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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국

2019년 04월호

송일국

2019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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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학살의 신’으로 2년 만에 컴백
1년여 프랑스 생활로 연기 디테일 달라져
삼둥이 케어부터 내년 청산리대첩 100주년까지


| 황수정 기자 hsj1211@newspim.com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여의 공백기를 끝내고 배우 송일국(47)이 연극 ‘대학살의 신’으로 돌아왔다. 대한, 민국, 만세의 아버지가 아닌 본업으로 복귀한 송일국은 왜 주무대인 브라운관이 아닌 공연을 택했을까. 스스로 ‘중고신인’이라 말하는 22년 차 배우 송일국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질한 마마보이 ‘미셸’로 이미지 변신

연극 ‘대학살의 신’(연출 김태훈)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이다. 11세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앞니가 부러진 사건으로 막이 오른다. 아이들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 알랭과 아네뜨 두 부부가 교양과 가식을 버리고 펼치는 유치찬란한 설전이 주 내용이다. 이를 통해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사는 인간의 가식과 위선을 폭로한다. 송일국은 2017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작품에 참여했다.

“작품 초연(2010년) 때 한태숙 선생님이 연출을 하셨어요. 선생님 작품이 너무 하고 싶었죠. 2017년 첫 제안이 왔을 때 너무 좋아 배역도 보지 않고 하겠다고 했죠. 당연히 ‘알랭’인 줄 알았는데 ‘미셸’을 제안해 주셔서 엄청 당황하긴 했죠.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미셸’인 게 정말 다행이에요(웃음). 김태훈 연출님도 정말 좋아요. 나이가 어리지만 배우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본인의 의도대로 끌고가는 탁월한 능력이 있어요. 더군다나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같은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하는데 어떻게 안 하겠어요.”

이번 공연은 송일국부터 최정원, 남경주, 이지하까지 2017년 때와 출연진이 같다. 재연 합류 조건이 네 명 모두 ‘동일 캐스트’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끈끈한 우정은 연습 때도, 무대 위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송일국은 ‘대선배’들과 호흡하고 배우며 매순간이 고맙다고.

“모두가 같은 캐스트를 원했어요. 사실 그래서 공연 시기가 조금 더 늦춰진 것도 있죠. 앞으로 죽을 때까지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남경주, 최정원 선배님들은 1세대잖아요. 연습실에서 보면 아직까지 살아남는 이유를 알 수 있죠. 이지하 선배님 또한 연극계에서 워낙 잔뼈가 굵어 남경주, 최정원 선배님도 의지하기도 해요. 저를 제외한 세 분이 모두 엄청난 베테랑이잖아요. 세 분께 늘 배우고 있어요. 연습 때 저 때문에 스톱도 많이 되고, 제가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도 잘 받아주세요. 너무 고마워서 간식 담당을 자처했죠(웃음). 그거라도 안 하면 마음이 불편해서요. 수업료 내는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송일국이 맡은 ‘미셸’은 힘들 때 엄마를 찾는 마마보이지만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공처가다. 철물용품 도매상을 하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평화주의자지만 그 또한 이중성이 있다. 특히 공연 말미엔 숨겨 왔던 울분을 터뜨리는 인물이다. 2년 전보다 캐릭터와 상황에 더 공감하면서 디테일이 달라졌다.

“2017년 공연 때는 소리만 지르다 끝났어요. 이번에는 디테일을 많이 찾았죠. 전에는 사실 아내와의 말다툼이 잘 안 와닿았는데, 1년간 프랑스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지지고 볶았더니 작품이 다시 와닿더라고요. 남자가 아무리 화를 내도 여자의 말발에 움츠러들게 돼요. 조금 부드러워졌죠. 출연 결정을 하면서 살도 15kg이나 더 찌웠어요. 할아버지가 진짜 철물점을 하셨고 저도 공구를 좋아하는 점, 집안에 대한 프라이드와 압박, 아내에 대한 지적 열등감 등이 ‘미셸’과 닮았죠. 코미디지만 확실히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좋아요.”


터닝포인트 된 1년간 파리 생활

송일국은 2017년 공연이 끝나자마자 아내인 정승연 판사의 해외 연수를 위해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와 1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했다. 한국에서 바쁘게 지내던 때와 달리 24시간 가족과 함께하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감정은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표현되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과 24시간 붙어 지내다 보니 아무래도 서로 신경이 오가고 부딪히고, 그러다 여행 다니면서 풀고 그랬어요. 아내와 서로 존대하니까 싸울 일이 없었죠. 그 전까지는 아예 언짢은 적도 없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어요. 정말 열심히 돕는데 왜 내게 짜증을 내나 괴로웠어요. 근데 육아는 돕는 게 아니라 내 몫이란 생각을 하면서 덜 부딪혔죠. 그렇다고 해도 서로 큰소리친 적은 없었는데,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본 적이 있어요. 이런 시간이 이번 공연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특히 극 중 아내인 ‘베로니끄’와 말다툼을 할 때 확 와닿죠(웃음).”

뜻하지 않게 찾아온 연기 공백기, 더군다나 아는 사람도 없고 언어도 되지 않는 고립된 상황은 오히려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힘들었던 만큼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롭게 다잡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사실상 경력 단절이죠(웃음). 1년간 생활하면서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영어도 잘 못하고 불어도 안 되니 하루 종일 청소며 집안일을 했죠. 힘들었지만 의미 있고 소중했던 시간이었어요. 운이 좋아 이름이 알려진 배우다 보니 알게 모르게 대우를 받게 되고, 사실 그런 거에 익숙해져 있었죠.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 시간들이 작품을 다시 하는 데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대학살의 신’이 현대인의 이중성을 꼬집는 작품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위선적인 부분이 있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대학살의 신’에 ‘나는 너다’(2011, 2014년)까지, 두 번의 연극에 참여한 송일국. 그래서 스스로를 ‘중고신인’ 혹은 ‘똥배우’라고도 말하는 그는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 그래서 매일 고민한다.

“배우가 웃는 것과 우는 것만 되면 반은 됐다고 해요. 그중에서도 웃는 걸 우습게 생각했는데, 이제야 코미디에 대해 조금 알겠더라고요. 제가 웃는 것도 어렵지만 남을 웃기는 건 더 힘들죠. 그런 걸 보면 전 ‘똥배우’인 것 같아요(웃음). 사실 방송 출신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대사가 안 들려서 놀란 적이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도 연습할 때 굉장히 소리를 높여서 했죠. (최)정원 선배님이 ‘이건 미셸이지 안중근이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요.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커튼콜 때 쑥스러워서 관객들을 잘 못 보겠어요. 아마 ‘중고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날, 웃으면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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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누군가의 남편으로, 아빠로, 후손으로

배우이기에 앞서 가장인 송일국은 올해 초등학생 학부모가 됐다.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은 대한, 민국, 만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아이들에게 공부나 꿈을 강요하진 않지만, 걱정은 무한대다.

“각오하고 있어요. 헬게이트가 열린다더라고요(웃음). 점점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있고, 사실 덩치가 커서 누군가의 표적이 될까 봐 걱정도 돼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안 주려고 해요. 아내는 공부를 잘했지만 저는 꼴찌도 해봤어요. 둘 다 반대의 의미로 할 사람은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대한이가 한글을 못 떼서 불안하지만요(웃음). 대한이는 지적 호기심이 많고, 민국이는 이미 제 위에 있어요. 어머니께서 제게 잔소리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걸 서포트해 주신 것처럼, 저도 아이들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송일국의 걱정은 한 가지 더 있다.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으로 떠들썩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년이면 청산리 전투 100주년이기 때문이다. 송일국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로, 잠시 중단된 ‘청산리역사대장정’을 다시 꾸려나갈 계획이다. 물론 본업인 배우로의 복귀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내년이 청산리 전투 100주년이에요. 처음 ‘나는 너다’ 연극을 할 때 공연을 앞두고 배우, 스태프 모두 ‘청산리역사대장정’을 떠난 적이 있어요. 직접 본 것과 아닌 건 차이가 크고 느낌이 다르죠.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한동안 불가피하게 ‘청산리역사대장정’을 쉬었는데 다시 준비해야죠. 물론 공연이 끝나면 앞으로 더 활발히 연기 활동도 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좋은 일,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올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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