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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엔 중국이 미국 된다

2019년 10월호

10년 후엔 중국이 미국 된다

2019년 10월호

|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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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G2 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과 역글로벌화, 브렉시트 논란과 세계 경제 주도국들의 국제무역 규범 파기 등이 횡행하면서 세계 경제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에 짓눌리고 투자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 하강압력이 거세지면서 급기야 금리 인하 태풍이 2019년 지구촌을 강타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하 대열에 가담하면서 2019년 8월 현재 모두 30여 개국이 금리를 낮췄다. 글로벌 경제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증하는 움직임이다. 비록 너나없이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이번 불황은 워낙 낮은 금리 상황에서 닥친 것이어서 금리를 수단으로 한 경제 부양이 얼마나 효과를 낼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초에 3.5%로 전망했다가 최근 들어 3.2%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한국은행과 글로벌 주요 기관들의 성장 전망치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측면에서 중국 수요가 줄면서 관련국들의 경제에 본격적으로 주름살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에다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겹쳐 하반기 들어 한층 거센 경기 후퇴 압박을 받고 있다.

하반기 글로벌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중 양국이 10월 초 무역협상을 다시 열기로 한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 무역전쟁이 단순한 무역 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부상과 미국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G2 간 패권대결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협상의 결말을 낙관하기 힘들어 보인다. 혹여 일시적 타협에 이른다 해도 ‘전쟁’의 불씨가 단번에 사그라지지 않을 거란 얘기다.

중국증권 리쉰레이 애널리스트는 “2차대전 후 빠른 전후복구를 통해 G2 지위를 차지하고 미국 경제패권에 도전한 나라가 일본”이라면서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일본은 1990대 후반부터 ‘잃어버린 20년’에 빠져들었다”고 분석했다. 리쉰레이는 일본의 바통을 이은 나라가 바로 중국으로, 중국은 GDP 성장률 10% 내외의 고성장을 통해 영국, 독일, 일본 등을 차례로 따돌리고 미국이 두려워할 G2 대국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중국은 2009년을 전후로 일본을 대체하면서 빠른 속도로 세계 경제 성장의 주도국으로 떠올랐다. 그 시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경제가 쇠퇴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때였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로 신음하는 가운데 4조위안 규모의 부양책이 효과를 내면서 중국은 전 세계에서 나홀로 성장세를 이뤄냈다. 2009년에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출대국으로 도약했다.

이어 중국은 2010년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제조대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구매력 평가 기준 GDP에서 중국은 이미 지난 2009년에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국으로 떠올랐다. 세계 학자들은 향후 5~6년 미국 경제 평균 성장속도가 2.7% 이하에 머물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중국은 적어도 5% 이상의 성장은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는 미·중 경제 격차가 빠르게 축소된다는 얘기로, 자연히 미국의 초조감 역시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중국 경제도 큰 추세로 보면 2010년을 기점으로 이후 9년 연속 성장 증가율이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 즉 중국 경제의 효율 위주 체질 개선과 구조 전환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경제 침체가 심화한 데 따른 결과다. 인구 노령화도 중국의 지속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 경제까지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인도 경제가 앞으로 중국을 추월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인도는 실제 GDP 증가율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최고 성장률은 7%에 머물러, 두 자릿수 초고속 성장을 보였던 과거 중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경제 규모도 현재 중국의 25%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를 세 차례나 했지만 중국(6.3%)보다 낮은 5.4% 성장에 그쳤다.

최근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진다고 해도 향후 20년간 중국의 평균 성장률은 4.8%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같은 기간 미국은 2.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국은 각각 11년, 53년 뒤에 경제 규모와 1인당 GDP에서 미국을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전쟁으로 외국 기업의 중국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중국은 다른 논점을 펴고 있다. 글로벌 제조산업의 중심은 과거 유럽 지역에서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등으로 이동됐고,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에 외자가 몰리면서 글로벌 제조의 새로운 핵심 기지로 떠올랐다. 시대가 바뀌면서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다시 중국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다만 동남아로의 공장기지 이전은 보도와는 달리 실제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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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중국 이탈에 대해 중국 측 전문가들은 “중국 제조는 이미 기술의 구조적 결합과 시장지배력, 노동력과 인프라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는 동남아 등 다른 나라가 단기 내에 대체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최근에도 여전히 8% 안팎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대규모 공장 엑소더스가 시작됐다는 서방 언론의 보도가 다소 과장됐다는 주장이다.

무역전의 배경과 관련, 중국의 많은 학자는 “중·저소득 백인들의 절대적 지지 덕에 당선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빈부 격차와 일자리 감소, 수입 감소의 책임을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빈부차가 과도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속죄양으로 삼고, 미국 노동자들의 실업 배경도 결국 대중국 무역적자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논리를 펴고 있다.

중국 측이 볼 때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은 여전히 상호 보완성을 띠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 저임, 원가 경쟁력으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고,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작국가로서 현대화 농업 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 내 다국적 제조기업의 수출가공품과 미국이 생산 수출하는 저가의 농산품은 모두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 미·중 무역거래상의 수지는 흑자든 적자든 모두가 비교우위에 따른 합리적 선택의 결과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9월 19일 서울서 열린 ‘2019 뉴스핌 중국포럼’ 연사로 나선 중국 국민경제연구소 판강(樊刚) 소장은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전적으로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가진 특성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달러는 국제무역 기준통화로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선 미국이 해외에서 물건을 사들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미국의 무역적자와 상대국의 무역흑자 현상은 구조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이 무역적자 구조를 바꾸고 싶어도 기축통화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적자를 막기 위해 수입을 줄이고 달러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면 글로벌 경제 체제에 교란이 생긴다. 그렇다고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면 역시 기축통화인 달러의 신뢰와 교환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 dilemma)다. 판강 소장은 이런 트리핀의 딜레마 때문에 무역적자는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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