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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전 불감증’ 인재로 3명 목숨 앗아간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

2019년 09월호

또 ‘안전 불감증’ 인재로 3명 목숨 앗아간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

2019년 09월호

| 박준형 기자 jun897@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공사장 지하 터널에서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이들은 기습적인 폭우로 수위가 높아지자 터널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들이닥친 빗물에 휩쓸려 사고를 당했다. 빗물펌프장 관리 책임이 있는 양천구와 시공사인 현대건설 간 소통 부재에 따른 안이한 대처는 물론 각종 안전관리 부실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마다 인재로 결론 나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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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3명 모두 시신으로 발견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오전 7시 10분 목동의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 협력업체 직원 구모(66) 씨와 미얀마 국적 A(24) 씨 등 2명이 빗물저류배수터널로 들어갔다. 일상적인 시설 점검 차원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양천구를 비롯한 서울에는 기습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오전 7시 3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됐고, 양천구는 오전 7시 38분 현대건설에 터널 수문 개방을 통보했다. 오전 7시 40분 양천구와 현대건설 측 관계자들이 통화하는 동안 저지수직구 수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4분 후에는 고지수직구 수문도 개방되며 터널로 빗물이 유입됐다. 현대건설 직원 안모(30) 씨는 오전 7시 50분 구씨 등 작업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터널에 진입했다가 순식간에 들이닥친 빗물에 휩쓸렸다.

터널은 구조가 원통형이라 물이 들어찰 경우 사람이 피할 공간이 따로 없고,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없었다. 더욱이 구씨 등 3명은 여전히 터널에 있었지만 긴급 알림벨 등 외부에서 터널 내부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서울 양천소방서는 오전 8시 24분 터널에 구씨 등 3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실종자 수색작업에 착수했고, 소방당국은 오전 9시 32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오전 10시 26분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씨가 구조돼 곧장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11시 2분 끝내 숨졌다.

소방당국은 터널에 남은 안씨와 A씨 등 2명에 대한 수색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고무보트와 잠수부는 물론, 시야 확보가 어려움에 따라 초음파 탐지장비(소나)까지 투입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현장에 소나기가 내리면서 수색작업이 중단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구조대원들을 철수시키고 펌프를 통해 물을 빼낸 후 다시 구조대원들을 투입했다.

결국 다음날 오전 5시 42분과 47분에 입구에서 약 200m 들어간 지점에서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수습된 시신은 실종된 안씨와 A씨로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신원 확인을 끝내고 시신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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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인재 정황...소통 부재가 원인

사고가 발생한 공사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 저지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지하에 배수 터널을 만드는 작업이다. 지하 45m 깊이, 총 3.6㎞ 길이의 이 터널은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수문이 자동으로 열려 빗물을 흘려보내는 구조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갑자기 내린 폭우로 일정 수위를 넘어서면서 수문이 열린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당시 자동 개폐의 기준 수위를 평소보다 낮은 50%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빗물이 70% 찼을 때 수문이 열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날은 빗물이 50%만 찼음에도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정상 작동 중이라면 70%가 맞지만, 당시는 시운전 중이라 서울시와 양천구청이 협의해 수위를 조절하고 현장소장 측과 공유한다”며 “실제 비가 왔을 때 상황을 반복해서 개폐 작동을 하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2시간여 전인 오전 5시에는 양천구 일대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 오전 7시 30분에는 호우주의보도 발령됐다. 7시 40분 수문이 개방되기 전에 터널에 있는 작업자들에게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항상 스크린에 기상청 홈페이지를 띄워 놓고 예보를 확인하고 있다”며 “작업자 2명을 투입했던 오전 7시 10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장 소장 최모 씨는 “오전 7시에 확인했을 때는 인천, 강원, 경기에만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이었다”며 “오전 7시 10분 전에는 비가 안 와 정상적으로 작업을 개시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양천구와 현대건설이 소통 부재로 수문 개방을 제어하지 못하는 등 재난 방지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측 모두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문이 열리고 약 23분 후 터널 내 빗물유입수가 모두 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문 개방은 자동개폐식이지만 수동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의 24시간 상황실에는 근무자가 없었고, 비밀번호마저 걸려 있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양천구와 현대건설은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23분이란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양천구 담당관의 전화를 받고 수문제어실로 이동했지만 이미 수문이 개방됐었다”며 “수문 개방에 대해 우리는 권한이 없다. 제어실 비밀번호도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수문 조작 권한이 없다는 말은 잘못 표현된 것 같아 수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설물이 준공돼 매뉴얼이 모두 우리에게 넘어왔을 때 양천구에서 운영·관리하게 된다”며 “현재는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양천구는 인수인계 사항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아울러 경찰 조사 결과 당시 터널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현장 직원들이 직접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구씨 등 3명이 고립된 이후인 오전 8시 15분쯤 현장 직원들이 감전 사고 예방과 전기제어실 배수펌프 보호 등을 이유로 방수문을 수동으로 닫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방수문은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하며 내부에서 열 수 없도록 설계됐다. 현장 직원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물살을 피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문을 닫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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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사망자를 낸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와 관련해 지난 8월 2일 시민단체가 “책임자를 강력 처벌하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안전사회시민연대]


책임 전가 급급...“책임자 강력 처벌하라”

사고 이후에도 양천구와 현대건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양천구는 현대건설로부터 작업자가 터널에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 수문 개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양천구청에 요청을 하면 우리가 수문 제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현대건설은 무슨 작업을 하겠다고 우리에게 통보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터널 안에 있는지 없는지, 작업 여부 등은 시공사에서 판단하는 사항”이라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양천구와 현대건설이 책임을 전가하는 동안 유족들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사망자 가족 중 한 명은 “사고 발생 10시간 넘게 지나도록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안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유족은 “현대건설은 권한이 없다고 하고, 양천구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그런 긴급 상황에서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결국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양천구청장을 고발하는 등 책임자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0개 단체는 지난 8월 2일 김수영 양천구청장과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등 관계자 6명을 직무유기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는 서울시와 양천구청, 현대건설이 잘못해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라며 “우리나라가 소 잃고 절대로 외양간 안 고치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검찰과 경찰은 사고가 났다 하면 대부분의 경우 하청업체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끝내 버린다”며 “양천경찰서는 서울시 책임자, 시공사인 현대건설 사장과 공사 책임자, 양천구청장과 관련 책임자를 구속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현장 전반 잘못된 시스템 개선해야”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전담수사팀은 사고 현장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고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등 안전관리 부실 여부, 주의의무 위반 여부 등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참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규명하고 관계자 처벌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번 참사와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 2명, 감리단 관계자 1명, 협력업체 관계자 1명 등 총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또 양천구청과 서울시 공무원을 비롯한 관리감독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입건되는 인원은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면서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밝혀내는 것뿐만 아니라 관리 책임을 확실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7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지난 2013년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7월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 이어 이번 참사까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책임자 처벌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산업현장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종일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한 번 넘어지면 개인의 실수지만, 계속해서 넘어진다면 도로가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며 “사고가 터졌을 때 개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우리나라 산업현장 전반에 걸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주처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등 정책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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