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06월호
MZ세대 똑똑한 소비 덕에 알뜰폰 시장 ‘판’ 커졌다
MZ세대가 쓰는 알뜰폰, KB리브엠이 한몫
“중소사업자 70개 넘게 난립...M&A 등 노력 필요”
| 김지나 기자 abc123@newspim.com
| 이지민 기자 catchmin@newspim.com
알뜰폰은 지난 몇 년간 ‘효도폰’ 이미지를 벗고 MZ세대의 현명한 소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몇 년간 5세대이동통신(5G) 상용화와 함께 통신요금제가 고가로 형성되자 MZ세대는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세종텔레콤의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의 MZ세대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몰이 강화되며 MZ세대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KB리브엠이 2019년 12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겨냥한 고객층 역시 기존 중소 알뜰폰업계의 주 타깃층인 노년층이 아닌 MZ세대였다.
이처럼 알뜰폰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 기존 통신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 고가요금제를 쓰던 고객들이 알뜰폰으로 넘어가면, 통신사 입장에선 자회사로 알뜰폰 사업을 하더라도 알뜰폰 사업은 상대적으로 아르푸(ARPU·서비스가입자당평균수익)가 낮아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알뜰폰 점유율 제한 기준에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통신업계는 각자 셈법에 맞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한편, 과기정통부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2014년 대형 통신사들의 알뜰폰 시장 독식을 막는다는 취지로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영업을 제한한다’는 등록조건을 부과했다. 해당 조건에 따르면 모수에 IoT 회선을 포함해 점유율을 산정하는 만큼 알뜰폰 통신 자회사들은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수에 IoT 회선을 제외할 경우, 통신 자회사는 영업 제한에 걸리게 된다.
이 같은 쟁점은 최근 커넥티드 연계 통신서비스를 위해 대형 자동차 회사들이 알뜰폰 회선을 늘리며 이어졌고, 기준 산정에 대한 통신업계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엇갈린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IoT 회선을 기준에서 제외하면, 향후 주시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도 별도로 분리해 보자는 것으로 시장 획정에 대한 미래 예측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면서 “점유율 규제 자체도 알뜰폰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 역시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중소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모수에 IoT 부분을 배제해야 확실히 통신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에서 과점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온다”면서 “장기적으론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자력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규제를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다를 수 있고, 지금까지 5개월 정도 이 부분에 대해 사업자들과 논의하고 있다”면서 “등록조건은 우리가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자들이 동의해 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통신비 절감을 위해 알뜰폰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상황에 알뜰폰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선 중소 사업자들의 자성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알뜰폰 중소사업자 70여 개가 난립한 상황”이라며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견 이상의 알뜰폰 사업자로 확대하고, 정부에선 M&A를 지원하는 식의 정책적 역할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022년 06월호
담장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양산 사저...자연인 문재인 "제2 인생 잘 살아볼 것"
문재인 전 대통령, 5월 10일 경남 양산 사저로
| 윤채영 기자 ycy1486@newspim.com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가 도착한 지난 5월 1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앞은 지지자들에겐 ‘피크닉’ 현장 같았다. 철제 펜스 뒤로 돗자리를 깔고 초콜릿, 바나나, 음료수 등 먹을거리를 싸 들고 온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아쉬움보다는 건강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11시부터 김해에서 출발한 문모 씨(55)는 “대통령님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앞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한 길 가시라고 응원차 왔다”며 기자에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은 여간 오기가 쉽지 않았다. 보안상의 이유로 평산마을과 3.5km 떨어진 통도환타지아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주민을 제외한 일반 시민은 걸어 들어와야 했다.
기자도 택시를 타고 오던 도중 경찰의 지휘하에 하차했다. 30분 정도 걸어 오후 12시쯤 평산마을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50여 명의 지지자가 문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회관 건물에는 “문 대통령님 이웃이 되어 반갑습니다”, 뒤쪽 철조망에는 “문 대통령님 반갑습니다. 평산마을 주민 일동” 등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다수 지지자들은 함께 온 친구 혹은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여유롭게 대기했지만 일각에서는 보수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훼방을 놓기도 했다. 한 시민이 ‘(문 전 대통령을) 깜빵으로 보내야 한다’고 외치자 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여기 왜 왔나”라며 한목소리로 항의했다.
문 전 대통령이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기 직전 오후 2시 50분쯤에는 5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차량에서 내리자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실린 부채, ‘당신의 국민이라서 행복했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연신 흔들며 반겼다. 이어 “사랑해요, 대통령. 사랑해요, 문재인”을 외치는 함성도 덩달아 커졌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에서 보내게 될 제2의 삶이자 새 출발이 기대된다. 자유인으로 아내와 함께 잘 살아보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이제야 무사히 다 끝냈다는 안도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한 시민이 사람들을 통해 꽃다발을 뒤에서 앞으로 전달했다. 그러면서 “전달”을 수차례 외치자 주변 시민들도 다 함께 외쳐 도움을 줬다. 경호원은 이를 외면하지 않고 꽃다발을 대신 받아들었다.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궁금해하는 시민도 많았다. 펜스로 막혀 있어 사저 앞까지는 접근할 수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약 2km의 언덕을 오르기도 했다.
산자락 아래에 있으면서 높다란 담벼락이 세워져 사저는 많이 가리지만 수백 평대 규모인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외벽은 밝은 회색, 지붕은 어두운 회색을 띠고 있고, 담장과 대나무 등으로 조경돼 있다. 옆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집이 큰데 너무 눈에 띄지는 않게 아주 잘 지은 것 같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대문을 열면 바로 계단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사저에 들어가기 직전 이 계단을 올라 마지막으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2022년 05월호
한국 우량주 10년 수익률 ‘쇼크’ 10개 중 7개가 ‘마이너스’
코스피 지수 수익률 63%에 훨씬 못 미쳐
삼성전자 우선주 10년간 434% 상승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상승률 높아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투자의 대가들은 우량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워런 버핏은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며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들의 주장을 개인투자자들이 그대로 따라 했다면 과연 수익률은 어땠을까? 지난 10년간의 한국주식 장기투자 실제 수익률을 쫓아가 보자.
단순하게 과거 수익률을 계산할 때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승리자의 관점에서 수익률을 계산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현재 시점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선정해 수익률을 계산한다면 좋은 수익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계바늘을 10년 전으로 돌려보자. 지금 가장 잘나가는 종목들은 10년 전에도 다 시가총액이 높았을까?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합리적인 10년 장기투자의 수익률을 측정하려면 현재 시점의 상위 10개 종목이 아니라 10년 전 시점에서의 상위 10개 종목 수익률을 체크해 보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10년 전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 결과는 어땠을까?
충격적이게도 10년 전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무려 7개 종목이 10년 후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개 종목 평균수익률 또한 24%에 불과하다. 코스피 지수 10년 수익률 63%에도 훨씬 못 미치는 처참한 수익률이다. 차라리 마음 편하게 은행 예금에만 넣었더라도 10년간 24% 수익률은 달성하지 않았을까?
한국 부동의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10년간 270%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믿음에 보답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2위인 현대차, 4위인 현대모비스, 5위인 기아차의 수익률 배신은 뼈아프다. 10년 만에 현대차는 시가총액 8위로 하락하며 수익률도 -2%로 부진했다. 현대모비스는 더 부진한 -13%, 기아차 수익률 역시 고작 23%에 불과하다. 자동차업종에 장기투자했다면 망연자실할 정도로 저조한 수익률이다.
철강업종 대장주인 시가총액 3위 POSCO의 -28% 수익률과 조선업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의 -59%, 전기업종 대장주 한국전력의 -14%, 보험업종 대장주 삼성생명의 -21% 수익률까지 확인해 보니 10년 세월이 허망하다. 변동성이 극심한 주식시장에서 10년간 마음 졸였던 고통의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수익률이다.
이 결과로만 본다면 한국에서 우량주식 장기투자 공식은 전혀 맞지 않다고 단정 지을 수 있겠다. 그런데 혹시 우연의 일치가 아닐까?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라 10년 전 시가총액 상위 11~20위까지로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조사해 봤다.
그 결과 다행스럽게도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이 플러스를 기록하는 대반전의 결과가 나왔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S - Oil과 KT&G의 경우 고배당 주식들이라 배당금까지 감안한다면 누적수익률은 플러스로 돌아선다. 10개 종목 10년 평균수익률은 142%로 코스피 수익률 63%를 2배 이상 뛰어넘는다. 결론적으로 10년전에 투자자들이 투자범위를 상위 20종목으로 넓혔다면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한국주식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잦은 합병,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인해 정확한 수익률 추적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의 인적분할(현대로보틱스,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과 2019년의 물적분할(한국조선해양 등) 및 기업명 변경으로 종합 수익률 계산이 난해하다.
삼성물산(구 제일모직)은 제일모직과 합병해 2011년 말의 주가 산정 자체가 애매하다.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공모가 5만3000원에 신규 상장한 후 2015년 삼성물산과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존속법인은 제일모직이 되고 기업명은 삼성물산을 사용해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LG화학은 10년 전부터 미래를 예견하고 2차전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94%라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의 물적분할이 주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해 주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인적분할의 경우 수평적 분할이라 기존 주주들이 분할되는 새로운 기업의 주식을 모두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물적분할의 경우 모회사와 자회사 구조의 수직적 분할이라 기존 주주는 물적분할하는 새로운 자회사의 주식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증시에 모회사와 자회사가 이중으로 상장되는 꼴이라 결과적으로 물량부담이 늘어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수많은 기업이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해 물적분할을 단행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이제 승리자의 관점에서 수익률을 분석해 보자. 2021년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과거 수익률은 과연 어땠을까? 10년 전에 이 주식들의 성장가능성을 믿고 매수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투자자들의 장기 수익률을 추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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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에는 약 2400개의 기업이 상장돼 있다. 이 수많은 기업 중에서 상위 10개라면 최고 중의 최고다. 이들 10개의 승리자 기업 중심으로 분석한 최근 10년 평균수익률은 무려 311%다. 코스피 누적수익률 63%의 5배다. 이 승리자들 중에는 과거부터 잘나갔던 기업들도 있고 최근에 떠오르는 기업들도 있다. 10년 전에는 시가총액이 높지 않았지만 최근 플랫폼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NAVER나 카카오, 2차전지에 강한 삼성SDI, 신규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새로이 순위권에 진입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눈에 띄는 주식은 삼성전자 우선주다. 최근 10년간 보통주 주가의 90% 수준까지 괴리율을 좁히며 434%의 인상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섹터 만년 2등인 SK하이닉스의 수익률이 497%로 삼성전자 수익률 270%의 2배 수준인 것도 관전 포인트다.
2016년 11월 10일 신규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공모가는 13만6000원이었고 당일 종가는 14만4000원이었다. 요즘의 뜨거운 공모주 열풍 분위기와 달리 그 당시 공모경쟁률은 불과 45 대 1에 그쳤다. 그래서 투자자 누구나 마음만 먹었다면 상장일 당일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공모가 수준에 매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1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90만3000원이고 수익률은 564%다. 상위 20위 종목 중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다. 하지만 상장일에 매수했던 투자자들 중 이 주식이 5년 뒤에 5배 넘게 폭등하며 당당히 시가총액 4위에 진입할 거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전기차 시대를 예견하고 2차전지 사업을 확장한 삼성SDI는 10년 전 42위에서 현재는 7위로 급상승하며 391%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전통의 플랫폼 기업인 NAVER도 3위에 올라서며 471%의 훌륭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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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위를 20위까지로 넓혀보면 카카오 계열사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6위 카카오, 11위 카카오뱅크, 15위 카카오페이 등 총 3개 회사가 상위 20위 안에 진입한 것은 경이롭다. 하지만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신규상장 1개월 만에 약 900억원의 보유주식을 매각하며 큰 수익을 챙겨 카카오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어쨌든 한국 주식 10년 역사에서 두드러지게 성장한 카카오의 혁신은 눈부시다. 앞으로도 한국인들은 카카오 생태계에서 계속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위권 중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기업은 셀트리온이다. 10년 전에는 순위에도 없던 기업이지만 지난 10년간 514%의 수익률을 기록해 다른 기업들을 압도했다. 바이오시밀러가 낯설던 초창기에 서정진 회장이 선구자로 나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이뤄낸 성과다. 공매도와의 전쟁, 기업분할, 합병추진, 분식회계 논란 등 다양한 이슈로 주목받기도 했다.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신규 상장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해 주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마이너스 8%였으나 2022년에 들어서면서 수익률이 더욱 나빠져 우리사주를 받았던 직원들까지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이 자사주 약 200억원을 매입하는 등 주가 방어에 여념이 없다. 크래프톤의 이런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신규 상장기업이 시가총액 18위까지 단숨에 진입한 부분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이렇게 한국주식들의 지난 10년간 수익률을 살펴봤다. 다시 워런 버핏의 말을 상기해 보자. 한국 주식시장에서 10년 장기투자 전략은 과연 유효한가? 만약 상위 10개 종목에만 분산투자했다면 24%라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익률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위 20개 종목으로 범위를 넓혔다면 83%라는 양호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
좀 더 능력 있는 투자자라면 미래에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안에 진입할 수 있는 급성장기업을 찾아냈을 수도 있다. 물론 현실세계에서 이렇게 뛰어난 투자자는 많지 않다. 결론적으로 워런 버핏의 장기투자 전략은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한국에는 사이클을 타는 경기순환주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볼 때 과연 한국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게 가장 최선의 선택일까?

2022년 05월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北 대부분 미사일 핵탄두 탑재 가능 尹정부 대응책 원점서 재설계 필요”
|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kjw8619@newspim.com
권용수(65·해사 34기) 전 국방대 교수는 뉴스핌 월간ANDA 긴급진단에서 “북한의 핵 경량화와 소형화 기술은 신뢰성과 고도화가 남아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대부분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올해 들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전격 파기하고 핵무력과 각종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윤석열 새 정부 출범을 겨냥해 그동안 유예했던 각종 핵실험과 신형 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무력시위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미 간 강대강 군사적·안보적·외교적 대치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핵·미사일을 비롯한 무기체계 분야 최고 권위자인 권 전 교수를 만나 북한 핵무력과 미사일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긴급 진단했다. 윤석열 새 정부와 한국군이 북한의 가시적인 위협과 도발에 어떻게 실질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고도 40~50km 이상 핵 기폭, 전자기파 발생”
특히 권 전 교수는 “북한이 전통적인 핵 사용이 아닌, 고도 40~50㎞에서 핵탄두를 기폭시켜 핵 전자기파(EMP)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핵을 사용한다면 재진입체 기술의 어려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의 ‘핵심 5대 과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새 정부와 한국군의 대응과 관련해 권 전 교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단일국가의 군사적 대응만으론 한계가 있고, 한미동맹 기반의 포괄적 안보 관점에서 대응 방법과 수단을 원점에서 재설계할 시점이 됐다”고 제언했다.
권 전 교수는 군사적 대응과 관련해 “현재와 같은 군사 중심의 전략과 구축 방향은 천문학적 투입예산 대비 효과 측면에서 우려된다”면서 “맞대응 식으로 대응하는 무기체계 일변도의 현 방식으로부터 개념 중심의 통합 군사역량으로의 대대적인 변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북한 미사일, 미 본토 타격 가능한 수준”
Q. 현재 북한 미사일 능력이 어디까지 왔다고 보나.
A.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본다. 특히 김정은 정권 아래에서의 급격한 기술 진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지 ICB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뿐만 아니라 SLBM, 신형 전술유도무기,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고기동 정밀타격 미사일을 속도전 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Q. 최근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는 의도는.
A. 최근 시험발사는 ICBM 시험 유예 파기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ICBM 도발 의도는 궁극적으로 체제 보장이겠지만 우선은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내부 결속과 대미 협상에서 우위를 갖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Q.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섞어쏘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은.
A. 섞어쏘기는 가능성이 높은 공격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극초음속 무기가 전력화돼 신형 전술유도무기(KN-23·KN-24)를 포함한 재래식 탄도미사일과 섞어쏘기 방식으로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전략자산과 군사목표에 대해 수직·수평의 다차원적으로 공격한다면, 첨단 미사일방어체계일지라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Q. 북한의 각종 미사일 발사와 도발을 보면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A. 미사일 시험발사는 성능을 검증하고 확인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기술 진전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북한은 기술보다 김정은의 정치적·전략적 의도에 의해 도발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의 ‘핵심 5대 과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진입체 기술 문제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어”
Q. 북한이 무기체계 개발을 계획에 따라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핵심 5대 과업이 구체적으로 뭔가.
A. 지난해 1월 북한이 밝힌 핵심 5대 과업은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의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켓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를 말한다. 3차례 비행시험을 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제외하고는 개발 단계지만 발표 시점으로부터 1년이 경과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른 무기체계들 역시 상당한 기술 진전과 함께 곧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Q. 북한이 ICBM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나. 미국에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A. 많은 전문가가 완전한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미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서 2020년 말 공개한 ‘2021 미 군사력 지표 보고서’ 등 관련 문헌을 종합 분석할 때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북한이 전통적인 핵 사용이 아닌, 고도 40~50㎞에서 핵탄두를 기폭시켜 핵 전자기파(EMP)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핵을 사용한다면 재진입체 기술의 어려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Q. 재진입체 기술의 어려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처럼 물리적 파괴 수단으로 핵을 사용한다면 재진입체는 반드시 마하 20 이상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해 대류권 부근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6000~7000°C의 고열과 충격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핵 EMP의 경우 기폭 고도 부근은 공기밀도도 낮고 온도 또한 대략 3000°C 이하이기 때문에 북한이 재진입체 기술을 해결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개념 중심의 통합군사역량으로 대대적 변혁 절실”
Q. 그러면 북한의 핵 소형화 기술은 어느 정도로 보나.
A. 북한의 핵 경량화와 소형화 기술은 신뢰성과 고도화가 남아 있지만 ICBM을 포함한 대부분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6년 3월 핵탄두 기폭장치 모형을 공개했으며, 이와 관련해 제프리 루이스 미 비확산센터(CNS) 소장은 “북한이 직경 60cm, 무게 200~300kg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Q. 윤석열 새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을 비롯해 각종 군사적·안보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을 제언한다면.
A.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단일국가의 군사적 대응만으론 한계가 있고, 한미동맹 기반의 포괄적 안보 관점에서 대응 방법과 수단을 원점에서 재설계할 시점이 됐다. 국가안보전략 차원에서 핵·미사일 대응 개념과 전략 설정, 동맹국과의 미사일방어 협력 강화, 개념 중심의 시스템적 접근 등이 성공적인 핵·미사일 대응체계 구현의 핵심 요소다.
Q. 특히 북한의 가시화되는 핵무기·미사일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대응법이 시급해 보인다.
A. 정치·외교 등 포괄적 안보라는 큰 틀 속에서 우리 군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군사 중심의 전략과 구축 방향은 천문학적 투입예산 대비 효과 측면에서 우려된다. 맞대응 식으로 대응하는 무기체계 일변도의 현 방식으로부터 개념 중심의 통합군사역량으로의 대대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통합군사역량은 무기체계와 전략·전술, 인재 양성 등을 포함한다. 아무리 무기체계가 좋아도 전략과 전술이 빈약하고 훌륭한 인재가 부족하다면 전쟁에 질 수밖에 없다.

2022년 05월호
美 우량주 10년 수익률 ‘서프라이즈’ 테슬라 184배 폭등 ‘단연 두각’
GPU 덕에 엔비디아 91배 폭등
美 상위 10개 주식 수익률 한국의 15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1위 다툼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주식의 부진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거 미국주식 투자로 몰려가고 있다. 그래서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한국증시와 미국증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단 한국과 달리 미국증시에는 전 세계의 글로벌 초우량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은 게 특징이다. 물론 한국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미국을 따라가기엔 현저히 적은 숫자다.
미국증시에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의 유명 기업들이 모두 상장하고 싶어 한다. 지금은 회계 투명성 문제로 중국주식 상장폐지 논란이 있지만 중국의 유명 기업들도 대부분 미국에 상장돼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 쿠팡도 미국에 단독 상장했다. 이렇게 미국 증권시장은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워런 버핏이 그렇게도 강조했던 장기투자가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과연 통했을까? 이번에도 한국주식 분석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승리자들이 아닌 10년 전 상위 10개 종목을 중심으로 수익률을 추적해 보자.
전에는 엑슨모빌이라는 석유 회사가 시가총액 1위였고 또 다른 석유 회사인 셰브론의 시가총액도 5위였던 점이 의외다. 이 당시는 석유 회사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후 유가는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상당 기간 약세를 보였다. 그 영향으로 엑슨모빌의 10년 누적수익률은 고작 9%에 불과하다. 만약 10년 전에 1등 주식인 엑슨모빌 한 종목에만 올인해 장기투자했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가총액 2위부터는 느낌이 확 다르다. 2위였던 애플이 1318%, 3위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1476%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금의 미국을 이끄는 빅테크 최상위 기업들이다. 그 외에도 상위 10개 종목 평균 누적수익률은 359%로 상당히 높다. 무려 한국의 15배다. 한국주식의 초라한 24% 누적수익률은 감히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왜 서학개미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지 납득이 되는 결과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보험회사를 가장한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의 292% 수익률이 눈에 띈다. 버핏이 한물갔다는 얘기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들려오지만 버크셔해서웨이의 시가총액 순위는 10년 전과 비슷한 8위다. 소문과 달리 여전히 버핏은 건재하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의 경우 시가총액 순위는 6위에서 14위로 살짝 내려갔지만 19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온라인을 석권한 아마존닷컴과의 경쟁에서 밀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여전히 탄탄한 입지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유명 생활용품 회사인 프록터&갬블도 지난 10년간 225%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섬유유연제로 유명한 다우니, 페브리즈 탈취제, 질레트 면도기, 오랄비 칫솔 등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제품들을 대거 취급하고 있으며 전 세계 180개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연평균 배당수익률도 2%를 훌쩍 상회해 필수소비재나 고배당주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기업이다.
대표적인 통신 회사인 AT&T는 39%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하지만 배당수익률이 연 7% 이상이라 고배당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업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감안하면 실제 10년 누적수익률은 100%에 육박한다. 하지만 시가총액 순위는 10위에서 48위로 크게 하락했다.
반면 우리에게 익숙한 IBM은 무난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빅테크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7%의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크게 하락했다. 과거 잭 웰치 회장이 이끌었던 제너럴 일렉트릭도 -19%의 부진한 수익률로 순위권에서 사라졌다. 어쨌든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의 평균수익률은 매우 양호했다. 그런데 혹시 이것 또한 우연의 일치가 아닐까? 결과가 의심스러워 10년 전 시가총액 상위 11~20위까지로 범위를 좀 더 넓혀서 조사해 봤다.
우려와 달리 10년 전 시가총액 상위 11~20위 종목 역시 탄탄한 수익률을 자랑했다. 심지어 상위 20위권 종목 중에는 마이너스 종목이 단 한 개도 없었다. 10개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으며 10개 종목 평균수익률도 277%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은 빅테크 기업인 구글(알파벳)이 차지했는데 10년 누적수익률 784%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13위에서 3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높은 수익률이긴 하지만 앞에서 소개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률에는 못 미친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과 반도체 기업 인텔도 각각 288%, 182%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미국 최고의 종합금융회사인 JP모간체이스는 512%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18위에서 11위로 순위가 점프했다. 또 다른 금융회사인 웰스파고는 129%라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수익률을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15위에서 43위로 하락했다.
헬스케어 업종 중에 시가총액 11위는 존슨&존슨으로 누적수익률은 233%다. 주력 제품으로는 존슨즈베이비와 타이레놀 등이 있는데 최근 코로나19 확산 때 타이레놀이 필수품이 되면서 매출증가폭이 컸다. 시가총액 12위인 화이자와 20위인 머크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주목받는 기업이 됐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며 전 세계인이 다 아는 유명 종목이 됐고, 머크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화이자는 253%, 머크는 182%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워런 버핏이 사랑하는 유명 음료 회사 코카콜라의 누적수익률은 123%이며 배당수익률은 연 3% 수준이다.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필립모리스의 누적수익률은 87%, 배당수익률은 연 4% 수준이다. 이 2개 종목은 비록 시가총액 순위는 하락했지만 필수소비재와 배당주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렇게 10년 전 상위 20개 종목의 수익률을 살펴봤다. 만약 투자자들이 10년 전에 깊이 있는 기업분석 없이도 단순하게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나 상위 20개 종목에 분산투자 후 장기보유했다면 상당히 훌륭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워런 버핏의 장기투자 전략은 미국증시에서는 확실하게 통하는 우수한 전략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2011년 말 기준이 아니라 2021년 말 기준인 현재 시가총액 상위 10개 주식으로 수익률을 분석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바로 승리자의 역사로 수익률을 계산한다는 점이다. 반면 2011년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수익률을 분석한다면 그 당시 가장 유망했던 종목들이 실제로 10년 뒤에도 유망했는지를 검증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합리적이다.
이제는 승리자의 관점에서 수익률을 분석해 보자. 현재 시점인 2021년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과거 수익률은 과연 어땠을까? 10년 전에 이 주식들을 분석해 성장가능성을 믿고 매수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투자자들의 장기 수익률을 추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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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승리자들로 구성된 현재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10년 평균수익률은 무려 3590%다. 이 중 7개가 대형 정보기술 기업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닷컴,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엔비디아를 빅7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0년 전에는 순위에도 없었던 테슬라와 엔비디아는 각각 184배, 91배 폭등했다. 10년 전에 똑똑한 투자자가 이 2개 종목에 각각 1000만원씩 투자해 지금까지도 이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평가금액은 어떻게 될까? 18억4000만원 + 9억1000만원 = 27억5000만원이 된다. 단돈 2000만원으로 시작했어도 당장 은퇴가 가능할 정도다.
10년간 184배 폭등한 테슬라의 눈부신 상승을 보면 테슬라 주식이 없는 투자자들은 무척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테슬라는 2018년에 자율주행하던 모델X 교통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했고 차량은 폭발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테슬라 신용등급을 B3로 강등했다. 일론 머스크는 만우절에 테슬라가 파산했다고 트위터로 농담을 했다. 2018년 8월에는 트위터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공개매수 검토하겠다”고 올렸다가 사기 혐의로 벌금 240억원을 내고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1년에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수했고 도지코인도 좋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일론 머스크는 천재다. 하지만 평범한 투자자들이 그의 이런 기행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회사 자체의 가능성만 믿고 장기투자하기에는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강심장 투자자가 매우 많다. 2021년 말 기준 한국인의 미국 시가총액 1위 애플 주식 투자금액은 6조원인 데 비해 시가총액 5위인 테슬라 투자금액은 애플의 3배가 넘는 19조원이다. 더 놀라운 건 나스닥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ETF 투자금액도 1조6000억원이나 된다. 한국에는 야수의 심장을 가진 투자자가 많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종목은 10년간 91배 폭등한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기업이다. 이 종목은 2018년의 1차 암호화폐 열풍 때 채굴 수혜주로 알려지며 한국에서도 주목받았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암호화폐 채굴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며 주가가 폭등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1차 붐이 끝나가던 2018년 말 50% 이상 폭락하며 투자자들을 공포에 질리게 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양이 급증하면서 GPU의 활용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게임,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슈퍼컴퓨터 등 GPU가 안 쓰이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진화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 중이다. 그래서 10년 전에는 시가총액 순위에도 없었지만 지금은 당당히 7위로 올라섰다.
꼭 이 2개 종목이 아니라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닷컴, 메타(페이스북) 등 웬만한 빅테크 종목들은 다 10배쯤 올랐다. 이게 바로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사람일지라도 투자는 미국주식에 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주식의 또 다른 특징은 초우량 기업들의 액면분할이다. 한국의 황제주 삼성전자도 계속해서 액면분할 압박을 받다가 결국 2018년에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100원으로 액면분할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꼭 주주들이 요구하지 않아도 테슬라처럼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스스로 액면분할을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반복해서 진행한다. 사실 액면분할은 주식 가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벤트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호재로 인식해 액면분할을 단행한 기업들은 늘 상승해 왔다. 불필요한 주가부양책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미국 회사들이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021년 말 현재 시가총액 상위 11~20위 기업들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순위권에 새로 진입한 기업들이 눈에 띈다. 익숙한 기업도 많지만 한국인에게 낯선 기업으로는 브로드컴을 꼽을 수 있겠다. 통신용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기업인데 지난 10년간 2711%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보였다. 11~20위권 기업 중에는 가장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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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낯선 기업은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이다. 이 기업은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로 민간 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무려 104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45위에서 단숨에 9위로 점프한 기업이다. 홈디포도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 기업인데 주택개량 및 인테리어 물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한국의 유사 기업으로는 한샘을 꼽을 수 있겠다. 홈디포 또한 1081%의 무시무시한 수익률로 시가총액이 35위에서 13위로 큰 폭 상승했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기업으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알고 있는 디즈니월드와 마블시리즈로 유명한 월트디즈니로 36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디즈니월드 운영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OTT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로 미국뿐 아니라 한국시장까지 공략하며 넷플릭스에 도전하고 있다.
카드결제시스템의 양대 산맥인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지난 10년간 각각 809%와 902%의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향후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 소비금액이 증가한다면 자연스럽게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도 769%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현재 잘나가는 미국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을 살펴봤다. 여기서 영원한 논란거리인 버블 이슈를 점검해 보자. 미국 주식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슈퍼7 기술주는 지금 버블일까, 아닐까? 투자 경험이 길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미국 나스닥이 매일매일 오르기만 하는 시장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시계바늘을 20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0년도에 투자 경험이 있었던 사람들의 느낌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버블 붕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건 2000년 3월부터 무려 31개월간 하락한 닷컴버블 붕괴다. 이 당시 나스닥 지수는 최고점인 5132포인트를 찍고 최저점인 1108포인트까지 무려 -78% 폭락했다. 1억원을 투자했었다면 평가금액이 2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스닥 지수가 폭락 이후에 다시 이전 최고점인 5132포인트를 회복하는 데는 몇 년이 걸렸을까? 믿기지 않겠지만 무려 15년이다. 2000년도에 나스닥 지수 최고점에 물린 사람들은 2015년에야 본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조심성 많은 투자자들은 상위 10개 종목의 무시무시한 3590% 수익률을 보면서 과거의 공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2000년의 닷컴버블 붕괴 당시의 기업 상황과 2022년 현재의 기업 상황은 어떤 부분이 다를까? 1999년과 2000년의 주가 폭등은 말 그대로 비이성적이었다. 닷컴이라는 이름만 사용하면 심각한 적자결산 기업이라도 무시무시하게 폭등했던 질풍노도의 시기다. 아무런 실적이 없어도 꿈과 희망만으로 거액을 베팅하는 사람들이 사방에 넘쳐났다. 하지만 2022년 현재의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치열한 경쟁을 끝마쳤고 꾸준하게 이익이 증가해 재무적으로도 탄탄하다. 독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 사용자 수를 최소 10억명 이상 확보했고 가격 결정권이 높은 것도 강점이다.
또 하나 체크할 부분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2000년도보다 훨씬 더 비둘기적이라는 점이다. 막대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을 헷지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을 매수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은 인플레이션 시대에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빅테크 기업들의 선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현재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부담스럽긴 하지만 닷컴버블 붕괴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 보인다. 독점적 구조가 깨지지 않는다면 일시적 조정은 있겠지만 주가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2022년 승부에서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2022년 05월호
암호화폐 5년 전 1차 버블 때 샀다면 아직도 마이너스?
5년 전 상위 20개 암호화폐 중 16개 손실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 5년 상승률 더 높아
암호화폐 신흥부자 속출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현재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바로 암호화폐 분야다. 최강의 인재들이 암호화폐 생태계로 대거 모여들고 있다. 인재가 모이는 산업은 필연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투자로 대박을 냈다는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데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모든 투자자가 다 대박이 날까? 5년 전인 2017년 말의 암호화폐 1차 버블 시기로 시계바늘을 돌려보자.
2017년 말은 한국에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광풍이 불어 중고등학생까지 암호화폐 매수에 뛰어드는 등 버블과 탐욕이 가득한 시기였다. 암호화폐 시장의 비이성적인 상승과 과열로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는 글로벌 거래소보다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 40% 이상 더 붙어 거래됐다. 오죽했으면 한국의 법무부 장관이 과열을 막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검토했을 정도다. 만약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1차 버블기였던 2017년 말에 시가총액 상위 10개의 암호화폐를 매수했다면 과연 수익률은 어떻게 됐을까? 버블에 몸을 던진 결과를 같이 확인해 보자.
위쪽 표를 찬찬히 살펴보자. 예상대로 그 당시 글로벌 상위 10위권 코인 중 무려 7개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김치 프리미엄이 극심했던 한국 거래소 가격 대신 글로벌 기준 가격으로 살펴보면 상위 10개 암호화폐의 5년 평균수익률은 30%다. 간신히 마이너스는 피했지만 이는 다른 암호화폐들의 대폭락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이 크다.
가격이 하락한 7개 암호화폐의 평균손실률은 무려 -62%다. 이런 심각한 수치조차도 생각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버블의 대붕괴가 발생했던 2018년 말에는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고점 대비 -90% 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5년이나 지났음에도 시가총액 2위였던 리플마저 -63%라는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는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상실감은 크다. 만약 시가총액 상위 11~20위로 범위를 더 넓혀보면 수익률은 어떨까? 더더욱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5년 전 시가총액 상위 11~20위의 암호화폐 중 현재 시점에서 상승한 암호화폐는 단 2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8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10개 암호화폐의 평균수익률은 -50%다. 그 당시 암호화폐 시장은 초기 시장이었다. 그래서 상위 20위권 암호화폐 중에도 우수한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의 힘으로 폭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버블 붕괴 후에는 손실률이 더 컸다.
특히 눈에 띄는 암호화폐는 비트커넥트다. 비트커넥트는 한때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 순위 20위에 진입했지만 폰지 사기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고발조치해 결국 상장폐지됐다. 현재 평가가격은 0원으로 글로벌 투자자들과 한국 투자자들의 소중한 투자금 3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검증되지 않은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 외에도 시가총액 상위 암호화폐 중에 손실률이 어마어마한 퀀텀, 비트코인골드, 버지, 나노 등은 현재도 -90%에 육박하는 끔찍한 손실률을 기록 중이다. 이런 결과로 볼 때 프로젝트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암호화폐에 대한 장기투자는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건 정말로 위험하고 희망이 없는 걸까? 이번에는 승리자의 관점에서 수익률을 분석해 보자. 2021년 말 현재 잘나가는 10개 암호화폐의 최근 5년 수익률은 어땠을까?
부동의 시가총액 1위 비트코인의 최근 5년 수익률은 234%로 상대적으로 매우 겸손한 편이다. 이더리움도 406%의 평범한(?)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시총 상위 10개 중 수익률 산출이 가능한 6개 암호화폐의 평균수익률은 1427%로 경이적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암호화폐는 여전히 초기 시장으로 역동성이 강하다. 나중에 개발된 프로젝트라도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사용자 수를 확보하게 되면 단숨에 시가총액이 상상 이상으로 폭등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 신규로 개발된 암호화폐들 중에서도 시장의 주목을 받아 대박이 난 사례가 많다.
과거 기준연도인 2017년 말 이후에 프로젝트가 진행돼 과거 5년간의 수익률을 정확히 산출할 수는 없지만 현재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새롭게 진입한 솔라나, 루나, 폴카닷, 아발란체의 추정수익률을 추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무지막지하게 높은 수익률로 계산될 것이다. 암호화폐는 기회의 시장이다. 하지만 주식, 부동산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훨씬 극심한 시장이다. 이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높다. 5년 전의 사례에서도 살펴봤듯이 순식간에 -50% 이상의 손실은 우스울 정도로 변동성이 극심하다. 이제 시가총액 상위 11~20위로 조사 범위를 더 넓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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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말 현재 상위 11~20위권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아마 암호화폐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평생 처음 들어본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 암호화폐들의 최근 5년 평균수익률 산정은 불가능하다. 10개 중 7개의 암호화폐가 2017년 이후에 개발돼 5년 전에는 가격 형성 자체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머지 3개의 암호화폐로 수익률을 계산해 보니 1137%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심각하게 과소평가된 수익률이다. 최근에 신규로 개발돼 20위권 안에 새롭게 진입한 나머지 7개 암호화폐의 무지막지한 추정수익률을 더한다면 평균수익률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만약 어떤 투자자가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을 예측해낼 수 있는 정도의 능력자라면 새롭게 개발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다. 성공한 소수의 신규 암호화폐에 초기 투자했다면 투자수익률은 몇천 퍼센트(%)가 아니라 몇만 퍼센트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1년에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신흥부자가 대거 탄생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예측 능력이 없다면 신규 암호화폐 투자는 도박과 다를 바 없다. 새로 생긴 수많은 암호화폐 중 상당수가 휴지처럼 폭락하거나 더 극단적인 경우 시장에서 아예 사라지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중 밈(MEME) 코인인 도지코인과 시바이누의 개싸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밈코인이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행이 된 코인을 말한다. 도지코인은 시바견의 이미지를 활용해 만든 대표적인 밈 코인이다.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가총액이 급등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낸 게 도지코인을 패러디한 시바이누다. 시가총액순위 10위와 11위를 차지하며 치열한 개싸움을 하고 있는데 한때 시바이누가 원조 격인 도지코인 시총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밈 코인이 유행하는데 실사용이 가능한 일부 코인을 제외하면 대부분 단기 유행 성격이 강해 투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특징을 3가지 방향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로 기관투자자와 금융제도권에서 점점 더 암호화폐를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최근 암호화폐 금융서비스 회사인 갤럭시디지털과 손잡고 파생상품인 ‘비트코인 차액결제옵션’ 거래를 개시했다. 이를 신호로 월스트리트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의 경우 국제결제망(SWIFT)에서 퇴출되자 비트코인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제도권에서는 정부가 암호화폐 사업 참여를 승인해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로 스마트 컨트랙트의 원조인 이더리움을 능가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거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유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암호화폐의 경우 기대감으로 인해 상상 이상으로 급등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의 단순했던 암호화폐 초기 시장과 달리 디파이, NFT 등 새로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라면 새로운 시장과 유망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새로운 암호화폐에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 번째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대표적인 암호화폐는 미국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높아졌다. 미국증시가 오르면 암호화폐도 오르고, 미국증시가 내리면 암호화폐도 하락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암호화폐와 미국증시의 상관관계가 낮았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패턴이다. 이런 동조화 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2021년 말 기준 한국의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55조원으로 상당한 규모다. 그런데도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암호화폐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좋은 선택일까? 잠재력이 큰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새롭게 열리는 호기를 보고도 투자자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암호화폐에 제대로 투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 짧은 기간에 수천 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한꺼번에 개발돼 이 중에서 어떤 암호화폐가 잠재력을 갖췄는지를 평범한 투자자들이 간파하기는 어렵다. 암호화폐를 분석할 때는 기본적으로 개발팀, 기술력, 네트워크 등을 체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분석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558만명에 달하는 한국 암호화폐 투자자 중 상당수는 한국 1등주식, 미국 1등주식, 각 지역 대장아파트에 투자하듯이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과 2위인 이더리움을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암호화폐 가격 변동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존하며 사용자 수를 늘려온 1위와 2위인 만큼 향후에도 강한 생존력을 보이지 않을까? 물론 극심한 변동성과 위험성을 감수하는 건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숙명 같은 일이다.

2022년 05월호
오세훈·송영길…여야 서울 '빅매치'
| 조재완 기자 chojw@newspim.com
| 박성준 기자 parksj@newspim.com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대권 잠룡들의 빅매치가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재선에 도전한다. ‘구인난’을 겪는 더불어민주당에선 송영길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송영길 내보낼까, 말까”...고심 빠진 민주당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이는 송영길 전 대표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도부가 출마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쟁은 여전하다. 그러나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여전히 출마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지난해 재보궐선거에 이어 2연패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낙연 전 대표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다른 주자들이 선거판에 뛰어든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굳이 경선에 가세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우상호 의원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겠다며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주민 의원도 지난 4월 7일 출마를 선언했지만 경선에서 송 전 대표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 전 대표의 출마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던 지도부도 고심에 빠졌다. 시장 선거 전망은 밝지 않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선거다. 시장직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장 자리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보단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 송 전 대표의 출마를 쉽게 만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 지역구의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에서 패배해 물러난 지도부가 곧장 지방선거에 출마해선 안 된다는 게 서울 지역 국회의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면서도 “후보군 자체가 좁은 데다 인지도 등 경쟁력 측면에서 송 전 대표를 앞서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누구든 OK”...‘오세훈 자신감’ 국민의힘 여유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보궐선거로 선출된 지 대략 1년 만에 치르는 ‘허니문 선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자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지 두 달여 만에 치르는 지방선거인 만큼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지난 4월 4~5일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 시장은 송 전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 구도에서 50.4% 지지율로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송 전 대표는 36.7%의 지지를 받았다.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7.3%, 기타는 5.6%다.
서울 지역구의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송 전 대표가 출마한다고 해도 오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나서든 인물보다 진영 대결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부동산 정책과 세금 문제로 치르는 선거”라며 “큰 변수는 없겠지만 대선주자급 인물들이 붙는 구도에 관전 포인트가 있는 정도”라고 봤다.
최근 청와대 집무실 이전 논란으로 윤석열 당선인의 수도권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반응이다.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반드시 연동되진 않는다는 시각에서다. 그는 “윤 당선인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은 별개일 수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또 다른 문제”라고 봤다.
인물 대결구도에서도 오 시장이 유리하다는 자신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송 전 대표의 경우 서울에 연고가 없고 인천에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점에서 서울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이 없다는 평가다. 또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송 전 대표가 서울에 대해 아는 게 있겠냐”며 “서울시민들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부동산과 세금 문제에 대해 대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현직 시장”이라고 했다.
※기사 본문 속 여론조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22년 05월호
GTX-C 평택 연장안 현대건설, 받을까 안받을까
A·B·C노선 연장, 기존선 활용해 비용 부담 적어
C노선 실시협약 체결 후 지자체 협의 예정
운영비 분담에 달려...강남 안 가는 B노선은 부담
| 강명연 기자 unsaid@newspim.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교통 공약의 핵심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실현되면 수도권의 대중교통 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는 인천, 경기 지역 주민의 교통 편의가 높아진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심화시키는 GTX를 추가로 늘리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지적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표심을 잡기 위해 낸 공약을 저버리기 어려운 만큼 사업성을 충족하는 노선을 중심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기존선 활용·구간 짧은 A·B·C노선 기대감
윤 당선인의 GTX 공약은 사업 규모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A·B·C노선 연장은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기존 선로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업비가 적게 든다는 게 강점이다. A노선(운정∼동탄)은 동탄에서 평택까지 경부고속선을 타고 내려온다. B노선(송도∼마석)은 경춘선을 통해 춘천까지 연장하고 C노선(덕정∼수원)은 덕정에서 동두천까지, 수원에서 평택까지 각각 경원선과 경부선을 활용한다. 사업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되지 않고 총사업비 변경 등을 통해 추진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C노선은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판단에 따라 연장안 반영이 가능할 수도 있다. C노선 연장을 추진하는 평택, 화성, 오산시는 현대건설이 국토교통부와 실시협약을 체결한 뒤 사업자 지위를 획득하면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내부 검토를 통해 곧바로 연장안을 반영할 수도 있다. 지자체가 역사·선로 개량, 회차 설비 등 관련 비용을 댄다는 계획은 긍정적인 요소다. 국토부는 상반기 내에 실시협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건은 운영비 분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GTX 운영을 맡는 민간기업 입장에서 운행 거리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수요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외곽지역으로 연장되기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요인이라는 게 문제다. 평택시가 연구용역을 맡긴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은 1.02로 사업성 기준은 통과했지만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반면 C노선 동두천 연장안은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수 있어 평택 연장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A, B노선 역시 사업성 차원에서 만만치는 않다. 동탄에서 내려오는 A노선은 경부고속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경부선을 거치는 C노선보다 비용이 높다는 게 부담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평택시 자체 BC 값도 0.8에 그쳤다. 강남을 지나지 않는 B노선은 기존 구간도 사업성에 대한 논란으로 현재까지 확정된 GTX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늦다. 경춘선을 이용해 춘천까지 연장하는 만큼 추가 비용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역시 운영비 부담이 문제가 될 수 있다.
D·E·F노선 예타 통과에 달려...시장 영향은 ‘글쎄’
A, B, C노선에 비해 규모가 큰 D·E·F노선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김부선(김포~부천)’, ‘김용선(김포~용산)’ 논란이 일었던 D노선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자체가 요구했던 초안이 강남 등 핵심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잠재 수요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토부가 지난해 4차 철도망 계획에서 강남 직결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것은 부담이다. 공약사항을 반영하려면 정반대의 결정을 내려야 해서다. 하지만 경제성은 어느 정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약을 통해 거의 처음 등장한 E, F노선은 아직 제대로 된 경제성 평가가 없다. 하지만 인천 검암, 김포공항, 정릉, 구리, 남양주를 잇는 E노선은 강남을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요 확보가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을 잇는 순환선인 F노선 역시 서울 도심과 직접 연결이 안 돼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수도권 교통 편의를 명분으로 예타를 면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GTX 연장은 주택시장에는 호재다. 작년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주춤해진 수도권 집값을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새 정부가 민간 재개발, 재건축 위주로 주택 25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인 만큼 지난해까지 이어진 대세 상승기는 지났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실제로 안산 상록수역이 최근 GTX-C 추가역에 포함됐지만 오히려 하락 거래가 발생하는 등 과거만큼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곳곳에 집을 지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교통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 사업을 추진해야 실제 운영에 문제가 없는 만큼 검토를 통해 우려가 있다면 공약이라고 해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05월호
서울 아파트값 최고? 지방 아파트 10년 수익률도 ‘훨훨’
부산 삼익비치타운 10년간 360% 올라
대구 경남타운 10년간 478%로 수익률 최고
반포주공1단지 53.5억원, 평당 1억7000만원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은 주식보다 부동산”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국 주식은 변동성이 높고 실제 수익을 내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7년 연속 계속 뜨거웠던 부동산시장 분위기로 인해 부동산은 영원히 오르기만 하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정말로 그럴까? 실제로는 2011~2013년 3년간 약세장이었던 구간도 존재한다. 이 약세장이 포함된 10년 전에 한국에서 부동산의 대표 격인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난 10년간의 아파트 수익률을 쫓아가 보자.
그런데 한국의 대표적인 상위 10개 아파트를 어떻게 선정하면 합리적일까? 현재 서울의 신축아파트들은 과거 10년 수익률을 계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10년이 경과한 구축아파트 중 국민평형인 31~34평 위주로 조사했다. 이 조사는 10년 전에 주요 지역 아파트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 흐름을 알아보려는 목적일 뿐 각 지역의 실제 대장아파트를 선정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들은 대부분 강남에 몰려 있다. 그래서 부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동 단위 행정구역을 임의로 선정해 국민평형 고가 아파트들의 시세변화를 살펴봤다. 강남지역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는 53억5000만원으로 평당 1억7000만원이고, 제일 저렴(?)한 아파트는 27억8000만원으로 평당 8500만원이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조만간 강남지역 아파트는 모두 평당 1억원을 돌파할 기세다.
서울 주요 대장아파트의 10년 누적 평균수익률은 163%로 한국 상위 10개 주식 수익률 24%보다 6배 이상 높다. 어마어마한 수익률 격차다. 게다가 아파트를 100% 현금으로 매수하는 경우는 없다. 평균 50%의 레버리지를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실제 수익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한국 주식과 서울 아파트의 대결은 서울 아파트의 완승이다.
서울 주요 지역 상위 10개 아파트 중 현재 가장 비싼 아파트는 반포동의 반포주공1단지로 2021년 말 기준 53억5000만원이다. 이 아파트를 10년 전에 17억8000만원에 샀다면 수익률은 201%다. 투자자는 이 한 번의 투자 결정으로 무려 35억7000만원의 수익금이 발생했다. 그런데 10년 전에 17억8000만원의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무리 대출을 많이 받는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주식은 1000만원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 하지만 상위 10개 아파트 중 가장 저렴한 개포동의 개포주공6단지 아파트마저도 10년 전 가격이 9억1000만원이라는 현실이 투자자들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사람 중 상당수는 서울 아파트의 수익률이 지방 아파트 수익률보다 월등히 좋을 거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렇다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모두 높은 투자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 아파트를 사야만 했을까? 확인해 보기 위해 6대 지방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국민주택평형 대장아파트를 샀을 때의 수익률을 분석해 봤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만 거주했던 사람들은 막연히 지방의 아파트 가격이 저렴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지방 광역시에도 부자들이 모여 사는 부촌지역이 다수 존재한다. 이런 부촌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도 흔하다.
임의로 선정한 지방 광역시별 8개 대장아파트를 10년 전에 매수했다면 누적 평균수익률은 217%로 서울 아파트 누적상승률 163%보다 54%가 더 높다. 막연하게 서울 대장아파트 수익률이 더 높을 거라는 상식이 깨지는 의외의 결과다.
인구 수가 많은 부산광역시 대장아파트인 삼익비치타운의 수익률은 360%, 대구광역시 경남타운의 수익률은 무려 478%에 달한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광역시 대장아파트 수익률은 양호했다. 절대가격 자체가 높은 서울 강남 아파트가 상승금액은 더 높을지 몰라도 수익률로만 비교한다면 지방 주요 광역시의 대장아파트 수익률이 훨씬 더 좋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 방식은 지방 광역시의 핵심 대장아파트를 매수했을 때의 계산법이다. 만약 비인기 지방 아파트를 매수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금 회복을 못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1등 주식 투자전략과 마찬가지로 지방 광역시의 1등 아파트 투자로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규 투자자들의 경우 지방 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점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022년 04월호
[프리즘] 팬데믹 2년, 한국인의 돈은 어디로 움직였는가
코로나 2년, 예상 못했던 자산의 급등
대한민국 국민 순자산 1경7722조원
2020년 이후 암호화폐 부자들 속출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2년 전인 지난 2020년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공포에 질린 자산시장은 순식간에 폭락했다. 하지만 팬데믹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이른바 유동성 장세가 시작됐다. 그 이후 폭락했던 자산시장은 드라마틱하게 급반등했다. 누구도 이 정도까지 치솟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 지난 2년간 팬데믹 기간에 한국인들의 돈은 어디로 움직였을까. 대한민국 돈의 흐름을 뒤쫓아가 봤다.
가계 국민 순자산, 1경원 돌파
한국의 국민 순자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2021년 7월 발표한 ‘2020년 국민 대차대조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민 대차대조표는 각 경제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 비금융자산, 부채 규모 등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의 국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다. 이 자료를 통해 파악한 한국의 국민 순자산은 1경7722조원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총자산 1경2475조원 중 부동산 자산인 ‘주택’ + ‘주택 이외 부동산’ 합계는 7764조원으로 62%를 차지한다. 예금자산 비중은 1968조원으로 15.8%, 주식자산 비중은 986조원으로 7.9%에 불과하다. 그나마 주식의 경우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비중이 많이 늘어나서 이 정도다. 한국인의 주식투자 비중은 여전히 높지 않다.
그렇다면 가구당 순자산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정확성은 낮지만 대략 한국은행에서 추정한 산식을 대입해 보면 1가구당 평균 5억1220만원이다.
그런데 ‘1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가구주의 나이대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경제적 기반이 미약한 20대 가구주의 순자산은 평균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고, 경제적 활동이 왕성한 50대의 순자산은 평균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1가구당 평균 순자산 5억1220만원은 2020년 말 기준이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2021년 말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평균 순자산 금액은 더 높아질 것이다.
2020년과 2021년 주요 투자자산 수익률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자산시장의 랠리로 주위에 돈을 번 사람들이 넘쳐난다. 지난 2년간 자산가격의 폭등열차에 올라탔다면 큰돈을 벌었을 것이고, 그렇지 못했다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클 것이다. 이제 주요 자산가격의 상승률을 직접 숫자로 확인해 보자. 지난 2년간의 주요 자산 수익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본다면 일부 투자자산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바뀌게 될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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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되돌아보면 대부분의 자산이 다 폭등했지만 특히 눈에 띄는 건 아직 주류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암호화폐 자산이다. 이더리움은 440%, 비트코인도 279% 상승해 나머지 다른 자산들의 놀라운 상승률을 평범하게 만들었다.
암호화폐 다음으로 선전한 자산군은 한국의 코스닥과 코스피 지수다. 한국 증시는 꽤 오랜 기간 저평가됐는데 2020년에는 그 설움들을 다 떨쳐버리고 각각 44%, 31%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시장도 대체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0년은 한국주식, 미국주식, 금, 부동산 등 거의 모든 자산가격이 폭등했다.
반면에 부진한 수익률로 가장 눈에 띄는 건 유가다. 코로나19 초기의 공포 구간에서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가격이 한때 -37달러까지 폭락하면서 한국의 일부 증권사 전산 프로그램은 마이너스 가격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WTI 가격은 연말께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하락폭을 모두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연간 수익률이 -20%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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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자산가격 폭등 2년 차였던 2021년 주요 자산 수익률은 어땠을까. 이더리움이 2021년에도 470%라는 무시무시한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비해 비트코인의 85% 상승률은 겸손해 보인다. 물론 상승 순위는 2위지만 말이다.
또 눈에 띄는 자산으로는 뭐가 있을까. 2020년 극도로 부진했던 WTI 가격이 55% 폭등하며 상승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S&P500, 나스닥, 유럽 유로스톡스50 지수 또한 20%대의 양호한 상승률을 보였고, 미국 주택지수와 한국 아파트지수 또한 부동산은 천천히 오른다는 선입견이 무색하게도 19%, 17%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부진했던 투자자산으로는 어떤 자산군이 있을까. 2020년 놀라운 수익률로 우리를 기쁘게 했던 코스닥과 코스피가 각각 7%, 5%라는 평범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 지수 또한 5%의 수수한 수익률을 보였다. 그 외 2020년 25% 급등했던 안전자산의 대표 주자인 금 가격이 2021년 -3%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2020년과 2021년 2년간의 수익률을 합쳐보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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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의 수익률을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440% (2020년 수익률) + 470%(2021년 수익률)는 910%일 것 같은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산수를 잘 적용해 보면 이더리움은 지난 2년간 무려 2980% 폭등했다. 팬데믹 국면에서 진정한 수익률 제왕은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었다.
만약 이더리움을 2020년 초 15만원에 사서 2021년 말 462만원에 매도했다면 수익금은 어떻게 될까.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2억9800만원이 됐을 것이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29억8000만원이다. 이 정도면 은퇴가 가능한 금액이다. 물론 현실세계에서 이런 사람들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보다 훨씬 전에 매도해서 이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도 601%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미친 상승률을 기록한 이더리움에 비하면 상당히 겸손한 수익률로 보인다. 글로벌 혁신 기술기업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나스닥이 74%의 수익률로 3위를 차지했고 S&P500, 코스닥, 코스피가 30~50%대로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도 3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의 경우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률에 레버리지 비율만큼을 더해서 계산해 보는 게 합리적이다. 반면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레버리지를 쓴다면 반대매매 당할 위험이 늘 상존하니 유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원자재로 손꼽히는 WTI 선물과 금 가격은 20%대로 평이했다.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유럽의 유로스톡스50은 20%에 미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다소 부진했다. 그런데 최근 2년간의 자산시장은 역사적으로 드문 폭등장세였다. 만약 투자기간을 최근 10년간으로 길게 늘려보면 어떤 의미 있는 수익률 숫자가 나올까.
과거 10년간 최강의 수익률을 보인 자산은 단연 비트코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누적 수익률을 어떻게 산출해낼 수 있을까. 비트코인은 0원에서 시작해서 엄청난 가치가 창출된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다. 그래서 객관적인 비트코인 상승률을 계산하는 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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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계산해 본다면 2010년 5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1만개로 파파존스 피자 2판(30파운드, 4만5000원)을 거래했던 가격으로 환산해볼 수 있겠다. 당시 비트코인 1개 가격은 4.5원이다. 2021년 말 비트코인 가격 5844만원을 4.5원으로 나누면 현재 수익률은 약 1300만배가 된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정식 수익률로 기록하지 않았다. 당시는 비트코인이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라 한국인들 대부분은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없었다고 가정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더리움은 심지어 2011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2015년 7월에서야 새로 생긴 암호화폐다. 그래서 이더리움의 수익률 또한 생략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난 10년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비공식 수익률은 다른 주요 투자자산과 비교도 할 수 없게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 기준으로 투자가 가능했던 주요 자산 중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자산은 뭘까. 단연코 미국주식이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 10년간 501% 폭등해 연간 수익률이 무려 50%에 달했다. S&P500 지수 또한 지난 10년간 279% 폭등했고 연간 수익률은 28%다.
한국주식 수익률은 미국보다 낮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10년간 107% 상승해 연간 수익률 11%를 기록했고, 코스피 지수도 지난 10년간 63% 상승해 연간 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유럽 유로스톡스50 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지난 10년간 각각 85%, 66%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결과로 볼 때 글로벌 우량주식에 장기 투자한다면 은행 예금보다 좋은 수익률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은 어땠을까. 미국 부동산시장은 지난 10년간 무려 104% 폭등했고, 한국 아파트 가격 또한 58% 상승했다. 한국 사람들은 주식 평균 투자금액보다 부동산 평균 투자금액이 월등히 높으며 레버리지도 활용하므로 실제 절대 수익금액 또한 부동산 투자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가장 부진했던 자산은 뭘까. 바로 원자재 섹터다.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별로 안전하지 않은 금 가격은 지난 10년간 고작 17% 상승했으며, 원자재 자산 중 가장 대표 격인 WTI 가격의 지난 10년간 수익률은 놀랍게도 -24%를 기록했다. 이 결과를 보면 원자재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2022년 3월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금 가격과 WTI 가격 상승이 눈에 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의 역사적 사실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금과 원유 자산에 장기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철저하게 트레이딩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듯하다.
지금까지 주요 자산 수익률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지난 2년간 어디에 돈을 투자했을까. 돈의 움직임을 보면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투자자산별로 돈의 움직임을 확인해 보려 한다.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암호화폐부터 시작해 주식시장, 부동산시장까지 한국 사람들의 돈은 대체 어디로 움직였는지를 살펴보자.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가장 많은 돈이 투자된 자산군이 반드시 최고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22년 04월호
2년간 141조원 순매수 개미들의 주식시장 공격
한국인 해외주식 보유금액 93조원
미국 주식 87%로 ‘쏠림 현상’ 심화
가장 사랑하는 해외주식은 ‘테슬라’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팬데믹 기간에 한국인들의 주식 사랑은 뜨거웠다. 지난 2년간의 한국 주식시장 상황과 해외 주식시장 상황을 살펴보자.
한국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2022년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식 거래활동 계좌 수는 약 6000만개다. 하지만 이는 중복 계좌 수로 인한 허수다.
증권예탁원 조사에 따르면 실제 개인투자자 수는 2020년 말 기준 910만명이다. 물론 이후 주식투자 열풍과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투자자 수가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2021년 말 기준 주식투자자 수는 대략 1000만~1200만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암호화폐 실제 투자자 수 558만명과 비교해 보면 2배 수준이다.
먼저 한국 주식시장의 규모를 살펴보자.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과연 얼마나 될까.
2021년 한국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2649조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2021년 한국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4%,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7%에 불과하다. 의아하다. 어째서 시가총액 증가율이 지수 상승률보다 높을까. 비밀은 바로 기업공개(IPO)와 물적분할 때문이다.
한국의 2021년 신규 상장 누적 공모금액은 총 21조원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2649조원과 비교하면 너무나 미미한 금액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보통 주식 공모금액이라 함은 신규 기업을 증시에 상장할 때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실제 공모금액은 해당기업 시가총액의 20~3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자기회사 총 발행주식의 20% 비율로 공모금액을 정해서 2조원의 자금을 모집했다면 실제 증시에 상장되는 기업의 시가총액은 나머지 80%의 주식을 더한 10조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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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2022년에 신규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 사례를 분석해 보자. LG에너지솔루션의 주당 공모가는 30만원으로 공모예정금액은 12.8조원이다. 하지만 실제 30만원의 공모가로 상장된다면 시가총액은 12.8조원이 아니라 70.2조원이 된다. 공모주식 비율은 18%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발행주식 82%도 증시에 같이 상장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공모가격의 2배인 60만원까지 폭등해 한때 시가총액이 140조원에 도달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도 삼성전자에 이어 한국 증시 시가총액 2위를 기록 중이다.
그래서 신규 상장 공모금액을 증시에 공급되는 물량의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모금액에 대략 4~5배 정도를 곱한 금액이 실제 시가총액 증가분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2021년 공모금액 합계 수치를 대입해 보면 대략 ‘21조원 × 4~5배 = 80조~100조원’ 정도가 시가총액 증가분으로 추정된다. 결론적으로 신규 주식 상장이 늘어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급 측면에서는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지난 2년간 한국 주식에 얼마나 투자했을까. 2년간 무려 141조원을 투자했다. 한국 주식 시가총액이 2649조원이니 지난 2년간 시가총액의 5.3%를 개인투자자가 매수한 셈이다. 한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55조원이나 지난 2년간의 해외주식 순매수 금액 50조원과 비교해 봐도 거의 3배에 가까운 엄청난 거액이다. 한국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돈의 상당금액을 한국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한국주식 투자로 과연 많은 돈을 벌었을까. 투자자별 양극화가 극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2021년에 한국주식 순매수 금액 76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36조원을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매입하는 데 쏟아부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21년 초에 9만6700원까지 치솟은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연말에는 최고가보다 약 19% 하락한 7만8300원으로 마감됐다.
하지만 한 해 전인 2020년 최저점 4만2300원에 매수해 연말에 8만1000원에 매도했다면 수익률은 무려 91%가 된다. 결론적으로 2020년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시장이 폭락했을 때 매입한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양호하겠지만 2021년 초 시장이 급등하던 시기에 고점 매수한 투자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해외주식에는 과연 얼마나 투자했을까. 최근 2년간 50조원을 투자했다. 물론 큰 금액이긴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주식에 투자된 141조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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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를 보면 두 가지의 강력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진 2020년부터 해외주식 투자금액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2019년에 3조원에 불과했던 해외주식 투자금액은 2020년에는 23조원으로 8배 급증했고, 2021년에도 26조원을 순매수해 해외주식 투자 전성시대가 열렸다.
두 번째 특징은 한국인의 미국주식 사랑이다. 지난 2년간 한국인의 미국주식 투자비중은 무려 93%다. 중국, 유럽, 일본 주식의 미미한 점유율과 달리 압도적이다. 이런 한국인의 미국주식 집중투자 전략은 현명한 걸까. 미국과 중국, 유럽의 최근 2년간 주식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미국주식의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좋다. 수익률이 좋으니 선순환으로 미국주식 투자에 투자자들이 몰린다. 앞으로도 중국주식 수익률이 극적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상당 기간 미국주식 투자로의 쏠림 현상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주식의 시가총액은 2649조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중에서 대주주와 기관투자자 물량을 차감한다면 실제 한국 개인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주식 보유금액은 훨씬 작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해외주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 걸까.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된 주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93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주식보다는 훨씬 적지만 한국의 암호화폐 시가총액 55조원보다는 많다. 그런데 제도권인 해외주식 보유금액과 비제도권인 암호화폐 보유금액 차이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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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외주식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10종목 모두 미국 관련 주식이라는 점이다. 중국주식은 한 종목도 들어가 있지 않다. 두 번째 특징은 한국인의 유별난 테슬라 주식 사랑이다. 사실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은 테슬라가 아니라 애플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해외주식 계좌에는 테슬라 보유금액이 애플의 3배가 넘는다.
세 번째 특징은 나스닥100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PROSHARES ULTRAPRO QQQ ETF’ 보유금액이 무려 1조6000억원이라는 점이다. 역시 한국 사람들 중에는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다. 지난 2년간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미국의 주가상승률이 더 좋았으므로 서학개미가 판정승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04월호
꼬리 무는 대형 참사 안전불감증 ‘여전’
법 시행 이후 한 달간 35건 발생
현대제철은 3월 두 차례 사망사고
| 성소의 기자 soy22@newspim.com
근로자 사망 등 대형 인명 피해가 생기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두 달가량 지났지만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 동안 35건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의식이 결여된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법 적용을 받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하면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이제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함께 나서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 7일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한 달간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35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벌어진 9건의 사망사고를 제외하고 나머지 26건은 모두 중대재해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의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자를 처벌하도록 법을 강화했지만 산업현장의 안전관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표산업 1호 불명예...한 달여 만에 7건 발생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만에 경기 양주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사망하면서 중대재해법 관련 첫 수사가 진행됐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고 있는데, 삼표산업 소속 근로자는 약 930명으로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고용부는 현장사무소와 삼표산업 본사 등 두 차례의 압수수색을 거쳐 이종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어 열흘 뒤인 지난 2월 8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내 공사장에서 승강기를 설치하던 근로자 2명이 추락해 사망하면서 두 번째 중대재해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난 건물은 요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아 건설 중이던 곳으로, 해당 공사현장은 공사금액 49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중대재해법은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요진건설산업 역시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게 됐다.
지난 2월 11일에는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열교환기 덮개가 이탈되면서 폭발사고가 발생,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해 세 번째 중대재해 사고로 기록됐다. 고용부는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한편,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속자재 업체인 두성산업에서 근로자 16명이 트리클로로메탄에 급성 중독되면서 고용부가 조사에 나섰다. 이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발생한 첫 ‘직업성 질병 재해’다. 고용부는 이 사고와 관련해 두성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2월 21일에는 경남 김해에 위치한 대흥알앤티에서 근로자 3명이 세척제를 사용하다 독성 간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해당 세척제는 두성산업과 같은 제조업체에서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명은 현재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인 양산지방고용노동지청에서 유사한 증상이 있는 근로자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이어 지난 3월 2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공장 내 대형 용기에 빠지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20분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에서 작업하던 50대 근로자 1명이 고체인 도금을 액체화하는 데 쓰이는 설비인 도금포트에 빠져 숨졌다.
현대자동차 그룹 철강 제조업체인 현대제철은 사원 수 규모가 올해 기준 1만명이 넘는 대기업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숨진 A 씨는 현대제철 소속 정규직 기술사원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사고가 발생한 즉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했다.
현대제철에서 사망 사고가 벌어진 지 사흘 만에 또 한 명이 현대제철 공장에서 일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현대제철 예산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철골구조물에 깔려 숨진 사고였다. 고용부는 이날 해당 업체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경찰과 합동으로 현대제철 당진공장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소규모 사업장 포함하면 ‘빙산의 일각’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대형 인명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산업계에서는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년간 유예기간이 부여돼 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이 충분했지만 기업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건설업계에서 제대로 준비를 해왔다면 시행되자마자 대형 사고들이 잇따라 터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1년 동안 중대재해법을 공격만 해왔지,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해 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체감상 중대재해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광훈 노무사는 “중대재해는 그 전에도 숱하게 발생했다”며 “다만 사회적 공론화가 안 됐다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관심을 받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기존에 있던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다르다”며 “단순하게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중대재해 사고를 봐야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 사고는 불법 하도급 문제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와도 겹쳐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 하나가 그동안 쌓여 있던 구조적 문제들을 일거에 다 해결할 것이라고 예상하진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고가 계속 나타난다면 부족한 게 뭔지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이 처벌이 아닌 예방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노무사는 “문서상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근로감독관 수를 늘려서 정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도 “대기업에서도 이렇게 사고가 발생하는데, 중소규모 기업에서는 당연히 준비가 안 돼 있을 것”이라며 “중소규모 기업들이 안전보건 체계를 마련하도록 정부가 책임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04월호
사흘에 한 건씩 사고 처벌만으론 ‘한계’
시행 한 달 10건 발생...처벌만이 능사 아냐
예방 취지 무색...규정 모호·처벌 과도 지적도
|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을 놓고 실효성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시행 이후 한 달 사이 관련 사고가 10건, 사흘에 한 번꼴로 발생하면서 처벌이 아닌 예방에 목적이 있다는 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한 달간 발생한 10건의 중대재해를 대상으로 정부의 사고 원인 파악 및 조사가 진행 중이다.
올 1월 27일 법 시행 이틀 만인 29일 삼표산업의 경기도 양주 채석장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나 작업자 3명이 매몰됐다. 닷새에 걸친 구조 및 수색 작업 끝에 매몰된 작업자 3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해당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삼표산업의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약 열흘간의 조사 끝에 고용부는 삼표산업 골재부문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첫 입건 사례다.
이후 고용부는 압수수색 등을 거쳐 법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하는 한편, 삼표산업 전국 사업장에 대해 특별감독도 실시 중이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2건의 산재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업체에서 다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하다”며 “신속한 수사를 통해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재발방지 대책 수립 의무 등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2월 들어서는 지난 8일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11일 여천NCC 공장 폭발 사고와 한솔페이퍼텍 차량 전복 사고, 16일 세종~포천 고속도로 건설현장 추락 사고, 18일 창원 두성산업 급성중독 사고, 20일 고성 조선소 추락 사고가 이어졌다. 21일에는 강원도 동해의 쌍용C&E 시멘트 제조공장에서 철골 설치작업 중 50대 작업자가 떨어져 사망했다.
최근 삼표산업에 이어 급성중독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창원 두성산업 대표이사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는 등 산업계의 중대재해법 처벌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업장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중대재해법이 사고 예방 효과는 없이 처벌 사례만 쌓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당초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도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됐다.
해당 법률은 ‘경영책임자’라는 개념을 도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재벌 총수 등에 대한 처벌을 가능케 한 것이 특징이다.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처벌을 부과하고 있는데,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경영책임자엔 기업의 대표뿐 아니라 행정기관의 장도 포함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규정에 대해 ‘과도하다’고 답한 비율이 77.5%였다. 4명 중 3명 이상이 처벌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본 것. ‘과도하지 않다’고 응답한 이들은 16.9%로 나타났다. 아울러 ‘과도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94.6%는 추후 법 개정 또는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법적 모호성도 문제다.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주체부터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누가 경영책임자가 돼야 하는지, 사업장이나 장소를 ‘지배’하는 자와 ‘운영’하는 자 그리고 ‘관리’하는 자가 서로 다를 경우에 누가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원청이 해야 하는지 아니면 하청이 해야 하는지가 불명확한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채 경과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부여하면서 이행 주기를 ‘6개월’로 규정했다. 수사 결과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고 해도 시행령을 근거로 ‘의무를 이행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중대재해법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닌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재사망 사고 비율이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의 법정형과 달리 실제 법원에서 선고하는 형량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측은 “중대재해법의 목적은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처벌 규정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해 대형 인명 사고나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를 막고자 하는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했다.

2022년 04월호
“아직도 뭐가 뭔지...” 현장은 어수선
“2차 하도급 지원 미비...안전인력마저 빼가”
2년 뒤 적용 소기업에 대한 준비 지원 절실
|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여전히 그 효과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하도급 중소건설업계는 법 내용이 너무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2차 하도급 이하 업체들에 적용되는 규정이 허술해 입법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2년 뒤 동법을 적용받는 소기업들도 대비하기에는 전문 지식과 인력이 부족해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 규정 허술...입법 취지 퇴색” 하소연
건설하도급업계는 2차 하도급 이하 중소업체들은 중대재해법 적용과 함께 오히려 상황이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우선 발주처나 1차 도급업체가 공사기간을 사전 협의 없이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법 시행 이후 설 연휴 기간에 사고를 우려해 여러 사업장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사전 협의가 없었던 탓에 하도급업체들은 일용직 등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했다. 물론 이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7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만 해도 하청업체가 50개 이상 투입된다. 공기 조정에 대해 하도급업체와 재하도급업체 간 업무 조율이 당연히 필요한데 재하도급 업체들은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경우 공기 압박이 심해지고 사고 예방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발주처나 1차도급업체는 안전관리를 위한 예산을 선급금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산업안전관리법에 의해 공사금액의 2%를 예산으로 책정해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경우에도 선급지급이 아니라 1% 수준에서 실비 정산으로 이뤄져 사실상 비용을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차 도급부터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혼선을 빚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은 671개소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이 가운데 80%를 차지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으로 소규모 사업장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은 이미 예상됐다.
천병조 원영건업 전무는 “지난해 산재 사망자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면서 “이들 업체가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안전관리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50인 이하 하도급업체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영건업은 서울 소재 매출 2000억원대, 상시종업원 50명 수준의 전문건설업체다. 예산이나 인력에서 발주처나 원청회사로부터 낙수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 천 전무의 주장이다. 그는 “재해법이 시행되면서 하청업체에서 훈련시켜 데리고 있던 안전관리요원을 원청업체들이 빼가는 경우가 허다해 예산이나 인력에서 오히려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소기업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 한목소리
청주 소재 금속프레스 업체인 성신테크는 연매출 65억원 내외, 상시종업원 26명의 소기업이다. 그간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대로 안전요원이 다른 업무를 겸임할 수 있고 또 종업원 30인 이하 기업은 정기적인 안전교육만 받으면 됐다.
성신테크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적이 없어 안전사고 예방에 충실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가 없다. 홈페이지 관리할 인력도 없고 그 비용으로 안전관리에 사용할 정도다. 이 회사도 2년 뒤에는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박종섭 영업관리부장은 인천과 안산에 있는 공단을 자주 찾는다. 다른 지역 동업계는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박 부장은 “재해법은 적용 범위가 광범위해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나 가능한 것 같다”면서 “지금은 정기적인 교육만 받으면 되는 시스템이라 관리부에서 겸직을 하고 있지만 2년 뒤 법이 적용되면 별도 안전 전담직원을 배치해야 하는 부담이 현실화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부장은 “현재 안전시설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파악이 되지 않아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회사에서 중대재해법을 감당하기 위한 예산은 회사 규모상 2년에 걸쳐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박 부장의 고민이다. 박 부장은 무엇보다도 중대재해법의 이해를 위해,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 군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길 바라고 있다.인천이나 반월처럼 대규모 공단이나 조합이 있으면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청주 지역이라서 그것도 여의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법에 대응하는 데 가장 애로를 겪는 분야는 법이 정한 의무사항 이해 어려움(40.2%), 전담인력 부족(35.0%), 준비기간 부족(13.9%), 예산 부족(11.0%) 등이었다.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개사에 대한 전화 설문 결과다.
법 시행 이후 중기중앙회가 파악하기로는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구체적으로 인력과 예산 쪽으로 집중되고 있다. 양옥석 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법 시행 이후 하도급업체들이 법 규정의 모호함으로 안전예산 지원과 관련 인력 운용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04월호
처벌 공포 현실로 기업들 ‘CSO 방패막이’ 급급
총수 처벌 우려에 최고안전책임자 직책 신설 러시
“형식적 CSO론 면피 안 돼...대표 실질적 노력 있어야”
|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시행 한 달 새 법 위반 혐의 사고가 10건 발생하고, 일부 기업에선 대표이사가 입건되는 등 처벌 일변도 제재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고안전책임자(CSO, Chief Safety Officer) 직책을 신설하는 등 안전보건 관련 조직 및 인력을 강화하는 식으로 처벌 공포에 대응하고 있다.
재계 및 정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CSO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김경진 DX 글로벌 EHS센터 부사장과 남석우 DS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부사장으로, 이들은 각각 세트와 부품 부문의 안전을 책임진다.
CSO는 안전보건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관리하는 총괄책임자를 뜻한다.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안전보건 경영 시스템을 국내 모든 사업장에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심사를 맡고, 사업자는 안전보건에 대한 기준을 적극 반영해 경영활동을 펼치는 것이 골자다. 최근에는 그동안 사업장 내 권고사항이었던 ‘5대 안전 규정’을 전체 임직원과 방문객에 의무 적용토록 강화하기도 했다.
삼성뿐만 아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과 직책을 신설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고위험관리자(CRO) 직책을 신설, 전사적인 위기관리 체계 구축에 나섰다. 배두용 대표(부사장)가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CRO를 맡게 됐다. CRO는 안전을 총괄하며, 산하에 안전환경담당을 두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안전환경보건방침’을 제정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1월 화학물질 누출 사고 이후 4대 안전관리 혁신을 내놓은 데 이어 국내외 사업장 안전을 총괄하는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를 선임했다.
SK하이닉스는 개발제조총괄이었던 기존 부서를 ‘안전개발제조총괄’로 확대 개편했다. 곽노정 사장이 총괄한다.
또한 포스코는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 직속으로 ‘안전환경본부’를 새로 꾸린 데 이어 연말 조직개편에서 ‘보건기획실’을 신설했다. 중대재해법이 업무와 관련해 질병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처벌을 명시한 만큼 안전사고 외에 건강까지 챙기겠다는 의도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8월 사장 직속으로 사업부급 안전보건총괄 부서를 새로 만들었고, 동국제강도 지난해 6월부터 대표이사 직속 안전총괄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붕괴 사고로 할 말이 없게 된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지난해 10월 300명 규모의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했고, GS건설은 대표이사 직속 최고안전책임자(CSO)에 안전보건 관련 최종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CSO로 하여금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총괄토록 했으며, 롯데건설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안전보건부문을 대표 직속의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시켰다. 지난해 6월과 올 1월, 광주에서 연이어 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월 21일 정익희 부사장을 각자 대표이사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신규 선임했다.
현대차 역시 CSO 직책을 신설, 이동석 국내생산담당 부사장에게 소임을 맡겼다. 이와 함께 현장 안전 강화를 위해 조직 및 인원을 확충하고 조직별 핵심성과지표에 중대재해 예방 관련 비중을 확대했다.
현대중공업은 실질적인 전사 안전 기능을 총괄할 수 있도록 기존 안전경영실을 안전기획실로 변경하고, 전사 CSO인 안전기획실장에 현 경영지원본부장인 노진율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탁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안전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CSO 등 안전담당자를 따로 둔다면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담당자가 처벌을 받게 될까. 정부 입장은 기업들의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중대재해법은 그 의무와 책임의 주체를 엄격하게 판단한다.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느냐가 아니라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을 법이 말하는 ‘경영책임자’로 인정한다. 안전보건 담당자가 책임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에는 해당 담당자가 최소한 안전보건 업무에 대해 대표이사에 준하는 최종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고용노동부 측은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사업장 내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관련 조직이나 인력을 구성한 것은 법적 책임을 따질 때 살펴보는 요소 중 하나일 뿐, 구성 여부만으로 법적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종사자가 작업계획서에 따라 안전수칙을 준수하며 작업을 하도록 하는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이행하는 과정을 모두 살펴본다는 것. 결국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했느냐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사고 발생 당시까지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법상 법적 의무와 책임을 다했다면 처벌받지 않지만, 중대재해법이 사고의 반복성과 예방 노력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이를 방치한다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1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규정에 대해 ‘과도하다’고 답한 비율이 77.5%로 나타났다. 4명 중 3명 이상이 처벌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본 것. ‘과도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16.9%였다. 아울러 ‘과도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94.6%는 추후 법 개정 또는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최고안전보건책임자를 선임했거나 선임 예정인 기업은 응답기업의 69%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중대재해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 또는 신설 예정인 기업도 66.2% 수준이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등 관련 시스템 구축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약 59%가 구축을 마쳤다고 답했다.

2022년 04월호
건설사들 “그 많은 인력 어떻게 다 관리하나”
건설사들 “근로자 과실도 있는데 처벌 수위 지나쳐”
50인 미만 사업장 사고 ‘빈번’...“재하도급 금지해야”
|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한 달가량이 지났다. 국내 건설사들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까지 겹쳐 더욱 위축된 분위기다. 전국의 수많은 건설현장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징역 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정된 관리 인력으로 수많은 현장과 근로자들의 안전 상태를 어떻게 다 점검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한 법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중대재해가 가장 빈번한 50인 미만 사업장이 예외를 적용받아 법 자체에 ‘허점’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1호가 될 순 없어”...안전점검 태세 ‘바짝’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처벌 대상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안전점검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설 연휴를 앞두고 2월 27일 공사 현장에서 안전 워크숍을 진행했다. 대우건설은 같은 날 현장을 셧다운(폐쇄)했다. 포스코건설은 27~28일 전국 현장에 휴무를 권장했다. 한양은 27~28일 이틀간 전국 현장에서 안전결의대회, 안전점검,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후 발생한 7건 사고에 대해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1월 29일)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 사고(2월 8일) △여천NCC 공장 폭발 사고(2월 11일) △한솔페이퍼텍 차량전복 사고(2월 11일) △세종~포천 고속도로 현장 추락 사고(2월 16일) △창원 제조업체 급성중독 사고(2월 18일) △고성조선소 추락 사고(2월 20일) 등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도 여러 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 1월 12일 현대건설이 공사하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현장에서는 인부 한 명이 철제 구조물에 맞아 머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인부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사고를 조사한 국토부는 무단 구조변경과 콘크리트 품질관리 소홀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정된 인원으로 수많은 현장과 근무 인원의 안전 상태를 어떻게 다 점검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소수의 공사현장 관리자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작업자의 안전 실태를 매 순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자가 안전의식이 부족하거나 작업에 어려움이 있어서 안전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고 높은 곳에서 작업하다가 추락하는 사례 등이다. 이처럼 근로자 과실에 따른 사고까지 건설사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안전 수칙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근로자 과실을 비롯한 모든 상황에 대해 건설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고 반문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사고 ‘빈번’...“재하도급 금지를”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을 적용받지 않아 법 자체에 ‘허점’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평소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제3조에 따르면 상시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사업주에 한정)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부칙에 따르면 상시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은 오는 2024년 1월 26일까지 법 적용이 유예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사고 중 대부분이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사고사망재해 현황’ 자료를 보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가 전체의 80.7%를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의 하도급업체 대부분은 50인 미만 기업으로 파악된다. 잡코리아, 사람인 등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철거·시공 하청을 준 한솔기업은 지난 2020년 9월 기준 직원 수가 13명이다.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이 석면 및 지정물 철거 하청을 준 다원이앤씨는 현재 직원 수가 39명이다. 이에 따라 법의 사고예방 효과가 기대보다 적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보다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지금은 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이 늦춰지면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 1월 26일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상시근로자 5명 미만인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도 법 적용 범위에 포함하고, 50명 미만 사업장의 ‘3년 유예’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의 법정형을 1년에서 3년으로 상향하고, 종사자의 범위에 ‘현장실습을 받는 교육훈련생’을 추가하는 안도 포함했다. 실질적으로 사고 발생을 줄이려면 재하도급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하도급이란 하수급인이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다시 하도급하는 것을 말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 회사 대표가 중과 처분을 받는 건지도 의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재하도급 관행을 없애는 게 그나마 재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04월호
암호화폐로 몰리는 돈 애플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더 인기
한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55조원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 558만명
1000만원 이상 고액 투자 82만명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팬데믹 기간 중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인기는 뜨거움 그 자체였다.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 규모를 살펴보자.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암호화폐 시장 합산 시가총액은 1565조원이고 합산 점유율은 59%로 충분히 대표성을 가진다. 하지만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 기준으로는 시가총액 15조원에 점유율은 고작 26%에 불과하다. 역시 한국 사람들은 좀 더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작은 사이즈의 암호화폐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과연 암호화폐 시장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 걸까.
공신력 있는 금융정보분석원에서 ‘2021년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의하면 한국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무려 55조원이다. 암호화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자산이기 때문에 사실 시가총액은 0원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암호화폐가 인기를 끌었던 1차 전성기는 2018년이고, 2차 전성기는 2021년이다. 한국 투자자들의 실제 암호화폐 투자금액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짧은 기간에 상승을 거듭한 끝에 한국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55조원으로 성장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그런데 한국의 29개 거래소에서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55조원이라면 다른 투자자산과 비교했을 때 과연 규모가 큰 걸까. 지난 2년간 한국 개인투자자의 한국주식 누적 순매수 금액 141조원과 비교하면 작아 보인다. 하지만 지난 2년간 한국 사람들이 투자한 해외주식 누적 투자금액 50조원과 비교해 보면 암호화폐의 시가총액 55조원은 큰 금액으로 느껴진다. 특히 한국인의 해외주식 총 보유금액 93조원과 비교해도 절반을 훌쩍 넘겨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그렇다면 한국 암호화폐 시장의 슈퍼리치는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수많은 뉴스 매체와 주변의 전설적인 소문들을 통해 암호화폐로 대박 난 사람이 실제로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암호화폐로 대박 난 한국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는 걸까.
금융정보분석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가상자산거래소를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558만명 중 암호화폐를 1000만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 수는 15%에 불과한 82만명이다. 56%인 313만명은 100만원 이하의 소액으로만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로 궁금해하는 암호화폐 슈퍼리치는 얼마나 될까. 암호화폐+원화예치금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2021년 말 기준으로 4000명이다. 슈퍼리치 중 일부는 2021년 상반기의 폭등장에서 이익실현 후 시장을 떠나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현재 암호화폐를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4000명이 모두 대박이 난 것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20억원을 투자했는데 10억원으로 반 토막 난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4000명의 투자자 중 상당수는 암호화폐로 큰 수익을 봤을 거라고 추정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범위를 좀 더 넓히면 ‘1억 이상~10억원 미만’ 구간에도 9만명의 투자자가 존재한다. 9만명 중 암호화폐로 큰 수익을 본 사람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엄청난 변동성을 자랑하는 시장이다. 금융정보분석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7.1~12.31)에만 국내에 유통되는 암호화폐들의 ‘최고점 대비 가격 하락률’은 평균 -65%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 유가증권시장 주식 ‘최고점 대비 가격 하락률’의 4.4배로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이런 높은 변동성으로 볼 때 2021년에 암호화폐 고점 구간에서 투자했다면 암호화폐를 1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9만4000명의 한국인 중에서도 손실을 본 사람이 꽤 있지 않을까. 한국의 성인 인구 수 약 4100만명 가운데 9만4000명이라면 비율로 0.23%에 불과하다. 암호화폐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암호화폐로 큰 수익을 본 사람들은 우리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암호화폐 시장도 양극화가 극심한 듯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인의 애플 보유금액은 6조원에 불과하지만 비트코인 보유금액은 7.5조원, 이더리움은 6.8조원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은 글로벌 1등 주식인 애플보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더 선호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2022년 04월호
지난해 부동산 대금 510조 규제 덜한 상업용 거래 급증
정부 규제로 주거용 부동산 대금은 감소
순수 토지 거래대금 사상 최고치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조사 자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국인의 보유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65~75%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에게 부동산은 빼놓을 수 없는 1순위 투자자산이다. 부동산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거주의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2년간의 한국 부동산시장 상황을 살펴보자.
한국 부동산시장 분석
한국이나 미국이나 지난 2년간 부동산시장의 상승률은 각각 33%, 31%로 높은 편이다. 부동산의 경우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위의 수익률에 레버리지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수익률을 더해 주는 게 합리적인 계산법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지난 2년간 부동산시장에 얼마나 투자했을까. 솔직한 대답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주식의 경우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자료를 통해 순매수금액을 확인할 수 있지만 부동산 투자의 경우 순매수 금액을 계산해 내는 건 불가능하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오늘 10억원의 아파트를 구매하는 사람이 본인이 보유한 다른 아파트를 팔고 구매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규 구매자인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자료는 없다. 부득이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보조자료인 거래건수, 거래금액 등을 참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자료들은 부동산 순매수 금액과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부동산플래닛’에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2021년 전국 부동산 유형별 거래특성 보고서’ 에 따르면 2021년의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약 57만9000건으로 2020년의 82만8000건 대비 30% 감소했다. 2021년의 전국 아파트 총 거래금액 또한 201조원으로 2020년의 294조원보다 32% 급감했다. 단독·다가구 거래금액은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46조원, 연립 및 다세대 거래금액은 전년과 동일한 38조원이었다. 2021년의 주거용 부동산 거래금액 합계금액은 총 285조원으로 전년도의 378조원보다 25% 감소했다. 이는 정부의 계속된 주거용 부동산 규제 영향으로 해석된다.
대신 아파트의 대체재에 해당되는 오피스텔의 거래금액은 증가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부동산플래닛’의 ‘2021년 전국 부동산 유형별 거래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의 오피스텔 거래대금은 13조원으로 2020년의 10조원보다 25% 증가했다.
비주거용 부동산인 빌딩, 상가 등 업무상업시설의 거래금액 또한 급증했다. 2021년의 상업 및 업무용 빌딩 거래금액은 74조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으며, 상가 및 사무실 거래금액은 29조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었다. 순수토지 거래금액은 110조원으로 전년 대비 36% 폭증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주거용 부동산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해석된다.

2022년 03월호
미워도 버리기 아까운 중국 안전한 투자 피난처를 찾아서
장기 투자자의 피난처는 ‘역시’ 신흥산업 성장주
단기 투자자는 ‘안전마진’ 전략, 가성비 종목 추천
| 강소영 중국전문기자 jsy@newspim.com
| 조윤선 중국전문기자 yoonsun@newspim.com
“중국 주식을 하느니 차라리 코인 투자가 마음이 편하다.” “미국 증시는 떨어져도 마음이 힘들지 않은데 중국 증시가 출렁이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이번에 털고 나오면 다시는 중국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지난 2월 8일 바이오주와 창업판의 급락 속에서 중국 주식에 투자해온 국내 투자자들의 원망과 성토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공통된 인식은 중국은 ‘불안하다’라는 것. 그러나 기회의 ‘크기’는 안정적 환경에서보다 불안한 시국에 더욱 커지는 법. 중국을 완전히 외면하기엔 여전히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그렇다면 보다 ‘안전한’ 투자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대혼돈의 시장에서 투자금의 안전한 피난처가 될 섹터와 유망 종목을 살펴본다.
장기 투자자, 첨단기술·녹색산업 분야 주목을
안전한 투자처를 모색하기 전 최근의 시장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8일 바이오(CXO 등) 테마주가 미국 제재 소식에 폭락하고, 리튬 대장주인 닝더스다이(CATL)가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추진 의지의 약화 우려로 급락했다. 하지만 이 두 섹터는 최근 고(高)밸류에이션에 대한 시장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중국 현지에서는 △우수한 실적 △합리적인 가격 △소속 산업을 대표하는 우량기업의 요건을 갖춘 가치투자를 새로운 전략으로 내세우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이 더뎠던 종목들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술주 조정 여파도 있다. 중국 증시 역시 미국의 영향을 갈수록 크게 받으면서 기술주가 하락하는 글로벌 현상이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시장 상황을 이해하면 두 가지 측면에서 투자 전략을 수립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 본인의 성향과 투자 기간을 고려할 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우선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의 전략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여전히 신성장산업 쪽이 유망 섹터로 꼽힌다. 신성장산업이란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차세대 첨단기술 및 녹색 산업이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바이오, 디지털 위안화 등 투자자 대부분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반문하게 된다. “미국 제재의 악재가 언제 출현할지 모른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시점에 이들 종목이 과연 안전한가?”
이런 의구심에 대해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이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최 연구원의 제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방향성은 틀림이 없다. 현재 관련주를 보유한 투자라면 일단 버텨야 한다. ②중국 내수의 비중이 크고, 중국 자급능력이 우수한 산업의 우량주를 고르자. ③신성장산업에서도 ‘옥석 가리기’ 전략이 필요하다. ④미국의 제재는 중국의 자국 공급망 강화를 유도,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이 불안해하는 미국의 제재 가능성은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최 연구원의 판단이다.
차기 미국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거론되는 닝더스다이(CATL)의 사례를 보면 논리가 명료하다. 미국의 제재 방식은 핵심 제조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이런 전략이 매우 유효했다. 그러나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선 효과가 크지 않다. 이미 중국 기업이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산업체인을 완성할 만큼 이 분야에 대한 독립성, 산업 자생력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자국에서 주요 장비와 부품을 조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제재를 한다 해도 실제적인 타격감이 없다는 의미다.
제약 및 바이오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중국 33개 기관을 수출통제 대상을 의미하는 ‘미검증 리스트(UVL·Unverified List)’에 포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2월 8일 홍콩증시에서 CXO 테마주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는 시장의 ‘과민반응’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의약바이오 산업도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의료장비 등 선진 장비를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수입해야 하는 제약이 있지만,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탄탄한 성장성을 다져놓은 상황이다.
단순히 미국의 제재를 큰 리스크로 겁을 먹고 중국 성장산업의 우량주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 최 연구원은 강조했다. 국내 다른 증권사의 중국 전문 애널리스트도 이와 유사한 견해를 피력했다.
리스크를 우려한다면 미국보다는 중국 국내 정책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의 방침은 직접적으로 중국 산업의 발전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정책 추진 템포의 미세한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성장과 발전’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관련 성장주의 장기적 투자 가치도 여기에 있다.
한편 미국의 제재가 중국 산업구조의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9년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악화되자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지만 이를 기회로 한국 반도체 업계가 소재 공급망 확충에 성공했듯 중국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산업과 기업이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 투자자, 은행·항공 등 전통 대형주 매력적
비교적 단기간에 수익 실현이 목적이라면 ‘안전마진’ 전략이 추천되고 있다. 안전마진이란 미래의 적정가치와 현재 가치의 괴리를 가리키는데, 전략적 차원에서 설명하면 투자 실패에도 치명적 손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즉 가격이 적정선보다 크게 낮은 경우 추가 하락 여지가 크지 않아 안전마진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증시에서 안전마진이 높은 섹터는 은행, 항공 등 전통 대형주가 꼽힌다. 지난 2월 8일 출렁이는 장세 속 중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공상은행이 3% 이상 급등 마감했고 농업·중국·건설은행도 1% 넘게 오르는 등 은행주가 눈에 띄는 상승세를 연출하며 투심이 쏠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중국 은행주의 밸류에이션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증권정보 플랫폼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종가 기준 본토 증시에 상장된 은행 종목 42개 중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종목이 80%에 육박했다. PBR이 1배 이상인 은행주는 9개에 불과했다.
PBR은 주가 대비 주당 순자산의 비율로, PBR이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어 보통은 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경기 둔화 우려 속 중국 정부가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는 ‘안정 성장’ 기조와 개선된 유동성 환경이 은행주의 상승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한다.
화바오(華寶)펀드의 차이무룽(蔡目榮) 펀드매니저는 “당국의 유동성 공급과 대출지원 확대 정책에 따라 부동산 리스크가 잦아들면서 시장의 은행 자산 품질에 대한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 1분기에도 대출 완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주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설화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올해에는 개혁 속도를 늦추고 경제 안정화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부실 우려가 경감됨에 따라 은행들의 자산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단기적인 관점에서 은행 등 가치주가 올 상반기 우세할 것”으로 봤다.
이 밖에 호실적 달성 기대감도 은행주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까지 2021년 실적 예상 보고서를 발표한 19개 상장은행의 작년 매출과 순이익이 합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42%, 22.48% 증가했다. 그중 12개 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외국인도 적극적으로 은행주 매수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된 A주 상위 20위 종목 가운데 초상은행(600036), 흥업은행(601166), 평안은행(000001), 장수은행(600919) 4개 은행주가 포함됐다. 그중 외국인 자금 유입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초상은행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초상은행 주식을 약 70억위안어치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항공주도 불안한 장세 속 상승 가도를 달려 주목된다. 백신 접종 확대와 코로나19 치료제 보급에 힘입어 국내 여객 수요가 반등함에 따라 올해 중국 항공사와 공항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작년 백신 접종률 제고와 더불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나선 중국인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중국 민간항공의 여객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4억4000만명(연인원 기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여객 수송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열린 중국 민간항공업무회의에서는 2022년 여객 수송량 목표를 5억7000만명으로 제시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85%에 상당하는 수준이다.
중국 국내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항공·공항주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안신증권(安信證券)은 효과적인 방역 조치 시행으로 중국 주민들의 외출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지방정부의 관광 소비 진작을 위한 각종 조치 시행 속 단거리 관광 활성화와 고소득층 해외 관광수요의 국내 흡수에 힘입어 국내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은행과 항공 등 전통 대형주의 상승세가 추세화될지는 미지수다. 장기적 투자 전략 차원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뜻.
최설화 연구원은 “적어도 올 상반기 CSI300, A500지수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은행, 항공 등 섹터의 강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회의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항공 및 공항 섹터의 상승세는 국내 펀더멘털의 개선보다는 글로벌 흐름을 단순하게 좇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공항이나 항공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올해 ‘제로 코로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광시장이 활성화되기 힘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 증시가 글로벌 섹터 움직임에 동조화되고 있고, 중국도 언젠가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많이 내린 항공주의 저점 매수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승하는 주가에 비해 항공사들의 실적은 아직 저조한 상황이다. 최근 2021년도 예상실적을 공개한 항공사 중 중국국제항공(601111)은 작년 최대 170억위안의 적자를 낸 것으로 예상했고, 중국동방항공(600115)과 중국남방항공(600029)도 100억위안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2년 03월호
중국기업 新트렌드 ‘홍콩 재상장’ 이렇게 이뤄진다
1월 1일 중국테마주 재상장 신규정 시행
4년 만의 제도개혁, 재무구조 등 요건 완화
스팩 제도와 함께 IPO 시너지효과 기대
| 배상희 중국전문기자 pxx17@newspim.com
2021년 중국 당국의 빅테크(대형 IT기업) 반독점 규제, 헝다그룹에서 촉발된 부동산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 미국 통화정책 긴축 전환 등 다양한 불확실성에 노출됐던 홍콩증시는 그야말로 참담한 한 해를 보냈다.
홍콩증시를 대표하는 항셍지수는 지난해 14% 넘게 하락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벤치마크 지수 중 최악의 실적을 거뒀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2년 새해를 맞아 홍콩증권거래소는 중국테마주(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 주로 미국증시)의 홍콩증시 재상장 기준을 대폭 완화하며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대적인 제도 손질에 나섰다.
이는 ‘중국기업의 홍콩증시 회귀 열풍’을 확대할 마중물 역할을 해줌으로써 홍콩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 랠리를 부활시키고, 이를 통해 시장의 유동성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올해 1월 1일부터 도입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제도가 시너지 효과를 더해줄 전망이다.
지난해 8곳의 중국기업이 홍콩증시 재상장을 추진한 가운데, 2022년에는 이보다 많은 기업이 홍콩증시를 노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기업의 홍콩증시 회귀가 다시금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홍콩증시 재상장 제도 및 방법과 올해 단행된 제도 개혁이 홍콩증시 전반에 불러올 영향 등을 소개한다.
4년 만의 상장제도 개혁, ‘IPO 랠리 부활 기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는 미중 양국의 갈등은 중국기업의 상장 트렌드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미국의 중국기업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중국 당국 또한 미국증시 상장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미국을 떠나 다시 홍콩증시로 돌아오는 중국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중국기업에 있어 이상적인 해외 상장지로 여겨졌던 미국증시는 이제 가장 큰 리스크를 안겨주는 상장지로 변화했고, 그 사이 홍콩증시가 대체 상장지로 부상했다. 미국의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동시에 상장조건 또한 중국 본토보다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홍콩증권거래소는 거래소 출범 이후 25년 만에 가장 대대적인 상장제도 개혁에 나섰다. ‘혁신형 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WVR) 주식 발행기업의 상장을 허용했고, 이는 중국테마주 2차 상장 랠리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이후 스타벅스의 대항마를 꿈꿨던 중국 루이싱커피(瑞幸咖啡)가 2019년 4월 대형 회계부정 사건을 일으키며 나스닥에서 퇴출당하는 사건이 발생, 중국테마주의 회계 투명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고 미국 증권당국의 중국기업에 대한 압박이 강화된다.
그런 가운데 같은 해 11월 26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阿裏巴巴 9988.HK/BABA.N)가 홍콩증시에서 2차 상장을 추진한 것을 시작으로 다수 우량 중국기업의 홍콩증시 재상장이 본격화된다.
하지만 지난해 초대형 변수들의 등장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홍콩증시 IPO 시장은 급격히 냉각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인 KPMG 중국지사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기준으로 2021년 한 해 동안 추진된 IPO는 110건으로 자금조달 규모는 3560억 홍콩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기록한 144건, 3966억 홍콩달러와 비교해 축소된 수준이다.
이에 지난해 11월 19일 홍콩증권거래소는 중국테마주의 재상장 조건을 완화한 새 규정을 마련하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이뤄진 개혁이다.
재상장 제도 개혁은 미국증시에서 내몰린 중국기업의 홍콩증시 유입을 확대, 과거 홍콩증시에서 연출됐던 IPO 열풍을 재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해외증시 상장 기업의 ‘3가지 재상장 경로’
미국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이 홍콩증시에 재상장하는 방법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분류된다.
①미국 상장을 철회(폐지)하고 홍콩증시에서 다시 상장 절차를 밟는 방법 ②미국증시에 상장된 채로 ‘2차 상장(Secondary Listing·二次上市)’을 추진하는 방법 ③미국증시에 상장된 채로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Dual Primary Listing·雙重主要上市)’을 추진하는 방법. 그중 ②와 ③은 미국과 홍콩에 ‘동시 상장’하는 의미가 짙다는 점에서 상폐 후 재상장하는 ①과 차별화된다.
1) 상장 철회 후 재상장 : ‘동정여행’에서 ‘디디추싱’까지
미국 시장 내에서 사유화(발행주식을 되사들이고 상장폐지) 절차를 밟은 뒤, 홍콩증시에서 정식 IPO 절차를 밟아 다시 상장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으로 상장하는 기업은 △미국시장에서 사유화 및 상장폐지 완료 △홍콩증시 상장 전 구조조정(예를 들면 홍콩증시 규정에 맞게 가변이익실체 구조 조정) △홍콩증시에서 IPO 추진 등 3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국 온라인 여행서비스 업체 동정여행(同程旅行 0780.HK)과 유제품 생산 업체 차이나페이허(中國飛鶴 6186.HK)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
동정여행은 지난 2004년 나스닥에 상장했다가 10여 년 뒤인 2016년 미국증시 상장을 정식 철회하고 2018년 11월 26일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차이나페이허는 미국증시 상폐 후 6년 뒤인 2019년 11월 홍콩증시에 재상장했다. 당시 시총은 670억 홍콩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유제품 기업 IPO라는 이정표적 기록도 세웠다.
이 밖에 시나닷컴(新浪)이 지난해 3월 23일 사유화 절차를 완료하고 나스닥 상장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홍콩증시나 A주(본토증시에 상장된 주식) 시장에 재상장하지는 않은 상태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디디글로벌(滴滴出行·디디추싱 DIDI.N)이 미국증시에서 상장을 자진 철회한 이후 홍콩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상장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안에 상장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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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차 상장 : ‘알리바바’에서 ‘웨이보’까지
2차 상장은 앞서 알리바바, 넷이즈(網易 9999.HK/NTES.O), 제이디닷컴(京東 9618.HK/JD.O), 바이두(百度 9888.HK/BIDU.O) 등 가장 많은 중국기업이 채택한 재상장 방식이다. 지난 2018년 홍콩증권거래소의 제도 개혁 이후 해당 방식으로 상장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었다.
한 국가의 증시에 원주(Original Stock)를 상장하고, 다른 국가의 증시에는 DR(Depository Receipt·주식예탁증서, 본래 주식의 권리는 본국에 보관한 채 이를 대신하는 증서를 만들어 외국에 유통시키는 증권)을 발행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가장 큰 특징은 DR 형식으로 발행된 주식은 원주와의 상호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차 상장 방식으로 미국과 홍콩증시에 동시 상장한 알리바바의 경우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원주는 홍콩시장에 상장하고, ADR (America Depository Receipt,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발행된 DR)로 미국증시에 상장했다. 발행한 ADR마다 교환 비율이 다르게 책정되는데, 알리바바의 경우 ADR과 홍콩주의 비율은 1:8이다. 한마디로 알리바바 ADR 1개와 홍콩주 8주를 교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홍콩증시가 비교적 낯선 투자자들의 경우 홍콩증시를 찾아볼 필요 없이 미국증시에서 ADR을 구매할 수 있고, 혹시 알리바바 ADR이 상폐하게 돼도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보통주로 전환함으로써 알리바바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
다만 시장 간의 연계성이 큰 만큼 두 증권거래소의 주가가 유사한 흐름으로 움직이며 한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가 다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향후 강구퉁(港股通, 상하이·선전거래소를 통한 홍콩주식 거래) 거래 종목으로 편입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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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 : ‘베이진’에서 ‘샤오펑’까지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은 미국주식을 사유화하지 않고 홍콩증시에 이중 상장해 양쪽 시장 모두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상장과 유사하다.
다만 양쪽 증권거래소에 다른 주식을 새롭게 발행하는 의미가 짙기 때문에 해당 주식은 발행한 시장에서만 거래되며 상호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아울러 양쪽 시장 주식 간의 연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한쪽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주가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미국증시 상장 기업의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의 감독을 모두 받게 되는 만큼 2차 상장 방식에 비해 감독기관의 심사가 더욱 엄격하고 더 많은 시간과 상장 비용이 소요된다는 한계점이 있다.
다만 체표(遞表·문건 전달)라는 제도를 통해 상장 준비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옵션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상장 신청 기업의 경우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 문건을 전달하면서 IPO 비용을 함께 지불하고 임시로 심사 일정까지 예약할 수 있는 제도다. 통상 3~6개월 안에 상장 신청 기업의 개괄적 정보, 업종 관련 자료, 기업구조 등에 관한 심사가 이미 이뤄진다.
실제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업체 베이진(百濟神州 6160.HK/BGNE.O)은 2018년 8월 8일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 방식으로 홍콩증시에 재상장하면서 해당 방식으로 상장 준비기간을 줄였다.
지난해 7월 7일 홍콩증시에 상장한 전기차 제조업체 샤오펑(小鵬汽車 9868.HK/XPEV.N)도 듀얼 프라이머리 방식을 채택했다. 베이진 이후 지난 3년간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 방식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샤오펑이 처음이다.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 방식은 2차 상장과 달리 홍콩증시 상장 이후 강구퉁을 통해 거래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A주에 ‘3차 상장’을 할 경우에도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022년 재상장 제도, 어떻게 바뀌었나
해외 증시 상장 기업의 홍콩증시 재상장 규정은 ‘2차 상장’과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의 두 가지 방식에서 손질이 이뤄졌다.
우선, 2차 상장 조건을 완화해 혁신형 기업에 국한됐던 기업의 업종 제한을 없애고 △회계연도 기준 상장 5년 이상(해당 기간 거래소 관리감독 기준에 부합했음을 증명하는 기록 필요)+시가총액(시총) 30억 홍콩달러 이상 또는 △회계연도 기준 상장기간 2년 이상(해당 기간 거래소 관리감독 기준에 부합했음을 증명하는 기록 필요)+시총 100억 홍콩달러 이상 등 두 가지 중 하나의 조건만 충족하면 상장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이는 ‘혁신형 기업’에 한해 △상장 2년 이상+시총 400억 홍콩달러 이상 또는 △상장 2년 이상+시총 100억 홍콩달러 이상+최근 1년간 영업수익(매출) 10억 홍콩달러의 요건을 충족해야 했던 과거 규정과 비교해 크게 완화된 것이다.
이를 통해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중국테마주 유형의 다원화다. 혁신 업종에 국한됐던 기존의 규정과 달리 전통산업도 2차 상장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업종의 중국기업들이 홍콩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기존에는 차등의결권(WVR) 구조의 중화(中華) 기업만 2차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신규정 하에서는 차등의결권 구조가 아닌 ‘1주 1의결권’ 구조의 중화 기업도 2차 상장이 허용된다.
다음으로,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 방식 상장 절차를 간소화해 기업의 상장비용 부담을 줄이고 중국테마주의 홍콩증시 유입을 확대키로 했다.
과거의 경우 차등의결권 또는 가변이익실체(VIE) 구조를 갖춘 기업은 2차 상장 방식만 선택할 수 있었다. 이에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 방식으로 상장할 경우 홍콩증권거래소 규정에 맞춰 지배구조를 수정해야만 상장이 가능했던 만큼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불필요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신규정 하에서는 차등의결권 또는 가변이익실체 지배구조를 갖춘 ‘면제권 획득(获豁免) 중화권 기업’과 ‘비중화권 기업’은 ‘기존 지배구조를 유지한 채’ 바로 듀얼 프라이머리 리스팅 방식의 상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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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진 상장 문턱, 중국테마주 회귀 봇물 터질까
전문가들은 중국기업의 재상장 규정 완화로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 중국기업 또한 늘어나면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비상장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미리 증시에 상장시켜 놓은 페이퍼컴퍼니로, 정식 IPO를 통해 상장하기 어려운 기업들의 우회 상장 통로로 활용됨) 제도와 함께 IPO 시장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시장에서는 내년 홍콩증시 재상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테마주들 명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중신증권(中信證券)에 따르면, 홍콩증권거래소가 재상장 규정을 완화한 이후 해당 신규정에 부합하는 중국테마주는 77개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디디추싱과 함께 미국증시에 상장된 중국테마주로 시총 규모 3위권을 다투는 온라인 쇼핑몰 핀둬둬(拼多多 PDD.O)와 전기차 제조업체 니오(蔚來 NIO.N)의 상장 가능성이 비중 있게 점쳐진다.
이 밖에도 온라인 부동산중개 업체 KE홀딩스(貝殼·베이커 BEKE.N)와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칸준(BOSS直聘·보스즈핀 BZ.O),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IQIYI(아이치이 IQ.O) 등이 비교적 높은 가능성의 차기 회귀상장 후보 종목들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중국 보험·환율·주식·채권 등 금융서비스 제공 업체 ATFX는 “2022년 홍콩 IPO 시장은 스팩 상장제도 도입, 중국테마주 상장조건 완화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테마주의 회귀가 이어지면서 3대 대표 지수인 홍콩항셍지수, 국유기업지수, 항셍테크지수에서 중국테마주가 차지하는 가중치는 10%, 12%, 25%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시 말해 홍콩증시 대표 지수에서 중국테마주의 비중이 확대되며 홍콩증시 전반의 주가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는 올해 10개 이상의 중국테마주가 홍콩증시 재상장을 추진하고 1000억위안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며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만굉원(申萬宏源)은 “신규 2차 상장 기준의 마련으로 2022년 중국테마주의 홍콩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기존의 재상장을 대형 과학기술주가 주도했다면, 신규정 하에서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과 중소형 기업들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신증권(中信證券)은 “홍콩증시 대표 지수 구성종목에 2차 상장 중국테마주의 편입을 점점 더 늘리고 가중치를 높임으로써 더 많은 중국테마주들이 홍콩증시 재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