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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회장 체포 쇼크 ‘닛산·르노’ 어디로?

2019년 01월호

곤 회장 체포 쇼크 ‘닛산·르노’ 어디로?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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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 회장, 소득 허위 신고 혐의로 검찰에 체포
닛산·미쓰비시 ‘회장 해임’...르노 ‘직위 유지’
닛산 vs 르노, 본격적인 주도권 쟁탈전 시작


| 오영상 기자 goldendog@newspim.com


판매 대수 기준 세계 2위의 자동차 그룹인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연합)’의 카를로스 곤(64) 회장이 2018년 11월 19일 소득 허위 신고 등의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되면서 3사 연합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도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곤 회장은 2011년 3분기부터 2015년 3분기까지 5년간 실제 보수가 99억9800만엔(약 1000억원)이었지만 49억8700만엔으로 약 50억엔을 축소해 신고했다. 또 회사 자산을 개인적 용도로 무단 사용한 혐의도 드러났다. 닛산자동차는 체포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곤 회장에 대해 △소득 허위 신고 △사적인 목적으로 투자자금 유용 △사적인 목적으로 경비 부정 지출 등 ‘중대한 부정행위’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3사 연합의 핵심 곤 회장 ‘퇴장’

곤 회장은 1954년 브라질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자란 뒤 타이어 회사 ‘미쉐린’에 입사해 35세에 북미 CEO가 됐고, 1996년엔 르노에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르노가 지분을 인수한 닛산이 경영 위기에 빠지자 1999년 닛산의 COO(업무최고책임자)로 파견됐다. 곤 회장은 ‘닛산 리바이벌 플랜’을 내걸고 대규모 희망퇴직과 자산 매각, 공장 폐쇄 등을 통한 비용 절감에 성공하며 닛산을 극적으로 회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변에서 모두 불가능이라고 했던 닛산의 실적 회복을 달성하면서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스타 경영자로 주목받았다. 2000년에는 타임지와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에 선정되기도 했다. ‘코스트 킬러(cost-killer)’, ‘미스터 픽스 잇(Fix It)’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으며, 그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만화가 발간되기도 했다. 2001년 닛산의 사장 겸 CEO에 오른 그는 2003년 닛산 회장에 이어 2009년에는 르노 회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2016년 닛산이 인수한 미쓰비시자동차 회장도 함께 맡으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이 됐다. 3사 회장을 겸임하며 연합의 중심 축 역할을 해온 곤 회장은 3사의 독자성을 유지하는 ‘완만한 제휴’ 체제에 의한 경영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곤 회장의 경영 능력에 힘입어 3사 연합의 세계 판매 대수는 2017년 전년 대비 6.5% 증가한 1060만대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1000만대 고지에 올라섰다. 1위 폭스바겐(VW)의 1074만대에 조금 못 미친 기록으로 세계 2위 자동차 그룹이 됐다. 상반기 기준이지만 2017년과 2018년에는 2년 연속 세계 1위에도 올라서며 폭스바겐, 토요타, 제너럴모터스(GM)의 3강 구도를 비집고 들어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닛산 부활의 주역이자 3사 연합의 핵심인 곤 회장은 이제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 사장은 “내부 고발에 따라 수개월간 혐의를 자체 조사해 왔다. 곤 회장이 개혁을 추진해 기업에 이득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회장으로 장기간 재임하면서 지나친 권력 집중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큰 실망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닛산은 11월 22일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곤 회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닛산에 이어 미쓰비시(三菱)도 26일 이사회를 열어 곤 회장을 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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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카를로스 곤 회장.

닛산 ‘해임’ vs 르노 ‘보류’...같은 사안 다른 시선

한편 닛산·미쓰비시와 달리 르노는 곤 회장의 해임을 보류하고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직 해임을 결정할 만큼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다. 곤 회장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후 채 1주일도 되지 않아 곤 회장의 해임을 결정한 일본 측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를 두고 프랑스 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곤 회장을 축출하기 위한 일본 측의 의도된 계획이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유수 일간지 ‘르몽드’는 “이번 사건은 일본 측의 쿠데타”라고 지적했으며, 경제일간지 ‘레제코’는 사이카와 닛산 사장을 겨냥해 “로마의 카이사르를 암살했던 브루투스와 같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프랑스 측의 날 선 반응은 르노와 곤 회장을 통해 닛산과 미쓰비시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프랑스 정부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르노의 대주주로서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르노와 닛산의 통합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곤 회장의 르노 회장 연임도 르노·닛산 합병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곤 회장에게 르노가 닛산을 영구 지배할 방안을 짜라고 압박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마크롱 정권은 경영 부진을 겪고 있는 르노와 닛산을 합병해 프랑스 국내에서 닛산의 자동차 생산을 늘리는 등 자국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닛산을 활용하고자 했다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근거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도 3사 연합의 회장에 프랑스인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르 메르 장관은 프랑스 TV BFM에 출연해 “르노의 회장이 3사 연합의 회장을 맡는 원칙은 바꾸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기업통치 체제의 기본은 변함없다는 것을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과 합의했다. 현재 구조를 존중하면서 연합을 강화해 나갈 것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닛산은 르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사이카와 닛산 사장은 “닛산과 르노의 제휴 관계가 불평등하다”며 양사 관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곤 회장 해임 결정 후 사내 TV를 통해 직원들에게 곤 회장의 체포 경위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르노와의 제휴 관계는 대등하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나아가 “지금까지 르노와의 협상은 곤 전 회장이 담당해 왔다. 앞으로는 내가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닛산 회장 선임 등 일련의 과정에서 르노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닛산은 곤 회장의 해임 결정 직후 르노 이사회에 “곤 전 회장의 후임 인사와 관련해 르노의 회장 지명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닛산과 르노는 상호 출자를 통해 연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으며,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평등한 지분 보유로 인해 닛산과 르노 간에 불균형적인 지배 구조가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르노는 닛산에 의결권을 갖고 고위 임원 등을 임명할 수 있지만, 닛산은 르노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사이카와 사장의 발언은 닛산과 르노의 지분구조 조정 등을 통해 불평등한 제휴 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곤 회장과 그렉 켈리 대표이사가 해임되면서 당분간 닛산의 대표권은 사이카와 사장이 갖게 된다. 사이카와 사장은 곤 회장의 닛산 개혁을 뒷받침했던 대표적인 ‘곤 칠드런’의 한 명이다. 차분한 인품의 소유자로 회사 내부에서 ‘강직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닛산에 대한 경영 간섭을 시사했던 프랑스 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해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닛산과 르노의 합병을 추진하는 곤 회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고, 최근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닛산의 실적 악화로 인해 곤 회장과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곤 회장의 검찰 체포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곤 회장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다만 사이카와 사장은 3사 연합에 대해서는 “연합을 계속하겠다. 앞으로 동맹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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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

닛산 vs 르노, 본격적인 줄다리기 시작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르노와 ‘대등한 관계’를 모색하는 닛산과, 닛산에 대한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르노의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카와 사장은 곤 전 회장의 체포 직후 기자회견에서 “개인에게 의존했던 연합의 체제를 바로잡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곤 회장 체포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강조했다. 닛산의 대표권을 갖게 된 사이카와 사장은 르노와의 관계 재정립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닛산은 첨단기술을 비롯해 판매 대수, 수익력 등에서 모두 르노를 압도한다. 닛산이 2008~2018년 출원한 특허 건수만 약 6만8000건으로 르노의 두 배를 넘어선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르노는 자본 측면에서 닛산보다 우위에 서 있다. 이러한 불평등한 지분 보유로 인해 불균형적인 지배 구조가 이어져 왔다는 것이 닛산의 불만이다.

닛산과 르노의 지분 관계에 있어서는 프랑스 회사법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 회사법에는 40% 이상 출자를 받은 기업은 출자를 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더라도 의결권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닛산이 르노 주식 15%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닛산이 불평등한 지분 보유로 인한 불균형적인 지배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르노의 출자 비율을 40% 아래로 떨어뜨려야 한다. 르노의 지분이 40% 아래로 내려가면 닛산도 르노에 대한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닛산이 르노 지분을 25%까지 늘리면 일본의 회사법에 근거해 르노가 가진 닛산에 대한 의결권이 소멸된다. 닛산이 양사가 맺은 ‘개정 얼라이언스 기본합의서(RAMA)’ 협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 협정에 따르면 르노는 닛산과의 합의 없이 닛산 주식을 매입할 수 없지만, 닛산은 프랑스 정부 등으로부터 경영 간섭을 받았다고 판단한 경우 르노와의 합의 없이 르노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닛산은 르노와의 대등한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협의 과정에서 이 협정을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닛산 회장 인사 등을 비롯해 닛산과 르노의 주도권 쟁탈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닛산·르노 연합 간의 줄다리기가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될지, 조기에 타협점을 찾아낼지, 그도 아니면 방향을 잃고 좌초될지, 조타수를 잃은 닛산·르노호의 향방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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