500조원이다. 라마 개발사인 메타(페이스북) 역시 2500조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반면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 중인 네이버 시가총액은 고작 36조원, ‘카나나’를 개발 중인 카카오 시가총액은 19조원에 불과하다. 애초에 자금력만 따져보면 미국 빅테크와 상대조차 안 되는 규모다. 또 다른 문제점은 데이터다. 중국은 개인정보 보호가 유명무실해 마음껏 데이터를 가져다 쓴다. 미국은 영어 기반 데이터가 막강하다. 중국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기업들은 애초부터 불리한 경쟁 상황에 노출돼 있다. 네이버·카카오 AI 기대감에 바닥 찍고 주가 상승 이런 압도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믿는 구석은 바로 한국어 데이터다. 번역 기능이 강화되면서 미국 빅테크들에도 한국어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고 있지만, 이 분야만큼은 여전히 한국 기업이 유리하다. 한국의 검색시장을 독점하며 그동안 충실하게 쌓아 온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 자산은 강력한 경쟁력이다. 네이버는 현재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보유 중이다. 이를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강점을 가진 토종 ‘소버린(주권) AI’로 키워 미국과 중국 빅테크의 한국 침공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챗GPT를 사용 중인 한국인 수가 700만명(월간 사용자 수)에 육박한다. 중국 딥시크 사용자 수도 100만명을 넘었다. 인공지능(AI)과 관련해 네이버가 서둘러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한국 시장을 완전히 빼앗길 수도 있다. 이런 절박함에 7년간 네이버 이사회를 떠났던 이해진 창업자도 올 3월부터 다시 네이버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올해 자체 AI 모델인 하이버클로바X 고도화 작업에 모든 역량을 투입할 기세다. 카카오 역시 초비상이다. 카카오는 진도가 느린 자체 AI 모델인 ‘코GPT-2.0’ 개발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대신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대화형 AI비서 서비스인 카나나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기업 중에는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네이버 전략과는 살짝 다른 공동상품 개발의 큰 그림이다. 카카오의 카나나는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뿐 아니라 오픈AI의 모델을 함께 적용해 성능을 파격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1년 말의 네이버 주가는 37만8500원이었다. 하지만 3년 뒤인 2024년 말에는 19만8900원으로 47% 대폭락했다. 카카오 역시 2021년 말의 11만2500원에서 3년 뒤인 2024년 말에는 3만8200원으로 66% 대폭락했다. 두 종목 다 2025년에 들어서면서 낙폭 과대와 가성비 높은 중국 딥시크 모델 벤치마킹에 대한 희망으로 주가가 10% 이상 급반등했다. AI의 대전환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살려낼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미·중 관세전쟁에도 딥시크 덕 중국 주식 관심 커져 지난 몇 년간 중국 주식 수익률은 크게 부진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의 가속화, 관세전쟁, 중국 핵심 IT기업들의 낮은 성장성, 중국 정부의 알리바바와 같은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통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외면이 이어지면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자 지난해에는 이들 주식도 큰 폭 반등했다. 현재 중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다. 혜성같이 등장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가형 인공지능(AI) 모델 출시에 힘입어 중국 빅테크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급격히 쏠리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독주를 예상했던 AI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만만치 않은 것을 투자자들이 직접 확인한 덕이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실제로는 큰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현재 한국 투자자들 대부분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수익률이 좋았던 미국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25년 1월 말 기준 미국 주식 165조원(1137억달러)어치를 보유 중이다. 반면 중국+홍콩 주식 보유 규모는 4조원(26억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주식의 2.2% 수준으로 크게 낮다. 한국인이 그 동안 외면해 왔던 중국 AI 관련 주식에도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중국 IT기업의 한국 공략...항셍테크 수익률 -20% 한국은 최근 중국 IT기업으로부터 두 차례의 큰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 충격은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한국 유통시장 공략이다. 이로 인해 한국 중소형 유통업체는 큰 어려움에 빠졌다. 두 번째는 ‘딥시크’의 충격이다. 이런 중국 기업들의 질주를 보면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도 고공 행진할 것으로 기대하는 게 합리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중국 ‘항셍테크 지수(Hang Seng Tech Index)’는 홍콩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주요 기술기업 및 혁신기업을 대표하는 지수다. 홍콩증시의 테크 섹터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해 설계됐다. 한국에서도 이 지수를 벤치마킹한 항셍테크 ETF가 대거 상장돼 있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img4 한국에 상장된 5개 ‘차이나항셍테크 ETF’의 최근 수익률은 양호하다. 순자산총액이 6000억원에 육박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차이나항셍테크 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은 80%로 독보적이다. 하지만 해당 ETF가 한국에 상장된 2020년 12월부터 약 4년간의 누적수익률은 -20%로 상당히 부진하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항셍테크 ETF’ 수익률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수익률 격차가 크다. 유망 IT기업 항셍테크 ETF 투자 아직 안 늦었다? 차이나항셍테크 ETF에는 중국의 유망 IT기업들이 총망라돼 있다. 항셍테크 ETF 내 비중 1위는 9.7%인 ‘샤오미’로 웬만한 가전제품은 한국보다 저렴하고 품질도 좋아 한국인들에게도 인기다. @img5 비중 2위는 8.2%의 ‘알리바바그룹홀딩스’다. 중국 1위 전자상거래 업체이자 1위 클라우드 업체다. 이 종목은 가장 논란이 많다. 과거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1등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0년에 창업자인 마윈의 “중국 당국의 금융 규제가 혁신을 막는다”는 비판 발언 후부터 성장세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그 결과는 알리바바 주식의 장기 폭락이다. 알리바바는 2019년 11월에 공모가 176홍콩달러에 상장됐다. 1년 뒤인 2020년 10월에는 305홍콩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마윈 발언 이후 지속적인 약세를 보였다. 현재 주가는 97홍콩달러로 고점 대비 하락률이 무려 -68%다. 결론적으로 항셍테크 ETF의 장기적인 수익률 부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 비중 3위는 7.7%의 ‘징둥닷컴’으로 중국 전자상거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점유율 3위인 ‘핀둬둬’의 기세에 눌려 점유율이 조금씩 하락하는 상황이다. 비중 4위는 7.7%의 ‘중신궈지(SMIC)’로 중국 1위 반도체 제조 기업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서도 독자적인 반도체 웨이퍼의 설계, 제조 등 파운드리(Foundry)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비중 5위는 7.4%의 ‘텐센트홀딩스’로 중국 게임과 SNS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 정부의 과도한 게임 규제로 성장성이 낮아지고 있는 게 단점이다. 비중 6위는 6.4%인 ‘메이투안디앤핑’으로 중국 음식 배달 및 생활 서비스 1위 플랫폼이다. 비중 7위는 5.6%의 ‘콰이서우’로 중국 숏폼 플랫폼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아프리카TV와 유사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이 높은 편이다. 숏폼 1위는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이다. 틱톡을 서비스 중인 ‘바이트댄스’는 아직 비상장기업이라 항셍테크 지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은 핀둬둬(拼多多)다. 계속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렴하게 중국 상품을 직구할 수 있는 ‘테무 앱’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핀둬둬 역시 미국 나스닥에만 ADR 형태로 상장돼 있어 항셍테크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항셍테크 ETF 상위 7개 종목 중 수익성이 가장 뛰어난 종목은 텐센트홀딩스다.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8조원(4878억위안), 영업이익은 31조원(1566억위안)을 기록했다. 한국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2024년 전체 영업이익이 33조원이니 텐센트의 4분기 추정 영업이익을 더하면 삼성전자 실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AI 광풍...항셍테크 ETF와 네이버·카카오도 주목 중국 상위 빅테크 기업들이 모두 인공지능(AI)을 주력으로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AI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이제 자유무역을 부정하는 수준까지 진행 중이다. 딥시크 충격 이후 중국과 미국 간의 AI 기술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도 당분간 AI 관련주로 더 쏠릴 예정이다. 중국 빅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과거보다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미국 빅테크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향후 성장성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중국 주식은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심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한국 투자자들이 지금의 AI 광풍에 올라타려면 미국 빅테크 외에도 중국 항셍테크 ETF와 한국의 네이버·카카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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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호

불붙은 한·미·일 'AI 동맹'...'스타게이트' 한국 역할 커진다

이재용·샘 올트먼·손정의 ‘전격 회동’ 스타게이트 합류 여부 초미의 관심 AI 데이터센터 가동할 칩 수급 핵심 | 서영욱 기자 syu@newspim.com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DeepSeek)의 공세에 맞설 한·미·일 AI 동맹이 본격화되고 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창립 멤버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한국을 방문,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면서다. 미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국내 AI·반도체 기업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메모리 강자’ 삼성·SK, 놓칠 수 없는 파트너 한·미·일을 대표하는 AI 수장들이 2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모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미국의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두 시간가량 3자 회동을 진행했다. 이재용 회장은 전날 계열사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한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무죄 판결을 받으며 어깨가 한층 가벼워진 상황. 불투명했던 회동 여부가 무죄 판결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3자 회동은 세계 정보기술(IT)업계와 관련 당국의 주목을 끌었다. 딥시크로 촉발된 ‘미·중 AI 전쟁’에서 한·미·일 3국이 강력한 동맹을 구축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백악관에서 소프트뱅크와 오픈AI, 오라클 3사가 합작 벤처(JV) 형태로 미국 내 AI용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구상을 발표했다. 향후 4년 동안 최대 5000억달러(약 726조원)를 투자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프로젝트다. 이날 회동의 관심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SK 등 국내 기업들의 스타게이트 합류 여부였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AI 연산에 필요한 다량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 이 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다량의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되는 만큼 안정적인 반도체 수급이 프로젝트 성공 여부의 핵심 중 하나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미국의 마이크론까지 더하면 이들이 세계 D램 생산량의 90%를 차지해 중국에 대응할 강력한 우군을 얻는 셈이다. 이날 두 시간가량 진행된 3자 회동 후 기자들 앞에 선 손정의 회장은 삼성의 스타게이트 합류 질문에 “앞으로 논의하겠다”며 “매우 좋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이재용 회장과 모바일 및 AI 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는 단순한 업데이트였고, 초기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SK그룹의 스타게이트 합류 여부에 관해서도 “아직 세부사항을 결정하지 않았다”며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족쇄 푼 이재용 회장, 한·미·일 AI 수장 회동 주도 이날 주요 논의 내용은 삼성의 스타게이트 합류와 모바일·AI 전략이었다. 올트먼 CEO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전용 단말기와 독자 반도체 개발 계획을 밝힌 만큼 삼성과 협력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올트먼 CEO는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삼성전자 평택 공장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본 바 있다. 특히 항소심 무죄 판결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용 회장의 ‘새로운 삼성(뉴 삼성)’ 구축에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3자 회동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손 회장과 함께 르네 하스 Arm(암) CEO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소프트뱅크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Arm이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삼성은 훌륭한 파트너”라는 말로 대신했다. AI에 진심인 최태원 회장, 올트먼과 관계 돈독 올트먼 CEO는 3자 회동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다. 올트먼은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최 회장과 40분가량 면담했다. 이날 면담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사장 등 핵심 계열사 인사들도 동석했다. 최태원 회장과 올트먼 CEO는 AI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폭넓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HBM의 세계 최고 생산기업이며,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를 필두로 ‘AI컴퍼니’로의 전환을 선언한 상태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해 1월과 6월 올트먼 CEO를 한국과 미국에서 연이어 만날 만큼 오픈AI와의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회장은 “AI에 지금 뛰어들거나 아니면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고 말하며 AI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그룹 총수이기도 하다. 최 회장과 만남 후 올트먼 CEO는 취재진을 향해 “원더풀”이라고 답했다. 카카오·크래프톤에도 기회 왔다 이날 분 단위로 수많은 국내 AI·반도체 기업들을 만난 올트먼 CEO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도 만났다. 오픈AI와 카카오·크래프톤의 협업 여부부터 스타게이트 합류 여부까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트먼 CEO는 이날 열린 카카오와의 전략적 협업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석상에 섰다. 국내 기업 중 오픈AI와 공식적인 협력을 체결한 것은 카카오가 최초다. 카카오톡과 AI 에이전트 서비스 ‘카나나(Kanana)’에 오픈AI의 최신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올트먼 CEO는 “한국은 에너지, 반도체, 인터넷 기업 등 강력한 AI 도입 기반을 갖추고 있고 AI 채택률이 놀라운 수준으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카카오와 AI, 메시징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어 함께 탐구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많다”고 강조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를 만난 올트먼 CEO는 오픈AI의 고품질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게임 특화 AI 개발과 최적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크래프톤은 최근 주력하고 있는 CPC(Co-Playable Character)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오픈AI의 ‘GPT-4’를 활용한 게임을 출시했으며, 전 직원의 95%가 기업용 챗GPT를 업무에 활용 중이다. 김창한 대표는 “오픈AI와 함께 게임 개발 및 운영 전반에 혁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가능성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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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호

AI '데이터센터' 구축 열풍…건설사, 미래 먹거리로 대대적 공략 나섰다

글로벌 시장 2032년 3485억달러 성장 전망 건설사, 단순 시공 넘어 디벨로퍼로 사업 확장 주민 반발·인허가 문제는 걸림돌 | 최현민 기자 min72@newspim.com 국내 건설사들이 주택 산업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선 가운데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 시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대체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을 넘어 기획부터 부지 선정, 개발, 운영까지 사업 전반을 다루는 디벨로퍼로서의 사업 영역을 데이터센터 건설까지 확장하는 모습이다. 국내 건설사 ‘데이터센터’ 미래 먹거리로 선점 건설업계에 따르면 AI 산업의 발전으로 고도화된 데이터 처리를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다수의 정보통신 데이터를 일정 공간에 모아 통합 운영 관리하는 시설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32년까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2년 374억달러에서 2032년 3485억달러까지 매년 2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 역시 2021년 5조원에서 2027년 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빠르게 커지는 데이터센터 사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 전력 공급과 냉각 설비, 에너지 효율화, 보안 시스템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건축공사 대비 시공 난도가 높다. 특히 특수건축물로서 안정성이 필수 요소인 만큼 발주처는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시공사를 선별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배경에 국내 건설사들은 일찌감치 데이터센터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꾸준히 시공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데이터센터 시장에 본격 뛰어든 GS건설은 지난해 1월 에포크 안양 데이터센터 도급 계약을 체결하며 현재까지 10여 건의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자회사 ‘디씨브릿지’를 설립하고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를 통해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연면적 1만6945m²,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은 뒤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자회사 마그나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착공했으며 2026년 8월 준공이 목표다. 한화 건설부문은 2000년대 초반부터 데이터센터 시장의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에 착안해 해당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2004년 KT 강남IDC 수주를 시작으로 꾸준히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실적을 올렸으며, 현재 11개 데이터센터를 준공 및 수주했다. 동탄 삼성SDS 데이터센터,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드림마크원 인천 데이터센터 등을 완공했고 현재 고양삼송 이지스 데이터센터, 창원 IDC를 건설 중이다. 특히 투자개발사업인 창원 IDC는 서버 10만대 이상이 들어서는 하이퍼스케일 규모로 한화 건설부문이 디벨로퍼로 참여하며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데이터센터 일괄 구축을 위한 기반 마련에 한창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액침냉각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차세대 냉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에 공기나 물을 사용해 서버를 냉각하던 것과 달리 비전도성 액체에 서버를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전력 소비가 낮다. 기존 공랭식과 비교하면 전력 소비량이 80% 가까이 줄어든다. 삼성물산은 이번 기술 확보를 통해 설계에서 시공, 장비 공급, 핵심 인프라까지 일괄로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상암 SDS 데이터센터, SDS 춘천, 타다울타워 내 데이터센터, 이지스 하남 데이터센터, 수원 삼성전자 슈퍼컴 센터, 삼성전자 화성 HPC센터, 우리은행 상암 종합지원센터, DSR-A,B,C타워, 구미 삼성전자 DC, SDS 과천 데이터센터, KT 광주 IDC센터, 데이콤 강남사옥 등 12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현재 이지스 안산 데이터센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다수의 데이터센터 시공 경험을 토대로 기술력을 축적, 데이터센터 사업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세종시에 준공한 네이버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이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연면적 2만2500㎡ 수준에 최소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갖춘 곳을 의미한다. 각 세종은 네이버의 두 번째 데이터센터로 총 면적 29만3963㎡, 축구장 41개 규모에 달한다. 규모로는 국내 최대이며 네이버의 첫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보다 6배 크다. 이 밖에도 NH 통합IT센터(2016년 준공), KB국민은행 통합IT센터(2019년 준공),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2025년 준공 예정) 등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으며 지난 2023년 안산 시화공단 국가산단 데이터센터 사업을 따냈다.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구축 ‘주민 반발’ 심해 다만 데이터센터 주요 입지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용도로 인허가를 받은 사업 중 주민 반대와 정부 규제 등으로 절반 이상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지연 중이다. 도심지 안에선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게 되면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 ‘전기를 많이 끌어쓰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정전 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등 여러 이유를 들어 주민들이 반발하기 때문에 건립 자체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가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넓은 부지를 점유하면서도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한 적은 상주인원으로 주변 상권 활성화가 어렵고 B2B 시설로 일반인들의 이용이 불가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지역주민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데이터센터가 도심지에서 밀려나 외곽지역이나 지방권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갈등도 사업 지연의 원인이다. 지자체는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위해 도시계획심의를 진행하는데, 주민 반발 등 문제가 생긴 경우 최대 두 차례의 재심의 과정을 더 거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에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재심의가 필요한 경우 30일 이내에 진행할 것을 제시하고 있으나 권고 수준에 그친다. 건설업계는 빅데이터와 AI 산업 발달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주민 반대로 인한 공사 지연·중단으로 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에서 건설사들의 역할이 과거에는 시공에만 그쳤다면 최근엔 디벨로퍼로서 직접 운영까지 도맡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요 확대 이면에는 주민 반발로 인한 공사 지연 등 손해를 볼 수 있어 건설사들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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