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01월호
BOJ의 '조용한 후퇴' 정책 정상화 예행연습
BOJ의 위험자산 매입은 개점휴업
엔 약세 둘러싼 게이단렌 이례적 행보
| 오상용 기자 osy75@newspim.com
일본은행(BOJ)이 국채매입을 줄이며 완화정책의 출력을 낮추고 있다. 2024년 출구로 나서기 위한 BOJ의 몸 만들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経団連) 내에서도 엔 약세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BOJ의 정책 정상화 행보에 속도가 붙을지 시장은 주목한다.
조용한 후퇴
BOJ는 2023년 11월 ‘정례 국채매입 운용’에 이어 12월 들어서도 국채매입 규모를 줄였다. 이러한 감액, 즉 양적완화(QE) 출력 조절은 미국 장기물 금리를 따라 일본 10년물 금리가 하락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시장금리가 치솟던 지난여름에만 해도 BOJ는 일본의 10년물 금리가 변동허용폭 상단(1%)을 넘어서지 못하게 국채매입을 대거 늘려 대응했다. 11월 이후 외풍이 잦아들면서 BOJ도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다만 감액 규모가 제법 크고 연속적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눈여겨볼 점이다. 시장 일각에선 ‘BOJ가 출구전략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OJ의 위험자산 매입이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BOJ는 작년 리츠를 전혀 매입하지 않았고 ETF의 경우 단 3차례만 사들였다. 사실상 BOJ의 출구전략이 가장 먼저 진행되고 있는 영역이다.
BOJ의 국채매입 감액 배경에는 환율에 대한 배려도 자리한다. 최근 달러의 후퇴에도 일본 엔의 반등(달러-엔 반락)은 주변국 통화에 못 미쳤다. 작년 8월 말 이후 12월 4일까지 중국의 역외 달러-위안 환율과 한국의 달러-원 환율이 각각 1.9%, 1.7% 하락한 데 비해 달러-엔 환율은 여전히 0.8%의 상승률(엔 약세)을 나타냈다. 엔 약세는 수입물가를 경유해 가계와 중소기업의 물가 부담을 가중시킨다.
끈적한 물가
마침 일본의 물가상승률도 역주행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지난 10월의 근원소비자물가(Core CPI)는 전년 동월비 2.9% 올라 전월의 2.8%에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넉 달 만에 재가속 흐름을 보이며 끈적한 물가오름세를 확인했다. 근원CPI 상승률은 19개월 연속 BOJ의 목표치 2%를 크게 웃돌았다.
BOJ가 별도로 공개한 10월 기업용 서비스 물가지수의 흐름은 더 놀라웠다. 전년 동월비 2.3% 상승해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손 부족에 따른 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일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서비스 물가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오르지만 한번 상승세를 타고 난 다음에는 식는 것도 많이 더디다.
바클레이즈의 야마가와 데쓰후미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노동집약적 서비스 섹터의 가격 인상이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최소 2024년 중반까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이단렌의 이례적 행보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 내에선 환율과 관련해 이례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 환율을 둘러싸고 회원사들 사이에 불만이 삐져나왔다.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 수출 공룡의 입김이 강한 게이단렌은 전통적으로 엔 약세를 지지했다. 그러나 12월 4일 열린 정·부회장 회의에서는 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요미우리신문은 급격한 엔 약세로 고통받는 회원사들의 불만을 반영해 이번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환율은 양날의 검이라 어느 한쪽으로 쏠림이 심해지면 부작용이 생겨난다. 특히 2011년 대지진 이후 많은 대기업이 해외 현지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엔 약세의 수출증진 효과는 예전만 못하다. 반면 급격한 엔 약세로 원자재 수입 비용이 부풀면서 마진 압박을 겪는 기업은 늘어났다. 물론 그 양상은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졌다.
회의 직후 게이단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은 “일본 경제가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고 꾸준히 성장해 나가면서 엔 가치도 강해지는 게 가장 이상적인 전개”라고 말했다. 게이단렌의 한 부회장은 요미우리신문에 “경기와 물가를 판단해 BOJ가 완화 조치를 반복적으로 수정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했다. 정치적 입김이 강한 게이단렌 내부의 미묘한 기류 변화는 BOJ의 정책 정상화를 채근할 수 있다.

2023년 12월호
함영주·임종룡·진옥동·양종희...금융권 2024년 승자는?
시골 출신 영업맨! 금융위원장 지낸 관료! 상고 출신 글로벌통! 전략통!
2024년 금융 환경 어두워...부동산PF·기업 및 가계부채 등 건전성 위기
| 한기진 기자 hkj77@newspim.com
2024년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건전성 관리’ 역량을 시험받는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코로나19 대출 지원 및 고금리로 인한 취약계층 부실, 기업 및 가계 부채 축소, 특별대손준비금 및 경기대응완충자본 등 자본 규제...’ 성장보다 내실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금융 환경이다. 경제 상황이 좋으면 회사는 스스로 굴러간다. 그러나 각종 부실 요인들이 눈앞에 펼쳐진다면 회사는 휘청거린다. 위기를 잘 관리해서 금융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하는 CEO의 진짜 실력이 필요하다.
함영주(하나금융지주), 진옥동(신한금융지주), 임종룡(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실력 대결이 펼쳐진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돼 후발 주자로 나선다. CEO 4인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각각의 개성이 분명하다. 함영주는 시골 출신 영업맨! 임종룡은 금융위원장 지낸 관료! 진옥동은 상고 출신 글로벌통! 양종희는 전략통! 2024년 누가 승자일까?
내년 은행 대출증가율은 올해보다 0.1%포인트 낮은 3.4%로 예상된다. 가계대출은 증가세로 전환되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더딘 회복과 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가 유지되면서 소폭 증가가 불가피하다. 신용대출은 고금리 부담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기업대출도 대기업 대출이 회사채 시장 회복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 금융 산업은 완만한 경기회복으로 성장성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겠으나 수익성은 고금리 기조의 지속 기간에 따라 업종 간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류 연구위원은 “특히 시장 조달에 의존하는 여전업의 경우 유의가 필요하며, 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확산될 경우 전체 금융업의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무리한 성장보다는 내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M&A 고민이 많은 함영주 회장
함영주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 M&A(인수합병)가 큰 숙제다. 하나금융은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로 경쟁사 대비 매우 크기 때문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2%, 77%다. 함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글로벌 위상 강화 △비은행 부문 강화 등을 핵심 전략으로 꼽았던 이유다. 취임 3년 차에는 함 회장이 그룹의 경쟁 우위를 위해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
지난 3분기 실적에서 하나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부진했다. 하나증권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투자자산 손실인식으로 2분기 적자에 이어 3분기에도 489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하나캐피탈과 하나카드 또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하는 등 비은행 전반의 실적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나저축은행과 하나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익도 전년 대비 각각 84%, 15% 감소했다.
함 회장은 KDB생명 인수 직전까지 갔으나 포기했다. 그러나 동양생명, ABL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거론된다. 함 회장의 M&A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종룡 회장, 긴축경영 결과는?
임종룡 회장은 취임 직후 강력한 긴축경영을 펼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금융지주 임원(8명)과 우리은행 부행장급 임원(20명), 영업본부장(60명)의 전담 운전기사 제도 폐지다. 최고경영자와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을 제외하고는 자가 운전을 원칙으로 하고, 필요할 경우 대리운전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임원 자율 선택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해당 임원의 절반가량이 대리운전을 이용하거나 전담 운전기사 계약 만료 시 대리운전으로 바꾸기로 한 비용 절감 조치다.
긴축경영 중이지만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8.2% 증가한 4조3704억원을 기록하며 리딩 금융사의 왕좌를 지켜냈다. 이어 신한금융이 3조8183억원으로 2위를 수성했다. 하나금융은 2조9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아 이자 장사로 수익을 기대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올 3분기 우리금융의 그룹 전체 수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94.2%로 전년 대비 5.1%포인트 올랐다. 예대마진도 우리은행이 4대 은행 중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우리은행의 예대마진은 0.82%포인트다.
진옥동 회장은 은행+카드 통합 중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리딩 금융’의 자리를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올해 3월 취임 이후 KB금융과 실적 격차를 벌려야 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오히려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던 하나금융의 추격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3조81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다. KB금융은 8% 늘어난 4조3704억원으로 신한금융보다 5000여 억원 많다. 4% 성장한 하나금융의 2조9779억원과는 약 9000억원 격차로 좁혀졌다.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신용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하다.
신한금융은 현재 비대해진 계열사 효율화를 위해 지배구조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 운용사 등 비주력 비은행 계열사 교통 정리가 주로 거론되는 가운데 중장기 과제로 신한은행-신한카드 통합이 거론된다. 신용카드 업황이 악화돼 은행과 통합을 검토하는 것이다. 신한카드의 올 3분기 말 기준 순이익 규모는 46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나 줄었다. 시중금리 급등으로 조달비용이 늘어났고, 고금리 지속에 따른 자산 부실화로 충당금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다. 진 회장의 은행-카드 통합은 이런 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육지책으로 통한다. 신용 거품이 붕괴하며 터진 ‘2002년 카드 사태’ 이후 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는 대부분 은행에 다시 흡수 통합됐다.
양종희의 비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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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의 ‘2024 비전’은 드러나지 않았다. 분명한 점은 윤종규 현 회장의 가장 큰 업적인 ‘리딩 금융’ 자리를 공고히 할 책임이 있다. 윤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1조원대였던 그룹 순이익을 지난해 4조39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특히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리딩’을 놓치지 않았던 신한금융을 제친 것도 윤 회장의 공이다.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꾸준히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을 차례로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에 나서면서 ‘종합 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현대증권 인수가 완료된 2017년, 9년 만에 KB금융이 리딩 금융을 차지했고, 2018년과 2019년 신한에 잠시 내줬던 1위 자리를 2020년 되찾아왔다.
비은행 계열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양 회장 내정자는 그룹 성장을 위해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그룹 간 은행 경쟁력 차이는 거의 없지만 비은행 부문에서는 순익 영향력이 매우 크다. 신한금융과의 ‘리딩’ 경쟁에서도 ‘비은행’이 결정적 요건이다.
또한 양 부회장 앞에는 ‘부코핀은행 정상화’ 라는 과제도 놓여 있다. 지난 2018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인수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KB금융이 적지 않은 금액을 쏟아부은 만큼 2025년까지는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리딩’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지만 해외법인에서만큼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KB금융은 해외법인 부문에서 연간 5000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데 그 원인이 바로 부코핀은행이다.
양종희 부회장 역시 최종 회장 후보로 낙점된 이후 “부코핀은행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인 금융기관들도 힘든 시기였던 만큼 부실 은행을 인수한 이후 더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영업력 강화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12월호
"완벽한 통합의 리더십"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3년 신화
현대차그룹 3분기 매출 100조, 영업이익 8조 넘어
정의선 신경영 효과 본격화, 미래 내다본 과감한 투자
SDV·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주도권에 사활 건다
| 채송무 기자 dedanhi@newspim.com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3년, 현대차그룹이 또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역대 최고 성적을 이어가며 그룹의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부품·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선전으로 연간 매출액 400조원을 돌파할 기세다.
바탕에는 정 회장의 수평적인 리더십이 있다. 과거 다소 수직적이며 순혈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던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체제에서 조직 문화 혁신을 이루고 있다. 단적으로 정 회장은 신입사원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외부의 인재를 과감히 영입해 중책을 맡기는 리더십을 보였다. 여기에 다소 반대가 있어도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과감히 투자하는 등의 선도적 리더십을 보이면서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고의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그룹 전체 매출액 2분기 연속 100조원 돌파
현대차그룹의 상승세는 현대차와 기아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 11개 상장사의 올해 3분기 전체 매출액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이노션을 제외하고 104조5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에 이어 연속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연간 매출액을 42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수치다. 3분기만 보더라도 현대차그룹의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 합산은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2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23조7000억원을 이미 넘었다. 현대차그룹 전체의 영업이익률은 8%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톱 클래스다. 이 같은 성장세는 현대차와 기아가 이끌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합산 매출액은 66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이다.
부품과 건설 계열사들도 선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사우디에서 6조5000억원 규모의 건설 계약을 체결했고, 현대모비스는 올 3분기까지 핵심 부품 분야에서 85억7000만달러를 수주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 역시 호주에서 1조원대 전동차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위아도 주요 글로벌 기업과 1조원이 넘는 등속조인트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의 매출액은 2017년 248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71조7000억원으로 5년간 49.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조6000억원에서 23조7000억원으로 123.1% 늘었다.
이는 정 회장이 제네시스 등 고급차 위주로 현대차와 기아의 상품 전략을 바꾸고, 전동화 전용 플랫폼을 만들어 자동차의 본산이라고 평가받는 유럽과 미국에서 호평을 받는 등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고, 그룹 차원에서도 꾸준히 체질 개선을 시도한 결과라는 평가다.
또한 외부의 인재를 과감히 영입해 역할을 맡기고 그룹 내부의 분위기도 창의적·효율적으로 바꾸는 등 신경영의 효과가 본격화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 회장은 가장 완벽한 통합의 시대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정의선 리더십, 핵심은 통합·미래 내다본 과감한 투자
정 회장 리더십의 핵심은 통합·수평과 함께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정 회장은 그룹 총수에 오르기 전 일부의 반대에도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론칭해 안정화했고, 2021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해 아이오닉5, EV6 등을 출시했다. 아이오닉5와 EV6는 높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들 전기차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최근 전기차의 판매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의 전기차 투자를 철회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미래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울산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해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국내 전기차 분야에만 2030년까지 총 24조원을 투자하고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전기차 생산량은 연간 151만대로 확대해 이 가운데 60%인 92만대를 수출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도 364만대까지 늘려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에 사활을 걸고 있다. IT(정보기술)와 미래 모빌리티 관련 인재 채용도 늘리면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포티투닷에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를 바탕으로 포티투닷은 공격적인 인재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로보틱스,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차그룹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올해 초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또 다른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3월 ‘BBB+’ 등급이었던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부진한 중국·러시아 시장은 숙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 톱3를 굳힌 현대차그룹은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내연기관의 가장 빠른 추격자에서 전기차 시대의 선도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업계 전망도 좋다. 한 외국계 완성차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전망이 좋지 않아지면서 현금 흐름을 생각한 여러 업체가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지 않나”라며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선두 격인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몇 개의 선두그룹이 이끌어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현재 부진한 중국과, 전쟁 장기화로 생산이 사실상 중단된 러시아 시장의 회복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인해 판매가 급감한 이후 현대차는 최근 사업 효율화와 전략 차종 투입을 통해 반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2023년에는 현지 전략 SUV인 무파사를 내놓았고, 기아는 가성비 전기차 모델인 EV5를 중국에서 먼저 공개하는 등 차별화된 상품성의 전략 모델을 통해 현지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러시아 시장은 전쟁 장기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대차 상트페트르부르크 공장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 업체를 통해 위탁 생산을 이어왔지만 전쟁 장기화로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중단됐다. 전쟁 전 연간 20만대 안팎을 생산했던 러시아 시장이었지만 최근 판매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현대차가 미래 자동차 업계의 선도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거대 시장이다. 항상 미래를 내다보는 결정으로 성과를 냈던 정 회장이 향후에도 SDV 등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과 그동안 부진했던 시장 재공략을 어떻게 풀어낼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23년 12월호
'선택과 집중' 구광모 LG 회장, 부진 털어내고 신사업 날개 달았다
구 회장, 선대회장 뜻 이어 ‘전장·배터리’ 사업 결실
‘ABC’ 전략 통해 새로운 LG 구축 나서
상속권 분쟁에 리더십 타격 우려...원만한 해결 시급
| 이지용 기자 leeiy5222@newspim.com
“첫째도, 둘째도 철저히 미래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 답을 찾는 것이 미래 준비의 시작이 돼야 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LG의 중장기적 경영전략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구 회장은 “LG가 만들 상품과 솔루션, 브랜드 등이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지가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라며 미래 관점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는 구 회장이 LG의 주력 사업들이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과감하게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LG가 선제적으로 미래 산업을 차지하겠다는 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4대 그룹 총수들 가운데 가장 막내지만 글로벌 산업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섰다. 이른바 전망이 불확실한 사업은 접고 ‘돈이 되고 전망 좋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21년 6년 연속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이어온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LG가 장기간 일궈온 핵심 사업이었지만 자존심을 굽히고 실리와 미래 성장을 선택한 것이다. 다음해인 2022년에는 12년간 해온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했다. 중국산 패널 등 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향후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보수적이고 신중했던 구본무 선대회장과는 달리 구 회장은 ‘실용주의 LG’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광모, 선대회장 뜻 이어 ‘전장·배터리’ 꽃피워
구 회장은 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사업 정리를 통해 얻은 자금을 ‘전장’과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들 사업을 LG의 미래 성장동력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구본무 선대회장이 전장과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큰 기대와 애정을 쏟았던 만큼 구 회장도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이 사업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배경이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선대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LG 지주사 직속으로 자동차부품팀을 신설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전장 기업인 ‘마그나’와 함께 ‘LG마그나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앞서 2018년에는 1조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를 이끌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 전략이 최근 전장 사업의 매출을 통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LG전자 전장 부문의 영업손실은 1198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3분기 134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사업 시작 10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오는 2030년에는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10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다. LG전자의 전장 부문 수주잔고는 2020년 55조원에서 지난해 말 80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올해 말에는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앞으로 멕시코 신규 공장이 4분기부터 본격 가동되고, 헝가리 공장도 설립되고 있어 북미와 유럽 등에서도 전기차 부품의 수주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배터리도 구본무 선대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사업이다. 당초 LG는 1995년부터 2차전지 독자 개발에 나섰고, 1998년에는 국내 최초로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2009년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인 LG화학은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배터리 납품 계약을 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선대회장이 뿌린 배터리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GM과 첫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에 합의, 지난해 가동에 들어갔다. 최근엔 일본의 도요타와 연간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에 GM 합작 2·3공장,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혼다 합작공장, 현대차 합작공장을 비롯해 애리조나와 미시간의 단독 공장 증설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3분기 영업이익은 7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급증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경쟁사인 삼성SDI는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SK온은 적자 국면인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취임 당시 구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5년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큰 성과를 내면서 구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가 관계자는 “구 회장은 취임 후 ‘2등 주의’, ‘안정주의’에 빠져 있던 LG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기업 문화부터 수평적으로 바꾸고 전망 좋은 사업을 적절히 선택해 집중했다”며 “LG만의 사업에 집중하고자 했던 선대회장의 방향성을 이은 결과, 최근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 ‘ABC’로 선대회장 뛰어넘나
전장과 배터리 사업은 구본무 선대회장이 씨를 뿌려 구 회장이 꽃을 피운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취임 5주년을 맞는 구 회장은 이제 자신이 직접 신사업을 발굴해 LG의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에 나서고 있다. 전장과 배터리를 기반으로 또 다른 신사업을 확대해 선대회장 그늘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구 회장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언하고 전장과 배터리 못지않은 투자를 단행 중이다. 앞으로 5년간 ABC 사업에 들어갈 투자액만 54조원에 달한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처음 열린 사장단협의회에서 “앞으로의 지주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회와 위협 요인을 내다보고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사업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챗GPT 등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자체 인공지능 개발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8월 말 AI 사업 육성 전략 점검을 위해 북미를 찾았다. 그는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이를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따라 사업구도에 큰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체인저”라고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구 회장의 AI 사업 육성 행보는 올해 곧바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LG가 2020년 그룹 차원에서 설립한 LG AI연구원이 지난 7월 초거대 AI인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연구원은 전문 데이터에서 근거를 찾아 응답을 해주는 ‘유니버스’, 분자구조와 수식 등을 학습해 신소재 개발을 돕는 ‘디스커버리’,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는 ‘아틀리에’ 등 3가지 플랫폼을 만들었다.
LG는 이 같은 AI 플랫폼을 LG의 각 계열사에 제공했으며, 계열사에서의 활용 및 개발 과정을 거쳐 외부 기업들에도 판매하는 기업 간 거래(B2B)에 나설 전망이다. LG AI연구원의 인력은 설립 초기인 2020년 70명에서 현재 250명을 넘기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 LG AI연구원이 지난해 AI 플랫폼을 개발하던 도중 오픈AI의 챗GPT가 발표되자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플랫폼 개발을 서둘렀으며 대대적인 설명회까지 개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LG가 AI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역점 사업으로 삼고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바이오 사업도 꾸준히 챙기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 뒤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8월에는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항암신약·세포치료제 등 신약 개발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관련 연구소와 스타트업을 찾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와 함께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을 강화하는 등 클린테크에도 사업 역량을 모으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 회장은 첨단 사업을 추진하면서 ‘ABC 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져 놓고 이들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한 뒤 목표를 달성하면 그 다음 목표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구 회장의 깔끔한 경영 철학이 엿보이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는 2등 LG가 아닌 1등 LG로 발돋움해야 할 시기”라며 “특정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배터리를 잘 만들어도 완성차 기업에 좌우되는 만큼 LG는 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하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LG만의 모빌리티 사업을 꾸리고자 했던 선대회장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권 분쟁’, 안정적 경영에 변수
구 회장은 최근 이 같은 사업 성과를 뚜렷이 내고 있지만 LG가에서 처음으로 상속권 분쟁에 휘말리는 리스크를 겪고 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놓고 선대회장 전 부인인 김영식 여사 및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LG 측은 “합의에 따라 4년 전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일단 구 회장이 재판에 휘말린 만큼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 모녀의 요구대로 지분이 재분배되면 LG의 지분구조가 변동되면서 경영권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현재 LG의 지분 15.95%를 가진 최대주주다. 세 모녀의 지분율은 김 여사가 4.02%, 구연경 대표 2.92%, 구연수 씨가 0.72%다. 만약 법원이 세 모녀의 손을 들어주면 구 회장의 지분은 9.7%로 줄어들고, 세 모녀는 14.09%로 늘어난다.
재계에서는 세 모녀가 승소해도 구 회장의 정통성과 장자승계 원칙을 따랐던 만큼 경영권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75년간 LG 총수 일가에서 소송 등의 분쟁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소송전으로 구 회장 및 LG그룹의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구 회장의 리더십에도 일부 타격이 갈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구 회장이 LG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상속권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황용식 교수는 “분쟁으로 인한 잡음이 계속 생기면 현 체제와 경영권에 대한 불신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면 사업 전략과 개편 등을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12월호
세계 전기차 주식 '시련기' 우등생은 격차 벌리기 '가속'
전기차 관련주 석 달 새 30% 하락
수요 감소 전망에 테슬라도 ‘볼멘소리’
수요절벽론·얼리어댑터 소비 끝
|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
최근 세계 전기차 관련주 시세의 하락이 두드러진다. 올해 7월 말 연중 고점 대비 현재까지 3개월여 사이 낙폭은 30% 가까이 된다. 내년 전기차 수요가 감속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하락세는 차량 제조사부터 부품 회사, 원재료 업체까지 아우른다. 기업 사이에서는 실적 전망을 변경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주가 하락의 배경과 전망을 정리해 봤다.
석 달여 30% ‘털썩’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전기차 관련주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자율주행 전기차·기술 ETF(종목코드: IDRV)’의 가격은 11월 3일 33.45달러로 연중 고점인 올해 7월 말 45.67달러 대비 27% 하락했다. IDRV는 선진국·신흥국에 상장된 전기차·배터리·자율주행 관련주에 투자하는 ETF다. 샤오펑·리비안·리오토·테슬라·르노·앱티브·BYD·ABB·필바라머티리얼스·폭스바겐 등이 투자 상위 종목이다. 투자 대상에는 제조사만 아니라 원자재 업체나 부품사도 포함된다.
IDRV 가격은 11월 들어 주식시장 분위기 개선과 맞물려 반등하고는 있으나 전기차 관련 기업을 둘러싼 전망은 우울감이 가시지를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파나소닉부터 전력반도체 업체 온세미컨덕터, 차량 제조사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 모터 제조업체 니덱 등 관련 업체들이 잇달아 기대치를 밑돈 실적 전망을 내놓거나 우울한 업황을 예고해서다. 자칭 ‘불황에 강한 회사’라며 경영 상황을 자신하던 테슬라마저도 볼멘소리를 낸다.
두드러지는 수요 감속
전기차 업황에 먹구름이 낀 것은 수요 감속이 두드러져서다.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자의 차량 할부금 부담이 커진 게 그 배경에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결산 설명회에서 수요를 진작하려 올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에 의해 그 효과가 제한되고 있음을 토로한 데서 어려움이 엿보인다.
수요 감속은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콕스오토모티브의 10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판매점의 전기차 재고분은 88일치로 전년 동월(30일분)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휘발유 차량의 재고는 60일분으로 더 짧았다. CNBC는 판매점 직원의 발언을 인용해 전기차 판매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수급상 불균형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전기차 업계에서 공장 건립 연기 등의 소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세를 유지 중이지만 올해 그 속도가 줄었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미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각각 75%였으나 올해는 비교적 낮은 50%를 기록했다. 블룸버그NEF 추산으로 이미 중국에서는 전기차 보급률(올해 중국 신규 전기승용차 판매량은 세계의 60%가량 차지 예상)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와 종전의 기대만큼 성장세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얼리어댑터 소비 끝나간다
수요 감속과 관련해 최근 전기차 시장이 수요절벽에 직면한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수요를 이끈 것은 신기술에 우호적인 소위 ‘얼리어댑터’ 집단이었는데 관련 집단의 수요 여력이 이제는 점차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성장의 관건은 일반인 수요자가 얼마나 소비하느냐에 있지만 실상은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 전기차 수요가 조만간 절벽을 마주한다는 것이다.
관련 주장에 따라 전기차 보급률이 시간을 따라 이른바 ‘종형(鐘形)곡선’을 따른다고 하고 이를 ①얼리어댑터가 채택해 가파른 성장세가 나타나는 제1 국면 ②일반 대중이 소비해 성장 속도가 가속됐다가 꺾여 둔화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제2 국면 ③성장 하강 속도가 가팔라졌다가 아예 정체 상태로 진입하는 상황까지 아우르는 제3 국면으로 구분하면 현재는 제1 국면이 마무리돼 가는 상태라는 얘기다. 2국면 진입을 앞둔 시점인데 당장은 이 이음새가 끊어져 보인다는 주장인 셈이다.
야후파이낸스와 입소스가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미국인 1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설문 결과에 따르면 57%가 신차 구매 시 전기차(순수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검토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은 11%, 전기차 구매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로 집계됐다. 과반이 전기차를 선택지로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셈으로, 그 이유로는 충전 인프라 부족이나 주행거리, 비싼 가격 등이 언급됐다.
배경엔 고가 인식
전문가들은 일반 소비자가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는 배경에는 고가 인식이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했을 때 유지보수 비용이 적어 절약의 효과가 있지만 초기 비용 자체가 높다는 인식이 장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로 9월 중순 CNBC에 따르면 2023년 테슬라 모델Y의 기본가격은 5만1380달러이고 아우디 Q5 프리미엄은 4만5795달러로 모델Y가 소폭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모델Y는 세제 혜택에 따라 7500달러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충전기 설치 비용(2000달러)으로 이점이 줄어든다.
현재까지 업계의 수요 감소 대응책은 테슬라를 필두로 한 가격인하책이었다.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9월 미국의 전기차(신차) 평균가격은 5만683달러로 1년 전의 6만5000여 달러에서 22% 떨어졌다. 문제는 현재까지의 인하책이 향후 수요 진작까지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이익률이 이미 자동차 업계 최고인 까닭에 추가 인하를 해도 재무상 여력이 있지만 관련 사업에서 적자를 내는 기업에 추가 인하는 고통이다. 특히 신흥 전기차 기업은 본업을 통한 현금창출 능력이 없어 증자하거나 외부에서 높은 금리를 주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므로 감내해야 할 고통은 더 크다.
우등생의 격차 벌리기
전문가들의 초점은 테슬라 같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우등생’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 확대로 옮겨갔다. 종전의 전기차 시장을 둘러싸고 ‘각종 브랜드의 난립으로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 터였다. 경영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한 가운데 수익성 확보에 실패한 기업은 계속 고전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 나온다. 오토포캐스트솔루션스에 따르면 2026년까지 미국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형 전기차 모델 수는 90여 개로 전망된다.
당장의 시련을 마주한 곳은 자금력이 부족한 신흥 기업이다. 예로 고급 전기차를 판매하는 루시드의 주가는 11월 3일 기준 올해 1월 하순 연중 고점 대비 낙폭이 64%다. 루시드의 출하량과 생산량 성적을 둘러싸고 투자자 사이에서 실망감이 나온 것이 그 배경이다. 자금난 우려가 나온 리비안은 올해 7월 말 고점 대비 낙폭이 36%다. 전기차에 초점을 두고 투자 활동을 전개해온 드레이크스타의 비탈리 골롬 파트너는 “강자는 살아남고 나머지는 고전을 겪을 것”이라고 봤다.

2023년 12월호
전쟁 등 불안심리 확산에 금·비트코인 ‘반짝반짝’ 빛났다
당분간 안전자산 강세 전망 지속 불구 추격매수는 금물
| 시드니=권지언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하 이·팔 전쟁)도 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팔 전쟁이 주변 세력 개입으로 확전될 경우 유가와 인플레이션에 이어 침체 리스크로까지 번질 것이란 우려 속에 지난 한 달 안전자산 중에서도 금과 비트코인 가격은 두드러진 상승세를 연출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간에 사라지기 어렵고 높아진 침체 가능성도 당분간 안전자산 상승 흐름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쟁 리스크가 누그러지거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살아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성급한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비트코인 ‘반짝’인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이 본격화하는 사이 10월 한 달 동안 금과 비트코인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0월 초 1815달러 수준이던 금 가격은 한 달 사이 10달러 넘게 뛰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고, 2022년 11월 이후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같은 기간 달러화 가치가 1% 가까이 떨어지고, 미국채 10년물 가격(수익률과 반대)도 역대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뉴욕증시의 경우도 10월까지 석 달 연속 월간 하락세를 기록해 안전자산과는 반대로 움직였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올해 들어 9월까지 금 800t을 매수하며 역대 최대 매입 열기를 보인 점도 금 가격 상승세에 보탬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매크로 변수와 별도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기대감과 내년 초 예정된 반감기 호재까지 겹쳐 10월 한 달 동안 27%가 뛰었다. 랠리에서 소외될까 두려운 포모(FOMO)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가 더해지면서 지난 1월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금 관련 ETF들도 강세를 연출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금 ETF인 ‘GLD’와 ‘IAU’도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11월 6일 현재까지 각각 8%, 6% 넘게 뛴 상태다.
추격 매수는 주의해야
이처럼 잘나가는 금과 비트코인을 아직 포트폴리오에 담지 않은 투자자들이 지금이라도 나서야 할지를 두고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금의 경우 호악재가 여전히 공존하고 있어 전망이 쉽지 않은데, 이·팔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채 금리 및 달러 후퇴 가능성 등은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중동 불안 속에서도 주식시장 등 기타 리스크 자산이 다시 강세를 보인 점은 금 가격에는 부담 요소다. 또 갑작스러운 중동 정세가 안정될 경우에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 포렉스라이브닷컴 수석 외환전략가 아담 버튼은 최근 미국의 고용 둔화가 확인되면서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졌음에도 안전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은 점은 고무적이라면서, 지정학 프리미엄이 빠진 가격도 2000달러에 머물러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국 금리와 달러 가치가 내려오면 수년간의 금값 랠리의 재료가 될 수 있고, 따라서 시장이 연준 긴축 종료를 기대하는 것은 금값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의 수석 전략가 마이크 맥글론은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며 금 가격은 내년 최고 3000달러까지 찍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도 낙관론이 신중론을 압도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서비스 업체 매트릭스포트는 과거 가격 추이를 토대로 지금 같은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경우 산타랠리와 함께 연말 비트코인 가격이 5만6000달러 선까지 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 비트코인이 1월부터 10월까지 100% 넘게 상승했을 때 연말까지 남은 기간 65% 추가 상승할 확률이 71%이며, 올해의 경우 가격이 연초 이후 10월까지 100% 넘게 올라 과거 추이처럼 연말까지 65%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가격은 5만6000달러까지 오른다는 주장이다.
비트코인 채굴 스타트업 볼케이노에너지의 공동 창립자이자 암호화폐 전문가 맥스 카이저 역시 비트코인은 사회가 불안한 상황일 때 가치가 더 오른다고 강조했고, 캐프리올 최고경영자(CEO) 찰스 에드워즈도 “명목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글로벌 긴장 및 전쟁 소식이 넘치는 가운데 (블랙록과 같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이 ‘안전 도피처’라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도 무분별한 추격 매수는 주의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암호화폐 투자 회사 캐프리올 인베스트먼트 창립자 찰스 에드워드는 “현재 비트코인 선물 시장이 과열 상태”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2023년 12월호
모바일 청첩장에 당한 피싱 사기…안심보험으로 피해 보상
2022년 환급률 26%...손배 어려워
삼성화재 등 피해보상 보험 취급
연간 보험료 1만원 이하 ‘저렴’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 지난 7월 60대 남성 A 씨는 메신저 피싱 사기를 당했다. 스마트폰에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받은 모바일 청첩장을 눌러본 게 화근이었다. 모바일 청첩장은 악성 앱 설치를 유도했다. 메신저피싱 사기범은 악성 앱을 이용해 A 씨 계좌에 있던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했고 A 씨 명의로 대출도 받았다. A 씨 피해액은 8500만원에 달했다.
정부가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사기 근절에 나섰지만 A 씨와 같은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줄었으나 피해자는 피해 금액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2022년 1451억원으로 2021년 1682억원과 비교해 231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는 1만3213명에서 1만2816명으로 397명 줄었다.
반면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률(피해금액 대비 환급액)은 2022년 26.1%에 그쳤다. 피해금액 1451억원 중에서 피해자가 돌려받은 돈은 379억원에 불과했다. 환급률은 2020년 48.5%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고 있다. 피해금이 여러 계좌를 거쳐 이전되는 과정에서 신속한 지급 정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는 전자금융사기 관련 보험을 판매해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사이버사고보상보험’을 취급 중이다. 보장 범위는 △피싱·해킹 등 금융사기로 인한 부당 예금 인출 및 신용카드 부당 사용된 금전적 손해 배상 △인터넷 직거래·쇼핑몰 사기로 금전상 피해를 본 경우 실제 금전손실액 보상 등이다. SNS 이용 중 사이버 명예훼손 및 저작권 위반 등으로 배상 책임이 발생할 경우에도 보장한다. 보장 한도는 각각 200만원이다. 각 보장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가족으로 1년형 가입 시 사이버 금융범죄 보상 보험료는 연 5630원, 인터넷 직거래·쇼핑몰 사기 보상 보험료는 연 2만2360원, SNS 등 온라인 활동 중 배상책임 법률 비용 보장 보험료는 연 8480원 등이다. 모든 보장을 선택했을 시 가족 가입 기준 연 보험료는 3만6470원이다. 삼성화재는 상생금융 일환으로 만 60세 이상 디지털 취약 계층 대상으로 보험료를 30% 깎아주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All New 리치하우스 가정 종합보험’ 중 상해 및 비용 관련 특별약관(특약)으로 전자금융사기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손해 특약은 보이스피싱 사고로 국내에서 금전적인 손해를 입은 경우 보험 가입금액 한도에서 보장한다. 사이버 명예훼손 특약은 보험 가입자가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자가 됐을 때 보상한다. 인터넷직거래사기피해 특약은 인터넷 직거래 사기로 금전상 피해를 본 경우 보상한다. 보험료는 기본 계약인 화재 손해 보장 대상인 주택 가격과 가입자 연령 등에 따라 차별 부과된다.
하나손해보험은 ‘하나 사이버금융범죄보상보험(Ⅱ)’을 통해 사이버 범죄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보장 대상은 피싱·파밍·스미싱·메모리해킹 등으로 보험 가입자가 계좌에서 예금이 부당 인출됐거나 신용카드 및 휴대전화 소액 결제 등을 통해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다. 보험 가입 금액은 100만·300만·500만·1000만원 중 선택 가능하다. 보상 비율도 50·60·70·80% 중 선택할 수 있다. 보험 가입 금액 500만원과 보상 비율 80%를 선택해 1년 가입할 경우 연간 보험료는 3410원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금융안심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한도액 100만원)과 직거래 사기 피해(한도액 20만원) 등을 보상한다. 개인과 기업이 가입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보상 내용을 설정하고 보험료를 내면 된다. 카카오톡으로 함께 가입할 가족을 추가하면 최대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기업 대상 단체 상해보험인 ‘플러스사랑단체상해보험(Ⅱ)’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상한다. 전화 금융사기 및 메신저 금융사기에 의한 금전상 피해를 보장한다. 보상 한도는 보이스피싱과 메신저피싱 각각 1000만원(금전상 피해액 70% 해당액)이다. 현대해상은 단체 가입을 통한 ‘하이사이버안심보험’으로 사이버 금융범죄 피해, 인터넷 직거래·쇼핑몰 사기 피해 등을 보상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혹시 피해를 봤다면 금감원과 금융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금융 범죄와 사기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3년 12월호
ETF 투자가 처음? 당신을 위한 ‘알쓸신잡’
국내 주식형은 CMA 계좌·위탁 계좌로 투자해야 절세효과 UP
변동성에 투자할지, 중장기적 관점에 투자할지 우선 결정해야
| 이석훈 기자 stpoemseok@newspim.com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10년간 19조4217억원에서 108조7444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성장률로 보면 무려 459.9%에 달할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릅니다.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투자 비율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을 통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투자자들의 유입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전략이나 포트폴리오 구성, 보수율 등 투자자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 보니 시장 초기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주린이 투자설명서’에는 ETF 초보자가 현명한 투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지식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국내외 투자 계좌 분리해야 절세효과 ↑
절세효과를 확실히 누리기 위해선 국내외 ETF를 각각 다른 계좌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내외 주식형 ETF에 적용되는 절세 제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내 주식형 ETF는 구성 종목이 오르면 개별 종목에 대해 분배 과세가 됩니다. 따라서 과세 금액을 절감하려면 위탁계좌(주식·채권·주식워런트증권에 직접 투자하는 계좌)나 CMA계좌(환매조건부 매매 또는 발행어음으로 운용하며, 하루만 맡겨도 약정 수익률을 제공하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로 투자해야 합니다.
반면 해외 채권형·해외 주식형 등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ETF는 투자하는 계좌가 과세 대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종목에 절세효과가 적용되는 위탁계좌나 CMA계좌보다는 계좌 자체에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계좌나 개인형 계좌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러면 투자 수익에 과세돼야 할 금액이 재투자가 되고, 연금 수령 시까지 IRP 계좌를 유지할 때는 절세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변동성 vs 중장기? 투자 관점 따라 전략 달라야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변동성에 투자할 것인지,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투자 관점을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전략과 투자 대상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 본부장은 “자신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라면 10년, 20년 투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그런 분들은 우주항공이나 방위 산업 등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테마에 투자하는 ETF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면 절대 레버리지 ETF를 선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복리효과가 빠지고 나면 1만원에서 9000원으로 떨어질 때보다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를 때 더 많은 상승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단기적으로 투자할 때는 목표 수익률과 투자 기간을 촘촘히 정한 후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때는 현물 지수를 추종하는 테마형 ETF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래량·보수율만큼은 확실히 점검 후 투자할 것”
마지막으로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항목 중 거래량과 보수율만이라도 확실히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정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 팀장은 “ETF도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매매가 되는 특성 때문에 ETF의 가치에 부합하는 가격에 사고파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적정 가격에 매수·매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거래량을 보는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이는 호가 개념 때문인데, 거래량이 많아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간극이 좁다면 그만큼 실제 거래 가격이 적정 가격에 수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면 거래량이 줄어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의 괴리율이 커지면 ETF 가격이 과대 평가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ETF를 매수할 수 있는 셈이죠. 이를 방지하려면 전체 평균 대비 거래량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TF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운용보수율 수치도 반드시 짚어봐야 합니다. ETF 운용보수란 ETF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투자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보수율이 낮을수록 투자자의 수익이 늘어나겠죠. 안 팀장은 “같은 지수를 동일한 전략에 투자한다고 해도 보수율 탓에 수익이 적어지는 일도 생긴다”며 “운용사별로 보수율이 5배 차이 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각사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해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2023년 12월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유 있는 ‘초격차 기술’ 의지 신성장동력 발굴에 성패 달렸다
상반기 저점 찍은 반도체...잃지 않은 ‘기술 리더십’
성장 정체 직면한 스마트폰 사업...포트폴리오 전환 시급
| 김지나 기자 abc123@newspim.com
| 이지용 기자 leeiy5222@newspim.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에 취임해 1년간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ICT(정보통신기술) 완제품 소비가 줄며 반도체 경기가 악화됐고, 삼성전자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끌어안았다.
반도체 위기 속에서도 이재용 회장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제 투자에 나서는 한편 반도체 경쟁력을 D램에서 파운드리로 뻗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미래에도 현재와 같은 일류 기업 위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으로 신사업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탓에...부진한 성적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액 67조4047억원, 영업이익 2조4336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2.21%, 영업이익은 77.57% 감소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실적 규모가 줄긴 했지만 전분기보단 매출액은 12.33%, 영업이익은 262.04% 늘었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흐름은 올해 상반기에 정점을 찍었다. 상반기 삼성전자는 매출액 123조7509억원, 영업이익 1조30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20%, 95%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DS사업본부가 올해 들어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자 대규모 적자로 이어진 영향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ICT 완제품에 대한 소비가 위축됐고, 이에 관련 기업들은 반도체 재고 소진에 나서며 반도체 가격은 하락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반도체 경기는 올해 하반기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ICT 완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며 반도체 가격 역시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시설투자는 총 25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반도체는 24조2000억원, 디스플레이는 9000억원으로 전체 투자액 중 반도체 관련 투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위기에도 투자...초격차 기술 강조하는 경영철학
위기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초격차 기술을 강조하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받고,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전 분야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파운드리를 낙점하며 여기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연내 완공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선 4나노 공정 기반의 파운드리 제품이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이 공장엔 22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42년까지 경기도 용인에 300조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삼성 파운드리 사업 허브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전자 D램 반도체를 키워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면, 이재용 회장은 파운드리 반도체를 통해 삼성전자를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은 파운드리에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였지만, 아직 대만 TSMC와의 경쟁력 차이는 아쉽다”면서 “반도체 경쟁력 대응은 다른 사업 진출을 위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고, 반도체 비메모리 파운드리를 강화하는 것은 앞으로 삼성전자에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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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M&A 시계...“신사업 진출로 포트폴리오 전환”
반도체 외에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성장 정체 국면을 맞은 기존 사업을 대체할 사업 발굴을 위해 이재용 회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인수합병)는 2017년 하만(Harman)을 끝으로 사실상 멈춰 있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현금보유량은 79조9198억원으로 1년 전인 39조5831억원 대비 2배가량 늘었다. 현금 실탄을 가지고 있음에도 실제 투자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이 멈췄고, 삼성전자가 신사업에 진출해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하는 방향이 맞을 것”이라며 “다만 한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과 같이 크지 않은데 이미 공룡기업이 된 삼성이 신사업에 진출해 덩치를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호
반도체 터널에 돈 먹는 배터리...최태원 SK 회장 '과도기' 넘는다
SK온 외부자금 조달만 10조...반도체, 업황 회복 더뎌
“돈 벌 기회·리스크 모두 큰 SK, 리스크 돌파 관건”
| 김지나 기자 abc123@newspim.com
| 신수용 기자 aaa22@newspim.com
| 방보경 기자 hello@newspim.com
올해로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전체 사업 방향성에 있어 과도기 터널을 지나고 있다.
SK하이닉스 인수 후 처음으로 맞은 반도체 다운텀에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SK온은 흑자로 돌아서지 못한 상황에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며 그룹 내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SK그룹이 겪고 있는 리스크는 미래 SK그룹의 핵심 축이 될 사업들과 관련된 만큼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최태원 회장이 비전으로 제시한 SK그룹의 글로벌 기업 도약이 현실화될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호황 누리다가 4분기 연속 조 단위 적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조 단위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분기와 2분기 각각 3조4023억원, 2조8820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황 사이클을 타는 반도체 산업이 다운텀에 진입하며 SK하이닉스 역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미래 사업으로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를 낙점하며 투자를 이어왔다. 정유와 통신업으로 덩치를 불린 SK그룹은 아직까진 내수 중심의 정유와 통신 사업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내수 중심의 사업구도에서 벗어나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사업을 주축으로 SK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그룹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화의 첫 단추는 2012년 2월 SK하이닉스 인수였다. 인수 후 때마침 반도체 호황기가 도래했고, 미·중 간 패권전쟁 속 반도체 기술이 핵심으로 떠오르며 SK그룹의 D램 반도체 기술력은 SK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발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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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최태원 회장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면담을 갖고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반도체·전기차 배터리·바이오 분야에 22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ICT 완제품 소비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으며 D램 반도체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반도체 업황은 반전됐다. 연초까지만 해도 올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업황 회복 시기는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 2020년 10조3000억원이란 큰돈을 들여 인수한 인텔의 낸드메모리 사업부 솔리다임은 여전히 적자를 이어가며 업계에선 SK가 잘못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이어졌다.
무너진 SK이노 주가...SK온 흑자전환 시기 불투명
SK하이닉스가 외부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SK온의 경우 사업 초기 단계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로 그룹의 자금 압박을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20% 가까이 하락했다. 고점이었던 지난해 7월 말 기준으론 40% 급락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 번 돈이 SK온 투자금으로 유입되는 상황이 이어지며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SK온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외부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10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12월 SK온은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을 확보했다. 이후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유치했고, 지난 5월엔 MBK컨소시엄과 SNB캐피탈로부터 투자금 1조100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최근 SK온은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추진했다. SK온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1년 이하로 변제기한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총 4조7605억원이다.
SK온이 공장 가동으로 수익을 내 차입금을 갚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와 맞물려 내년 배터리 수요 전망 역시 어두운 상황이어서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배터리 담당 애널리스트는 “내년 SK온 캐펙스(CAPEX·설비투자금액)는 7조로 잡혀 있는데, 직접적인 자금 압박은 올해보단 내년에 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완성차 업체가 판매 부진을 겪으며 배터리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데, 헝가리 신공장 라인이 들어갈 시점에 이 공장을 계획보다 빨리 돌릴지 늦출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 끝난 SK바사 등...“리스크 극복·내실화가 관건”
최태원 회장과 사촌동생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함께 키우고 있는 바이오의 경우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리즈마, SK팜테코 등 4대 기업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 백신 위탁생산(CMO)을 맡아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엔데믹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반면 SK바이오팜의 경우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가 성장하며 향후 성장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증권사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SK바이오팜에서 개발한 엑스코프리의 경우 좋은 약이지만 기존 환자들은 원래 처방약을 받게 돼 점유율 증가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서고, 향후 엑스코프리 매출만으로도 캐시플로우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은 사업을 많이 벌여놓은 만큼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큰 반면 리스크도 함께 안고 있다”면서 “정유나 통신은 이미 성장성이 없고 반도체와 2차전지가 성장해야 그룹이 성장할 수 있는데, 지금 리스크를 SK그룹이 어떻게 돌파해 내실화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2023년 12월호
'새 먹거리 발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롯데' 밑그림 그리기 광폭행보
유통·화학 외 미래 먹거리 발굴
공식 자리마다 장남 신유열 동행
| 노연경 기자 yknoh@newspim.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재계 순위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뉴롯데’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들어갔다. 공식적인 자리마다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를 대동하며 경영 수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본업인 유통과 화학을 넘어 헬스케어, 모빌리티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영구적 위기’ 속에서 본업 경쟁력이 흔들리자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신유열 상무가 이끌 ‘뉴롯데’ 준비에 나선 것이다.
흔들리는 양대 축...미래 먹거리는?
유통과 화학은 1970년대부터 롯데그룹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산업군이자 그룹의 매출 비중 60%를 담당하는 ‘양대 축’이다.
롯데지주가 발간한 ‘2022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총매출 84조8136억원에서 유통(21조6606억원)과 화학(28조6594억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각각 25.5%, 33.8%로 60%에 육박한다.
하지만 유통은 쿠팡 등 ‘신흥 유통 강자’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고, 화학은 기초소재에서 2차전지로 축을 이동하는 과도기 과정을 거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의 유통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한 5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조6220억원으로 7.2% 감소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2분기 77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5.9% 감소한 5조24억원이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은 관계사 신용등급 줄하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에서 경쟁력을 되찾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9월 19일 13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IR 데이’를 열고 영국 온라인 그로서리 솔루션 업체인 오카도(Ocado)와의 파트너십, 백화점 주요 점포 리뉴얼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케미칼도 10월 13일 ‘CEO IR 데이’를 열고 고부가 제품 확대 및 친환경 제품 전환으로 2030년 스페셜티 소재 매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롯데그룹은 헬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가지 신성장산업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 9월 롯데헬스케어는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출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신유열 주요 자리에 동행 “아들 경영 수업 중”
롯데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의 중심에는 오너 3세인 신유열 상무가 있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처음 나간 해외 출장에 신 상무를 동행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 공식 자리마다 신 상무와 함께하고 있다.
첫 출장지인 베트남에서는 신 상무와 함께 베트남 핵심 정·관계 인사를 만나고, 호찌민에서 개최한 ‘롯데 뚜띠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했다.
베트남은 롯데그룹이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낙점한 곳이다. 호찌민 방문 이후 1년 뒤인 올해 9월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에서도 부자(父子)가 함께 자리했다.
그 사이 국내에서도 신 회장의 경영 수업은 계속됐다. 신 상무는 올 초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을 기점으로 그룹의 주요 전략 방향을 결정하는 VCM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총괄회장이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했을 때도 신 회장은 아르노 회장에게 신 상무를 직접 소개하며 그를 챙겼다.
올해 롯데그룹 임원 인사를 통해 신 상무가 그룹의 모태인 유통 분야에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11월 말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지난 9월 하노이에서 신 상무와 관련, “우리 아들이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유통 분야 등에서의) 활동 계획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 상무의 경영 수업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에서도 ‘뉴롯데’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신 상무를 위한 세대교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한국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6월 동시에 ‘미래 성장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이 TF는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신 상무를 위해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2월호
‘혁신·야성 강조’ 김승연 한화 회장, 글로벌 방산기업 도약 속도
한화오션, 인수 첫 실적 발표에서 흑자전환
육·해·공 방산 시너지 기대...경영 정상화·인재 확보 관건
| 정승원 기자 origin@newspim.com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육·해·공을 다 갖춘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한 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은 최근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의 흑자전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이던 2020년 4분기 이후 12분기 만에 처음이다.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든 점을 감안하면 향후 한화오션의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육·해·공 글로벌 방산기업 시너지 효과
한화그룹은 올해 창립 71주년을 맞으면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10일 창사 71주년 기념사에서 ‘혁신’과 함께 “창업시대의 야성을 되살리자”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근의 지속적인 사업 재편과 M&A(인수합병)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업시대의 야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냉철한 안목으로 우리의 부족함을 찾고 혁신과 도전으로 채워갈 인재와 기술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한화오션의 인수도 한화그룹이 추진하는 혁신 중 하나다. 한화오션의 인수는 최근 사업 영역을 방산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재편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행보를 보여준다. 한화오션은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마침내 최종 인수에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그룹 내 방산 사업을 담당한다. 기존의 육지와 우주 방산 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됐고 여기에 잠수정 건조 능력을 갖춘 한화오션까지 더해진 것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풍력, 수소 등의 에너지 기술을 갖추고 있다. 한화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선박 제조 기술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한화오션의 인수로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이 완성된 것이다.
한화오션은 LNG선 외에도 LNG를 사용한 추진선, 암모니아와 수소 에너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동관 존재감 드러낸 한화오션 인수...여전한 과제들
한화오션의 인수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이끌었다. 김 부회장의 존재감은 부회장을 맡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다 ㈜한화 전략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그룹의 주요 사업인 태양광, 석유화학, 방산, 항공우주 등을 김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오션 인수 이전에 한화디펜스, 한화방산 등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한 것도 김 부회장이 주도했다.
한화오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김 부회장은 향후 한화오션의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한화오션은 새롭게 출범한 뒤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오는 2040년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 2022년 말 1542%였던 한화오션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기준 397%로 줄었다. 현재 진행 중인 유상증자가 완료될 경우 부채비율 역시 20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상증자로 마련되는 돈은 2조원. 한화오션은 이 가운데 9000억원을 방산 초격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인력 문제 해결도 김 부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화오션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수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서울 사무소에 연구개발, 설계 분야 인력 배치를 늘려가는 등 미래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시작된 경력직 채용도 △생산 △연구개발 △설계 등 기술 분야와 △영업/사업관리 △재무 △전략 △인사 등 사무 전 분야에서 진행 중이며 연말까지 이어진다.
기존 인력을 대상으로도 연봉체계 개편을 통해 급여를 인상했다. 각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7300만원 수준으로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의 8472만원, 삼성중공업의 8400만원보다 1000만원가량 낮은데 이를 경쟁사 수준으로 인상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에서 개최된 채용설명회에 직접 참여해 한화오션의 방산 부문 경쟁력을 피력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2023’에서는 “한화그룹이 대한민국 대표 방산업체로 해외 진출에 앞서나가고 있는 만큼 한화오션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12월호
네이버 이해진, AI 글로벌 경쟁 시험대...카카오 김범수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사우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 수주...네이버, 글로벌 확장 가속
카카오, 경영진 사법 리스크로 글로벌 사업 확장 ‘빨간불’
尹 대통령 발언에 네카오 겨냥한 ‘온플법’ 수면 위로
| 양태훈 기자 dconnect@newspim.com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글로벌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카카오는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해외 사업 확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해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의 리더십 아래 네이버는 해외 매출 비중을 증가시키는 반면, 카카오는 검찰 수사와 사법 리스크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과 사업 전반의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마련 논의에 힘이 실리면서 양사는 국내 시장의 규제 강화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양사가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문어발식 확장으로 양사가 빠르게 성장하며 대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국내 시장이 포화된 만큼 해외에서 답을 찾지 않으면 논란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 해외 시장에서의 양사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지만 양사는 웹툰,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사업 부문에서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 사우디 네옴시티 수주 발판 마련
이해진 네이버 GIO가 최근 AI 기술을 앞세워 중동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택부와 1억달러 이상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 이번 프로젝트는 사우디 수도를 포함한 주요 도시들에 클라우드 기반의 3D 디지털 모델링을 구축하는 것으로서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이번 수주를 계기로 미래 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에도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또한 네이버가 이번 수주를 통해 글로벌 인지도 제고는 물론 해외 매출 확대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우디 주택부로부터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는데, 레퍼런스 확보로 향후 네이버랩스의 로봇, 자율주행 등 기타 서비스 및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수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이 20%대에 머무르는 네이버에게 이번 사우디 수출은 중동 시장을 넘어 전 세계적인 비즈니스 확장으로 이어질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이해진 GIO는 지난 2016년 7월 네이버의 첫 글로벌 주자인 라인(LINE)을 미국과 일본에 상장하며 북미와 유럽 시장에 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네이버는 연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해 왔다.
다만 네이버는 메신저(라인), 커머스,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해 왔으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또 라인은 본진인 일본에서 미즈호와 2018년부터 인터넷은행 사업을 준비했지만 올해 3월 라인뱅크 설립 계획을 중단하는 등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카카오, 사법 리스크로 글로벌 사업 차질 불가피
카카오는 최근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의장직을 내려놓고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역할만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 확장에 전념해 왔지만, 사법 리스크 확대로 구속 위기에 처했다.
김 센터장은 2000년 한게임 재팬 설립을 통해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살려 2017년부터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를 맡아 한국과 일본 현지에서 해외 사업 확장을 주도해 왔다. 특히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1조1000억원을 투자, 타파스(웹툰)와 래디쉬(웹소설) 등을 인수해 해외 매출을 크게 확대하는 등 해외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올해 3월 해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 2025년까지 해외 시장에서 2600억원의 추가 매출을 획득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올해 8월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의 북미 통합법인을 출범, 양사 소속 아티스트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전 의장에 대해서도 검찰 송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카카오의 엔터테인먼트를 통한 해외 사업 확장은 모두 차질을 빚게 됐다.
전문가들은 사법 리스크가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에 타격을 주는 만큼 사업계획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사법 리스크는 동사의 지배구조 변화 및 글로벌 성장 전략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및 타 자회사까지 상장 가능성이 낮아지며 순이익의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 본업과 신사업의 점검 및 재정비가 필요한 현재 상황에서 해당 리스크로 인해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 우려될 수 있다”고 전했다.
플랫폼 기업 문어발식 확장 제동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전념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다. 이런 가운데 규제 당국이 양사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나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택시의 독과점 문제를 두고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반드시 제재 등 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온플법’ 마련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온플법은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와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법이다. 공정위는 여기에 더해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합병해 경쟁을 제한하는 킬러 합병을 막는 방안까지 법제화를 고려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동안 문어발식 인수합병을 통한 자회사 상장 등으로 성장을 이어왔는데, 앞으로는 이를 적극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네이버, 카카오와 관련된 논란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며 “국내 시장이 위축되면 양사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나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면 충분히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12월호
[2023 재계] 생존·사절단·미래…재계 총수들 지구촌 누비다
커지는 글로벌 불확실성...‘생존’이 키워드
경제사절단·엑스포 유치 활동 등 분주
미래 성장동력 산업 선점 위해 적극적 투자
|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
2023년, 재계 그리고 이를 이끄는 총수들은 어느 해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엔데믹 이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글로벌 침체가 길어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전 등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여느 때보다 불투명한 경영 환경은 재계를 짓눌렀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그리고 총수들은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활발한 세일즈 외교로 인해 총수들은 전 세계를 돌면서 경제 외교를 펼쳤다. 게다가 나라 전체의 숙원 사업인 2030년 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재계 총수들은 여러 나라를 찾아다니는 사절단 역할을 자처했다.
이런 재계 그리고 총수들의 바쁜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글로벌 경제는 예측하기 어렵다. 또 과거 한국이 최고였던 여러 산업 분야들은 중국, 대만 등 경쟁국들의 추격으로 더 이상 굳건한 1위라고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기업들은 현재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더 키우는 동시에 미래를 먹여살릴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 취임 1년간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ICT(정보통신기술) 완제품 소비가 줄며 반도체 경기가 악화됐고, 이로 인해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이 회장과 삼성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선제 투자에 나서는 한편 반도체 경쟁력을 D램에서 파운드리로 뻗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로 회장 취임 25년이 된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인수 후 처음으로 맞이한 반도체 다운텀에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 SK온은 흑자로 돌아서지 못한 상황에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며 그룹 내 재무 부담을 키웠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올해 부산엑스포 유치에 전념했다. 사업적으로는 올해 그룹을 힘들게 했던 반도체와 배터리가 결국 미래의 핵심 축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빠른 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재계에서 가장 돋보인 그룹은 현대차그룹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 3년째를 맞은 현대차그룹은 역대 최고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완성차 두 곳 외에도 부품·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선전으로 연간 매출액 400조원을 돌파할 기세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사업으로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에 사활을 걸고 있다. IT와 미래 모빌리티 관련 인재 채용도 늘리면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포티투닷에 유상증자를 통해 1조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했고, 이를 바탕으로 포티투닷은 공격적인 인재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 로보틱스,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선택과 집중’ 그리고 ‘고객 경험’이라는 키워드로 위기 속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섰다. 모바일 사업 철수, 태양광 패널 사업 정리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 전장과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이들 사업을 LG의 미래 성장동력의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구 회장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언하고 전장과 배터리 못지않은 투자를 단행 중이다. 앞으로 5년간 ABC 사업에 들어갈 투자액만 54조원에 달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재계 순위와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뉴롯데’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돌입했다. 공식적인 자리마다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를 대동하며 경영 수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본업인 유통과 화학을 넘어 헬스케어, 모빌리티까지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올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육·해·공을 다 갖춘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한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오션의 흑자 전환으로 첫 단추를 잘 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김승연 회장은 ‘사업 초기의 야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그룹을 더 키우자는 독려로 해석된다. 여기에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김동관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한화그룹은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2023년 12월호
철강 그 이상의 미래... 최정우의 포스코 '눈부신 진화'
지주사 전환 이후 친환경 미래 소재 분야 과감한 투자
그룹사 시총 한때 122조원, 임기 중 가장 큰 성장
| 채송무 기자 dedanhi@newspim.com
“앞으로 철강을 비롯한 2차전지 소재, 수소 등 핵심사업 중심의 성장을 통해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거듭날 것이다.”
재계 5위 포스코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정우 회장이 사상 최초 지주사 전환과 친환경·신산업 소재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철강 회사를 넘어 첨단 미래 소재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은 기존 철강 분야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해 2차전지 소재와 친환경 분야로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 7월 포스코 그룹사의 시가총액은 122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에서 2차전지 종목들의 조정으로 현재는 약 76조원에 머무르고 있지만, 혁신을 주도한 최 회장은 역대 최초로 연임 이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정우 체제 핵심은 지주사 전환 및 미래 사업 확대
최 회장 체제의 핵심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한 사업 다각화 및 미래 사업 투자 확대다. 최 회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이뤄낸 철강 성공을 넘어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는 미래 비전을 잡았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3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 기술 혁신 가속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등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가운데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환이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주사로의 혁신과 신산업 구상을 꾀하고 △철강 △배터리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을 그룹의 7대 핵심사업으로 정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배터리 소재 분야였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를 인수했고, 호주의 필바라와 레이븐소프 지분을 인수하는 등 배터리 소재의 풀 밸류체인을 갖추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포스코그룹은 양극재 분야와 관련해 2019년 포스코켐텍, 음극재와 관련해 포스코ESM을 합병해 포스코퓨처엠을 만드는 등 배터리 소재 분야에 힘을 실었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연구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30년 당초 목표였던 61만톤의 양극재 생산을 100만톤까지 확대하고, 매출 43조원과 영업이익 3조4000억원을 달성해 양극재 1위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총투자액 121조원을 2차전지 소재(46%), 철강(35%), 친환경 인프라(15%) 순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을 목표로 리튬 생산능력 42만3000t을 완성하고 리튬 사업 매출을 13조6000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 목표로 8조5000억원을 제시하는 등 신사업 집중 육성을 통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철강과 비철강 비중이 비슷해질 가능성도 있다.
탄소중립 205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분야 및 수소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포스코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이 기술은 석탄 대신 100% 수소를 사용해 직접 환원철을 생산하고 이를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제철 과정에서 사용하는 수소 역시 그린수소를 이용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파이넥스 설비를 포스코와 공동으로 설계했던 영국의 플랜트 건설사 프라이메탈스와 수소환원제철 엔지니어링 기술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하이렉스(HyREX) 시험설비 설계에 착수하는 등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시험설비는 2026년에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기술 개발을 완료한 후 2050년까지 포항·광양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재임 기간 시가총액 가장 많이 올린 경영자
최 회장은 재임 기간 소속 기업의 시가총액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 최고경영자로 기록될 정도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최 회장은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최근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6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CEO 393명의 재임 기간 시총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가장 큰 상승을 이뤄낸 CEO로 기록됐다. 이처럼 시총의 대폭 상승과 2차전지 소재를 집중 육성해 철강 위주의 굴뚝기업에서 탈피하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한 점 때문에 최 회장은 연임 이후 임기를 마치는 최초의 포스코 회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지금까지 포스코 역사상 연임에 성공한 후 임기를 끝까지 마친 회장은 단 한 명도 없어 ‘포스코 회장 잔혹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역대 포스코에서 연임에 성공한 회장도 많지 않다.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이 연임했지만 이명박 정부인 2009년 임기를 1년 2개월여 남기고 물러났고, 정준양 전 회장도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4년 사퇴했다. 권오준 전 회장 역시 문재인 정부인 2018년 자진 사퇴했다.
초대 박태준 회장부터 2대 황경노 회장, 3대 정명식 회장, 4대 김만제 회장, 5대 유상부 회장 등은 모두 연임이 되지 않았음에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정권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됐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최 회장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서 제외되고 있는 점을 들어 역대 회장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좋은 실적과 함께 최 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이 같은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1월경 CEO 승계협의회를 구성하고 12월에는 후임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연임을 통해 2차전지 소재와 친환경 분야 종합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했고 실제로 성과를 거뒀다. 2차전지 회사들에 대한 평가가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포스코 그룹의 시총은 3분기 들어 줄어들었지만, 최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높다. 사상 최초의 파업 위기도 수습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 회장은 역대 최초로 포스코에서 연임 후 임기를 마친 회장으로 퇴임 이후에도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23년 11월호
美 고금리 현상은 이젠 '상수'...당분간 ‘단기채+현금성 자산’이 도피처
인플레 추이와 연준 금리 전망 살피며 전략 수정해야
| 시드니=권지언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전세계 금융시장의 자산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금리가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을 예상보다 오래 유지할 모양새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탄탄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는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 5.5%(상단 기준)에 달하는 기준금리를 한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란 점을 확실히 했고, 금리인하 기대감이 설 자리를 잃은 동시에 미국 국채금리는 폭등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0월 3일 4.81%까지 올라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30년물 금리는 6일 기준으로 4.938%까지 오르며 역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5.515%까지 올라 1년 전 4% 미만에서 큰 폭으로 뛰었다.
미국채 금리 급등은 기술주를 필두로 한 미국 증시 상승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코인 등 위험자산 시장 전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어떤 모습으로 하락할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겠지만 과거 같은 초저금리 체제를 더는 기대할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월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새로운 ‘뉴 노멀’ 시대를 맞아 투자 전략을 새로 짜야 하며, 당분간은 짙어진 불확실성에 일단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리스크를 피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금리 장기화’ 기정사실
월가의 대가들은 이미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길 것을 경고해 왔다.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설립자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10년물 금리가 5% 부근이나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16년래 최고치를 갈아치운 미국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블랙록은 투자 노트에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리의 의견에 시장이 공감하고 있다”며 “금리가 오르는 동시에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한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 마찬가지로 빌 애크먼 퍼싱 스퀘어 최고경영자(CEO)도 10년물 금리가 최소 5%를 뚫고 오를 것이란 동일한 전망을 제시했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월가에는 더 높은 수준의 금리가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된 데 이어 기준금리가 7%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최악의 시나리오하에서 기준금리가 7%까지 인상되는 한편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해 시장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룸버그가 9월 18~22일 사이 실시한 서베이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이 제시한 기준금리 전망치의 최고 수위였던 6%보다 1%포인트나 더 높은 수준이다. 제이미슨 쿠트 본즈의 찰리 제이미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7% 기준금리에 준비되지 않았다”며 “실제로 금리가 7%까지 인상되면 곳곳에서 자산 버블이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매파 목소리가 아직 우세하다. 9월 FOMC 이후 클리블랜드 연은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연준의 일이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며,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한 뒤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FOMC 투표권을 가진 미셸 보우면 연준 이사도 인플레이션을 중앙은행 목표 수준으로 낮추려면 여러 번의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혀 불안감을 조성했다.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애틀랜타 연은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금리를 동결하길 원한다고 밝혔지만 “금리인하가 적절할 때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고, 더 나아가 ‘의미 있게’ 인상할 가능성도 40%에 이른다고 밝혔다. 월가는 ‘의미 있는’ 인상을 두 차례 금리인상으로 해석한다.
단기채와 현금성 자산 인기
월가 전문가들은 당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당분간은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이나 단기채에 투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통상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의 상대 투자 매력이 감소해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채권의 경우 시중금리가 상승할 때는 금리 레벨에 따른 가격 민감도가 낮고 장기채보다 높은 금리에 이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단기채 매력이 커진다. 이 때문에 시장금리가 오르거나 주식이 조정을 받을 때는 단기채와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을 넣어둔 뒤 나중에 주식이나 장기채 저가 매수에 나서려는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편이다.
최근에는 만기 1년 이하의 미국 초단기 국채(T-Bill)가 주식을 넘어서는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기가 짧아 다른 국채보다 금리 위험이나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작은 T-Bill은 낮은 수익률이 유일한 단점으로 꼽혔지만 최근 이러한 단점마저 사라진 것이다. 지난 8월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6개월물 T-Bill 수익률이 5.5%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S&P500지수의 수익률(Earnings yield) 4.7%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워런 버핏이 올해 8월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우려에도 불구하고 ‘걱정하지 않는다’며 3~6개월물 매입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러한 수익률 매력 때문으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금이 주식보다 우월한 적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더블라인캐피털 CEO이자 CIO인 제프리 건들락은 “T-Bill을 사고 차분히 기다리면 된다”면서 “마치 지하감옥처럼 느껴진 2016년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고 T-Bill 투자를 적극 추천했다. 그는 “당시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연율 5%의 수익률을 얻으려면 정크본드(하이일드채권)를 사고 레버리지를 일으킨 다음 채권 부도가 안 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T-Bill을 사면 된다”고 말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최고 미국 전략가는 “현금 자산보다 주식이 비싸다”며 “위험 자산인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로 성장이 빠른 기업을 찾아야 하는데 현금의 경우 아무런 리스크 없이 5.5%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사 가이드스톤의 데이비드 스피카 회장 겸 CIO는 “국채와 머니마켓펀드 등에서 나오는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주식을 매수해 위험을 떠안을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데 이어 인플레이션 또한 목표치를 웃돌고 있어 나중에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더라도 그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금의 매력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크레디트 사이트의 위니 시사르 글로벌 채권 전략 총괄은 “연준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 현금이 킹”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일반인도 재무부의 웹사이트 TreasuryDirect.gov에서 신규 발행된 T-Bill 투자가 가능하나, 미국 납세자 식별번호나 송금용 미국 은행 계좌가 필요한 까닭에 번거롭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 구입할 수도 있지만 금융기관마다 최소인수금액이 정해져 있어 큰 금액을 넣어야 구입이 가능하다. 금액이 크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안일 수 있다. T-Bill에 투자하는 ETF 중에는 만기 3개월 미만 채권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3개월 미만 국채(SGOV)’ ETF, 만기 1~3개월 단기채에 투자하는 ‘SPDR 블룸버그 1~3개월 T-Bill(BIL)’ ETF, ‘골드만삭스 1년 미만 채권(GBIL)’ ETF와 1년 미만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단기재무부채권(SHV)’ ETF 등이 있다.

2023년 11월호
잘나가는 차·배터리·조선…최대 애로는 인재 확보
| 채송무 기자 dedanhi@newspim.com
최근 경제 위기 속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자동차와 배터리, 조선 업계의 구인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력 수급을 두고 현대자동차, HD현대 등 대기업의 고민이 크다.
자동차와 배터리, 조선 업계의 핵심 연구소와 공장이 대부분 지방에 위치해 인재 유치에 불리한 데다 회사의 불투명한 비전과 안정성 등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문제는 해당 산업의 근간인 차 부품업계와 중소 조선소에서 더 심각하다. 영세한 이들 업체의 경우 연구개발(R&D) 예산이 적고 관련 인재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미래 시대 전환이 더 늦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미래차 전환 등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산업 전반에 위기가 올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다.
車 업계 “전기전자·소프트웨어 인재 자동차 꺼려”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차 관련 인재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현용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 본부장은 “미래자동차 관련 인력의 부족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현대차그룹도 포함된 문제”라며 “최근 미래차는 전기전자 베이스와 소프트웨어 베이스인데 그쪽 인력들이 자동차 업계를 꺼리는 부분이 있고 지역적 문제도 있다”고 했다.
자동차부품 산업으로 내려오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지난 2022년 8~10월 실시한 인력 현황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부품 산업의 2000여 개 사업체, 전체 종사자 25만3935명 중 미래차 전용 부품군은 5142명(2.0%) 수준에 불과했다. 내연차-미래차 공용군이 14만3674명으로 56.6%에 달했다.
특히 부품업계의 연구개발 인력은 8379명으로 3.3%에 불과했다. 여기에 연구개발 종사자 내 직무별 분포도도 내연차 파워트레인 35%, 바디 및 내외장 18%, 섀시 16% 순으로 전통적인 내연차 직무가 가장 높았으며 친환경차 관련 직무는 친환경차 파워트레인 6%, 배터리 시스템 4%로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미래차 직무는 전체 연구개발 직무의 16%였다.
김 본부장은 “부품기업들은 대부분 금속가공 기술을 베이스로 하는데 미래차 시대에 전기전자 핵심 부품으로의 전환은 인력도 없고 경험도 전무해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미래차 산업 구조에 편입되더라도 금속가공 기술 분야에서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도 “2021년 고용보험 통계를 보면 전북은 부품업계를 포함한 자동차 연구개발 인력이 180명가량이고 울산도 200명밖에 없다. 실질적인 R&D 인력을 뽑아보면 전북은 50명도 안 되고, 울산도 100명이 채 안 된다”며 “2022년에는 자동차 산업 전체의 R&D 예산이 처음으로 10조가 넘는데 현대자동차그룹의 비중이 더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완성차 5개사와 부품업체 전체를 보면 R&D 인력에 허수도 많다. 막상 실험실에 가보면 사람이 없다”며 “생산기술 인력과 연구개발 인력은 구분해야 하는데 허수가 많아 미래차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인력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공급이다. 김 본부장은 “지금은 연구개발 인력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며 “연구개발 인력이 공급될 수 있는 곳은 결국 대학이다. 대학 교육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해외 석박사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
배터리 업계도 구인난은 마찬가지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해외 대학의 관련학과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인재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이미 해당국가의 회사들이 선점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항공편, 숙소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해야 해당 국가 인재들이 취업설명회에 참여할 정도”라며 “이런 이유로 CEO가 직접 해외로 나가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CEO와 개별 면담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오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만 국내에서 2~3차례 채용 행사를 열었는데 여기에 CEO, CTO, CHO가 모두 참여하는 등 회사 전체가 움직인다. 그만큼 인재 확보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여할 만큼 인재 확보가 중요해진 이유는 향후 배터리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의 경쟁력은 언제든지 따라잡힐 수 있다. 이젠 기술이 비슷해졌다”며 “차기 기술 개발이 정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연구직 지원자들은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자신의 연구 지속 가능성, 전공을 살릴 수 있는지를 핵심으로 본다. 한 관계자는 “지역에 있는 연구시설을 수도권으로 옮기기도 했다”며 “서울 근무가 매력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구직자가 서울에 대부분 몰려 있는 반면 연구소나 공장은 대부분 지역에 있는 것이 문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어서 지역 인재를 우선 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 업계 “설계·기술 인력 2014년 절반 수준”
조선 업계는 핵심 기술 인력뿐 아니라 생산직 인력도 부족하다. 외국인 인력 수급과 임금 수준 인상을 통해 꾸준히 충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쉽지 않다. 타 업종에 비해 임금과 복지 등 처우가 낫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 업종뿐 아니라 설계와 친환경 기술 인력 등 핵심 미래 인력 분야에선 어려움이 더 크다. 조선해양산업 인적개발위원회는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2014~2015년 2260명 정도였던 국내 조선해양산업 기술인력의 규모는 2022년 기준 1250명으로 감소했다”며 “산업체와 국책연구소, 유관연구소 등을 포함해도 180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불경기 동안 국내 조선해양공학 분야 전문대학의 수가 감소했고 조선해양공학 전공자의 조선소 취업자 수도 줄었다. 위원회는 “상대적 저임금과 직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 기업의 비전 부재”를 이유로 꼽았다. 특히 실질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선 빅3인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꾸준히 설계 등 연구개발 분야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800여 명, 올해는 1000여 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R&D 인력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매년 100명 이상 채용해 왔고 올해는 200명 채용이 예정돼 있다. 올해 현재까지 100여 명 채용이 완료됐다.
한화오션도 상시 채용을 통한 인재 확보에 이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연구개발, 설계, 생산, 영업, 사업관리, 경영지원 등 핵심 분야 인재를 등용한다.
최근 한화오션은 미래 해양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도약을 통해 2040년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서울 남대문사무소에 연구개발, 설계 분야 인력 배치를 늘려가는 등 미래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적극적으로 인재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많은 인재 선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중소 조선사다. 이들은 연구개발 인력보다는 생산 인력에 집중하고 있어 대형 조선소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설계 등 핵심 분야 인력이 빅 3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채용도 하고 관련 학과 지원도 하고 있지만 쓸 만한 인재가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생산인력도 문제다. 계속 공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수주를 해도 납기를 맞추지 못할까 두려울 정도로 인력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2023년 11월호
반도체 인력 수만 명 부족…기업들 국내외 '인재 찾아 3만리'
2031년 반도체 인력 5만명 이상 부족
경쟁국도 인력난...‘고급 인력’이 반도체 성패 갈라
정보통신, 미래 인재 육성 불투명...해외 유출 우려
| 조수빈 기자 beans@newspim.com
| 이지용 기자 leeiy5222@newspim.com
기업들의 구인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인재를 찾아 국내외를 발로 뛰는 기업들이 여럿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의 구인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기업들의 인력 부족 현상과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국내 산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 기업들의 구인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반도체는 첨단 기술이 집적된 분야인 만큼 인재 확보가 어떤 산업보다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술 발전이 급격히 이뤄짐에 따라 하루빨리 글로벌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우수 학생들의 공대 기피 현상도 심화되면서 향후 반도체 인력 수급 전망은 더 암울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 반도체 구인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 뒤처지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인력난 가속화...“기업들 비상”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1년 국내 반도체 인력 규모는 30만4000명으로 증가하지만 2021년 기준으론 17만7000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같은 수준이 지속될 경우 2031년에는 무려 5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약 3000명의 반도체 인력이 꾸준히 부족한 셈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요구되는 인력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가파르게 치솟고 있지만 현장에서 인력 충원 규모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연간 반도체 관련 취업자 수는 5000명 수준에 불과해 기업들의 인력 부족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인공지능(AI) 및 서버 산업의 확대로 2·3나노급 첨단 미세 공정과 이를 위한 반도체 설계 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런 만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은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고 설계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지만, 현재 고급 인력 양성 규모는 턱없이 작다.
현재 현장에 충원되는 반도체 인력 중 절반 이상은 대부분 직업계 고등학교와 전문학사 등 초급 인력이 차지하고 있다. 대학 전공 졸업생은 650명, 고급 인력인 석·박사 졸업생은 150여 명에 불과하다.
특히 반도체 인력을 양성해야 할 대학에서의 반도체 관련 학과 기피 현상은 해가 지날수록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들도 ‘의대 열풍’에 밀려 신입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의 등록 포기율은 무려 275%, 삼성전자의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등록 포기율도 13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와 연세대의 반도체 관련 학과의 경우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도 등록 포기율이 72.7%에 달했으며,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80%를 넘었다. 계약학과를 졸업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취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등록금도 전액 지원받을 수 있지만 학생들의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관련 학과에 지원했던 학생들 대부분이 의대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2024학년도 대학 수시 경쟁률에서도 주요 대학의 의대 평균 경쟁률은 46 대 1로 나타나 지난해보다 상승 추세다. 반면 반도체 등 첨단학과의 평균 경쟁률은 16 대 1 수준으로 의대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와 반도체학과 등에 동시 합격하면 반도체 등 첨단학과를 포기하는 현상이 여전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대학의 계약학과 설치를 고육지책으로 내놨지만 반도체 인력 충원 효과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의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사이 현장에서 부족한 인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최근 학생들 사이에 반도체 분야는 ‘꼼꼼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어 기업의 인력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연구개발(R&D)이 굉장히 중요해 정부의 지원을 통한 대학원과 연구기관의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최근 관련 지원 예산은 되레 삭감됐다”며 “아직 기업들의 반도체 계약학과 지원 규모도 크지 않아 인력 확보에 한계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들이 국내 주요 대학에 계약학과를 공격적으로 설립했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 인력 또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평택과 용인 등에 수백조 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어 앞으로 우수 인력이 더 필요하지만 절대적 인력 풀이 작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우수 인력 확보에 기업의 미래가 달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약학과가 생겨도 현재 교수 수가 부족해 인력 양성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는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별도의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국도 구인난...인력 확보에 반도체 성패 달려
국내뿐만 아니라 반도체 경쟁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국들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 반도체 시장의 선점 여부는 기업들의 반도체 인력 확보에 달릴 전망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오는 2030년 기준 자국의 반도체 일자리는 11만5000개까지 늘어날 전망이지만 그중 6만7000개가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대학의 반도체 인력 배출 규모 등을 감안하면 미국도 향후 인력 부족이 심각해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 규모를 키우고 있어 필요 인력이 더 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일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전자정부기술산업협회(JEITA)는 도시바, 소니 등 주요 기술기업에 3만5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본은 최근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등 자국 대기업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를 세우면서 반도체 인력 수요가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년간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산업에 힘을 쏟지 않은 탓에 국내 반도체 인력 풀 자체가 부족하다.
대만의 경우 반도체 전문 인력이 부족해 당장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가 400억달러(약 53조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숙련 인력 부족 문제로 당초 2023년에서 2025년으로 미뤄졌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경쟁국가들이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향후 첨단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인력 확보’에 우선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비교적 단순했던 기존의 반도체 공정과 비교하면 최근 급격한 기술 개발과 AI 시장 확대 등으로 연구개발의 중요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TSMC뿐만 아니라 인텔과 라피더스 등이 2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 경쟁에 뛰어들면서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자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각 국가들이 인력 충원에 한계가 있어 힘에 부치는 것 같다”며 “고급 인력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쪽이 향후 첨단 반도체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환 교수는 “경쟁국가들은 반도체 설계 등 첨단 공정에 맞춘 고급 인력 확보에 힘을 쓰고 있다”며 “이들 국가에서는 탄탄한 학령 인구 등이 뒷받침돼 국내보다는 인력 확보가 비교적 원활할 것인 만큼 우리도 최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인력 확보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정보통신의 R&D 예산안이 올해 대비 5조2000억원이나 삭감되면서 향후 20~30년 이후엔 전문 인력 채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31조8000억원으로 책정된 예산이 내년도에는 25조9000억원으로 대폭 삭감되면서 내년 신규 연구과제뿐 아니라 기존 사업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과학연구업계에선 지난 9월 5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등 10개 단체가 참여한 ‘국가 과학기술 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를 출범시키는 등 내년 R&D 예산 복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예상 삭감률은 정부출연연구원(출연연)의 전체 인건비, 경상비, 연구개발비, 운영비, 시설비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기초연구 예산은 2조4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000억원이 깎였다. 출연연 예산도 2조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3000억원이 줄었다.
출연연에서 채용하는 연구인력이 증가세였다는 점에서 타격이 더 크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출연연의 정규 연구인력은 2020년 1만2085명에서 지난해 1만2287명으로 202명 늘었다. 같은 기간 비정규 인력인 박사후 연구원은 1162명에서 1471명으로 309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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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육성 사다리 무너지나...전문 인력 더 줄 것”
기초연구는 연구 특성상 성과가 나오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고 성과가 나오더라도 가시적인 결과를 내거나 바로 상용화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정부 심사 시 평가점수가 낮을 확률이 높아 예산 삭감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초연구가 현재 대부분의 과학업계 인재들과 기업을 연결하는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지원비는 대부분 인건비와 연구개발에 필요한 연구자재 구입에 사용되기 때문에 예산 삭감이 향후 전문 인력 양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어확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대부분 기업에 들어가 있는 석박사 이상의 인재들은 대학이나 연구원에서 경험과 실적을 쌓아온 이력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주요한 중간단계인데, 이러한 기회가 없어지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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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연합회는 지난 9월 19일 성명서를 내고 “기초연구는 연간 수천만 원의 소액부터 7억원 이상의 우수연구자 과제로 구성돼 연구자들이 신진-중견-리더연구자로 발전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사업으로서 연구자들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며 “신진연구자를 중심으로 인력의 해외유출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연구소에서는 해외에서 들어온 이직 제안을 기준으로 면접을 진행 중인 연구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면 국내의 적은 인력의 몸값 상승으로 인건비 인플레이션도 우려된다.
예산 삭감 통보로 인해 내년 신규 과제는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신규 예산과 과제에 따라 짜는 채용 계획도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과학인재 양성의 핵심 기관인 카이스트도 고유 연구, 학생지원사업 등을 포함하는 내년도 주요 사업비가 10%대 삭감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1월 30일 이후 예산안이 확정되면 연말에야 전문 인력 채용을 할 수 있게 된다. 연말연초 인재 채용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몇 년 전부터 해오던 국책 과제의 연구비까지 삭감되면서 비정규직 연구원, 인턴 채용도 불투명해졌다. 프로젝트 수주로 일부 충당하던 연구원들의 월급도 영향을 받는다”며 “과학계 비정규직 증가와 이공계 기피 현상에 맞물려 R&D 연구비 삭감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에는 당장 피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삭감된 R&D 예산은 대부분 연구소기업, 연구기관 등에 할당되는 공공기술 분야이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면서도 “기업과 대학을 연계하는 지원비가 줄어들거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이 끊기면 장기적으론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3년 11월호
만성질환·진료기록 있어도 받아주네~ '유병자보험' 인기 만점
1인당 연평균 내원 18.61일...월 진료비 43만원
보험 심사 문턱 낮춰 유병력자도 가입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 비싸...가입 신중해야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 직장인 A 씨는 최근 한 생명보험사에 암보험 가입을 신청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생명보험사는 A 씨가 지난해 받은 종합건강검진 결과를 문제 삼았다. 당시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 A 씨는 재검사를 통해 정상 소견을 받았다. 재검사 결과 증빙자료도 보험사에 제출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재검사 이력을 이유로 A 씨 암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았다. A 씨는 할 수 없이 유병자보험을 통해 암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A 씨와 같이 유병자보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의료기관 방문 이력과 진료비 지출 내역은 보험 가입 시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인은 건강이 좋지 않아 한 달에 한 번 이상(연평균 18.61일)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는다. 진료비 지출도 해마다 불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비 총액은 102조4277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약 102조원 중 건강보험에서 76조7250억원을 냈다. 환자가 부담한 진료비는 총 25조7027억원이다. 지난해 국민 1명당 월평균 진료비 지출은 약 43만원이다.
일반 보험 상품에 가입하려면 보험사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A 씨와 같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있다. 이와 달리 유병자보험은 만성질환을 앓거나 과거 진료 기록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유병자보험으로 간편심사보험이 있다.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최근 3개월 내 입원·수술·추가 검사 필요 소견 △최근 2년 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입원 및 수술 여부 △최근 5년 내 암 등으로 인한 진단·입원·수술 여부 등 3가지 항목(3·2·5 고지)만 확인한다. 3가지 항목 충족 기간에 따라 ‘3·2·5 고지’, ‘3·5·5 고지’, ‘3·N·5 고지’ 등으로 구분된다.
간편심사보험은 질병 종류와 관계없이 입원비와 수술비를 보장한다. 다모은 건강보험(삼성생명), 교보실속간편가입종신보험Plus(교보생명), 무배당 NH하나로간편한건강보험(NH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헬스케어건강보험(미래에셋생명) 등이 있다. 다모은 건강보험은 한국인 3대 질병으로 꼽히는 암·뇌혈관질환·허혈심장질환을 보장한다. 삼성생명 유병자 상품 중 최다 수준인 68개 특약을 담고 있다. 교보실속간편가입종신보험Plus는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으로 예정 이율은 5년 미만 3.5%, 15년 미만 2.5%, 15년 이상 2.15% 등이다. 무배당 NH하나로간편한건강보험은 간편심사 고지 방식과 상품 구조에 맞춰 10종으로 구성된다. 1~8종은 암부터 상해까지 종합 보장하고, 9~10종은 3대 질환 진단비 위주로 보장한다. 미래에셋생명 헬스케어건강보험은 가입 후 미래에셋생명이 정한 무사고에 해당하면 그 기간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유병자보험의 또 다른 종류로 고혈압·당뇨병 특화 보험이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면제한 보험이다. 주로 암 진단을 보장한다. 보험사는 최근 부인암을 보장하는 여성 특화 보험도 내놓고 있다. (무)흥국생명 GOGO다담은 여성건강보험(흥국생명)이 대표적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 등 이력이 있는 여성도 가입할 수 있다. 일반암과 소액암 등 기존 암 보장은 물론이고 여성암 보장 특약 가입 시 자궁암과 난소암 등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 비싸
유병자보험은 가입 문턱이 낮은 대신 일반 보험 상품보다 보험료가 1.1~5배 비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 유병자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불필요하게 높은 보험료만 부담할 수 있다. 보험 갱신 시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대부분 유병자보험은 5~10년 주기로 계약이 갱신된다. 이때 연령 증가를 반영해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유병자보험은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일부 완화한 상품이지만 계약 전 반드시 알려야 할 사항을 사실대로 알리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경우 보장이 제한되거나 해지될 수 있다”며 “보험료 수준과 납입 능력, 계약 유지 가능성, 갱신 주기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3년 11월호
상장 첫날 '따따상'이면 4배 번다...공모주 성공 투자법은?
기업공개 시장 활기...두산로보틱스, 서울보증보험 등 증시 입성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 확대...기대수익 높지만 ‘변동성 확대’ 주의
| 이윤애 기자 yunyun@newspim.com
“공모주 청약하고 소고깃값 벌자.”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공모주 투자자들이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기보다는 상장 직후 매도해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청약에 나섭니다. 하반기 들어 기업공개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다시 공모주 청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에 이어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대어급 기업들의 증시 입성도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이에 더해 올해 6월부터 상장일의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서 상장 당일 최대 4배의 수익까지 노릴 수 있게 됐습니다. 공모주, 공모주 청약 방법 공부하고 ‘소고깃값’ 벌어볼까요.
공모주가 뭔가요?
공모(公募)란 비상장 기업이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에 상장하는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주주를 모집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모주는 공개모집주식을 줄인 말로 기업이 공모를 위해 발행하는 주식, 공모주 청약은 투자자가 공모주를 사겠다고 신청하는 행위입니다.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은 특정 증권회사를 주관사로 정해 일련의 기업공개 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공모가는 공모주 1주당 가격을 말합니다. 상장하려는 기업은 상장 주관사와 협의해 적정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분석한 후 공모가를 산정하게 됩니다.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방식은 상대가치 평가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해당 기업의 특성과 재무 현황, 경영 성과 등을 고려해 복수의 비교 기업을 선정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구합니다. 그런 다음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과정을 통해 최종 공모가를 결정합니다. 공모가 밴드 상하단 사이에 가장 많이 나온 금액으로 확정하는데, 수요예측에서 높은 흥행을 보인다면 밴드 상단을 뚫고 더 높은 가격에 확정하기도 합니다.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은 특정 증권회사를 주관사로 정해 이 같은 기업공개 절차를 진행합니다.
공모주 청약 방법은?
우선은 공모주 청약 일정을 알아야 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거래소 기업공시채널(카인드), 각 증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약 시작 전날까지 상장 주관사 등에 계좌를 개설하고 청약 기간 내에 해당 주식계좌로 청약증거금을 넣은 후 각 증권사 HTS와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ARS 등을 통해 신청하면 됩니다. 청약증거금은 신청하고자 하는 공모주 금액(공모가×주식수)의 50%를 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모가가 1만원이고, 10주 청약한다면 10만원의 50%인 5만원이 증권계좌에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증거금 규모에 ‘비례’해 주식을 배정받는 비례배정으로만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 탓에 수천만원~수억원의 증거금을 내고 겨우 1주를 배정받기도 했는데 2021년부터 상장기업은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의 50%를 균등배정 방식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균등배정은 최소 수량만 신청하면 ‘균등’하게 공모주를 배정하는 방식입니다. 증권사에 따라 고객별로 투자 한도 및 적용되는 증거금 비율을 달리 하거나 주식 배정 물량이 달라질 수 있어 청약 자격을 확인한 후 전략적 선택이 필요합니다.
상장 첫날 ‘따따상’ 가능...최대 4배 수익
한국거래소가 지난 6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신규 상장종목의 상장일 가격제한폭을 공모가격의 ‘60~400%’로 확대했습니다. 기존에는 상장일에 최대 따상(장전 공모가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중 상한가)까지 가능해 공모가보다 최대 260%까지만 오를 수 있었는데 상승폭이 더 커진 것입니다. 다만 이제 막 공모를 마치고 상장한 주식들은 주식의 변동성이 심한 경우가 빈번한데, 이에 더해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한 주가 변동폭이 더욱 커져 투자자들은 이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