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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보다 무섭다’ 대륙경제 ‘돼지열병’으로 홍역

2019년 06월호

‘무역전쟁보다 무섭다’ 대륙경제 ‘돼지열병’으로 홍역

2019년 06월호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경제 민생 그늘
여름철 기온 상승에 따라 확산 우려


|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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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의 여파가 중국 경제와 민생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북부 랴오닝(遼寧)성에서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방역과 검역의 단단한 봉쇄를 연이어 뚫고 발생 9개월도 안 돼 최남단 하이난(海南)성을 제외한 전역을 덮쳤다. 급기야 4월 22일 최남단 방어선으로 여겨졌던 하이난성 돼지 농장에서도 감염이 발견되면서 홍콩을 제외한 중국 전역 31개 성시 자치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함락당하고 말았다. 이어 5월 11일 홍콩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되는 등 당국의 노력에도 감염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현재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악성 가축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8월 랴오닝성에서 처음 발견됐을 당시 방역 당국이 주변 지역을 봉쇄하고 방역에 최선을 다했지만 속수무책으로 전염 지역이 확산된 것에서도 볼 수 있듯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 국가에서도 유입 가능성을 우려하며 방역과 검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발병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에서 발생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돼지고기 수입국을 미국에서 러시아로 변경한 후 러시아로부터 감염된 돼지고기가 중국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방역 당국이 ‘100일 행동’을 전개하며 전국의 돼지 도축장을 중심으로 엄격한 자체 검사와 검역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번 돼지열병 파동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0만마리가 넘는 돼지가 살처분됐지만, 올해 연말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병사하거나 살처분되는 돼지가 1억3000만마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중국 돼지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 수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 당국이 4월 말 아프리카돼지열병 전염 사태가 소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불안감과 민생 및 국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돼지고기 파동으로 물가 연쇄 상승

중국 경제에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물가와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이다. 돼지고기는 중국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식재료다. 중국인의 한 해 돼지고기 소비량은 5500t에 달한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소, 닭, 돼지 등 4대 육류 가운데 돼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절대적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3월 중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3%를 기록, 3개월 만에 다시 2%대에 재진입했다. 4월 CPI도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2.5%로 집계됐다. 전체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했지만, 식품물가 상승률은 6.1%를 기록했다. 3월의 4.1%보다 1%포인트나 증가한 것. 이 역시 돼지열병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하반기에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하반기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 상승, 역대 최고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양돈 규모가 줄었고, 하반기부터 돼지고기 출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양돈 농가의 살아 있는 돼지, 어미 돼지 사육량 감소폭은 이미 10년래 최대치에 달했다.

중국의 양돈산업 전문 분석가인 샤천펑(夏晨峰)은 올해 7월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2016년의 최고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농업농촌부는 양돈 규모 감소와 돼지고기 공급량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한 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전년 대비 적게는 15%, 많게는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월 말 냉동 돼지고기를 대량 출하하면서 가격 상승 방어에 나섰지만, 5월 들어 냉동 돼지고기 재고도 거의 소진돼 가고 있다. 양돈 농가의 돼지 출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하반기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것은 돼지고기 파동의 장기화 조짐이다. 농업농촌부는 2020년까지 살아 있는 돼지 공급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돼지고기 가격의 고공행진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과 함께 대체 식품으로 여겨지는 양고기, 소고기도 수요 상승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돼지고기 파동이 중국 식품물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양상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는 식품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양돈 농가에서 돼지 사육이 줄어들면서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 등을 재배하는 농가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국민들의 식품안전 불안감도 극에 달했다. 이미 시중에는 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로 만든 육가공품이 유통된 것이 밝혀져 중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물가 상승과 농가 경영 위기, 민생 불안 확대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발’ 돼지 파동이 전 세계 식품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돼지 파동의 파급력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가파르게 상승하면 통화정책에 대한 당국의 고심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내수 경기 활성화와 미·중 무역전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긴축 완화 편향의 통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극단적인 우려처럼 돼지고기 가격 상승의 연쇄 효과로 물가상승률이 3%를 돌파하는 등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 통화 긴축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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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당국이 베이징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견된 농장 근처의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에 소독을 하고 있다.


주변국 식탁물가도 부담, 5월 이후가 더 걱정

중국발 돼지 파동은 외국 식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5월 9일 발표한 최신 ‘식량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양돈 농가에서 기르는 돼지 수가 전 세계 양돈 규모의 절반에 달한다. 보고서는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이 전 세계 육류 시장과 동물사료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돼지고기 수급 문제로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과 미국의 돼지고기 중국 수출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돼지고기 육가공품의 중국 수출량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들 돼지고기 수출국 현지의 돼지고기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벌써부터 삼겹살 가격 상승에 대한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방역 당국은 지난 4월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국면이 소강 상태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중국 전역 도살장의 자체 검사와 검역을 더욱 강화하는 등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양돈 농가와 도축장의 자체 검사 후 수의사 확인을 통한 이중 검사로 방역의 강도를 높이고, 살처분과 폐기 돼지고기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양돈업계의 피해 최소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전망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유럽의 사례로 볼 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기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5~8월 사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름철 기온이 올라가면서 기생충·쥐·파리 등이 전염병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5~8월 사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급증했다. 라트비아, 폴란드 등도 5월 이후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이 빨라져 7월에 절정에 달한 바 있다.

중국 내부 검역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엄격한 관리에도 일부 소규모 양돈 농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돼지 유통까지 막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하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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