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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ETRI 원장 “정보화 넘어 지능화로”

2019년 10월호

김명준 ETRI 원장 “정보화 넘어 지능화로”

201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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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국가전위대’ 大변신...국가지능화 종합연구기관 새 비전
“ETRI맨은 거시경제적 차원의 ‘R&D 산업역군’”


| 김영섭 기자 kimys@newspim.com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은 5명의 과학기술·정보통신 부처 장관을 배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정부출연연구원이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싱크탱크다. 25개 정부출연연구원이 내놓은 전체 성과 중 절반 이상이 ETRI의 작품이다. 전전자교환기(TDX·1986)를 시작으로 반도체(DRAM·1988),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CDMA·1996), 와이브로·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2004), 4세대 이동통신(LTE-Advanced·2011), 휴대형 한영자동통역기술(2012), 투과도조절 AMOLED(2012) 등 눈부신 성과를 냈다.

‘정보와 통신, 전자, 방송’ 키워드 국가연구소의 대명사인 ETRI가 최근 ETRI다운 ‘사고(?)’를 쳤다. 4차산업 시대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의 ‘국가전위대’를 자처한 것이다. ETRI의 방향성이 ‘하드웨어’에서 ‘AI 소프트웨어’로 확 바뀌었다. 그 중심에 ‘만년 ETRI맨’ 김명준(金明俊·64) 원장이 있다.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AI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고 정의한다. “인공지능은 기술분류상의 일개 개념이 아니라 지능화 혁명을 상징하는 경제·사회 진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그간 ETRI가 대한민국의 산업을 일궈 정보화에 힘썼다면, 앞으로는 지능화를 위해 힘써 대한민국이 한발 더 도약하는 데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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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맨의 정체성은 산업역군”

Q. 1986년 ETRI 입사 이후 30여 년이 흘렀다. 한마디로 ‘ETRI맨’이다. ETRI맨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A. ETRI맨은 지난 1970년대부터 43년간 산업화의 역군이었다. 우리나라가 GDP 규모 11위의 강국이고 지난해 수출 6위를 일군 뒤에는 ETRI맨의 피와 땀이 어려 있다. 지난해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ICT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견인했고, 이러한 ICT 수출의 뒤에는 ETRI맨의 노력이 숨어 있다. 따라서 ETRI맨의 정체성이라면 한마디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산업역군이라 할 수 있다.

저는 ETRI에서 30년 넘게 근무하고 원장 취임 전에는 3년간 경기도 판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이때 잠시나마 밖에서 제3자의 입장을 지니고 ICT(SW) 정책 관점을 견지하며 ETRI를 지켜보는 시간이었다. 과거 20년 동안 대한민국은 ‘국가정보화’를 잘 실현해 ICT 강국, 전자정부 선도국 등으로 부상했다. ETRI 역시 국가의 요구로 산업화 시대(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서비스 시스템 개발을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ETRI맨은 모두 국가가 요구하는 거시경제적 차원의 ‘R&D 분야 산업역군’이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는 역할을 ETRI가 맡아야 한다. 차기 ETRI맨은 넓은 안목에서 장기적, 도전적,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 각자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을 정체성으로 삼아 부단한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Q. 그동안 ETRI에서 소프트웨어연구부, 인터넷서비스연구부, 컴퓨터시스템연구부 등을 거쳤다. 주요 연구성과를 소개하면.
A. 저의 지난 30년 연구성과를 소개하라면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의 수준별 역사와도 비슷하다. 처음 ETRI에 입사해 1986~1992년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을 주로 했다. 선진국의 기술을 본떠 그대로 실행에 옮겨보는 작업이었다. 1993~1997년에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되자 국제표준이나 국제규격에 따라 그대로 구현해 보는 시기였다. 1998~2003년 당시에는 시스템통합을 했고, 2004~2009년 사이에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시도했다. 2010년 이후에는 신개념을 창출하고 증명하는 일들이었다. 저는 전공이 데이터베이스였다. 바다 DBMS I, II, III, IV, V와 리눅스 FS 등 지금까지 여덟 차례에 거쳐 파일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공지능은 전 산업에 비타민”

Q.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AI ETRI’로의 변신을 위해 조직을 바꿨다고 알고 있다.
A. 제가 앞서 강조한 ‘지능화’는 향후 전 산업에 인공지능이 비타민처럼 녹아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산업 전반에 걸쳐 해당되는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보는 연구를 중점에 두고자 한다. 4개 연구소와 3개 본부로 조직을 개편하고 부원장제를 신설해 기술·임무 하이브리드형 조직을 구축하고 임무형, 도전형 조직으로 구조를 재편했다. 이로써 첫째 창의도전연구 활성화로 미래 성장을 준비하고, 둘째 글로벌 톱 수준의 R&D 성과를 창출하며, 셋째 국민생활문제 해결 및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마지막으로 개방·공유·협업 기반의 연구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예정이다.

물론 처음 연구원들도 본인 전공이 SW나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가지능화라는 비전과 거리가 먼 게 아닌가’라고 생각해 약간의 반감을 가진 게 사실이다. 이후 다양한 계층의 연구원과 만나 인공지능의 대표 예시 등으로 설명하면서 지금은 많은 연구원이 이해해 주고 연구 방향에 동참해 준다고 생각한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전 세계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연결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수를 계산하고 그것을 스스로 추려내는 식으로 이세돌 9단과 대결했다. 그 이면을 보면 인공위성과 통신네트워크, 해저케이블과 소재부품, 슈퍼컴퓨팅 등의 분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ETRI가 해 왔던 SW콘텐츠, 초연결통신, 방송미디어, ICT 소재부품과 무관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ETRI의 비전만 갖고 잘못 이해했던 연구원들과 만나 비전의 의미 등을 같이 이해하며 설득했다. 이를 통해 현재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매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으로 생각한다.

Q. ETRI의 지난 역사는 눈부시다고 할 수 있다.
A. 1986년 세계 10번째로 전전자교환기(TDX)를 개발한 성과는 우리나라가 통신 선진국으로 첫발을 내디딘 쾌거다. TDX 개발의 성공은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며 이동통신기술, 슈퍼컴퓨터 개발의 근간을 제공했다. 또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연구를 시작하며 4M DRAM(1989) 등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주력한 결과, 단숨에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세계 최초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에 성공하며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의 기술로 만든 TDX 교환기가 있었기 때문에 기지국을 붙여 이동통신의 실현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통신 강국이던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의 CDMA 관련 장비를 역수입하는 계기가 됐으며, 중국이나 북유럽에도 우리의 통신장비 등 기술을 최초로 수출하게 되는 물꼬를 마련했다. 나아가 ‘손안의 인터넷 세상’을 활짝 개화시킨 WiBro(와이브로) 기술을 개발해 언제 어디서나 이동 중에도 인터넷이 가능케 했다.

이 밖에 ETRI는 지상파 DMB 개발에 성공하며 ‘내 손안의 TV 시대’를 열었다. 4세대 이동통신시스템인 LTE-Advanced 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2010년대 △조선 분야에 첨단 ICT가 접목된 융합기술인 SAN(Ship Area Network) 기술 △투명디스플레이 핵심원천기술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형 한·영 자동통역기술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무인 발렛주차 기술 △오케스트라 광인터넷 기술 △하이파이브 에스코트 기술 △인공지능 엑소브레인(Exobrain) △UHD 모바일 방송기술 등을 개발해 왔다.

6G 연구 본격 착수...원격의료·통신혁명 기대

Q. 5G와 관련한 ETRI의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현재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5G 이동통신은 ‘언제 어디서나 환경의 제약 없이 사람과 사물을 포함한 모든 사용자에게 지연 없이 기가급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통신’이라고 정의된다. ETRI 연구진은 그동안 5G와 관련해 △스몰 셀(Small Cell) △빔 포밍(Beam Forming) △MHN(Mobile Hotspot Network) △빔 스위칭(Beam Switching) △징(Zing) △저지연 기술 등 요소 기술을 계속 개발해 5G 상용화 추진을 위한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ETRI는 현재 5G를 넘어서는 연구인 ‘B5G(Beyond 5G)’ 기술과 더불어 6G 연구를 위한 기초기술 개발을 준비 중이다. 6G는 2030년 전후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6G의 정의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초당 1TB(테라바이트)급 전송속도, 100만분의 1초 이하의 지연시간, 100㎓ 대역 이상의 주파수대역 지원으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통신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적 측면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용자 단말, 중계기, 네트워크 간 최상의 데이터 전송방법을 택해 지연시간을 더욱 개선하고 음영지역을 줄이기 위한 위성 및 성층권 통신기술과의 융합도 검토 중이다. 최초로 수중통신 실현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ETRI는 지난 6월 핀란드 오울루(Oulu)대학과 손잡고 6G 이동통신 기술협력과 공동연구 업무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오울루대학은 지난해 3월부터 8년 동안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 6G 플래그십 프로젝트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지난 6월 ETRI는 테라헤르츠(THz) 대역 주파수로 100Gbps 속도를 내는 6G 이동통신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아직 구체적인 생활상의 변화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5G에서 구현 불가능했던 원격의료, 사람 지능에 가까운 로봇 서비스,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의 구분이 어려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Q. 앞으로 정부출연연구원의 개편이나 혁신이 어떻게 진행됐으면 하는지.
A. 정부출연연구원은 그동안 역할과 책임(R&R)을 재정립함으로써 각 연구원이 국가 연구개발의 핵심 주체로 재탄생할 토대를 마련했다. 각 연구원의 수입구조 포트폴리오와 관련해선 정부출연연구원의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개선하면서 안정된 정부출연금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출연연 R&R 재정립 및 PBS 개선으로 정부출연연구원의 운영과 연구계획을 장기적으로 세밀화해야 한다. 국민생활 문제, 국가임무 해결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주요 역할에 담아 국민이 체감할 중장기 과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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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교통·복지 등 6개 분야 국가지능화 추진

Q. ‘AI ETRI’가 앞으로 어떤 연구를 수행하는지 설명해 달라.
A. 이번에 연구원 비전을 ‘미래 사회를 만들어 가는 국가 지능화 종합연구기관’으로 설정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공지능연구소, 통신미디어연구소, 지능화융합연구소, ICT창의연구소 등으로 조직도 개편했다. 4개 연구소별로 AI를 통해 공공·국민생활 문제를 해결할 분야를 정하고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연내 ‘국가 지능화 종합계획’ 초안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6월 초 국가 AI 종합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안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회 안건으로 올렸다. 우리의 R&R도 완벽히 여기에 맞춰 조직과 사람 모두 변경했다. 연말까지 연구개발 방향이나 투자 포트폴리오 등을 담아 만들 계획이다. 특히 국가 지능화 종합계획에는 도시·교통·복지·환경·국방·안전 등 6개 분야에 대한 지능화 추진 방향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R&D 전략 등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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