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ANDA 뉴스 | 월간 ANDA | 안다쇼핑 | 中文 | 뉴스핌통신 PLUS
회원가입로그인정기구독신청

‘혐한’으로 뒤덮이는 일본 언론

2019년 10월호

‘혐한’으로 뒤덮이는 일본 언론

2019년 10월호

日언론 뒤덮은 막말...“일본 남자도 한국 여자가 오면 폭행해야”
일본 방송, 한국 관련 보도 두 달 새 3시간→13시간으로 급증
“언론, 차별을 억제하는 역할 해야” 지적도

|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


상세기사 큰이미지
일본의 혐한 시위대.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한·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에서 ‘혐한(嫌韓)’을 부추기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엔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에서나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가 오갔고, 그나마도 일본의 일반 시민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주간지는 물론 주요 일간지나 공중파 방송까지 공공연하게 혐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일본 여론도 한국에 냉랭하기만 하다.

“일본 남자도 한국 여자가 오면 폭행해야 한다.”

지난 8월 27일 일본 CBC 테레비의 와이드쇼 ‘고고스마’는 한 출연자의 혐한 발언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날 이 방송은 서울에서 일어난 한국인 남성의 일본 여성 폭행 사건을 다뤘다. 출연자였던 다케다 구니히코(武田邦彦) 주부(中部)대학 교수는 “길거리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현지 남자가 폭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른 출연자들이 깜짝 놀라며 “말이 지나치다”, “폭력은 나쁘지만 ‘한국밖에 없다’는 말은 심하다”며 제지했지만, 생방송이었던 탓에 그의 발언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고고스마에 출연해 “일본 남자도 한국 여자가 오면 폭행해야 한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다케다(오른쪽) 교수.


앞서 다케다 교수는 화장품회사 DHC의 자회사인 DHC-TV에서도 “역사 문제가 있다고 방위 협력을 안 한다? 정신적으로 이상한 거고, 이상한 사람에겐 이상하다고 말할 필요 없다. 의사를 보내야지”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의 발언에 헤이트 스피치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고고스마 측은 방송 차원에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단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테레비 아사히(テレビ朝日) 계열의 방송 ‘와이드! 스크램블’에서도 출연한 평론가 구로가네 히로시(黒鉄ヒロシ)는 입장을 적는 패널에 한국과의 국교 단절을 뜻하는 ‘단한(断韓)’을 적어 논란이 됐다.

방송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27일 마이니치신문의 ‘나카하타 만노 센류(仲畑流万能川柳)’라는 코너에선 “태풍도 일본 탓이라고 말할 것 같은 한국”이라는 센류를 소개했다. 센류는 5·7·5 음절로 된 일본의 전통 시를 말한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내에서도 진보적인 언론으로 분류된다.

혐한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의 시를 게재한 데 대해 항의가 이어졌고, 마이니치신문 측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혐한을 부추길 의도는 없었지만, ‘혐한을 부추긴다’고 받아들이는 분이 계시다는 점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지난 9월 2일엔 일본의 유명 출판사 쇼가쿠칸(小学館) 계열의 주간지 ‘주간 포스트’가 “한국따위 필요 없어”라는 제목의 10페이지짜리 특집을 냈다. 이 특집에는 ‘혐한이 아니라 단한’, ‘위험한 이웃에게 안녕’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이 주간지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보고서를 근거로 한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는 병리’ ” 제목의 기사에서는 “한국인 10명 중 한 명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자 주간 포스트 측은 “배려가 부족했다”며 사과를 밝힌 상태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마이니치신문에 올라온 ‘나카하타 만노 센류’. [사진=마이니치신문]


두 달 새 韓 방송 보도 ‘2시간 53분→13시간 57분’

이런 분위기에 대해 고하리 스스무(小針進) 시즈오카현립대(静岡県立大) 교수는 “한국 정부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일본의 국민 감정에 불이 붙었다”며 “국가 대 국가에서 일본인 대 한국인의 구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속마음을 말하면 그걸로 됐다는 분위기가 인터넷에 만연해 있는데, 언론도 그 영향을 받아 뭐든지 말해도 된다는 식으로 가볍게 행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혐한’색은 점점 짙어지는데, 한국을 다루는 방송 시간은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점이다. 일본 니혼모니터 데이터에 따르면 방송 와이드 쇼에서 한국을 다루는 시간의 합계는 7월 첫째 주(1~7일)엔 2시간 53분이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시기다. 하지만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발표한 8월 넷째 주(19~25일)는 6시간 40분이었고, 다섯째 주(26~9월1일)에는 무려 13시간 57분으로 늘었다.

한국을 다루는 시간이 왜 늘어난 것일까. 한 민간 방송국 PD는 아사히신문 취재에 “한국을 다루면 시청률이 높아진다”며 “지금 모든 방송국이 한국 보도 일색인 건 시청자들이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예를 들어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조국의 부정 의혹 보도는 한류 드라마 같은 면이 있어 엔터테인먼트화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그가 밝히는 한국 관련 뉴스 소비층은 △엔터테인먼트로 즐기는 층 △원래 한국에 관심이 있는 층 △혐한 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방송국들이 노리는 대상은 시청률이 확실한 것으로 분석되는 혐한 층이다. 이 PD는 “모든 방송이 혐한을 부추기는 내용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에 냉정한 방송이 적다는 느낌이 든다”며 “냉정히 분석한 내용을 전달하면 ‘편향돼 있다’는 비판이 (방송국에) 온다”고 말했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지난 9월 2일 발매된 ‘주간 포스트’. 가운데 검은 글씨로 ‘한국따위 필요 없어(韓国なんて要らない)’라는 특집명이 적혀 있다. [사진=주간포스트])


“차별의식, 한번 불붙으면 수습 어려워”

혐한 분위기가 불붙기 시작하자 이전에는 발언을 조심하던 ‘급’ 있는 인사들도 한마디씩 보태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전 주한 일본대사를 지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8월 22일 TBS 와이드 쇼 ‘히루오비!’에 출연해 “문 대통령의 지지층은 과격파” 등의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7월 22일엔 ‘문재인이라는 재액’이라는 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미래 지향을 외치지만 반일에 앞장서는 혁명가”라며 “현실 직시 없이 편한 대로 해석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으며, 자신이 옳다고만 주장한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에 대해서도 “문재인이 한·일 양국이 고생해 마련한 위안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강조했다.

저널리스트인 아오키 오사무(青木理)는 이 같은 혐한적 분위기에 대해 “일본인의 마음속에 조선 차별 의식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주목을 받았던 2002년 북·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나 한국에 대해 “뭐든 말해도 된다”는 분위기가 생겼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비슷한 시기 일본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서 불안감이나 자신감의 상실을 느낀 일본인이 늘었다. 이후 ‘만화 혐한류’ 같은 혐한 서적이 등장했고, 헤이트 스피치를 내뱉는 ‘재특회’ 같은 단체가 생겨났다. 인터넷을 통해 극우의 주장이 점점 퍼져 나오면서 잠재돼 있던 차별 의식이 점점 밖으로 드러나게 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별은 한번 불붙으면 수습하기가 어렵다. 이것을 억제하는 건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상호 : (주)뉴스핌 | 사업자등록 : 104-81-81003 | 발행인 : 민병복 | 편집인 : 민병복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미원빌딩 9층 (여의도동) 뉴스핌 | 편집국 : 02-761-4409 | Fax: 02-761-4406 | 잡지사업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478 | 등록일자 : 2016.04.19
COPYRIGHT © NEWSPIM CO., LTD. ALL RIGHTS RESERVED.
© NEWSPIM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