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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문화재 훼손, 시민의식 문제 없나

2019년 09월호

잇따른 문화재 훼손, 시민의식 문제 없나

2019년 09월호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관람객에 의해 문화재가 훼손되는 사고가 최근 잇따르면서 시민 의식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문화재청이 시민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언급한 가운데, 관련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끊이지 않는 문화재 훼손 사고

지난 7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 80대 관객 A씨가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의 전시 유물(전차 바퀴)을 훼손한 혐의로 같은 달 23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진술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A씨는 관람 중 유물을 만지면 안 된다는 전시 안내원의 경고에도 팔을 뻗어 유물에 손을 댔다. 박물관 관계자는 유물과 관람객의 거리는 팔을 뻗어 닿기도 힘든 거리였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8년부터 세계 여러 고대 문명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람객이 해외 유물을 훼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사례가 최초. 박물관 관계자는 “현재 훼손된 유물의 소장처인 이탈리아 피렌체국립고고학박물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 보수 처리를 어떻게 할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현장에 더 많은 관람 안내자를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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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전, 에트루리아’전에 전시된 전차. 국내 전시 중 훼손 사고가 발생해 문제가 됐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비록 국립중앙박물관에선 최초의 사례라지만,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소장하고 있는 배익기 씨는 국가에 소유권이 있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도 상주본 반환에 대한 의지는 없어 보인다. 이에 문화재청은 배익기 씨를 상대로 회수를 위한 설득과 협의를 이어 가겠다는 입장인 동시에 해례본 훼손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4년 전 배씨의 집 화재로 해례본이 일부 훼손되면서 습도와 조도 등 환경에 예민한 종이 문화재가 잘 보관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일어난 숭례문(국보 1호) 화재도 대표적 문화재 훼손 사례다. 개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남성의 방화로 대한민국 간판 문화재가 잿더미로 변했다. 2년 전에는 만취한 대학생 3명이 셀카를 찍는다며 첨성대에 올라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외에도 관람객들의 낙서 등 관리가 허술한 문화재 현장도 수두룩하다. 아무렇지 않게 방치된 문화재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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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현장.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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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문루 상층(추녀)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문화재청]


문화재 보호 시민의식 교육 방책은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호에 대한 시민 의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이명선 사무관은 “문화재 방재의 날을 기점으로 여러 방면에서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힘을 기울이는 건 민속마을과 주민 교육, 이해관계자 교육 등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재난 안전과 관련한 문화재 정책을 국민과 함께 세워 보려 한다. 어떤 정책이라도 시민의 생각을 단번에 바꿀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 끝날 게 아니어서 ‘이것이 정답이다’고 제시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시민 의식을 높일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문화재 활용의 적절한 균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경주 수학여행 기념사진을 보면 학생들이 첨성대(국보 제31호)에 올라가곤 했다. 훼손할 의도는 아니었고 당시 시대상·문화상 가능했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의도적인 문화재 훼손 사례가 있어 조심해야 하지만, 문화재를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건 문화재 활용 면에서는 쇠퇴하는 거다. 문화재 훼손 예방도 빠뜨릴 수 없으니, 안전 관리와 활용 문제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이 충분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몰지각한 행위에 대해 따끔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 그런데 문화재 훼손 사고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다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 낙서는 영어가 가장 많다. 중국 자금성에도 낙서가 있다. 물론 한국말로 적힌 것도 있다. 일본 언론 등 해외에서는 문화재 낙서에 한국말이 있다고 해서 문제로 인식하는데, 이런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제주도 한라산 사라오름(명승 제83호)에서 수영을 해서 문제가 됐는데, 다른 나라에 가면 이보다 더한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비판할 정도면 문화재 보호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황 소장은 시민 의식 개선을 운운하기보다 정책과 국가기관이 바로 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민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하려면 국가와 정부, 지자체가 잘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잘해야 일반 시민들도 잘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훼손 처벌 수위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국가무형문화재 제외)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또 일반동산문화재인 것을 알고 이를 손상, 절취, 은닉 등의 방법으로 훼손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 혹은 벌금 2000만원 이상 1억5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위반 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계속됐다. 2017년 문화재청이 국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5년간 발생한 문화재보호법 위반 사례는 총 48건이다. 이 중 21건이 손상과 은닉으로 기소유예됐고, 2건의 징역도 2년형에 그쳤다. 보물 제1606호 불상 복장물을 절취해 매매하려다 적발된 사건도 기소유예 처분됐다.

이탈리아는 문화재 콜로세움에 낙서한 관광객에게 2000만원이 넘는 벌금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적도 있다. 중국 당국은 만리장성에서 낙서하다 적발되면 벌금 1만~5만위안(약 170만~850만원)을 물어야 하는 장성보호조례(2006년)를 공포했다. 일본에서도 국가중요문화재에 낙서하면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만엔(약 34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한국은 문화재 낙서 행위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제92조 제1항을 적용한다. 국가지정문화재(국가무형문화재는 제외한다)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병과할 수 있다.

2014년 합천 해인사(사적 504호) 경내 외벽 낙서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이, 2011년 9월 석물에 이름을 새겨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사적 444호)을 훼손한 자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2년 전 울주 언양읍성(사적 153호) 성벽 70m가량을 분무식 도료로 낙서한 건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처해졌다.

문화재청 사범단속반 한상진 반장은 “문화재가 특별하긴 하지만 무기징역, 사형 등 중형에 처할 순 없다. 현재도 처벌 수위가 충분히 높다”면서 “문화재 사범들은 상응하는 처벌을 받고 있다. 초범을 재판부가 약하게 처벌한다는 것이지, 기존 법은 약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삼국유사’ 목판본 중 가장 오래된 ‘기이편’ 목판본과 어사 박문수 간찰 1000여 점을 은닉한 60대 장물아비에게 4년 실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황평우 소장은 “매장문화재 은닉과 관련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 하지만 문화재를 훼손하고 은닉하는 자들은 중소자본가가 대부분이다. 농장주나 개발업자들이다. 자본가, 권력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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