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ANDA 뉴스 | 월간 ANDA | 유돈케어 | 안다쇼핑 | 中文 | 뉴스핌통신 PLUS
회원가입로그인정기구독신청

거리의 미술가 KAWS 아트마켓 정상으로 솟아오르다

2019년 07월호

거리의 미술가 KAWS 아트마켓 정상으로 솟아오르다

2019년 07월호

귀여운 십자 눈으로 젊은 층 사로잡으며 미술계 평정
아트토이, 회화, 조각, 모뉴멘탈 조형물, 패션 망라...방탄소년단도 팬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상세기사 큰이미지
대만 타이베이 중정기념당에 설치된 카우스의 컴패니언. 35m에 달하는 대형 조형물이다.


요즘 미술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는 이 작가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무명 작가는 순식간에 글로벌 스타로 등극했다. 각국의 미술기획자, 화랑, 경매사, 디자인업체, 패션업체들은 이 스타를 잡기 위해 여념이 없다. 그의 이름은 카우스(KAWS). 미국인들은 ‘커즈’로 발음하는 이 팝아티스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밀려드는 온갖 제안을 일일이 챙기기도 힘든 지경이다. 한국에서는 작년 여름 석촌호수에 ‘홀리데이’라는 28m짜리 조형물을 띄워 유명해졌다. 그 작품은 지난 3월 홍콩 빅토리아 하버를 거쳐 미국 뉴저지 해변에 떠 있다.

세계 미술계는 20여 년 전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가 스타로 부상한 이래 대형 스타의 등장이 한동안 뜸했다. 그런데 카우스가 오랜만에 바통을 이어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심지어 그는 ‘21세기 앤디 워홀’이란 칭호까지 부여받았다. 좀 성급한 찬사이나 지금은 누가 뭐래도 카우스에 의한, 카우스의 시대다.

앞의 두 유명 작가가 글로벌 아트마켓 공략의 필수 요건인 ‘세계성’과 ‘작품의 완결성’을 갖춘 것은 카우스와 똑같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허스트와 쿤스가 메이저 화랑의 발탁으로 스타덤에 연착륙한 것과 달리 카우스는 일본에서 아트토이(art toy)를 만들며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견딘 끝에 스타가 됐다.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로 거리의 공중전화부스와 버스정류장에 낙서나 해대고, 기껏해야 인형과 피규어를 디자인하던 상업미술가가 순수미술 영역의 왕좌까지 차지했으니 그 궤가 확연히 다른 셈이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홍콩 빅토리아하버에 설치된 카우스의 대형조형물 ‘홀리데이’.

상세기사 큰이미지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가 사들여 설치한 카우스의 조각 ‘투게더’. 높이 6m. [사진=박명래, 파라다이스시티]


아울러 선배들이 회화, 조각 같은 전통 장르에 머물고 있는 데 반해 카우스는 그야말로 전방위로 활동한다. 회화, 조각, 판화는 물론이고 아트토이, 컬렉터블, 럭셔리패션, 패스트패션, 공공조형물, 심지어 가구와 디자인까지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잡식성 아티스트요, 확장형 아티스트다. 크리스티 경매의 스페셜리스트 노아 데이비스는 “카우스는 손을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가 건드리면 안 되는 게 없다”고 평했다. 도시 한복판을 장악(?)하는 초대형 조형물에서부터 작은 손수건까지 카우스라면 죄다 가능하다. 게다가 무엇이든 잘 팔린다. 최근 10년 새 작품 값이 장르에 따라 5~20배씩 뛴 것으로 파악됐다. 컬렉터들을 들썩이게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정보를 유학생 아들로부터 전해들은 아트컬렉터 K 사장은 최근 강남의 한 미술전시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나무를 깎아 만든 1m 크기의 피노키오 모양의 카우스 조각이 1억원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K 사장은 아들에게 “만화에 나올 법한 인형이 어떻게 1억씩이나 하냐?”며 혀를 찼다. 30대 초반인 아들이 “인형이 아니라 예술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폭발한다”며 부친을 설득했으나 세대 간 깊은 간극만 확인하고 말았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자신의 작품과 함께한 작가 카우스.


거리미술가 출신으로 아트토이를 만들던 카우스 작품에 대해 “깊이가 없다”며 고개를 돌리는 이가 많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젊은 층은 저항감이 별로 없다. 2030세대는 ‘21세기 앤디 워홀’에 대해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최근에는 3040세대까지 가세해 “예술이 그렇게 꼭 거창하고 난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을 똑부러지게 변주한 것도 반갑고, 용돈을 모아 스타 작가의 컬렉터블 아이템을 살 수 있으니 끌린다는 것. 마침내 카우스를 한 점 장만했다면 인스타그램에 올려 만천하에 알릴 수도 있으니 그 역시 짜릿한 일이다. SNS에 푹 빠져 지내는 젊은 세대에겐 카우스가 맞춤한 작가다.

반면에 5060, 6070세대는 대체로 뜨악해한다. “그가 아무리 현 세대 대표 팝아티스트라 해도 예술의 본령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다. 이렇듯 카우스는 뉴 제너레이션과 올드 제너레이션을 가르는 바로미터다. 카우스를 기점으로 신진과 구세대 컬렉터가 나뉜다. 그런데 앞으로의 마켓은 신진 컬렉터가 끌고갈 것이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카우스는 1974년생으로 이제 고작 45세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더라”는 말처럼 잠깐 사이에 엄청난 성취를 일궈냈다. 대학(School of Visual Arts) 시절부터 브라이언 도넬리라는 본명 대신 ‘KAWS’라는 작가명을 써온 그는 거리의 광고패널에 장난기 어린 도상을 추가하는 전복적 작업으로 첫걸음을 뗐다. 캘빈클라인 속옷 광고의 모델을 도마뱀 같은 캐릭터가 휘감고 있는 그림은 지금 봐도 깜찍하다. 이는 훗날 ‘컴패니언(Companion)’으로 확장된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뉴욕 파크애비뉴에 설치됐던 카우스의 Clean Slate. 높이 7.6m. 지난해 200만달러에 낙찰됐다. [사진=필립스경매]


그리곤 1997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하위문화를 섭렵하며 장난감 회사와 피규어를 제작했다. 니고(NIGO)라는 디자이너의 의뢰로 본격적인 회화 작업도 전개했다. 당시의 회화 연작 중 ‘킴슨(Kimpsons)-카우스 앨범’(2005)은 지난 4월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무려 1480만달러(약 167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만화 심슨 가족의 인물들을 비틀즈 음반의 재킷처럼 패러디한 8점 연작 중 하나인 이 그림은 당초 추정가의 12배가 넘는 금액에 낙찰되며 카우스 회화 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제까지 최고가는 290만달러였다. 경매 직후 악동 뮤지션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포스팅해 그가 구매했다는 설도 나왔다.

이후 카우스는 Kurfs 등 여러 도상을 추가로 개발했고,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펼치며 반경을 넓혔다. 하지만 아직은 그저 일본 내 작가일 뿐이었다. 도쿄 파르코백화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아오야마에 ‘오리지널 페이크(Original Fake)’라는 개인 팝숍을 오픈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이런 그를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씨티은행의 아트디렉터 제프리 다이치였다. 일찍이 낙서화가 키스 해링 등을 발굴했던 다이치는 카우스를 곳곳에 추천했다. 이후 나이키가 주관한 ‘나이키에어포스1 리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유명해졌고, 2008년 프랑스의 상업화랑 갤러리페로탱이 그를 발탁해 마이애미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서구 마켓에 알렸다. 2010년에는 코네티컷의 앨드리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뮤지엄 작가로 진입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차츰 팬덤이 형성되면서 아트마켓 본류에 당당히 발을 들여놓았다. 한국에서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과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카우스 조각을 수집한 상태다.

초창기 100~500달러였던 카우스의 아트토이는 현재 100종류에 달한다. 소재도 비닐, 목제, 패브릭 등 다양하고 색상과 크기도 여러 종류다. 그중 ‘컴패니언’ 시리즈가 가장 인기가 높고, 미키마우스를 패러디한 토이도 잘 나간다. 나무로 만든 ‘컴패니언’은 1300만원까지 호가해 10배 이상 올랐다. 지난 2017년 5월 뉴욕 MoMA의 디자인숍이 200달러짜리 ‘컴패니언’ 피규어를 출시하자 주문이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카우스의 아트토이 컴패니언 2006. 에디션 500. 높이 37.5㎝. 가격 650만원. [사진=레어바이블루]


카우스의 조각 또한 버전이 여럿이다. 아트토이보다 크고, 야외조각보다 작은 것은 ‘도메스틱 사이즈’라 부르는데 에디션이 10, 25, 100 등 세 종류다. 당연히 에디션 10짜리가 비싸다. 지난해 7월 필립스 경매에서 1.2m 크기의 ‘컴패니언’이 무려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에 낙찰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추정가 2만5000달러를 6배나 상회했던 것. 또한 높이 25ft(7.62m)의 ‘컴패니언’ 시리즈 야외조각 ‘클린 슬레이트’도 지난해 11월 필립스에서 200만달러에 낙찰되며 2016년에 비해 두 배나 올랐다.

회화는 카우스 작품 중 가장 가격이 많이 뛴 아이템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백만원에 불과했던 그림들이 최근에는 3억원을 상회한다. 지난해 경매에서 추정가 50만달러의 ‘CHUM’(2012)은 240만달러에, ‘Untitled, Fatal Group’은 270만달러에 낙찰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카우스의 판화 또한 수요가 많다. 회화 가격이 급등하니 판화 고객이 늘었다. 5년 전 2만5000달러였던 판화세트는 현재 10만달러를 호가한다.

이 작가는 패션업계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자주 한다. 디올 같은 럭셔리 패션은 물론이고 유니클로와도 협업 중이다. 브라질 출신의 캄파나 형제와 의자(에디션 25), 소파(에디션 8)를 출시했는데 즉시 솔드아웃됐다. 이처럼 카우스는 20만원짜리 아트토이에서부터 100억원을 호가하는 조각과 그림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아트넷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경매시장에서 카우스 작품의 총낙찰액은 970만달러였는데 2018년에는 3380만달러로 약 3.5배 상승했다. 평균 낙찰가도 4만272달러에서 8만2063달러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라 가장 상승폭이 높은 작가로 꼽혔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반한 카우스의 아트토이 BFF. 발매 즉시 완판됐다. 200달러.


더구나 카우스는 그간 상업미술작가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으나 최근 들어 미술관 전시가 늘며 예술성도 평가받고 있다. 그가 추구했던 전복, 전이, 차용, 확장 개념은 이 시대 예술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텍사스, 상하이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작가는 마침내 올봄 세계적인 큐레이터 제르마노 첼란트에 의해 그간의 예술세계를 평가받았다. 홍콩컨템포러리아트재단은 첼란트에게 의뢰해 새 뮤지엄 PMQ에서 ‘카우스: ALONG THE WAY’라는 매머드 전시를 개최해 담론을 만들었다.

카우스에게는 골수팬이 많다. 더없이 친근하고 귀여운 작업이란 점이 일차적 요인이다. 머리 아프고 쇼킹한 작품과는 달리, 보고 있노라면 절로 즐거운 데다 의외로 주제의식이 또렷하다는 것이 마니아들의 주장이다. 가수이자 음악PD인 스위즈 비츠는 “카우스가 무명이던 때부터 주목했는데 그가 메인스테이지 작가가 되리라 여겼던 사람은 극소수였다”고 전했다. 앤디 워홀 회화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뉴욕의 무그라비 형제도 막강 자본력을 무기로 카우스 작품을 연달아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에도 한쪽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카우스가 과연 미술사에 남을 작가냐는 논란이 그것이다. 미술비평가인 호세 바에르는 “카우스는 나이스한 작가지만 그의 작업은 20, 30년 반짝하고 말 것”이라고 일갈했다. 과연 이 같은 비판을 뚫고 카우스가 롱런할지, 그의 ‘컴패니언’은 계속 사랑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호 : (주)뉴스핌 | 사업자등록 : 104-81-81003 | 발행인 : 민병복 | 편집인 : 민병복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미원빌딩 9층 (여의도동) 뉴스핌 | 편집국 : 02-761-4409 | Fax: 02-761-4406 | 잡지사업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478 | 등록일자 : 2016.04.19
COPYRIGHT © NEWSPIM CO., LTD. ALL RIGHTS RESERVED.
© NEWSPIM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