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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찬스’로 대학 간다 특권층으로 기울어진 대한민국 학교운동장

2019년 11월호

‘부모 찬스’로 대학 간다 특권층으로 기울어진 대한민국 학교운동장

2019년 11월호

조국 사태로 대입 공정성 재점화, 대대적 개선 요구
특권층 전형으로 전락한 ‘깜깜이’ 학종부터 바꿔야
문제는 교육 신뢰도, 믿음 회복할 공론화 과정 필요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10월 중순 사퇴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은 2010년 고려대에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합격했다. 해당 전형은 수능점수 없이 어학능력과 학생생활기록부 등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합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2008년 단국대 인턴십 논문 제1 저자 등재,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등이 부모의 우월적 지위로 특혜 또는 조작됐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조 장관은 이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딸은 2008년 연세대에 ‘글로벌인재전형’으로 합격했다. 해당 전형은 수능점수 없이 어학능력과 기타 ‘스펙’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합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되는, 2007년 딸이 직접 출간한 책에는 당시 인도 대통령인 알둘 칼람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이 장관은 자신의 도움으로 추천사를 받았다는 의혹을 인정하면서도 책 한 권이 입학을 결정할 만큼 우리나라 대입제도가 허술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오직 ‘명문대 입학’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국내 교육 현장이 특권층 자녀들과 연관된 부정, 특혜 입학 논란으로 다시 한 번 추락하고 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대물림’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교육마저 무너졌다는 허탈감이 국민들의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른바 ‘조국 사태’로 촉발된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혜 의혹의 핵심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대수술뿐 아니라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국민과의 소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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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前 법무부 장관.

4명 중 1명 ‘깜깜이 입학’, ‘기회의 공정’ 실종

대입 특혜 논란의 중심에는 ‘학종’이 있다. 학종은 생활기록부를 통한 교과성적과 비교과 영역(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독서, 수상실적, 교과 세부능력 사항 등), 자기소개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학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전형이다.

앞선 두 장관의 자녀가 대학에 입학한 방식은 모두 현재 학종이라 불리는 특별전형의 과거 형태다. 2004년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제시한 이 정책은 2008학년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란 이름으로 처음 시행됐으며, 2015학년도부터 학종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종의 가장 큰 문제는 객관적인 점수(등급) 산출이 가능한 내신이나 수능과 달리 평가기준이 주관적임에도 정작 평가결과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전형’이라는 점이다.

특권층 부모의 도움을 받은 스펙 한 줄이 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은 “아니다”라는 해명 한 줄이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는 객관적 평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으로, 학종 개선이 대입제도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이유기도 하다.

도입 초기부터 이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받아 왔음에도 학종의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학종으로 바뀐 2015학년도 이후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대입정원은 37만9000명에서 34만7000명으로 3만명 이상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학종은 5만9000명에서 8만5000명으로 2만5000명 이상 증가했다. 전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6%에서 24.5%로 약 1.5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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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수능 중심의 정시가 ‘문제풀이’ 교육에 함몰됐다는 비판에 따라 급속히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시 비중은 2015학년도에는 13만5000명, 35.5%에 달했지만 2020학년도에서는 7만9000명, 22.7%까지 감소했다. 정시의 빈자리를 학종이 채우고 있지만 그 학종마저 불공정한 대입제도의 ‘원흉’으로 지적받고 있다는 게 현 교육 시스템의 딜레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대입 특혜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목고·자사고 등 특정 학교 출신이 많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13개 대학에 대한 실태 조사에 돌입했다. 교사와 학생, 전문가 등이 참여한 미래교육위원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올해 11월까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대입제도 개선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한계와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 신뢰도 회복 시급, 공론화 통한 제도개선을

학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정성과 신뢰도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사교육‧공교육 유불리를 떠나서 학종의 비율 조정뿐만 아니라 존재 여부까지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며 “데이터를 제출하지 말라고 한다면 학종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학종은 잠재성을 갖고 있는 아이를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면적으론 공정성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공정함이 사라지는 속에 불공평함이 새롭게 자라고 있는 셈”이라며 “졸업정원제, 입학정원제 등 해외 대입 시스템과 다른데도 학종을 절대선으로 기준 잡고선 무리하게 이식했다. 폐단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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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이처럼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개선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입의 1/4을 차지하는 학종을 대책 없이 없앨 경우 교육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대안은 학종을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전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학종에는 공정이란 가치가 이미 사라졌다. 공정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인데 학종은 학교와 교사, 학부모, 사교육이 개입해 만든 결과물이다. 공정을 위해 만든 전형이 불공정의 대표가 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종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로 한정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 학종은 기본적으로 대입 전형 정보를 많이 정확하게 수집한 부모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상류층, 특권층 자녀들이 명문대에 많이 진학하는 이유다. 폐지가 어렵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형으로 바꿔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학종을 개선하면 기울어진 학교 운동장은 바로잡힐 수 있을까. 업계 중론은 학종 개선은 시작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지 못하면 같은 논란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정시 확대는 명백히 반대한다. 학종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정시를 늘리는 건 문제풀이 교육으로 되돌아가자는 소리다. 지금 국민이 분노하는 건 학종이 아니라 교육 전반에서 계층 대물림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자료에 따르면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반영되는 건 논술과 수능이다. 학종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바가 분명히 있다. 학종으로 학생을 뽑는 대학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개선을 통해 학종의 공정성을 키우는 것이 전반적인 대입제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도 개선에 대한 방법론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모든 주장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신뢰 회복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제도만 손보려 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에 걸맞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 교육인 그리고 나아가 국민 모두와의 소통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조국 사태 이후 대입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교육의 가치로 떠올랐다. 따라서 대입제도 개편은 공신력과 신뢰도 확보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 없이 제도만 바꾼다면 혼란은 더 커진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부가 교육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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