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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호

하이닉스, 그룹 이익 91% 번다 M&A 역사 쓴 최태원의 딜레마

@img5 최태원, 하이닉스 인수 승부수 큰 성공 가져와 SK온 등 신규 사업 실적 저조, 수익 다각화 고민 SK실트론 매각·SK앤무브 상장, 유동성 확보 중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재계 순위 3위였던 SK그룹은 2022년부터 현대차 그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이는 SK하이닉스 영향이다. 지난 5월 1일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도 1위 삼성그룹의 589조원(공정자산총액)에 이어 SK그룹이 363조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만약 13년 전인 2011년에 최태원 회장 주도로 진행된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가 실패했다면 지금의 SK그룹 재계 순위는 몇 위까지 내려갈까? 하이닉스 인수 성공은 한국 M&A(인수합병)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성공작이다. 문제는 SK그룹에서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재계 순위 상위 10개 그룹 중 계열회사 수가 200개에 육박하는 회사는 SK그룹이 유일하다. 1위인 삼성그룹은 63개, 3위인 현대차그룹은 74개로 SK의 3분의 1 수준이다. 다른 그룹 대비 유달리 많은 SK 계열회사 중 실질적으로 이익을 내는 회사는 현저히 적은 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민거리다. SK그룹 하이닉스 이익 비중 91%...쏠림 심각 NICE신용평가 신호용 책임연구원의 ‘SK그룹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은 2024년에 25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이 중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23조5000억원으로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체 그룹 영업이익의 91%가 단 1개 회사에 집중된 기형적 구조다.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별 순이익을 따져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에 의미 있는 순이익을 달성한 회사는 SK하이닉스 외에 1조4000억원의 수익을 달성한 SK텔레콤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SK텔레콤도 최근 발생한 유심 해킹 악재로 올해 이익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매각이 거론되는 SK실트론의 순이익도 2000억원 수준으로 미미하다. 가장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이다. 2024년에만 2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DB증권은 SK이노베이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했다. 한승재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5년 상반기 정유 업종의 단기 부진 심화를 예상한다”며 “유가가 하락함에도 수요와 정제 마진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SK이노베이션의 본업뿐 아니라 자회사인 SK온의 배터리 사업 부진도 심각하다. SK온은 설립 이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심각한 적자를 기록 중이다. SK온의 2024년 영업손실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SK이노베이션은 자금 수혈을 위해 현금창출 능력이 우수했던 비상장사 SK E&S와의 합병을 작년에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합병비율 논란으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SK이노베이션 지분을 6.2% 보유했던 국민연금은 합병을 반대하기도 했다. NICE신용평가의 신호용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배터리 부문은 전방수요 둔화와 공급 경쟁 심화가 나타나며 실적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며 “유럽,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으며 유럽 시장은 역성장했다”고 분석한다. 또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수출 물량 증가와 유럽 내 생산기반 투자도 함께 나타나며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업황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친환경차 보조금을 폐지 및 축소하고 있어 채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또 다른 주력인 화학 부문 역시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되며 실적 저하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5월에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인 Baa3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a1으로 하향했다. 반도체 업황 좋지만 변동성 큰 시황 산업 한계 하지만 SK그룹 내에서 SK하이닉스만 떼놓고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D램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6%, 삼성전자가 34%다. 사상 처음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7조4405억원으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사상 최고치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6조6000억원보다도 훨씬 더 크다. 인공지능(AI) 열풍을 등에 업고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반도체는 시황 산업(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이다. 반도체 시장은 수요와 공급 변화에 따라 급격한 변동을 겪는 업황 사이클이 존재한다. 극단적인 예로 불과 2년 전인 2023년에 SK하이닉스는 7조7000억원의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이익이 꾸준한 점과 비교된다. 상황이 급반전된 건 2024년이다. 챗GPT에서 촉발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로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사상 최대치인 2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HBM 중심의 반도체 업황은 초호황이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업황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한숨 돌려…유동성 확보 전력 SK그룹은 지금의 반도체 호황을 기회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20~2022년의 저금리 환경 당시 추진한 M&A와 신규 사업 중 상당수가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당시 투자한 자금 규모는 무려 14조원으로 알려졌다. 방만한 사업 추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다행히 2024년에 SK그룹은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6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해 채무 상환에 활용했다. 또 일부 계열사 자산 매각으로 그룹 전체 차입금 규모가 2023년 말의 82조원에서 2024년 말에는 72조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초호황인 반도체 실적을 빼고 계산하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2024년 말 기준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SK그룹의 순차입금 규모는 60조7000억원으로 2023년 말 대비 2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신호용 책임연구원은 “배터리 부문의 실적 대비 과중한 투자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2023년도의 부진했던 반도체 실적이 2024년까지 이어졌다면 SK그룹 전체적으로 재무 위기가 번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SK그룹 차원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자산 매각 통한 재무구조 개선작업 본격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5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2심 결과 1조3808억원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로 경영권 방어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대법원에서도 이대로 확정될 경우 경영권 방어 자금도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SK그룹은 작년부터 빠른 속도로 비주력 계열사 및 지분을 정리하는 리밸런싱 작업에 돌입했다. 2024년 4월에는 SK스퀘어가 보유한 크래프톤 지분을 전량 매각해 2660억원을 확보했다. @img4 2024년 8월에는 SK네트웍스가 자회사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렌터카 사업은 보유 차량의 가동률이 높을수록 이자비용, 인건비, 판관비 등 대당 고정비 부담이 낮아지는 장치산업의 특성을 보인다. 추가 투자 여력이 부족한 SK그룹이 매각을 결정한 이유다. 2024년 12월에는 지주회사 SK가 보유 중인 SK스페셜티 지분 85%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과정에 쓰이는 특수 가스를 생산한다. 수직계열화에 꼭 필요한 핵심 계열사지만 자금 확보에 더 중점을 두는 모양새다. 올해 4월에는 SKC의 종속회사인 SK엔펠스의 CMP 패드 사업 매각도 확정 지었다. 매수자는 역시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로 매각가격은 3346억원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는 SK실트론 매각 추진이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지주회사 SK가 직접 보유한 지분 51%와 최태원 회장이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보유한 지분도 함께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각가격은 약 3조원대로 실제 실행 시 SK그룹은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포기하는 대신 재무적 안정성을 얻게 된다. 지주회사 SK가 SK실트론 인수합병 당시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사들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29.4% 지분은 사익 편취 의혹을 받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말에 최 회장과 SK㈜에 대해 각각 8억원씩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SK 측이 불복하면서 제기한 취소 소송에서 SK그룹이 승소해 현재는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SK실트론 매각이 실제 성사될 경우 SK그룹 입장에서는 크게 한숨을 돌리게 된다. 추가적인 자금 확보 전략으로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앤무브를 상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복 상장 문제로 소액주주들이 계속 문제 제기 중이라 한국거래소에는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을 요구한 상태다. 올해 SK그룹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SK하이닉스 이익 증가와 핵심 계열사들의 매각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중국의 공급 과잉 우려와 치열한 경쟁으로 ‘배터리’ 사업 업황이 여전히 어둡다는 점이다. 수조원 단위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진행된 배터리 사업의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그동안 질주해 왔던 SK그룹의 성장도 상당 기간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또 SK하이닉스에만 너무 쏠린 SK그룹의 기형적 구조도 문제다. 관세 전쟁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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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호

17개 상장사 대부분 ‘실적 부진’ 차세대 먹거리는 배터리?

@img4 신사업 베터리 SK온 부진 심각...모기업 SK이노 울상 SK바이오팜은 승승장구...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고전 인적 분할로 최태원 지배권 강화...소액주주는 주가 하락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SK그룹 계열사 중 총 17개 회사가 증시에 상장돼 있다. 그렇다면 작년 1월부터 최근까지 1년 5개월간 이 주식들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의 수익률은 양호하다. 수익률이 부진한 계열사도 상당하다. SK그룹 약점은 배터리 증시가 효율적이라고 가정하면 시가총액은 현재 기업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SK그룹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중 압도적 1위는 SK하이닉스다. 시총이 무려 150조원에 달한다. 2024년의 사상 최고 실적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이를 미리 예측한 탓에 최근 1년 5개월간 주가상승률은 45%로 평이하다. 눈에 띄는 건 시총 3위인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현격한 격차다. SK이노베이션 시총은 14조원으로 10분의 1에 불과하다. SK온 등 적자가 심각한 자회사를 둔 덕에 주가도 -36%로 부진하다. 배터리가 주력인 SK온의 적자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과연 배터리 산업은 SK그룹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비관론 쪽에 좀 더 가깝다는 사실이다. SK온은 한국, 중국, 미국, 헝가리 등의 글로벌 배터리 공장 시설에 이미 20조원 가까이 투자했다. 낙관적인 전문가들은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할 당시였던 2011년에도 비관론이 심각했지만 결국 해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하이닉스 인수 이후 최태원 회장의 의지로 하이닉스에 꾸준히 수조원의 자금이 반복적으로 수혈됐다. 때마침 이 당시 경쟁 업체였던 일본의 ‘엘피다 메모리’가 파산하면서 급성장하게 된다. 이런 SK하이닉스의 성공 방정식이 지금의 SK온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SNE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로 무려 37.9%다. 2위인 BYD 점유율도 17.2%다.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경쟁 구도다. 과거 SK하이닉스 성공 당시와 지금이 다른 점은 중국 업체들의 자금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다. 3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0.8%다. 5위인 SK온 점유율은 4.4%에 불과하다. 중국 외에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장벽도 거대하다. 과연 이번에도 SK그룹은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전기차 보조금 삭감 악재까지 겹쳐 배터리 업황이 언제 살아날지조차도 예측하기 어렵다. 시총 10위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리튬이온 배터리용 분리막(LiBS)’을 전문 생산하는 기업이다. 역시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적자 상태다. 주가도 73%나 폭락했다. 반도체 쏠림 해법은...바이오가 미래 성장동력 시총 15조원으로 2위인 SK스퀘어는 SK텔레콤과의 물적 분할을 통해 반도체, 플랫폼(11번가·티맵·원스토어 등) 투자에 집중하는 투자 전문 지주회사로 개편됐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로 지분법 평가이익이 급증해 지난 1년 5개월간 주가도 118% 상승했다. 하지만 11번가와 원스토어 등의 실적 부진이 약점이다. SK스퀘어 역시 반도체 쏠림이 뚜렷하다. 시총 4위인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가 부각되기 10년 전엔 SK그룹의 중심이었다. 과거에는 엄청난 성장주였지만 이제는 배당주에 가깝다. 매년 2조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알짜 회사다. 그런데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이 11조원에 불과한 이유는 뭘까? 매출은 훨씬 증가했지만 2021년 11월에 SK텔레콤과 SK스퀘어가 인적 분할하면서 몸집이 크게 줄었다. 이때 SK텔레콤은 5G·AI·클라우드·B2B 등의 통신 사업에 집중하는 쪽으로 개편됐다. SK의 신사업 중 배터리 분야는 심각하게 고전 중인 반면 기대되는 업종도 있다. 바로 바이오 분야다. SK계열사 중 시총 6위에 오른 SK바이오팜(시총 7조원)이 특히 기대주다. SK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바이오인 이유는 SK바이오팜 덕분이다. 2024년 매출액은 5476억원, 영업이익은 963억원이다. 높은 시총에 비하면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SK바이오팜의 대표 약품은 성인 뇌전증(부분 발작)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다. 뇌전증(Epilepsy)은 뇌 속 신경세포들이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방출하면서 반복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발작을 일으키는 만성 질환이다. 과거에는 간질로 불리기도 했다.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최초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한국의 토종 신약이다. 세노바메이트의 2024년 미국 매출은 약 4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폭증했다. 미국뿐 아니라 브라질 등 20여 개의 중남미 국가 진출을 진행 중이다. 그 밖에 차세대 신약으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 치료제(TPD) 개발 등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중추신경계(CNS) 분야 외에 항암제 분야로도 연구개발(R&D) 역량을 확장 중이다. 글로벌 전체적으로 노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바이오 산업의 높은 성장성은 이미 정해진 미래다. 하지만 이런 호재가 선반영돼 지난 1년 5개월간 주가는 오히려 8% 하락했다. SK그룹 계열사? 같은 듯 다른 사촌 경영 SK그룹 상장회사 17개 중 시총 순위 10위권 밖 회사의 시가총액은 1조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 SK그룹은 같은 SK브랜드라도 최태원 회장 중심의 ‘SK’와 사촌인 최창원 부회장 중심의 ‘SK디스커버리’로 살짝 나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알아야 할 사항이다. 시총 10위권 밖에는 대체로 최창원 부회장 관련 회사가 더 많은 편이다. 2017년에 SK케미칼과의 인적 분할을 통해 설립된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는 40%의 지분을 가진 최창원 부회장이다. SK디스커버리 밑에 SK가스(LPG유통 등), SK디앤디(부동산 개발), SK플라즈마(혈액 제약), SK이터닉스(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SK케미칼(친환경 소재) 등이 있다. SK이터닉스를 제외하면 대체로 지난 1년 4개월간 주가 상승률이 부진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SK이터닉스는 SK디앤디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이 인적 분할돼 설립된 기업이다. 상장 당시 시초 기준가는 4940원이었는데 현재는 1만9380원으로 292% 폭등해 주가상승률이 가장 높다. 풍력,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주력이다. 최근 대선 후보들이 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 공약을 내건 게 호재로 작용했다. SK케미칼 자회사로 시총 8위인 SK바이오사이언스(시총 4조원)도 있다. 회사명에는 SK바이오팜과 동일하게 ‘바이오’가 붙었지만 2개 회사의 실적 격차는 크다. 백신과 위탁생산(CMO)이 주력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당시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등과의 위탁생산 매출이 상당했다. 하지만 코로나 종료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영업이익도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 5개월간 주가는 37% 하락했다. 2021년의 최초 공모가는 6만5000원이다. SK그룹 상장계열사 17개를 살펴본 결과 일부 계열사 외에는 주가가 하락한 곳이 더 많다. 반도체와 관련 있는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수익률만 양호하다. 다행스러운 건 반도체 외에 바이오 분야(SK바이오팜)도 차세대 주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배터리 분야의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다. SK그룹의 또 다른 문제점은 수많은 인적 분할과 합병을 통해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지배구조만 강화됐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게 돌아온 이득은 거의 없었다. 이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한국 대기업들의 공통된 문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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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호

최태원, 자녀 상속 플랜 있나 후계 구도·지배력 변화 이목

@img5 60% 상속세, 기업경쟁력 약화 요인 개인도 10억 물려주며 6억 상속세 불만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비율도 문제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제도를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SK그룹은 경영권 위협으로 인해 국내 주요 그룹 중 빠르게 지주회사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케이스다. 하지만 기업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그런데 대기업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한국의 약탈적인 상속세도 같이 거론해야 균형이 맞는다. 최고 60%(대주주 할증과세 포함)에 달하는 높은 상속세율은 넉넉한 세수 증가로 정부의 이익이 된다. 반면 합법적이긴 하지만 기업 분할·합병은 대주주에겐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겐 불리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높은 상속세율에 따른 이익의 주체(정부)와 기업 분할·합병에 따른 손실의 주체(소액주주)는 다르다. 정치권과 정부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는다면 균형이 크게 무너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붕괴되거나, 한국 증시 자체가 수십 년간 부진의 늪에 빠질 우려가 크다. 60% 상속세가 기업 경영권 방어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 재벌기업도 처음에는 1세대 창업자에서 시작됐다. 지분이 2세대를 넘어 3세대로 상속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의 상속세법을 심플하게 정리하면 최고과세율 50%로 요약된다. 상속재산의 절반인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모든 기업 오너들은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물려주기 위해 상속세 절세에 힘을 쏟는다. 정부는 기업들이 상속세를 편법으로 탈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미경 보듯이 기업의 상속 과정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정부 간에 팽팽한 균형이 이뤄진다. 문제는 1세대 창업주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2세대는 상속세 절반을 납부하면 지분율이 25%로 줄어든다. 이후 3세대에 와서 다시 상속이 진행되고 상속세 절반을 납부할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12.5%의 지분율로 뚝 떨어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부터는 ‘경영권 자체의 가치(경영권 프리미엄)’를 인정해 대주주 주식 상속 시 20% 할증과세 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단순한 지분 이상의 지배력 확보는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최고 50%의 상속세율에 20% 할증과세가 더해지면 최고상속세율은 60%로 높아진다. 만약 현재의 최대 60%(최대주주 할증 20% 포함)의 상속세율로 상속이 진행될 경우 3세대가 되면 지분율이 8%로 줄어든다. 3세대 만에 경영권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현실 세계에서는 1세대 창업자가 50% 지분율을 가진 경우도 무척 드문 게 일반적이다. 결론적으로 3세대 오너가 상속을 통해 기업을 경영하든, 아니면 지분이 분산된 상태에서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위주로 기업을 경영하든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상관이 없다. 기업 경영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고생해서 키운 회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를 원하는 창업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재벌들에 대한 시선이 따가워 최대 60%의 상속세율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하지만 이 최고과세율을 동일하게 중산층 국민들에게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10억원 재산을 물려줄 때 무려 6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물론 상속세법상 실제로는 10억원 상속 시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가정을 통해 재벌들에 대한 최고상속세율이 얼마나 가혹한지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도 필요하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 재산 인정은 핵심적인 가치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소 지분율은? 그렇다면 최대주주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최소 지분율은 몇 %일까? 딱히 정답은 없다. 하지만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는 최대주주가 원하는 이사들이 이사회에 절반 이상 선임돼 있다는 뜻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이 가능한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해야 한다. 주총 결의에는 특별결의와 일반결의가 있다. 일반결의는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의 25% 이상이 찬성하면 가능하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의결권은 발행주식의 25%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경우 특별히 다른 주주들이 최대주주와 적대 관계에 있지 않다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혹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25%에 미달하더라도 최대주주에게 우호적인 주주들의 지분율을 합산하여 25% 이상이면 의결권 행사 때 도움을 받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최대주주와 적대적이면서 지분율을 최대주주보다 많이 확보하거나 비슷하게 확보해 놓은 상태라면 이야기는 확 달라진다. 공격자는 ‘위임장 대결’ 등을 통해 최대주주와 의결권을 다툴 수 있다. 여기서 승리할 경우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뺏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에 SK그룹에도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 SK그룹의 악몽...2003년 적대적 M&A 공격 2003년은 SK그룹에 있어서 암흑 같은 시기였다. 당시에 SK의 자회사인 SK글로벌은 1조55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최태원 회장이 구속됐고 7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SK 주식은 3일째 하한가 뒤에 갑자기 대량 거래가 일어났다. 이날 겹겹이 쌓여 있던 엄청난 규모의 하한가 물량을 한 번에 쓸어간 큰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글로벌 투자회사인 ‘소버린’의 SK그룹을 향한 적대적 M&A 공격의 시작이었다. 소버린은 뉴질랜드 태생의 챈들러 형제가 설립한 투자회사로 당시에 인지도가 높은 회사는 아니었다. 소버린이 SK를 공격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이다. 또 SK 주가가 자산 대비 크게 저평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소버린은 2003년 3월에 SK 주식을 6000원대 가격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사들였다. 13거래일간 총 1768억원을 투입해 평균 매입단가 9293원에 14.99%의 SK 지분을 확보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소버린은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 정기주주총회에서 SK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대결을 했으나 경영권 장악에 실패했다. 소버린은 단 1명의 이사도 이사회에 진출시키지 못했다. 외견상 SK의 완승이었지만, 사실 그렇게 안정적인 방어는 아니었다. 이 당시 SK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14% 내외로 공격자인 소버린 지분율 14.99%보다도 적었기 때문이다. 이는 1998년에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 타계 당시 높은 상속세 탓에 최태원 회장이 충분한 지분 확보에 실패한 탓이다. 그럼에도 경영권 분쟁에서 SK가 완승한 이유는 소액주주들이 애국심 때문에 SK에 표를 밀어준 영향이 컸다. 또 SK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 우호 세력에 자사주 매각, 우호 지분 확보, 소액주주 의결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힘겹게 경영권을 지켰다. 장기 투자하겠다고 큰소리쳤던 소버린은 불과 2년 만인 2005년 7월에 보유주식 전량을 매수 평균가격 9293원의 4배가 넘는 4만9011원에 매각했다. 최초 투자금인 1768억원으로 2년 만에 무려 427%인 7558억원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누적 배당금 485억원과 환차익 1316억원까지 합치면 실제 수익은 9359억원에 이른다. 이 경영권 분쟁의 시사점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는 그 당시 SK의 주인은 지분율이 14%에 불과했던 최대주주였을까, 아니면 86%의 나머지 주주들이 공동 주인일까? 두 번째는 적대적 M&A를 시도했던 소버린이 만약 경영권을 장악했다면 장기적으로 SK그룹은 지금보다 더 좋아졌을까? 세 번째는 기업은 최대주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 더 효율적일까, 아니면 주인 없이 전문경영인 중심의 이사회 구조로 운영되는 게 더 효율적일까? 지금은 과거 SK와 다른 회사? 지주회사 마법 지금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는 과거 소버린의 공격을 받았던 SK와는 다른 회사다. 소버린의 공격을 받을 당시의 SK 회사는 2007년에 인적 분할해 SK홀딩스(존속)와 SK에너지(신설)로 쪼개졌다. 최태원 회장은 소버린 공격 당시인 2003년에 비상장사인 SK C&C를 통해 SK를 자회사로 두고 이를 중심으로 SK그룹을 지배하고 있었다. SK C&C는 그룹 내 전산 개발 및 운영을 전담하는 회사였다. 전산 관련 일감의 합법적인 몰아주기가 가능한 구조다. 그 당시는 SK 외에도 그룹별로 이런 형태의 회사들이 대부분 존재했다. 당연히 SK C&C는 외부매출보다 내부거래 기반 수익이 훨씬 더 컸다. SK C&C는 2009년에 증시에 상장됐다. 이후 2015년에 SK C&C는 다시 SK(홀딩스 + SK에너지) 중 지주회사인 SK(홀딩스)를 흡수합병하면서 SK는 소멸되고 존속법인은 SK C&C가 됐다. 하지만 상호는 다시 SK로 바꾸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따라서 2003년의 SK와 2025년 현재의 SK는 사실상 다른 회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재 SK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 SK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5.5%까지 껑충 뛴 상태다. 주주총회 일반결의 요건인 25%를 넘겼으므로 현재는 최태원 회장 중심의 안정적인 지배구조 형태라 볼 수 있다 . 합법이지만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상장사 합병비율 그런데 이런 형태의 기업 분할 및 합병이 왜 문제가 될까? SK의 지주회사 전환은 모두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런 기업 분할 및 합병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2015년 합병 당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이 높았던 SK C&C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상태였다. 반면 단순 지주회사였던 SK홀딩스와 사업회사였던 SK에너지의 주가 흐름은 판이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지주회사보다 사업자회사 쪽에 투자를 집중해 지주회사는 저평가, 사업회사는 고평가된다. 이런 흐름에 따라 증시에서 SK홀딩스는 저평가, SK에너지는 고평가됐다. 이때 최태원 회장 지분율이 높은 고평가된 SK C&C와 저평가된 SK홀딩스를 합병하면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더 확대되는 결과로 진행된다. 이는 기업의 순자산가치가 아니라 상장사 간 합병 기준에 따라 합병비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당시 SK홀딩스 주주였던 국민연금도 합병에 반대했던 것을 보면 누구에게 더 유리한 합병이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img4 상장회사 간 합병 시 기준주가 계산법은 간단하다. 최근 1개월간 주가를 기준으로 (1개월간 평균 종가 + 1주일간 평균 종가 + 최근일 종가) ÷ 3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주가 흐름을 잘 살피다가 최대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시기에 합병을 결정하면 된다. 그러면 최대주주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자녀 상속 플랜? 최태원 회장의 고민은 이혼 소송으로 인한 지배권 약화 리스크와 상속 문제다. 최태원 회장의 자녀로는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는 장녀 최윤정과 차녀 최민정이 있다. 막내아들 최인근까지 총 3명이다. 이들 중 누구에게 경영권을 맡길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상속 전략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 시점에서는 사실 자녀 상속 플랜 자체가 아예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고 60%(대주주 할증과세 포함)에 달하는 상속세율은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 반면 상속세 절감과 지배구조 확대를 목적으로 대주주에게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기업 분할·합병 제도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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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호

과거 3대 위기 때와는 다르다 “관세전쟁 불구 美 증시 -30% 그칠 것”

@img8 IMF 위기, IT버블 붕괴, 금융위기 때 주가 50% 대폭락 코로나 팬데믹, 러·우 전쟁 시엔 -30% 수준서 반등 과거와 달리 기업이익 급증과 막대한 유동성 호재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파괴적인 관세전쟁 여파로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한국 코스피 지수는 2024년 7월의 2896포인트를 정점으로 무려 9개월째 하락세다. 2025년 4월 9일 최저점인 2285포인트로 계산하면 누적 하락률이 21%에 달한다. 기간을 더 늘려 2021년 6월의 코스피 사상 최고점인 3316포인트로 계산하면 3년 10개월간 31% 폭락한 셈이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가 알려진 4월 10일에는 코스피가 하루 동안 6% 이상 반등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5월까지 약한 반등세를 이어 가고 있다. 올해 들어 윤석열 대통령 파면, 미국발 관세전쟁, 대선 정국의 정치적 혼란 등 증시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이벤트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이에 각종 투자 게시판에는 향후 장세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하다. 미리 현금화에 성공한 투자자들은 비관론을, 아직 주식을 보유 중인 투자자는 낙관론을 주장한다. 한 투자자는 “1929년의 ‘스무트-홀리 관세법’ 시행이 대공황으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80% 이상 폭락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댓글로 “그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관세 충격이 마무리되면 큰 폭의 반등이 나올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대폭락 사태 중 가장 심각했던 건 ‘IMF 외환위기’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따라서 증시 전문가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증시 조정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까? 주식시장은 주기적으로 버블과 붕괴가 발생한다.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나타났던 버블 붕괴 중 가장 심각했던 3개 사건은 1997년의 ‘IMF 외환위기’, 2001년의 ‘IT버블 붕괴+9.11 테러’,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꼽을 수 있다. 이 3개의 대폭락 사건 중 가장 심각하게 주식이 폭락한 시기는 1997년의 ‘IMF 외환위기’ 때다. 이 당시 코스피 지수는 1994년 11월에 1145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후 2008년 6월에는 277포인트까지 폭락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은 무려 76%였다. 증시는 장장 43개월간 장기 하락했다. IMF 외환위기는 1997년에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한국까지 덮치면서 시작됐다. 이 당시 한국 대기업과 종금사들이 해외 단기차입금에 의존한 게 문제였다. 또 일반 기업들도 대체로 대출로 몸집을 불리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한국 기업들의 단기대출 연장이 막히면서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삼미, 진로, 대농, 기아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그 악순환으로 외국인들의 한국 사업 철수와 주식 투매로 한국 외환보유고가 완전히 바닥났다. 1997년 말에 IMF의 긴급 유동성 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국가부도 위기를 넘긴 사건이다. 2001년 IT버블 붕괴 및 9.11 테러 미국은 한국과 달리 IMF 사태를 겪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 증시는 한국의 ‘IMF 외환위기’ 당시 평온했다. 그렇다면 미국 증시가 대폭락한 사건은 언제 발생했을까. 바로 역사상 최고의 버블과 붕괴로 손꼽히는 2000년도의 ‘IT버블 붕괴’다. IT버블 붕괴는 2000년 3월부터 시작돼 무려 31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미국은 이 하락 기간에 9.11 테러까지 터졌다. 이 당시 미국 S&P500 지수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50%인 데 비해 미국 나스닥 지수는 무려 78% 폭락했다. 이 비현실적인 주가 폭락을 이해하려면 나스닥 지수의 미친 상승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나스닥 지수는 1998년 10월의 1344포인트를 바닥으로 2000년 3월의 5133포인트까지 불과 17개월 만에 4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 당시는 ‘신경제’라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다. 회사 이름에 닷컴이란 단어만 들어갔으면 사업성은 따지지 않고 미국이든 한국이든 주가가 대폭등했던 시기였다. 그 이후 갑작스럽게 발생한 IT버블 붕괴 사건은 이후의 회복 기간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나스닥 지수 낙폭이 워낙 커서 1108포인트까지 폭락한 지수가 다시 전 고점인 5132포인트를 회복하는 데는 무려 15년이 걸렸다. 미국 S&P500 지수는 닷컴 주식 외에도 전통적인 우량 주식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덜했다. 그래도 주가 폭락 후 5년이 지나서야 최고점을 회복했다. IT버블 붕괴 당시 한국의 주가 하락률은 미국보다 더 심각했다. 코스피 지수는 최고점 대비 56%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무려 84% 대폭락했다. 새롬기술로 대표되는 신경제 기업들은 수백 배가 상승하는 버블을 거듭한 끝에 완전히 붕괴됐다. 코스닥 지수는 1998년 11월의 605포인트를 바닥으로 16개월 만인 2000년 3월에 6배인 2926포인트까지 폭등했다. 이렇게 경이적인 상승이 먼저 있었기에 경이적인 폭락도 가능했다. 결국 코스닥 지수는 84%의 하락률을 보이며 457포인트까지 대폭락했다. 그 당시 폭락하던 한국 증시를 아예 붕괴시킨 사건은 9.11 테러였다. 미국 날짜로 2001년 9월 11일에 범인들은 항공기 납치를 통해 110층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이 사건으로 2500~300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사건 직후 약 1주일간 증권시장의 문을 닫았다. 미국이 공격당한 사상 유례 없는 사건에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렸고 대부분의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 9.11 테러로 인한 대폭락을 기점으로 한국 증시는 IT버블 붕괴로 인한 하락 사이클상 마지막 최저점을 찍으며 반등세로 돌아섰다. IT버블 당시의 코스닥 최고점인 2001년의 2926포인트는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2025년 4월 현재 한국 코스닥 지수는 670포인트로 여전히 최고점인 2926포인트 대비 무려 77%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2001년의 IT버블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더 빠져 미국 연준은 2001년의 IT버블 붕괴 이후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하했다. 2003년 말에 미국의 기준금리는 1%까지 인하됐다. 2007년까지 글로벌 증시가 장기 호황을 이어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저금리 덕분이었다. @img4 그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지속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 거품이 쌓이고 있었지만 그린스펀은 느긋했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미국 부동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의 전국 주택가격은 2006년 말까지 5년간 43% 폭등했다. 대도시 기준으로는 거의 2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역대급 부동산 호황기를 맞아 미국 금융회사들은 상환 능력이 거의 없는 비우량 등급인 서브프라임(SubPrime) 등급 고객들에게 상당히 많은 양의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했다. 또 이 대출을 모아 증권화한 MBS(자산유동화증권)를 만들어냈다. 또 우량대출증권과 비우량대출증권을 섞은 CDO(부채담보부증권)도 유통시켰다. 이런 신용파생상품이 결국 문제가 되면서 시장은 대폭락했다. 위기의 근원지였던 미국 S&P500 지수는 2007년 10월 최고점 1576포인트에서 2009년 1월에는 667포인트까지 폭락했다. 하락률은 58%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 하락률은 55%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의 근원지가 아니었음에도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최고점 대비 -57%로 S&P500 지수 못지않게 하락했다. 심지어 코스닥 지수는 71%라는 역대급 하락률을 기록하며 미국 나스닥 지수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2020년부터 하락 패턴 변화 -30%대에선 강한 반등 하지만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과거 3번의 대폭락 당시는 50% 이상 하락했지만 2020년부터 하락 패턴이 크게 바뀌었다. 지수 기준 낙폭 30%대에서는 바닥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img5 이는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 부양과 시중에 넘쳐나는 막대한 유동성의 영향이다. 또 투자자들도 과거보다 훨씬 더 똑똑해졌다. 짧은 기간의 폭락 후 V자 반등한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의 ‘코로나19’ 상황이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2020년 1월에 2277포인트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단 2개월 만에 1439포인트까지 급락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은 37%였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금리 인하와 무제한 유동성 살포에 힘입어 불과 7개월 만에 전 고점을 회복했다. 미국 증시의 V자 반등은 더 가팔랐다. S&P500 지수는 1개월 만에 35% 폭락했지만 6개월 뒤 전 고점을 회복했다. 나스닥 지수는 33% 폭락 후 4개월 만에 전 고점을 회복했다. 과거의 대폭락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패턴이다. 2022년 러 - 우 전쟁 이후 한·미 증시 디커플링 심화 2022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러-우 전쟁으로 증시가 급락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증시가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 증시 하락의 특징은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가 완전히 다르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img6 한국 코스피 지수는 2021년 6월의 3316포인트를 정점으로 1년 4개월간 36% 하락해 2022년 9월에 2135포인트에서 바닥을 확인했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을 맞았다는 점이다. 미국 S&P500 지수는 2022년 1월 4818포인트를 고점으로 9개월간 27% 하락해 2022년 10월에 3491포인트까지 폭락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24년 1월에 다시 전 고점을 회복하며 새로운 상승곡선을 그려 왔다. 비슷한 기간 나스닥 지수도 1만6212포인트를 고점으로 11개월간 38% 하락했다. 역시 2년 3개월 뒤에 전 고점을 회복했다. 트럼프 관세전쟁 하락률도 30% 내외 가능성 커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는 체력이 다르다. 한국은 기업들의 이익 증가 폭이 미미하고 원화 체력도 약하다. 지난 몇 년간 국내 증시에 실망한 한국 투자자들이 대거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한때 원/달러 환율도 1500원에 근접하며 약세를 보였다. 5월 들어서는 1400원 내외로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외국인도 올해 코스피에서만 16조원을 매도하며 한국 시장을 탈출 중이다. 반면 미국 증시는 여전히 탄탄하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여파로 S&P500 지수는 2025년 2월의 6147포인트를 정점으로 2개월간 21% 하락한 4835포인트에서 일단 하락을 멈추고 반등했다. 4월 7일을 바닥으로 1개월 뒤인 5월 7일에는 5631포인트까지 반등해 바닥이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나스닥 지수 역시 2024년 12월의 2만204포인트를 정점으로 4개월간 27% 하락한 1만4784포인트에서 일단 하락을 멈추고 반등을 시작했다. 4월 7일을 바닥으로 1개월 뒤인 5월 7일에는 1만7738포인트까지 반등에 성공해 역시 바닥이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img7 과거 사례에 비하면 낙폭이 크지 않다. 미국 증시가 악재 속에서도 선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빅테크 기업들의 이익이 매년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엔비디아’의 영업이익은 2020년의 7조원(47억달러)에서 4년 뒤인 2024년(회계연도는 2025년, 1월 결산)에는 120조원(815억달러)으로 무려 1625% 폭증했다. 역사적으로 대형 우량주의 폭락은 최고의 매수 기회이기도 했다.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증시는 늘 완만히 우상향해 왔다. 급격한 증시 변동 속에서도 분할매수와 분할매도를 통한 침착한 투자자들의 대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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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호

결국엔 오른다?...트럼프 관세 피한 'K바이오 3강'

@img5 변덕스런 트럼프...바이오 관세 여부 시장 촉각 삼바·셀트리온 양강에서 알테오젠 3강 진입 주목 에이비엘바이오 올해 100% 급등 주목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파괴적인 관세전쟁 여파로 전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아직 미국은 의약품에 대한 관세 정책을 확정하지 않았다.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앞뒤 안 맞는 트럼프의 의약품 관세 정책? 미국에서 약 가격은 의료 소비자들에게 직결되는 예민한 문제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을 추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도 약가 인하다. 만약 약가를 낮추는 데 실패하면 인플레이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오히려 올리게 되는 최악의 조치다. 특히 의료비는 전 국민의 필수 비용이다. 미국의 빅 파마들 역시 이 점을 강조하며 ‘점진적인 관세 부과’ 방향으로 미국 정부에 대한 로비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예정대로 25%의 상호관세율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미 관세전쟁에서 후퇴를 거듭 중인 트럼프가 의약품 관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삼성·셀트리온 양강 체제에 알테오젠 급부상 관세 발표를 앞두고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성에 주요 기업의 올해 주가는 약세를 보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호재가 뚜렷한 일부 종목의 상승세는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는 올해 100% 이상 상승한 ‘에이비엘바이오’가 있다. 시총 상위 종목 중에는 15% 상승한 ‘알테오젠’도 눈에 띈다. 기존 한국 제약·바이오 원투 펀치는 시총 75조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시총 36조원의 셀트리온 양강 체제였다. 그런데 알테오젠이 작년에 머크(MSD)와 독점계약을 체결하면서 단숨에 시총 19조원을 기록하며 3위로 뛰어올랐다. 4위와의 시총 격차가 10조원 이상인 확실한 3강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알테오젠의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인 ‘ALT-B4’는 2024년 2월에 세계 1위 항암제인 미국 ‘키트루다’에 필요한 제형 변경 독점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특허 만료를 앞둔 머크의 키트루다는 정맥주사(IV) 제형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의 변경이 가능한 알테오젠의 플랫폼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추가로 2024년 11월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1위인 일본 다이이치산쿄의 ‘엔허투’와도 제형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특허권 논란으로 주가가 일시 조정받았다. 하지만 올해 3월 다시 아스트라제네카(AZ) 자회사인 메드이뮨과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삼바·셀트리온 주가 관세 불확실성에 약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서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총 78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론자를 뛰어넘었다. 지난 2024년에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5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높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올해 주가는 10% 상승에 그쳤다. 이는 미국 관세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수출 비중은 미국보다 유럽이 훨씬 더 크다. 그럼에도 미국 수출 감소 우려만으로 주가는 예민하게 반응 중이다. 셀트리온은 2024년에 3조5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4920억원으로 2년 전보다 24% 감소했다. 2023년 말 셀트리온 헬스케어와의 합병 후 재고자산 증가로 매출원가율이 급등한 게 원인이다. 올해부터는 원가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올해 셀트리온 주가는 15% 하락했다. 역시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우려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주력은 다양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뜻한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야심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테키마(성분명 우스테키누맙)’, ‘짐펜트라(인플릭시맙)’, ‘유플라이마(아달리무맙)’ 등은 현재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그런데 관세 부과 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우려가 크다. 시총 3위에 진입한 알테오젠의 2024년 매출액은 1029억원, 영업이익은 25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상위 2개사와는 격차가 크다. 이는 제형 변경 계약과 관련된 ‘로열티(매출액의 일정 비율 수익)’와 ‘마일스톤(개발·허가·상업화 성공 시 단계별 수익)’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급격한 영업이익 상승이 기대된다. IBK투자증권의 정이수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 개발의 최적 CDMO 파트너로 2025년 매출액 23%, 영업이익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가 130만원을 제시했다. KB증권의 김혜민 연구원도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며 목표가 135만원을 제시했다. DB증권의 이명선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연초부터 미국 관세 선제 대응에 따라 연내 판매될 제품의 원료의약품(DS)을 보내 놓았고, 미국 현지 ‘완제의약품(DP) 위탁생산업체(CMO)’를 활용함으로써 관세 부과 시 초기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현지 생산해 관세를 피하거나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원은 “실제 의약품 관세 부과 시 램시마 등 기존 제품의 매출이 부진할 것이며, 짧은 기간 내 상당 규모를 생산할 경우 매출원가율 개선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관세가 부과됐을 때의 문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포기할 경우 한국 대형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언제든 급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또 예상보다 낮은 관세가 적용될 경우에도 불확실성이 해소돼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이비엘바이오 올해 100% 급등 주목 제약·바이오 시가총액 4~13위 중 가장 눈에 띄는 2개 종목은 ‘펩트론’과 ‘에이비엘바이오’다. 펩트론 주가는 올해 62% 폭등했다. 펩트론은 펩타이드 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주목받는 건 장기 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인 ‘스마트데포’다. 작년에 ‘일라이릴리’와 플랫폼 기술 평가 계약을 맺었다. 약물의 체내 지속시간을 늘려 투약 횟수를 줄임으로써 환자의 편의성을 높여 준다. 조만간 공동 연구 결과 중 일부가 공개될 거라는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더 뜨거운 종목은 ‘에이비엘바이오’다. 올해만 주가가 100% 이상 급등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 기반 면역항암제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특히 지난 4월 7일에 이중항체 플랫폼인 ‘그랩바디-B’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약 4조1000억원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으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그랩바디-B’는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BBB)’ 투과 기술 플랫폼이다. 혈관-뇌 장벽(BBB)이란 뇌를 외부 유해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뇌 혈관의 내피세포들이 단단하게 결합해 만든 생물학적 장벽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치료 약물은 이 장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뇌 질환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뇌종양 치료제 대부분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치료가 가능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1월에도 ‘사노피’에 약 1조5000억원의 기술 이전을 진행한 바 있다. 반면 HLB는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실패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FDA는 리보세라닙의 품질관리(CMC)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허가를 보류했다. 이 영향으로 올해만 주가가 19%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19’ 종료에 따라 백신 위탁생산 매출이 급감하면서 2021년 신규 상장 후 4년째 장기 하락 중이다. 실적도 매우 부진하다. 2024년 영업이익은 138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의 120억원 적자와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10배 이상 커졌다. 이에 따라 주가는 올해도 22% 하락했다. 부진한 실적으로 볼 때 단기간에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2021년 한때 36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지금은 4만원 수준이다. 최고점 대비 하락률이 무려 90%에 육박한다. 심각한 노령화...제약·바이오 주식 장기적 기회 단기적으로 트럼프의 관세 부과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약·바이오 섹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이유는 심각한 노령화 때문이다. 한국의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이미 10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 수의 20%가 넘는다. 이에 따라 의료비도 급증하고 있다. @img4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2018년에는 7.5%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9.9%로 2.4%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국 1.2%포인트, 독일이 0.3%포인트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심지어 이탈리아는 0.4%포인트 감소했다. 10년 뒤인 2033년에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한국보건행정학회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료비 및 구성항목의 미래 추계: 2024~2033의 10년 추이(연세대 보건행정학부 등)’ 논문에서는 현행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33년 국민의료비가 560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23년 추계치인 국민의료비 221조원의 2.5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2033년의 국민의료비 추정 비율은 한국 GDP의 15.9%에 해당한다.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글로벌 전체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노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확실한 메가 트렌드다.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 중 일부는 조 단위의 기술 수출을 통해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에 성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바이오 기업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위협에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감안해도 제약·바이오 산업은 장기적으로 확실한 성장 산업이다.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 60살인 사람은 10년 뒤에 반드시 70살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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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호

올해 한국 채권 ‘함박웃음’ 미국 채권 투자자는 환율 폭락 ‘울상’

@img8 한국은 심각한 경기침체로 금리인하 불가피 미국은 트럼프 계획과 달리 금리인하 난망 한국 30년 국채 ETF 투자자는 함박웃음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미국 관세전쟁, 정치 불안, 내수 불황이 겹치면서 올해 한국 경제는 심각한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하지만 재테크 시장에서는 침체 국면에도 오르는 자산이 있다. 실제 국내 장기채권 수익률은 올해 들어 폭등해 투자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올 1분기 GDP 성장률 -0.1% 충격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의 경기 침체를 엄청난 호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실제 올해 한국의 경제 전망은 암울하다. 한국은행은 2025년 1분기의 GDP 성장률이 전년 동분기 대비 -0.1%로 부진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7%로 크게 낮췄다. 지난해 12월 당시 전망했던 1.7%보다 무려 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이는 “관세 불확실성의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제부터 수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반영한 수치다. 하지만 경기가 나쁘다고 꼭 모든 자산시장이 안 좋은 건 아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장기채권의 경우 금리 인하를 유발하는 경기 침체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다. 최근 들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금리는 폭락 중이다. 반대로 장기채권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한국 국채 금리 1년 4개월간 0.7%포인트 하락 한국 채권시장의 3년물, 10년물, 30년물 국채 유통수익률은 2023년 말의 3.1%대에서 현재는 2.2~2.6%의 저금리 구간에 진입했다. 지난 1년 4개월간 3년물은 0.9%포인트 하락했다. 더 장기채인 10년물과 30년물 국채 금리는 0.6%포인트 하락하며 국채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채는 다르다. 여전히 3년물은 3.75%, 10년물은 4.3%, 30년물은 4.8%의 고금리다. 오히려 10년물과 30년물은 2023년 말에 비해 크게 올랐다. 특히 미국 30년물은 한국 30년물과 비교 시 무려 2.3%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미국 국채 금리를 낮추고 싶어 하는 트럼프에게는 재앙 같은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하 키 쥔 파월...트럼프와 대립 2022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은 기준금리를 최고 5.5%까지 끌어올린 후 1년 이상 유지해 왔다. 2024년 9월에서야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5.5%에서 0.5%포인트 인하해 5.0%로 낮췄다. 2024년 11월과 12월에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인하해 2025년 5월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50%다. 올해 미국 증시는 관세전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20% 이상 폭락했다. 이런 와중에도 미 연준의 파월 의장은 섣부른 금리 인하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안정적인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심각한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을 감안,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해 2025년 5월 현재 2.75%까지 낮아진 상태다. 시장 참여자들은 추가로 5월 29일 금통위에서도 최소 0.25%포인트 인하를 기정 사실로 여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기준금리는 2.5%까지 떨어져 미국보다 2%포인트 낮은 저금리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한국 30년 국채 ETF 투자자는 ‘함박웃음’ 그런데 금리 인하 시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가 뭘까. 만약 금리가 3%에서 0.5%포인트 인하돼 2.5%가 되면 이후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는 2.5%로 낮아진다. 이 경우 기존의 3% 이자 지급 채권 수익률이 더 높으므로 시장에서도 이 채권이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특히 만기가 긴 30년물 장기채권은 듀레이션(채권의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이 길어 금리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채권의 금리가 0.5%포인트 하락할 경우, 채권 가격이 고작 0.5%의 변화만 반영하므로 약간만 오른다. 하지만 30년물 장기채권은 [0.5% × 30년 = 15%]로 30배의 이득을 보므로 15%에서 약 30% 현가 할인된 10%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당연히 채권 가격 상승폭이 훨씬 더 크다. 이런 이유로 금리 하락이 예상되면 단기채권보다 장기채권을 매수한다. 반면 거꾸로 금리가 상승하면 장기채권은 큰 폭의 평가손실을 볼 수 있다. 이 산식대로 최근 ‘한국 30년 국채 ETF’는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시장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한 결과다. 또 심각한 경기 침체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점도 수익률 고공행진에 영향을 미쳤다. @img4 한국 30년 국채 ETF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ETF’다. 순자산 총액이 6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1년 4개월 수익률은 16.2%로 양호하다. 올해 수익률도 단 4개월 만에 7.3%를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의 ‘RISE KIS국고채30년Enhanced ETF’도 순자산 4700억원으로 인기다. 최근 1년 4개월간 수익률은 14.7%, 올해 수익률도 4개월 만에 8%로 역시 양호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ETF’ 순자산은 1600억원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다. 이는 ‘스트립’(원금과 이자가 붙어 있는 채권을 분리, 만기가 긴 원금에만 투자해 채권의 평균 듀레이션을 늘리는 방식)에 대한 호불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수익률은 가장 높아 최근 1년 4개월간 22.8%, 올해만 10.4%를 기록했다. 美 국채 투자자...느린 금리 인하, 달러화 약세 이중고 함박웃음인 한국 국채 투자자들과 달리 미국 국채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폭이 기대에 못 미친 탓이다. 미국이 작년부터 기준금리를 3회 인하했음에도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 들어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 채권 금리가 오히려 급등하는 등 시장이 갈피를 못 잡으면서 채권 투자수익률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단기투자자가 아닌 장기투자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 5% 가까운 이자를 30년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은 여전하다. @img5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끈 미국 30년물 국채 ETF는 한국투신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다. 순자산 총액이 무려 1조96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1년 4개월간 누적 수익률은 -15.1%로 크게 부진하다. 순자산 7000억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 ETF’는 -21.2%로 부진이 더 심각하다. 그나마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 ETF’는 엔화가 다소 회복되면서 수익률이 -13.1%로 그나마 덜 빠졌지만 역시 큰 폭의 마이너스다. 미국 30년 국채 ETF는 대부분 원/달러 ‘환 헤지’를 진행해 환율 변동에는 노출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달러를 환전해 직접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런 경우 올해 원/달러 환율 변동이 수익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mg6 원/달러 환율은 지난 몇 년간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패턴을 유지해 왔다. 급기야 2024년 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1476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원화 가치가 회복되고 있다. 2025년 5월 7일 원/달러 환율은 1398원으로 연초보다 5%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미국 채권 투자자들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미국 주식이 아닌 채권 투자는 기대수익률이 주식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달러 약세 고착화 시 환차손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주요 운용사 중 유일하게 ‘환 헤지’와 ‘환 노출’ 미국 국채 30년 ETF 상품을 모두 출시한 한투신탁운용의 수익률을 통해 흐름을 살펴보자. 환 헤지 상품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는 올해 0.7%의 밋밋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운용사의 환 노출 상품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 ETF’는 올해 -3.4%의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수록 환 헤지 상품에 비해 손실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기투자자 관점에서는 실망스러운 수익률이다. 이렇게 부진한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리 한국 국채는 올해 7~10%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 국채 수익률 대결은 한국의 완승이다. 채권 팔고 폭락한 美 주식 살까?...환율 우려로 고민 한국 증시는 올해 전년도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새해 들어 관세전쟁 여파에도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 중이다. 올해만큼은 2년 연속 수익률이 좋았던 미국 주식과 낙폭 과대로 반등 중인 한국 증시 사이에서 어느 쪽 비중을 더 높일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img7 한국 국채 투자자들의 고민은 적다. 만약 저금리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장기채권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오랫동안 고금리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장기 보유가 유리하다. 또 채권 투자자들의 성향 자체가 방어적인 경우가 많아 주식으로의 교체를 염두에 두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반면 미국 채권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채권 수익률은 횡보 상태지만 미국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올해 큰 폭 하락했다. 그나마 20% 이상 폭락했던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나 반등이 진행 중이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5%에 육박하는 채권 금리가 매력적이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낙폭이 큰 주식 쪽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미국의 더딘 금리 인하와 관세전쟁의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채권과 주식 중 어느 쪽이 더 나을지가 투자자들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예측 불가인 현재의 환율 상황이 서학개미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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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호

서학개미 손실 20조 美 M7 주식 몰빵 투자의 ‘최후’

테슬라 몰빵 한국인의 위험한 베팅? M7 주식 고평가 논란...실제 매출은 우상향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올해 1분기 결산 결과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수익률이 곤두박질쳐 울상이다. 올 1분기에 미국을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5%, 나스닥 지수는 -10%의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수 하락 폭에 비해 서학개미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더 크다. 한국인 보유 1위 ‘테슬라’ 14조원 사라져 서학개미들이 집중 투자한 M7 종목의 올 1분기 평균 하락률은 심각하다. 한국인 보유 1위 종목인 테슬라는 36% 폭락했다. 2위 엔비디아도 19% 하락했다. 한국인 보유 상위 10개 종목 중 올해 상승한 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가 유일했다. 4월 들어서는 충격적인 트럼프의 고관세율 발표로 낙폭이 더 크다. 심각한 주가 하락으로 2024년 말에 36조1000억원(245억달러)이었던 테슬라 보유 물량은 올 3월 말 기준 25조3000억원(172억달러)으로 줄어들어 10조80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올 1분기에 3조5000억원(24억달러)의 순매수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금만 14조원이 넘는다. 테슬라 외에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로도 1분기에만 2조5000억원(17억달러)의 순매수가 진행됐다. 심각한 주가 폭락에도 한국인의 테슬라 사랑은 여전하다. 10개 종목 전체 합계 금액도 2024년 말의 84조4000억원(574억달러)에서 66조원(449억달러)으로 18조원 넘게 사라졌다. 물론 2024년에 워낙 많이 올랐던 덕에 여전히 평가수익률이 큰 폭 플러스인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인들이 집중 투자한 종목들의 2024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테슬라 63%, 엔비디아 171%, 팔란티어 340%, 아이온큐 237% 등 경이적인 수준이다. M7 주식 고평가 논란...실제 매출은 우상향 미국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7개 종목인 ‘M7(매그니피센트7)’ 주가는 올 1분기에 큰 폭 조정받으면서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M7 종목들의 최근 5년간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현재 미국 IT주식 시가총액 순위를 살펴보면 1위 애플, 2위 마이크로소프트, 3위 엔비디아 순이다. 부동의 1위였던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에 일시적으로 순위 역전을 허용할 만큼 1위 다툼이 치열하다. 4년 전인 2020년 대비 2024년 매출액 증감률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엔비디아다. 무려 683% 급증한 192조원(130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2024년 기준으로도 매출이 114% 급증해 M7 종목 중 가장 성장률이 높다. 반면 시총 1위인 애플의 2023년 대비 2024년 매출액은 575조원(3910억달러)으로 증가율이 고작 2%에 그쳤다. 절대금액은 엔비디아의 3배지만 성장률 격차가 상당하다. 애플이 엔비디아에 시가총액 1위를 빼앗겼던 이유다. 또 눈에 띄는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4년 전 대비 매출액이 210% 급증한 144조원(977억달러)으로 엔비디아 다음으로 성장률이 높다. 하지만 전년도인 2023년 대비 매출액 성장률은 고작 1%에 그쳤다. 테슬라의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걷어내고 단순히 수치로만 살펴보면 실망스러운 성장세다. 엔비디아 영업이익 4년간 1625% 급증 2024년에 M7 종목 중 6개가 연간 영업이익 100조원을 달성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영업이익 빅3 회사는 애플 181조원(1232억달러), 알파벳(구글) 168조원(1142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 161조원(1094억달러)이다. 7개 종목을 다 합치면 영업이익만 842조원(5726억달러)에 달한다. @img4 반면 한국은 코스피 상장사 614개의 2024년 영업이익 합계가 197조원이다. 다 합쳐도 애플 1종목(181조원)을 간신히 이기는 수준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과 한국 기업 간의 격차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역시 엔비디아다. 2020년에 고작 7조원(47억달러)이었던 영업이익이 4년 뒤인 2024년(회계연도는 2025년, 1월 결산)에는 120조원(815억달러)으로 무려 1625% 폭증했다. 증시 역사상 최단 기간 영업이익 100조원을 돌파한 엔비디아만의 대기록이다. 이렇게 매년 영업이익이 폭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엔비디아 GPU는 없어서 못 판다.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 무한경쟁의 최대 수혜 종목이다. 반면 가장 안 좋은 쪽으로 눈에 띄는 종목은 테슬라다. 2020년에 3조원(20억달러)이었던 테슬라의 영업이익은 2년 뒤인 2022년에 7배 증가한 20조원(137억달러)으로 껑충 뛰었다. 이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제2의 엔비디아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전기차가 전 세계로 대량 수출되면서 테슬라는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직면했다. 그 결과 2024년에는 M7 종목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4% 감소한 11조원(77억달러)에 그쳤다. 시가총액 6위인 메타(페이스북) 영업이익 100조원(682억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인들의 M7 주식과 테슬라 베팅 결국 승리할까? 미국 M7 종목들은 수익성 지표 또한 최상위권이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 2024년 순위는 1위 엔비디아 62%, 2위 마이크로소프트 45%, 3위 메타(페이스북) 41%다. 일반적인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img5 그런데 원가 부담이 적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나 메타보다 제조업인 엔비디아의 영업이익률이 훨씬 더 높은 점은 이례적이다. 엔비디아가 GPU 시장을 거의 독점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반면 이번에도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바로 테슬라다. 2022년에 영업이익률 17%를 기록했던 테슬라의 2024년 영업이익률은 절반 수준인 8%로 뚝 떨어졌다. 단순히 현재의 재무 정보로 보면 테슬라는 M7 종목 중 가장 지표가 열악하다. 그럼에도 한국인 해외주식 보유 규모 압도적 1위 종목은 테슬라다. 무려 30조원이 넘는다. 한국인들이 유독 테슬라에 확신을 가지는 이유가 뭘까. 테슬라가 단순한 전기차 회사를 뛰어넘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완전자율주행(FSD) 상용화를 통한 로보택시 서비스와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옵티머스 로봇에 대한 기대가 크다. 미래에는 뛰어난 AI 기술력으로 독보적인 자율주행·로봇·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거대한 플랫폼 기업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최고의 성장세인 엔비디아도 2022년 실적은 크게 부진했다. 만약 엔비디아 투자자들이 2022년의 실적에 실망해 주식을 매도했다면 이후의 큰 상승 흐름을 놓쳤을 수도 있다. 테슬라가 엔비디아처럼 일시적 성장 부진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꺾인 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최근 한국인들의 주식 투자 실력은 상당히 진화했다. M7 종목 외에 한국인들이 대거 투자한 팔란티어, 아이온큐, 브로드컴, 스트래티지의 2024년 수익률은 각각 340%, 237%, 110%, 359%다. 시장 수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고수익이다. 지금 미국 증시는 장기간의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관세 전쟁 등의 악재로 크게 조정받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서학개미들은 한국 증시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여전히 장기적 관점에서는 한국 증시보다 미국 증시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럼에도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나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로의 자금 쏠림은 위험하다. 한국은행도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M7과 레버리지 ETF 등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서학개미들의 M7 집중투자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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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호

K-뷰티 다시 뜬다... 대장주는 '의료 관광'

@img7 K - 뷰티 붐 타고 의료 관광 증가세 의료 관광 2027년까지 6배 성장 전망 클래시스·휴젤 대표적 수혜주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K-뷰티 관련 종목들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특히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와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정책 검토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는 미용·의료 관광 레벨업 원년”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는 2019년에 175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021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94.5% 감소한 97만명에 그쳤다. 하지만 2024년에는 다시 1637만명을 회복했다. 현장에서는 호텔 부족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다. 특히 2025년 1월 입국자 수는 127만명으로 2024년 1월의 88만명보다 44%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방한 1위 국가인 중국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한한령 해제를 추진하면서 중국인의 방한이 큰 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국 방문 중국인 수는 602만명이었다. 이후 코로나 시기에 급감했지만 2024년에 다시 460만명을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2019년 대비 24% 감소한 수치다. 긍정적인 건 올 3분기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가 현실화되면 입국자가 급증할 전망이다. 다올투자증권의 박종현·이정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5년은 한국 미용·의료 관광이 레벨업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10%가 의료 관광을 이용했다”며 “2027년에 국내 방문 의료 관광객은 440만명으로 2024년 대비 6배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료 관광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성형외과와 피부과다. 피부과에서 진행되는 비침습(절개 없는) 시술이 리스크가 적고 치료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형·피부과와 관련된 인기 수술로는 ‘피부 재생술’, ‘주름살 제거술’, ‘쌍꺼풀 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의료 관광이 중국인 등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외국 현지 시술 비용(약 300만원)이나 한국을 방문해 비행기+관광+시술비용을 합친 가격이나 약 300만원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수혜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유망한 피부 관련주로 의료기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클래시스’와 ‘휴젤’ 등을 꼽고 있다. 클래시스는 슈링크, 휴젤은 보툴렉스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실제 클래시스와 휴젤 주가도 작년부터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클래시스의 2024년 주가상승률은 26%, 올해도 3월 말 기준 17%를 기록 중이다. 휴젤은 2024년 주가상승률 88%, 올해 20%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작년 코스피 지수 하락률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탁월한 수익률이다. 리프팅 장비 기업 ‘클래시스’ 고마진 비결은 소모품 클래시스는 한국의 대표적인 ‘리프팅(lifting)’ 장비 기업이다. 리프팅이란 피부를 수축시켜 외관상으로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지도록 만드는 시술을 뜻한다. 외국인 의료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술 중 하나다. 클래시스의 ‘슈링크’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 기술을 이용한 ‘비수술 리프팅 장비’다. 피부 깊은 층(SMAS층)에 열을 가해 콜라겐 재생과 탄력을 개선시킨다. 피부 처짐 개선 효과가 탁월해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시장점유율 1위 리프팅 장비다. 차세대 장비로 주목받는 ‘볼뉴머’는 고주파 에너지를 피부에 조사해 콜라겐 수축·재생을 촉진한다. 기존 RF 장비와 차별화된 수랭식 냉각 시스템으로 피부 표면 손상을 최소화한 게 장점이다. 2024년 4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이런 강력한 장비 판매에 힘입어 클래시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2024년 매출액은 2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224억원으로 37% 늘었다. 더 놀라운 건 엄청난 고마진 구조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50%에 달한다. 대신증권 한송협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슈링크(HIFU)가 국내 병·의원 시장에서 약 65% 이상의 침투율을 확보한 것처럼 브라질, 태국, 호주 등 해외에서도 유사한 성공 패턴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클래시스 고마진의 비결은 소모품 비즈니스다. 기기 한 대를 판매하면 일정 주기로 카트리지 등 소모품을 교체해야 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반복 매출이 발생한다. 한 연구원은 “소모품 마진이 높아 영업이익률 50%대의 고수익인 구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img4 휴젤 ‘보툴리눔 톡신’ 해외시장 진출로 성장 탄력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지만 이는 미국 앨러간(Allergan) 사의 상표명이다. 따라서 ‘보툴리눔 톡신’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휴젤의 톡신 제품은 ‘보툴렉스(Botulax)’라는 이름으로 국내외에서 유통된다. 근육의 수축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주름 개선, 사각턱 축소 치료 등에 사용된다.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은 휴젤,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 성과에서는 휴젤이 한발 앞서 있다. 이미 전 세계 63개국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필러 시술’은 히알루론산을 피부에 주입해 해당 부위를 인공적으로 볼륨감 있게 만드는 시술이다. 휴젤이 개발·생산하는 히알루론산(HA) 필러 브랜드는 ‘더채움’이다. 꺼진 부위나 주름진 부위에 볼륨을 ‘더 채워주는’ 기능을 강조한다. 안정성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img5 휴젤 역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매출액은 27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662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급증했다. 원재료(톡신 배양 균주) 단가가 낮고, 소량으로 고가에 판매 가능해 영업이익률도 45%로 높다. 반복 구매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게 장점이다. 앞으로도 성장성이 높은 이유다. 특히 주목되는 건 미국 진출이다. 2024년 2월에 미국 FDA 승인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대신증권 한송협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로써 전 세계 톡신 시장을 대표하는 주요 시장(미국, 유럽, 중국)에 모두 진출한 국내 유일 업체로 자리매김했다”며 긍정 평가했다. 미용의료 앱 ‘강남언니’ 몸값도 6000억원 급등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 기대감으로 한국 1위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앱인 ‘강남언니’의 몸값도 급등하고 있다. 강남언니는 성형외과, 피부과, 시술 후기, 병원 정보, 가격 비교, 예약까지 가능한 통합 플랫폼이다. 브랜드명은 “성형의 메카인 강남에 언니가 소개해 주는 느낌”에서 유래됐다. 강남언니 앱 개발사는 비상장사 ‘힐링페이퍼’다. 올해 2월 약 43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신한벤처투자 등 쟁쟁한 투자회사가 대거 참여했다. ‘힐링페이퍼’ 시가총액은 6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강남언니의 국내 가입자 수는 600만명에 육박한다. 일본에서도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작년에는 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남아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K-뷰티 인기가 높은 만큼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 2022년에는 7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플랫폼 기업은 초기 적자가 해소되면 꾸준히 이익이 증가하는 특성을 보인다. 아직 미공개된 ‘힐링페이퍼’의 2024년 실적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 - 뷰티 원조 화장품 주식은 선별투자 필요 K-뷰티 관련 주식의 원조는 과거 중국 시장의 수혜를 한몸에 받았던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다. 하지만 이런 대형주들은 중국 로컬 회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중국 쪽 매출이 감소 중이다. 이에 따라 주가도 약세를 보이면서 현재는 미국, 유럽 등으로 매출을 다변화하는 모양새다. @img6 중국 매출이 급증하던 시기에 30만원을 넘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현재 10만원 수준이다. 작년과 올해도 지지부진하다. 한때 17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로 등극했던 LG생활건강 주가도 현재는 31만원 수준이다. 올해는 좀 좋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전고점 회복은 요원하다. 이에 비해 한국 화장품 ODM(주문자의 생산 위탁으로 제품 개발 및 생산) 최강자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주가 흐름은 양호한 편이다. 두 종목 다 2년 연속 상승 중이다. 삼성증권 이가영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화장품 카테고리 중 K-뷰티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건 단연 선 케어”라며 “전 세계 선크림의 대명사로 알려진 ‘한국 선크림’은 한국콜마가 개발한 제형이 가장 인기 있다”고 전했다. “미국, 유럽, 중동 등 전 세계 시장의 인기는 한국콜마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맥스에 대해서도 “국내 생산능력이 2024년 말 기준 연간 7.8억 개에서 2025년 말 10억개로 약 28% 증가한다”며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또 “올해 태국 법인의 100% 성장 가능성”도 주가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국 투자자들은 올해 중국 단체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 수 회복 기대감과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는 K-뷰티의 위상 강화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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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中 한한령 해제 분위기에 여행주 오름세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

1750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 코로나 때 94% 급감 10억명 증발했던 전 세계 관광객수 강한 회복세 한국 관광수지 적자 심각...원화 약세로 반전 기회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전세계 관광객 수의 극적인 변화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이전인 2019년에 175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에 관광업계에서는 조만간 2000만명 유치가 가능할 거라는 낙관론이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국가가 봉쇄된 2021년에는 2년 전보다 무려 94.5% 감소한 97만명 입국에 그쳤다. 다행히 2024년부터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다. 한류, K팝, K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수도인 서울은 세계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로 다시 부상했다. 2024년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는 1637만명이다. 최전성기였던 2019년 대비 6.5%까지 감소율이 축소됐다. 그럼에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2024년에 한국인 출국자 수는 2869만명으로 외국인 입국자 수의 1.8배에 달한다. 냉정하게 판단해 보면 한국의 관광 매력도가 여전히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옆나라인 일본의 2024년 관광객 수는 2019년의 3190만명보다 무려 497만명(27%) 증가한 3687만명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다. 고무된 일본 정부는 관광객 목표를 4000만명으로 상향한 상태다. 국적별 한국 입국자 수를 살펴보면 중국 관광객 감소폭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2019년에 602만명에 달했던 중국 관광객은 2024년에 460만명으로 24% 감소했다. 다행히 올해 들어 중국 관광객 수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2025년 말까지 중국 방문 한국인의 비자면제 정책을 시행한 덕이다. 이로 인해 한국인들의 중국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중국인 유치를 위해 중국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을 검토 중이다. 이런 조치들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큰 폭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관광수지 적자 심각...원화 약세로 관광객 늘까? 현재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원인은 당연히 한국에 들어오는 관광객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4년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322만명인 데 비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882만명에 달한다. 2.5배가 넘는 격차다. 2019년에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는 무려 12조3000억원(85.2억달러)을 기록했다. 다음해인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출국자 수와 입국자 수가 동반 감소하면서 4조6000억원(31.8억달러) 수준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다시 사상 최대치인 14조6000억원(100.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올해만큼은 관광수지 적자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기록적인 원화 약세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수준이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한국 방문 비용이 과거보다 다소 낮아졌다. 둘째는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원화 약세로 소폭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중국의 무비자 정책에 힘입어 한국과 중국 상호 간 관광객이 증가할 거라는 기대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 수도 올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거라는 전망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관광객 수는 14억700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에는 72% 급감한 4억100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무려 10억명 이상의 관광객이 증발한 셈이다. 다행히 2024년에는 다시 14억5000만명까지 회복됐다. 유엔세계관광기구는 올해 관광객 수가 2024년 대비 3~5% 증가하며 사상 최초로 15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입국 관광객 증가 수혜주는?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여행·관광 관련 주식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말 기준 주가와 2025년 2월 말 기준 주가를 살펴보면 대부분 큰 폭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호텔신라는 -56%, 파라다이스는 -45%, 서부T&D는 -26%의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img4 하나투어만이 유일하게 아웃바운드 여행이 살아나면서 14%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눈부신 상승률과 비교하면 거의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한국 주식 투자자들의 허탈감이 극심한 이유다. @img5 관광객 수 증가에도 여행업 큰 폭 실적 개선 어려워 이제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과연 2025년에는 상황이 좋아질지 여부다. 회사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가장 부진한 종목은 면세점 사업이 주력인 호텔신라다. 2024년에 52억원 적자 전환했다. 2019년에 29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이다. @img6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정상화됐지만 고환율과 소비여력 둔화로 한국인의 면세점 쇼핑 규모는 회복되지 않았다. 또 인천공항 영업장의 임대료가 큰 폭 상승한 점도 호텔신라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인천공항뿐 아니라 홍콩과 싱가포르 공항도 마찬가지다.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선호도가 바뀌고 있는 점도 면세점 산업에는 부정적이다. 특히 중국인의 한국 면세점 쇼핑이 예전 같지 않다. 호텔신라의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여행업 1위 기업인 하나투어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모양새다. 2019년 영업이익 59억원에서 2024년 영업이익은 509억원으로 763% 증가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주가상승률은 고작 14%에 그쳤다. 올해 가장 큰 호재는 중국 무비자 정책이다. 또 올해 5월과 10월의 황금연휴 감안 시 아웃바운드 패키지 여행 수요 증가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 카지노 1위 기업인 파라다이스는 2019년 영업이익 519억원 대비 2024년 영업이익은 1361억원으로 162% 성장했다. 하지만 직전 연도인 2023년에 비해서는 7% 감소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의 주요 고객은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다. 문제는 2030년 개장을 목표로 일본 오사카에 신규 카지노 설립이 계획돼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드롭액 감소가 불가피해 장기적인 악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올해 중국인 관광객 수가 큰 폭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주가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서부T&D는 용산의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을 보유한 기업이다. 2019년 144억원의 영업이익이 2024년에는 480억원으로 233% 급증했다.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은 한국 최대 규모인 1730실의 객실을 자랑한다. 저가형인 ‘이비스스타일’과 중가형인 ‘노보텔’, 고가형인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등 3개 브랜드가 있다.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던 시기에 부푼 기대를 안고 착공해 2017년 10월에 개장했지만 중국 사드 보복의 폭탄을 맞아 상당히 고전했다. 이후 업황이 회복될 만하니 코로나19 전염병이 닥쳐 호텔 영업에 애를 먹었다. 결국 서부T&D는 3개의 호텔 브랜드 중 최상급인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를 떼어내 ‘신한서부티엔디 리츠’에 넘겼다. 하지만 코로나 종료와 함께 호텔 실적이 큰 폭 개선돼 2023년 평균 객단가는 15만원, 2024년 평균 객단가는 17만원으로 상승 중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몇 년간 밀레니얼 힐튼 호텔(1조500억원),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3500억원), 르 메르디앙 호텔(7000억원), 프라마 호텔(4000억원), 크라운 호텔(2500억원), 머큐어 앰배서더 홍대(2400억원) 등이 연달아 매각된 점이 서울 호텔의 객단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1만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의 에어비앤비 불법 숙박업에 대해 당국이 2025년 11월부터 적극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 또한 호텔업에는 호재다. 그럼에도 서부T&D의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대주주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서부T&D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물량은 51%가 넘는다. 주가가 하락해도 굳이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구조다. 오히려 주가가 낮은 게 상속에는 더 유리하다. 이에 따라 회사 실적은 개선됐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보다는 미국에 상장된 ‘에어비앤비’, ‘부킹홀딩스’, ‘익스피디아’ 같은 글로벌 1등 여행 관련 주식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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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호

한국 '신용등급 하락' 우려 예사롭지 않다

한국 신용등급 일본보다 2단계 높아 ‘1997년 외환위기’로 투기등급인 Ba1 추락도 한국의 재정적자 증가는 정해진 미래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10년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에 Aa2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S&P는 AA 등급을 매기고 있다. 둘 다 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향후 전망 또한 ‘안정적(Stable)’이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살펴보면 최상위 등급인 Aaa 등급은 미국, 독일, 캐나다 등 12개 국가에 부여돼 있다. 두 번째로 높은 Aa1 등급은 핀란드와 오스트리아가 차지했다. 세 번째로 높은 Aa2 등급에 한국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과 같은 등급이었던 프랑스는 지난 2024년 12월에 한 단계 낮은 Aa3로 추락했다. 국가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 끝에 총리가 불신임으로 물러난 영향이 크다. 영국도 2020년의 브렉시트(유럽연합에서 탈퇴) 영향으로 한국보다 한 단계 낮은 Aa3를 부여받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일본이다. 과거 높은 경제력을 과시했던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한국보다 2단계나 아래인 A1 등급이다. 중국과 동급으로 평가됐다. 한국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역전된 건 12년 전인 2012년 말부터다. 이 당시 무디스는 ‘신용등급 평가보고서’에서 “일본 정부가 제시했던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이 불확실해졌다”며 신용등급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2012년에 일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무려 237%를 기록했다. 현재는 250% 내외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의 A1 등급도 무디스의 총 21개 등급 중 상위 5번째이니 크게 낮은 건 아니다. 하지만 경제력이나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인식보다는 낮은 편이다. 이는 일본의 심각한 국가부채비율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국가신용등급은 크게 ‘투자 등급(Investment Grade)’과 ‘투기 등급(Speculative Grade)’으로 나뉜다. 무디스의 경우 Aaa~Baa3까지 총 10개 등급을 투자 등급으로 분류해 안정적인 채무 상환 능력을 가진 국가에 부여한다. 반면 Ba1~C까지 총 11개 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분류해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국가에 부여한다. 한국에서 비과세 채권 열풍을 일으킨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은 2024년 4월 말 기준 Ba2로 투기 등급이다. 2024년 10월에 Ba1으로 상향됐지만 여전히 투기 등급이다. 베트남 역시 Ba2로 투기 등급이다. 한국 ‘1997년 외환위기’로 투기 등급 추락하기도 한국이 지금은 안정적인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지난 28년간 눈물과 피땀으로 쌓아 올린 성적표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무디스는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a1까지 떨어뜨렸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S&P도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인 B+까지 떨어뜨렸다. S&P 신용등급 기준으로는 현재의 브라질이나 베트남보다도 2단계 낮은 피지와 동급이다. 1997년에 한국은 국가부도 직전까지 갈 만큼 위기였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간신히 국가 부도를 면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외화 부채는 약 304억달러였다. 외환위기 다음 해인 1998년에 외화 부채 상환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이 벌어졌다. 한국 국민 약 351만명이 참여해 당시 시세로 18억달러에 달하는 227톤의 금이 모였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 끝에 외환위기 3년 뒤인 2000년 말에 IMF의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하면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도 조금씩 상향되기 시작했다. 무디스 기준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8단계 뛰어오른 지금의 Aa2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건 2015년 말이다. 이후 현재까지 10년째 등급이 유지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 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번 내려간 신용등급은 다시 올리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우려와 달리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Aa2로 평가), S&P(AA로 평가), 피치(AA-로 평가)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향후 전망은 ‘안정적(Stable)’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과 함께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이라는 전망을 같이 부여한다. 이는 향후 일정 기간(주로 6개월~2년) 동안 신용등급이 변동될 가능성에 대한 예고다. 따라서 ‘안정적(Stable)’ 전망을 부여받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단기간에 내려갈 일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창용 총재의 경고는 장기적 관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는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경제 성장률, 재정 건전성, 통화 안정성, 물가 상승률, 환율 안정성, 정치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문제는 ‘정치 안정성’이다. 현재의 정치 불안이 장기간 계속되면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할 수도 있다. 만약 1~2년 뒤 실제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신용도가 낮아져 국채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자율이 높아져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은행과 기업의 신용등급도 같이 하락한다. 또 원화 가치도 하락해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FDI)도 감소하게 된다. 한국의 주식과 채권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외화자본 유출과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을 피하려면 하루빨리 정치가 안정돼야 한다. 정치적 분열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프랑스의 사례가 반면교사다. 장기적으로는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문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의 한국 국가채무 증가율은 무려 17.1%다. 전년도의 6.3%와 비교하면 거의 3배에 달한다. 이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었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그 다음해인 2021년에도 코로나19의 여파로 국가채무가 14.7% 급증했다. @img4 2022년에는 국가채무 증가율이 10%로 낮아졌지만 한국의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한 기록적인 해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3년간 한국 국가채무는 무려 345조원 증가한 1067조원까지 급증했다. 다행히도 2023년부터는 코로나19 종식과 현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으로 국가채무 증가율이 5.6%로 낮아졌다. 국가채무는 1127조원을 기록했다. 2023년 말 기준 GDP 대비 부채비율도 46.9%로 양호하다. 아직까지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건전한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한국의 재정적자는 매년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고령화다. 한국의 만 65세 이상 인구는 1000만명을 돌파해 전 국민의 20%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의 재정수지 현황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574조원의 총수입과 611조원의 총지출로 통합재정수지는 37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걷은 세금보다 사용한 지출이 더 많다는 뜻이다. @img5 그런데 통합재정수지보다 더 중요한 건 관리재정수지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 교직원연금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수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1995년생인 30살 직장인이 올해 납부한 국민연금은 먼 미래인 30년 뒤에야 실제 지출이 일어난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수지를 계산하면 엄청난 흑자로 숫자가 왜곡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하고 계산된 관리재정수지가 한국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2023년에 한국의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을 기록했다. 2024년 11월 말 기준으로도 -81조원이다. 한국의 관리재정수지는 2020년부터 매년 꾸준히 -100조원을 넘나드는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를 국채 발행으로 메꾸면 앞으로도 매년 100조원 내외의 국가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앞으로 10년 내에 은퇴할 50대 은퇴예정자만 670만명에 달한다. 해가 갈수록 들어올 세금보다 복지로 써야 할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인구 구조다. 다행히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아직 50%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심각한 고령화를 한국보다 20년 먼저 겪은 일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 몇 년간 250%를 넘나들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걱정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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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수혜업종 명암...'조선·방산·제약' 뜬다

너무 비싼 미국 약 가격...한국 바이오 섹터 유망 요동치는 자산시장...트럼프 영향력 휘몰아쳐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 움직임은 국가별로 기대와 우려 속에 혼조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들이 당초 계획보다 완화됐다는 분석에 시장의 공포 심리는 다소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한국 증시는 트럼프 정책의 수혜 업종과 피해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렸다. 최대 수혜 업종은 조선업...밸류에이션은 부담 한국에서 직접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되는 업종은 조선업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부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한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만큼 한국 조선소의 경쟁력은 세계적이다. 중국 군사력을 압도하기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해군 전력 강화는 필수다. 조선업 강국 한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미국 법령(10.U.S.C.8679)에 의거, 한국과 같은 외국 조선소는 미군 함정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대통령이 승인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미군 함정의 MRO(정비·수리·점검)와 관련해 한국 조선소가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를 마음껏 시추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호재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물가를 낮추고 미국 에너지를 전 세계에 수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증가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활성화는 필연적이다. LNG 운반선 제조능력은 한국 조선업계가 최강이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2°C의 초저온 상태에서 LNG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반할 수 있는 화물창 설계 및 제작 기술이 핵심이다. 한국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안정성과 효율성이 뛰어난 LNG 운반선을 건조하고 있어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 꼭 미국과의 협력 확대가 아니라도 한국 조선업은 업황 호황으로 이미 몇 년 전부터 수주가 넘쳐나고 있다. 작년부터 한국 5대 조선업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주가가 너무 올라 밸류에이션이 높은 점은 부담 요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대형 선박 및 해양플랜트 건조에 특화돼 있다. 고급 기술과 안정된 품질로 초대형 유조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NG, LP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건조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2024년에 주가가 123% 상승했고, 2025년에도 8% 상승 중이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LNG-FSRU, 군함, 잠수함 등 방산과 상선에서 강점을 보인다. 또 해양가스 생산 및 저장설비 건조 등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다. 한화그룹 편입으로 재무 안정성이 확보된 점도 호재다. 2024년에 주가가 49% 상승했고, 2025년에도 53% 상승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고부가가치 LNG 운반선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조선 기술을 도입한 점도 특징이다. 첨단 조선 기술과 대형 프로젝트 관리 능력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이다. 2024년에 주가가 46% 상승했고, 2025년에도 15% 상승 중이다. HD현대미포조선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중형 탱커 및 여객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고부가가치 중소형 선박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다. 친환경 선박 관련 수주도 증가 중이다. 2024년에 주가는 58% 상승했고, 2025년엔 7% 하락 중이다. K-방산, 높은 품질·낮은 가격으로 인기몰이 트럼프 취임의 또 다른 수혜 업종으로는 K-방산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지출 목표는 GDP 대비 2%다. 하지만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유럽 회원국들이 무임 승차하고 있다”며 “방위비를 5%로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발언은 취임 후에도 이어졌다. 현실적으로 5%까지는 어렵더라도 유럽 회원국 대부분은 방위비 확대를 일정 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훈을 얻은 전 세계 국가들은 전쟁 억지력과 군사력 유지를 위해 자국의 방위산업을 재점검 중이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낸 게 바로 K-방산이다. 한국은 지정학적 특성상 방위산업 생산설비와 기술력이 상당히 높다. 높은 방산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 등 유럽에서는 K-방산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3대 수출 장비는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계열 항공기다. 여기에 더해 이미 활황인 K-방산 수출에 트럼프의 미국 우선 정책이 불을 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한국이 자랑하는 지상 무기체계의 핵심 기업이다. 항공우주 기술을 결합해 전투기 엔진도 개발한다. 폴란드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 외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 등에도 K9 자주포를 수출했다. KF-21 전투기 엔진 및 핵심 구성품도 공급한다. 2024년에 주가는 무려 162% 상승했고, 2025년에도 23% 상승 중이다. 현대로템은 원래 전동차 및 철도 기술에 특화된 기업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더 유명한 건 K2 전차, 차륜형 장갑차 등 지상 무기다. 원래 내수기업이었으나 2022년에 폴란드와 K2 전차 대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출기업으로 변모했다. 2024년에 주가는 87% 상승했고, 2025년에도 19% 상승 중이다. LIG넥스원은 유도미사일, 어뢰, 대공미사일 등 다양한 정밀 유도무기를 개발 및 생산하는 기업이다. 레이더, 항공 전자장비, 전자전 장비 등 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LIG넥스원의 간판 무기는 ‘천궁-II’라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중동 3국으로 수출됐다. 2024년에 주가는 69% 상승했고, 2025년에도 3% 상승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 경공격기, KT-1 훈련기, 수리온 헬기 등 다양한 항공기 플랫폼을 개발 및 생산하는 기업이다. 폴란드, 말레이시아와 FA-50, KT-1 등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군용 항공기뿐 아니라 민수 항공기 부품 생산도 겸업한다. 2024년에 주가는 10% 상승했고, 2025년에는 3% 하락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지상, 해상, 항공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 통합 시스템 제작 능력이 뛰어나다. 다기능 레이더, 전투 체계, 위성통신 장비 등 첨단 기술력이 강점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M-SAM 천궁’ 도입 관련 다기능 레이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과의 방산장비 수출 계약도 진행 중이다. 우주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다. 2024년에 주가는 30% 상승했고, 2025년에도 12% 상승 중이다. 美 약값 정책·생물보안법...한국 바이오 섹터 호재 헬스케어와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트럼프 1기 당시의 헬스케어 정책과 작년의 대선 공약을 통해 2기 정책을 예측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에 회의적이다. 따라서 백신 매출 비중이 높은 일부 빅파마의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글로벌 평균에 비해 너무 비싼 미국 약 가격이다. 현재 미국의 약가 수준은 주요 국가 평균의 2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1기 때도 ‘사보험처방약 급여관리자(PBM)’를 약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어 PBM의 리베이트 구조를 개선할 가능성이 크다. @img4 약 가격을 인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활성화다. 이런 경우 한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에 강한 삼성바이오에피스(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수혜를 보게 된다. 또 다른 호재로는 생물보안법(Biological Security Act)이 있다. 이 법안은 미국 내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규제하고, 민감한 건강 및 유전자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작년에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통과에 실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더 지연될 전망이나 여전히 기대감은 살아 있다. 만약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우시바이오 같은 중국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반면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에는 대형 호재다. 단 의약품 생산처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생물보안법의 영향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작년부터 한국 제약·바이오 섹터의 수익률은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작년 수주금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올해 4월로 예정된 송도 5공장이 완공되면 총 78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론자를 뛰어넘는 규모다. 2024년에 주가는 25% 상승했고, 2025년에도 14% 상승 중이다. 셀트리온의 경쟁력은 강력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에 있다. 대표적으로는 얀센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적응증: 크론병 등)와 짐펜트리다. 레미케이드는 자가면역질환(크론병 등) 치료제다. 셀트리온은 기존 정맥주사제(IV) 형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환자의 투약 편의성 극대화를 위해 자가 주사형 피하주사제(SC) 형태로 새롭게 개발했다. 유럽에서는 이를 램시마SC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미국에서는 짐펜트리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아직 미국 시장 공략 초기인 짐펜트리도 트럼프의 약가 인하 정책에 힘입어 머지않아 1조원 매출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에 주가는 7% 하락했고, 2025년에도 -4%로 2년 연속 약세다. 알테오젠은 작년에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종목이다. 세계 1위 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에 제형 변경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인 ALT-B4를 적용한 계약을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전환한 덕이다. 최근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1위인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에도 제형 변경 계약을 체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2024년에 주가는 214% 상승했고, 2025년에도 20% 상승 중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해외명 : 라즈클루즈)는 국내 개발 항암제 중 처음으로 작년 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로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와 병용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매출액의 10~15%를 로열티로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에 주가는 74% 상승했고, 2025년에도 9% 상승 중이다. HLB의 간암 치료제인 리보세라닙은 캄렐리주맙과의 병용요법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리보세라닙의 FDA 신약 허가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CMC 실사를 완료했다. CMC 실사는 FDA 심사관이 의약품 생산시설을 직접 방문해 생산시설과 공정을 확인하는 절차다. 올 3월에 FDA 최종 승인을 통과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4년에 주가는 44% 상승했고, 2025년에도 8% 상승 중이다. 반면 피해 업종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기차 의무화 폐지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표적인 2차전지주인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투자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작년에 워낙 많이 하락한 만큼 연초 대비 주가는 올라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경계감은 여전하다. 앞으로도 트럼프의 발언 하나하나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 전 세계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입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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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호

트럼프 금리인하 압박...미국·한국 채권투자 적기?

미국 장기채권 ETF 물린 투자자들 올해는 회복 가능? 한국 30년 국채 ETF 투자자는 함박웃음 만기매칭형 채권 ETF도 인기몰이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2025년의 금융시장은 혼란의 연속이다. 한국은 현직 대통령이 구속 상태이고,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이런 대혼란 속에서 주식과 채권 중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트럼프는 금리인하 압박…한국은 경기침체 비상 빅테크 기업에 우호적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로 올해 미국 증시는 상승세다. 추가로 트럼프가 1월 23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에 원격 참석해 “나는 금리를 즉각 내리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로 인해 채권 가격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연준(Fed)’은 이론상 독립적이지만 트럼프의 압박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역시 금리 인하가 절실하다.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문제점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세계 1위 선진국인 미국보다도 뒤처진다는 점이다. 2023년부터 한국과 미국의 GDP 성장률은 크게 역전됐다. 2023년에 한국이 1.4% 성장한 데 비해 미국은 2.5%로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이 추세는 2024년 1분기에 한국이 전년 동분기 대비 3.3% 성장(미국 1.6% 성장)하며 정상화되는가 싶더니 2분기부터 다시 뒤집혔다. 2분기 한국 GDP 성장률은 2.3%인데 미국은 3.0%였다. 3분기 한국 성장률은 1.5%인 데 비해 미국은 3.1%로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다. 특히 작년 4분기엔 탄핵 사태까지 겹치면서 한국 성장률이 1.2%로 크게 부진했다. 미국의 4분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당연히 한국보다는 높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2024년 연간 GDP 성장률도 고작 2%에 그쳤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한국이 못 따라가는 형국이다. 2025년 성장률도 2%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더딘 금리 인하…트럼프 요구로 빨라질까? 2022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폭등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은 기준금리를 최고 5.5%까지 끌어올린 후 1년 이상 유지해 왔다. 2024년 9월에서야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5.5%에서 0.5%포인트 인하해 5.0%로 낮췄다. 작년 11월과 12월에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인하해 2025년 1월 말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50%다. 트럼프의 압박으로 조만간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 역시 3.5%의 높은 기준금리를 2년 가까이 유지해 왔다. 2024년 10월과 11월에 연속으로 0.25%포인트씩 인하해 2025년 1월 현재 기준금리는 3.0%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는 1.5%포인트다. 지난해 8월에 금리 차이가 2.0%포인트였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 다행히 환율도 안정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워낙 경기침체가 심각해 2월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전망한다. 美 장기채권 ETF 물린 투자자들 올해는 회복? 작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큰 폭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일찌감치 미국 장기채권 ETF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크게 고전했다. 금리 인하폭이 기대에 못 미친 탓이다. 반면 미국 주식은 폭발적으로 상승해 상대적 박탈감이 심했다. 한국 장기채권은 미국보다 수익률이 양호했다. 부진했던 한국 주식과 비교하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금리 인하 예상 시 채권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가 뭘까. 만약 금리가 3%에서 0.25%포인트 인하돼 2.75%가 되면 이후 새로 발행되는 채권 금리는 2.75%로 낮아진다. 이 경우 기존의 3% 이자 지급 채권 수익률이 더 높으므로 시장에서도 이 채권이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특히 가장 만기가 긴 30년물 장기채권은 듀레이션(채권의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이 길어 금리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채권의 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할 경우 채권 가격이 0.25%의 변화를 반영해 약간만 오른다. 하지만 30년물 장기채권은 [0.25% × 30년 = 7.5%]로 30배의 이득을 보므로 7.5%에서 약 30% 현가 할인된 5%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당연히 채권 가격 상승폭이 훨씬 더 크다. 이런 이유로 금리 하락이 예상되면 단기채권보다 장기채권을 매수한다. 반면 거꾸로 금리가 상승하면 장기채권은 큰 폭의 평가손실을 볼 수 있다. @img4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끈 미국 30년물 국채 ETF는 한국투신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다. 순자산총액이 무려 1조92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은 -10.5%로 부진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 ETF’도 순자산 6900억원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수익률은 -13.1%로 부진하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3번이나 단행했음에도 미국 30년 국채 ETF들이 큰 폭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유가 뭘까. 시장에서는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예상, 채권 가격이 선반영돼 크게 올랐던 탓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예상보다 금리 인하폭이 작아 결국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 ETF’는 엔화 강세와 미국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ETF로 순자산 4000억원을 끌어모았다. 역시 -11.3%로 수익률은 부진하다. 예상외로 엔화는 계속 약세를 유지했고 미국 금리 인하는 기대보다 약했던 탓이다. 아쉬운 점은 3개의 ETF 모두 원/달러 헤지 방식이라서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을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년 전에 해당 ETF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무척 아쉬운 결과다. 반면 신규 진입을 검토하는 투자자들에게는 ETF 가격이 저렴해진 지금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한국 30년 국채 ETF 투자자는 두 자릿수 수익률 ‘미국 30년 국채 ETF’와 대조적으로 ‘한국 30년 국채 ETF’는 두 자릿수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시장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한 결과다. 또 심각한 경기침체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점도 수익률 고공행진에 영향을 미쳤다. @im5 가장 인기를 끈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ETF’다. 순자산총액이 5200억원에 달한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3.9%로 양호하다. KB자산운용의 ‘RISE KIS국고채30년Enhanced ETF’도 순자산 3600억원으로 인기다. 수익률은 12.4%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ETF’ 순자산은 1500억원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다. 하지만 수익률은 가장 높은 18.7%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은행이 올해 최소 2회, 최대 3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추가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금리변동 영향 적은 3년물 회사채 매력적 장기 투자 시의 기대수익률은 채권보다 주식이 훨씬 더 높다. 하지만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변동성 높은 주식 대신 확정금리가 보장되는 채권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30년물 장기채권은 금리 변동에 너무 민감한 게 부담이다. 예상치 못한 금리 상승 시에는 평가손실이 너무나 크다. @img6 따라서 금리변동성을 낮추려는 투자자는 3년 만기 우량 회사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안정성을 고려해 더블에이(AA) 등급 이상에 투자하면 신용 리스크가 최소화된다. 최근 시장에서 발행된 3년물 회사채 금리는 대체로 3%대 초반이다. 향후 시장금리가 인하되더라도 3년간 고정금리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 낮은 변동성 장점 직접 개별 회사 채권에 투자하기가 부담스럽다면 만기매칭형 회사채 ETF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만기매칭형 ETF’란 만기가 특정 시점에 고정돼 있는 채권형 ETF다. 만기에 도달하면 ETF는 해지되고, 투자자에게 해지 상환금이 지급된다. ETF명에 ‘25-10’과 같이 ‘만기 연월’이 표시돼 있다. 채권 ETF 대비 만기매칭형 ETF의 장점은 낮은 변동성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대표적으로는 미래에셋운용의 ‘TIGER 25-10 회사채(A+이상)액티브 ETF’와 삼성운용의 ‘KODEX 26-12 회사채(AA-이상)액티브 ETF’ 등이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4%대에서 5%대다. 만기를 자동으로 연장해 주는 ETF도 있다. 한국투신운용의 ‘ACE 11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 ETF’는 만기 시점이 다가오면 다음해 만기 채권으로 구성 채권을 교체한다. 투자자 편의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img7 증시 우려되는 투자자는 채권에도 관심 가져야 한국 증시는 2024년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새해 들어 큰 폭 반등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올해만큼은 2년 연속 수익률이 좋았던 미국 주식과 낙폭 과대로 반등이 기대되는 한국 증시 사이에서 어느 쪽 비중을 더 높일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단순 수익률로 비교하면 이미 주식투자 수익률은 1년 채권 금리에 근접한 상태다. 올해 1월 말 기준 미국 나스닥 지수 2%, S&P500 지수 3%, 한국 코스피 지수 5%, 코스닥 지수는 7% 상승했다. 투자자들의 고민은 이런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특히 미국 증시는 2년 연속 큰 폭 오른 상태라 올해까지 오르면 3년 연속이다. 과거 사례로 볼 때 드문 케이스가 된다. 언제 조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향후 금리 인하까지 예정돼 있어 채권 투자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졌다. 1년 만기 단기채권의 경우 한국은 3%대, 미국은 4%대의 수익률을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10~30년 만기 장기채권은 금리 인하 폭에 따라 채권 가격 상승으로 상당한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 외에 채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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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호

'양강' 삼성·미래에셋....선택은 S&P500 ETF

‘채권의 민족’에서 ‘해외주식 민족’으로 변신 중 부진한 한국보다 미국 주식 ETF 늘리려 안간힘 삼성 대표 ETF ‘코덱스200’에서 ‘S&P500’으로 바뀌나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의 ETF 시장은 지난 2년간 초고속 성장했다. 2023년에 순자산총액이 121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43조원 증가했다. 또 2024년 말 기준 173조원으로 전년 대비 52조원 증가해 ETF가 대세임을 입증했다. 한국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1위 삼성자산운용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금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양사 간 점유율이 매년 좁혀지고 있는 게 삼성운용의 고민거리다. 한국을 대표하는 코덱스200 ETF로 재미를 봐 왔던 삼성운용이지만 작년에는 미국 ETF 마케팅을 부쩍 강화했다. 3위 KB자산운용과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자산 증가세도 가파르다. 반면 ETF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 운용사들은 지금 고사 위기다. ETF 시장의 급성장 배경은 뭘까. 똑똑해진 한국 투자자들이 펀드보다 훨씬 저렴한 ETF의 수수료와 편리성에 매료된 덕이다. 노후 대책의 핵심 수단인 퇴직연금, 연금저축, IRP, ISA 계좌 안에 ‘해외 ETF’ 편입 시의 높은 절세 혜택도 원인 중 하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사 ETF 홍보자료를 쏟아내는 운용사들의 광고 전략도 한몫했다. ‘채권의 민족’에서 ‘해외주식 민족’으로 변신? 재작년까지 한국 ETF 순자산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특징은 채권 투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다는 점. 하지만 작년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여전히 순자산 1위와 3위는 채권 관련 ETF다. 현재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 CD금리액티브(합성) ETF’가 9조1000억원으로 1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CD금리투자KIS(합성) ETF’는 6조3000억원으로 3위다. 하지만 증가율로 따져보면 채권형보다 해외주식형 ETF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미국 증시의 폭발적 상승 때문이다. 미래에셋운용의 ‘타이거 미국S&P500 ETF’는 전년 대비 235% 증가한 7조3000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타이거 미국테크TOP10 INDXX ETF’도 97% 증가한 3조2000억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건 삼성운용의 ‘코덱스 미국S&P500TR ETF’다. 무려 417% 급증해 3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간판 격인 삼성운용의 ‘코덱스200 ETF’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5조5000억원으로 부진했다. 상위 10개 상품 중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상품이 각각 5개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한국 오르면 삼성 유리, 미국 오르면 미래에셋 유리 정리해 보면 작년 한국 상장 ETF 시장은 ‘해외주식 ETF’의 급성장과 ‘국내주식 ETF’의 침체로 요약된다. ETF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운용과 2위인 미래에셋운용 간에도 이 영향으로 희비가 갈렸다. 상대적으로 해외주식 ETF 비중이 높았던 미래에셋운용의 판정승이다. 전통적으로 삼성자산운용은 국내주식 ETF에 강하다. 삼성운용의 한국 관련 상위 8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16조1000억원이다. 반면 해외 관련 상위 8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8조원에 불과하다. 국내주식형이 해외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나마 이것도 많이 완화된 숫자다. 2023년에는 국내주식형이 해외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이렇게 한국 주식 비중이 높으면 작년과 같이 한국 주식이 약세일 때 타격이 크다. 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미국 S&P500 지수나 나스닥100 지수는 미국 증시 활황으로 폭풍 성장했다. 운용사들이 신규 ETF 상품을 개발할 때 투자자들의 선호도도 따져봐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하는 국가를 선점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에셋운용은 삼성운용과 달리 국내보다 해외주식형 ETF에 강점이 있다. 미래에셋운용의 한국 관련 상위 8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7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해외 관련 상위 8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23조1000억원에 달한다. 삼성과는 반대로 국내주식형보다 해외주식형이 3배 이상 많다. 따라서 미국 증시가 상승하고 한국 증시가 하락하면 미래에셋과 삼성 간 점유율 격차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누리는 구조다. 작년에 미래에셋은 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래에셋은 가만히 있어도 미국 지수 상승에 힘입어 ETF의 순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img4 1위 삼성의 결단...수수료 파괴로 절반의 성공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면서 국내주식 ETF에 강한 삼성자산운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해외 비중을 높이기 위한 파격적인 전략을 선보였다. 작년 4월부터 핵심 4종의 해외주식 ETF 총 보수를 기존 연 0.05%에서 0.0099%로 낮췄다. △KODEX 미국S&P500TR △KODEX 미국나스닥100TR △KODEX 미국S&P500(H) △KODEX 미국나스닥100(H) ETF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이 미래에셋에 비해 순자산총액에서 열세를 보이는 미국 대표 지수 ETF 상품들이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삼성자산운용의 미국 대표 지수 ETF 상품들의 총 보수(0.0099%)는 미래에셋자산운용(0.07%)의 7분의 1 미만으로 낮아졌다. 과거에도 비싸지 않았던 0.05%의 총 보수가 이제는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간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4월 수수료 인하 당시 나머지 운용사들의 반발은 극심했다. 업계 1위가 수수료 경쟁을 하면 중소형사에 너무 타격이 크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점유율 1위를 지켜내야 하는 삼성의 입장도 절박했다. 마케팅 측면에서 봐도 낮은 수수료 전략은 점유율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img5 삼성운용의 수수료 인하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2024년 말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간판 격인 ‘TIGER 미국S&P500 ETF’는 1년 전보다 5조1000억원 증가한 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또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는 1조9000억원 증가한 4조5000억원에 달했다. 각각 235%, 74% 증가한 수치다. 반면 삼성운용의 ‘KODEX 미국S&P500TR ETF’의 현재 잔고는 1년 전보다 2조8000억원 증가한 3조5000억원이다. 증가한 자산 규모는 미래에셋에 못 미치지만 증가율은 417%로 미래에셋의 196%보다 훨씬 높다. ‘KODEX 미국나스닥100TR ETF’도 1년 전보다 1조2000억원 증가한 1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증가율은 196%로 미래에셋의 74%보다 높다. 미래에셋운용이 해외주식형 ETF의 절대 강자임을 감안하면 삼성 입장에서도 선전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대세로 떠오른 미국 다우존스 월배당 ETF 상품 등에 삼성이 경쟁사보다 늦게 뛰어든 것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절반의 성공이다. 여전히 해외주식 ETF 순자산 규모는 삼성운용보다 미래에셋운용이 더 크다. 1위 지켜야 하는 삼성...추격하는 미래에셋 2024년 11월 말 기준 1위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38.1%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점유율 36.5%와 비교하면 격차가 1.6%포인트(p) 차이로 확 좁혀졌다. 2023년 말에는 3.4%p 차이였다. 삼성자산운용은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40%가 붕괴된 데다 매년 미래에셋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1위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삼성자산운용은 ETF사업부문장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지난해 12월 6일에 박명제 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를 ETF사업부문장에 새로 선임했다. 기존 ETF사업부문장이 선임된 지 1년 만이다. 박명제 전 대표는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ETF 세일즈를 담당했던 ETF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ETF 전쟁은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도 ETF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 ETF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블랙록과 뱅가드의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img6 1위인 블랙록의 시장점유율은 6년 전인 2018년에는 40%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 6년간 점유율이 꾸준히 감소해 2024년 12월 기준으로는 30.6%까지 낮아졌다. 반면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삼은 뱅가드의 ETF 점유율은 28.7%까지 꾸준히 상승해 왔다. 블랙록과의 격차는 이제 1.9%p에 불과하다. 그나마 2024년 2월에 가장 인기가 뜨거웠던 비트코인 현물 ETF를 블랙록이 출시했음에도 뱅가드는 아예 포기했다. 따라서 블랙록이 약 80조원의 이득을 봤는데도 이 정도다. 한국 1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국 1위인 블랙록은 과연 끝까지 현재의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어쨌든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도 대만족이다. 운용사 간 수수료 인하 전쟁으로 한국 투자자들은 더욱 낮은 수수료로 미국의 지수형 ETF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2025년에는 삼성과 미래에셋이 어떤 전략으로 점유율 전쟁을 벌일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에서 ETF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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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호

KB운용 vs 한투운용 ‘3위 다툼’ ETF 시장 판도변화 예고

KB운용 간판 ‘RISE 머니마켓액티브 ETF’ 2조원 넘겨 한투운용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 1조8000억 신바람 KB운용 신상품 채권ㆍ국내주식 비중 높아...한투는 해외주식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채권형 ETF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 3위를 지키고 있는 KB자산운용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반면 미국 주식 ETF에 집중하고 있는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기세는 엄청나다. 이 추세라면 2025년에는 3위와 4위의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한투운용은 지금 상품 개발, 운용, 마케팅의 3박자가 딱딱 맞는 상황이다. 반면 KB자산운용의 ETF 수는 전년 대비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영향으로 2024년의 한국 ETF 시장은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KB운용은 2024년에 2조9000억원의 순자산이 증가했음에도 시장점유율은 8.0%에서 7.6%로 0.4%포인트(p) 감소했다. 물론 착시 효과도 있다. 순위가 높을수록 기존 자산 규모가 커서 웬만큼 순자산이 크게 늘지 않고서는 전체 점유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삼성과 미래에셋도 겪고 있는 문제다. 따라서 순자산 증가액이 상당함에도 1위인 삼성자산운용 점유율은 2.2%포인트 감소했고,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0.4%포인트 줄어들었다. 하지만 현재 4위를 기록 중인 한국투신운용의 성과는 착시 효과를 감안해도 탁월한 실적이다. 한투운용의 점유율은 2023년 말의 4.9%에서 2024년에는 7.3%로 2.4%포인트 급증하며 3위인 KB운용을 바짝 뒤쫓고 있다. 전체 운용사 중 작년에 ETF 시장 점유율이 2%포인트 이상 증가한 곳은 한투운용이 유일하다. 순자산 증가액도 6조2000억원으로 KB운용의 2배가 넘는다. KB운용과 한투운용 간 순자산 격차는 이제 고작 5000억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한투운용이 KB운용을 일시적으로 뛰어넘기도 했다. 본격적인 3위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KB ‘상장 ETF’ 수 제자리...한투 13개 증가와 대조적 KB운용이 2024년에 새롭게 상장한 ETF는 총 19개다. 이 중 ‘RISE CD금리액티브(합성)’는 대표적인 채권형 ETF로 현재 순자산 1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또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은 대표적인 주식형 ETF로 현재 순자산 25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에 KB운용이 신규 상장한 19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2조2000억원이 넘는다. KB운용의 2023년 말 ETF 상장 개수가 116개였던 만큼 현재는 19개가 더 늘어났어야 계산이 맞다. 그럼에도 2024년 말 KB운용의 ETF 상장 개수는 119개로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유는 지난 6월에만 무려 14개의 ETF(200IT, 200중공업, 200산업재 등)를 한꺼번에 상장 폐지한 탓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순자산총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 ETF는 상장 폐지할 수 있다. KB자산운용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상장 폐지된 ETF들은 금융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약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한투운용이 2024년에 새로 상장한 ETF는 총 21개다. 작년에 신상품 ETF 개발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다. ‘ACE CD금리&초단기채권액티브’는 대표적인 채권형 ETF로 현재 순자산 2300억원을 돌파했다. ‘ACE 미국빅테크7+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은 대표적인 주식형 ETF로 현재 순자산 17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에 한투운용이 신규 상장한 21개 ETF의 순자산총액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한투운용의 2024년 말 기준 상장 ETF 수는 총 91개다. 상장 폐지된 ETF를 제외하고도 전년 대비 13개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KB운용의 ETF 순증이 단 3개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KB 신상품 채권·국내주식 비중 커...한투는 해외주식 일반적으로 채권형 ETF는 법인 비중이 높고, 주식형 ETF는 개인 비중이 높다. 2024년에 양사가 출시한 신상품 ETF의 순자산총액은 KB운용(2조2000억원)이 한투운용(1조5000억원)보다 7000억원 이상 더 많다. 하지만 KB운용은 2조2000억원 중 약 1조7000억원이 채권형 ETF다. 주식형 ETF는 약 5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한투운용은 채권형 ETF 7000억원, 주식형 ETF 8000억원으로 주식형 비중이 더 높은 게 특징이다. 최근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해외주식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리테일 시장을 공략하려면 주식형 ETF 비중이 높은 게 더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KB운용이 2024년에 신규 상장한 주식형 ETF 중 순자산 1위는 ‘RISE 200위클리커버드콜 ETF’로 순자산총액 2500억원을 돌파했다. 2위는 ‘RISE 미국배당100데일리고정커버드콜 ETF’로 순자산총액은 500억원을 넘겼다. KB운용의 신상품 전략은 주로 커버드콜, 미국, AI에 집중돼 있다. 상위 7개 주식형 ETF 중 국내 관련 ETF가 2개나 포함된 것도 특이점이다. 반면 한투운용이 2024년에 신규 상장한 주식형 ETF 상위 7개는 모두 해외주식형이다. 이 중 미국 관련 ETF가 6개다. 순자산 1위는 ‘ACE 미국빅테크7+데일리타겟커버드콜 ETF’로 1700억원을 돌파했다. 2위인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 ETF’도 1300억원을 넘어섰다. 한투운용은 2024년에 미국, 빅테크, 커버드콜, 반도체를 중심으로 엔비디아, 구글, MS 등 특정 개별주식에 집중하는 신상품까지 다양하게 쏟아냈다. 미국 증시 오를수록 한투운용이 유리 2024년에 자산 증가 폭이 가장 컸던 ETF 전체 현황을 살펴봐도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KB운용은 상대적으로 국내 채권 비중이 높고, 한투운용은 미국 주식과 미국 채권 비중이 높다. KB운용의 ETF 중 작년 순자산 증가 1위 종목은 ‘RISE 종합채권(A-이상)액티브 ETF’다. 작년에만 약 1조원이 증가했다. 또 순자산 증가 3위를 기록한 ‘RISE 머니마켓액티브 ETF’도 2024년에 약 6000억원이 증가했다. 순자산 증가 상위 10개 ETF 종목 중 4개가 국내 채권 ETF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 외 RISE 미국나스닥100 ETF가 약 6000억원, RISE 미국S&P500 ETF가 약 5000억원 증가해 미국 증시 상승의 수혜를 봤다. @img4 반면 한투운용은 국내 채권형 ETF보다는 미국 주식형과 채권형 ETF 자산이 크게 증가했다. 한투운용 ETF 중 작년 순자산 증가 1위 종목은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다. 무려 1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든 덕이다. 순자산 증가 2위 종목은 ‘ACE 미국S&P500 ETF’, 3위 종목은 ‘ACE 미국나스닥100 ETF’다. 작년에만 각각 9000억원과 7000억원이 증가했다. 미국, 빅테크, 배당에 포커스를 맞춰 순자산 증가 상위 10개 ETF 중 8개가 미국 관련 ETF다. 한투운용의 미국 집중 전략은 미국 증시 활황과 맞물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순자산 증가 4위 종목인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는 테슬라 주식 외에도 테슬라 2배 레버리지와 채권에 적절히 분산해 테슬라 집중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작년에만 5000억원 증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테슬라 외에도 엔비디아, 구글, MS 등을 비슷한 스타일의 ETF로 만들어 2024년에 출시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증시가 워낙 활황이었던 만큼 ETF 수익률도 대체로 우수하다. 대표적으로는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 ETF’의 1년 수익률이 187%로 1위를 기록했다. 한투운용은 마케팅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2024년에 반도체와 빅테크 관련 세미나를 3차례 진행하며 트렌드 선도에 앞장섰다. 결국 상품 개발, 운용, 마케팅의 3박자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전 운용사 중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이 전년 대비 2.4%포인트 급등하는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KB자산운용의 고육지책...수수료 파괴 전략 3위를 지켜내야 하는 KB자산운용은 2024년에 기존 ETF 브랜드인 ‘KBSTAR’를 ‘RISE’로 리브랜딩했다. 또 내실을 갖추기 위해 거래가 잘 되지 않는 ETF들을 대거 상장 폐지해 상품 수를 줄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리브랜딩의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img5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전략은 바로 수수료 파괴다. 일례로 미국의 대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S&P500 ETF’나 ‘RISE 미국나스닥100 ETF’의 총 보수를 2024년에 연간 0.0010%로 낮췄다. 동일 유형의 한국투신운용 ETF 총 보수의 7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수수료보다 거래량을 더 중요하게 여겨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래도 미국 시장 점유율 2위인 뱅가드가 1위 블랙록을 강력히 추격하는 비결 역시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 정책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이든 미국이든 낮은 수수료 전략은 점유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사장 취임 이후 3년 만에 ETF 빅3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치열한 ETF 전쟁에서 지난 3년간 한국투신운용의 진격은 인상적이다.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2025년에는 한투운용이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한투운용의 ETF 포트폴리오로 볼 때 가만히만 있어도 미국 증시가 추가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ETF 순자산총액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갔다는 것이 강점이다. 반면 한투운용에 비해 미국 비중이 낮은 KB운용은 대응하기가 몹시 까다로운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실적이 워낙 탁월했던 만큼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배 사장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2025년에도 질주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을 막아내고 3위를 지켜내야 할 KB자산운용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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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호

ETF 낙오한 자산운용사 운명은? 유일한 생존자는 ‘조선 ETF’

ETF 점유율 1% 이상 운용사 고작 8개 증권사 80% 이상 흑자, 운용사 절반 이상 적자 ETF 점유율 낮으면 미래 없다는 공포감 팽배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에는 2024년 9월 말 기준 총 483개의 자산운용사가 있다. 60여 개에 불과한 증권사와 비교하면 무려 8배에 달한다. 증권업계의 2024년 실적은 양호하다. 9월 말 기준 영업이익이 흑자인 증권사는 60개 중 50개로 80% 이상이다.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는 10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는 다르다. 금융감독원의 2024년 3분기 자산운용회사 영업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483개 중 222개 사만 흑자를 봤다. 나머지 261개 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회사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일반 공모펀드 시장의 수수료가 하락하면서 운용사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은 수수료가 비싼 공모펀드 대신 저렴한 ETF로 계속 갈아타는 중이다. ETF 시장은 철저한 승자독식 시장이다. 전체 483개 자산운용사 중 ETF 시장에 뛰어든 운용사는 고작 26개 사에 불과하다. 이 26개 중에서도 시장점유율 1% 이상을 차지한 운용사는 고작 8개다. 신한자산운용 7위서 5위로 껑충, 한화는 7위로 추락 운용사들 상당수는 장기적으로 ETF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을 우려한다. 따라서 ETF 점유율 경쟁은 치열하다. 2024년에 가장 눈에 띄는 ETF 점유율 순위 변화는 전년도에 7위였던 신한자산운용이 5위로 무려 두 계단이나 뛰어오른 점이다. 신한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2023년 말 2조6500억원에서 2024년 11월 말 기준 5조2000억원으로 약 2조5500억원 급증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0.9%포인트나 상승한 3.1%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2.4%포인트 점유율 상승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반면 5위였던 한화자산운용은 2024년에 두 계단이나 하락한 7위로 떨어졌다. 2024년 7월 한화자산운용은 특단의 대책으로 15년간 사용해온 ETF 브랜드 ‘ARIRANG(아리랑)’을 버리고 ‘PLUS(플러스)’로 리브랜딩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2024년 11월 기준 시장점유율은 간신히 2%에 턱걸이해 전년도보다 0.4%포인트 감소했다. 점유율 6위인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특이하게도 국내 운용사 중 유일하게 ETF 브랜드가 2개다. ‘KOSEF’는 기존 브랜드이고 2022년부터 액티브 ETF에는 ‘히어로즈’를 쓰고 있다. 2024년 ETF 순자산은 1조1000억원 증가한 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가장 심각한 건 점유율 8위인 ‘NH아문디자산운용’이다. 11월 기준 시장점유율은 1.1%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상위 8개 운용사 중 유일하게 순자산도 약 2000억원 감소한 1조8000억원의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이에 NH아문디운용은 최근 길정섭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하며 전열을 재정비 중이다. 신한운용 11월까지 신상품 ETF 18개 출시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2024년에 순위를 두 계단이나 상승시킨 신한자산운용의 비결은 뭘까. 일단 3년 전에 신한자산운용이 ETF 브랜드를 ‘SMART(스마트)’에서 ‘SOL(솔)’로 교체한 리브랜딩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신한운용은 신상품 개발에도 상당한 에너지를 쏟고 있다. 2024년에만 총 18개의 신상품을 출시했다. 이 중 5개가 1000억원 이상의 대형 ETF로 성장했다. 순자산총액 상위 5개의 신상품 중 1위인 ‘SOL 26-12 회사채(AA-이상)액티브 ETF’를 제외하면 나머지 4개가 전부 미국 관련 ETF다. 2위 ‘SOL 미국배당미국채혼합50 ETF’가 1683억원, 3위 ‘SOL 미국AI소프트웨어 ETF’ 1652억원, 4위 ‘SOL 미국테크TOP10 ETF’ 1382억원, 5위 ‘SOL 미국AI전력인프라 ETF’가 1007억원의 순자산총액을 기록했다. 순자산 증가 1위는 ‘조선 TOP3 플러스’ 미국 증시의 랠리에 힘입어 신한운용의 미국 관련 신상품에도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는 평가다. 신상품 ETF뿐 아니라 기존 ETF로의 자금 유입도 상당했다. 2024년에 순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상위 7개 ETF의 순자산증가 합계액은 1조8900억원에 달한다. @img4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ETF는 2024년에만 순자산총액이 4539억원 증가한 ‘SOL 조선TOP3플러스 ETF’다. 놀랍게도 국내주식형이다. 한국 증시 부진으로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채권이나 미국 주식 관련 ETF의 순자산 증가 폭이 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4년에 한국 조선주는 글로벌 조선업 시장의 호황과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주가가 큰 폭 상승했다. 특히 ‘SOL 조선TOP3플러스 ETF’는 2024년 누적 수익률이 62%다. 한국에 상장된 조선주 관련 ETF 4개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이에 투자자 자금도 몰려 조선주 ETF 중 가장 많은 4700억원의 순자산총액을 기록했다. 순자산 증가액 기준 2위는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언헤지) ETF’다. 2024년에만 4069억원이 증가했다. 이 상품은 미국의 대표적인 배당성장주 ETF인 일명 ‘슈드(SCHD, 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와 동일한 지수를 추종해 은퇴자와 은퇴준비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신한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이를 월배당 ETF 구조로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파이어족이나 은퇴를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현금흐름에 주목하면서 월배당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진 덕이다. 이런 분위기를 잘 간파해 선제적으로 상품을 출시한 신한자산운용은 ETF 중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순자산 증가 순위 6위를 기록한 ‘SOL 미국배당다우존스(H, 헤지) ETF’까지 합치면 순자산 총액이 1조원이 넘는다. 신한운용의 대표 ETF라 할 수 있다. 신한운용의 ETF 단일 상품 중 아직 1조원을 돌파한 상품은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너무 많은 운용사...ETF 시장 진입 못하면 위험? 한국은 지금 너무나 많은 483개의 자산운용사가 난립해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적자라는 점도 문제다. 100위권 이내 상위 자산운용사의 최대 고민은 ETF 시장 진출이다. 현재 ETF 시장에서 1% 이상의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운용사는 8개에 불과하다. 이 안에 들어가지 못한 대형 운용사들의 고민이 크다. ETF 시장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한국과 미국에서 그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저비용과 높은 투명성 덕분에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선호되는 투자 상품이다. 미국에서는 로빈후드(Robinhood) 같은 플랫폼의 대중화로 ETF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다. 삼성과 미래에셋의 점유율이 거의 80%에 육박하는 한국의 상황에서도 다른 운용사들이 ETF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ETF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공포감에 빠져 있다. 문제는 한국 시장의 경우 점유율이 최소 3%는 넘어야 의미 있는 수익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면 미국 ETF 시장에서는 1%의 점유율만 확보해도 대단한 성과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워낙 운용자산 규모가 크다. 그래서 미국도 운용사 간 ETF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의 운용사들이 점유율 30.6%의 블랙록과 28.7%의 뱅가드가 버티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ETF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img5 미국 점유율 순위는 3위 스테이트 스트리트 13.7%, 4위 인베스코 6.2%, 5위 찰스 슈왑 3.8%, 6위 퍼스트 트러스트 1.8%, 7위 JP모건 체이스 1.8%, 8위 디멘셔널 1.6% 순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 점유율 1.8%에 불과한 디멘셔널의 총 운용자산(AUM)은 무려 234조원(1669억달러)이다. 한국 1위인 삼성자산운용 순자산총액 63조원의 4배에 달한다. 미국 ETF 시장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구조다. 한국의 ETF 시장도 지난 몇 년간 급성장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 8위인 NH아문디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1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규모의 경제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 구조다. 심지어 8위조차 진입하지 못한 대부분의 한국 자산운용사들 고민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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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호

바이오 ETF 美보다 한국 수익률 더 높았다 2025년은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 전환점

한국 바이오 주식...대형주 수익률 좋아 중소형 바이오 기업은 자금난 심각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2024년 11월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한국 증시는 혼돈 양상이었다. 12월에는 코스피 지수가 2400포인트마저 붕괴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작년 한국 증시 수익률은 해외 주요 증시 대비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도 미국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섹터가 있다. 바로 K-바이오 섹터다. 2024년 11월부터 주가가 큰 폭 조정받았지만 바이오 섹터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양호하다. 이는 지난 1년간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연속으로 호재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2023년 12월에는 리가켐바이오와 얀센의 기술 이전 계약이 체결됐다. 리가켐바이오의 첫 단독임상개발 ADC 약물인 ‘LCB84’ 관련 계약이다. 2024년 2월에는 알테오젠이 머크 키트루다에 ‘피하투여 제형(SC)’에 대한 독점계약변경까지 호재가 연이어 터졌다. 또 8월에는 유한양행 ‘렉라자(해외명 : 라즈클루즈)’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승인, 10월에는 펩트론과 일라이 릴리의 플랫폼 기술계약 체결까지 굵직한 딜이 이어졌다. 현대차증권의 여노래 애널리스트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특이점을 맞이했다”는 입장이다. “2015년 이후 신약의 기술 이전에만 의존하던 국내 바이오텍이 제형변경 플랫폼 기술 수출과 신약의 글로벌 승인이라는 새로운 성과를 입증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한국 바이오 ETF 수익률 미국 제쳐 한국에 상장돼 있는 주요 바이오 ETF 수익률을 살펴보면 미국보다 한국 수익률이 더 양호하다. 코스닥150 구성종목 중 바이오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 ETF’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무려 54%다. 2024년에 수익률이 뜨거웠던 알테오젠 주식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덕을 톡톡히 봤다. 수익률 2위를 기록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K바이오액티브 ETF’도 32%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포트폴리오 내 상위 종목으로는 알테오젠, 셀트리온, 펩트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10% 내외로 편입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 수익률도 29%로 양호하다. 포트폴리오 내 상위 종목으로는 알테오젠 13%, 리가켐바이오 11%, 삼성바이오로직스 11% 수준이다. 수익률 상위 국내 바이오 ETF들은 각각의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특이한 건 국내 바이오 ETF 수익률이 미국 바이오 ETF 수익률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미국 첨단 바이오 주식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바이오(합성) ETF’ 수익률은 48%로 양호하다.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 인사이트, 이그젝트 사이언시스 등 140여 개 종목에 동일 비중으로 투자한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바이오 ETF’ 수익률은 33%로 국내 바이오 ETF보다 부진하다. 포트폴리오 내 상위 종목은 길리어드 사이언스, 버텍, 암젠, 리제네론, 아스트라제네카 등이다. 글로벌 유명 제약회사들이지만 2024년만큼은 한국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제약·바이오 섹터 수익률 견인한 대형 종목 2024년에 한국 제약·바이오 섹터의 수익률을 견인한 건 대형 종목들이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서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024년 연간 누적 수주금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예상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4조원 돌파가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2025년 4월로 예정된 송도 5공장까지 완공되면 총 78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론자를 뛰어넘는 규모다. 주가도 2024년 초의 76만원에서 28% 상승했다. 한때 1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알테오젠은 2024년에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종목이다. 연초의 9만8500원에서 184% 폭등했다. 최근 주가가 조정받고 있지만 워낙 많이 오른 만큼 자연스러운 조정이라는 평가다. 주가 상승 이유는 세계 1위 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에 제형 변경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인 ‘ALT-B4’를 적용한 계약을 비독점에서 독점으로 전환한 덕이다. 특허 만료를 앞둔 머크의 키트루다는 제형 변경을 통한 특허 연장이 절실해 정맥주사(IV) 제형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의 변경이 가능한 알테오젠의 플랫폼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추가로 최근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1위인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에도 제형 변경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HLB의 간암 치료제인 ‘리보세라닙’은 ‘캄렐리주맙’과의 병용요법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2024년 5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대했으나 의외의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면서 주가가 크게 조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FDA 임상시험 현장 실사를 통과해 최종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2024년에 주가는 42% 상승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해외명 : 라즈클루즈)’는 국내 개발 항암제 중 처음으로 올 초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로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와 병용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매출액의 10~15%를 로열티로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초 주가는 6만원대였으나 11월 말 기준 68% 폭등한 상태다. 리가켐바이오의 핵심 사업은 차세대 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는 항체-약물 접합체(ADC)의 연구개발 및 기술 이전이 주력이다. 얀센에 2조2000억원 규모로 기술 이전한 ‘LCB84’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 약 10여 건의 기술 이전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초 6만5000원이었던 주가는 11월 말 기준 47% 상승했다. 투자자 관심 줄어든 중소형 바이오 기업 다양한 호재로 주가가 급등한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달리 대부분의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은 2024년에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지난 3년간의 고금리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돼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줄었다. 특히 바이오 기업들은 장기적인 연구개발 비용 조달을 위해 자본시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흔하다. 많은 바이오 기업이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운영 자금을 조달했는데 주가 하락으로 인해 CB 상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이자를 내지 못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연구개발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중소형 바이오 주식보다 확실한 호재와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 제약·바이오 주식으로 투자 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ETF 역시 중소형사보다는 대형사 편입비중이 높은 상품을 고르는 게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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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호

베이비부머 최대 관심사는 헬스케어 주가 조정에도 기대되는 이유

제약비용 낮추려면 바이오시밀러는 필수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최대 수혜 주목 금리 인하에 ‘생물보호법’까지 날개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한국의 제약·바이오 주식은 2024년에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지만 11월부터 수익률이 확 꺾였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K-바이오는 여전히 유망하다. 가장 큰 이유는 본격적인 고령화 때문이다. ‘유엔 세계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인구는 약 80억9000만명이다. 바이오 산업 장기 우상향은 정해진 미래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는 23년 전인 2002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고령화는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미국은 총 3억3700만명의 인구 중 5965만명이 65세를 넘었다. 노인 인구 비율은 17.7%다. 한국도 총 5175만명의 인구 중 994만명이 65세를 넘었다. 노인 인구 비율이 무려 19.2%다. 따라서 한국은 2025년부터 노인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노인 인구 비중이 늘어날수록 해당 국가의 의료비용은 급증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의료비용을 적게 쓰는 젊은 연령층보다 나이 많은 고령층의 의료비가 폭증하는 건 상식이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제약·바이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베이비부머 최대 관심사는 헬스케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모두 초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이 선진국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본인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진심이다. 건강 관리도 보유재산이 넉넉해야 가능하다.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는 1946~1964년생이다. 이 중에는 구매력이 상당한 중간 부유층이 많다. 이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미국 헬스케어 시장은 매년 초고속 성장 중이다. 미국 의약품 시장은 전 세계에서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앞으로도 중산층 이상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인의 수명 연장에 투입하는 금액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본인의 수명 연장보다 자녀들에게 남겨줄 상속재산에 더 신경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한국 역시 2025년부터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평생 의료비 지출의 약 60%가 65세 이후에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따라서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 역시 머지않아 최대 관심사가 헬스케어로 바뀔 예정이다. 트럼프 핵심 과제는 ‘규제 완화’와 ‘약가 인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역시 작년 11월부터 주가가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1월 14일에 ‘코로나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지명한 영향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대형 제약사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또 같은 달 19일에는 미국 건강보험을 총괄하는 보험청(CMS·메디케어·메디케이드센터) 수장에 유명 건강 프로그램 ‘닥터 오즈 쇼’의 진행자인 메멧 오즈 박사를 지명했다. 그는 방송에서 대체의학에 가까운 주장을 자주 해 논란이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 제약 정책의 장기 방향성이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22일에 식품의약국(FDA) 국장으로 마티 마카리 존스홉킨스대 외과 전문의를 지명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많이 완화됐다. 마티 마카리는 과학적 근거 기반의 허가 규제를 지지하는 등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텍에 대해 좀 더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인물이다. 트럼프의 핵심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신약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FDA의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혁신적인 치료제의 출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한국의 제약사보다는 미국 대형 제약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두 번째는 약가 인하 정책이다. 직접적인 규제보다 시장 경쟁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에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폭증하는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보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사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을 뜻한다. 이 분야는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나 셀트리온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트럼프의 관세 부과 우려로 떨고 있는 수출 업종과 달리 한국의 대형 바이오 기업들이 트럼프 정책에 기대감을 갖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사상 최대 매출 이미 한국 증시에서 바이오 기업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진 상태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6개 종목 안에는 바이오 주식이 2개나 포함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위, 셀트리온이 6위로 올라섰다.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위상이다. 시가총액 3위인 LG에너지솔루션(89조원)과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69조원)의 시총 격차는 약 20조원이다. 시가총액 5위인 현대차(46조원)와 6위인 셀트리온(41조원)의 시총 격차는 5조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대차와 셀트리온의 영업이익 격차는 현대차가 무려 10배 더 많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향후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2024년에 사상 최고 매출액을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조2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2024년 연간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의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49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급증했다. 2024년 연간 매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2023년의 양사 영업이익률도 각각 30%로 상당히 높다. 제조업 평균 마진율이 5%에도 못 미치는 현실로 볼 때 바이오 산업의 수익성이 다른 업종에 비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셀트리온 영업이익률이 2024년 들어 12%로 낮아진 건 2023년 12월에 ‘셀트리온 헬스케어’와의 합병에 따른 비용 발생이 원인이다. 이는 일시적 요인으로 올해부터는 다시 영업이익률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img4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최대 수혜 셀트리온의 경쟁력은 강력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에 있다. 대표적으로는 얀센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적응증: 크론병 등)’, 애브비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유플라이마(적응증: 류머티스 관절염 등)’, 로슈/바이오젠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적응증: 림프종·백혈병 등)’, 로슈+제넨텍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적응증: HER2 양성 유방암)’ 등이 있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기대가 큰 의약품은 얀센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와 ‘짐펜트리’다. 레미케이드는 자가면역질환(크론병 등) 치료제다. 셀트리온은 기존 ‘정맥주사제(IV)’ 형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환자의 투약 편의성 극대화를 위해 자가 주사형 피하주사제(SC) 형태로 새롭게 개발했다. 유럽에서는 이를 ‘램시마SC’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미국에서는 ‘짐펜트리’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램시마는 2024년에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 아직 미국 시장 공략 초기인 짐펜트리도 머지않아 1조원 매출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에 설립된 생명공학 회사다. 주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개발, 생산, 상용화하는 데 주력한다. 다수의 바이오시밀러 품목이 FDA 판매 허가를 받아 미국과 유럽 등에서 판매 중이다. 얀센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렌플렉시스(적응증 : 크론병 등)’, 로슈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온트루잔트(적응증 : 유방암 등)’, 암젠의 ‘엔브럴’ 바이오시밀러는 ‘에티코보(적응증 : 류머티스 관절염)’라는 약품명으로 출시됐다. 그 밖에도 애브비의 ‘휴미라’는 ‘하드리마(적응증 : 건선 등)’, 노바티스의 ‘루센티스’는 ‘바이우비즈(적응증: 황반변성 등)’, 리제네론의 ‘아일리아’는 ‘오퓨비즈(적응증: 황반변성 등)’, 얀센의 ‘스텔라라’는 ‘피즈치바(적응증: 크론병 등)’라는 이름의 바이오시밀러로 판매된다. 지금 세계 각국 정부는 늘어나는 의약품 비용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국가의 재정은 빠듯한데 노령화로 인해 의약품 지출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오리지널보다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사용을 권장하는 추세다. 앞으로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매출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리 인하에 ‘생물보호법’까지 날개 단 바이오 한국은행이 예상 밖으로 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한 2024년 11월 28일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주가는 각각 5% 폭등했다. 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R&D) 비용이 크고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상 금리 인하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에 따라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관세 부과 우려로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인 자동차, 반도체, 2차전지 관련 회사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우려보다 기대감이 더 큰 모습이다. 트럼프가 대중국 강경책을 쓸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에 ‘생물보안법(Biological Security Act)’은 기회 요인이다. 이 법안은 미국 내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규제하고, 민감한 건강 및 유전자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아직 미국 상원의 벽은 넘지 못한 상태다. 2025년 초에는 상원 통과가 예상된다. 법안이 실제 시행될 경우 중국의 대표적인 의약품 CMO/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우시 앱텍, 우시 바이오로직스와 중국 유전체 기업인 BGI 지노믹스 등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글로벌 최강의 CMO/CDMO 경쟁력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초대형 호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규모는 글로벌 톱 수준이다. 2025년 4월 완공 예정인 송도의 제5공장까지 합치면 ‘총 생산능력(Capa)’은 무려 78만4000리터로 늘어난다. 이렇게 대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즉 생산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2024년 11월 27일 홍콩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셀트리온 역시 서정진 회장이 직접 CDMO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서 회장은 “약 1조5000억원을 내부 자금으로 준비해서 12월 중 CDMO 법인을 만들고 2025년에는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장을 신속하게 짓기 위해 20만리터까지는 한국에 짓고 그 이상은 비즈니스상 유리한 곳에 추가 건설을 검토할 것”이라고도 했다. K-바이오 원투 펀치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매출액 성장은 이미 정해진 미래다. 이들 외에도 알테오젠, HLB, 유한양행,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리가켐바이오, 한미약품, 펩트론 등 한국 바이오 주식 중에는 호재 있는 종목들이 많다. K-바이오 기업 주가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해가 기대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제약·바이오 시장의 경쟁 강도는 높아지겠지만 기회 요인도 상당하다. 2024년에 한국의 제약·바이오 섹터는 다른 섹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여 왔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호재가 살아 있는 2025년에도 제약·바이오 섹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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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대기업 명예퇴직 확산…은퇴 준비자들 ‘연금 금융사’ 바꾼다

@img7 ‘은퇴 준비자’만 672만명...퇴직연금 수익률 중요 원리금 보장형 많은 은행...수익률 저조 ETF 매매도 불편한 은행...고객 방어 난감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10월 말부터 본격 시행됐다. 은행업계와 증권업계 간에는 온도차가 극심하다. 은행업계는 자금 이탈 우려에 긴장감이 감돈다. 반면 증권업계는 자금 유치 기대감에 화색이 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란 한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때 고객이 보유 중인 상품 그대로 이전할 수 있게 해 주는 제도다. 지금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다른 금융회사로 계좌를 옮길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하에서는 본인이 운용 중인 퇴직연금 계좌 내 투자 상품을 전량 매도해 현금화해야 이전이 가능했다. 이 과정이 번거롭다 보니 퇴직연금 이전 건수가 저조했다. 본격적으로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업계와 증권업계 간 퇴직연금 이전 건수가 과거보다 훨씬 더 증가할 전망이다. 노후 준비 허술한 은퇴자들...퇴직연금 갈수록 중요 최근 주요 은퇴 게시판에는 요즘 대기업들이 진행 중인 명퇴 관련 문의가 많아졌다. “만52살인데 이번에 명퇴금 4억원 받아 은퇴하는 게 좋을까요?”, “40대 후반인데 이번에 명퇴금 받아 퇴직연금 운용하면 월 300만원 가능할까요?” 등의 은퇴 관련 문의가 부쩍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9월 말 기준 60세 이상 인구는 1425만명이다. 놀라운 건 이 만60세 이상 인구 중 47.4%인 675만명이 여전히 취업자로 분류된다. 한국인 중 절반 가까이가 60세 이후에도 은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이들 60세 이상 취업자 중 상당수는 주 직장에서 이미 정년 퇴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직 후 조건을 낮춰 새로운 직장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근로시간이 적고 급여도 낮은 기간제 근로종사자도 상당수다. 한국인이 나이 들어서도 은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 유지다. 그만큼 퇴직연금, 개인연금, 국민연금의 3층 노후 준비가 허술한 은퇴 예정자가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만60세 이상 계층’의 뒤를 이어 순차적으로 퇴직이 예정된 ‘만50~59세 계층’이다. 현재는 1973년생이 만50세, 1964년생이 만59세를 넘은 상태다. 이들은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 직장에서 앞으로 10년 이내에 질서정연하게 순차적으로 퇴직할 예비 은퇴자들이다. 따라서 은퇴가 임박한 직장인일수록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위해 실물이전제 도입 그런데 정부는 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도입했을까. 이는 전반적인 퇴직연금 수익률이 극도로 부진한 탓이다. 이에 따라 금융업권 간 경쟁구도를 만들어 수익률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연 환산 수익률은 고작 2.35%에 불과하다. 최근 10년 수익률은 더 부진해 2%를 살짝 넘는 2.07%의 처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무위험 상품인 은행예금 이율보다도 못하다. 2024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수익률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절대 수치는 낮다. 이런 부진한 수익률로는 앞으로 10년간 쏟아져 나올 672만명의 은퇴 예정자들 노후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긴장하는 이유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2023년 말 기준 최근 5년간 수익률은 금융투자(증권 등) 업권이 2.93%로 가장 높았다. 생명보험 업권은 2.34%, 은행 업권은 2.15%, 근로복지공단은 2.14%, 손해보험 업권이 1.74%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증권 등) 업권의 수익률이 가장 높다. 은행 점유율 50% 넘지만 수익률은? 부진한 수익률에도 퇴직연금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총 퇴직연금 규모는 38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8% 급성장했다. 올 연말에는 4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하는 업권은 은행이다. 은행은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인 51.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금융투자(증권 등) 22.7%, 생명보험 20.5% 순이다. 반면 평균 수익률은 금융투자(증권 등)보다 낮은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은행과 증권의 수익률 격차는 ‘원리금보장형’ 차이? 모든 업권 중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가장 높은 업권은 금융투자(증권 등)다. 2023년 말 기준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6.7%,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은 73.3%다. 반면 은행 업권의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고작 9.9%에 불과하다. 나머지 90.1%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다. @img4 생명보험사의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은행보다도 작은 7.6%를 기록했다. 나머지 92.4%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이다. 손해보험사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1.4%,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무려 98.6%다. 이렇게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높으면 마이너스 위험도 낮아지지만 고수익을 얻을 기회도 사라진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 예금보다도 못한 이유는 전체 퇴직연금 상품 중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87.2%나 되는 현실 때문이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고작 12.8%에 불과하다. 이렇게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집중된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인의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은 요원하다. 실적배당 상품 부족한 은행...고객 방어 난감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도입 검토 초기부터 은행 업권의 반발은 거셌다. 실적배당형 상품에서 은행은 증권사보다 라인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ETF 매매가 은행에도 허용된 건 불행 중 다행이지만 매매 방식은 여전히 증권업에 비해 불편하다. 만약 고객이 퇴직연금계좌 안에 ETF를 편입하려 한다면 증권사의 경우 실시간으로 ETF 매수가 가능하다. 반면 은행은 각 은행 시스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무리 빨라도 15분 지연된 가격으로 ETF 매매가 체결된다. 따라서 실시간 ETF 매매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은행 시스템이 불편하다. 치명적인 약점이다. 또 펀드 라인업도 은행은 증권사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은행은 보수적 성향이라 내부 퇴직연금 상품 심의가 까다로웠던 탓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은행들은 퇴직연금 이전제에 대비해 황급히 펀드 라인업을 대거 보강했다. 또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금 상품이 많은 것도 은행에는 불리한 요인이다. @img5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순위는 2024년 9월 말 기준 1위 신한은행(42조7000억원), 2위 국민은행(39조5000억원), 3위 하나은행(37조원), 4위 기업은행(26조2000억원), 5위 우리은행(25조원) 순이다. 이 중 2023년 말 대비 3조3000억원(9.8%)의 적립금이 증가한 하나은행이 눈에 띈다. 증권 퇴직연금 적립금 순위는 1위 미래에셋증권(27조4000억원), 2위 현대차증권(16조8000억원), 3위 한국투자증권(14조5000억원), 4위 삼성증권(14조1000억원), 5위 NH투자증권(7조2000억원) 순이다. 이 중 눈에 띄는 건 2023년 말 대비 2조8000억원(15.3%)의 적립금이 증가한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도입 초창기부터 전사적 역량을 퇴직연금에 쏟아부어 증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적립금 규모가 은행 수준으로 성장했다. 심지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보다도 적립금 규모가 더 크다. 따라서 이번 퇴직연금 실물이전제 도입 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증권사로 꼽힌다. 보험업계 상대적으로 느긋...수익률 부진은 고민 반면 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보험사 퇴직연금은 ‘보험계약’과 ‘신탁계약’으로 나뉘는데 보험계약은 실물이전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 20% 내외인 신탁계약만 방어하면 된다. 하지만 수익률 부진은 고민이다. 보험업계 내부에서도 일정 규모의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mg6 생명보험 퇴직연금 적립금 순위는 1위 삼성생명(48조6000억원), 2위 교보생명(12조8000억원), 3위 한화생명(6조원), 4위 미래에셋생명(5조8000억원), 5위 푸본현대생명(1조3000억원) 순이다. 화재보험 퇴직연금 적립금 순위는 1위 삼성화재해상보험(6조5000억원), 2위 KB손해보험(3조5000억원)이다. 생명보험과 화재보험 회사 중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적립금이 증가한 회사는 없다. 증권사들 점유율 상승 호재 맞이 분주 지난해와 올해의 증시 활황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양호했던 증권사들은 요즘 표정 관리 중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이미 전사 역량을 총동원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아무래도 실적배당형 상품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가 은행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최근 투자자들이 ETF 월배당 상품에 관심이 많으므로 이를 활용해 은행 고객 유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10년간 은퇴 예정자만 무려 672만명에 달한다. 한국 직장인들의 퇴직연금 관심도가 과거보다 크게 높아진 이유다. 이런 가운데 10월 말부터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금융사 간 점유율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금융권 관계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폭풍전야다. 퇴직연금 이전제도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거대한 머니무브의 시작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은퇴가 임박한 퇴직연금 가입자일수록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부진했던 수익률에도 또박또박 수수료만 챙겨 왔던 일부 금융기관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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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p 수익률이 부른 노후 삶의 차이...나도 이참에 갈아탈까

@img6 형식적인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 개선 필요 고용주가 교육 격차 해소에 앞장서야 증권사 ETF 라인업 탄탄...은행, 보험 가입자 ‘들썩’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퇴직연금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거래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다른 쪽보다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은 상태를 뜻한다. 퇴직연금으로 투자 가능한 상품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가입자 간 수익률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투자상품 지식이 높은 가입자는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ETF를 통해 지난 몇 년간 2배의 수익률을 달성한 경우도 흔하다. 반면 ‘원리금 보장’에만 집착해 연 3%에 불과한 수익률에 만족하는 가입자도 상당하다. 심지어 중국 관련 ETF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가 아직도 손실 중인 투자자도 수두룩하다. 한 퇴직연금 가입자는 “퇴직연금은 용어도 어렵고 상품 종류가 워낙 다양해 가장 익숙하고 안전한 예금 상품을 선택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다른 가입자는 “미국 주식이 좋다고 해서 예금으로 가입한 퇴직연금을 미국 ETF로 옮기려고 계속 타이밍을 보고 있는데, 달러가 계속 강세고 미국 주식도 사상 최고치라 교체를 망설이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퇴직연금도 투자상품의 일종이므로 상당한 투자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이 장벽이다. 유명무실한 퇴직연금 교육...정보격차 해소 요원 심각한 건 아직 본인 회사의 퇴직연금 제도가 DB형(확정급여형)인지, DC형(확정기여형)인지 용어조차 제대로 모르는 가입자도 많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우 정상적인 본인의 퇴직연금 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가입자 교육이 절실하다.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퇴직연금 교육은 한마디로 부실하다.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의거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회사(고용주)는 가입자에게 매년 1회 이상 퇴직연금 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교육이 상당히 형식적이다. 만약 회사(고용주)가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의 퇴직연금사업자와 계약 후 교육을 위탁하면 최초 1회의 집합교육이 진행된다. 이후에는 매년 온라인이나 이메일 교육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실무에 바쁜 직장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는 어렵다. 또 이런 형식적인 교육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DB, DC 제도 설명과 세제 혜택만 설명하다가 끝난다. 실제 구체적인 상품 안내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퇴직연금 가입자 간 정보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다. 퇴직연금은 단기 수익률보다 장기 수익률 중요 이러다 보니 직장인 스스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 본인의 퇴직연금 계좌에 어떤 상품이 들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다. 반면 퇴직연금에 일찍 눈을 뜬 직장인들은 적극적인 운용전략으로 상당한 수익을 본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지난 5년간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연 환산 수익률은 2.12%인 데 비해 ‘실적배당형 상품’은 4.18%를 기록했다. 두 가지 유형의 수익률 차이가 연간 2.06%에 달한다. 게다가 2024년은 글로벌 증시 호황이라 수익률 격차가 더 확연하다. 올해만큼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택하지 않은 가입자들에겐 아쉬운 한 해다. 2024년 9월 말 기준 적립금 상위 5개 은행(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단순평균 수익률은 시사점이 높다. 먼저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3.6%에 불과하다. 반면 실적배당 상품의 수익률은 13.3%다. 격차가 무려 9.7%에 달한다. 이렇게 최근 1년 수익률만 살펴보면 원리금보장 상품에 비해 실적배당 상품이 우월해 보인다. 하지만 심각한 폭락을 겪었던 2022년 수익률이 포함된 최근 3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실적배당 상품 단순평균 수익률은 0.7%에 불과한 데 비해 원리금보장 상품 수익률은 2.3%로 1.6%포인트나 더 높다. 반면 기간을 더 길게 5년으로 늘리면 수익률은 다시 역전된다. 원리금보장 상품의 5년 단순평균 수익률은 2.1%로 실적배당 상품 4.2%의 절반 수준이다. 결국 실적배당 상품의 장기 수익률이 원리금보장 상품보다 더 높지만, 3년 이내의 짧은 기간에는 변수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24년 9월 말 기준 적립금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단순평균 수익률 역시 다르지 않다. 최근 1년 원리금보장 상품 수익률은 4.3%, 실적배당 상품 수익률은 13.1%다. 5년 기준으로도 역시 실적배당형이 4.6%를 기록해 더 높다. 퇴직연금은 최소 20~30년 이상 운용해야 하는 장기 상품이다. 연 1%의 수익률 격차도 복리효과로 30년 뒤에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하물며 지금같이 예금상품과 투자상품 수익률 격차가 매년 2~3% 이상 벌어지게 되면 은퇴 후 퇴직자가 수령하는 연금 격차는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소홀히 다뤄지는 퇴직연금 교육의 개선이 중요한 이유다. 고용주 관심 중요...가입자도 정보격차 해소 노력을 퇴직연금 DC형(확정기여형)은 가입자 개개인이 직접 본인의 퇴직연금 안에 들어갈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가입자 간 심각한 정보격차를 해소하려면 회사(고용주)가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은행, 증권, 보험 등의 퇴직연금사업자는 계약 후에도 회사(고용주)가 요청 시에는 퇴직연금 운용 상품 관련 세미나를 진행해 준다. 더 적극적으로는 특정일을 정해 부스를 운용하며 가입자 간 1대1 상담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렇게 가입자들이 실질적인 퇴직연금 운용전략을 교육받을 수 있게 앞장서서 움직이는 회사(고용주)는 많지 않다. 업무시간에 교육을 진행하면 회사 업무에 지장이 있으니 각자가 알아서 운용상품을 선택하라는 입장이다. 또 은행, 증권, 보험 등의 퇴직연금사업자 입장에서도 종업원 수가 적은 회사의 운용상품 세미나 요청까지 지원하기에는 인력 부담이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정 회사가 운용상품 관련 세미나를 요청할 경우 웬만하면 진행해 준다. 하지만 요청이 몰릴 경우 인력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고용주 외에도 가입자 스스로가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서도 상품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요 퇴직연금사업자 중에는 온라인 ‘줌’ 등을 활용해 상품 설명이나 세미나를 진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img4 하지만 가입자 중 상당수가 아직도 자신의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전히 원리금보장 상품 선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2023년 말 기준 무려 87.2%인 333조원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 중이다. 그나마 증권사(금투)의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26.7%로 가장 높다. 은행은 9.9%, 생명보험은 7.6%, 손해보험은 1.4%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퇴직연금 이전제 활용해 적극적 운용 나서야 이런 이유로 정부는 10월 말부터 도입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로 수익률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가입자들이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서 벗어나 미국주식 ETF 등의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갈아타는 촉매제가 될 거라는 분석이다. 회사별로는 총 몇 개의 퇴직연금사업자와 계약돼 있을까. 보통 은행, 증권, 보험 업권별로 1개씩 총 3개의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DC 상품의 경우 회사와 계약된 사업자 간에만 퇴직연금 이전이 가능하다. 만약 가입자가 퇴직연금 이전을 원할 경우 회사 내에서 퇴직연금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팀이나 재무팀에 신청하면 된다. 그런데 퇴직연금 이전업무를 실시간으로 365일 열어놓는 회사는 드물다. 업무 과부하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반년에 1회 또는 1년에 1회 특정기간을 정해 퇴직연금 이전을 신청받는 경우가 제일 흔하다. 따라서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원하는 가입자는 회사 내부의 퇴직연금 관련 공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img5 이전 가능 상품은 특정금전신탁 형태의 원리금보장 상품(예금, GIC, ELB, DLB 등)과 공모펀드(MMF 제외), ETF 등이다. 다만 이관회사와 수관회사에서 동일 상품 라인업을 제공해야 실물이전이 가능하다. 이전 불가 상품으로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자체 상품(디폴트옵션), 지분증권, 리츠, 사모펀드, ELF, 파생결합증권, RP, MMF, 종금사 발행어음 등이다. 퇴직연금 DC형(확정기여형)과 달리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소속회사와 상관없이 언제든 모든 금융기관으로 이전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이전 절차가 간편한 만큼 금융기관 사이에서도 IRP 이전 관련 사전 마케팅이 치열하다. 증권사 ETF 라인업 탄탄...일부 가입자 이전 움직임 실제 은행과 보험사의 퇴직연금 예금(만기 1~3년) 가입자 중 일부는 이번 제도 도입에 따라 ETF 라인업이 풍부한 증권사로의 이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리금보장 상품 라인업은 은행이 탄탄하다. 하지만 실적배당형 상품은 증권사가 더 다양하다. 특히 최근 대세로 떠오른 ETF 상품 라인업은 은행보다 증권사가 월등히 많다. 은행은 증권사 라인업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고객이 퇴직연금계좌 안에 ETF를 편입할 때 증권사는 실시간으로 ETF 매수가 가능하다. 반면 은행은 은행별 시스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무리 빨라도 15분 지연된 가격으로 ETF 매매가 체결된다. 실시간 ETF 매매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은행 시스템이 불편하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증권사로 옮기려는 고객들의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한국에서 60대 이상의 취업자 수는 무려 675만명이다. 취업률이 47%가 넘는다. 이들이 나이 들어서도 은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 유지다. 그만큼 퇴직연금, 개인연금, 국민연금의 3층 노후 준비가 허술한 은퇴 예정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 간 수익률 격차는 심각하다. 노후 연금의 허리 역할을 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연 1%라도 끌어올려야 20~30년 뒤에 편안한 은퇴가 가능하다. 유명무실한 퇴직연금 교육의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10월 말부터 도입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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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

미국 ETF로 연금자산 ‘10억 만들기’

미국인 14억 연금 흔해...한국과 다른 이유 워런 버핏 유언도 S&P500에 투자해라 미국주식 25년 장기 수익률은 최소 300% | 한태봉 전문기자 longinus@newspim.com 요즘 한국 직장인 사이에선 ‘연금 자산 10억 만들기’가 유행이다. 그 중심에는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이 있다. 만25세에 취업한 직장인 기준으로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30년 이상 불입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14억 연금 부자 미국인 50만명...비결은? 한국에서 현재 연금 자산 10억원을 달성한 사람은 거의 드물다. 반면 401K 은퇴계좌에 14억원(1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미국인은 무려 49만7000명(2024년 2분기 기준)에 달한다. 피델리티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31%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미국인들이 은퇴자산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관련 주식에 집중 투자한 덕이다. 반면 한국인들의 퇴직연금은 여전히 87%가 원리금보장 상품에 머물러 있다. 이런 구조로 은퇴 시점에 연금 10억원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인 중 상당수는 해외주식 활황으로 쏠쏠한 수익을 봤다. 이에 현재 30대, 40대, 50대 직장인 중에는 퇴직연금 계좌 안에도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ETF에 집중 편입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워런 버핏이 S&P500에 투자하라고 유언한 이유 이런 변화의 핵심은 결국 수익률이다. 한국인들의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ETF 사랑은 엄청나다. 한국에 상장된 미국 주식 ETF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 ETF의 순자산총액은 4조9600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는 3조8800억원이다.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KB자산운용까지 상위 4개사만 다 합쳐도 15조원이 훌쩍 넘는 엄청난 규모다. 이는 한국 투자자들이 절세 혜택을 감안해 본인의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에 S&P500과 나스닥100 ETF를 대거 편입한 덕이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도 유언장에 “내가 죽거든 재산의 90%는 미국 S&P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는 미국 국채에 투자하라”는 유언을 남긴 바 있다. 이는 주식에 대해 잘 모르는 배우자를 위한 포트폴리오다. 그만큼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S&P500 지수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연금자산 장기투자...변동성 견딜까? 그런데 평범한 직장인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주식시장에서 25~30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게 가능할까. 최근 몇 년간은 워낙 증시가 호황이라 많은 직장인들이 미국주식 장기 투자에 확신을 보인다. 하지만 시계바늘을 25년 전으로 돌려보면 주식 장기 투자가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주식투자 수익률은 기준점이 어느 연도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IT 버블의 정점인 2000년도를 투자 시작점으로 가정해서 25년간의 수익률을 계산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000년의 IT 버블 붕괴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이전의 나스닥 지수 폭등부터 살펴봐야 한다. 나스닥 지수는 1998년 10월의 1344포인트를 바닥으로 2000년 3월의 5133포인트까지 불과 17개월 만에 4배 가까이 폭등했다. 문제는 이 당시의 주가 상승은 정말 비이성적이었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신경제’라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면서 회사 이름에 ‘닷컴’만 포함됐으면 사업성에 상관없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미친 듯이 폭등했던 대버블의 시대였다. 그 이후 갑작스러운 IT버블 붕괴로 촉발된 주가 하락은 2000년 3월부터 시작돼 무려 31개월간 진행됐다. 심지어 이 하락 기간에 9.11 테러까지 터졌다. 증시의 숨통이 끊어질 듯한 복합 위기 상황이었다. 나스닥 지수는 이때부터 2000년 -39%, 2001년 -21%, 2002년 -32%로 3년 연속 폭락했다. 미국 S&P500 지수 역시 2000년 -10%, 2001년 -13%, 2002년 -23%로 3년 연속 약세를 보였다. 최고점 대비 지수 하락률은 더 극적이다. 이 당시 S&P500 지수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50%였다. 나스닥 지수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무려 -78%다. 한국증시도 심각했다. 2000년 한 해에만 한국 코스피 지수는 -51%, 코스닥 지수는 -79% 대폭락했다. 이후 주가는 잠시 회복됐지만 2000년대 후반기에 다시 시련의 시기가 찾아왔다.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S&P500 지수의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단 1년 만에 -58%, 나스닥 지수는 -55%를 기록했다. 만약 2000년 초에 나스닥 지수 4069포인트로 투자를 시작했다면 9년이 지난 2008년 말까지도 1577포인트에 머무르는 끔찍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평범한 직장인 중에 9년 누적수익률 -60%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퇴직연금을 통한 주식 장기 투자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다. 미국주식 불패 신화는 2009년부터 시작 미국주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체질이 확 바뀌었다. 2009년 한 해 동안 S&P500 지수는 23%, 나스닥 지수는 44% 대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2017년 말까지 9년간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소폭이라도 마이너스를 보인 해는 각각 한 해에 불과했다. 그 한 해마저도 S&P500 지수는 -1%, 나스닥 지수는 -2%의 미미한 하락을 보였을 뿐이다. 이 9년간 S&P500 지수의 누적수익률은 196%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 누적수익률은 338%다. 같은 기간 한국 코스피 지수의 누적수익률은 199%, 코스닥 지수 누적수익률은 140%에 달한다. 본격적인 주식투자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미국주식 25년 장기 수익률은 최소 300%?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 9개월간 미국 증시에는 두 차례의 큰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 변화는 코로나19 전염병의 확산으로 2020년 1분기의 일시적인 주가 대폭락이다. 하지만 이후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에 힘입어 주가는 오히려 급등세를 이어 갔다. @img4 두 번째 변화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2022년에 발생한 증시 조정이다. 2022년에 S&P500 지수는 -19%, 나스닥 지수는 -34% 폭락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50% 이상 대폭락과 비교하면 양호한 조정이다. 이후 2023년과 2024년에는 다시 전 고점을 돌파하며 새로운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정리해 보면 2000년 IT버블 당시의 최고점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더라도 지난 25년간 미국 S&P500 지수의 누적수익률은 무려 288%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한때 -70% 이상 폭락했음에도 25년 누적수익률은 345%다. S&P500 지수 수익률을 능가한다. 가장 고점이었던 2000년도가 아니라 더 낮은 지수대에 미국주식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결이 좀 다르다. 한국 코스피 지수의 25년 누적 수익률은 149%로 그나마 양호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수익률은 -71%로 심각하게 부진하다. 이는 2000년의 IT버블 당시 코스닥 지수가 워낙 비이성적으로 폭등했던 영향이 크다. 어쨌든 한국주식에 장기 투자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설명되는 데이터다. 고평가 논란 미국 증시...계속 투자해도 될까?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지난 25년간 달러/원 환율은 대체로 1000원에서 1400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현재 환율 1400원 레벨에서는 상당한 환차익이 발생 중이다. 지금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본인의 퇴직연금 계좌에 한국주식 대신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ETF를 집중 편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시 고점 논란이 한창이다. 미국 지수가 신고점을 경신한 만큼 언제 조정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과거 사례에서 봐 왔듯이 미국 시장이 유망해도 진입시기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점 논란이 고민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존 보유자보다 신규 진입을 고려 중인 직장인들의 고민이 더 크다. 일단 1400원의 고환율부터 문제다. 또 사상 최고가를 기록 중인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ETF를 선뜻 퇴직연금 계좌에 편입하기에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권하는 건 적립식 투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가 인기 있는 건 고배당,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미국에 몰려 있는 강력한 인공지능 기업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장기적인 달러 강세 전망 등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반면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며 “만약 현재의 미국 주가지수가 부담스럽다면 적립식 투자를 통해 투자시기를 분산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며 미국주식 ETF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10~20년 뒤에는 퇴직연금으로 ‘연금 자산 10억 만들기’에 성공한 직장인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을까.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한국 은퇴 예정자들의 미래가 미국 증시에 달려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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