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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엔 살인마가 찾아온다’ 사가현 연쇄살인사건

2019년 04월호

‘수요일엔 살인마가 찾아온다’ 사가현 연쇄살인사건

2019년 04월호

15년에 걸쳐 7명 실종·피살...피해자 간 공통점도 많아
초동수사 실패+지역민 폐쇄성 겹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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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사건의 목격 정보를 토대로 만든 범인의 몽타주.


범죄를 다룬 드라마 속엔 대개 무능한 경찰이 등장한다. 범인이 눈앞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흔들어도 매너리즘에 빠진 경찰은 이를 무시하거나 지나치곤 한다. 게다가 이런 무능한 경찰들은 대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고집을 부리면서 사건을 미궁에 빠뜨린다. 물론 현실 속 대부분의 유능한 경찰 입장에선 기가 막히겠지만. 지금 소개할 사건은 드라마 속 무능한 경찰의 현실 버전이다. 7명이 살해됐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일본판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요일의 교살마 사건(水曜日の絞殺魔事件)’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여성들

1975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 사가(佐賀)현에서 벌어진 7건의 살인 사건은 사가현의 이미지를 단번에 끌어내린 대사건이었다. ‘수요일의 교살마’라는 별칭은 피해자들의 실종일 때문에 붙었다.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수요일에 실종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실종된 피해자들이 한꺼번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피해자의 경우 같은 학교에서 발견됐다. 시신 발견 시점을 보면 유추할 수 있지만, 첫 번째 피해자의 시신은 두 번째 피해자가 발견된 뒤 경찰이 학교 전체를 조사하면서 추가로 발견됐다. 두 시신 모두 정화조 안에 있었지만 구석진 곳에 유기돼 있어 한꺼번에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부터 일곱 번째 희생자도 같은 장소에서 발견됐다.

피해자들의 사인은 확인이 불가능한 두 명을 제외하곤 전원 교살이었다. 시신 유기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에도 현금 등 금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피해자들의 연령대는 차이가 확연했다. 가장 어린 11세 초등학생부터 50세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범죄자의 마수에 걸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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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쩍은 전화와 메시지...경찰은 연쇄살인 부인

두 번째 실종자가 나온 1980년 4월 15일, 피해자 하쿠타케 리쓰코의 부모 앞으로 “딸은 돌아오지 않을 거다. 너도 고통스러워 해라(娘ハ帰ラナイダロウ、オ前モ苦シメ)”라는 발송인 불명의 편지가 온다. 또 남성의 목소리로 “실종자 찾기 프로그램에 나오지 마라”, “리쓰코의 사진을 띄우지 마라”는 내용의 수상한 전화도 걸려온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전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여섯 번째 실종자가 나온 뒤, 피해자 나카지마 기요미의 집으로 중년 남성이 전화를 걸어온다. 해당 전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편 : 나카지마입니다.
남자 : 부인을 찾은 것 같습니다.
남편 : 네?
남자 : 다행입니다.
남편 : 대체 어디서 찾았다는 겁니까?
남자 : 볶은 햅쌀(焼米)이 있는 곳입니다.
남편 : 당신 누구요?
남자 : 니가 아는 인간이다.


경찰은 피해자의 집 전화에 녹음 시설을 설치했고 조사원도 함께 있었지만 범인의 단서는 찾지 못했다.

목격 정보도 있었다. 세 번째 피해자의 경우 수상한 차에 탄 남성과 대화를 나누는 걸 봤다는 목격 정보가 있었다. 네 번째 피해자(초등학생)의 사례에서도 하얀 차를 탄 수상한 남자에 대한 목격 정보가 다수 제보됐다. 남성은 “자동차에 탈래?”, “핑크레이디의 사진을 보여줄 테니까 이쪽으로 와”라며, 버스를 기다리는 주부나 하교 중인 여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이 사건엔 △피해자들의 시신이 유기된 장소가 같거나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 △사건이 일어난 지역도 그리 멀지 않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었다. 또 세 번째 피해자와 일곱 번째 피해자는 같은 회사를 다니기까지 했다. 사건 사이에 시간 차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연쇄살인을 고려해볼 만도 했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사가현경은 1989년에야 공식적으로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인정한다. 첫 사건 발생은 1975년이었고 첫 시신 발견이 1980년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시기가 한참 늦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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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피해자와 일곱 번째 피해자가 근무했던 봉제회사 리무스.


경찰의 무능에 지역민 비협조...사건은 미궁으로

사건은 뜻하지 않은 우연으로 급전개를 맞는다. 1989년 1월 27일 한 중년부부가 자가용을 몰고 귀가하고 있었다. 이들이 지나가는 기타가타마치에는 큰 고개가 있었는데, 부인은 여기서 들꽃이 우거진 곳을 찾아냈다. 꽃을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에 부인은 남편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했고, 수풀에 들어간 부인은 썩어가는 세 구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5~7번째 피해자들이었다. 섬뜩하게도 시신 근처엔 범인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표지판이 있었다. 사가현경은 이 시점에서야 1975년부터 일련의 사건이 연쇄살인이라고 공식 인정하게 된다.

이에 사가현경은 큰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본청인 일본 경찰청은 수사1과 형사과장을 사가현에 직접 내려보냈다. 보통 본청은 지역 현경이 맡은 광역 사건에 관여하지 않는 일본에서, 이는 사가현경의 수사를 불신한다는 의미였다.

다만 사가현경에도 나름의 변명은 있다. 해당 지역은 경찰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경찰이 탐문조사에 나서도 주민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수사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 만큼 인간관계가 끈끈한 시골 특성상 이웃에 대해 함부로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용의자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1989년 11월 사가현경은 다른 건으로 구속된 26세 남성을 조사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했지만 곧바로 부인했다. 사가현경은 2002년 돌연 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이 남성을 살해 용의자라며 체포한다. 공판에서 그는 사형이 구형됐다.

하지만 2005년 사가지방재판소는 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물증이 없는 데다 단 한 차례 범행을 인정했던 점과 담당 경찰의 과도한 유도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99%의 유죄율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유죄율이 99%라는 뜻은 검찰이 유죄를 구형한 사건의 99%는 무죄로 뒤집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죄는 2007년 고등재판소에서 확정됐다.

현재 일부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용의자에게 무죄가 확정된 이상 미해결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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