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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로 퍼진 환경운동

2019년 04월호

미술계로 퍼진 환경운동

2019년 04월호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집어삼켰다. 하루가 멀게 몰려오는 미세먼지는 우리 건강과 일상을 위협하는 불편한 존재가 됐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미세먼지 주의보에 시민들의 불안은 날로 높아진다. 이를 보다 못한 예술가들은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고통을 미학적으로 표현, 경각심을 높인다. 그들의 손에서 예술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지구는 아름답지만, 환경 문제를 통찰하는 시선은 칼날보다 날카롭다.

환경오염이 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주제 의식을 갖고 활동하는 작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세먼지를 비롯해 플라스틱 대량생산으로 인한 피해, 그리고 대자연 환경 파괴까지 예술가들은 다양한 범주에서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전 세계가 당면한 현실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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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옥의 ‘Echo Blooming’. [사진=무등현대미술관]


미세먼지‧환경오염으로 인한 현대병에 주목

최근 몇 년 사이 겨울철 날씨를 대변하는 ‘삼한사온’이 사라지고 ‘삼한사미’란 말이 유행한다. 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한 겨울 날씨는 옛말이고, 이젠 3일은 춥고 4일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이다.

심각한 상황을 미리 감지했던 것일까. 노상희 작가는 2년 전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린 ‘아트랩대전’과 지난해 대전비엔날레에서 미세먼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스트레스나 불안 요소 등 외부의 영향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미술화하는 노 작가는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회화와 비디오영상, 3D조형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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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icro world, 멀티 채널 프로젝션, 미디어 플레이어, 스크린, 사운드, 가변설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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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계 미디어 맵핑, 수집된 데이터, 미세먼지 센서, 미디어 플레이어, 다각형 스크린, 투명 아크릴 박스, LED ball, 다채널 프로젝션, 가변설치, 2018


노 작가는 “ ‘미세먼지’를 주제로 작업할 때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김대수 박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굳이 안 겪어도 되는 불편함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조사를 해보니 미세먼지의 80% 정도가 중국발이었다. 그쪽에 발전소가 많은데, 일상에서 우리가 쓰는 제품이 ‘메이드 인 차이나’ 아닌가. 그러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를 초래한 게 아닌가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수옥 작가는 지난해 환경미술제에서 아토피, 탈모 등 인체에 해를 가하는 현대병에 대항하는 작품 ‘Eco Blooming’(2018)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거대한 광목천에 다양한 색을 물들인 설치물이다. 광목에 쪽염색을 하거나 감염색을 하는 천연염색 기법은 화학매염제 없이 오직 빛을 통해 자연 발색되는 염색기법이다. 환경오염 우려 없이도 천연색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셈이다.

‘Eco Blooming’ 바로 앞에는 검은 봉지로 거대한 폭포와 꽃을 만든 윤윤덕 작가의 ‘Black in echoing 검은 메아리’가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하루에도 몇십만 개씩 생산되는 검은 봉지가 일으키는 환경 재해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바다와 바다생물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작품 속의 검은 비와 검은 바람, 검은 강물, 검은 꽃은 보는 이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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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덕의 ‘Black in echoing 검은 메아리’. [사진=무등현대미술관]


해외 아티스트도 했다...사진‧영상으로 시각화

서양에서는 1960년대부터 환경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1970년대부터 활동이 전문화되고 급증하면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활발하게 알려졌다. 친환경적인 풍경을 표현하는 작가도 있고, 강렬한 언어로 많은 사람이 공감하도록 오염의 공포를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캐나다 출신 사진작가 에드워드 버틴스키는 대지 오염에 초점을 두고 작업한다. 그는 30년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거대한 자연의 오염된 상황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산업화, 온난화로 부패한 염전과 광산, 채석장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어서 공포감마저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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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제조 17번, 더후이시 데다 닭 처리 공장, 중국 지린성’(2005).


최근 한국에서도 에드워드의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에서 작가는 2000년대 초반 촬영한 중국의 닭 제조공장을 담은 작품으로 대량생산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중국의 사회 현상을 꼬집었다.

브라질 출신 작가 비크 뮤니츠도 환경미술 운동에 앞장선다. 브라질 리우 근처 대규모 쓰레기매립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카타도르(쓰레기 줍는 이)들과 공동작업을 하고 이를 옥션에 판매한 후 수익금을 카타도르를 위한 복지금으로 쓰거나 다시 창작에 활용한다. 최연하 큐레이터는 비크 뮤니츠에 대해 “공동 예술창작을 향유하고 다시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한 작업을 하는 작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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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 시리즈 중에서(Midway Message from the Gyre), 64x76cm, Archival Pigment Print_PLEXIGLAS. XT (UV100), 2009~, ⒸChris Jordan.

미국의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은 플라스틱 등 환경 문제와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사진, 영상 및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아름다운 자연을 담으면서 플라스틱의 대량생산에 대한 문제를 직시한다. 그는 미국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비닐봉지의 수, 카드의 수, 흩뿌려지는 전단지의 수 등의 통계를 이용해 사진으로 재구성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영상으로는 미드웨이 섬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먹다 죽는 희귀새 알바트로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알바트로스’로 환경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세 작가의 공통점은 영상물도 함께 제작됐다는 것. 크리스 조던은 영화 ‘알바트로스’를 제작했고, 에드워드 버틴스키와 비크 뮤니츠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그들과 작업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버틴스키의 ‘매뉴팩처드 랜드스케이프’, 비크 뮤니츠의 ‘웨이스트 랜드’다.

환경 관련 전시회 꾸준히 이어진다

미술계에는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작가들의 활동이 이제야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연 훼손과 플라스틱 공해, 미세먼지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미술계에서도 이를 좌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권진 큐레이터는 “환경미술을 ‘장르화’로 표현하기엔 모호하지만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미술이 부각된 건 최근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이를 다루는 작가가 부쩍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현대미술에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건 작가의 의무이자 영역이다. 글로벌 이슈를 시작으로 환경 문제가 사회 문제로 이어졌다. 미술계에서 다루는 주요 이슈는 전 사회적인 것과 연결돼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국내 미술 전시는 ‘금강 자연생태비엔날레’다. 2004년부터 2년마다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연-사적 공간-셸터’를 주제로 건축과 미술 분야에서 자연환경과 창작된 사적 공간에 대한 담론을 나눴다. 16개국 25팀(34명)이 참여해 새로운 이념과 시각으로 예술가들의 역할에 대해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광주 무등현대미술관은 2013년부터 환경미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9월 10일~10월 30일 ‘21세기 토테미즘’을 주제로 관람객과 만난다. 무등현대미술관 김태선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원시 공동사회에 있던 토테미즘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한다”며 “토테미즘을 토대로 뒀던 과거에는 자연을 숭배했다. 현대에는 자연을 개발하고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 토테미즘과 자연숭배사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김 학예실장은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저희 관장님도 말씀하시지만 환경 문제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삶과 밀접해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 문제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이를 자연친화적 예술로 해결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랐다.

최근 성곡미술관에서 크리스 조던 전시를 주최한 재단법인 숲과나눔 관계자는 향후 환경 캠페인과 관련한 전시를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재단에서는 1년에 한 번 정도 문화와 관련한 사업이 예정돼 있다. 향후에도 이와 같이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전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전시를 주최하는 이유는 환경 문제나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환경 문제는 대책이 시급하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전시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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