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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금배지 노리는 겁없는 보좌관들

2019년 10월호

내년 금배지 노리는 겁없는 보좌관들

2019년 10월호

|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최근 인기를 모았던 JTBC 정치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하 보좌관)에서 장태준(이정재 분)은 금배지를 꿈꾸는 보좌관으로서 현실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면 실제 여의도에도 장태준 같은 이들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21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사표를 던지는 보좌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원보다 뛰어난 정무 감각으로 무장한 도전자도 적지 않다. 국회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형 인재’임을 내세우기도 한다. 현역 의원도 살아 돌아오기 힘든 지옥의 지역구 선거, 그 전쟁 같은 선거판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던진 이들을 월간ANDA가 만났다.

오상택 지옥의 지역구 선거에 도전하는 ‘이인영 키즈’

9년 동안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때만 해도 아내의 불평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 출마 얘기를 꺼냈을 때 아내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굳이 그 힘든 길을 가야 하느냐는 원망의 시선이 묻어났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비서관이었던 오상택(40) 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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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볼 때는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나 매한가지 정치인이다. 하지만 실상은 너무 다르다. 보좌관은 불안정한 지위라 하더라도 어찌 됐건 월급쟁이다. 밀려났다가도 실력이 있으면 결국 어느 의원실에서라도 영입 제안이 온다. 반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확률 낮은 도박이다. 어디 본인뿐인가. 보통 가족 전체가 휩쓸리기 마련이다. 동여의도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거 출마는 최고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투자다.

그래서일까. 의외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보좌관은 많지 않다. 4년마다 새로 선출되는 300명의 국회의원 중 직전 보좌관 출신은 한 명이 있을까 말까다. 오상택 전 비서관은 “신인이 시작하면 가족이 그 결심을 같이 해줘야 한다”며 “가족을 설득하는 것도 신인에게는 처음 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정 속에서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것이 신인들에게 어려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에 출마할 예정이다. 정당과 국회 활동 그리고 정치학 박사 공부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20년의 경험이 차기 국회의원 후보로서 갖춘 그만의 강점이다. 특히 국회의원을 보좌하며 쌓은 상임위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오 비서관은 “현안과 입법·예산·결산 등을 경험하며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몇 차례 선거를 치르며 쌓은 노하우와 정치 공간에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도 보좌진 출신 정치 신인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장철민 30대 수석보좌관 홍영표 방을 박차고 나오다

2012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으로 산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극한직업’이었다. 홍 의원이 간사를 맡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쌍용차·용역폭력 청문회가 열렸다. 이름만 들어도 골치 아픈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선도 있었던 해다. 홍 의원과 함께한 지난 7년 동안 장철민(37) 전 보좌관은 일복이 넘쳤다. 보통 의원실은 하나의 중소기업으로 비유된다. 국회의원 한 명이 ‘오너’라면 보좌진 9명은 그의 주문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다. ‘오너’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도 갈린다. ‘워커홀릭’ 홍영표 의원실은 늘 일을 만들어 내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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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일은 철민이가 다 하잖아.” 홍 의원은 들어온 지 2년도 안 된 정책비서를 비서관으로 승진시켰다. 다시 3년 후 보좌관으로 올렸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고속 승진이었다. 당시 장 보좌관의 나이는 35세였다. 지난해 5월 홍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며 생긴 2급 정책조정실장 자리도 그의 몫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대전 동구에 출마하는 장 전 보좌관에게는 드라마 ‘보좌관’의 주인공 장태준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장 전 보좌관은 “저와 스펙은 비슷하지만 캐릭터는 겹치지 않는다. 드라마처럼 자글자글한 술책을 써서 성과를 낸다면 저는 그날 잘린다(웃음). 큰 역할을 할수록 넉넉하게 품고 가며 일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계속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송재욱 국회 대표 ‘리스너’ 주민과 손잡는 의원 꿈꾼다

2011년 5월 한나라당 비주류인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당시 당내 주류인 친이재오계 안경률 의원을 꺾었다. ‘비주류의 반란이다’, ‘기적이 일어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국회 대표 리스너(Listener, 듣는 사람) 송재욱 보좌관(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당시를 자신의 선거 인생에서 최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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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보좌관은 자신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일화로 2011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 연설문을 꼽았다. 의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연설문이 필요했다. 밤늦도록 고민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송 보좌관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갔다. 당시 황우여 원내대표 후보가 내세운 ‘소통’이었다. 송 보좌관은 의원실에 모아놓은 의원 출판 책들을 펼쳤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의원들의 책 앞머리를 읽어보면 초선 때 가진 꿈들이 서술돼 있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꿈을 꾸고 도전하고 있으며, 지역구에서 어떻게 활동하겠다는 초심이 녹아 있다. 연설문에서 이들 의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관심 사항을 언급했다. 제목은 ‘I have a dream’으로 했다. 대히트였다”고 했다.

송 보좌관은 내년 21대 총선에서 경기도 구리시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구리시는 3선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지역구다. 송 보좌관은 윤 의원이 어려운 상대라는 것은 알지만, 정치 신인의 패기로 바닥에서 주민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강명구 선거 6번 ‘베테랑’ 영등포에서 승리를 그리다

강명구(43) 자유한국당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은 선거 베테랑이다. 2002년부터 정치권에 발을 들여 어언 18년 차, 지금까지 직접 뛴 선거만 대선·총선·지방선거를 포함해 총 6번이다. 초선 때부터 보좌하던 김용태 한국당 의원이 3선이 될 때까지 선거 승리를 이끌었고, 권영진 대구시장의 국회 입성에도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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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참모 역할을 하던 강명구 위원장이 이제 자신의 선거에 나선다. 강 위원장은 사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당 지지율보다 높은 투표율을 얻었지만 낙선했다. “그때도 나가면 떨어지는 게 보였지만 용기 있게 백의종군하기로 결심했어요. 출마는 인생을 걸어야 하거든요. 가족을 걸고, 전 재산을 걸고. 그래도 할 사람이 없잖아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나갔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욕심이 있어서라기보다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불쏘시개’가 필요해 출마를 결심했다. “보수를 살려 대한민국을 제대로 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문재인 포퓰리즘 좌파정권에 목소리를 낼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죠. 보수를 살릴 때예요, 지금은. 그래서 용기 있게 싸워야 할 때인 거죠. 누군가는 불쏘시개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영등포갑에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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