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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장수 뮤지컬, 사랑 안 할 수 없는 이유

2019년 03월호

10년 넘은 장수 뮤지컬, 사랑 안 할 수 없는 이유

2019년 03월호

최소 10년, 최대 25년 이상 공연
스타와 작품성, 두 마리 토끼 동시에
시대 변화 맞춘 업그레이드는 필수


| 황수정 기자 hsj1211@newspim.com


‘명작’은 최고의 작품임을 인정받아야 쓸 있는 수식어다. 수많은 가치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수십 년간 꾸준히 회자되고 사랑받은 작품 또한 ‘명작’이 아닐까. 다양한 작품 중 최소 10년 이상 공연된 장수 뮤지컬 5편을 골라 이들이 사랑받는 이유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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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0년, 최대 25년 공연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잭더리퍼’ (~3/31,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는 2009년 초연 당시 ‘살인마 잭’이라는 이름으로 시작, 이후 지금의 이름이 됐다. 1888년 런던에서 일어난, 매춘부만 노리는 미해결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살인마, 살인에 연루된 외과의사와 특종을 좇는 기자의 이야기로서 체코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춰 각색했다. 특히 이번 10주년 공연은 ‘살인마 잭’으로 활약했던 배우 신성우가 연출을 겸했다. 신성우는 “명품 뮤지컬로서 깊이는 물론, ‘잭’이라는 배역을 수년간 맡아 오면서 느낀 모든 것을 쏟아 섬세한 연출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제작된 뮤지컬 ‘영웅’(~4/21,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또한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조명해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의 면모와 운명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다. 뮤지컬 시상식 총 18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며 창작 뮤지컬 단일 작품으로 최다 수상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017년 창작 뮤지컬 티켓 판매 연간 랭킹 1위를 달성하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이다.

2004년 초연돼 15주년을 맞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5/19, 샤롯데씨어터)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13일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대장정 중인 ‘지킬앤하이드’는 오프닝 주간 전석 매진, 전석 기립박수, 개막 전 9만여 장의 티켓을 모두 판매했다. 이미 누적 공연 횟수 1100회, 누적 관객 수 120만명, 평균 유료객석 점유율 95% 등 압도적인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1886년 초판된 영국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지킬’과 ‘하이드’로 표현되는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다.

국내 최초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돼 2008년까지 15년간 70만명 넘는 관객을 만났다. 지난해 10년 만에 돌아와 100회 정규 공연과 12회 특별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독일 그립스(GRIPS) 극단의 ‘Linie 1’을 원작으로 20세기 말 IMF 시절 한국 사회를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냈다.

1995년 초연 이래 시즌을 거듭하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오픈런, 예술극장 나무와 물)는 국내 대표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 자리를 잡았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동생들 뒷바라지만 해온 큰형 동욱과 가출했다 돌아온 막내 동현, 이들 사이에 엉뚱하게 끼어든 웨딩 이벤트 업체 직원 미리의 이야기를 통해 각박해진 세상을 촉촉한 감성으로 적신다.

보편적 공감 메시지와 작품성 부각

장수 뮤지컬들의 특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보편적 이야기와 감성으로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거나,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무대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는 것. 소극장 뮤지컬인 ‘사랑은 비를 타고’의 경우 협소한 장소의 한계에도 오히려 이를 살려 관객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라질 수 없는 형제애와 가족애를 기반으로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법한 캐릭터로 몰입을 높였다. ‘영웅’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 면모와 인간적 고뇌를 함께 다루면서 잊고 있었던 애국심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에 비해 ‘지킬앤하이드’나 ‘잭더리퍼’는 압도적인 무대 세트와 특수효과, 주·조연 및 앙상블 배우들의 조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두 작품은 살인이나 매춘, 마약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한국 정서에 맞게 다듬어져 오히려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는다. 또 단순히 극적인 사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본성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메시지를 더해 한층 깊이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앞서 ‘지킬앤하이드’의 연출자 데이비드 스완은 “사람에게는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 있고, 감추고 싶은 모습이 있다. ‘지킬앤하이드’는 감추고 싶은 자신의 단점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작품의 의미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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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조승우. [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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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잭더리퍼’ 신성우(뒤), 엄기준.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오래 공연한 만큼 작품을 거쳐간 배우도 부지기수다. 당시 무명이거나 공연만 하던 배우 중 현재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스타가 된 사람도 많다. 가장 오래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배우 김윤석, 설경구, 조승우, 장현성, 황정민, 방은진, 배해선, 이정은, 김원해 등 250여 명의 배우와 연주자들이 거쳐갔다. 지난해 재공연 당시 “뭉클하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다. 젊었을 때 열정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다”고 감격한 배해선은 특별 공연에도 참여했다. 이 외에 김국희, 김원해, 남문철, 장현성, 이정은, 황정민 등 60명의 배우가 다시 공연에 참여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 또한 만만치 않다. 배우 남경읍, 남경주, 최정원의 초연을 시작으로 노현희, 윤공주, 엄기준, 김다현, 송창의, 신성록, 서범석, 김법래, 김소향, 김소현, 박은태, 카이, 베이비복스 이희진, 소유진, 주종혁, SS301 김규종, 장도연, 씨야 이보람, 엠블랙 승호, 빅플로 임현태, 헬로비너스 서영 등 출연자가 다양하다. ‘지킬앤하이드’는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를 비롯해 서범석, 민영기, 김준현, 양준모, 박은태 등, ‘영웅’은 정성화, 류정한, 양준모, 신성록, JK김동욱, 안재욱, 이지훈 등, ‘잭더리퍼’에는 신성우, 류정한, 박건형, 엄기준, 카이, 안재욱, 김법래, 이건명 등 누구나 알 만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시대 변화 맞춘 업그레이드 필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작품들도 변화했다. ‘잭더리퍼’의 연출 신성우는 “캐릭터의 선명도를 높이고 관계성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영웅’의 연출 안재승은 “극중 ‘설희’, ‘동지 3인’, ‘링링’의 캐릭터를 강화하고 새로운 넘버를 추가했다. 장면 전환을 더 빠르게 진행해 무대 연출에도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지킬앤하이드’는 2층 구조를 기본으로 한 다이아몬드형 무대로 객석의 몰입감을 높였다. 5m 높이를 꽉 채우는 1800여 개 매스실린더, 철저한 고증의 빅토리아 시대 의상 등으로 한층 화려해졌다. 또 배우 민우혁, 전동석을 투입해 신선함을 더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캐릭터의 직업이나 성격을 바꾸고 어휘를 점검하는 등 매 시즌 수정을 거듭,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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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하철 1호선’ 1996년 공연. [사진=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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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하철 1호선’ 2018년 공연(오른쪽). [사진=학전]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 특별 공연이긴 했지만 20세기 말 이야기를 다룬 ‘지하철 1호선’은 현재와 너무나 다른 사회적 가치관에 오히려 낯설고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잭더리퍼’나 ‘지킬앤하이드’는 원작과 소재 자체가 오래돼 작품의 완성도와 별개로 낡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작품이 수정한다고 해도 넘버 추가나 무대 연출적인 변화 위주여서 달라진 부분을 모르는 관객도 있다. 이는 오픈런으로 공연하는 외국과 달리 3~4개월간 공연하고 휴지기를 가진 후 다시 공연하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시스템과 연관돼 있다.

뮤지컬 평론가로 활동 중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장기 공연 시스템이 아니다. 간헐적으로 무대를 올리면서 10년 이상 공연하기 때문에 오히려 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장기 공연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영화는 한 번 만들면 다시 만드는 일이 없지만 무대는 세월이 한참 지나도 다시 만들 수 있다. 영화상인 아카데미상에는 없지만 연극상인 토니상에는 리메이크 부문이 있다. 새로운 각색과 해석에 주는 상이다. 우리나라 뮤지컬도 장기 공연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연이 다시 시작될 때 리메이크되는 시장 환경을 조성, 무대가 갖는 재미를 더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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