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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는 경기둔화 조짐 정치 리스크도 높아

2019년 04월호

강해지는 경기둔화 조짐 정치 리스크도 높아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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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협상은 4월까지 미뤄지고
미·중·EU 경기둔화 조짐 강해져
중동 불안, 양안 갈등 리스크 부각


| 이영기 기자·경제학 박사 007@newspim.com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놓지 못하자 미국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전략을 두고 엇갈리는 평가가 나왔다. 미 국무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면서 북한 전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는 북·미 협상은 곧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지 않고 북한이라는 예외적인 문제를 접근하는 미국의 관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대조적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교는 자전거와 같아 계속 가지 않으면 쓰러지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힘든 북핵 문제를 다루기 위해 아마도 실질적이고 전통적인 협상 프로세스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칼럼니스트 제럴드 세이브의 글을 실었다. 정상이 너무 나대지 말고 매듭짓는 데만 나타나라는 것일까. 어쩌면 표면과 달리 물밑에서 싹트고 있는 전략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엄청나게 잘못된 협상전략을 완곡하게 평가했을 수도 있다.

북·미 협상과 비슷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글로벌 이슈가 또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다. 트럼프는 ‘하노이’ 결렬을 잘 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굿 딜’만 수용하고 아니면 말겠다는 강한 메시지다. 트럼프 메시지에 강한 추임새도 등장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빠른 것보다는 좋은 합의를 강조하면서 “협상은 4월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사도 ‘최종 이슈로 갈수록 협상이 어려워지는 만큼 새로운 불확실성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간도 지식재산권이나 기술 이전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합의는 올해 안에 타결될 거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4월로 미뤄지거나 그 전에 양국 무역전쟁에서 미봉 합의가 있더라도 핵심 이슈에 대한 이행 약속과 그 검증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계 경제의 둔화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경기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현실화될 정도로 둔화 조짐이 강하고, 중국과 아시아 등에 무역전쟁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것은 이미 6개월 이상 금융시장이 반영해 온 리스크다. 이번에는 유로존이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는 우려가 나왔다. 장기 저성장과 저물가, 눈덩이 부채라는 악순환에 갇힌다는 얘기다. ING보고서는 경제성장률과 물가, 통화정책, 인구구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2013년 가시화된 유로존의 ‘일본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장기대출 프로그램도 9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ECB는 유로존의 GDP 성장 전망치를 올해 1.7%에서 1.1%로, 내년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우리는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를 살고 있다”며 유로존이 예상보다 긴 약(弱)성장세에 직면했음을 인정했다.

미·중 무역전쟁, 북·미 핵협상 등 해결하기 힘든 이슈뿐만 아니라 미국 특검 수사, 남중국해 미·중 대립, 중국 양안 문제, 미군 철수와 중동 불안 등 잠재해 있는 정치 문제도 많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주춤하는 가운데 정치 리스크 또한 높아지는 양상이라 한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격동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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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잘해야 지난해 낙폭 회복 정도

지난 2월 글로벌 증시(MSCI 전세계지수 기준)는 2.5%의 월간 오름폭을 기록하며 소폭 상승 마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과 미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가 증시 전반의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7%, 유럽의 스톡스600지수는 3.9% 상승해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11.2% 하락이라는 작년의 그늘에서 벗어나 지난 2개월은 반등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는 잘해야 지난해 낙폭을 회복하는 정도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적 둔화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그 근거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주식 전문가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이 같은 답변이 나왔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급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BCS글로벌마켓츠의 비아체슬라프 스몰랴니노프 수석 주식전략가는 “세계 경제 둔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주식의 리스크는 급격한 하락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논평했다.

채권시장에 훈풍...중국부채 관심거리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전환사채(CB)와 물가연동채권(TIPS)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뉴욕증시가 지난해 4분기 폭락에서 급반전, 연초 이후 강한 랠리를 보이자 CB시장으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에서는 우량채 품귀 현상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독일을 필두로 유로존의 경기 적신호가 날로 두드러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최우량 등급의 회사채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독일 국채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반면 중국 기업의 달러채는 디폴트가 발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역내 시장의 위안화 표시 채권의 디폴트가 이미 급증했지만 달러채의 경우 무게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오는 2020~2022년 사이 중국 기업의 회사채 만기 물량은 10억달러 규모다. 투자자들은 추가 디폴트 발생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사례가 중국 기업들 사이에 확산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패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2월 사이 중국 위안화 표시 채권의 디폴트 규모가 120억위안(18억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디폴트가 1200억위안으로 사상 최고치인 동시에 2017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데 이어 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양상이다.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을 배경으로 중국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확보했다. 경기 하강 기류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시한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 중국 실물경기가 더욱 악화돼 건설업과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경영난을 맞는 기업이 늘어날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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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싫어하는 달러 ‘강세’ 계속 진행

지난 2월 미국 달러화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벗어나며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달러 강세가 싫다고 했다.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면 약해졌고, 약해질 것으로 기대하면 약해지지 않았다. 중국과 유럽 경제의 시야가 불투명해지면서 달러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된 것이다. 지난 2월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95% 상승했다. 지난해보다는 둔화하겠지만 미국 경제가 2%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중국과 유럽의 부진한 경제는 ‘그나마 믿을 것은 달러밖에 없다’는 믿음을 굳히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의 약한 성장뿐만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미국 자산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QIC의 스튜어트 시먼스는 “미국 지표가 다른 나라의 지표와 수렴하기 시작할 때 다른 곳에서 경제지표의 회복이 보인다면 달러화가 약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의 경제 전망은 어떤가. ECB는 금리 인상을 멈추고 경기부양책을 9월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유가 상승세 지속 여부 불분명

지난 2월 국제유가는 투자심리 개선으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월 말 대비 6.4% 상승했다. 브렌트유(+6.7%)와 두바이유(+7.0%)도 마찬가지. 글로벌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인 감산 의지와 러시아 중심의 비(非)OPEC 산유국들(OPEC+)의 감산 이행률이 양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 장기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긍정적인 요인의 부각에도 전반적으로 약세 기조가 여전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도 지속되고 있어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수요 부진 등으로 올해 세계 원유 수급이 공급과잉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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