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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교주' 하정우

2019년 01월호

'걷기 교주' 하정우

201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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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발간
배우, 연출, 제작, 그림 이어 작가까지
걷기 통해 건강, 슬럼프 극복, 일상도 되찾아

| 황수정 기자 hsj1211@newspim.com


배우 하정우(40)에게 걷기는 일상이다. 무명 배우 시절부터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날까지 매일 하루 3만보씩 걷는다. 하루 10만보까지도 기록한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 하정우가 영화배우, 감독, 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에 이어 신간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를 통해 에세이 작가로 찾아왔다.

에세이 ‘하정우, 느낌 있다’ 이후 7년 만

신간 ‘걷는 사람, 하정우’에는 배우 하정우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자연인 하정우가 실제로 두 발로 땅을 밟으며 몸과 마음을 달랜 걷기 노하우, 그의 걷기 아지트,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 등이 담겼다. 2011년 첫 에세이 ‘하정우, 느낌 있다’ 이후 5년마다 한 번씩 에세이 발간을 목표로 했으나 바쁜 활동 때문에 7년 만인 올해 드디어 두 번째 에세이를 출간했다. 하정우는 영화 ‘클로젯’ 촬영 도중 시간을 쪼개 간담회를 진행, 책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처음 책을 쓸 때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것이 5년마다 한 번씩 제 삶을 정리하면서 작업을 한다는 거였어요. 후배들에게 좋은 가르침까지는 아니지만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롤러코스터’, ‘허삼관’ 시나리오를 쓰고 ‘암살, ‘아가씨’, ‘터널’, ‘신과 함께’, ‘1987’, ‘PMC: 더 벙커’ 촬영으로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클로젯’ 촬영 전에 시간이 좀 생겼어요. 그래서 책을 다시 떠올렸죠. 작년 말에 시작해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동안 제게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주어진 시간 안에 가성비 높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였어요. 그래서 걷기에 깊이 빠져들게 됐고, 이 책까지 나오게 됐죠.”

하정우에게 웬만한 이동거리의 단위는 ‘차로 몇 분’, ‘몇 킬로미터’가 아니라 ‘도보로 편도 몇 분’이다. 비행기를 타러 김포공항까지 8시간 동안 걸어간 적도 있는 그에게 ‘걷기’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숨 쉬고, 명상하고, 자신을 돌보는 또 다른 방식이다. 한강 고수부지가 자신의 앞마당 같다고 말하는 하정우. 그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다른 곳은 하와이다.

“어느 날 걸으며 집에 돌아가는데 기분 좋은 피곤함과 함께 바깥 공기를 몇십 년 만에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일상, 입맛과 후각, 배고픔과 졸림 등 기본적인 것들을 다시 찾게 해준 게 걷기였죠. 촬영이 없는 날은 아침 일찍 나가서 고수부지를 걸어요. 반포대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거리가 1만보입니다(웃음). 하와이는 걷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충전할 수 있는 곳이에요. 지금처럼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굳이 가지 않았겠죠. 제게 보편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장소예요. 사실 365일 중 대부분은 한강 고수부지에서 시간을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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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어쩌면 누구나 겪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누가 얼마큼 빨리 벗어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 준다고 믿는다.”
- ‘걷는 사람, 하정우’ 중에서


이번 책은 하정우의 일기장을 토대로 완성됐다. 1년에 1000여 명의 사람을 만나는 생활을 하면서 하정우는 당시의 상황, 감정, 순간들을 기록했다. 이를 갈무리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음성 지원’이 될 정도로 자신의 말투를 녹여내는 것. 그에게 책은 거창한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방식이다.

“일을 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나요. 정신을 차리려고 그때그때 일기를 쓰죠. 제 지난 일기장을 뒤적이면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제 말투를 그대로 녹일 수 있을까’, ‘음성지원이 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걷기’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을 보고 뿌듯하고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무언가를 크게 정리한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독자분들께 제 이야기가 굉장히 교만한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그냥 제가 걷기를 통해 느낀 점, 진심과 중요성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따로 SNS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분과 소통하는 저만의 방식인 것 같기도 하고요.”

하정우의 자양분은 호기심과 생존본능

하정우는 배우이지만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이며 그림도 그린다. 오랜 무명 기간을 보낸 후 영화 ‘추격자’(2008)로 이름을 알린 하정우는 매년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 왔다. 그사이 연출(‘롤러코스터’, ‘허삼관’)과 제작(‘싱글라이더’)에도 도전했으며, 2010년부터는 매년 전시회도 개최하고 있다.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그의 열정은 호기심과 생존본능에서 나왔다.

“호기심도 많고 궁금증도 많아요. 또 반대로 제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늘 남들보다 노력을 많이 하고 공부도 더 해야 하고, 그런 습관이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 때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연기를 잘하지 못했거든요(웃음). 그래서 남들보다 더 생존본능이 발달한 거죠. 그런 상황들이 저를 더 채찍질하고 움직이게 만들어요.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이 빛을 발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오히려 가속도가 붙는 거죠. 배우로서 더 재밌는 영화를 찍고 싶고, 감독으로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를 이루려면 또 계속 도전하고 실천하고 움직여야 하죠.”

‘걷기’와 ‘그림’은 하정우의 삶을 지탱하는 양 축이다. 배우로서 겪는 어려움, 감정 컨트롤부터 스스로를 치유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걸으면서,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얻는 것은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

“직업 특성상 감정 컨트롤이 제일 어려워요. 심지어 그 감정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죠.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이것이 작품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거나 불편한 상황을 만들기도 해요. 그럴 때는 걷는 강도를 높이죠. 걷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은 제가 배우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저를 지탱하는 양 축이에요. 스스로 치유하지 못한 것들을 캔버스를 통해 쏟아내기도 하죠. 그런 부분에서 걷기와 그림은 제게 큰 위안과 힐링이 돼요.”

하정우는 친구들, 선후배들, 영화 관련자들과 함께 걷기 모임을 만들어 걸음 수를 체크하는 피트니스밴드를 손목에 차고 매일 걸음 수를 공유하며 경쟁한다. ‘걷기학교 교장선생님’ 혹은 ‘걷기 교주’로 불릴 정도로 주변인들에게 ‘걷기’의 즐거움과 효용을 전파하고 있다. 그만의 걷기 요령도 있다.

“소속사(아티스트컴퍼니)가 같았던 정우성 배우에게 걷기를 전파했는데, 제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줬다고 정말 고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최근에 작품을 같이 했던 주지훈 배우도 걸어다니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두 분이 동료 배우 중에서는 가장 뜨겁게 걷고 있죠. 특별한 비결보다는 꼭 지키는 원칙이 있어요. 50분 걸으면 10분은 무조건 쉬어야 해요. 아무리 많이 걸어도 쉬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거든요. 운동화도 잘 신어야 하고, 처음에는 주변 골목이나 아파트 단지를 조금씩 걷다가 목표를 늘려 나가면 돼요. 저도 귀찮을 때가 있지만 한번 움직이고 나면 찾아오는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처음부터 과욕을 하기보다 조금씩 단계별로 늘려 나가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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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히말라야 트레킹 하고파

아무리 많은 일을 하고 있어도 스스로 ‘배우’라고 칭하는 하정우. 현재 가장 큰 관심사 또한 영화다. 12월 26일 개봉한 영화 ‘PMC: 더 벙커’를 비롯해 촬영 중인 ‘클로젯’ 등 작품에 관한 생각을 쉬지 않는다. 걸으면서 복기하고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물론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도 한다.

“책을 썼다고 해서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배우고, 배우로서 올곧게 열심히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힘드니까요. 지금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지금 찍고 있는 작품이죠. 늘 촬영장에 가면 ‘시나리오보다 재밌게 찍혀야 할 텐데’라고 생각해요. 또 ‘그 상황에서 더 좋은 표현은 없을까’ 고민하기도 하죠. 두 번째는 영화 ‘PMC: 더 벙커’ 개봉이죠. ‘잘될까’, ‘재밌었으면 좋겠는데’ 뭐 그런? 그다음으로 ‘오늘 저녁에는 뭘 먹을까’, ‘막걸리를 마실까, 맥주를 마실까’ 고민을 하죠(웃음).

걷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사는 하정우의 바람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를 걷는 것이다. 그는 걷기 위해 한걸음 발을 떼는 것처럼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자 한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산티아고 순례길과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에 반드시 가려고 합니다. 정말 가고 싶은 코스예요(웃음). 지금 만 40세가 됐는데, 특별한 것 없이 이렇게 계속 걷고 싶어요. 소중한 일상들을 마음속에 새기고 담백하게 살고 싶죠.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달라질지 모르니까요.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면 분명히 모두가 원하고 꿈꿔 온 목표에 다가가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일단 5년 뒤에 다시 한 번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하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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