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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서 발견된 남자 후쿠시마 원전의 입막음?

2019년 10월호

변기에서 발견된 남자 후쿠시마 원전의 입막음?

2019년 10월호

화장실 정화조 안에서 발견된 남성의 시신…촌장선거·복수 등 추측 난무
22년 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재주목…입막음 있었을까?


|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


1989년 2월 28일 후쿠시마(福島)현 다무라(田村)군 미야코지마(都路)촌. 조용한 산간마을인 이곳의 초등학교에서 사건은 일어났다.

이 학교의 여교사 A(23) 씨는 이날 오후 6시쯤 일을 정리하고 학교 옆 교직원 숙소로 돌아갔다. 볼일을 보기 위해 집 안 화장실에 들어간 그녀는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고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재래식 변기 안에 신발 같은 것이 놓여 있었던 것. 깜짝 놀라 집 밖 정화조로 달려간 그녀는 정화조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사람의 다리 같은 형상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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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지역 신문에 실린 그림. A 교사가 처음에 발견했던 신발은 시신의 머리에 놓여 있었다. 정화조 구멍은 다리 쪽에 있었다. [출처=후쿠시마민보])


A씨는 곧장 학교로 달려가 동료 교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학교의 신고를 받은 경찰과 마을 소방대원들도 급히 출동했다. 이들은 정화조 안에서 다리 같은 형상을 잡아당겨 꺼내려 했지만, 정화조 구멍의 지름이 36㎝ 정도에 불과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중장비를 동원해 정화조를 부순 뒤에야 시신을 꺼낼 수 있었다.

발견된 시신은 남성으로, 2월의 추운 날씨였지만 윗옷을 벗은 상태였다. 그는 벗은 윗옷을 가슴에 돌돌 말아쥐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신은 물로 두 차례 씻긴 후 의사의 검시를 받았다. 판정된 사인은 ‘동사 및 흉부순환장애’. 사후경직으로 추정한 사망 시각은 발견 이틀 전인 26일이었다. 시신은 무릎과 팔꿈치 부분에 긁힌 상처 외엔 별다른 외상이 없었고, 누군가와 다툰 흔적도 없었다. 추가 조사로 피해자의 신원도 드러났다. 교직원 숙소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마을에 사는 S(26) 씨였다.

경찰은 의사의 판정을 근거로 S씨가 A씨를 훔쳐보려고 정화조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얼어죽은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유가족과 마을 주민들은 이런 결론에 강력히 반발했다. 평소 그의 모습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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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잡지 ‘아에라’가 재구성한 그림. [출처=아에라]


사망한 S씨는 평소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으로 마을에서 평판도 좋았다. 직업은 원자력근무소에서 유지 보수 작업을 하는 회사의 경영주임이었다. 마을 청년회에서 레크리에이션을 담당할 정도로 인기도 높았다. 마을 촌장선거 때는 찬조연설을 부탁받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가 남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훔쳐보려고 정화조에 들어갔다는 결론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S씨와 A씨는 서로 아는 사이였다. A씨는 그 당시 쇼와덴노(昭和天皇·124대 일왕)의 국장 행사로 24일부터 27일까지 휴가를 얻어 본가에 돌아간 상태였다. S씨도 A씨가 본가로 돌아갔단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화장실을 훔쳐보겠다는 목적으로 정화조에 들어가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후쿠시마는 일본의 북부 지역이어서 2월이면 충분히 동사가 가능한 환경이었다. 단지 성적 욕구를 충족하려고 옷을 벗고 오물이 가득 찬 정화조에 들어간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또 사망자의 신발 한 짝은 정화조에서 발견됐지만(머리 위), 다른 한 짝은 S씨의 집 근처 제방에서 발견됐다.

S씨의 사망 전 행적도 의문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S씨의 행적은 24일부터 불분명하다. 그는 23일 아는 선배의 송별회에 참석해 24일 새벽 1시쯤 술집을 나섰다. 집에 돌아간 그는 오전 10시쯤 아버지에게 외출한다고 말한 뒤 실종됐다. S씨의 승용차는 교직원 숙소 근처 주차장에 열쇠가 꽂힌 채 발견됐다. 이를 근거로 S씨가 근방에 볼일이 있었거나 누군가를 만나려 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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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적 ‘도시전설과 범죄’에 실린 사진. S씨가 발견된 정화조를 유가족이 복원했다. 한쪽 구멍이 정화조, 다른 한쪽이 변기로 사용된 구멍이다. [사진=도시전설과 범죄]


과열된 촌장선거? 여교사 스토커에 의한 살해?

S씨의 의문사에 대해 마을에서는 촌장선거랑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S씨는 한 촌장 후보로부터 찬조연설을 부탁받았지만 나중에 거절했다. S씨는 당시 촌장선거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생각에 염증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로 인해 원한을 품은 관계자가 그를 살해한 게 아니냐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겨우 촌장선거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을 거란 지적도 많았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A씨와의 관련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다. S씨는 A씨의 애인과 원래부터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A씨는 평소에 의문의 장난전화에 시달렸는데, 그녀의 애인과 S씨가 이를 녹음해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 경찰은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S씨는 이때 A씨의 애인에게 장난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때문에 S씨가 장난전화를 건 사람에게 따지기 위해 찾아갔고, 궁지에 몰린 범인이 S씨를 살해한 뒤 자신의 죄를 덮어씌우려고 A씨 집 화장실 정화조에 쑤셔넣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처럼 계속되는 소문에 어느샌가 마을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S씨의 의문사를 입에 올리게 됐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약 한 달 만에 4000여 명의 주민이 재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을 모아 지역 경찰서에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성이 낮다고 판단해 수사를 다시 진행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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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탱크. [사진=로이터 뉴스핌]


20여 년 뒤 재조명...‘원자력발전소의 입막음’ 說

S 씨의 의문사는 그렇게 미제사건으로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면서 이 사건은 재조명을 받는다. S씨의 죽음이 원전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했듯 S씨는 후쿠시마 원전의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회사 직원이었다.

일각에서는 1989년 1월 6일 후쿠시마 제2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며, S씨가 여기에 관여돼 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재순환펌프의 부품이 깨져 파편 일부가 원자로 안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재순환펌프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 가동한 결과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원자로의 책임자는 도쿄전력 본사에 소환돼 책임을 추궁받은 뒤, 후쿠시마로 돌아오는 길에 투신 자살했다. 그는 원래 책임자가 아니고 책임자들이 휴가를 가는 바람에 대신 원자로를 담당했다고 한다. 사고가 나자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도 본사에 소환된 것이다. 투신 자살한 이 직원의 동료가 S씨였다. 원전을 반대하는 단체에서는 S씨가 투신 자살한 동료의 죽음을 파헤치다가 도쿄전력을 적으로 돌리게 됐고, 그로 인해 의문사를 당한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1996년, 후쿠시마 원전의 현장 감독을 맡았던 인물이 원전의 중대 결함을 폭로한 일이 있다. 당시 그는 발전소 측이 중대 결함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밝혔다. S씨는 이 인물이 폭로를 하기 7년 전에 사망했다. 이전에도 원전 측은 결함을 쉬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S씨가 결함을 폭로하려다가 의문사를 당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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