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ANDA 뉴스 | 월간 ANDA | 안다쇼핑 | 中文 | 뉴스핌통신 PLUS
회원가입로그인정기구독신청

뒤늦게 베일 밖으로 나온 미제사건 사연 알아보니...

2019년 11월호

뒤늦게 베일 밖으로 나온 미제사건 사연 알아보니...

2019년 11월호

화성연쇄살인사건 계기로 미제사건 국민 관심↑
경찰 ‘개구리소년’, ‘이형호 군 유괴사건’ 수사도 박차
경찰, 미제사건에 첨단 과학수사 기법 총동원

| 임성봉 기자 imbong@newspim.com


30년 넘게 미궁에 빠졌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베일을 벗으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경찰은 이를 계기로 다른 장기미제사건 해결에도 수사력을 집중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DNA 감정과 프로파일링 등 첨단 과학수사의 최근 활약을 지켜본 국민의 기대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지난 9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장기미제의 상징 ‘화성연쇄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경찰의 수사망에 걸린 건 지난 8월쯤. 경찰은 9월 18일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춘재를 진범으로 특정할 만한 주요 단서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경찰은 화성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과 광역수사대, 피해자보호팀, 진술분석팀, 법률검토팀, 외부전문가 자문 등 59명으로 수사본부를 편성해 유력 용의자를 추적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증거물들을 다시 검증하던 중 한 피해자의 옷가지에 남아 있는 제3 유전자(DNA)를 채취해 전과자 등과 대조한 결과 이춘재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경찰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심리분석요원)가 이 증거물을 바탕으로 이춘재를 9차례 면담하면서 회유·압박한 끝에 ‘화성사건 9건 외에 5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춘재는 당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최근 실토했다. 경찰은 현재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과 사실관계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화성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에 걸쳐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 일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이다. 총 10명의 여성이 살해됐는데, 이 중 8차 사건의 범인만 잡히고 나머지 9건은 미제 살인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1986년 9월 15일 태안읍 안녕리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20분쯤 딸의 집에서 자고 나오던 A(71) 씨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하의가 벗겨진 상태였고, 시신에는 손으로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총 10명의 피해자가 나왔지만 경찰은 용의자의 꼬리조차 잡지 못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과거 범인이 살인 현장에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와 6가닥의 머리카락을 확보했으나 과학적으로 분석할 인력과 장비가 없어 실체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경찰은 당시 사건 해결을 위해 200만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용의자와 참고인 등 2만1280명을 조사했다. 지문 대조를 한 용의자만 4만116명이고, 모발 감정을 한 용의자는 180명이었다.

이 사건에서 용의자로 몰린 4명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거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또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 4명은 일선에서 물러난 뒤 얼마 되지 않아 과도한 스트레스로 숨져 충격을 줬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몽타주.


남은 장기미제사건은?

국내 3대 장기미제사건으로는 화성연쇄살인을 포함해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이형호 군 유괴살인’이 꼽힌다.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에 살던 5명의 초등학생이 도롱뇽 알을 수집하러 갔다가 실종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경찰과 군인, 민간 등 32만여 명을 투입해 산악, 저수지 등을 694차례 수색했으나 끝내 이들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수배 전단만 810만장이 전국에 배포되고 TV에서도 관련 내용을 90여 차례 방영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실종 아이들은 사건 발생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26일 대구 성산초등학교 신축공사장 뒤쪽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경찰은 유골을 감식·부검한 결과, 두개골이 손상된 점 등에 미뤄 이들이 타살된 것으로 보고 용의자 관련 제보 1500여 건을 수사했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하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9월 경찰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이 사건 현장을 찾아 “개구리 사건에 남겨진 유류품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면밀하게 재검토하겠다”며 재수사를 공식화했다. 경찰은 수사 주체를 대구 성서경찰서 전담팀에서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으로 전환하고 주요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사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온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이형호 군 살인사건도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1991년 1월 29일 발생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이형호 군이 오후 8시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저녁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날 밤 용의자가 전화를 걸어오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서울 말씨의 30대 남성이 이군의 집에 협박전화를 걸어왔고 44일간 60여 차례에 걸쳐 협박은 계속됐다. 용의자는 돈을 보낼 장소 등을 알려주며 치밀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1991년 3월 13일 한강공원 잠실지구 인근 터널(일명 토끼굴) 옆 배수로에서 이형호 군의 시신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이군의 위에 남아 있는 음식물이 당일 친구 집에서 먹은 음식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망 시점은 유괴 직후로 추정됐다. 용의자는 유괴 당일 이미 이군을 살해하고 44일간 가족과 경찰을 농락한 것이다. 이형호 군 살인사건은 28년이 흐른 지금까지 미궁에 빠져 있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월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장기미제 ‘끝까지 잡는다’

화성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제공한 건 경찰의 첨단 과학수사였다. DNA 감정 기법의 발달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프로파일러의 활약에 경찰은 물론 국민도 장기미제사건 해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DNA 수사기법은 담배꽁초에 묻은 침부터 머리카락, 혈흔만으로도 DNA를 채취할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현재는 1ng(나노그램)의 DNA를 증폭해 감정하는 기법이 쓰이고 있는데, 이는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현장에 남아 있는 극미량의 흔적만으로도 피해자와 용의자의 DNA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검경 등 수사기관이 2010년부터 구속 피의자, 수형인, 범죄 현장 DNA 증거 등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면서 DNA 대조는 핵심 수사기법으로 떠올랐다.

2003년 광주광역시에서 총 10회에 걸쳐 여성들을 성폭행한 사건은 DNA 수사로 해결된 대표적인 사례다. 사건 당시 피해자 신체 등에서 남성의 체액이 검출됐으나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른 남성들의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 사건은 10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잡지 못하면서 미궁으로 빠졌다.

그런데 2010년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DNA를 DB와 대조한 결과 한 성범죄자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이를 토대로 추궁해 피의자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 자칫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이 경찰의 DNA 과학수사로 빛을 본 것이다.

굵직한 연쇄살인사건마다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낸 프로파일러 역시 장기미제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력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여성 10명을 살해해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강호순 사건’이다. 2009년 검거된 강호순은 검거 당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챈 강호순은 “증거를 가져오라”며 버텼다. 하지만 프로파일러가 전격 투입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프로파일러의 노력 끝에 라포르(rapport, 상호신뢰관계)가 형성되자 그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 별안간 프로파일러를 불러 달라고 요청한 그는 5건의 살인사건을 자백했다. 강호순의 의도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추후에 밝혀졌으나 자백 내용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담당 프로파일러는 이를 역이용해 심리전을 벌여 강호순의 여죄까지 밝혀내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강호순을 움직인 프로파일러가 바로 공은경(40·여) 경위다. 공 경위는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팀에 합류해 다른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이춘재가 범행을 실토하도록 했다.

프로파일러는 이론적으로 사건의 단서를 통해 용의자의 성향부터 연령·성별·콤플렉스까지 추론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 방향이 결정되거나 용의자의 범위를 크게 좁힐 수 있다. 프로파일러는 사건 현장의 단서를 토대로 용의자의 예상 도주경로·은신처를 밝혀내기도 한다.

국내에는 2000년 서울지방경찰청이 형사과 과학수사계에 범죄행동분석팀을 설치하면서부터 프로파일러가 처음 활동을 개시했다. 현재는 경찰청에 3명,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1~2명씩 배치돼 총 35명의 프로파일러가 포진해 있다.

이처럼 경찰이 장기미제사건 수사에 총력을 다하면서 늦게나마 진실 규명이 이뤄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호 : (주)뉴스핌 | 사업자등록 : 104-81-81003 | 발행인 : 민병복 | 편집인 : 민병복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미원빌딩 9층 (여의도동) 뉴스핌 | 편집국 : 02-761-4409 | Fax: 02-761-4406 | 잡지사업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478 | 등록일자 : 2016.04.19
COPYRIGHT © NEWSPIM CO., LTD. ALL RIGHTS RESERVED.
© NEWSPIM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