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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4대 배급사 전성시대 끝나나…신생 배급사 러시

2019년 03월호

충무로 4대 배급사 전성시대 끝나나…신생 배급사 러시

2019년 03월호

|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2019년 극장가에서 처음으로 수익을 낸 영화는 ‘내 안의 그놈’이다. 개봉 후 관객의 입소문을 타며 2주 차 주말 손익분기점(150만)을 가뿐히 넘어섰다. ‘내 안의 그놈’은 신생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의 첫 투자배급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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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국영화 시장은 이른바 ‘4대 배급사’라 불리는 CJ ENM(CJ엔터테인먼트), 롯데컬처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가 지배해 왔다. 2008년 4대 배급사 체제가 갖춰진 후 이들은 매년 50%를 웃도는 관객점유율을 보였다. 높을 때는 90%까지 치솟으며 극장가를 장악했다. 하지만 최근 신규 투자배급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출하며 그 체제에 조금씩 균열이 일고 있다.

신생 투자배급사 연내 개봉 예정 영화만 수 편

메리크리스마스는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신생 투자배급사다. 11년간 재직하며 쇼박스의 부흥기를 이끈 유정훈 전 대표가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 화이브라더스의 투자를 받아 지난해 5월 설립했다. ‘내 안의 그놈’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린 메리크리스마스는 올해 ‘양자물리학’, ‘로망’ 등을 차례로 개봉한다. 최근에는 200억원 규모의 SF영화 ‘승리호’(가제) 투자배급도 확정했다. ‘늑대소년’(2012) 조성희 감독과 한류스타 송중기의 재회로 제작 전부터 관심을 한몸에 받는 작품이다.

탄탄한 자본력을 가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는 올해 가장 많은 작품을 선보이며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화장품 브랜드 AHC를 1조원에 매각한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의 투자를 받아 정현주 전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이 설립했다. 2019년 개봉 예정인 영화는 총 5편.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클로즈 투 유’를 비롯해 ‘악인전’, ‘해치지 않아’, ‘변신’,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등이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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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안의 그놈’ 스틸. [사진=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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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홀딩스가 세운 회사다. 배우 이범수가 영화 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인천상륙작전’(2016) 투자사로 참여한 데 이어 2월 27일 직접 제작, 투자배급을 맡은 ‘자전차왕 엄복동’을 개봉한다. 비(정지훈)의 복귀작으로 제작비만 120억원이 들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자전차왕 엄복동’을 스타트로 본격적으로 배급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철웅 대표가 이끄는 키위미디어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키위미디어그룹은 ‘5위 업체 성장’을 목표로 2017년부터 본격적인 투자배급 사업을 시작했다. 그해 ‘범죄도시’와 ‘기억의 밤’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존재를 각인시켰다. 올해에도 2편의 영화를 준비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와 ‘악인전’을 공동 배급하고 윤계상 주연의 ‘유체이탈자’를 연말에 선보인다. ‘범죄도시2’와 ‘바디스내치’의 하반기 크랭크인도 앞두고 있다.

‘신과 함께’(2017~2018)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스튜디오도 투자배급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그 시작은 하정우, 이병헌 주연의 ‘백두산’이다. CJ ENM과 손을 잡고 올 연말 선보인다. 덱스터스튜디오 역시 ‘백두산’을 기점으로 투자배급 작품들을 하나씩 늘려갈 예정이다.

네이버의 스튜디오N은 CJ ENM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을 역임한 권미경 대표를 영입, 투자배급 사업에 발을 들였다. 네이버 웹툰, 웹소설 등 자사 IP(지식재산권)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공동제작한다. 올해 ‘비질란테’, ‘여신강림’, ‘상중하’, ‘피에는 피’, ‘대작’ 등을 영화화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작품 역시 개발 중이다. 영화사 월광의 대표 윤종빈 감독과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는 도자기 업체 행남사와 손을 잡았다. 월광과 사나이픽처스가 제작하고 행남사가 투자배급을 맡는 식이다.

“콘텐츠 다양성 보장” vs “공급과잉 과열 경쟁”

신규 투자배급사들의 출연에 업계 반응은 둘로 나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는 만큼 제작의 기회가 많아질 거라는 기대다. 주로 제작사 측의 입장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 기회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다양하고 참신한 작품이 많이 나올 거다. 그것이 또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길게 보면 한국영화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기존 투자배급사들은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수익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관객 수도 정체된 상황에서 신생 투자배급사의 진출은 제살 깎아먹기, 즉 공멸이란 의견이다. 한정된 시장에 경쟁작이 많아지면 실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추석, 연말 극장가에서 과열 경쟁으로 쓴맛을 본 터라 더욱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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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미디어그룹의 신작 ‘유체이탈자’. [사진=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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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가 선보이는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와 관련,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신생 투자배급사가 들어오는 것은 영화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일이고 또한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NEW를 포함한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기존 투자배급사 측에서 걱정하는 건 NEW의 영향이 크다. NEW 역시 후발주자로 출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견제가 없었다. 그런데 NEW가 단기간에 크게 성장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 그들 입장에서는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생 투자배급사들 역시 주의해야 한다. 가장 큰 우려는 신생 투자배급사들의 물량 공세다. 대체로 신생 투자배급사들은 자본력이 막대하다. 만약 자금으로 물량 공세를 퍼붓는다면 영화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국내가 아닌 해외 자본을 가지고 온다면 국내 영화 산업이 잠식될 거다. 그러니 물량 공세보다는 작품 자체에 심혈을 기울여 다양하고 좋은 작품이 나오도록 투자배급을 해야 할 거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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