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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참여해야 전시는 완성된다

2019년 10월호

관람객이 참여해야 전시는 완성된다

2019년 10월호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미술관 풍경이 바뀌고 있다. 작가의 시선으로만 꽉 채우는 전시가 아닌, 관람객과 호흡하는 전시가 늘고 있다. 작가의 손을 거친 작품은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손으로 이어진다. 관객과 어우러진 작품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 뚜렷하게 하는 힘이 있다.

관람객 참여로 강화되는 작품의 메시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1층 전시장 서울박스(전시공간이면서 통로공간)에 축구장이 생겼다. 축구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관람석이 있고, 실제 축구를 즐기는 그라운드와 골대까지 마련됐다. 이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미술가 아스거 욘의 ‘삼면축구’ 작품을 재현한 것으로 전시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에서 소개하는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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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거 욘의 ‘삼면축구’.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삼면축구’는 우리가 흔히 아는 축구의 룰을 따르지 않는다. 두 팀이 아닌 세 팀이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골대가 세 개다. 아스거 욘의 대안적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로 양극의 갈등 촉진보다는 방어하고 협력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 전시를 기획한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삼면축구에서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이길 수 있다. 아스거 욘이 말하는 삼치논리로, 세 개의 힘이 있다면 두 개의 공격성을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메시지는 실제로 축구장에 들어가 게임을 해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삼면축구는 관객참여형 작품으로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활용하면서 아스거 욘의 철학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이 됐다”고 귀띔했다.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에서 개최하는 ‘2019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 소개된 권병준 작가의 ‘자명리 공명마을’도 관람객의 참여로 빛이 나는 작품이다. 벽면에 헤드폰이 걸려 있는 게 작품의 전부다. 하지만 관람객이 동참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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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권병준 작가, 자명리 공명마을 관람객 체험. [사진=서울문화재단]

이 작품은 ‘소통의 부재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쓴 사람은 자신의 반경 90cm 이내의 사람과 만나면 상대의 소리와 섞인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고개를 숙이고 4초 정도 머물면 ‘교환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상대의 소리와 교환된다.

권병준 작가는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만 본다. 타인과 대화하지도 않는다. 그러지 말고 서로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교환하고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일면식 없는 사람과의 눈맞춤, 자신이 듣고 있는 음악을 나누는 행위. 이러한 소통은 예술을 체험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관객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관람객과 대면하는 아트마켓과 아트축제

최근 청년 작가들이 기획하고 구성하는 아트페어가 활성화되면서 재미난 아이디어와 체험이 관람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 9월 4일까지 열린 ‘퍼폼 2019: 린킨아웃’에서는 예술 레스토랑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예술 레스토랑은 관람객이 직접 도록 형태의 메뉴판에서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면 눈앞에서 작품이 서빙된다. 구매도 가능하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회화가 아닌 영상, 퍼포먼스와 같은 비물질성 작품이었다. 회화와 달리 거래 장터가 적고 소개할 자리가 마땅찮은 비물질미술을 관람객 가까이서 선보이는 자리였다.

올해 4회째 ‘퍼폼 2019’를 개최한 작가이자 대표인 김웅현은 “예술 레스토랑은 실험적으로 해본 프로젝트라 관객 수도 예측 못했다. 17개 테이블이 놓였고 적당한 관객이 와서 원활하게 즐겼으면 했는데 대기 시간이 한두 시간씩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작가가 마켓에 상주한 게 아니라 미리 서버에게 작품을 서빙하고 설치하는 방식을 교육해 유사 서버들이 작가를 대리한 퍼포머로 움직이는 형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람객은 작품이 설치되는 과정도 모두 살펴보는 재미를 느꼈다. 김 대표는 “박경렬 작가의 영상 작품은 설치만 30분이 걸리는데, 이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도 이뤄졌고, 그 방식도 다양했다. 김웅현 대표는 “영상을 구간별로 판매한다든지, 상영권을 판매한다든지, 혹은 USB로 팔기도 했다. 영상을 잘 만드니까 제작 관련 문의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을 적극 활용한 미술축제도 눈길을 끈다. 청년 작가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아시아프’는 올해 온라인 전시회 ‘아트미’를 열었다. 축제 기간 ‘아트미’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는 매일 한두 명씩 아시아프 참여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최동훈 아트미 대표는 “뛰어난 역량을 가졌지만 대중에 소개할 기회가 없던 아티스트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트미’는 온라인 공모를 지난 9월 6일부터 오는 11월 1일까지 진행한다. 공모에 제출된 작품은 실시간 심사를 거친 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전시된다. 이는 갤러리를 통해 미술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작가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게다가 SNS를 통한 작품 소개는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의 관심과 더불어 대중적 인지도도 쌓을 기회가 된다. 최 대표는 “아트미 온라인은 미술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청년 작가들의 가이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덕수궁,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도 예술 소통

가을에 접어들면서 야외 미술 전시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현대미술 전시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와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만나볼 수 있다.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는 예년 미술전으로 구성됐던 것과 달리 건축전으로 기획돼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소통을 준비 중이다. 덕수궁 함녕전의 정문인 광명문에는 ‘빛’을 뿜어내는 스크린이 설치돼있는데, 이는 마치 시간여행을 통과하는 문처럼 형형색색의 빛과 문양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즈넉한 궁에 설치된 현대미술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적극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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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에 소개된 OBBA의 ‘대한연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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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3(윌리엄 림)의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


함녕전 앞마당에는 홍콩 건축가 CL3(윌리엄 림)의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가 전시돼 있다. 황실의 가마와 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샤를로트 페리앙의 라운지 의자 등 20세기 서구에서 실험한 가구의 형태를 조합해 6개의 가구 유형을 디자인했다. 관람객은 디자인 가구에 눕거나 앉아 과거의 가구를 상상할 수 있다.

중화전 앞마당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전통 연회 장면이 담긴 ‘고종임인진연도 8폭 병풍’의 기록을 보고 만든 설치작품 ‘대한연향’을 만날 수 있다. 3m 높이 기둥에 오색 필름이 걸린 이 작품은 바람과 빛에 모두 반응해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빛에 반사된 오색 필름은 마당을 찬란하게 물들이고, 바람에 휘날리면 필름지가 부딪히며 ‘바사삭’ 소리도 낸다. 이 작품을 기획한 OBBA(곽상준, 이소정)의 이소정 소장은 “일부러 3m 높이로 기획했다. 관람객이 설치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높이다. 설치한 후에 보니 작품 안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집합도시’를 주제로 펼쳐지는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주제전을,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도시전을 각각 공개한다. 서울의 도시적 측면을 DDP가 보여준다면,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한국의 역사를 조명한다. 장소가 가진 아우라 자체가 전시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는데, DDP에서 열리는 주제전을 보다 이해할 방법은 현장에서 진행되는 포럼에 참여하는 거다. 현재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다소 아카데믹한 시선으로 풀고 있는 전시는 비엔날레 기간 중 포럼을 열고 관람객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더할 예정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전시 중에선 야외 설치물을 통해 관람객 체험이 가능하다. 놀이터 정글짐을 연상시키는 줄리아 잼로직·코렌 캠프스터의 ‘알도의 구상: 사회적 인프라’와, 이탈리아 배경에 계단 형태인 라피 세갈 A+U의 ‘정원 도시의 계단’은 관람객들의 쉼터이자 힐링의 공간으로 각광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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