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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몬 야키’를 아시나요?

2019년 06월호

‘호루몬 야키’를 아시나요?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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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의 아픈 역사가 담긴 음식
버리는 내장을 가져다 구워먹은 데서 유래
지금은 ‘야키니쿠’와 동급 음식으로 대접

| 오영상 기자 goldendog@newspim.com


곱창, 대창, 양. 소의 내장 부위를 가리키는 용어들이다. 한국에서는 술안주로 꽤나 각광을 받고 있는 메뉴다. ‘오○○’, ‘연○○’, ‘한○○’ 등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양·대창 전문점에 가면 200g도 안 되는 양에 3만원 이상은 내야 먹을 수 있는 고급 요리다.

일본에서도 내장구이는 인기 있는 술안주다. 도쿄(東京)나 오사카(大阪) 등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식당 골목이나 술집 골목에는 어김없이 내장구이를 파는 집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특히 금요일 저녁 시간 즈음이면 술 한잔에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려는 직장인들로 가게 안이 늘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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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大阪)의 ‘호루몬 야키’ 골목. [출처=캐논데일]


그런데 일본인들이 이 맛있는(개인적인 취향임을 미리 밝혀둔다)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내장구이를 ‘호루몬 야키’라고 부른다. 호루몬(放(ほ)るもん)은 오사카 사투리로 ‘버리는(ほる) 것(もん)’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버리는 것을 가져다 구워서(焼き·야키) 먹은 게 호루몬 야키다.

일본에서는 소나 돼지의 내장은 먹지 않고 버리는 부위였다. 하기야 고기를 먹게 된 역사가 이제 채 150년이 안 되는 일본 사람들이 내장의 맛을 알 턱이 있었겠나. 시쳇말로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했으니 말이다. 일본은 1200여 년의 세월 동안 육식을 금지한 사회였다. 675년 덴무(天武) 천황이 불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육식 금지령을 내렸고, 이것이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오면서 일본 사람들에게는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뿌리 깊이 자리 잡게 됐다. 에도(江戶) 시대에는 5대 쇼군(將軍)이었던 도쿠가와 쓰나요시(德川綱吉)가 소와 말은 물론 개와 돼지를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살생을 금지하기도 했다. 살생이 금지됐는데 먹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을 터이고, 후에는 법의 강도가 점점 세지면서 닭이나 새우, 조개 같은 것도 죽이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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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일본에 남게 된 재일 조선인들의 모습. [출처=국사편찬위원회]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을 거치면서 일본도 문명개화 시대를 맞이하게 됐고, 서양인에 비해 너무나도 왜소한 일본인의 체격을 개선하기 위해 메이지 정부는 1872년 육식 금지령을 풀고 육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게 된다.

이때가 돼서야 일본인들은 고기 맛을 알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이지 유신 이후로도 서민들이 고기를 먹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인들이 제대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1950년대 중반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의 고도 성장기에 들면서부터다. 1960년 당시 연간 3.5kg에 불과했던 일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75년에는 15kg를 넘어선다.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재일동포들의 음식

호루몬 야키는 태평양전쟁 이후, 다시 말해 우리의 광복이자 일본의 패전 이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오사카를 중심으로 일본에 남아 있던 재일 한국인들이 먹고살기 위해 일본인들이 버리는 소와 돼지 내장을 가져다 구워 먹고, 또 팔기도 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에 끌려갔던 이들이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아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해방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차별의 대상이었다. 얼핏 생각해 봐도 그들의 힘든 삶이 가늠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재일 한국인들은 그들의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봉양하며 일본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버려진 것 ‘호루몬’을 가져다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진 음식이 바로 호루몬 야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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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싼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술자리 안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차츰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지금은 야키니쿠(불고기)와 어깨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일본에서 주로 맛볼 수 있는 부위로는 대창(テッチャン)이 있다. 발음 그대로 우리의 대창이며, 일본에서 호루몬 야키라고 하면 대체로 대창구이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하츠(ハツ·염통)와 레바(レバー·간)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부위다. 또 소 위의 각 부위인 미노(ミノ·양), 하치노스(ハチノス·벌집), 센마이(センマイ·천엽), 기아라(ギアラ·막창)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부위다. 일반적으로 숯불이나 가스 불에 구워 먹지만 꼬치에 끼워 꼬치구이 형태로 먹기도 하고, 양념을 해 철판에 볶아 먹기도 한다.

구이 외에도 우리의 곱창전골을 떠올리게 하는 ‘모츠나베(もつ鍋)’도 호루몬 야키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소 또는 돼지의 소창, 대창 등 내장육을 넣고 끓여 먹는 냄비 요리다. ‘호루몬 나베’라고도 한다. 후쿠오카(福岡), 하카타(博多)에서 태평양전쟁 이후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간장 양념을 한 소창, 대창을 부추와 함께 냄비에서 끓여 먹었으며, 1960년대 들어 참기름으로 고춧가루를 볶아 소창, 대창, 양배추, 파 등을 넣고 전골 식으로 끓여 먹게 됐다. 지금도 하얀 국물과 빨간 국물의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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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창나베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関)에는 ‘똥창나베(とんちゃん鍋)’라는 호루몬 나베가 있다. 평평한 스테인리스 냄비에 단맛이 나면서 약간 매운 된장으로 양념한 호루몬을 양배추, 숙주, 파 등과 함께 볶아 먹는다. 육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채소의 수분으로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똥창’은 본래 한국어로 ‘돼지의 소창’을 말하는 데서 유래했다. 지금은 소의 창자를 더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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