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 ANDA 뉴스 | 월간 ANDA | 유돈케어 | 안다쇼핑 | 中文 | 뉴스핌통신 PLUS
회원가입로그인정기구독신청

파멸의 또 다른 이름 ‘마약’

2019년 06월호

파멸의 또 다른 이름 ‘마약’

2019년 06월호

상세기사 큰이미지

마약으로 교도소 들어간 사이 아들 병으로 숨져...후회뿐인 마약
호주 유학서 처음 접한 필로폰, 대마초...사업 성공 후 외국서 마약 즐겨
아편→ 메사돈→ 대마초→ 필로폰→ 신종 마약...끈질긴 마약과의 전쟁


| 임성봉 기자 imbong@newspim.com


#1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국내 유명 패션업체에서 근무했던 김동훈(가명) 씨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패션쇼 무대장치를 밤새 설치하던 중이었다. 그런 김씨에게 선배가 대뜸 마약을 권했다. 호텔 화장실에 들어간 김씨는 선배와 함께 팔에 주사바늘을 찔러넣었다.

얼마 후 김씨의 선배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씨 역시 이때 처음 구속됐다. 구치소는 더 깊은 마약의 수렁으로 김씨를 밀어넣었다. 구치소에는 마약을 제조하거나 유통, 투약하던 일명 ‘뽕쟁이’들이 득실댔기 때문이다.

출소 후 구치소 동료들로부터 마약을 얻던 김씨는 얼마 뒤 다시 구치소로 돌아갔다. 서울 한 호텔에서 마약을 구하려다 잠복해 있던 경찰에 붙잡힌 것. 첫 구속 후 출소한 지 고작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씨는 집행유예까지 포함해 스무 달을 복역했다.

김씨는 후회했다. 이대로 가정을 잃을까 두려웠다. 악마는 그런 김씨를 놓아주지 않았다. 마약을 끊지 못한 김씨는 또 한 번 차가운 쇠고랑을 차게 됐다. 3번째 구속이었다. 복역하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마약에 빠졌어도 금이야 옥이야 키운 막내아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아들의 죽음은 김씨에게도 충격이었다. 출소한 김씨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단약(마약을 끊는 일)에 들어갔다. 10년 동안 필로폰에는 일절 손대지 않았다. 김씨는 재기에 성공했다. 번듯한 부동산 회사를 이끌면서 수입도 늘었고 그만큼 가정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절박함이 사라지자 마음 한 구석으로 잊고 지냈던 ‘그 녀석’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들의 죽음과 고생만 한 아내를 보고 참아 왔던 10년. 숨 죽이고 있던 악마는 김씨를 다시 가정의 울타리 밖으로 끄집어냈다.

김씨는 필로폰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마약도 손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남편에 대한 아내의 배신감은 컸다. 아내는 김씨가 출소할 때까지 면회는 물론 편지 한 장 보내지 않았다.

새해 들어 출소한 김씨를 동생이 마중 나왔다. 아내가 순대국집을 차려 장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 아들이 서울대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들을 수 있었다. 남편과 아버지로서 자리를 지켜주지 못했지만, 아내와 아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해 줬다.

새벽에서야 집에 도착한 김씨는 식탁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내가 차려놓은 밥상에는 김씨가 가장 좋아하는 ‘잡채’가 놓여 있었다. 울음소리에 방 밖으로 나온 아내도 그 모습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아내는 김씨에게 이제 순대국 장사를 하면서 아들 뒷바라지만 하자고 말했다.

아들은 꿈에 그리던 서울대에 입학했다. 아들의 입학식 날, 김씨는 아내와 아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편지를 썼다. 함께 근처 절을 찾아 아들의 성공을 기원했다. 아들이 군에 입대할 때 김씨 부부는 아들의 유학비를 저축하자고 다짐했고 밤낮없이 장사에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날, 김씨의 휴대전화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구치소에서 가깝게 지냈던 동료의 전화번호였다. 잠시 보자는 말에 김씨는 서둘러 약속 장소로 나갔다. 구치소 동료는 안부도 묻기 전에 차 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김씨는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났어도 몸은 마약을 기억했고 또 갈망하고 있었다. 악마의 미소 앞에 김씨는 다시 무너져내렸다.

쾌락과 불안은 곧 우울증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김씨는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마약 투약 사실을 고백했다. 법의 심판을 받기 전에 아내의 심판을 먼저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내의 표정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묻어났지만, 김씨를 질책하지는 않았다.

아들의 100일 휴가 전날, 건장한 남성 2명이 김씨의 집을 찾아왔다. 이미 마음의 준비는 마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달게 처벌을 받고 마약이라는 악마와 이별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김씨는 순순히 수사관을 따라 검찰로 향했다.

김씨는 마약에 지배됐던 지난 20년을 후회한다. 네 차례 구속됐고, 자식을 잃고, 재산 대부분도 탕진했다. 젊은 시절, 선배의 권유에 우연히 접했던 마약이 김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출소한 김씨는 더는 마약을 찾지 않는다. 대신 아내와 함께 작은 화단에 아름다운 꽃을 가꾸는 꿈을 꾸고 있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2 최경영(가명) 씨는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오면서 가족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1남 2녀였던 가정에서 부모님은 ‘좋은 것’이라면 뭐든 최씨에게 줬다. 아들에게만큼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부모님은 최씨의 교육비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최씨는 대학에서도 장학생으로 선발돼 부모의 기대에 부응했다.

군 전역 후 복학을 앞둔 어느 날, 부모님은 최씨를 불러 앉혔다.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꺼낸 통장에는 꽤 많은 적금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유학을 보내려고 모아놓은 돈”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유학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최씨는 그 길로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최씨에게 마약이란 그저 뉴스에서만 접하던 멀고 먼 ‘범죄’였다.

유학 생활은 꽤 성공적이었다. 호주의 개방적이고 다양한 문화, 최씨는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자유를 만끽했다. 이곳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최씨에게 아버지는 누나의 적금을 보태 어렵게 중고차도 한 대 마련해 줬다. 거칠 것 없던 최씨에게 마약이 손을 뻗기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호주는 한국보다 대마초와 코카인이 흔했고, 젊은 세대에서는 쉽게 즐기는 일종의 ‘기호식품’ 정도로 여겨졌다. 최씨는 친구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마초에 손댔고 이후 코카인, 필로폰까지 투약하는 상황까지 갔다.

부모님이 사 준 차까지 처분하고 마약에 빠졌던 최씨. 돈이 떨어지자 결국 부모에게 둘러대 서둘러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최씨는 가까스로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국내 유명 여행사에 취업했다가 이내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여행이 유행처럼 시작되던 시기였던 데다 그동안 여행사에서 근무하며 쌓았던 인맥을 토대로 최씨의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현지 호텔과 상점에서 들어오는 돈만 매년 ‘억’ 단위를 넘었다. 최씨가 서른 살을 갓 넘겼을 쯤에는 이미 수십억대의 청년 사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룸살롱을 밥 먹듯 드나들던 최씨는 화류계에서도 제법 이름을 날렸다.

최씨가 다시 마약에 빠지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최씨는 한 대기업 회장의 아들과 친분을 맺었다. 최씨는 이른바 재계 거물인 VIP와 가까워졌고, 그의 모든 해외 일정에 동반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마약 중독자였던 VIP는 그런 최씨에게 마약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고, 곧 최씨에게도 권유하기 시작했다. 유학 시절 처음 접했던 마약은 그렇게 다시 최씨를 찾아왔다. 유혹을 참지 못한 최씨는 자신의 혈관에 주사바늘을 찔러넣었다. 가진 건 돈뿐이었던 최씨와 VIP는 그곳에서 ‘마약의 신’처럼 군림했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영원할 것 같은 그들의 화려한 생활은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태국의 한 숙소에 머물고 있던 VIP가 필로폰에 취해 투신 자살을 한 것이다. 다음날 태국 방송에서는 VIP의 투신 소식이 연이어 보도됐다. 이 사건의 여파로 최씨는 태국에서 추방당했다.

최씨는 마약을 찾아 홀로 필리핀으로 떠났다. 공포와 두려움, 무기력함을 달래기 위해 최씨는 자신의 팔뚝에 더 많이, 그리고 자주 주사기를 꼽았다. 마약은 최씨의 모든 것을 잠식해 들어갔다. 최씨는 결국 모아놓은 돈을 모두 탕진했다. 길거리에서 태국 현지인들에게 돈이나 음식을 구걸했고, 빈민촌에 숨어들어 마약을 훔쳤다. 거울 속 최씨는 창백했고 피부도 거칠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총명했던 눈동자는 이제 빛을 잃었다. 최씨는 어머니에게 전화해 한국으로 돌아가 마약을 끊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활센터에 자진 입소했다. 다른 회복자들과 어울리며 최씨도 단약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극심한 단약 부작용으로 재활센터를 뛰쳐나가겠다는 유혹도 잘 견뎌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가족 사진을 꺼냈다. 예민하고 폭력적이었던 성격도 점차 호전됐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아버지 역시 최씨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최씨는 어머니와 함께 신앙생활도 시작했고 동생들과 함께 여러 봉사활동도 다니고 있다. 마약 중독자인 최씨는 그렇게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스스로를 되찾는 길을 걷고 있다.



‘마약오염국’ 된 대한민국

뉴스핌이 대검찰청의 지난해 마약류 월간 동향 보고서를 모두 분석한 결과, 2018년 국내에서 붙잡힌 마약사범은 총 1만2613명으로 확인됐다. 이는 2014년 9984명보다 26.3% 증가한 수치다. 국내 마약사범은 2015년 1만1916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1만명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검찰이 검거한 마약사범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비해 압수된 마약의 양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검찰이 지난해 압수한 마약량은 517.2㎏으로 전년 258.9㎏보다 99.8%나 늘었다. 이 중 주종 마약류로 분류되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은 전년 30.4㎏에서 197.9㎏로 6.5배나 증가했다. 필로폰은 ‘향정신성 약물’로 코카인이나 대마보다 강한 환각 증세를 주고, 뇌 등 신체에 타격을 입히는 등 부작용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카인’은 181g만 압수됐던 2017년과 비교해 지난해에는 88.3㎏로 무려 670배 넘게 늘어나 주종 마약류로 올라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마약을 투약·밀수·제조를 하다 적발된 외국인도 1000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외국인 마약사범은 총 948명으로 전년 932명보다 소폭 늘었다. 국적별로는 △중국 362명 △태국 302명 △미국 82명 △대만 42명 △베트남 30명 △우즈베키스탄 23명 △캐나다 13명 순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내 마약사범이 크게 늘면서 한국도 더는 마약에 안전하지 않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통상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수 20명 미만을 청정국으로 인정하는데, 지난해 마약사범과 국내 인구를 나눠보면 10만명당 24.3명 수준이다. 사실상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은 셈이다. 지난 3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업무보고 자리에서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도 “우리나라는 이미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상세기사 큰이미지

마약류, 종류만 400종 넘어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된 마약류는 총 478종이다. 필로폰 등 향정신성의약품이 257종, 코카인·헤로인 등이 126종, 대마초 등 대마가 1종, 임시마약류가 94종이다. 임시마약류는 마약류가 아닌 약물 중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위험이 우려돼 긴급히 마약류에 준해 취급·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물질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마약류로는 △필로폰 △헤로인 △코카인 △엑스터시(MDMA) △대마초가 꼽힌다. 이 마약류는 가장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마약류의 신체적 피해는 호흡기와 심장, 간, 신장 등 인체 전 영역에서 나타난다. 잦은 마약 흡입으로 후각이 영구적으로 마비되거나, 세포가 파괴되면서 청각을 잃을 수 있다. 또 간에 종양을 유발하거나 피가 찬 낭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신장에 직접적인 손상을 줘 면역계통을 망가뜨린다. 아울러 뼛속의 골수가 손상되거나 재생불량성 빈혈, 백혈병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필로폰은 불안, 흥분, 환각, 망상, 불면, 정신착란 등의 증상을 보이며 뇌에도 영향을 끼친다. 뇌의 화학물질을 변화시키고 뇌와 중추신경계를 파괴하는 식이다. 또 뇌 속 해마에 손상을 줘 기억상실을 유발하거나 대뇌부종, 뇌출혈,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다. 남미권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헤로인은 심장장애, 호흡곤란, 경련, 공격성향, 과대망상, 정신착란 증상을 보이는 등 중추신경 등에 큰 손상을 입힌다.

최근에는 이 같은 전통적 마약류 외에 신종 마약류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세청이 지정한 신종 마약류로는 △알킬 니트라이트 △합성 대마 △케타민 △졸피뎀 △LSD △GHB 등이 있다. 합성 대마는 대마초에서 환각 증상을 나타내는 특정 물질을 합성·제조한 마약류로 미국, 유럽에서 유행하다 최근 한국에서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클럽 버닝썬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GHB, 일명 물뽕은 무색·무취가 특징이며 남용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고위험성 마약류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국내 마약사범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국민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데, 마약이 사회적으로 횡행한다고 볼 만큼 마지노선이 무너진 건 아니다”며 “다만 정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마약 근절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 : (주)뉴스핌 | 사업자등록 : 104-81-81003 | 발행인 : 민병복 | 편집인 : 민병복 | 주소 :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미원빌딩 9층 (여의도동) 뉴스핌 | 편집국 : 02-761-4409 | Fax: 02-761-4406 | 잡지사업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478 | 등록일자 : 2016.04.19
COPYRIGHT © NEWSPIM CO., LTD. ALL RIGHTS RESERVED.
© NEWSPIM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