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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반중으로 갈린 홍콩 불안감 커지는 홍콩 비즈니스

2019년 10월호

친중 반중으로 갈린 홍콩 불안감 커지는 홍콩 비즈니스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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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세이퍼시픽 곤경, 민족주의 바람에 HSBC도 휘청
금융·관광 시장, 부동산 실물경제 전반에 피해 확산


| 강소영 중국전문기자 jsy@newspim.com


“20년간 몸담았던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을 떠납니다. 이별은 항상 애석합니다. 1999년 파일럿 프로그램에 합격해 온 가족이 기뻐했던 일, 첫 비행에 나섰던 설렘, 차곡차곡 쌓여가는 파일럿 경력, 길고 긴 ‘비행’의 여정에서 만난 인생의 반려자. 비행을 사랑하고 자유를 사랑하는 저는 지난 20년간의 매 순간이 매우 아름답게 기억됩니다.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해준 회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국 민항국의 손이 홍콩에까지 뻗쳤고, 홍콩 항공사에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백색테러입니다. ‘정치적 재판’으로 일선의 직원부터 CEO까지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송환법 반대 운동에서 많은 학생이 다치고 배고픔에 시달렸고, 백발의 노인들이 최루탄에 맞서며 시위대 선봉에 나섰습니다. 누군가는 연행됐고, 누군가는 미래를 잃었으며, 누군가는 다시는 앞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심지어 목숨을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이들 투쟁가와 비교하면 일자리를 잃고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창공을 나는 자유보다 홍콩인 여러분과 함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길 원합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 자유를 지켜 나갈 것입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여러분과 함께 견뎌 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세월 함께했던 우수하고 선량한 동료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신념을 지켜 나가시고 안녕하십시오.”


캐세이퍼시픽의 전 파일럿 탄원하오(譚文豪)가 지난 8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사직 공고문’을 요약 번역한 것이다. 격정적으로 시대를 개탄하는 그의 ‘사직 선언’은 홍콩 송환법 시위 사태가 전면적인 민주화 운동으로 번지고, 중국의 탄압이 홍콩의 기업 경영을 위협하고 개인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홍콩 시민들의 투쟁 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생존의 위기에 봉착한 기업들은 중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속속 ‘백기’를 들고 있다. 고위급 임원들이 줄줄이 책임을 지고 자리를 떠나고, 생존에 위협을 느낀 기업은 중국 정부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중국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자발적으로 홍콩 시위를 폭력으로 규정하고 중국 편에 서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홍콩 시민과 중국 정부의 대립으로 혼란에 빠진 홍콩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도 위태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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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에 가담했다가 회사를 반강제로 떠나게 된 캐세이퍼시픽 파일럿 탄원하오가 페이스북에 유감을 표명하며 앞으로도 홍콩 민주주의 사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사진=탄원하오 페이스북 캡처>


“중국 눈밖에 나면 캐세이퍼시픽 꼴 난다”

9월 4일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지만, 홍콩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 관철을 외치며 홍콩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홍콩 사태에 휘말린 기업의 고충도 여전하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한 날, 캐세이퍼시픽은 존 슬로사 회장 사임 소식을 전했다. 캐세이퍼시픽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연루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송환법 반대 시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영국계 자본이 투자된 기업들이다. 홍콩을 둘러싸고 영국과 중국이 외교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관련된 기업이 조금의 빌미를 제공해도 곧바로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홍콩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이 가장 대표적 사례다. 직원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 동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캐세이퍼시픽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7월 26일 홍콩 국제공항 마비 사태를 불러일으켰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캐세이퍼시픽 직원 상당수가 참여했다.

8월 9일 중국 민용항공국은 캐세이퍼시픽에 항공운항 안전을 이유로 시위 참여 직원의 중국 혹은 중국 영공을 경유하는 노선 탑승을 금지하도록 했다. ‘폭도’가 운항하는 비행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캐세이퍼시픽도 자체 징계에 나섰다. 시위에 참여해 문제를 일으킨 직원을 해고하거나 사직하도록 압박했다. 캐세이퍼시픽의 고위직 임원들도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캐세이퍼시픽은 8월 19일 행정총재와 상무총재 교체 소식을 알렸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발생한 사태로 캐세이퍼시픽의 명예와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혀 고위 임원 사퇴가 홍콩 시위 사태와 연관이 있음을 시사했다.

캐세이퍼시픽의 모회사인 영국 스와이어 그룹(Swire Group)도 중국 정부에 동조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캐세이퍼시픽은 70년 역사를 가진 홍콩 대표 항공사로, 스와이어 그룹이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30%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는 중국 국제항공사다.

캐세이퍼시픽이 중국 정부에 이토록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중국 취항 노선이 매우 많고, 미국과 유럽 취항 노선도 중국 영공을 경유해야 한다. 중국이 ‘하늘길’을 닫아버리면 캐세이퍼시픽은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국 금융그룹 HSBC도 홍콩 사태를 비껴가지 못했다. 8월 초 존 플린트(John Flint) HSBC 행정총재가 돌연 사임 소식을 전해 홍콩 금융가가 충격에 빠졌다. 27년간 HSBC에서 일했던 황비쥐안(黃碧娟) 대중화(大中華) 행정총재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갑작스러운 두 고위직 인사 이동이 ‘화웨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홍콩 사회는 추측하고 있다. 홍콩 시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이번 사태로 고취된 중국의 민족주의 분위기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HSBC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체포 사건으로 중국에 미운털이 박혀 있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지난해 캐나다에서 체포됐을 때, HSBC가 제공한 정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HSBC의 위기는 임원 교체에서 끝나지 않았다. 주식시장에서도 HSBC의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HSBC 주가 하락도 ‘베이징’발 압박의 일환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홍콩과 중국 사이에 끼여 난처한 상황에 놓인 기업도 있다. ‘포카리스웨트’로 유명한 일본 오츠카제약은 홍콩에서 ‘인심’을 얻은 후폭풍으로 중국 본토에서는 ‘보이콧’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7월 친중국 성향의 홍콩 최대 방송사 TVB에 포카리스웨트 등 일부 글로벌 기업 광고주들이 광고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후 홍콩에서는 포카리스웨트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역풍을 맞게 됐다. 오츠카제약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순수한 사업적 결정이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되자, 일부 다국적 기업은 자발적으로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를 비판하고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등 전략적 ‘줄 서기’에 나서고 있다. 고급 호텔 체인 만다린 오리엔탈 등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 자딘 매디슨(Jardine Matheson)은 홍콩의 폭력 시위를 비난하고, 홍콩 행정장관과 홍콩 경찰의 법치 회복을 지지한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일단 송환법 시위의 직간접 참여 ‘혐의’가 있는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압박과 함께 중국 본토 소비자로부터도 무자비한 ‘정치 재판’에 시달리게 된다. 홍콩 대형 화장품유통업쳬 사사(SaSa)는 창업자의 사위가 홍콩 시위 배후자라는 의혹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불매 운동에 직면하게 됐다.

정치적 리스크에 흔들리는 홍콩 경제

홍콩 정부는 송환법 공식 철회 이후 전 세계 각 언론에 홍콩의 안전과 매력을 홍보하는 광고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송환법 반대 시위로 급감한 관광객과 투자자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다. 송환법 반대 시위의 여파는 홍콩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주식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홍콩 정부는 올해 홍콩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3%에서 0~1%로 조정했다. 모간스탠리는 홍콩의 경제를 더욱 어둡게 전망했다. 최근 발표한 홍콩 경제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홍콩의 GDP 성장률이 1~-0.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하반기엔 지난해 하반기보다 1.1%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홍콩 시위 사태와 국제무역, 홍콩 은행 간 금리(HIBOR) 상승 등이 홍콩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홍콩 항셍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8.57%나 하락했다. 한때 2만5000포인트 아래로 밀려나기도 했다. 모간스탠리는 항셍지수가 2만4400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 악화의 악재까지 더해진다면 1만7630포인트로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모간스탠리는 올해 홍콩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홍콩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인 관광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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