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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시장 규모 작은 ‘8K’보다 ‘OLED’ 집중

2019년 11월호

LG전자, 시장 규모 작은 ‘8K’보다 ‘OLED’ 집중

2019년 11월호

이례적인 경쟁사 공격...‘인화’ 버리고 ‘진격’으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인 ‘OLED’ 기살리기
차기 TV전략은 롤러블 TV 등 폼팩터 혁신


| 나은경 기자 nanana@newspim.com


“지금은 콘텐츠도 별로 없으니 8K TV보다 4K TV 사는 게 나아요.”

지난 10월 첫째 주말, 8K TV를 보기 위해 들른 쇼핑몰에서 LG전자 매장 직원이 한 말이다. LG전자 매장 중앙에는 8K가 아닌 4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놓여 있었다. 며칠 뒤 찾은 다른 가전양판점에도 LG전자의 8K TV는 없었다. 손님인 듯 전시 계획을 물었다. 직원은 “LG 8K TV는 안 들어 올 것 같다”며 “8K OLED TV는 너무 비싸서 솔직히 그 재고를 떠안으면서 들여오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매장 한복판엔 삼성전자의 8K TV 2대가 위아래로 전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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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쇼핑몰의 가전양판점 한가운데에 LG OLED 4K TV(왼쪽)와 삼성 QLED 8K TV(오른쪽)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8K TV ‘비추’하는 LG전자의 속내

미디어에선 LG전자와 삼성전자가 8K TV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소리 높인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접하는 유통점에선 삼성전자만 8K TV 시장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LG전자는 ‘8K’라는 해상도 기준의 새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OLED에 집중하는 TV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LG전자가 이제 막 8K TV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 7월 나노셀 8K TV와 OLED 8K TV를 첫 출시한 LG전자는 8K 전시매장을 늘려가는 중이다. 출시와 함께 신세계백화점 센텀, 베스트샵 강남본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5곳을 비롯해 현재 20곳 이상으로 체험 매장을 확대했다. 곧 출시 1년을 맞는 삼성전자의 QLED 8K TV가 55인치부터 98인치의 라인업을 구축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글로벌 시장에서 8K TV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국내 백화점과 직영점엔 100%, 하이마트와 같은 가전양판점엔 절반 이상 전시용 8K TV를 갖추고 있다.

LG전자가 출고가 5000만원인 OLED 8K TV에 힘쓰기보다 OLED 4K TV로 실속을 챙기려는 것도 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8K TV는 아직 시장이 작아 LG전자가 4K OLED TV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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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와 다툼도 불사하는 ‘OLED 기 살리기’

LG전자의 공격 개시일은 지난 9월 8일이었다. 국내 지상파 방송으로 ‘LG OLED TV 바로알기’ 광고를 일제히 내보냈다. 동시에 독일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의 QLED TV는 8K가 아니라 4K”라며 공세를 펼쳤다. 광고를 통해 LG전자는 올레드 TV의 기술력을 집중 부각했다. A, B, F, U, Q, K, S, T로 앞 글자가 다른 LED TV도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이고,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나는 유일한 TV는 OLED TV라고 설명했다. 이례적인 저격이 워낙 직접적이어서 업계 관계자들은 “이게 진짜 TV에 방송됐느냐”며 놀라기도 했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를 공격한 속내는 OLED TV의 성능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LG전자는 OLED가 아닌 나노셀 8K TV와 QLED 8K TV를 경쟁 구도에 두고 비방전을 펼쳤다. 이는 자사의 OLED TV를 액정표시장치(LCD) TV 계열인 두 제품군보다 우위에 두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실제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4K TV 제품군에서는 원래 나노셀보다 OLED 판매량이 더 많았지만 TV 광고 후 OLED 4K TV 판매량이 더 늘었다”고 귀띔했다.

LG전자의 행보는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한 OLED ‘기 살리기’ 전략으로 보인다. 8K TV 시장에서는 LG가 후발주자이고 가격경쟁력도 약하다. 동시에 8K 시장은 아직 작아 적자를 감수하고 공격적 프로모션을 하기 어려우니 미디어를 통해 ‘인식을 바꾸는’ 플레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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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TV와 차원이 다른’ OLED TV 광고 주요 장면. [자료=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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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독일 메세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LG전자는 자사의 ‘나노셀 8K TV’가 ‘진짜(Real) 8K’라고 주장했다. [사진=나은경 기자]


실속 없는 ‘인화’ 버리고 ‘진격의 LG’로 거듭나

이런 과정은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박수를 받겠지만 재계 인사들에겐 낯설다. LG그룹의 이미지는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보수적이며 온순하고 착한 것이었다. 일각에선 LG그룹이 실속 없는 ‘인화’를 버리고 ‘진격의 LG’로 거듭난 것 아니냐고 얘기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QLED TV가 눈에 띄게 성장하는 동안 OLED TV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다. OLED TV는 지난해까지 총판매량에선 뒤처져도 판매금액에서는 QLED TV에 앞섰다. 이에 ‘명분은 삼성, 실리는 LG’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 1분기부터 판도가 달라졌다. QLED TV는 18억7000만달러(약 2조2309억원), OLED TV는 13억6500만달러(약 1조6284억원)어치가 팔렸다. 전체 글로벌 TV 시장에선 지난 2분기 삼성전자와의 매출액 기준 점유율 차이가 1.8배까지 확대됐다. 이런 상황이 LG를 진격으로 내몰았다는 얘기다.

당분간 LG전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OLED 알리기’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LG전자가 개최한 ‘8K 및 OLED 기술설명회’ 당시 이정석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상무)은 “삼성 QLED 8K TV는 실제론 4K 수준이며 ‘QLED’라는 이름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에 ‘양자점성능향상필름(QDEF, Quantumdot Enhancement Film)-LCD’라고 불러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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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 9월 17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8K 및 OLED 기술설명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QLED 8K TV(왼쪽)와 자사의 OLED 4K TV(오른쪽)의 화질을 비교하고 있다. 동일 화면을 재생했지만 왼쪽 화면은 명암비가 낮아 빛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LG전자]


LG 차기 TV전략은 ‘폼팩터’ 혁신 될 듯

지난 10월 10일 삼성디스플레이는 약 13조원을 투자해 충남 아산 탕정사업장의 기존 LCD 라인을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 프리미엄 TV 전략으로 마이크로LED와 QLED 투 트랙 전략을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발표로 향후 TV 시장에서 양사의 경쟁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당장 LG 쪽에선 기쁜 내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양재훈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투자 계획이) 자사의 OLED 전략이 옳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QLED보다 앞선 차세대 기술로서 OLED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발표와 동시에 삼성은 앞으로 LG OLED TV와의 공방에서 디스플레이에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 현상을 언급하기 어렵게 됐다. 유기물로 만들어지는 QD-OLED TV 역시 번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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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의 발표로 LG전자에도 막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삼성이 밝힌 패널 양산 시점인 2021년이 오기 전, OLED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앞선 기술력을 보여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앞으로 3~4년간 무기물인 양자점(퀀텀닷)이 스스로 빛을 내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D-LED)와 같이 새로운 디스플레이 장치가 나오기보다 이미 나온 OLED나 마이크로LED의 물리적 형체, 즉 폼팩터(Form-factor) 쪽에서의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LG가 QDEF-LCD를 만들지 않고 나노셀LCD를 만들 듯 양사의 경쟁구도상 LG전자가 삼성전자의 특징인 퀀텀닷을 이용해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만들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LG 연구소에서는 퀀텀닷 관련 기술은 크게 다루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는 롤러블 디스플레이처럼 폼팩터를 다양화하고 세부적으로는 OLED의 공통 문제인 번인을 경쟁사보다 더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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