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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이 ‘국민 악역’으로 떠오르다

2019년 05월호

윤진이 ‘국민 악역’으로 떠오르다

2019년 05월호

“욕 먹을 땐 의기소침...악역에 몰입해 불안하기도”
“아직 반도 못보여드린 느낌, 로코도 다시 하고 싶어요”


|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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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통통 튀는 어린 신부 윤메아리로 눈도장을 찍었던 윤진이가 제대로 얄미운 악역으로 변신했다. 누구나 욕하면서 본다는 국민 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에서 장다야를 열연한 그를 이제는 거의 모든 이가 알아본다.

무려 48.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종영한 KBS 2TV 주말극 ‘하나뿐인 내 편’. 이런 경이로운 시청률의 드라마를 만나고 비중 있는 역으로 출연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윤진이는 2~3년의 공백기 아닌 공백기를 거쳐 대중에게 잠시 잊힐 때쯤 제 역할을 만났다. 그리고 올해 딱 서른이 된 윤진이는 연기와 인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욕먹어도 다시 만나고픈 ‘꼭 필요한 악역’

윤진이는 지난 3월 종영한 ‘하나뿐인 내 편’을 “영광스럽고 감사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워낙 장다야가 미운 짓만 골라 하는 악역이라 욕도 많이 들었지만, 실감 나는 연기를 칭찬해 주는 관심의 표현이란 걸 이제는 알게 됐다.

“시청률이 너무 잘 나온 드라마에 출연하게 돼 영광스럽고 감사해요. 너무 행복하고 좋은 경험이었죠. 처음에는 감독님과 미란이 역할로 얘기를 했다가 다야 역으로 결정이 났어요. 감독님이 많이 이끌어주셨고, 악역이니까 욕 좀 먹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역할을 충실히 해내라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지만 막상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혼자만 욕받이가 되는 기분이 들 법도 했다. 다야의 온갖 악행은 연기를 해내는 윤진이가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 탓에 얼마간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야와 실제 저의 갭이 커서 많이 힘들기는 했어요. 저는 도란이(유이)의 손을 잡아주고 동서랑 잘 지내고 싶은데 다야는 그렇지 못한 친구라서요. 악역은 계속 극중에서 일이 잘못될까 봐 걱정을 하잖아요. 저까지 집에서 불안하더라고요. 나는 잘못이 없고 다야가 일을 꾸민 건데, ‘뭐지?’ 싶기도 했어요. 근데 욕먹을수록 악역은 잘하는 거란 말도 있죠. ‘내가 그래도 다른 역할과 다르게 잘해 내고 있구나’ 싶어 감사하기도 했어요.”

막상 욕을 먹고 위축되다 보니 윤진이도 연기 톤을 조절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도란을 비롯해 다른 인물들과 확연히 대비를 이루고 갈등의 중심을 도맡아야 하는 다야의 캐릭터가 굳건해야 했다. 드라마 스토리상으로도, 캐릭터 측면으로도 비판도 있었지만 윤진이는 ‘하나뿐인 내 편’이 사랑받은 이유가 이 모든 것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악독한 연기 톤을 귀엽게 바꿔서 할 수도 있었죠. 근데 그럼 드라마가 못 사니까요. 도란이를 가엾게 보이게 하려면 다야가 더 해줘야 했어요. 꼭 필요한 역할이었죠. 중심을 못 잡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본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게 감독님, 작가님이 지지해 주셨어요. 우리 작품에선 부모님의 마음이 너무 잘 전해졌던 것 같고, 그게 사랑받은 비결이죠. 도란이 사랑하는 아버지 입장, ‘나는 자식 위해선 뭐든지 다 할 수 있어’라는 부모님 마음요. 많은 분이 폭넓게 공감해 주셨죠. 선악의 문제를 떠나 자식 키우는 4050세대는 다들 이해하세요. 그게 바로 우리 드라마의 강점이었다고 생각해요.”

윤진이의 말처럼, 부모 입장에선 누구보다 자식이 먼저다. 그래서 부모만은 그에게 “조금 덜 하라”고 얘기했다며 웃었다. 이번 드라마로 다양한 부모님이 작품 속에서 그려졌고, 유난히 차화연, 임예진, 박상원, 이혜숙 등 중견 연기자들의 내공이 빛났다. 그 덕에 윤진이도 다양한 것을 배우고 느꼈다며 선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선생님들이랑 연기하면서 너무 좋았어요. 숙련된 연기 노하우도 가르쳐 주셨죠. 대기실을 남녀로 나눠서 다 같이 지냈는데 정말 친해졌어요. 9개월이나 항상 붙어 있었으니까요. 힘든 것도 얘기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또 모여야 할 것 같아요. 차화연 선생님이 전도도 해주시고 골프도 배우게 됐어요. 취미 같은 것도 많이 이끌어주시고 배우로서 힘든 것도 많이 말씀해주시고 다독여주셨죠. 여가생활 같은 게 또 저랑 굉장히 잘 맞아서 정말 좋아요.”

‘신사의 품격’으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경력 7년 차다. 그는 “아직 50%도 안 보여준 것 같다”고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펼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데뷔작에서 알콩달콩한 로맨스 연기로 사랑받았기에 한 번쯤은 ‘로코’로 인생작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연기를 더 응축해서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 올라가고 싶고요. 아직 반도 못 보여드린 느낌이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자연스럽게 연기에도 발전이 있었어요. 악역을 진짜같이 하는 연구를 많이 해서 배운 게 많았죠. 아직 다듬을 건 많이 남았지만요. 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해서 꼭 로코를 하고 싶어요. 가장 좋아하는 거고 잘 어울리는 거, 잘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돼요. 물론 기회가 온다면 악역도 또 할 수 있어요. 이번엔 귀여움 싹 빼고 날카로운 이미지로 다야와 완전히 다른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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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혹은 서른 살 윤진이의 고민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며 윤진이는 생각지 못한 난관을 만났다. 앞선 인터뷰 자리에서 했던 발언들이 왜곡되며 신인 시절 인사를 안 한 것을 후회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진 것. 차분하게 이 내용을 바로잡으면서도 약간은 의기소침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TV 드라마에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2~3년간의 공백기를 언급하면서는 약간의 오해가 있음을 털어놨다.

“사실 사과할 정도의 일을 한 건 아닌데 조금 와전된 것 같기는 해요. 전혀 그런 의도는 아니었죠. ‘신사의 품격’을 찍으면서 만난 (김)민종 오빠나, 출연 배우들과 다 지금도 연락하고 잘 지내요. 저한텐 촬영할 때 정말 재밌는 기억만 남아 있죠. 조금 쉴 때 신인 시절을 떠올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고 말씀드린 게 ‘인사 안 한 걸 후회한다’고 기사가 나갔더라고요. 분명히 철없던 때가 있긴 했을 거예요. 내용만 보면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는데 그건 전혀 아니거든요. 공백기도 슬럼프가 온 건 아니었어요. 모든 배우들이 연이어 좋은 작품을 만나고, 쉼없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냥 좀 쉬면서 기다렸죠.”

올해 30대에 접어든 윤진이는 평소 친구들과 맥주를 즐기거나, 해외 구석구석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 최근엔 외로움이 느껴져 연애 생각이 간절하다가도, ‘하나뿐인 내 편’에서 결혼생활을 간접경험 해본 결과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며 웃었다. 다만 그가 이 드라마를 통해 얻은 건, 의외로 어른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었다.

“이제 30대이고 연애도 해야죠. 그동안 첫사랑, 고등학교, 대학교 때 실패도 많이 해봤어요. 집에 혼자 있으면 외롭지만 드라마에서 결혼생활을 해봤잖아요. 남편이 바람피우니 힘들더라고요. 그거 빼면 좋을 것 같기도 해요. 다야 같은 시누이만 없다면요. 하하. 저는 시어머니랑 같이 살고 싶어졌어요. 우리 엄마는 싫어하실지도 몰라요. 차화연 선생님이랑 호흡이 잘 맞아 그런지 남편도 좋지만 시어머니랑 잘 지내면 그게 행복할 것 같아요. 둘만 있으면 심심할 수도 있잖아요. 차화연 선생님을 생각하면 지금 너무 친하니까 좋아요. 같이 취미생활 하고 교회도 다닐 수 있는 시어머니라면 진짜 시집가고 싶어요. 이러다 다른 작품에서 너무 당하면 마음이 바뀌겠죠?(웃음)”

갓 서른이지만 윤진이는 사람으로도, 일로도 이전과 달라진 걸 느낀다. 특히 연기 측면에서 늘 갈증을 느낀다며 ‘일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다야로 욕을 먹으면서도 행복했던 이유도 거기 있다. 올해는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만나 대중 앞에 서겠다는 게 윤진이의 목표다.

“연기를 어떡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항상 하면서 지내요. 당연히 다른 경험들도 해보려고 노력은 하죠. 집에만 있다고 연기가 늘지 않을 테니까요. 제가 경험해보고, 생활해보고 이것저것 느껴봐야 알게 되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곳에도 가보고 모방도 해보고요. 아직은 스스로가 아쉬워요. 더 공부하고 치여봐야 할 것 같아요. 올해는 쉬지 않고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맞는 작품이 있으면 바로바로 열심히 임할 각오가 돼 있어요. 다른 분야보다 일단은 연기에 집중해서 많은 분께 잘하는 연기자로 각인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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