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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데이트 즐기는 대만인 당국, 동성혼인 허용

2019년 04월호

동성 데이트 즐기는 대만인 당국, 동성혼인 허용

2019년 04월호

동성 단체 반대, 오히려 보수 단체가 찬성
성의 다양성에 관용 베푸는 사회 분위기


| 강소영 중국전문기자 jsy@newspim.com


대만 행정원이 지난 2월 21일 격렬한 찬반 대립 속에 ‘동성혼인 특별법(가칭)’ 초안을 통과시키며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이로써 대만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동성 간 혼인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가 됐다.

이번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대만에서는 동성혼인 가정이 이성혼인 가정과 같이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권리의 향유와 함께 일부일처제, 배우자에 대한 정조 등 의무도 준수해야 한다. 간통과 중혼 등 행위도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동성혼인 특별법은 혼인을 ‘같은 성별을 가진 2인이 공동생활 영위를 위해 친밀적이고 배타적인 영원한 결합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여, 혼인의 자유를 평등하게 보호한다’라고 규정했다.

기타 규정은 현행 민법을 준용(準用)하도록 했다. 동성혼인의 성립 연령은 만 18세로, 부부간의 재산상속권, 의료권, 부양권 등도 이성 부부와 똑같이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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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들이 2018년 11월 가오슝에서 동성혼 합법화를 주장하며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동성혼인법’ 동성단체 반대하고 보수단체가 찬성

동성혼인 특별법 통과에 대한 대만 시민과 동성 단체의 반응은 우리의 예상과 사뭇 다르다. 동성혼인이 법적으로 인정돼 동성 단체가 기뻐할 것 같지만 사실 동성 단체는 깊은 유감을 표하고 있다.

대만 사회에서 동성혼인법에 대한 이슈는 동성 간의 혼인을 법적으로 인정하느냐 여부에 있지 않았다. 동성혼인 가정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는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동성혼을 본질적으로 반대하는 보수 단체 혹은 기독교 단체들도 동성 반려인에 대한 법률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법원도 동성혼인의 법적 보장이 필요함을 인정했다. 지난 2017년 5월 대만 최고법원은 현행 민법이 동성혼인 당사자의 법률적 권리와 보호를 배제한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향후 2년 내에 동성혼인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도록 강제했다. 만약 정해진 기간 안에 민법 수정 혹은 별도의 법률 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민법을 적용하도록 명시했다.

문제는 ‘방법’에 있다. 동성 단체는 민법의 수정을, 반대 측은 특별법의 일종인 전법(專法)을 제시했다. ‘동성혼 전법’은 동성 가정을 위해 별도로 제정된 법률이다. 권리 보장과 의무 등 내용은 민법의 혼인 규정과 다르지 않다.

동성 단체는 동성혼인에 관한 법률이 민법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의 법률을 제정한 것 자체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성과 동성 혼인이 이념적, 제도적으로 완전히 일치할 수 있도록 민법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법 수정에는 보수 단체, 기독교 등 종교 단체 및 동성혼인 반대 인사들이 반대했다. 혼인의 본질적인 이념을 양보할 수 없고,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 동성애 내용 포함 등을 추진하는 동성 단체의 급진적 태도에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근 몇 년간 대만 사회에서는 동성혼인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민법 수정을 주장하는 양측의 대립이 첨예했다. 시위 지역으로 규정된 총통부 전방 카이다거란대로(凱達格蘭大道)에선 격렬한 찬반 시위가 번갈아 진행되기도 했다.

급기야 대만 정부는 동성혼인법의 제정 방식을 두고 국민투표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동성혼인법에 대한 투표가 함께 실시됐다. 당시 동성혼인법 투표 결과에는 지방선거 결과만큼 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투표 결과 특별법 제정 방식이 채택됐다.

지난 2월 21일 행정원에서 통과된 동성혼인 특별법의 정식 명칭은 ‘사법원 석자 제748호 해석시행법(司法院釋字第七四八號解釋施行法)’ 초안이다. 사회적 논쟁을 의식해 ‘동성반려’, ‘동성혼인’ 등 민감한 표현을 애써 피한 의도가 역력하다. 행정원에서 통과된 초안은 입법원의 심사를 거쳐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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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시먼딩에 설치된 ‘성중립 화장실’ 표시.


性 다양성에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가 입법 배경

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논쟁이 뜨겁지만,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동성혼인을 법적으로 허용한 대만의 ‘동성혼인법’ 통과는 동성애 운동 측면에선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대만이 ‘과감’하게 동성혼인 법적 허용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 자체를 터부시하는 시선이 많은 우리나라와 달리 대만에서는 동성애에 대해 매우 관용적이다. 시내 곳곳에서 동성 커플로 보이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타이베이의 ‘명동’쯤 되는 시먼딩은 동성 커플이 자주 집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미디어의 동성애 표현도 비교적 자유롭다. 대만의 한 간장 회사에서 여성 동성가정을 암시한 내용의 TV 광고를 방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성애뿐만 아니라 대만은 성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 포용도가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중립 화장실(All Gender Restroom)의 설치 확대다. 시먼딩 등 인구 유동이 많은 지역에 설치가 늘어나고 있는 성중립 화장실은 남성, 여성, 제3의 성 등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남성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 여성적인 치장을 한 남성도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다소 큰 남자아이를 동행한 여성 보호자, 할머니를 모시고 나온 성인 남자 등 ‘보통’의 성별을 가진 사람들도 각자의 상황에 맞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대만의 동성 단체는 민법 수정을 위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임을 예고, 동성혼인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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