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09월호
'배드 이즈 굿' 공식 버려라...글로벌 증시 '변동성 폭풍' 끝나지 않았다
‘R의 공포’ 확산에 8월 ‘경기’ 일으킨 글로벌 증시
월가 전문가들 “주가 조정, 위험회피 현상 당분간 이어질 듯”
| 시드니=권지언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올해 들어 신고점을 거듭 경신하며 랠리를 연출해 오던 글로벌 주식시장이 7월부터 기술주 중심으로 위태로운 흐름을 보이더니 8월 초 역대급 변동성을 연출,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그간 다소 부진한 미국 경제 지표가 나오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단서가 될 것이라며 호재로 받아들이던 시장은 막상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본격 시사하자 지표 부진을 ‘침체’ 신호로 해석하며 공포감을 조성했다. 연준이 9월 인하에 나서도 이미 때는 늦었다는 실기론이 고개를 들었고, 예상보다 과감했던 일본은행(BOJ)의 매파 행보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까지 맞물리며 시장 혼란은 가중됐다.
변동폭이 가장 컸던 일본 증시의 닛케이 지수는 8월 5일 하루 12.40% 폭락한 3만1458.42엔에 마감하며 올해 상승분을 전부 반납, 1987년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6일에는 전일 대비 10.23% 급등하며 전날 하락분의 대부분을 회복, 일일 기준 역대 최대 상승했다.
월가 ‘공포 지수’로 불리는 VIX(변동성 지수)도 롤러코스터를 타긴 마찬가지였다. 5일 아침 VIX는 65.73까지 치솟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폭락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장 마감 시 VIX는 38.57로 떨어졌고, VIX의 일일 변동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뉴욕증시 S&P500 지수는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5% 넘게 떨어져 2년 만에 최대 3일간의 하락을 기록했지만 일본 증시를 따라 반등하며 조정 고비는 넘겼다.
‘R의 공포’는 과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은 악재가 투자자들의 공포를 자극한 뒤 이들이 서둘러 자산을 매도했고, 그간 과도하게 매입된 자산부터 팔리면서 변동성이 커진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자동 매도 주문과 같은 복잡한 시장 흐름으로 인해 시장이 출렁인 것일 뿐 기본 경제 펀더멘털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1987년 ‘블랙 먼데이’도 단기적인 일시 현상이었고,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무너졌지만 그 당시에도 주식 하락은 오래가지 않아 이번 역시 비슷한 흐름일 것이란 얘기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S&P500이 사상 최고치에서 14일 만에 8.5%가 내렸는데, 이러한 급속한 하락이 드물긴 하나 이후 몇 주 내지 몇 달 동안 강한 플러스 수익률을 동반하곤 했다고 주장했다.
언스트앤영의 그레그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폭락과 관련해 “앞으로 나올 제한적인 경제 지표나 연준과의 소통을 고려하면 이번 반응은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고,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오스틴 굴스비 총재도 최근의 미국 고용 보고서에 대한 시장 매도는 과잉 반응이라면서, 8월 5일 시장 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장 거품 붕괴나 시장 폭락에 직면해 있다는 명확한 신호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건전한 조정 같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 절호의 저가 매수 기회라는 주장도 나왔다. RBC는 VIX가 35 이상으로 마감되면 S&P500 지수가 향후 3개월과 6개월 동안 각각 평균 6.5%와 14.5% 상승했다고 분석했고, 리틀 하버 어드바이저스의 톰슨은 로이터에 “VIX가 40에 도달하면 S&P500 지수가 매일 2.5%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이상의 수준은 큰 위기 상황이 아니면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동성 폭풍은 아직 안 끝나
월가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약세장이 펼쳐지진 않았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고 중동 확전 가능성과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이벤트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만큼 주가 조정 및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8월 6일 자 오피니언난에서 “시장 혼란은 일단락된 듯 보이나, 변동성이 새로운 트렌드가 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래셔널 에쿼티 아모르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 티게이는 “8월 2일부터 시작된 3일간의 주식 매도세에 이은 VIX의 움직임은 ‘매우매우’ 이례적”이라며 “시장에서 무엇인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 손상을 복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센터는 8월 초와 같은 패닉성 급락은 단시일 내 진정될 수 있으나, 경기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경제 지표의 추가 확인이 필요함에 따라 당분간은 기존의 상승세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 변수들이 곳곳에 포진한 점도 투자심리의 신속한 회복을 가로막는다고 짚었다.
핌코 전 대표이자 유명 시장 논평가인 빌 그로스는 로이터와의 이메일에서 “지수가 저점에서 소폭 회복된다고 해도 거래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내셔널얼라이언스증권 글로벌 채권 책임자 앤드루 브레너도 “시장은 약간 통제불능 상태”라며 “전면적 패닉이며, 실재는 없지만 몇 주간은 고통스러운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적 및 계절적 흐름에 비추어 이미 7월 말 주식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가들은 앞으로 몇 주간은 주식 변동성과 하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지난 1936년 이후 S&P500 지수는 매년 평균 5% 이상의 하락을 3차례 정도 겪었고, 최소 한 번은 10% 수준의 조정을 보이곤 했다는 것이다.
BofA는 최근 대형주 중심으로 나타난 급락 흐름이나 소형주로의 로테이션이 나타난 점, 여름이면 지수 수익성이 악화되는 계절적 요인 등을 감안할 때 8월에서 9월 사이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JP모건과 씨티, 노무라 등 투자은행(IB)들은 당분간 악화된 투심을 반전시킬 요인을 찾기가 어렵고, 투심 회복을 위해서는 빅테크 반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09월호
금리인하기 변액보험 주목…가입시 유의할 점은?
신계약 보험료 월 80억원 육박
1년 수익률 평균 6.89%...iM라이프 11.75%
투자 성과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도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예금 금리도 뚝 떨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연 2% 중반(1년 만기)까지 내려왔다. 올해 초 연 4%에 육박했던 저축은행 예금 금리도 연 3.6%대까지 하락했다. 고금리 시기가 끝나간다는 분위기가 퍼지자 높은 수익률과 고금리를 보장하는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도 그중 하나다.
변액보험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중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계약자 투자 성향에 적합한 펀드에 투자하고 실적에 따라 발생한 이익을 배분하는 상품이다. 변액보험은 상품 설계에 따라 질병과 사망을 대비하는 변액종신보험(보장성), 노후 대비를 위한 변액연금보험(저축성), 자유 납입이나 중도 인출 기능이 있는 변액유니버설보험(보장+저축성) 등으로 구분된다.
올해 들어 변액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다. 신계약 가입 건수 기준 2022년 12월 1만13건에서 2023년 12월 5811건으로 뚝 떨어졌으나 지난 6월 1만55건까지 회복됐다. 변액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2022년 47억원에서 2023년 12월 35억원으로 주저앉았다가 올해 6월 79억원까지 증가했다.
변액보험이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연 7%에 육박하는 수익률에 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20개 생명보험사의 지난 1년 동안 변액보험펀드 수익률은 6.89%다. iM라이프생명이 11.75%로 가장 높았다. 이어 메트라이프생명(10.23%), 푸본현대생명(10.16%), 흥국생명(10.12%), AIA생명(9.63%), 미래에셋생명(9.51%), 삼성생명(9.10%), 한화생명(8.60%), KDB생명(8.15%), 교보생명(7.81%), ABL생명(7.65%) 등이 뒤를 이었다.
생명보험사는 한발 더 나아가 최저보증형 변액보험 상품도 내놨다. 이 상품은 변액연금보험 수익률과 상관없이 보험사가 미리 정한 수준의 연금액을 보장한다. IBK연금보험은 연 단리 8%를, iM라이프는 연 단리 7%를, KDB생명은 연 단리 6%를 각각 보장한다. 최저보증 적용 기간은 보험사마다 다르다. KDB생명과 IBK연금보험은 20년이고 iM라이프는 30년이다. 최저보증형 변액보험 연금액은 나이와 보험료,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때문에 최저보증이율만 보지 말고 회사별 상품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본인에게 유리한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명보험사는 강조한다.
원금 손실 발생 가능성...시장 상황 맞게 펀드 변경
변액보험은 운용 실적에 따라 보험금과 해지환급금이 변동된다. 투자 성과가 좋지 않다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초 변액보험을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 마련 대상에 포함시켰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단기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을 수 있다”며 “원금 보장을 원한다면 예·적금에 가입하는 게 더 나은 선택지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변액보험은 최소 10년 이상 장기로 유지해야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저축성 변액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볼 수 있다. 당장 목돈이 필요할 경우 변액보험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변액보험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변액보험 가입 후 펀드 선택 등 투자 결정은 계약자가 해야 한다. 보험사는 계약자가 선택한 펀드를 운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계약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관리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변액보험은 투자 결과가 계약자에게 귀속되므로 펀드에 대한 계약자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해 경기 변동,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펀드 변경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09월호
65세 이상 인구 1000만명 돌파…국민 20%가 고령층
전체 인구의 19.6%가 65세 이상
수도권에 고령층 집중...40% 차지
노동인구 감소...국가경쟁력 약화 우려
|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4년 7월 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 현상은 전 세계적인 문제지만, 대한민국의 고령화 속도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 수준이었지만 이젠 2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급격한 고령화는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활력을 잃게 만든다. 더구나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만큼 국가 경쟁력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65세 이상 2019년 700만명대 → 2024년 1000만명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주민등록 인구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7월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1002만446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 인구 5126만5238명의 19.6%에 해당한다. 지난 7월 들어 65세 이상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앞서 행안부는 7월 10일 65세 인구가 1000만62명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65세 이상 연령별 인구를 보면 △65~69세 352만6690명 △70~74세 233만2941명 △75~79세 175만1817명 △80~84세 134만443명 △85~89세 74만6668명 △90~94세 25만9885명 △95~99세 5만7336명 △100세 이상 8688명 등으로 나타났다.
65~69세의 경우 전년 대비 23만5284명이 늘었다. 지난해 전년 대비 20만5911명이 늘어난 것에 비해 3만5000여 명이 더 늘어난 셈이다. 이는 올해 들어 60~64세 인구가 전년 대비 6만3507명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해당 연령층에서 상당수 규모인 64세 인구가 65세 인구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의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22%를 차지했다. △서울 17.8% △부산 7.6% △경남 6.9% △경북 6.4% △인천 5.2% △대구 4.8% △전남 4.8% △충남 4.7% △전북 4.3% △강원 3.8% △충북 3.4% △대전 2.5% △광주 2.4% △울산 1.8% △제주 1.2% △세종 0.4% 등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도 수도권에 40%가량 집중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국의 고령화 자체도 문제지만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고령인구 역시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고령화 인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인구 구조”라고 말했다.
고령화 따른 사회문제 확대 예고...저출산 대비·고령화 대응 절실
인구 관련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는 이미 예고된 것으로 갈수록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의 연령별 추계 인구(2025~2070년)를 보더라도 초고령화의 가속화를 확인할 수 있다. 5년 단위로 볼 때 65세 인구 비율은 △2025년 25.1% △2030년 30.1% △2035년 37.6% △2040년 44.9% △2045년 51.0% △2050년 56.4% △2055년 60.3% △2060년 64.1% △2065년 67.9% △2070년 69.4% 등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추계 인구 수가 이 같은 속도로 늘어가면서 각종 사회 문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인구의 급격한 감소다. 노동력이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이는 국가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와 연금 지출이 증가하면서 재정적 부담도 크게 늘어난다.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
여기에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부담도 급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령 인구가 더 늘어나면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주택, 일자리 문제 등에서 세대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고령 인구의 증가에 따라 노인 복지와 건강 관리의 중요성도 부각된다. 단순히 의료 서비스의 확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 사회적 활동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은 “저출산은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라며 신경을 쓰는데, 현재 나타난 고령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우리 사회에 이미 벌어진 고령사회에서 베이비붐 1차 세대는 이미 노인에 진입했고 2차 세대 역시 노인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인구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고령자에 맞춰 대응책을 당장 찾아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08월호
정부가 밀어주는 재건축·재개발 “정부·서울시 지원방안 최대 활용하라”
재건축·재개발 사업, 핵심은 사업성...지원방안 조기 확보해야
재건축, 신통기획 최대한 활용해볼 만...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에 사활 걸어야
재개발·주택개량, 모아타운에도 관심을...집값보다 재정비에 초점
|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활성화를 예고했던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서서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지원 아래 주민들이 원하면 어디든 재정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 공사비 급등과 남아 있는 규제 문턱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10년, 20년을 두고 국내 부동산 시장은 물론 내수 경기를 이끌어갈 규모로 성장하는 추세다. 더욱이 정부가 적극 장려하고 있는 만큼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 캠프 시절부터 주택 공급 확대를 주장하며 그 방법론으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윤석열 정부보다 1년 먼저 서울시정을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위축됐던 강남권 재건축을 비롯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와 서울시의 재정비사업 정책은 과거 4대 저밀도지구를 지정해 재건축 시장을 본격 ‘론칭’한 조순 서울시장과 외환위기 이후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시장을 주목했던 김대중 정권의 정책 방향과 닮아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순응하는 투자 계획을 짜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서울 거주자, 신통기획·모아타운 최대한 활용해야
정부와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정책 방향은 뚜렷하다. 바로 신속통합기획과 노후도시 특별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시부터 서울시와 추진위원회가 공공성을 전제로 한 가이드라인인 신속통합기획안을 마련하고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 심의 기간을 줄여주는 사업제도를 말한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빠르면 10년, 길면 20년도 걸리는 사업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신통기획은 재건축 조합에게 있어 반드시 활용할 만한 요소로 꼽힌다.
물론 신통기획을 도입하면 공공 기여가 다소 늘기 때문에 여기서 발생하는 조합의 손해는 있다. 하지만 사업기간을 줄여 금융비용을 저감할 수 있는 데다 층수 등에서 일반 사업단지보다 서울시 심의를 얻어내기가 쉬운 만큼 오히려 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 시장 전문가는 “신통기획은 오세훈 시장이 퇴임하고 민주당에서 서울시장이 나오면 없어질 제도”라며 “이를 장려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 시절이라면 적극적인 추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재건축사업 여부는 서울시 심의에 달린 것인데 신통기획을 장려하고 있는 서울시가 신통기획 단지와 일반 단지 심의에 대한 대처가 동일하지 않을 것이란 심리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치 은마 , 잠실 주공5단지와 같은 비(非)신통기획단지는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지만 심의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신통기획 단지들의 사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21년 시작된 신통기획 단지 가운데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올 초만 해도 한 곳도 없었다. 이 때문에 기대만큼 신통기획단지의 사업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신통기획을 하지 않는 일반 사업단지보단 훨씬 빠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3월 이후 정비구역 지정 신통기획 단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신통기획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공공 재개발·재건축 제도가 사실상 재정비사업을 중단시킨 점을 감안하면 일부 공공 기여가 늘어나는 대신 밀도를 높여 사업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통기획의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신통기획이 오 시장이 주도한 사업이란 점에서 아직 완벽히 제도화하지 않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인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이다. 제도상 시공사 선정은 정비계획이 확정된 다음에 할 수 있다. 당시 한양 재건축은 신통기획 가이드라인을 확정했으며 이를 토대로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가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가이드라인일 뿐 정비계획이 확정돼야 한다는 자기 부정적인 선언을 하며 시공사 선정을 무효화했다. 이는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서울시의 정책 방향에 심각한 의심을 하게 만든 것으로 시장에선 분석하고 있다.
주민 동의를 모으기가 쉽지 않은 노후 저층 단지라면 모아타운·모아주택에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모아타운은 소규모 재건축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사업 방식으로 한두 개 필지만 모아 사업을 할 수 있다. 재개발처럼 주민 동의를 모으는 데 힘을 뺄 필요 없이 ‘뜻이 맞는’ 주민들끼리 추진할 수 있다. 물론 재개발이나 단독주택 재건축처럼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기 어려운 만큼 사업성은 낮다. 하지만 적은 분담금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며 20년 후 다시 재건축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후 저층 주거지의 주택 개량에 있어 좋은 방법이란 평가가 나온다. 저층 주거지역에서도 노후 단지와 신축 단지가 뒤섞여 있는 곳이라면 모아타운 사업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잘 팔리지도 않는다는 빌라, 저층주택의 주택 개량을 위해 추진할 만한 사업으로 꼽힌다.
수도권, 노후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에 적극 나서야
수도권에서는 노후도시특별법으로 진행하는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균 용적률이 높은 수도권 신도시 재건축은 높은 공사비로 인한 분담금 과다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가 지원하는 노후도시특별법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 특히 서울시 신통기획, 모아타운과 달리 연속성이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노후신도시정비특별법의 핵심인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좀 더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진단된다. 일단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정부와 지자체의 유무형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 노후도시정비특별법이 마련됐다고 해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여력을 볼 때 5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분담금을 감수하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선도지구로 지정되지 않으면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업 인센티브도 받지 못하는 데다 시장에서의 관심도 낮아져 사업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이 완료되는 내년부터는 택지개발사업으로 30년이 지난 경기 구리, 하남, 수원 등에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재건축을 염두에 둔다면 이들 수도권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도 적극 나서볼 필요가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결국 분담금이다. 정부 정책이 분담금을 크게 줄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건축 조건이나 기간 단축 등으로 조금이라도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정부 정책에 순응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 시장 전문가는 “1기 신도시에서 절실하게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은 아마 상당히 적을 것이며, 분당 말고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지금은 아니더라도 10년, 20년 후에는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밀어주는 선도지구 지정은 재건축을 위한 필수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08월호
재건축 활성화 최대 수혜지는 강남권...압구정3구역 사업 '잰걸음'
압구정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3구역’ 최고 관심단지
2·3·4·5구역 시공사 선정 임박
‘래미안 원베일리’ ‘아리팍’ 이어 한강변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신반포 2차’
| 최현민 기자 min72@newspim.com
공사비 인상 또는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강남권 재건축은 브랜드 상징성과 어느 정도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강남구 압구정동은 정부와 서울시의 바뀐 재건축 정책에 따른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1976년 압구정아파트지구 지정 이후 47년 만에 재건축 사업이 본격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사업비·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건설업계의 관심도 높은 사업장으로 평가된다. 일명 ‘35층 룰’ 폐지를 비롯한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압구정동 한강변 일대 아파트 단지는 80년대 누렸던 국내 최고 아파트 단지의 위상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압구정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
강남 재건축 단지 가운데에서도 최고 관심단지는 단연 80년대 국내 최고 아파트 단지로 꼽혔던 압구정 일대다. 압구정아파트지구에서는 ‘선도지구’ 격인 3구역을 필두로 2·4·5구역이 조만간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사업비와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건설사는 물론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사업장으로 평가받는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0년대 중반 준공된 이래 50년째 국내 최고 부촌 아파트 단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징적 단지다.
압구정아파트지구는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구성됐으며 총 92만9511㎡, 24개 단지, 1만468가구에 달한다. 이 중 1구역과 6구역을 제외한 2·3·4·5구역은 서울시의 ‘패스트트랙 재건축’ 사업인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2·4·5구역은 정비계획에 필요한 동의율을 확보했다. 2구역은 정비계획 결정변경안에 대해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26일까지 주민 공람 중이고, 4·5구역은 정비계획안을 강남구청에 제출해 심의가 진행 중이다. 최근 3구역 재건축조합 역시 정비계획변경 입안 제안을 위한 법정 동의율 67%를 달성했다. 이에 곧 정비계획변경을 입안할 예정이다. 향후 한강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공공기여 방안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구역 1233가구 △2구역 1924가구 △3구역 3946가구 △4구역 1341가구 △5구역 1232가구 △6구역 672가구 등 총 1만468가구로 구성돼 있다.
압구정 6개 구역 가운데에서도 최대 관심지역은 3구역이다. 현대아파트 1·2·3·4·5·6·7·10·13·14차, 대림·현대 빌라트 등의 단지가 있어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총 53개동 3946가구 아파트는 5810가구로 재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3구역은 설계사 선정 문제로 한동안 잡음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진행한 공모 입찰에는 해안건축과 희림종합건축사무소 컨소시엄(희림건축)이 참여했다. 조합원 투표 결과 희림건축이 총 1507표로 해안건축에 438표 앞서면서 설계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희림건축은 서울시 신통기획 기준안에 부합하지 않은 설계안을 내놓았다. 당시 희림건축은 시의 기준보다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한 설계안을 제시했다. 설계안에 따르면 용적률은 360%를 적용해 총 5974가구로 짓는 것이었다. 시가 제시한 신통기획 기준을 적용하면 3구역은 용적률 300%, 건폐율 50% 이하로 공공임대주택 85㎡ 이하 650가구가 포함돼야 한다. 서울시는 설계사 입찰 무효를 선언했고, 3구역은 지난해 12월 설계자 재공모를 진행했다. 희림건축은 시의 기준에 부합한 설계안으로 재입찰에 나서 최종 선정됐다.
압구정 2·3·4·5구역 시공사 선정 임박
2구역은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들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6개 구역 가운데 강남구청에서 정비계획안을 처음으로 공람한 곳은 2구역이다. 재건축 이후 가구 수는 현재 1924가구보다 682가구 늘어난 2606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3구역과 함께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2·4·5구역은 조만간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남 최고 부촌 중 하나라는 점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우선 현대건설은 원조 시공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다른 건설사에 뺏길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압구정은 1970년대 초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팔당댐 입찰 현장에 가던 중 압구정 배밭에서 점심식사를 하다가 압구정동에 집을 짓자고 하면서 지금의 현대아파트가 자리 잡게 됐다. 이후 정 회장은 직접 건설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며 아파트 브랜드 NO.1 ‘래미안’을 보유한 삼성물산 역시 적극적인 수주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현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직접 지었던 HDC현대산업개발과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포스코이앤씨도 3구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공사 선정은 공사비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3구역의 경우 지난 4월 기준 114㎡(30평형대)를 소유한 조합원이 같은 평형을 분양받으려면 3억3000만원의 분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132㎡(40평형)는 7억6000만원, 178㎡(54평형)는 18억7000만원의 분담금이 예상되고 있다. 2구역은 3.3㎡당 공사비를 1150만원으로 추산했다. 신현대 9·11·12차 전용 108㎡를 소유한 조합원이 같은 평형(전용 84㎡)을 분양받을 경우 추정 분담금은 2억원이다. 전용 108㎡에서 가장 큰 평형인 전용 204㎡로 갈아타려면 37억8000만원을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일반분양가는 3.3㎡당 8000만원으로 조합원 분양가(7600만원)보다 5%가량 높은 수준으로 예상된다.
한강변 재건축 “여기도 있다” 신반포 2·4차 ‘기지개’
압구정과 함께 한강변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역시 시공사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선 7월 중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반포2차는 1978년 6월 준공한 1572가구 구축 아파트다. 이 단지는 49층 높이의 2057가구 규모로 탈바꿈된다. 특히 땅의 형태가 한강변을 따라 가늘고 길게 늘어져 있어 한강 뷰를 확보하는 가구 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각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와 ‘푸르지오 써밋’을 내세워 치열한 수주전을 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반포2차 맞은편에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위치하고 한강변을 따라 아크로리버파크, 반포주공 124주구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에서 재건축 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라며 “사업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해당 지역이 랜드마크를 세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곳이라면 건설사들이 이익을 조금 낮추더라도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 수주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4년 08월호
“트럼프 온다” 분주한 월가...채권 ‘화들짝’ vs 美·日 증시 ‘미소’
재집권 시 인플레 장기화 및 재정 악화 우려
단기 변동성 불가피
달러 강세...일본 증시는 수혜 예상
| 시드니=권지언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미국 금융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본격 대비하는 모습이다. 오는 11월 대선까지 넉 달 남짓한 시간이 남은 가운데, 지난 6월 말 진행된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후보 간의 첫 대선 토론은 월가 전문가들에게 트럼프 재선 대비를 서둘러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 토론 내내 총기를 잃어버린 듯한 바이든의 모습은 민주당 내부에서까지 후보 교체 목소리를 키웠다. 토론 직후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가 최대 10%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트럼프 부상에 놀란 채권...느긋한 증시
토론 직후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곳은 채권시장으로, 트럼프의 재선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장기물 중심으로 채권 수익률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 임기 당시 트럼프가 선보였던 금리 인하·조세 감면 정책이 결국 모자라는 돈을 채권 발행을 통해 얻을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며, 이는 채권 가격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 2016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감면 계획은 금리 상승 기대를 부추겨 채권시장이 약세로 전환한 바 있다.
이번 토론 직후인 6월 28일과 7월 1일 이틀 동안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도에 나서면서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 수익률은 각각 19.1bp(1bp=0.01%p)와 21.6bp 상승해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수익률은 다소 하락했지만 토론 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일제히 일드커브 스티프닝을 예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실화하면 반이민 정책이 재개되면서 실물경기가 둔화, 연준의 금리 인하와 단기물 국채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한편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와 국채 발행 증가가 장기물 수익률을 끌어올려 일드커브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클레이즈와 모간 스탠리 등은 고객들에게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고, 특히 바클레이즈 전략가들은 5년 만기 국채보다 같은 만기의 물가연동채권(TIPS)이 아웃퍼폼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전략을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응법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클락타워 그룹도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까지 오를 것으로 점쳤다.
트럼프 당선 시 커질 것으로 보이는 재정 우려,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은 고금리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며, 이는 달러 매력을 키울 전망이다. 그의 재선이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안전 자산으로서의 달러 가치를 키울 수 있다. JP 모간은 트럼프의 고율 관세와 강경 이민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심화와 달러 강세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이로 인해 특히 멕시코 페소와 중국 위안이 상대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수출 촉진을 위해 약달러가 필요하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고, 관계자들도 달러 평가절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집권 이후 달러가 다시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美·日 주식에는 호재
트럼프 재집권은 주식시장에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이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11월 미 대선이 치러진 후에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및 완화적 금융 여건 조성 기대 속에 랠리를 펼친 바 있다. 대선 토론 이후에도 신고점을 경신한 뉴욕증시는 대선 변수 외에도 금리 인하 전망이나 인공지능(AI) 기대감, 실적 전망 등 거시 변수들을 두루 살피며 일단은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재선은 기록적인 엔화 약세와 맞물려 일본 증시의 역대급 랠리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트럼프 첫 대통령 당선 후 1년 동안 일본 토픽스 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거의 30% 올라 같은 기간 약 20% 상승한 S&P500 지수와 MSCI 세계지수 성적을 앞지른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집권 시 중국 상품에 6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우려되는데, 이 경우 일부 자본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겨갈 수 있다면서 일본 증시를 낙관했다. 인베스코자산운용의 기노시타 도모 전략가는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엔저가 일본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 이외 아시아 대부분 증시가 수혜를 보겠지만 제조업 기업 위주인 일본 증시의 수혜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UBS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가 예상돼 미국 주식시장은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금리를 높은 수준에 묶어둘 것이란 우려도 있어 한쪽으로 기운 압승보다는 표가 분산돼야 시장 충격이 다소 제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별로는 기업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트럼프의 재선은 에너지, 금융, 제조업, 첨단기술 등 특정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됐고, 동시에 환경 보호와 같은 사회적 규제의 완화는 친환경 기업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자동차나 2차전지 등의 주요 산업부문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됐다.
정책 베팅보다는 ‘변동성’ 베팅이 안전
한편 전문가들은 다만 대선 후 바뀔 정책 효과에만 기댄 베팅은 다소 무모할 수 있으며, 현재로서는 대선까지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판게아 폴리시의 테리 해인스 설립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선거인단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막판까지 예측 불가능성이 크고, 대통령이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않는 만큼 투자자들이 잠재적 선거 결과에 기반한 베팅에 너무 많이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인스는 현재 투자자들이 바이든 대통령과 관련한 정치 불안정성 리스크에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나 “상황은 경고 없이 순식간에 변할 수 있으며 이것이 중대한 시장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최대 증권사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수석 채권전략가도 “11월 이후 의회 구성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가정은 다소 불안정하다”고 짚었다. 존스는 이어 “채권시장 최대 리스크는 선거 이후 바뀔 정책 내러티브이겠지만, 아직은 너무 이른 걱정”이라면서 “대통령 후보는 선거 운동 중에 많은 것을 말할 수 있지만, 그 일들을 실행하려면 의회를 통과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2024년 08월호
"15% 고정금리" "원금보장"...커버드콜 월배당 ETF에 숨겨진 '비밀'
일정 부분 이상 기초자산 가치 하락 시 원금 손실 발생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 소득 X...투자자산 가치 낮아질 수도
기초자산 전망·구체적 전략 확인 후 투자해야
| 이석훈 기자 stpoemseok@newspim.com
최근 들어 퇴직자 수가 늘어나면서 꾸준한 월 배당 수익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잇달아 커버드콜 월배당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커버드콜 월배당 ETF란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는 월배당 ETF입니다. 우선 월배당 ETF는 말 그대로 매달 분배금 형태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ETF입니다. 커버드콜 전략은 특정 기초자산을 보유하면서 해당 자산의 콜옵션(옵션 거래에서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그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옵션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기초자산 매수로 상쇄할 수 있고, 반대로 기초자산의 가치 하락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옵션 프리미엄만큼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초자산의 가치가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매달 확실한 수익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바로 커버드콜 월배당 ETF 상품명에 주로 사용되는 ‘~% 배당’인 셈입니다.
다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만약 상승장에서 커버드콜 월배당 ETF에 투자한다면 콜옵션 매도로 인해 기초자산의 상향 폭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초자산을 직접 구매한 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 차익을 가져가게 됩니다.
100% 원금 보장인 것도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옵션 프리미엄만큼 손실을 방어하는 것이므로, 기초자산의 가치가 일정 구간 이하로 하락한다면 추가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전략이 총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콜옵션을 매도해서 연간 7%의 프리미엄 수익을 목표로, 매달 평균 0.5% 상승에 해당하는 행사가격으로 콜옵션을 매도해야 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초자산의 가격이 옵션 행사가격보다 높아서 옵션이 결제가 돼버리면 오히려 예상 프리미엄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콜옵션을 매도해서 받은 프리미엄보다 빠져나가는 자금이 더 많아진 탓입니다. 또 콜옵션을 매도함으로써 얻는 프리미엄은 절대 소득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펀드의 분배금은 지급하는 분배금만큼 투자자산의 가치가 낮아집니다. 이는 투자금 일부를 미리 강제로 회수하는 것일 뿐이므로, 세금 등의 특수한 이유가 아니라면 오히려 비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 탓에 커버드콜 월배당 ETF에 투자하기 전, 상품에 대한 구체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싶고 이를 위해 어느 정도 담보된 수익을 원한다면, 타깃 프리미엄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타깃 프리미엄 상품은 목표한 만큼의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상품입니다. 이 ETF는 콜옵션 매도를 통해 정해진 만큼의 프리미엄 수익을 추구합니다. 또한 타깃 프리미엄 상품은 옵션을 전부 매도하는 상품과 달리 일정 수준에 맞춰 옵션 매도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합니다. 이런 상품은 비슷한 구조의 커버드콜 ETF에 비해 기초자산 가격 상승세를 추종합니다. 옵션 매도 비중에 따라 얼마나 큰 자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높은 수준의 배당수익을 주는지 달라지기 때문에 상품을 고를 때 잘 따져봐야 합니다.
기초자산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커버드콜 전략은 기본적으로 기초자산의 상향폭과 하향폭 모두를 제한하는 전략이므로 횡보장에 유리한 상품이 됩니다. 횡보장에서 일반 기초자산에만 투자했다면 큰 이익을 못 얻겠지만, 커버드콜 ETF에 투자했다면 일정 수준의 수익이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횡보할 것으로 판단하는 기초자산이 있다면, 이를 추종하는 커버드콜 월배당 ETF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024년 08월호
동반 할인에 얼리버드 이벤트…해외여행보험 알짜 가입 방법
4인 가입 시 보험료 20% 할인
조건 없이 귀국 축하금 지급
여권 분실 시 추가 체류비 보장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닫혔던 하늘길이 열린 후 해외여행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19년 30.4%에서 2021년 1.1%까지 떨어졌던 국민 해외여행 경험률은 2023년 15.1%까지 회복됐다. 해외여행객은 2024년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 1~5월 해외여행객은 118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6만만명)보다 44.7% 늘었다.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늘자 해외여행보험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손해보험사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각종 보험료 할인을 내세우며 특약 신설로 보장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마케팅을 잘 활용하면 해외여행보험 보험료를 아낄 수 있고 이미 낸 보험료도 돌려받을 수 있다.
함께 미리 가입하면 보험료 20% 이상 절약
가족이나 친구 등 해외여행 동행자가 있다면 삼성화재와 캐롯손해보험 해외여행보험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화재는 보험 가입자가 4명 넘으면 보험료 20%를 깎아주고 있다. 3명일 때는 15% 할인이 적용된다. 2명이 가입하면 10%가 할인된다.
캐롯손해보험도 동반 가입 시 2명 10%, 3명 15%, 4명 20%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보험에 미리 가입하면 보험료 3%를 추가로 할인해 준다. 출국 날짜 기준으로 7일 전 가입하면 보험료 할인이 적용된다. 가족 4명이 비행기 타기 7일 전 보험 가입 시 보험료를 23%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동반 가입 시 보험료 10%를 할인해 주고 있다. 또 재가입 시 보험료 5% 추가 할인도 내걸었다. 지난해 6월 이후 한 번이라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면 재가입 할인을 받을 수 있다. KB손해보험은 2명 이상 가입 시 보험료 10% 할인을 적용한다.
무사고 귀국 시 보험료 환급
사고 없이 해외여행을 마쳤다면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무사고 귀국 시 보험료 10%를 돌려주고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무사고 귀국 시 최대 3만원 범위에서 보험료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캐롯포인트로 주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사고 유무와 관계없이 귀국 축하금을 주고 있다. 최대 3만KB포인트 범위에서 보험료 10%를 돌려주고 있다. KB포인트는 KB국민은행 모바일 전용 뱅킹 서비스인 KB스타뱅킹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귀국 축하금을 받으려면 KB스타뱅킹에서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타 보험사 여행자보험은 사고 없이 귀국할 경우만 무사고 환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지만, KB손해보험은 조건을 따지지 않고 보험료 10%를 리워드해 주는 차별화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여권 분실 시 보장 특약
해외여행보험은 각 손해보험사마다 기본적으로 해외여행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질병 치료나 휴대품 분실, 항공기 및 수하물 도착 지연, 여권 분실에 따른 재발급 비용 등을 기본적으로 보장한다. 하나손해보험 해외여행보험을 이용하면 여권 도난 또는 분실로 현지 체류 기간이 늘어날 때 들어가는 비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해당 특약에 가입한 여행자가 재외 공관에 여권 분실 신고를 하고 여행증명서 또는 긴급여권을 발급받았을 경우 현지 추가 체류 비용을 3일 한도로 실손 보장한다. 1일 보상 한도는 10만·15만·20만·25만·30만원 중에서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항공기 지연 시 추가 식비도 보장받을 수 있다. 삼성화재는 ‘항공기 및 수하물 지연·추가비용 특약’으로 항공편이 지연되면 추가적으로 부담한 비용을 가입금액 한도 안에서 보상하고 있다. 식비와 해당 공항 라운지 이용권을 주고 있다.
향후 해외여행보험 할인 혜택 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손해보험사들은 네이버페이를 통해 해외여행보험 비교 및 추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각 보험사는 해당 서비스 출시에 맞춰 할인 혜택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 08월호
용산, 국제업무·정비사업 가시화 한강변 대표적 부촌 ‘기대 Up’
용산국제업무지구 내년 기반시설 착공, 美 ‘실리콘밸리’ 같은 도시로
사업비 51조 투입, 연간 32조 경제유발 효과 기대
한남뉴타운 등 20여 곳 정비사업도 속도...낡은 주거지역 이미지 탈피
|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
서울 용산구 일대가 개발 정책과 정비사업 가시화 등으로 천지개벽을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부촌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간 제자리걸음을 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남뉴타운, 이촌동 일대 정비사업도 한층 활발한 모습을 보이며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의 중심이라는 입지적 장점과 함께 다양한 개발 호재가 맞물려 전통적 부촌으로 불리던 강남을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국제업무지구 내년 기반시설 착공 2030년대 초 입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가 내년 기반시설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 정비창에 100층 안팎의 랜드마크를 세우고 국제복합도시로 개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발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을 수정해 의결했다. 시는 이 구역을 용도에 따라 국제업무, 업무복합, 업무지원 등 3개 구역으로 나눴다. 또 국제업무존은 3종 일반주거지역이었으나 이번에 중심상업지역으로 상향됐다.
민간기업이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을 제안하면 도시혁신구역이나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최대 1700%까지 허용한다. 100층 내외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고밀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국제업무지구의 세부구역은 총 20개 획지(획지당 평균 1만5000㎡)로 이뤄졌다. 구역 규모는 글로벌 기업이나 외국 자본의 수요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과거 정비창으로 쓰던 용산역 뒤편 부지(49만5000㎡)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공공과 민간을 합쳐 총 51조1000억원에 달한다. 오는 2028년까지 기반시설을 준공하고 건물 시공을 거쳐 2030년대 초 입주가 목표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용산 일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탈바꿈한다. 14만6000명 고용 창출뿐 아니라 연간 32조6000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24시간 다양한 업무, 문화, 여가 활동이 가능한 복합공간 기능을 담당한다. 오 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대를 미국 실리콘밸리와 같은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용산 일대는 이 밖에도 △용산민족공원(약 303만㎡ 규모) △경부철도 서울역~용산역 3km 구간의 지하화와 도심 숲길 조성 △현대자동차 복합단지 △용산 연장 신분당선 △GTX-A·B·D노선 등의 개발 호재가 있다.
한남뉴타운 등 20여 곳 정비사업 속도
용산 일대 정비사업도 이 도시가 천지개벽하는 데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그동안 용산은 낡은 단독·연립주택 비중이 높아 입지적 장점에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주거지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대규모 정비사업이 잇달아 마무리되면 이 단점도 해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산구 일대에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가로주택정비 등 정비사업 추진 단지 중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사업장이 17곳이다. 조합설립인가는 정비사업 전체 행정절차 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지난 것으로 주민동의 여부에 따라 5년 이내 착공이 가능하다.
한남뉴타운은 용산 정비사업의 대표 주자다. 용산구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약 111만㎡를 재개발하는 한남뉴타운은 5개 지구로 나뉜다. 이 중 2017년 정비구역이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하고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빠른 곳은 3구역이다. 한남동 일대 38만6400㎡ 부지에 최고 22층 아파트 총 6006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디에이치’ 브랜드로 탈바꿈한다. 2구역은 대우건설이 아파트 시공을 담당한다.
한남 4구역과 5구역도 개발사업에 속도가 붙은 상태다. 이들 지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마쳤으며 연내 시공사 선정을 계획하고 있다. 시공사가 선정되면 주택 개발에 전문성을 갖춘 건설사가 조력자로 나서는 만큼 사업에 속도가 붙는 게 일반적이다.
한남뉴타운 이외에도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이촌동 강변강서아파트 재건축 △이촌동 왕궁아파트 재건축 △이촌동 미주아파트(B동) 리모델링 △이촌동 강촌아파트 리모델링 △청파동2가 청파제1구역 재개발 등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주요 사업장이다. 사업시행인가 단계를 넘은 사업지는 한남뉴타운2구역(재개발), 산호아파트(재건축), 한강삼익아파트(재건축) 등이다. 철거 직전 단계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은 이촌동 부촌으로 꼽히는 한강맨션 아파트가 있다.
이들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이 행정절차를 거쳐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강남 주요 단지 못지않은 몸값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층수를 최고 22층밖에 지을 수 없는 한남뉴타운과 달리 동부이촌동은 50층 규모 재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 시장 전임 시절 재건축됐던 ‘래미안 첼리투스’가 47층으로 재건축된 전례가 있어서다. 이에 한강맨션은 68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의 반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영구 한강조망권’의 고층 재건축이 가능한 만큼 실제 시장에서의 관심도 강남 못지않게 뜨거운 상황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용산 일대가 강남을 뛰어넘는 선호 주거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된다면 당분간 용산에서 서울역까지 이르는 주변 지역 부동산에 대한 투자 관심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08월호
재건축 불 지핀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노려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 돌입, 11월 최종 선정
분당, 사업성·주거환경 우수...최선호 지역 부상
분담금 부담 확대, 통합 재건축 따른 주민 이견 등 숙제
|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집값이 선도지구 선정을 앞두고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사업성을 높여주고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는 만큼 빠른 재건축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주민들의 재건축 의지가 강할 뿐 아니라 선도지역으로 지정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건축연한이 30년을 지나며 주거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대규모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하면 1기 신도시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건자재 등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해 향후 조합원 분담금을 둘러싼 마찰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11월 확정...2030년 첫 입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성남분당 △고양일산 △안양평촌 △부천중동 △군포산본 총 5곳을 대상으로 선도지구 공모에 들어갔다. 오는 9월 선도지구 선정 제안서를 접수한 뒤 10월에 평가 및 국토부 협의를 거쳐 11월 지자체가 선도지구를 최종 선정한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 4000가구 △중동 4000가구 △산본 4000가구 규모로 선정한다. 선정기준은 국토부가 제시하는 표준 평가기준을 토대로 지자체가 지역 여건을 고려해 세부 평가기준과 배점을 조정할 수 있다.
개발 기대감이 가장 높은 지역은 분당이다. 타 신도시와 격차가 뚜렷한 집값을 바탕으로 재건축 재원을 마련하는 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게 장점이다. 정비사업이 가장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통적으로 학군 수요가 많고 신분당선 등을 통해 강남 접근성이 우수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추격 매수세가 나타나며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7월 7일 기준 6월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의 거래량은 638건으로 전월 483건 대비 32.1% 늘었다. 실거래가 신고기간이 계약 후 30일 이내라는 점을 감안할 때 6월 거래량이 800건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초 대비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거래가 늘면서 매맷값도 강세다. 선도지구 후보지로 꼽히는 서현동 삼성한신(전용 133㎡)과 한양아파트(101㎡)는 최근 20억8000만원, 14억9000만원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서현동 현대아파트는 전용 129㎡가 지난 5월 17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지난 3월, 16억7000만원) 대비 5500만원 오른 금액이다. 분당구 이매동 아름5단지풍림(전용 101㎡)은 7월 16억45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17억10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매도호가는 17억원 선이다.
여타 1기 신도시도 선도지구 지정을 둘러싼 기대감이 감돌고 있으나 매맷값, 거래량이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강남 접근성, 학군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해 선도지구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산 선도지구 후보 단지로 거론되는 백마3단지의 전용 102㎡는 지난 6월 5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직전 거래 5억85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강촌라이프 전용 49㎡는 7월 직전 거래가 대비 2000만원 정도 하락한 3억5750만원에 손바뀜했다.
현재 시장 분위기를 떠나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주거 환경의 개선으로 지역적 가치가 한층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지난 4월 말 시행된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한다. 평균 용적률 200%대로 높아 재건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풀어 개발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정부는 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재건축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5배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 계산으로 최대 750%의 용적률(준주거로 종상향할 때)이 적용된다. 다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과 과밀화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실제 허용하는 용적률은 평균적으로 350% 전후가 될 전망이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층수와 전체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그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증가해 조합원 분담금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분담금 부담 확대, 주민 이견 등 숙제로 남아
분당을 제외한 평촌, 일산, 중동은 선도지구 지정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들 지역에선 분당과 달리 재건축 기대감이 크지 않으며 지역 내 부촌으로 꼽히는 평촌 꿈마을, 일산 호수마을 등을 제외하면 ‘집값 수준’의 분담금을 감수하고 재건축을 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분당을 제외한 신도시에선 선도지구 지정이 사업의 관건으로 꼽힌다. 평촌신도시 꿈마을의 한 공인중개사는 “평촌에선 재건축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곳은 부촌인 목련마을, 꿈마을, 향촌마을을 제외하곤 없다”며 “결국 이 세 개 마을에서 선도지구가 나올 듯한데 선도지구 지정이 안 되면 추진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인 만큼 다른 마을의 재건축은 크게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산과 중동 역시 중대형 평형이 집중된 마을을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산과 중동은 지금도 신도시 주변으로 공공택지 등 신규 개발사업이 잇따르고 있어 정작 재건축이 필요한 중소형 단지 중심 마을들은 재건축 추진 열망이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산 호수마을 중개업소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결국 선도지구 지정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선도지구 지정이 이뤄지면 10년 이상 시간이 걸려도 재건축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30년 안에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노후 도시 특별법에 따라 혜택을 받게 된 수도권 비신도시 공공택지도 재건축 기운이 감돈다. 이들 지역은 아직 선도지구 지정 대상은 아니지만,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이 완료되는 대로 선도지구 지정이 있을 예정이다. 특히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1기 신도시에 이어 택지 개발이 이뤄진 구리시, 하남시, 남양주시 등도 재건축 기대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선도지구 지정 이후 재건축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당분간 주요 단지의 거래량과 매맷값 강세가 예상된다”며 “다만 조합 분담금 상승, 단지별 평가가치 격차 등은 향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08월호
정비사업 최대 변수는 분담금 고층·고밀 재건축, 미래에 부담 줄 수도
부담 커지는 분담금...재건축 사업 추진 최대 ‘변수’
고층·고밀 재건축으로 사업성 보완...슬럼화 우려도
| 최현민 기자 min72@newspim.com
재개발·재건축 등 공급 활성화를 위해 사업성을 개선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등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서 정비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강남권은 물론 여의도, 목동 등 재건축 단지 그리고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긴 수도권 1기 신도시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역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재건축 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1~2년 새 급격히 오른 공사비로 악화한 사업성 보전을 위해 고층·고밀 개발이 우후죽순 허가되고 있어서다. 고층·고밀 개발은 단기적으로 사업성을 높여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아파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40~50년 후 다시 찾아올 노후화 시기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따라 ‘바른 재건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은 ‘분담금’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추가분담금 문제가 재건축 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1기 신도시에서는 재건축 첫 주자가 될 선도지구 선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5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를 개시했다.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적률 상향 등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혜택이 적용된다. 각 지자체는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4000가구에 신도시별 1~2개 구역을 더해 선정할 예정이다. 이에 발 빠르게 단지별로 동의율 확보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분당시범1구역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1차 주민설명회에 이어 지난 6월 16일 2차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일산의 유력단지로는 강촌1·2단지와 백마1·2단지(2906가구), 후곡마을3·4·10·15단지(2564가구), 백송마을5단지(786가구) 등이 꼽힌다. 분당에선 이매 풍림·선경·효성, 한솔마을 1·2·3단지, 정자일로(임광보성·한라3·화인유천·계룡·서광영남), 까치마을·주공 5단지, 양지마을(한양1·2단지 및 금호1·3단지, 청구2단지)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선도지구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사업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두고봐야 하는 상황이다. 공사비 등이 크게 오른 상황인 만큼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높은 일반분양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공사비는 오르면 올랐지 좀처럼 떨어질 여지가 없어서다. 특히 1기 신도시 5곳 가운데 평균 용적률이 200% 이상으로 선도지구 물량이 적고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평촌, 산본, 중동에서는 분담금 부담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천 중동신도시에서 선도지구 신청을 준비 중인 한 통합재건축단지의 사업성을 분석한 결과 공사비를 3.3㎡당 800만원만 잡아도 조합원당 3억∼5억원의 추가분담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1기 신도시뿐 아니라 강남권, 목동, 여의도 등을 제외한 서울지역 재건축 검토 단지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강남권 등의 경우 사업성이 뒷받침되는 데다 추후 집값 상승이 점쳐지는 만큼 분담금이 크게 부담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원, 도봉, 강북구와 같은 지역은 분담금 이슈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노원 상계주공5단지의 경우 추가분담금 문제로 사업이 중단됐다가 최근 재시동이 걸렸다. 하지만 분담금은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 상계주공5단지정비사업위원회 집행부에 따르면 재건축 예상 공사비를 바탕으로 분담금을 추산한 결과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받을 경우 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전임 집행부 당시에는 같은 전용면적 기준 분담금이 5억원으로 추산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추가분담금 부담으로 시공사인 GS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사업이 중단된 동안 공사비가 오르면서 분담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이 적거나 소형 면적이 대다수라 대지 지분이 작은 아파트의 경우 이 같은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고층·고밀 재건축 통한 사업성 보완 한계
전문가들은 최근 공사비 폭등으로 조합의 추가분담금 증가 등 많은 요소들을 사업 추진 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단지에서 분담금이 오르지 않기는 쉽지 않다”면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2억원 또는 3억원이라는 분담금을 두고 누구는 저렴하다고 볼 수 있고 누구는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 사업 초기엔 비용 부담 얘기가 없어 주민들이 동의를 많이 하지만 어느 정도 분담금 윤곽이 나오게 되면 동의나 사업 추진에 이견들이 나올 것”이라며 “사업 과정에 접어들었다가 분담금 등을 확인하고 떨어져 나가는 단지가 충분히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서울시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 단지에 대한 용적률 제고, 층수 확대 등을 통해 사업성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층·고밀 재건축은 40년 후 슬럼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용적률을 최대한 높이더라도 수익이 날 정도까지 높이지 못할 수 있다”면서 “수익성을 위해 재건축 용적률을 1000%까지 올려준다고 치면 다음 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성이 나올 정도의 용적률을 주더라도 추가분담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을 망설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건설기술이 발달하긴 했지만 건축물들이 내구연한을 갖고 있는 만큼 결국은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재건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재건축 단지들이 30~40년이 지난 이후 외국의 사례처럼 슬럼화하는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업성 확보를 위한 고밀·고층 재건축은 주거 쾌적성까지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밀도가 높아지면 동간거리 확보가 잘 되지 않아 주거 쾌적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일조, 채광 등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고 사생활 침해도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4년 08월호
생성형 AI 다음은 휴머노이드...3조달러 기회에 베팅하라
| 황숙혜 기자 shhwang@newspim.com
사람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가 궁극적으로 30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노동시장 가운데 3조달러를 차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진화가 로봇 산업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면서 노동시장과 경제 생산성까지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4만 개까지 늘어난 뒤 2040년이면 800만 개로 껑충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2050년까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사람과 같이 움직이는 로봇이 6300만 개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테슬라, 막강한 인에이블러
모간 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테마를 주도한 종목이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로봇의 개발과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와 생태계 제공에 무게를 두는 이른바 ‘인에이블러(enabler)’, 로봇으로 인간을 대체해 생산성을 높이는 ‘베네피셔리(beneficiaries)’가 공존한다는 얘기다.
두 가지 측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주도할 종목으로 모간 스탠리는 테슬라(TSLA)와 도요타(7203), TSMC(TSM), 엔비디아(NVDA), SK하이닉스(0660), 맥도날드(MCD), 아마존(AMZN), DHL 그룹(DHL) 등 8개 톱픽을 제시했다. 특히 테슬라와 관련, 휴머노이드 로봇 비즈니스가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보다 몸집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모간 스탠리는 예상한다.
모간 스탠리는 이번 보고서에서 테슬라를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표적인 ‘인에이블러’라고 평가하고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먼저, 데이터 부문이다. 이례적인 운전 여건으로부터 갖가지 사례들을 축적, 데이터의 양적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모간 스탠리는 강조한다.
주요국 각 거점에 구축한 대규모 제조 인프라와 노동집약적인 생산 여건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비교적 단순하면서 반복되는 작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테슬라 공장의 특성상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력을 대체할 여지가 높고, 근로자들의 작업 패턴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훈련시키기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테슬라가 갖춘 핵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수직 통합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데 든든한 동력이라고 모간 스탠리는 강조한다.
모간 스탠리는 테슬라에 ‘비중 확대’ 투자의견과 함께 12개월 목표주가를 310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엔비디아, AI 로봇 생태계로 승부
모간 스탠리가 테슬라만큼 휴머노이드 로봇의 강력한 ‘인에이블러’로 지목하는 업체는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다. AI 칩을 앞세워 몸값을 3조달러 선까지 높인 업체가 인간형 로봇 시장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2024년 3월 GTC(GPU Technology Conference)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그루트(GR00T)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지난 수년간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 아이작과 로봇 전용 칩셋 젠슨 토르, 로봇 훈련을 위한 옴니버스까지 로봇 비즈니스에 공을 들였다.
테슬라와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지는 않지만 로봇을 개발, 제작하기 위한 생태계를 제공한다는 것. 두 업체의 대표가 사람을 닮은 로봇의 가능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의 접근에는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BYD 일렉트로닉스와 지멘스, 테라다인 로보틱스, 알파벳의 AI 로보틱스 자회사 인트린직 등 100여 업체들이 아이작 플랫폼을 채택했다.
모간 스탠리는 반도체 종목들 가운데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대만의 TSMC 역시 ‘인에이블러’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요타·아마존도 유망주
일본 자동차 메이저 도요타도 휴머노이드 로봇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 업체는 지난 2017년 사람을 닮은 로봇 T-HR3를 처음 공개했다. 사람의 동작을 모방했던 T-HR3는 2019년보다 어려운 작업을 해낼 정도로 정교해진 모습으로 진일보했다.
이어 도요타연구소(TRI)가 선보인 푸뇨(Punyo)는 이른바 ‘소프트 로봇’으로 불리는데 손에 쥔 사물의 촉감을 느낄 수 있고, 가방을 여러 개 든 채 팔꿈치로 문을 여는 동작까지 가능해졌다. 도요타는 최대한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로봇을 개발해 제조 현장과 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모간 스탠리는 도요타가 자동화 및 모빌리티 분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업체가 커다란 기술 혁신을 이룬 ‘인에이블러’인 동시에 휴머노이드 로봇으로부터 혜택을 보는 수혜자라고 판단한다.
사람을 닮은 로봇의 대표적인 ‘베네피셔리(beneficiaries)’ 가운데 하나는 세계 최대 패스트 푸드 업체인 맥도날드(MCD)다. 미국의 시간당 임금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해 비용절감 효과를 본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맥도날드는 2023년 4월 사상 첫 무인 매장을 미국 텍사스 주에 출범시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아마존 역시 물류센터의 자동화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로보틱스 연구개발(R&D)에 10년 이상 통 큰 투자를 단행했고,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업체는 지난 2009년 물류센터에 자율주행 로봇을 도입한 자포스(Zappos)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인수합병(M&A)과 로보틱스 개발을 지속했고, 2022년 물류센터의 물품을 대부분 처리할 수 있는 로봇 팔 스패로우(Sparrow)를 선보였다. 이어 2023년에는 최초의 물류센터 휴머노이드 로봇인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지트(Digit)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디지트의 성능이 한층 강화되면 밤새 트럭에서 물품들을 물류센터로 옮긴 뒤 분류해 근로자들이 아침에 출근한 뒤 곧바로 배송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경지에 이를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한층 향상될 뿐 아니라 휴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 근무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독일의 물류택배 업체 DHL 그룹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23년 상반기부터 스트레치(Stretch) 로봇을 일부 미국 물류센터에 투입, 택배 물품들을 트레일러에서 컨베이어로 옮기는 작업을 맡기고 있다.
로봇을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테슬라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아마존을 포함해 인간형 로봇의 도입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는 업체들까지 투자자들에게도 작지 않은 기회가 주어졌다고 모간 스탠리는 강조한다.

2024년 07월호
비이성이 지배하는 美 증시...하반기에도 '황소'가 이긴다
IB들 S&P500 전망치 상향...대선·금리 경계해야
| 시드니=권지언 특파원 kwonjiun@newspim.com
뉴욕증시가 ‘5월에는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격언이 무색하게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상방 서프라이즈를 이어가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짓눌렀던 인플레이션 이슈는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성장 기대감에 설자리를 잃었고, 3년 전 떠들썩했던 밈(Meme·온라인상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주식) 열풍까지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월가 전문가들은 연초 제시한 증시 전망치를 상향하기 바쁜 모습이다. 다만 아직 연준의 금리 전망이 불투명하고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라는 굵직한 변수가 자리한 만큼 신중한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쳐버린 밸류에이션...그보다 더 광기 어린 투심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은 현재 비이성적 수준까지 치솟았다. S&P500지수는 5월 한 달 동안 4.8%가 올라 2009년 이후 최고의 5월을 보냈고, 5월 말 기준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57배로 지난해 10월 저점 대비 3.4포인트 상승했다. S&P500지수 PER이 이처럼 단기간에 급등한 적은 지난 30년 중 단 5%에 불과하다. 인공지능(AI) 낙관론으로 인해 기술주가 급등하며 밸류에이션을 키운 것인데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테슬라, 메타플랫폼으로 구성된 M7 주식들의 12개월 선행 PER은 무려 30.71배에 달한다. 이는 작년 10월 저점 대비 3.8포인트 오른 수준이며, 10년 평균도 훌쩍 넘는 수치다. 월가 베테랑 분석가인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회장은 지난 1996년 앨런 그린스펀이 당시 주식시장 행동을 ‘비이성적 과열’로 표현한 것처럼 현재 증시가 “경제적 배경과는 무관하게 동물적 감각과 심리, 투기가 넘쳐나는 비이성적 상태”라고 꼬집었다.
증시 밸류에이션이 이처럼 높아졌는데도 추가 매수를 노리는 대기 자금은 여전히 넘쳐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밸류에이션을 키운 시장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상황으로, 주식 등에 투자될 대기 자금으로 단기 국채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지난 2월 처음으로 6조달러를 돌파했고, 5월 말에도 역대 최고치에 머물렀다. 기관들이 여유자금을 연준에 이자를 받고 예치하는 익일물 역레포 자금도 4억4000만달러에 달하며, 시중 통화량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M2는 6월 초 현재 21조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주도한 AI주식 투자 열풍에 이어 최근에는 게임스탑을 필두로 밈 주식 열풍까지 재개된 모습이다. 2021년 밈 주식 랠리를 주도했던 유명한 개인투자자 및 분석가로서 ‘포효하는 야옹이’로 알려진 키스 길이 3년여 만에 자신의 X에 트윗을 올리면서 밈 주식의 급등이 시작된 것인데, 6월 3일 길이 1억1600만달러의 게임스탑 베팅을 공개하자 게임스탑은 하루 동안에만 20% 넘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지난 한 달 사이 게임스탑 상승폭은 130%에 가깝다. 게임스탑과 함께 밈 주식 열풍에 올라탔던 영화관 운영기업 AMC엔터테인먼트도 동반 상승, 한 달 사이 주가가 80%나 뛰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주식시장이 이미 어느 정도 과열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밈 주식 급등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기 드는 IB들...“대선·금리 주시”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끈적이는 인플레이션과 같은 악재에도 신고점을 향해 전진을 계속하자 그간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월가도 랠리 지속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실제로 투자은행(IB)들은 연초 제시했던 S&P500 연말 전망치를 거듭 상향 조정 중으로,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월가 전망치 중간값은 작년 말 4850 수준에서 현재 5250까지 높아졌다. 6월 6일 종가 기준 S&P500지수는 5352.96으로 전망치를 이미 훌쩍 넘어선 상태. 월가 전망치 중 최고치도 연초 5200에서 5600으로 뛰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의 권오성 미국 주식 전략가는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강세론자들이 희망해 오던 여건이 현재 펼쳐지고 있다”면서 “간단히 말해 연착륙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연초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높긴 했지만 아직까지 물가 상승세가 재가속할 것이란 신호는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견실한 미국 경제는 성장세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만큼 뜨겁진 않아 연착륙 내러티브에 힘이 실린다는 것이다. BMO캐피탈마켓츠 수석투자전략가 브라이언 벨스키는 연말 S&P500 전망치를 종전 5100에서 5600으로 상향하면서 연초 흐름상 추가 랠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S&P500지수가 올해처럼 1월부터 5월 사이 8% 넘게 뛰었을 때 지수는 70%의 확률로 7% 넘는 연간 상승을 기록했고, 올해도 마찬가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S&P500 전망치를 5100에서 5500으로 높여 제시한 도이체의 빙키 챠다 미국 주식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미 증시에 대해 ‘비중 확대’ 입장으로, 2021년이나 2018년 나타난 ‘극도의’ 비중 확대 수준까지는 아니어서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증시가 하반기까지 지금의 상승 분위기를 지속하려면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와 연말까지 연준의 금리 결정을 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독립 리서치 기관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1950년 이후로 대통령선거가 있던 해의 경우 해당 기간 중 S&P500이 오른 사례가 77.8%나 됐다는 점은 올 하반기 상승 지속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 수석전략가 에드 클리솔드는 모멘텀 자체가 가격을 이끄는데, 5월 강세가 나타난 만큼 올여름 랠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지표나 고용 지표, 연준 관계자 발언 등을 살펴야 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꽤 견고한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지지율이 박빙의 흐름을 보이는 만큼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시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 역시 아직까지는 연내 두 차례 정도의 금리 인하가 점쳐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어 매파 기조가 강해질 경우 시장에는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마르코 콜라보니크가 이끄는 JP모간 주식전략팀은 현재 시장이 경기 둔화나 침체 신호를 무시하는 비합리적 상황이라면서 올여름 시장 상방은 제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4년 07월호
ELS에 덴 개미들, ELB로 몰린다...현명한 투자법은
올해 들어 ELB 발행액 ELS 추월
ELB 투자 처음이라면 ‘지수형’
안정적 수익 원하면 ‘레인지형’
| 이석훈 기자 stpoemseok@newspim.com
작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위험·고수익 상품보다는 원금 보장되는 중수익 상품의 투자 수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5월까지 국내 ELB 발행액은 약 7조2436억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조2994억원) 대비 68.47% 급증한 수준입니다.
ELB 발행액의 역전 현상도 일어났습니다. 작년 1~5월 ELS 발행액은 13조3417억원으로 ELB 발행액을 크게 앞섰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6조5929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습니다. 이처럼 ELB 발행이 증가하는 것은 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경계심이 커졌고, 안정적 수익에 대한 수요는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ELS 상품의 대체재에 대한 고객 수요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그런데 파생결합증권(DLS)이나 기타 파생결합사채(DLB) 등은 원자잿값이 요동치면서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므로 ELB 발행액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LB란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를 기준으로 수익 조건을 정한 파생상품입니다. ELB의 가장 큰 장점은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입니다. 수익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무이자 예금이 되기 때문에 투자 기간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최근 ELB는 수익 조건을 충족하면 투자자에게 적게는 연 환산 4~7%, 많게는 10% 이상의 수익률을 줍니다. ELB의 만기는 1년 안팎으로, 보통 2~3년인 ELS보다 짧습니다.
물론 원금 보장이 원칙이지만, ELB를 발행한 증권사가 도산할 경우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발행 회사의 신용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기초자산이 국·공채인 ELB는 발행 국가 등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때 원금 손실이 발생하므로 투자 전 기초자산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합니다.
ELB 투자가 처음이라면 쉬운 구조의 상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해 가능한 구조의 상품에 투자하는 게 상식적으로 바람직하다”며 “게다가 쉬운 구조의 상품일수록 추후 분쟁의 여지도 적다”고 말했습니다.
또 종목형보다는 지수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수형 ELB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으므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보수적 투자자에게는 레인지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ELB 유형에는 크게 하이파이브형과 레인지형이 있는데요. 하이파이브형은 조기상환 평가일 및 만기일에 기초자산값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원리금을 주는 상품입니다. 레인지형은 기초자산값이 상품 유지 기간에 어떤 범위에 있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집니다.
하이파이브형보다는 레인지형 ELB의 확정 수익 변동폭이 좁기 때문에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레인지형 ELB에 투자해야 합니다. 다만 같은 레인지형 ELB라 하더라도 기초자산에 따라 변동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주의해야 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인지형이라 하더라도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자신이 봤을 때 보수적 성향을 지닌 투자자라면 채권을 기초지수로 삼는 레인지형 ELB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레인지형 ELB의 경우 수익 조건을 달성하는 게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확정 금리를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상품을 비교할 때 수익 조건보다는 확정 금리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2024년 07월호
200만명…음식물배상책임보험으로 걱정 '뚝'
식중독·음식 이물질 피해 보상해야
합의 못하면 소송까지 번져
보험 가입으로 위험 대비
|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
#탕후루(중국 과일사탕)를 파는 A 가게에 전화가 폭주했다. A 가게에서 만든 탕후루를 먹고 장염에 걸렸다는 고객이 항의하는 전화였다. A 가게 사장은 고객들에게 사과하며 음식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으니 치료를 잘 받으라고 안내했다. 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고객과 일일이 합의하며 치료비 등을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음식물배상책임보험으로 이런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음식점으로 꼽히는 요식업은 국내 자영업의 대명사로 꼽힌다. 2022년 요식업 종사자는 204만명을 넘었다. 국내 요식업 시장 규모는 170조원을 돌파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각종 사고가 발생한다. 무더위로 식재료가 변질돼 집단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식당 청결을 꼼꼼하게 관리해도 음식물 내 이물질이 발견될 수 있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돌을 씹어 치아가 손상됐다는 사례는 주변에서 다수 목격된다.
식당에서 만든 음식으로 고객이 신체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보았다면 해당 식당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고객과 합의하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사 소송까지 걱정해야 한다. 요식업자가 음식물배상책임보험에 미리 가입했다면 고객과 불필요한 충돌을 막을 수 있다. 보험사가 알아서 조사하고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는 화재배상책임보험 특별약관(특약)을 통해 음식물배상책임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화재배상책임보험은 다중이용시설이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등은 ‘사업장 화재보험’에서 ‘음식물배상책임 특약’을 취급하고 있다. 보상 범위는 피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치료비나 위자료 등 손해배상금과 사고 해결을 위해 지출한 비용 등이다. 보험 가입 기간은 임대차계약 기간이나 사업 확장 계획에 따라 3·5·7·10·15년까지 선택할 수 있다. 보험료는 업종과 매출액 등에 따라 다르다. 장기보험 형태로 가입할 경우 연간 보험료는 4만원 안팎이다.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을 통해서도 음식물 피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음식점 사장은 해당 보험 가입 시 생산물을 ‘음식물’로 지정하면 다양한 음식물 사고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관련 보험에 가입해도 언제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음식점 측 고의성이 없어야 한다. 각 보험사는 약관을 통해 보상하는 손해 범위를 ‘우연한 사고로 인한 타인의 신체에 피해를 입힌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음식점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판매된 음식물로 생긴 배상책임 △작업상 결함으로 인한 음식물 자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등을 제시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음식점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판매된 음식물에 대한 배상책임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음식물로 인한 피해 인과관계도 명확해야 한다. 만약 고객 부주의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는다. 생선 요리를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려 병원을 방문했을 경우가 해당된다. 생선 가시는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주의했다면 막을 수 있는 피해라고 보험사는 판단하고 있다.
배달 음식 전문점이라면 가입 필수
배달 음식 전문점이라면 음식물배상책임보험 가입이 필수다. 관련 보험은 장소와 상관없이 음식물로 생긴 피해를 보장한다. 식당에서 먹은 음식뿐 아니라 배달 및 포장 음식 피해도 보장한다.
반면 비슷한 성격을 가진 영업배상책임보험은 영업장(식당)이라는 장소가 기준이 된다. 예컨대 식당 바닥이 미끄러워 고객이 넘어져 다쳤을 경우만 보상한다. 배달 음식 속에서 발견된 이물질로 고객 피해 발생 시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어도 무용지물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생산물책임보험이나 영업배상책임보험은 의무 가입이 아닌 선택 가입”이라며 “음식물 사고는 고객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식물 사고 발생 시 장기 휴업이나 소송으로까지 번질 수 있으므로 미리 관련 보험에 가입해 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07월호
[22대 입법과제] 여야 우선추진법안 살펴보니...'특검' 정쟁에 민생은 또 뒷전
與, 저출생·민생·미래산업·지역균형발전·의료개혁 등 1호 법안
野, 채상병 특검법·민생위기극복 특별법 등 1호 법안 제시
고준위특별법·구하라법·연금개혁 등 민생법안 처리 불투명
| 김태훈 기자 taehun02@newspim.com
특검 공방전 속 극한의 정쟁이 만연했다고 평가받는 21대 국회가 종료되고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여야는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민생을 챙기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특검 공방 속 민생을 위한 법안은 또 뒷전으로 밀릴 전망이다.
여야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생법안’ 우선 처리 방침을 세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저출산 대응, 민생 살리기, 미래산업 육성, 지역 균형발전, 의료개혁 등 1호 5대 분야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호 법안으로 채상병특검법과 한동훈특검법을 내세우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지난 5월 31일 충남 천안 재능연수원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와 패키지 법안 1번으로 ‘저출생 대응’을 선택하고 △정부조직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아이돌봄지원법 △늘봄학교지원특별법 등을 발표했다.
‘민생 살리기’ 패키지 법안에는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민간임대주택특별법 △지방세특례제한법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중위생관리법 △전기통신사업법 △민법(구하라법) 등이, ‘미래산업 육성’ 패키지 법안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원전산업지원특별법(가칭) △국가기간전력망설비확충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인공지능(AI)기본법 △콘텐츠산업진흥법 △생명공학육성법 △디지털포용법 등이 포함됐다.
‘지역 균형발전’ 패키지 법안에는 △지역균형투자촉진특별법 △지역과학기술혁신법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이 담겼으며, ‘의료개혁’ 패키지 법안으론 △지역의료격차해소특별법 △국립대학병원·국립대학치과병원설치법 △의료사고처리특례법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결된 ‘채상병특검법’과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골자로 한 ‘민생위기극복특별조치법’ 등 2개 법안을 1호 법안으로 채택하고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채상병특검법은 채상병 순직 사건과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국방부 등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기존 법안의 내용에 더해 특별검사 추천 권한을 조국혁신당 등 비교섭단체까지 확대하고, 수사대상은 공수처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까지 포함했다.
민생위기극복특별법은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명시하고 지급액은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원 사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 지급하되 지급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야가 모두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특검법 대립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에 더해 한동훈특검법까지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김정숙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맞섰다.
이에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룬 민생법안은 후순위로 밀려날 예정이다. 원전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영구처분장과 중간저장시설 등을 건설하는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 특별법(고준위)’은 채상병특검법 공방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여기에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 자격을 박탈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역시 법사위가 개최되지 않으며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강조해온 3대 개혁 중 한 축이었다.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해 논의했지만 소득대체율과 구조개혁, 모수개혁안 등에 이견을 보이며 결국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21대 국회보다 극심한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된 만큼 야권의 단독 강행, 여권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전망이다. 야권은 ‘총선의 민심’을 강조하며 각종 법안에 대한 강행 통과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절대적인 의석차로 인해 법안 통과는 물론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8표의 이탈표가 생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원 구성 협상도 난항에 빠져 민생법안 통과는 더 뒷전으로 밀려났다. 민주당이 운영위원회와 법사위원회 ‘절대 사수’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민생법안 논의를 위한 상임위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대 국회에 대해 “지금보다 더 극한 대립을 보일 것”이라며 “여야가 서로를 인정해야 하고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거부권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거부권을 왜 많이 쓰게 했느냐라는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며 “야당이 이렇게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최다일 것이다. 툭하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24년 07월호
재계 “최고세율 50% 상속세 인하” 시대역행 ‘동일인 지정제’ 폐지 요구도
경총·한경협 등 재계, 경제 활성화 위해 세제 개편해야
금투세·중대재해처벌법 등도 논의에 올라
| 조수빈 기자 beans@newspim.com
여야가 22대 국회 들어 상속세 감세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 역시 법인세·금융투자소득세 등 세제를 개편해야 기업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상속세를 사망자의 유산 총액 기준에서 상속인 1인당 물려받은 몫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유산취득세’ 방안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액을 현행 5억원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양쪽 모두 상속세 감세안을 골자로 하지만 여당은 수익에 대한 과세를 검토하자는 내용을 담았고, 야당은 상속세 일괄공제를 높여 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자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에도 부담인 상속세
상속세는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승계 과정에서의 부담으로 지속 언급돼온 문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할증 20%까지 더해져 상속세율이 60%에 육박한다.
상속세의 경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큰 부담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2년 업력 10년 이상의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가업승계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6.3%가 가업승계 과정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 우려’를 들었다.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의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가업상속재산 총액 중 최대 600억원을 과세 가액에서 제외하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용 중이나 그마저도 조건이 까다로워 이용 실적은 높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6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저평가된 우리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5월 ‘22대 국회에 바라는 경제계 110대 입법과제’를 국회 양당에 전달했다면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인 15% 수준으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20% 할증을 폐지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가 흔히 ‘부자세’로 불리는 것은 상속세율을 낮출수록 상속 재산에 따른 혜택이 많이 주어지기 때문인데 상속 재산 대부분이 회사 주식 등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건이어서 개인 자산으로 운용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속세 인하를 재벌들만을 위한 혜택으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이야기다.
상속세 완화와 동시에 종합부동산세 등의 개편도 논의되고 있는 만큼 개편 방향에 따른 세수 확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세제 개편이 기대만큼의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참여연대 자료를 보면, 2022년 한국 상속세 평균 실효세율은 41.4%로 명목 최고 세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상속재산 규모가 500억원을 초과하는 슈퍼부자 25명(0.16%)을 제외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로 OECD 평균 세율인 25%와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올해 국세 수입이 매우 큰 규모로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4000억원 덜 걷힌 상황이다.
동일인지정제·중처법 등 부담 큰 제도도 재논의
대표이사 등 사업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로 동일인(총수)지정제 폐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등도 재계의 주된 요구사항으로 떠올랐다. 동일인지정제도는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총수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두고 각종 자료·공시의무를 부과하고 형사책임을 묻는 제도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 등 사업장 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규정한 법이다. 두 제도 모두 두 개인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묻는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7월 중 세법 개정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2024년 07월호
세금·과태료로 부동산 안정? "종부세·재초환 손질 시급"
|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
50년 넘게 일해서 지금 사는 집 하나와 노후를 대비해 얻은 집 하나 두 채가 있는데 제가 투기꾼입니까? 20년, 10년 넘게 가졌던 집인데 문재인 정부 때 갑자기 집값이 올랐다고 1년에 2000만원 세금을 내야 한다면 이런 게 가렴주구죠.”
“공시가격 현실화요? 대체 하는 이유가 뭔가요? 단지 세금 올리려는 것에 불과한데 뭔가 대단한 정의 구현이라도 하는 듯 선동하는 것도 불만입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민주당 정권 때 주로 도입된 부동산 과잉 규제의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부동산 과잉 규제에 대한 불만이었다.
먼저 징벌적 과세라는 이름으로 펼쳐진 부동산 규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다. 소득도 없는데 수천만원대 세금을 ‘때리는’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고 싶어도 가로막는 안전진단 규제나 오로지 세금 올리는 목적밖에 없는 공시가격 현실화 등이 그것이다.
다만 22대 국회에서도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의 절대 의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뜻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규제를 만들어낸 민주당은 여전히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규제 완화를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총선에서의 참패는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개선 동력 상실로 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여야 협치에 따른 부동산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대해선 여야가 뜻을 모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1주택자 종부세 감면 이어 2주택자도 완화해야
새 국회에서 가장 화두가 될 부동산 규제 완화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이다. 종부세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특히 논란이 됐던 ‘소득 없는 곳에 부과되는 세금’이란 테제에 대해서는 ‘해당 주택이 담세 도구’라는 판결을 내놨다. 즉 노무현 정부 당시 종부세 도입의 근거였던 ‘집을 팔게 하기 위한 세금’이라는 논란에 헌재가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대 국회에서 종부세 제도 개선은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종부세 유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에서 개선 논의가 나오고 있다. 우선 박찬대 원내대표가 “실거주 1주택자인 경우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고민정 최고위원이 종부세 폐지론을 언급했으며,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 금액을 16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 발의를 말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실에서는 종부세 폐지 방침을 내놨다. 이후 민주당이 격론 끝에 종부세 유지 쪽으로 방향을 튼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여당에선 향후 발족할 세제개편특위에서 종부세 폐지를 논의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종부세 세수는 격감했다. 2023년 귀속 종합부동산세 납세인원은 49만5000명에 세액은 4조2000억원가량이다. 이는 전년인 2022년의 납세인원 128만3000명에서 78만8000명(61.4%) 줄었고, 세액은 6조7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37.6%)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세수 감소에도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 폐지를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한 시장 전문가는 “종합부동산세는 서민 주거복지 등에 쓰이는 게 아니라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가난한 자에게 쓴다’는 포퓰리즘적 세금”이라며 “세금을 내기 싫으면 집을 팔라는 정책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집을 팔아서 세금을 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세인 부동산 보유세 종부세는 소득 없는 노후 계층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초환’도 넘어야 할 산...공시가격 현실화도 손봐야
징벌적 과세는 종부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 그리고 종부세 및 각종 세금, 준조세 인상의 근원인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도 22대 국회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우선 정부는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확대를 추진하고 이를 위해 재초환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여야 합의로 국회를 넘은 노후신도시재정비특별법에 따른 1기 신도시, 목동, 상계동 등 서울 내 노후 신시가지 정비를 위해 필요하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5월 의원총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재초환법 개정안)와 실거주 의무 폐지(주택법 개정안), 노후신도시특별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을 보고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가 법안소위에서 정부·여당과 논의한 내용이 공유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과금 부과 초과이익 기준(3000만원)을 1억원으로 올리고, 부과 구간(2000만원)도 7000만원으로 넓히는 게 핵심이다. 초과이익 산정 시작 시점을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늦추는 내용도 담겼다. 소위 여야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제도 도입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부과 기준 등을 손볼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준 등을 놓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왔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당의 정책 방향성과 맞지 않은 것이 민주당 소속 위원들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의총에서는 정부안에서 다소 후퇴한 초과이익 기준 8000만원 선이 보고됐다고 전해진다.
부과 구간은 애초 정부가 중재안으로 제시한 차등 구간(4000만~7000만원)을 설정하는 것으로 여야가 합의할 전망이다. 여야 위원들은 앞선 소위에서 20년 이상 장기 보유자에 대한 감면율을 정부가 제시한 최대 60%에서 70%로 확대하는 데도 합의를 봤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이 같은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을 담은 재초환법 개정안은 국토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장 전문가는 “민주당이 국회 절대의석을 차지한 만큼 차기 대선을 노리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21대 국회 윤석열 정부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협치가 예상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에 비판적인 민주당 정강과 반대되는 만큼 규제 완화폭이 커지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 07월호
中企 '주52시간 유연화' 최우선...스타트업 "창업 활성화 메가펀드 필요"
중견련 “상속세 15%까지 인하해야”
벤처·스타트업, ‘금융지원 강화’ 최우선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위해 ‘파괴적 규제 혁신’ 요구”
| 송은정 기자 yuniya@newspim.com
중소기업계가 제22대 국회를 맞아 다양한 입법과제를 제언했다. 앞서 중소기업계는 21대 국회에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근무시간 유연화 법안’·‘기업승계 관련법’ 등의 개정을 요구했지만 폐기된 바 있다.
중소기업계는 22대 국회에 ‘주52시간 근무 적용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다뤄 달라고 요청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66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제22대 국회 중소기업 입법과제에 대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의견조사’ 결과 주52시간 적용 유연화 등 근로시간제도 개선을 1순위로 꼽은 비율이 38.9%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방식 개선 및 의무 명확화(18.3%), 중소기업과 은행 간 상생금융 확대(12.9%), 중소기업 글로벌화 지원 강화(12.7%) 순으로 집계됐다.
중견기업계는 선진국형 경제와 사회구조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업계 제언’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 대응 위한 이민청 설립 △민간 자율성 제고 기반 위한 정부 조직 슬림화 등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의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선진국형 경제·사회구조 대전환을 견인하는 거시적 프로젝트를 전격 가동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지속성장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으로 상속·증여제도 개편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견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을 OECD 선진국 평균 수준인 15%까지 인하하고 상속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시점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성장 탈출을 위한 경제 역동성 회복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원활한 성장을 뒷받침할 법·제도 환경과 조화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연구개발(R&D) 세제지원 확대, 노동시장 개혁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최근 ‘제22대 국회 입법과제에 대한 벤처기업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순위로 ‘정책자금 등 금융지원 강화’를 국회에 요구했다. 37.5%는 ‘현안별 국회와 벤처업계 간담회 등 소통 강화’를, 29.6%는 ‘국회와 벤처업계 간 입법협의체 구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중점 과제로는 ‘정책자금 등 금융지원 강화’, ‘연구개발(R&D) 지원 강화’, ‘선진금융제도 도입 등 벤처투자 활성화’를 꼽았다.
올해 7월 상시화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는 ‘벤처기업 특화 R&D 지원 제도 신설’이 25.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법인세 등 세제지원 확대’(15.5%), ‘벤처기업 입지지원 제도 개편’(14.4%),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12.9%)이 포함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처리되지 않은 법안 중 차기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됐으면 하는 법안으로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가 24.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을 유예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벤처 및 혁신 단체들의 결성체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22대 원 구성이 되면 지난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 중심으로 7월 중 재발의가 필요하다고 건의할 계획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는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을 중심으로 조속히 입법이 추진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국회는 벤처업계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신산업 분야 지원과 규제 혁신을 위한 입법을 강화하고 벤처기업의 R&D 및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입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계는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 지역 소멸 등 위기의 해결책으로 스타트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연구자료집을 통해 대한민국 전체를 혁신 생태계로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스포는 스타트업이 활약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디지털 혁신을 비롯해 지역 대학과 스타트업의 협력을 통한 혁신인재 양성, 지역에 특화한 투자 생태계 구축 및 규제 개선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세계적 규모의 유니콘이나 데카콘에 투자할 수 있는 ‘메가펀드’를 조성해 투자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최고의 창업 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 국면에서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외국 자본과 고급 인재 유치를 위해 각종 제도 개선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부 실현 과제로는 △청년이 살고 싶은 5대 스타트업 도시 조성 △지역 스타트업 세제 혜택 및 인센티브 확대 △지역 스타트업 자치제도 운영 △100조원 규모 글로벌 메가펀드 조성 △외국인 비자 발급 제도 개선 및 법인 설립 절차 간소화 △스타트업 중심의 일자리 확대와 디지털 약자 보호 △신·구 산업 갈등 해결을 위한 국회 ‘신산업상생협력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규제 혁신”이라며 “스타트업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변화시키는 주체로서, 규제 환경의 유연성과 적응력이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스타트업은 종종 기존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하기 때문에 규제 혁신 없이는 혁신과 성장 잠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파괴적 규제 혁신을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2024년 07월호
실업급여 구멍 ‘숭숭’...'시럽급여' 방지법 입법 급선무
고용부, 2021년 10월 고용보험 ‘빼먹기’ 예방책 마련
국회 환노위 몇 차례 논의...노동계 반대에 합의 못해
국회 뒷짐에 반복수급자 계속 늘어...11만명 돌파
|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
실업급여 반복 수급 시 급여액을 절반으로 깎는 내용의 ‘실업급여(구직급여) 개편안’이 22대 국회에서 재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21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개편안이 2년 8개월간 계류돼 있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결국 폐기 수순을 밟았다.
실업급여의 본래 취지는 비자발적인 이유로 직업을 잃은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재취업 활동을 돕기 위함이다. 하지만 최근 실업급여 반복수급자가 크게 늘면서 재정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는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10만명을 넘어섰고, 실업급여 반복수급액은 지난해 5000억원을 돌파했다.
정부, 22대 국회서 실업급여 개편안 재추진
6월 5일 국회 및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5월 29일 임기 종료된 21대 국회에서 정부 주도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폐기되자 22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시럽급여 논란’으로 불발됐던 실업급여제도 개편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이다.
앞서 고용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10월 반복수급자(5년 내 3번 이상 수급)를 대상으로 세 번째 수급부터 급여액을 최대 50%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당시 집권당이자 국회 절대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충분히 협의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정권 교체 이후 여야 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동안 정부는 실업급여제도 손질을 위해 정부 주도의 고용보험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국회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국회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부안 심사를 위한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마무리를 짓지는 못했다.
특히 최근 1년 반 동안 국회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22년 11월 22일 6개월 만에 가동한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장철민·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한 테이블에 올려 논의를 시도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는 데는 노동계 반발, 반복 수급 제한 기준에 대한 여야 간 이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주도해 개정안 통과를 막아서다 보니 국회도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더욱이 여야 의원들 내에서도 반복 수급 제한 기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정부 주도의 고용보험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자 지난 5월 말 새롭게 출범한 22대 국회에서 해당 개정안 입법을 또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지금껏 고수하던 정부 주도의 입법 방식으로 추진할지, 아니면 의원 입법으로 밀어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고용부는 5년 안에 세 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을 경우 수급액을 최대 50%로 줄이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5월 21일 입법예고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가 발의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새로운 국회에서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정부 입법으로 할지, 의원 입법으로 할지 구체적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최근 확정한 ‘2025년도 예산안 편성 세부 지침’에서 실업급여의 과도한 반복 수급 방지 및 수급자의 조속한 노동시장 복귀 대책을 내년도 예산안에 처음 반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부정 수급 방지 대책만 매년 예산안에 포함해 왔는데, 이들에 대한 노동시장 복귀 문제도 함께 다루기로 한 것이다.
세부 지침에 따라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5년간 여러 번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의 3번째 수급부터 급여액을 최대 50%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 요청서를 기재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나이와 일한 기간에 따라 4~9개월 동안 실업 직전 평균임금의 60% 수준을 지급한다. 최소근무일수(180일) 이상 일하며 고용보험을 납부했다면 횟수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다.
작년 반복수급자 11만명...5년 새 2만4000명 증가
고용보험법 개정안 국회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사이, 실업급여 반복 수급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거듭하며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5년간 3회 이상)하는 사람은 최근 5년간 약 28.3%(약 2만4000명) 증가했다. 2019년 8만5867명이던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는 2021년 10만명을 넘어선 뒤 지난해 11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액 역시 2019년 3489억원에서 지난해 5522억원으로 58.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실업급여 지급액 중 반복수급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2%에서 4.7%로 0.5%포인트(p) 증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반복수급자 증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면서 “실업급여 남용을 막아 도움이 더 필요한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총 1조546억원으로 1조481억원을 기록한 작년 8월 이후 8개월 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