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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엔 내 손으로 아들 목숨 끊으렵니다” 히키코모리 가족들의 절규

2019년 08월호

“최악엔 내 손으로 아들 목숨 끊으렵니다” 히키코모리 가족들의 절규

2019년 08월호

가와사키 흉기난동 사건·전직 차관의 아들 살해 등으로 ‘히키코모리’ 문제 부각
히키코모리를 안고 있는 가족들의 불안·고통도 심각


|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


“전직 사무차관을 보면서 그 고뇌가 내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도 자책을 하고 부모도 자책을 합니다. 사면초가 같은 상황이에요.”

레이와(令和) 시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5월 28일. 일본 가와사키(川崎)시에서 50대 히키코모리 남성이 통학버스를 타려는 초등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9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일어났다. 뒤이어 6월 2일엔 전직 차관을 지낸 70대 남성이 히키코모리인 40대 장남을 살해해 다시 일본 열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일련의 사건 직후 NHK가 신설한 히키코모리 관련 특설 사이트에는 히키코모리를 가족으로 두고 있는 이들의 의견이 모였다. 33세 히키코모리 아들이 있다는 60대 남성은 “전직 사무차관의 고뇌를 내 몸처럼 느끼고 있다”며 “아들이 일을 한 적도 있지만 지속되지 못했는데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착한 아이니까 반사회적 행동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최악의 경우엔 아들의 길동무가 돼 목숨을 끊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히키코모리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50대 여성은 “아들은 막혀 있는 세계에서 몸부림치고 있는데 모두 부모의 책임인 것 같다”며 “사무차관이 아들에 대해 갖고 있던 괴로움을 알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일본 정부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의 40~64세 히키코모리의 수는 61만3000명에 이른다. 15~39세 히키코모리(54만명)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7년 이상 히키코모리로 지냈다는 사람도 절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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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집 파는 여자’의 한 장면. [사진=닛테레]


가족이기 때문에 안게 되는 불안

히키코모리라는 단어가 사회 현상을 일컫는 용어가 된 지는 오래됐지만, 아직도 현실에서 히키코모리는 ‘가족 내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아름답지 못한 것에 ‘뚜껑을 덮는’ 일본 문화에서 가족의 치부를 숨기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당장 6월에 일어난 전직 사무차관의 아들 살해 사건이 보도됐을 때, 이웃 주민들은 “아들이 함께 살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가족 내 문제라고 덮으면 덮을수록 상처는 점점 더 곪아 들어가게 된다. 20대 후반의 히키코모리 아들을 둔 59세 여성은 “아들을 격려하려고 했던 말이 점점 더 그를 몰아붙이게 되는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성의 아들은 아르바이트에서 당한 괴롭힘이 원인이 돼 5년 전 히키코모리가 됐다. 여성은 아들의 이름도 불러보고 무언가를 시켜 보기도 했지만, 아들은 대답도 없었으며 이불에 매달려 덜덜 떨기만 했다. 여성은 “이제 그 일은 그만하라고 말하거나, 제대로 된 일을 해보라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 아들은 탓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가족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어 행정처에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충분한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들이 괴로워하는 건 마음이 아픈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히키코모리 당사자와 함께 가족들도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40대 여성은 남동생이 히키코모리라며 “일을 하지 않은 지는 8년 정도 된 것 같고, 집에서 TV를 보거나 게임만 하고 있다”며 “친척들과도 멀어지게 됐고 어느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못해 괴로운 시간만 보내고 있다. 동생 때문에 이렇게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한 도쿄도 내 지역포괄지원센터 관계자는 NHK 취재에 “근처 사는 노인의 모습이 이상하다거나 최근에 모습을 볼 수 없어 걱정이라는 연락을 받고 출동하면, 고령의 부모가 히키코모리인 자녀와 함께 고립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KHJ전국히키코모리가족회연회’가 일본 국내에서 지역포괄지원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3곳 중 220곳에서 “무직의 자녀와 함께 사는 고령자를 지원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60%인 153곳은 “무직인 자녀가 히키코모리 상태였다”고 했다.

중장년 히키코모리, 경제적 어려움도

중장년 히키코모리 문제가 특히 심각한 건 이제까지 이들을 부양해 온 부모가 늙었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8050문제’라는 단어가 있다. 히키코모리 부모는 노년층(80대)이 되고 히키코모리 자녀는 중년층(50대)이 됐다는 뜻으로, 부모는 더 이상 부양이 어려워지고 자녀에게 경제적 도움도 받지 못하기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어려워지면서 생기는 문제를 지칭한다. 중장년 히키코모리들은 실제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셈이다.

20년간 히키코모리로 지내 온 45세 남성은 NHK 취재에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불안해서 잠에 들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다시 틀어박히게 되는 악순환”이라며 “부모님이 아프다고 하시니 불안하지만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취직한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2년 만에 퇴직했고, 재취직을 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히키코모리가 됐다. 그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삿포로(札幌)시의 한 아파트에서 82세 어머니와 히키코모리였던 52세 딸의 시신이 발견된 적이 있다.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먼저 사망한 어머니 곁에서 딸은 숨질 때까지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본에선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공멸의 길로 빠져드는 8050문제가 점점 표면화되고 있다. 히키코모리를 형제로 둔 사람들의 고민도 커진다. 가족이라서 손을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30대 기혼여성은 자신의 남동생이 히키코모리라고 밝혔다. 자신은 남편, 자녀와 함께 따로 살지만 친가에는 고령의 부모와 남동생이 함께 산다. 그녀는 “동생의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가와사키 흉기난동 사건을 보면서 점점 커졌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더 불안해진다. 언젠가 부모님이 늙거나 돌아가셨을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은 비록 다른 가정을 꾸렸지만 동생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고 피할 수도 없다”며 “내 아이의 문제는 남편에게 맡길 수 있지만 적어도 동생의 문제만큼은 내가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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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삿포로에서 80대 어머니와 50대 히키코모리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은 두 사람이 살던 집. [사진=NHK]


“중요한 건 가족에 대한 케어”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네모토 다쿠미(根本匠) 후생노동상은 전직 차관의 아들 살인 사건 직후인 6월 4일 기자회견에서 “히키코모리 상태에 계신 분은 사회와의 연결 회복이 중요하다”며 “기관에 상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일본의 각 지자체도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를 마련해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적인 개입이 어렵기에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야마구치(山口)현에 위치한 NPO ‘후랏토커뮤니티’(ふらっとコミュニティ)는 히키코모리 문제에 대해 조금 색다른 대처를 하고 있다. 이곳은 히키코모리 당사자에 대한 대응보다 ‘가족’에 초점을 맞춘다. 야마네 도시에(山根俊恵) 후랏토 커뮤니티 이사장은 “히키코모리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에 대한 케어”라고 단언한다. 그녀는 오랜 기간 정신과 간호사로 일해 왔다. 현재도 야마구치대학에서 히키코모리 지원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야마네 이사장은 “부모님 중에는 자녀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열심히 관계 개선을 하려고 노력하다가 반발을 사고 결국 관계가 더 갈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를 포함한 가족의 마음을 먼저 치유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원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랏토커뮤니티는 가족 케어를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선 6차례에 걸쳐 히키코모리의 부모를 대상으로 공부회도 진행한다. 공부회에 참석한 부모들은 자녀들이 히키코모리가 된 배경인 ‘괴로움’의 이유를 깨닫기 시작한다고 한다.

야마네 이사장은 “그들의 답답함을 먼저 이해한 후 당사자의 괴로움에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후엔 매달 다른 히키코모리 가족들이 참여하는 스터디 그룹을 통해 당사자인 자녀와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점이라든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한 사례 등을 이야기하면서 경험을 공유한다.

후랏토커뮤니티를 통해 개선된 사례도 존재한다. 4년 전부터 지원을 받은 80대 부부는 45세의 히키코모리 차남이 있다. 14년간 칩거생활을 계속해 온 차남은 최근 NPO에서 파견된 간호사와 대화를 할 정도로 개선됐다. 부모는 후랏토커뮤니티를 통해 공부회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녀를 이해하기로 했다고 했다. 일을 하라는 이야기도 꺼내지 않고, 차남이 몇 시에 일어나더라도 웃으며 말을 거는 등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조금씩 대화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녀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지만 아들이 ‘밥 맛있다’라고 했는데 그게 정말 기뻤다”라고 말했다.

야마네 이사장은 “자녀와 대화를 못하게 되면 부모가 스스로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해 당사자가 움직이기도 전에 움직여 버리는 일이 생긴다”며 “그 때문에 히키코모리 자녀가 더더욱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결국 히키코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듣고, 받아들이고, 기다리는 3가지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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