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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나라 베트남서 '보안법' 둘러싼 갈등 이어져

2019년 04월호

'페이스북'의 나라 베트남서 '보안법' 둘러싼 갈등 이어져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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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세계에서 7번째로 페이스북 이용자 수 많아
베트남 정보통신부 “페이스북, 비방성·반(反)정부 콘텐츠 방조”
사이버 보안법 여파 베트남 ‘경제’로까지 이어질 수도


| 김세원 기자 saewkim91@newspim.com


국제 사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베트남 정부의 ‘사이버 보안법’이 올해 1월 1일부로 발효됐다. 지난해 6월 사이버 보안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이후 세간에서는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고공행진하는 베트남 경제에도 제동을 걸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법안이 발효된 지 열흘이 채 되기도 전에 페이스북이 법을 어겼다고 비난하며,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이용자 천국인 베트남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이버 보안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베트남에서 페이스북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본다.

베트남, 페이스북 이용자 수 세계 7번째

베트남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전체 인구 9700만명 중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인구 절반을 상회하는 6400만명에 달한다.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7번째로 페이스북 회원 수가 많은 국가이며,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의 3%를 차지한다.

베트남에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SNS)가 활발하게 이용되는 원인 중 하나로 젊은 인구가 지목된다. 2019년 현재 베트남 국민의 평균 연령은 30.9세다. 우리나라 행정안전부가 얼마 전 2018년 말 기준 한국인 평균 연령이 42세를 돌파했다고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 국민은 한국인보다 평균 11.3세나 어린 셈이다.

여기에 1986년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모이’ 도입 이후 태어난 20, 30대는 자국의 급격한 경제성장과 인터넷 및 스마트폰 보급률을 경험했으며, 전후 세대와 달리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빠르다. 이들은 디지털 문화를 주도하는 베트남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오는 2025년 베트남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Z세대(1998~2010년 출생)가 각종 SNS 등을 활용해 베트남 소비 지형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베트남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Z세대에게 가장 인기 많은 플랫폼은 당연히 페이스북이다. 젊은 세대의 경우 특히 전자상거래를 목적으로 페이스북을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서치 그룹인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에 참여한 Z세대 중 무려 99%가 페이스북 계정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베트남판 카카오톡인 잘로와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유튜브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77%, 64%였다. 젊은 인구와 높은 페이스북 이용률. 이것이 바로 페이스북이 베트남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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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페이스북, 비방성·반정부 콘텐츠 방조”

그러던 중 베트남 정부가 페이스북을 겨냥하고 나섰다. 베트남 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페이스북이 비방성 콘텐츠와 반(反)정부 심리를 조장하는 콘텐츠 업로드를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부는 페이스북이 개인·단체·국가기관의 명예를 훼손하는 콘텐츠를 방조해 사이버 보안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이어 페이스북에 왜곡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 삭제를 요구했지만 업체가 응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도 베트남 정부는 페이스북이 당국에 가짜 계정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절했으며, 가짜 제품과 각종 무기 등 불법적인 상품을 거래하는 계정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페이스북은 과거에도 논란이 되는 콘텐츠에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우리는 베트남 정부가 우리에게 불법적인 콘텐츠를 신고하는 명확한 절차를 갖고 있으며, (정부의) 이런 모든 요구를 서비스 약관과 현지 법에 따라 검토한다”고 해명했다.

이후 베트남 정부와 페이스북 측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지만, 사이버 보안법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가져온 ‘사이버 보안법’

그렇다면 베트남을 지배하는 페이스북에 제동을 걸 수도 있는 위협적인 ‘사이버 보안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연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사이버 보안법에 따르면 페이스북, 구글 등 외국계 회사는 현지 사무소를 설립해야 한다. 해외 기술기업들은 이 외에도 개인정보를 포함한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며, 정부에서 이용자의 정보를 요구할 경우 이를 넘겨줘야 한다.

베트남 정부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콘텐츠가 공격적이거나 유해하다고 판단하면 삭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당국으로부터 게시물 삭제를 요청받으면 기업들은 이를 24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어떻게 외국 기업들로 하여금 이 같은 법안을 강제적으로 이행하게 만들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베트남 정부는 해당 법안의 시행 목적을 두고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고 온라인상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이버 보안법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부터 세계 인권 단체와 정부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지난해 7월 17명의 미국 의원은 페이스북과 구글에 베트남의 새 사이버 보안법에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사이버 보안법 인준은 안전하고 건전한 사이버 공간을 만들고, 온라인상에서 단체와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국가 안보를 보장하고 사회 질서와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세간의 비판을 반박하기도 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또 어떤 국가에서든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은 해당 국가의 법률을 따라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가 베트남 헌법에 명시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사이버 보안법을 둘러싼 각종 비난과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공산당 일당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가 반대 의견을 차단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법안을 악용할 공산이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동안 정부에 반대하는 의견을 탄압해온 베트남 정부가 앞으로 법을 이용해 시민과 블로거, 언론인들을 쉽게 잡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베트남에서 반체제 인사들이 널리 사용하는 메인 플랫폼으로 꼽히며, 베트남 정부는 이들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문제삼은 바 있다.

보안법 여파 베트남 ‘경제’까지 이어질 수도

전문가들은 사이버 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넘어 베트남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시아인터넷연합(AIC)의 매니징 디렉터 제프 파인은 사이버 보안법이 베트남 경제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이버 보안법이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며, 자국의 중소기업에도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트남디지털통신협회(VDCA)도 법안 시행으로 베트남 국내총생산(GDP)과 외국인 투자 규모가 각각 1.7%, 3.1%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사이버 보안법으로 향후 베트남 시장을 노리는 해외 기업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이버 보안법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베트남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면서도 해당 법안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기업들에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3월 초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등 인권 지표가 취약한 국가에 민감한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커버그의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사이버 보안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페이스북이 향후 베트남에서 어떤 거취를 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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