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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대해부] 지금은 괜찮다고? 2057년이면 국민연금도 빚내서 준다

2019년 06월호

[국가부채 대해부] 지금은 괜찮다고? 2057년이면 국민연금도 빚내서 준다

2019년 06월호

|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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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와 성장 둔화로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복지와 일자리 등에 대한 지출은 갈수록 늘고, 국가의 지급여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게 나라 살림의 현실이다. 10여 년간 30%대를 유지해 온 국가채무비율이 당장 올해 4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에 국민연금까지 국가가 지급보장에 나서면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2019년 3월 11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10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집무실에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한국의 경제정책 방향을 협의하기 위해 방한한 IMF 연례협의 미션단과 한국 경제 사령탑의 비공식 첫 만남이다.

미션단은 넥메틴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단장을 비롯해 소하랍 라피크 연구원, 니엘 제이콥 한센 연구원, 루이 수 연구원, 이동렬 연구원(이상 아태국), 시네 크록스트럽 조사국 사무관 등 6명으로 구성됐다.

2월 말 한국에 온 이들은 약 보름간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돌며 재정·조세, 고용·노동, 중소기업, 기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금융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과 민간기업 관계자들도 만났다.

IMF 미션단은 정부 당국자와의 마지막 일정인 홍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꺼냈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단장은 “올해 한국이 목표로 한 2.6~2.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0.5%를 초과하는 추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장 둔화와 고용 부진, 높은 가계부채비율, 잠재성장률 감소 등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특단의 재정 확대 처방을 내린 것이다. IMF의 권고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해 경상GDP(1782조3000억원)의 0.5%인 8조9000억원 이상의 추경안이 짜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달 3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고통을 이유로 정부에 추경 편성을 지시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 보름여 뒤인 4월 24일 정부는 6조7000억원 규모의 2019 추경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IMF의 권고보다 2조원 이상 적은 규모다. IMF뿐만 아니라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10조원 수준의 추경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정부가 올해 추경 규모를 조절한 이유 중 하나는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지만,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 당국의 고민을 내비쳤다.

국가채무는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빚으로, 갚아야 할 시기와 금액이 미리 정해져 있다. 국공채와 차입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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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연금충당부채 포함하면 ‘눈덩이’

정부의 ‘2018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는 전년 대비 20조5000억원 늘어난 680조7000억원이다. 중앙정부 채무가 전체의 95.8%인 651조8000억원이고, 나머지 28조9000억원은 지방정부의 채무다. 지난해 기준 총인구(5160만7000명)로 나누면 국민 1인당 1319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59조6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10년 새 321조1000억원(89.3%) 증가했다.

여기에 미래의 빚인 연금충당부채를 더하면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난해 말 기준 연금충당부채는 939조9000억원으로, 1년 새 93조2000억원(11%)이나 늘었다. 2011년 342조원이던 연금충당부채는 불과 8년 새 3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가 고용하는 공무원과 군인 퇴직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당장 금고에서 꺼내 써야 하는 돈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지급부담이 생기는 부채란 의미다. 2010년까지 국가재무제표에서 빠져 있던 연금충당부채는 그해 10월 정부의 회계처리 방식이 바뀌며 국가부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가채무와 연금충당부채, 국공채 발행잔액을 합친 국가부채는 전년 대비 126조9000억원(8.2%) 늘어난 1682조7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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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가 늘고 있지만, 전체적인 나라 살림살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일반특별회계에 사회보장기금의 수입과 지출을 더한 통합재정수지는 31조2000억원 흑자로, 흑자 규모가 전년 대비 7조1000억원 늘었다.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도 적자폭이 7조9000억원 줄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채무를 합친 일반정부부채도 OECD 평균(2017년 기준 110.9%)보다 낮은 42.5%다.

김성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현재 재정 상황만을 보면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과거 재정위기를 겪었던 국가와 비교해 우리는 괜찮다는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수 호황 끝나...부채비율 40% 육박

기재부가 예상하는 올해 국가채무는 작년 대비 51조1000억원(7.5%) 증가한 731조8000억원이다. 6조7000억원의 추경에서 절반인 3조6000억원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하면서 증가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졌다. 정부가 빚을 내 추경을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앞세웠던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국가채무비율도 지난해 38.2%에서 올해 39.5%로 1.3%포인트 뛰게 된다.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는 것 역시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재정 건전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 GDP 증가율이 1분기 마이너스(-0.3%)를 기록하는 등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경상GDP는 GDP(실질)에 소비자물가, 수출입물가 등 가격 요소를 더한 것으로, 두 지표는 비례하는 특징이 있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가운데 경상GDP가 예상보다 부진하면 자연히 국가채무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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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는 연초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2.6~2.7%로 정했는데, 2.7%보다는 2.6%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가 막 꺾이던 시점으로, 경제 사령탑이 올해 우리 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음을 일찌감치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GDP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며 2.6%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다.

호황을 누리던 세수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올 1~3월 국세수입은 7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00억원(-0.8%) 감소했다. 법인세는 전년 동기 대비 1조4000억원 더 걷혔지만 부가가치세(-5000억원), 교통세(-4000억원), 관세(-4000억원) 등 대부분의 세목이 1년 전보다 줄었다. 3월 누계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작년 동기에 비해 각각 15조6000억원, 14조7000억원 증가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과)는 “좋았던 세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추경을 한 번 더 편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거나 근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채무비율 40%는 그동안 정부가 건전 재정의 기준으로 삼아 온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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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 국민연금...“씀씀이부터 고쳐라”

내년 이후가 더 걱정이다. 정부의 2018~2022년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0년 지출 증가율은 7.3%로, 이를 대입하면 515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나온다. 2017년 400조원을 돌파한 지 3년 만에 500조원을 넘어서는 재정 인플레다.

그 와중에 정부의 지출 장부에는 조 단위 항목이 새로 쌓여가고 있다.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 실업자에게 월 50만원씩을 6개월간 주는 한국형 실업부조, 올해 시작된 고교 무상교육,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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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정책처는 재정 건전성을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국가채무비율이 2030년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향후 국가재정의 또 다른 시한폭탄은 국민연금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 지급보장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은 현재 27세 청년이 수급자가 되는 2057년 기금이 완전 소진(124조원 적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이 완전 소진된 상태에서 지급해야 할 금액은 2088년 기준 782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제4차 재정추계에서 ‘2015~2065년 인구추계’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5년’을 대입하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은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인구성장률은 2029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경제활동참가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는 2017년 18.8명에서 2067년 102.4명으로 5.5배나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근로자 1명당 부양해야 할 가족이 1명을 넘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경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활동참가인구 감소로 최악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2041~2050년 0.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로 인해 퇴장하는 노동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의 절대 규모는 감소하기 때문에 성장 추세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경제·사회적 현실에서 국가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씀씀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교수는 “한번 늘어난 예산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안 쓸 수도 없다”며 “국가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수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인세나 소득세 인상 모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어렵다”면서 “무엇보다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고 선심성 대책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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