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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冷旅熱’...외교 갈등에도 日 관광객 지속 증가

2019년 04월호

‘政冷旅熱’...외교 갈등에도 日 관광객 지속 증가

2019년 04월호

“신경 쓰이지만 정부와 개인은 별개”
일본인, 한국쇼핑 최애템은 ‘요술버선’
754만 vs 295만, 관광격차는 문제


| 오영상 기자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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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랭경열(政冷經熱)’이란 말이 있다. 정치는 냉각돼도 경제 교류는 활발하다는 뜻이다. 요즘 한국과 일본 관계를 보면 ‘정랭여열(政冷旅熱)’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초계기 논란 등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있는 가운데서도 일본인의 한국 여행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한국인의 일본 여행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는 냉각돼도 여행은 활발하다’에 다름 아니다.

일본인의 한국관광 인기 여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295만명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던 직후인 11월과 12월에도 일본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수치를 웃돌았다. 2018년 전체로도 일본인 방한 관광객 수는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실적을 상회했으며, 특히 10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62% 증가하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8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50대 여성은 “외교 갈등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정부와 개인은 별개라고 생각했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인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 중 역사 문제 따위에 집착하지 않는 한국인과 만나 좋은 인상을 받은 일본인이 많고, 정치에 관심이 적은 젊은이들이 한국 여행 인기의 배경에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데는 최근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제3의 한류 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이 형성돼 있는 도쿄의 신오쿠보(新大久保) 거리에는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10~20대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먹는 모습을 올리면 ‘좋아요’가 쇄도한다는, 치즈가 쭉 늘어나는 한국식 ‘치즈 핫도그’. 이 가게들 앞에는 한국 스타일의 화장법을 말하는 일명 ‘얼짱 메이크업’을 한 10대와 20대 초반 여성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신난 표정으로 “한국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정치 문제나 역사 문제는 신경 쓸 거리도 못 된다.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등 이른바 ‘K-컬처’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매력적인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에 가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는 데다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일본인들의 한국 여행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재밌는 설문조사 결과 하나를 내놓았다. 지난 2월 1일부터 15일까지 공사 계정 페이스북의 일본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재래시장에서 쇼핑하고 싶은 아이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495건의 응답이 접수된 결과, 70가지가 넘는 품목 중 가장 쇼핑하고 싶은 품목으로 요술버선(10.3%)이 꼽혔다. 요술버선은 작년 겨울부터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저렴하지만 따뜻하고 디자인이 다양해 선물하기에 좋다는 평이 많았다. 공사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높은 연령대에 인기가 있는 버선이 일본인들에게는 연령대에 관계없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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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는 공사 운영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재래시장에서 쇼핑하고 싶은 아이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음으로는 양말(9.3%), 향미증진제(6.1%), 스틱커피(5.1%), 스테인리스 반찬통(4.8%), 일바지(4.4%) 등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양말 역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디자인이 장점으로 꼽혔으며,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아 여행가방에 많이 담을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스테인리스 반찬통은 플라스틱 반찬통에 비해 냄새나 색이 배지 않고 크기가 다양해 음식 보관, 도시락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며 많이 구입했다. 그 아래 순위에는 전통적인 인기 상품 ‘김’을 비롯해 ‘뚝배기’, ‘젓가락·숟가락 세트’, ‘김치’ 등이 올랐다.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뭔 저런 걸 사가나” 싶겠지만, 이는 일본의 고유한 선물 문화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오면서 기념으로 그 지역의 특산물을 사 가지고 와 주위에 선물을 하는데 이를 ‘오미야게(お土産)’라고 한다. 대체로 비싸지 않고 실용적인 것을 산다. 일본인들은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가까운 시일 안에 보답을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에 선물할 상대방을 배려해 받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선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가격은 저렴하고 품질은 좋은 한국 상품이 딱 알맞다. 게다가 일본에는 없는 다소 신기하면서도 재밌어 보이는 상품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지갑을 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방일 한국 관광객도 사상 최고치 기록

한편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18년 방일 한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비 6% 증가한 754만명에 달했다. 국가별 순위에서도 중국(838만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6%라는 수치를 두고 방일 한국인 관광객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해까지 매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 온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오사카(大板) 지진을 비롯해 서일본 폭우, 홋카이도(北海道)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한국 여행객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긴 영향이 컸다. 한국 노선이 많이 취항하고 있는 간사이(関西)국제공항이 태풍의 영향으로 일시 폐쇄됐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은 일시적인 것에 그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754만 vs 295만이라는 관광 격차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700만을 훌쩍 넘기는데, 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300만명도 안 될까. 우리보다 인구는 두 배 이상 많은 나라인데 방한 관광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일본 여행의 장점으로 꼽는 것이 ‘가깝다’, ‘깨끗하다’, ‘음식이 맛있다’, ‘친절하다’ 등이다. 우리만 일본이 가까운가. 일본만큼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다. 사람들도 친절하다. 차이가 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때문에 ‘그런데 왜?’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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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후쿠오카에서 열린 신한류 페스티벌 포스터.


일본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연간 관광객이 1000만명도 안 되는 ‘관광 열등국’이었다. 2012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36만명에 불과했다. 참고로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114만명이었다. 그러나 5~6년 만에 한국과 일본의 입장은 완전히 역전됐고, 지금은 당시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에 버금가는 한국인이 일본을 찾아 관광산업을 먹여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3119만1900명에 달했다. 방일 관광객이 3000만명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쓴 돈도 4조5064억엔(약 46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 방일 관광객 수를 400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 달성도 시야에 들어왔다.

일본이 관광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 탈바꿈한 데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의 힘이 컸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2012년 제2차 내각 출범 직후 일본 경제 재건을 위한 ‘일본재흥전략’을 발표하고 그 핵심 사업의 하나로 관광을 내세우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관광 정책을 우선으로 추진하기 위해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도 신설했다. 관광객 유치에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는 전부 없앴고,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새로운 민박법도 시행했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低) 효과, 각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관광상품 개발 등도 일본이 관광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됐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획일화된 여행 콘텐츠와 서울에 집중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관광 인프라와 인력 확충, 장기적인 관광정책 수립, 범정부 차원의 마케팅 등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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