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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선호하는 ‘베트남식 경제모델’ 北과 유사성

2019년 04월호

北 선호하는 ‘베트남식 경제모델’ 北과 유사성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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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북한 ‘평행이론’...경제난 대응서 엇갈린 선택
지금의 베트남 있게 해준 ‘도이모이’
김정은, 베트남 모델 추구 리스크 커


|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국이었던 베트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베트남 하노이로 불러들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베트남이 이룬 엄청난 경제발전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하고, 북한도 핵만 포기한다면 이처럼 경제강국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과 손잡고 베트남식 경제 모델을 뒤쫓길 바란다. 김 위원장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남북 정상회담 일정 중 문재인 대통령과 도보다리 대화에서 직접 베트남식 경제 개혁을 언급했다는 보도는 있었다. 그렇다면 왜 베트남인가? 개혁을 통해 공산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추구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국가들 중에는 가까운 중국도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은 베트남의 ‘도이모이’ 성공 신화에 있다. 1980년대 후반 베트남과 북한의 국가주도 경제는 처참했다. 소련의 원조와 교역량이 현저히 감소해 경제 쇼크를 겪었으며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두 공산국가는 비슷한 처지에 놓였지만 대응 방식에서는 확연히 차이를 보였다. 핵무기를 추구해 군사 긴장감을 높이고 자립적 민족경제 정책을 펼쳐 국제 무대에서 스스로를 소외시킨 북한과 달리, 베트남은 군 규모를 감축하고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으며 원조를 받기 위해 국제사회에 문호를 개방하는 방법을 택했다. 도이모이는 1986년 베트남 집권 공산당이 채택한 개혁개방 정책이다. 베트남어로 ‘새롭게 변경한다’란 뜻으로 공산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해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정책이다.

베트남 통계총국(GSO)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7.08%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0년래 최고 수준이다. 국민의 전반적 생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1인당 GDP는 전년 대비 189달러 증가한 2589달러로 나타났다. 반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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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이모이’ 모방 가능한 이유 ‘양국 평행이론’

전문가들은 지금 북한의 모습이 1980년대 베트남을 떠올리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국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은 1945년 독립 이래 공산당이 단일 정당으로 줄곧 집권해 왔으며 북한의 경우 노동당이 있다. 양국 모두 유엔 제재를 받았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로, 베트남은 1978년 캄보디아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격리된 바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두 국가 간의 가장 큰 평행이론이 ‘경제개혁 욕구’라고 진단했다. 국제사회 제재를 받은 베트남은 캄보디아 주둔 병력을 철수하고 도이모이 개혁을 단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1년 집권 이래 경제개발을 정책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브래들리 밥슨 한미경제연구소 고문위원은 북한분석전문매체 39노스 기고문에서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아래 여러 개혁 실험을 할 의지를 보여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2014년 농업 규모를 줄이고 내수시장용 생활용품 생산공장을 늘린 것이 경제개혁 실험의 포문이었다”며 “2016년 이래 이러한 개혁들은 다방면으로 확대됐다”고 평했다.

베트남의 점진적 경제발전 과정이 김 위원장에게 본질적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업의 신용평가 및 리스크 관리 솔루션 제공업체 피치솔루션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베트남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 것은 도이모이 개혁 후인 1990년대다. 2000년 중반이 돼서야 비로소 주요 외국투자가 유입됐고,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된 것은 2007년이다. 김 위원장이 한 번에 큰 개혁보다 천천히 소규모 개혁을 선호하고 있고, 정권 안정만 보장된다면 경제 보상이 조금 늦는 것은 감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이 베트남 모델 모방을 추구하고 싶을 만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베트남의 ‘지정학적 유연성과 관계 구축’ 성향이 그것. 베트남 전쟁으로 쌓여온 수십 년 묵은 적개심, 상반되는 정치 사상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한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여러 국가와의 관계도 우호적이다.

중국과 싱가포르 역시 북한이 모방할 만한 경제 모델이라는 목소리도 더러 있지만, 피치솔루션은 두 국가의 경제 모델을 섣불리 쫓아가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김 위원장이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단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경제 독립을 꿈꾸고 있다. 싱가포르 모델의 경우, 국가 크기가 작고 인구도 북한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어 모방하려면 여러 조건을 비례해 조정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물론 북한이 어떤 경제개혁을 택하든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핵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전제다. 밥슨 한미경제연구소 고문위원은 “제재 완화와 함께 경제개혁, 국가안보정책과 국제관계 개혁이 북한 경제를 안정적인 성장과 경제통합의 길로 인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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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 중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가든에서 함께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김정은, 베트남 모델 추구하기엔 리스크 커

베트남과 북한의 평행이론은 여기까지 봤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과연 김 위원장이 베트남 모델을 원할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발전이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최종 목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재 완화와 시장 개방은 다른 목적을 달성키 위한 수단(means)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 국가안보회의(NSC)에 몸담았고 미 육군대학원 학과장을 지낸 제프 매커즐랜드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은 3월 초 NBC뉴스 기고문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 중단된 배경은 양국 정상 간의 “주요한 오해와 잘못된 추정” 때문이라고 썼다.

우선 트럼프의 큰 오해는 김 위원장이 현재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추정이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거란 낙관론이 터무니없지만은 않은 것도 이러한 전제가 깔려 있어서다. 그러나 추정이 틀리다고 그는 말한다. 김 위원장이 경제 개선에 앞장서는 것은 국가에 만연한 영양실조를 끝내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주요한 것은 사회 불안을 잠재우고 그의 정권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 김 위원장은 베트남 모델을 수용하면서 당장의 사회 폭동은 예방할 수 있겠지만 경제 발전, 시장 개방으로 서방 문명이 국내로 유입되면 북한 사회는 변할 것이고 독재자로서 자신의 힘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를 동시에 짊어지게 된다.

매커즐랜드 선임연구원의 묘사처럼 “김정은은 역사를 아는 똑똑한 남자”다. 그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 경제를 재건하려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노력이 그의 죽음뿐 아니라 소련의 멸망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을 배후에 둔 반정부 세력에 의해 처참한 죽임을 당한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이라크 사담 후세인 대통령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국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몰수당한다는 것은 파멸을 향한 초대장”임을 잘 알고 있다.

베트남 경제 모델은 위험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모방할 모델이 인도나 파키스탄일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 국가는 1990년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서명국이 아니어서 국제사회로부터 소외됐었지만, 이들은 국제사회가 아는 실질적 핵보유국이다. 매커즐랜드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역사상 전례를 잊은 듯해 보인다며 최소 그의 외교정책 고문들이 잘못 조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국이 합의한 ‘숫자’가 있다 한들 대입할 수식이 다르다면 결과값은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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