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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은 지구인 모두

2019년 09월호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은 지구인 모두

2019년 09월호

미·중 무역전쟁은 환율전쟁으로 증폭
미 통화정책의 독립성마저 흔들려
믿을 구석은 안전자산


| 이영기 기자·경제학 박사 00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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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위안화의 대미 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어가자,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오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트위터로 먼저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도 듣고 있냐”며 연준의 통화관리 정책에 대한 불만을 재차 표시한 뒤 “중국의 환율 조작은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을 매우 약화시킬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1년 이상 지속되는 미·중 양국 간 무역협상에서 이미 위안화 환율이 문제가 됐지만, 1달러당 7위안으로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자 미국이 강수를 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1일부터 나머지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재화에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고, 중국이 이에 반발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고 미국산 농산품 수입을 중단하는 보복 카드를 꺼낸 결과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약달러 정책을 지지하고 농업 지역에 표밭을 둔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0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2020년 대선까지 협상을 지연시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중국의 협상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과제와 함께 홍콩 사태 해결에 몰두하고 있다.

한 세대 전인 1992년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환율제도 개선을 위해 중국이 미국과 양해각서 체결하고 2년 뒤에 환율조작국 해제를 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의 중국은 글로벌 경제를 양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로 글로벌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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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뉴욕 증시와 원자재시장, 채권시장까지 휘청했다. 다우존스지수가 950포인트 폭락했고, 원자재시장도 파열음을 냈다. 구리 가격은 톤당 5649달러로 2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한 가운데 장단기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일드커브가 역전됐다. 일드커브는 침체의 신호로 풀이되는데, 금융위기를 맞은 2007년 이후 가장 강한 신호를 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7%대로 내려와 한때 3개월물 수익률보다 32bp(1bp=0.01%포인트) 밑돌았다. 이런 시장 반응은 모두 무역전쟁 충격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드러낸 단면이다.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는 “미·중 무역 협상이 말 그대로 탈선했다”며 “관세 전면전과 보복에 따른 충격이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9월 1일 30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강행하는 한편 중국의 보복이 이어질 경우 9개월 이내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소 경제 분야가 정치 변수에 휘둘리고, 역시 정치적 요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구나 생각하던 차에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미 연준의 전 의장 4명이 금리 압박을 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연준의 독립성을 역설한 것이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연준 의장 출신 4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동 명의의 논평을 내고 중앙은행이 정치적 압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 이들은 “연준이나 연준 의장이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며, 단기적 정치 압력에서 자유롭게, 특히 정치적 이유를 핑계로 한 해임이나 좌천 위협 없이 최선의 국익에 기초해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이 건전한 경제 원리와 경제지표에만 기초할 때 경제가 가장 강력하고 잘 돌아갔다는 취지다. 기회만 오면 금리 인하 압박과 해임 위협을 해 오던 트럼프에게는 껄끄러운 일이다.

2013년부터 3년간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고 지금은 미국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인 라구람 라잔은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정치가 지배하는 나라의 중앙은행은 포퓰리즘의 ‘희생양’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사례로 들었다. 트럼프는 위협만 했지만 에르도안은 실제 중앙은행 수장을 갈아치웠고, 이후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4.00%에서 연 19.75%로 4.25%포인트 내렸다. 인하 폭이 예상치(2~3%포인트)보다 훨씬 컸다. 여기에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자체가 정말 경제지표만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는지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어 이런 한탄이 나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희생양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 벌어지는 G2의 경제전쟁은 글로벌 경제와 지구인 모두를 희생양으로 하는 형국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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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곳은 ‘안전자산’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전반부 주식을 10억달러어치 팔아치우고 현금 보유량을 사상 최대 규모인 1220억달러로 늘렸다. 뉴욕 증시가 최고치 랠리를 펼치는 사이 주식을 축소하는 전략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마주한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만했다. 금값은 어땠는가. 7월 말 즈음 미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두고도 투자자들은 금값은 무조건 오른다는 데 베팅했다. 3개월째 상승하며 6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금 선물 12월물 값은 전월에 비해 8.50달러 올라 온스당 1441.80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에 이어 글로벌 자금은 주식시장을 등지고 안전자산인 채권과 머니마켓펀드 등 현금성 자산으로 발걸음을 가속했다. 7월 한 달 동안 주식 펀드에서는 164억달러가 빠져나갔고,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주식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됐다. 반면 채권펀드 및 머니마켓펀드로 향한 자금은 1126억달러로 6월 유입액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자금은 북미 등 선진국과 서유럽, 신흥국 등으로 골고루 투입됐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기비관론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투자보고서를 내고 올해 한 차례 더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보통의 경우 두 배에 해당하는 0.50%포인트 인하를 점치고 있다. JP모간은 실적 전망 하향 조정으로 주식시장이 빠르면 올해 3분기부터 둔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큰 신흥국도 마찬가지. UBS는 중국 경기부양책의 제한적 효과 등으로 신흥국 주당 순이익이 약 3%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고, 골드만삭스는 신흥국이 선진국 경기 둔화 및 금융 여건 악화로 수출과 내수 모두 위축됐으며, 과거와 달리 아시아 주식시장은 통상 마찰 등으로 상승세가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나 글로벌 자금 이동은 이런 비관론의 결과로 보인다. 280증권 담당이사 제이슨 웨어는 “연준이 금리를 몇 차례 더 인하할 것인지를 두고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면서 “불확실성이 있을 때 투자자 다수는 더욱 안전한 자산에 자금을 예치해 둔다”면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경제 성장이나 기업 이익, 인플레이션 등에서 상방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 강세,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이외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에 나서면서 달러 강세가 쉽게 누그러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몬트리올의 그렉 앤더슨 외환전략가는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으로 중앙은행들은 통화 약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연준이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달러는 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로존 경제지표가 연이어 부진하게 발표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재개 기대를 반영해 유로화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

맥콰이어뱅크의 에이미어 댈리 외환전략가는 앞으로 한 달 동안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은 찾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다른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 정책을 내세우는 환경에서 연준의 한 차례 금리 인하로 달러 강세가 꺾이긴 어렵고, 연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가장 덜 비둘기파적인 입장인 것은 해당 통화의 강세를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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