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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은 과잉, 수요는 곤두박질 창조산업 살려야 미래 있다

2019년 08월호

공급은 과잉, 수요는 곤두박질 창조산업 살려야 미래 있다

2019년 08월호

빨간불 켜진 미술시장, 영양실조인데 정부는 ‘살 빼는 약’ 처방
작품값에 대한 신뢰 심어주고, 미래지향적 미술 나와야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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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시장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아트마켓이 저조하다는 지적은 2009년 이래 거듭돼 왔으나 최근 그 심각도가 심상찮다. 화랑은 물론이고,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경매사들도 상반기 매출이 20~30% 급감했다. 위기론까지 나왔다. 이에 국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포럼이 지난 7월 서울 방배동 유중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유중재단(이사장 정승우)은 ‘2019 유중아트포럼2’를 열고 한국 예술시장의 성장과 도약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포럼에는 김기라 작가, 캐슬린 김 예술법 변호사, 이대형 2017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 정윤아 크리스티 이사, 김율희 소더비 인스티튜트 한국 대표,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이 참여해 예술계 현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열띤 논의가 이어졌던 포럼을 월간ANDA가 지상중계한다.

정승우 이사장 포럼을 준비하고 모더레이터를 맡은 주최자로서 예상외로 많은 작가와 관계자들이 왕림해 책임감을 느낀다. 예술가들의 창작 현황에서부터 아트마켓에서 얻은 성과, 국내외 마켓의 흐름을 다양한 시각으로 짚어보도록 하겠다. 또 제도와 정책적 측면도 살펴봄으로써 한국미술의 성장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

김기라 작가 16년째 작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아트디렉팅도 하고, 연관 분야 ‘알바’도 하고 있다.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게 자본과 작품 유통이다. 자본의 뒷받침이 없으면 큰 규모의 작업은 불가능하다. 유통도 중요하다. 때문에 거기에 어울리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곤 한다. 그러나 작가로서 독립된 시각,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유중아트센터에 왔다가 영국 작가 뱅크시의 작품이 걸려 있는 걸 보고 놀랐다. 뱅크시는 서구 예술계의 지나친 상업주의에 반기를 드는 행동주의 작가로, 그의 예술철학과 작업방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시장 거래를 원치 않아 주로 낡은 벽에 사회비판적 그림을 그려온 것도 관심을 갖게 했다. 그런 뱅크시의 소장 가능한, 즉 컬렉티브한 작업이 이곳 서초구 방배동까지 와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 반전이라고 할까.

한국서 대학을 나와 영국 유학을 하면서 서양의 구조적, 물질적 세계관을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동양에서는 정신세계를 추구하는데 많이 달랐다. 그런데 나보다 어린 세대들은 요즘 물질적인 세계에 더욱 탐닉하고, 유행에 더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 정보라든가 시각 이미지가 범람하다시피 하는데 재현보다는 상상의 세계, 질문을 던지는 예술을 해야 한다. 작가의 노동이 곧 상품(돈)이 되는 건 문제라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을 다르게 환기시킨 (독창적인) 작업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캐슬린 김 변호사 한국의 예술시장은 전체 규모가 아직은 작고, 신생시장이다. 현대적 아트마켓의 모습을 갖춘 게 불과 20~30년 안팎이다. 그러나 잠재력은 커서 해외에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문제는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임에도 시장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미술품은 외국 작품에 밀려 판매가 날로 위축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진단도 시장 악화를 불러온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공무원들이 밤낮없이 일하는 건 알지만 한국 미술시장을 키우겠다며 ‘위작 근절’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건 문제다. 최근 몇 년간 이우환, 천경자 작품의 위작 논란이 있었으나 이는 전체 시장으로 보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매출 비중이 0.001%도 안 될 것이다. 천경자의 ‘미인도’는 진품으로 최종 판명이 난 바 있다. 외국에서도 위작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우리보다 사례가 훨씬 더 많고, 금액으로 따져도 엄청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5000억원대 작품도 위작 논란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대형 화랑과 대형 경매사가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게 문제라며 미술품 유통 개정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아트마켓에서도 메이저 화랑과 메이저 경매사가 시장을 거의 주도하고 있다. 우리보다 더 심한 구조다. 게다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화랑업, 경매업, 감정업을 등록제로 바꿔 정부가 관리하고 챙기겠다는 것이다. 일부 독소조항이 수정되긴 했지만 거래내역을 보고하게 하고, 사후 입증책임을 묻는 등 규제일변도의 법안이라 시장 침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요즘 한국 미술시장은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는 너무 적어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형국이다. 그런데 다이어트약을 처방한 격이다. 부양책이 절실한데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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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 지금 이 포럼에 정부 측인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도 참석 중인데 매우 따가운 지적이 나왔다. 플로어의 정부 측 의견을 들어보겠다.

권은용 팀장 문화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시각예술기반팀장을 맡고 있다. 개정법 중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대목이 있을 것이다. 정부 목표 또한 우리 예술시장의 육성이다. 미술계 현장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힘쓰겠다.

캐슬린 김 답변 감사하다. 미술시장은 고가의 예술품이 거래되는 마켓이 있는가 하면 중저가 작품 시장도 있게 마련이다. 이를 나눠서 봐야 한다. 아울러 시장을 좀 더 넓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작품 거래 후 입증책임을 유통업체에 묻는 것은 문제 소지가 큰 조항이다. 시장을 투명하고 건전하게 만드는 것은 좋지만 정부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컬렉터를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젊은 작가 작품을 수집하면 박수를 쳐주는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창조산업이 침체될 경우 한국경제의 미래도 어두울 것이다.

이대형 현대차 아트랩 학술자문위원 현대자동차의 아트디렉터로 일하면서 런던, LA 등 해외 미술계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을 하며 국제미술계 최전선도 접했다. 그 결과 우리 작가들이 좁은 틀에 갇혀 있음을 느꼈다. 물론 우수한 미술가들이 대단히 많다. 하지만 고정관념과 타성에서 벗어나 미래를 새 시각으로 꿰뚫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새 세계 미술계는 비물질성과 스토리, 경험까지도 수용하고 있다. 아트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새로운 미술도 대두되고 있다. 영국의 테이트미술관은 슬로바키아 작가 로만 온닥(1966~)의 형상 없는 개념미술을 이미 15년 전에 컬렉션한 바 있다. 뮤지엄을 찾은 각국 사람들을 흰 벽에 세우고 키를 측정해 이름과 함께 기록함으로써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을 하나로 묶고 관찰하는 개념을 소장한 것이다. 현대미술은 이처럼 특별한 경험과 감정, 테크놀로지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나는 유럽연합이 시행 중인 ‘STARTS Prize’의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예술에 의해 자극된 기술, 산업 및 사회에서 혁신을 기리는 응모가 줄을 잇고 있다. 낡고 구태의연한 시도는 예심에서 곧바로 탈락이다. 탈락까지 5초도 안 걸린다. 전 세계가 직면한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이슈를 혁신적으로 통찰한 프로젝트 2건에 각각 2만유로의 상금이 주어진다. 과학, 기술, 아트의 결합과 조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의 참여가 늘었으면 한다. 예술은 이제 서브젝트로 끝나선 안 된다. 메소드(Method)로 봐야 한다. 물리적 예술은 카피가 가능하나 스토리는 카피가 불가능하다.

김윤섭 미술경영연구소장 작가로 출발해 미술경제잡지를 만들면서 양쪽을 모두 경험했다. 아트마켓을 분석한 지는 20년이 넘고, 연구소도 12년째 운영 중이다. 그 결과 작품을 생산자가 아닌 수요자(컬렉터) 중심으로 봐야 침체된 시장을 살릴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물론 시장이 좋아할 작품을 만들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주파수를 잘 파악하고, 주파수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작품이 창작자의 공간에 수십년째 쌓여만 있을 경우 고급 쓰레기로 전락할 공산이 크지 않은가. 작가는 좌절감만 느낄 것이다.

반면에 미술품을 사고 싶은데 어디 가서, 어떤 작품을 사야 하느냐고 묻는 대중도 의외로 많다. 이 둘 사이를 잘 연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화랑이 해야 하는데 우리 화랑들은 지금 고사 상태다. 유망 작가를 발굴해 전시를 통해 발표하게 하고, 작품을 팔아 다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갤러리들이 왕성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고객이 없어 울상이다. 반면에 정부는 직거래장터 등을 지원하는 등 엇박자 행보다. 1차 시장을 살리려면 화랑이 살아야 한다.

정윤아 크리스티 이사 홍콩에서 봄 가을 열리는 크리스티 경매에 나갈 한국미술품을 선별하는 작업을 한 지 10년째다. 목표는 늘 글로벌 마켓에 한국미술을 좀 더, 잘 띄우는 것이다. 중국,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현대미술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모두들 인정한다. 문제는 모국인 한국에서의 호응이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컬렉터들은 자국 작가 작품이 경매에 나오면 매우 적극적으로 응찰한다. 반면에 한국 고객들은 반응이 미미하다. 김환기 작품 정도에나 관심을 갖는다. 게다가 해외에서 작품을 사들여 오면 정부의 추적을 받는다는 소문(사실이 아니다)이 나며 응찰이 더욱 줄었다. 요즘 한국 컬렉터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화랑에서 외국 작품 수집에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우리 젊은 작가들은 그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어 안타깝다. 유망 작가 작품을 수집하는 개인과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주든지 하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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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사장 근래에 단색화 열풍이 불며 한국추상미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지 않았나.

정 이사 맞다.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한국 단색화 거장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엄청난 컬렉터들이 단색화를 경쟁적으로 사들였다. 이브닝세일에 나온 10여 점의 단색화 작품이 경합을 이루며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그래서 ‘아, 이대로 가면 한국현대미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겠구나’ 하고 무척 흥분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단색화 매물이 한꺼번에 국내외에서 쏟아지며 가격이 폭락했다. 단색화를 샀던 주요 고객들은 ‘한국작품 가격은 도대체 믿을 수가 없네’라며 추가 구매를 접었다. 2, 3년 새에 열풍이 사그라들어 너무나 안타까웠다. 단색화 열풍은 좀처럼 찾아오기 힘든 호기였는데 이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신뢰를 차곡차곡 쌓지 않으면 어떤 우수한 작품이라도 호응을 이어가기 어렵다. 단색화 운동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의 순회전 등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도 가격 하락을 불러온 요인이다. 딜러와 소장자들이 단색화 매물을 완급을 조절해 가며 차근차근 내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김율희 소더비 인스티튜트 대표 뉴욕에서 학업을 마친 후 한국 화랑의 베이징 분점에서 일했고, 직접 갤러리와 국제 아트페어도 조직해 봤다. 그 결과 미술 전문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돼 지금은 이화여대 경영대학원과 손잡고 소더비 경매의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시장에도 체계적인 미술 전문가 코스를 이수한 인력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올바른 방향으로 시장이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트마켓에 대한 경험은 2015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어포더블 아트페어를 하면서 총체적으로 접했는데 새로운 고객층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다. 국내 시장에 신규 컬렉터가 더욱 많이 유입되려면 보다 면밀하고 입체적인 노력이 전개돼야 한다. ‘고객이 오겠지’ 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보다 참신하고 적극적인 소통과 마케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과거의 문법을 버려야 길이 보일 것이다.

정 이사장 오늘 국내외 예술 현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전문가들과 함께 현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봤다. 작가, 화랑, 경매사, 시장분석가 등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긴 시간 함께 발제를 해준 패널분들과 객석의 참여자들께 감사드린다. 3회 포럼에서 또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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