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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업 좌초 위기? “자생력 높이는 기회”

2019년 09월호

국내산업 좌초 위기? “자생력 높이는 기회”

2019년 09월호

반도체 등 전자산업, 일본산 비중 높아 피해 우려
차·철강 등은 국산화와 대체재 충분해 영향 적어
“부품 국산화, 대체재 찾기, 그리고 한일관계 정상화 기대”


|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


일본이 도발했다.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3가지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데 이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소재와 부품에서 세계 최강인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다. 일본산 소재나 부품 의존도가 높아 피해가 불가피하고, 수입선 다변화 또는 국산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8월 2일 각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로써 우리 기업들은 1194개 품목 수입에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품목은 건별로 일일이 수입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 유효기간이 종전 3년에서 6개월로 줄어든다. 수입에 걸리는 기간은 기존 1주일에서 최대 3개월로 늘어나고,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2종에서 9종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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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충남 아산 소재)를 방문해 현장경영에 나섰다. 오른쪽부터 이 부회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반도체·전자업계, 수입선 대체·국산화에 ‘사활’

가장 우려가 큰 산업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업계다. 일본산 부품과 소재를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일부 품목은 일본산 비중이 90% 이상에 달하기 때문. 이에 일본이 우리의 핵심 산업을 겨냥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 업계가 공동으로 소재와 부품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 같은 국산화 노력은 비단 일본의 보복 조치가 아니더라도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이다.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기 대책이라는 점이다.

결국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 ‘반도체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안 찾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7월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HF) 수출을 규제하자 두 회사는 국내외 업체들의 제품을 끌어모아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총괄 사장 등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7월 초 일본을 찾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출장 이후에는 사업부문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다각도로 찾고 있다.

국내 소재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그룹 계열 반도체 소재 회사인 SK머티리얼즈는 최근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최종 검토를 마친 뒤 설비 개발에 착수했으며, 올해 말 샘플 생산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국산화, 중간 단계로는 기술력이 확보된 지역에서 대체재를 확보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대체재 확보로 급한 불부터 끄고, 장기적으로 국산화를 이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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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이석희 사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


車·철강·화학, 부품 대부분 국산화

자동차업계는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부품의 국산화가 대부분 이뤄졌고 대체품 수급 역시 원활하기 때문이다. 다만 탄소섬유 등 일본 소재의 완전 대체 여부와 검증기간, 제조 설비·부품 등 세부 항목을 챙기고 있다. 예상 밖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 치명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품목은 탄소섬유다. 수소전기차 등 미래 차 생산에 필수적인 수소 탱크를 일본산 탄소섬유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국내나 중국 등에서 수급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증 절차 등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섬유 같은 경우 인증에만 6개월이 걸리고, 이후 자체 테스트를 시행하는 데만 6개월이 더 소요된다”고 전했다.

이미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일본산 탄소섬유 대체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대차는 효성첨단소재와 손을 잡고 고강도 탄소섬유에 대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제에 탄소섬유 국산화를 진행하는 게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업계 역시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요 원료인 철광석을 일본에서 수입하지 않고, 제조 설비도 대부분 국산화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와 화학업계도 ‘영향권 밖’이라는 반응이다. 기초 소재는 일본 의존도가 높지 않고, 수출향 산업이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는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극바인더, 음극바인더, 파우치 등 일부 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소재들이 화이트리스트 품목에서 제외되면 조달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일본 정부가 추가 수출 규제를 결정한 것에 대해 한국 경제계는 양국 간의 협력적 경제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며 “일본 정부는 이제까지의 갈등을 넘어서 대화에 적극 나서 주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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