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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대북외교 방침 전환...무얼 노리나

2019년 06월호

아베, 대북외교 방침 전환...무얼 노리나

2019년 06월호

외교청서서 북한에 대한 ‘압력’ 빼더니
아베 “조건 없이 북일 정상회담 모색” 선언
‘재팬 패싱’ 우려해 북한과 관계개선 시도


| 오영상 기자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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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제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일 정상회담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했던 종래 방침에서 크게 전환한 모습이다. 최근 북한이 6자회담 참여국들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일본만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5월 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갖고 “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마주 앉아야 한다”고 전달했다. 이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은 5월 7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교섭의) 입구에 납치 문제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출구는 당연히 핵, 미사일, 납치 문제의 포괄적 해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이래 아베 총리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의욕을 나타내면서도 “납치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고노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기본 방침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밝혔지만, 일본의 대북 외교 자세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이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다. 일본은 지난 3월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발기국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2003년 유엔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지난해까지 인권이사회에서 16년 연속 채택됐다. 유엔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촉구해 온 일본은 첫해부터 유럽연합(EU)과 교대로 결의안을 작성하고 상정을 주도해 왔다. 그랬던 일본이 갑작스레 초안 작성 및 상정에서 빠지기로 결정하면서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어 지난 4월 23일 발표한 2019년판 외교청서에서는 북한에 대해 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올해 외교청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까지 높인다”는 표현이 삭제된 것이다. 또 지난해까지 매년 등장했던 “북한의 핵·미사일은 중대하고 임박한 위험”이라는 표현도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대신 “국제사회가 하나가 돼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북·일 관계 항목도 3년 만에 부활시켰다. 한국에 대해서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을 언급하며 “한국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달아 한·일 관계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표현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일본의 외교청서는 국제 정세나 외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현상 인식과 방침을 나타내는 것으로 1957년 이후 매년 발행되고 있다.

‘무조건 회담’, 金에 보내는 명확한 메시지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납치 문제를 김 위원장에게 제기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요청하는 등 다양한 포석을 깔아 왔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국이 북한과 각각 대화를 진행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 내에서도 “직접 회담을 하지 않으면 납치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초조함이 묻어난 지적들이 제기돼 왔다. 5월 7일 지지통신은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무조건 회담을 언급한 것은 김 위원장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본의 대북 외교 자세 변화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아베 총리가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일본도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특히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 외교가 활발해지면서 아베 총리는 더욱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당사자인 남북 정상은 지난해 4월과 5월, 9월 세 차례나 만났다. 미국과 북한도 지난해 6월에 이어 지난 2월 베트남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는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네 차례나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4월 25일에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그동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만남을 가졌지만 정작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는 한 차례도 만나지 못했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초조함이 북한에 대한 외교 자세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베 자신도 일단 김 위원장과 만나서 얘기를 해야 납치 문제든 뭐든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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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요지부동...효과 미지수

하지만 일본의 대북 외교 방침 전환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작년 이래 일본과의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의향을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납치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해결됐다”며 일본 측의 태도에 불만과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일본 비난은 연초부터 시작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7일 아베 총리가 연두 소감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임을 밝힌 것에 대해 “납치 문제는 해결된 지 오래”라고 반론했다. 대신 “일본은 (식민지 지배 시대에) 840만명을 강제 연행하고, 20만명의 (여성을) 성노예로 만들었다”며 “아베 정권은 명확하게 종지부가 찍힌 납치 문제로 소란을 피우며 일본의 특대형 반인도적 범죄를 감추고자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아베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전후 일본 외교의 총결산’은 과거의 죄악을 청산하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3월에는 북한 언론들이 4일 연속으로 일본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24일 노동신문이 항공자위대의 비행 훈련을 비난한 기사를 시작으로, 25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일본의 대북 독자제재 연장을 강력히 비난했다. 조중통은 논평에서 “제재를 통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총리를 가리켜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미련한 망동으로 자국의 미래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하며 “일본이 지금 놓여진 상황에서 교훈을 찾고 정책 전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26일과 27일에도 정부 기관지인 민주조선 등이 일본을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러한 북한의 일본 비난은 북·일 관계 개선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경제 지원 등에 대한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신문은 5월 8일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일본이 우선 인적 왕래를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먼저 일본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로 취하고 있는 입국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북·일 정상회담 개최의 물꼬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일본이 식량 지원을 하면 북한이 정상회담을 승낙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4월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아베 총리에게 북·일 회담에 ‘전면 협력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면서 “아베 총리가 김정은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북한에 인도주의 식량 지원을 하겠다고 제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낙하지 않았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김정은으로서도 동북아에서 아베 총리까지 만나야 북한 지도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며 “일본이 식량 지원이라는 ‘보따리’를 흔들면 (김정은도) 아베 총리와 만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가 재팬 패싱 등 현재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북한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언제쯤 아베 총리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될지 향후 일본과 북한의 공방을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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