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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의혹에 대두된 '피의사실 공표' 논란

2019년 10월호

조국 의혹에 대두된 '피의사실 공표' 논란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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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여당,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서 검찰 견제 ‘무기’ 삼아
‘피의사실공표’는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 ‘뜨거운 감자’
해외도 인권-알 권리 가운데 균형감각 잡으려 노력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까도 까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의혹. 양파껍질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의혹이 줄을 잇고,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칼을 빼들었지만 임명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자신들에 대한 지휘 감독 권한이 있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임명 이전에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전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을 상대로 ‘이 죄(罪)’를 들어 경고장을 날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 죄’에 대해 “검찰의 아주 오래된 적폐”라고 단정했다. 청문회장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 생채기를 내기 위해 ‘이 죄’를 끊임없이 강조하며 조국에 대해 ‘결사옹위’에 나섰다. 검찰은 ‘이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여당과 검찰이 맞붙은 ‘이 죄’는 과연 무엇일까. ‘피의사실공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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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등의 의혹 사건을 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 뒤덮은 ‘피의사실공표’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세상이 요동쳤다. 그동안 ‘정의’를 부르짖으며 ‘개혁가’를 자처했던 조국은 딸의 입학비리 의혹과 10억원이 넘는 사모펀드 가입, 부친이 운영하던 웅동학원을 둘러싼 석연찮은 채권 채무 상속 등 논란에 ‘입정의’(입만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라는 비판을 받았다.

각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검찰이 전격 나섰다. 검찰은 조국의 딸 입시 의혹에 휩싸인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동양대, 사모펀드 연관 업체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펼쳐 증거 확보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중인 사안을 검찰이 언론 등에 흘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에 대해 ‘피의사실공표’를 들어 압박에 나섰다.

피의사실공표를 둘러싼 검찰과 여권의 갈등은 크게 4가지다. TV조선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집무실 컴퓨터에서 “대통령 주치의 선정에 (자신이) 깊은 역할을 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나왔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의 반격이 시초다.

검찰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수사팀이 압수수색 장소를 빠져나간 다음 부산대 직원이 문을 열어줘 기자가 촬영한 것이라고 했다. TV조선도 압수수색이 종료된 뒤 부산의료원 측의 허가를 받아 해당 사무실에 들어가 켜져 있는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해당 문건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또다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고교 시절 영어 성적이 문제가 되자 공세를 취했다. 검찰이 흘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번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여당 편을 들며 거들었다. 하지만 청문회 날인 9월 6일 서울시교육청은 한영외고 교직원이 유출한 것으로 확인해 발표했다. 검찰이 2승째를 거둔 것이다.

이후 청문회에서도 공세는 끊이지 않고 지속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2007년 장영표 단국대 교수에게 보낸 논문 초안 파일의 속성 정보에 문서 생성자와 마지막으로 저장한 사람이 ‘조국’으로 기록돼 있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도화선이 됐다. 이어 박지원 의원(무소속)이 공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컬러본 사진도 논란이 됐다. 하지만 박 의원이 검찰로부터 입수한 사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논문 초안 파일도 검찰이 강력 부인하면서 민주당의 작전은 머쓱한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야당과 검찰을 상대로 윽박지른 피의사실공표는 도대체 뭘까. 수사기관이 언론 등에 수사 중 사안을 알릴 경우 처벌하는 법 조항이다. 형법 제126조는 피의사실공표에 대해 이렇게 규정한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當)하여 지득(知得)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다시 말해 검찰이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법원에 기소하기 전에 이뤄지는 모든 사건 진행이나 내용 등을 흘릴 경우 해당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피의사실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직접 충돌한다. 사회를 뒤흔든 주요 범죄나 정권 차원의 대형 비리가 발생해 경찰과 검찰 등이 수사에 나서도 ‘피의사실공표’를 앞세우면 국민은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수사 과정을 공개한다면 곧바로 인권과 부딪힌다. 피의사실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와 인권의 충돌은 수사기관에도 고민이다. 대검찰청이 법조언론인클럽에 의뢰해 연구 분석한 정책연구(피의자의 인권과 알 권리의 조화 방안, 2007년 12월 28일, 연구자 정호원·이상호)에 따르면 재판이 열리기 전에 수사기관의 일방적 발표나 언론의 취재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면 사건의 결말에 대해 대중들이 미리 견해를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법관에게도 부당한 심리적 압박을 가해 공정한 재판을 해칠 수 있으며, 심리 결과가 사전에 보도된 내용과 다르면 법관에게는 강하게 형성된 여론을 뒤집는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연구서에 따르면 알 권리는 헌법에는 열거돼 있지 않지만,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제10조)를 최대한 발현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기본 전제로 인정돼야 할 권리라는 것(헌법 제10조와 제37조 제1항 근거)이 학계의 다수설이다.

알 권리로부터 정보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정치적 자유, 기타 청구권적 기본권이 도출되기 때문에 알 권리는 ‘국민’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국적에 관계없이 누릴 수 있는 포괄적인 권리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주류적인 헌법 해석이다.

법원에서는 알 권리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한다. 그러나 무조건 피의사실공표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해당 상황 등에 따라 법 적용을 엄격히 하면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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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공세를 벌이는 모습.


외국에서도 알 권리와 인권 사이 고민

연구서에 따르면 미국은 법무부의 미디어 매뉴얼에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사항들을 공표할 수는 있도록 했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언급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융통성은 있다. 많이 알려진 사건으로 법집행 당국이 적절한 조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또는 공공의 안전, 이익, 복지를 위해서 필요할 경우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하거나 확인해 줄 수 있다.

미국 법무부의 미디어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연방검찰은 법원의 별도 명령이 없는 한 언론의 적법한 취재 노력(사진 취재, 녹화 및 녹음, 범죄현장 촬영 및 중계)은 막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다.

일본도 피의사실공표와 알 권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법무부가 법조언론인클럽에 의뢰해 제출한 ‘외국 사례를 통해 본 수사 상황 공개의 기준과 한계’ 보고서(2007년, 연구자 김승일·최형두·배혜림)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범죄 보도를 둘러싸고 수사기관과 언론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는 한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부 피의자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보도하고 사생활 보도를 금지하는 등 인권 보호장치는 다양하게 마련해 놓고 있으나, 국민적 관심을 받는 중요 사건에서 보도지침이 유명무실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본은 형사법 체계에서 한국처럼 피의사실공표에 관한 조항은 없지만, 사법기자클럽과 검찰이 약속과 신뢰를 통해 인권과 피의사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영국도 피의자 혹은 피고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조항이 있다. 크게는 인권법, 작게는 1981년 제정된 모욕죄와 1980년 제정된 치안법원법을 통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언론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을 때 피고의 전과 등과 관련한 정보를 실어 보도할 수 없다. 재판 과정에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정보공개법으로 보장한다. 2005년 1월 발효된 영국 정보공개법은 개인의 정보 접근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보장한다. 언론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알 권리를 실현하고 있다. 다만 정보 제공에 있어 다양한 예외가 있다. 절대적일 수도 있고, 조건이 따르는 것도 있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알 권리에 방점을 찍는 경향이 뚜렷하다. 독일 검찰청은 보도를 통해 피의사실을 공개했을 경우에 대비한 제재 조항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검찰청이 보도 내용을 제한하는 일도, 엠바고를 어겼을 때 출입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일도 없다.

다만 실명 보도는 언론도 신중한 편이다. 피의자의 이름이나 나이, 사진 등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의 익명성에 대한 이익과 공공의 정보 이익 사이에서 독일의 판례는 사안의 중대성, 특별한 사정 등을 전제로 공공의 정보 이익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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