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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디커플링 선언’ 중국경제 제3의 길 모색 나선다

2019년 10월호

‘미국과 디커플링 선언’ 중국경제 제3의 길 모색 나선다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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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강(樊綱) 중국 국민경제연구소 소장
| 정리=정산호 중국전문기자 chung@newspim.com


중·미 간의 무역전쟁은 양국 무역 불균형이 해소됐다고 해서 단기에 종식될 성질의 갈등이 아니다. 미국은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도전에 위협을 느끼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무역전쟁을 도발했다. 따라서 중국은 장기적 전략하에 미국의 공격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하는 2018년에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오랜 기간 적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의 물건을 사지 않는다며 다방면으로 압박을 가해 왔다. 끝내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하지만 모든 게 실제와는 다르다. 미·중 무역 불균형은 미국 내부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무역 불균형 해소가 무역전쟁 종료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기술전쟁’, ‘경제전쟁’이다. 단기적인 해결은 어렵다.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은 중국이 제도를 점검하고 개혁에 나설 계기를 제공했다. 중국은 소비를 촉진하고 대외 개방을 확대해 가며 이번 전쟁을 수행할 것이다.

미·중 무역 불균형 원인과 무역전쟁의 본질

미·중 간 무역 불균형이 발생한 주요 원인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미국인의 저축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미국은 저축은 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소비, 투자를 집행한다. 재정적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정반대다. 너무 많이 저축하고 소비를 하지 않는다.

둘째로는 미국 달러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달러화는 국제무역의 기준통화로 매년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달러를 국제시장에 공급하기 위해선 미국이 외국으로부터 물건을 사들여야 한다. 원활한 국제거래 결제를 위해서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기타 국가의 무역흑자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된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면 기축통화로서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 dilemma)’라 부른다.

미국은 이러한 구조적 원인을 빼놓고 자신들의 ‘손해’만 강조한다. 또한 기축통화가 가지는 편리성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국제무역 시장에서 국가 간 거래를 진행할 때 자국 통화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 오직 달러가 있어야만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달러는 신용이자 담보물의 역할을 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세계적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한다. 이는 달러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자 결제수단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통화를 자국에서 발행하고 유통한다. 이런 장점이 있으면서도 미국은 오직 자기들이 ‘손해를 본다’고만 주장한다.

세 번째로 미국은 중국이 원하는 제품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논리보다는 외교 및 정치적 셈법이 크게 작용한다. 미국은 ‘수출 규제’를 통해 중국이 원하는 물건을 팔지 못하게 막았다. 바로 첨단 과학기술 제품이다.

비교우위 이론에 따르면 양국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무역을 진행한다면 양국의 무역수지는 균형을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거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서 얻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원하는 물건을 팔지 않았다. 미국은 첨단 과학설비나 중국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는 것을 팔지 않는다. 중국의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華爲)와 중흥통신(ZTE)에 가한 제재 또한 이러한 의미에서 접근하면 이해가 빠르다.

중국은 비교우위 이론에 근거해 많은 물건을 미국에 팔았지만, 미국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았다. 중국이 미국의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에 물건을 팔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미·중 간 무역적자 폭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에 무역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첨단 과학기술 제품이 아니라 콩, 돼지고기 등의 농산물을 사들이라고 종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농산물 수출은 농업국가나 경제 발전이 더딘 나라가 하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는 황당무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은 단순하게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사게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단순히 양국 간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기술과 경제 발전을 억누르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수출 규제, 기술 봉쇄, 부품 공급 중단은 무역전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 또한 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고 대비에 나서야 한다. 이번 무역전쟁은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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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 [사진=바이두]


무역전쟁의 영향과 중국의 전략

무역전쟁이 중국에 끼친 가장 큰 영향은 심리적인 위축이다. ‘세계 최대 강국이 중국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압박감은 중국 경제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한 요소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 활동은 위축됐고, 투자도 감소했다. 일부 제조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해외로 옮기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 거시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꼽히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투자, 특히 민간 투자 부문에 타격을 줬다. 투자자들은 투자 감각을 완전히 잃었다.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무엇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모두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는 최종적으로 미국과 중국 증시의 동시 부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많은 반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중국 또한 전체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중국의 대외 수출 가운데 미국이 차지한 비중은 17%로 유럽(14%)보다 조금 많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수출 비중인 50%보다 크게 낮다.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절대 많지 않으며, 유럽 및 기타 지역에 대한 수출을 늘리면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고 개혁에 나설 동력을 얻었다. 중국 경제가 가진 문제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국영기업은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민간기업 융자난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시장 개방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건설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중국은 이번 무역전쟁을 계기로 개혁을 심화하고 대외 개방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이를 위한 움직임은 벌써 시작됐다. 중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입박람회’를 열며 세계 각국 기업에 중국 시장의 문호를 개방했다. 또한 2020년까지 외국계 기관의 중국계 증권사 지분 취득 제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 통신, 철로 등 인프라 시설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완화안을 발표 및 시행에 나섰고 완화 범위는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중국의 소비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중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9732달러로 1만달러에 근접했다. 저소득층 소득도 많이 증가해 최근 6년간 평균 17~18%씩 올랐다. 이러한 소득 증대는 자연스레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융자 채널도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소비 패턴이 중국 사회에 등장했다. 이는 모두 내수경제를 뒷받침한다.

1980년대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내가 몸담았던 곳은 미국 국민경제연구국으로 거시경제 분야 연구에 있어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었다.

당시 이 연구소는 일본, 라틴아메리카, 한국의 거시경제를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았고, 중국은 그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당시 연구국장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중국의 대외무역 규모가 너무 작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40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미국이 위협을 느껴 무역전쟁을 일으킬 정도의 국가로 성장했다. 개혁개방이 거둔 놀라운 발전 덕분이다.

중국은 여전히 잠재력이 풍부하고 가능성이 많은 나라다. 나는 중국이 현재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주어진 상황에서 경제 각 주체가 최선을 다한다면 능히 미·중 무역전쟁을 이겨내고 끊임없이 도약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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