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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으로 가는 무역전쟁 한국의 대응전략은...

2018년 12월호

치킨게임으로 가는 무역전쟁 한국의 대응전략은...

2018년 12월호

‘1년 내 미국이 먼저 협상 제안하고 나설 것’ 긍정론
금융시장 급위축, 실물경제도 둔화 우려’ 부정론
한국 화장품·농산물 등 중국 수출확대 계기


| 백진규 중국전문기자 bjgchina@newspim.com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안팎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서는 내수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레버리지 압박이 커지면서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뉴스핌·월간 ANDA가 베이징에서 만난 한·중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중국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시각을 보였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성장 둔화를 우려하면서도 오히려 한국 등 주변국에 기회일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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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왕징(望京) 에 위치한 포스코 센터 빌딩. 포스코, 코트라, 한인 도서관 등이 입주해 있다

中 전문가 ‘미국도 피해 커...중국 성장세 견고’

올해 3월 무역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서로 피해만 입는 무역전쟁을 심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무역전쟁은 환율, 정치, 안보 대결로 확산하면서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을 비롯한 주요 기구들도 무역갈등이 무고한 국가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베이징의 중국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의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중국은 내수 진작, 세금 감면, 관세 인하 등 조치로 경기 부양이 가능한 반면, 미국은 물가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량옌펀(梁艷芬) 상무부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은 “상반기 중국 경제 성장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78.5%로 지난해보다 14.2%포인트나 높아졌다”며 “11월부터 시행된 1585개 품목 관세 인하로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무역 불균형’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2019년부터는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충격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밝혔다.

위먀오제(余渺傑) 베이징대학 국가발전연구원 부원장은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2019년 겨울 전에 먼저 극적인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무역전쟁으로 내년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금의 2%대에서 5%까지 치솟고 농가 피해가 확산되면서 트럼프의 부담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웨이제(魏傑) 칭화대학 교수 역시 “과도한 시장 불안은 기우”라며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 성장에 주는 영향은 0.2~0.5%포인트 정도라고 계산했다. 최악의 경우 성장률이 6.0%까지 하락하더라도 심대한 타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JP모간 등 해외 기관들이 중국 성장률 1.0~1.3%포인트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중국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버티기 싸움’이며, 대미(對美) 수출액이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브릭스(BRICS) 등 신흥국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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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글로벌 무역센터.

‘무역전쟁 장기화 중국 대응책 미흡’ 지적

베이징 주재 한국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중국이 내놓은 내수 진작 효과도 불확실한 데다 무역전쟁으로 자본시장이 위축되면서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11월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 민주당은 하원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미국의 중국 압박 기조도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희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은 “미국이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에 큰 충격을 주기는 힘들기 때문에 손쉽게 꺼낼 수 있는 무역 카드를 택했다”며 “미국 통상적자의 60%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만큼 명분도 확실한 방법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및 지식재산권 침해를 공격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응은 미국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일례로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단기간에 협상 성과를 얻으려 할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을 내세우며 일치단결된 중국의 힘을 강조했다.

이명희 소장은 “개혁개방 40년간 공산당 통치하에 중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어 왔고, 지도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다”며 “미국의 위협에 쉽게 굴복할 중국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무역전쟁 낙관론도 위험하다면서 금융경제 위축을 지적했다. 올해 △MSCI신흥지수 A주 편입 △후강퉁, 선강퉁 거래 규모 확대 △유동성 공급 등 조치를 취했음에도 A주 증시는 폭락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당국의 부양책이 없었다면 증시는 더 빠졌을 것이란 설명이다. 11월 8일 기준 상하이지수는 연초 대비 20.3% 하락했다.

“주식시장 개인투자자 비율이 8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주가 폭락은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이 소장은 설명했다. 이어 “채권 위기, 부동산 버블 등 우려가 커지던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실물경제도 함께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장은 “미·중 통상분쟁과 부동산 버블 및 구조조정 등으로 수출과 소비를 통한 내수 진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의 3대 분야인 부동산, 제조업, 인프라 중에서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인프라뿐이고, 투자를 통한 내수 진작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먼저 그는 “중국은 지난 2년간 부동산 규제 정책을 쓰고 있으며 혹시라도 부동산 버블이 급격히 빠지게 될 경우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대미 수출이 줄어들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제조설비 투자를 늘리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장 쉬운 경기부양책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를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리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면서도 “올해 초까지 중국이 지속해 온 디레버리징과 반대되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유동성을 늘리더라도 부채 위기가 더욱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안화 절하에 따른 외자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익명의 현지 금융업계 관계자는 “위안화 절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당 7위안대 수성이 가능할지 여부는 앞으로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공공연히 미국 국채를 내다팔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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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서우두공항.

‘무역전쟁은 한국 기회...한·중 협력 강화해야’

그렇다면 무역전쟁이 한국에 주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업종별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희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차장은 “산업별로 호재, 악재가 갈릴 것이어서 이에 대한 전방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전쟁을 기회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나가고 있다”며 “화장품 등 산업도 중국의 관세 인하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중국 기업의 해외 이전까지 언급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분업 체인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아직 사드 보복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내수 진작 및 미국산 자동차 수입 감소는 장기적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정지현 소장은 중국이 내수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아시아, 유럽 등으로 돌리면서 수출 다각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바꿔 말하면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에서 한국과 중국 수출기업 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 소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일관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특정한 국제 이슈가 발생할 때 한국이 원칙에 따라 동일하게 행동해야 명분이 서고 갈등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학자들 역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량옌펀 소장은 11월 초에 개최된 제1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를 계기로 한국산 화장품, 일용품, 농산품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량 소장은 “미국이 당장 중국으로부터 수입 물량을 줄이면 그 반사이익은 한국, 일본, 유럽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전신(朱振鑫) 루스(如是)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 역시 “무역전쟁이 한국에 주는 피해가 우려된다”는 기자의 질문에 “반대로 한국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지난 1985년 미국과 일본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플라자 합의가 이뤄졌다. 그리고 한국 제조업과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도 이때부터였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지금의 중국과 예전의 일본 상황은 판이하다. 더 많은 한·중 공동 발전 기회를 찾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역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완화되고 불합리한 무역 관행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한 한국 교민은 “사실 무역전쟁으로 미국이 중국을 공격해 주니 오히려 속 시원하다는 의견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사드 보복과 함께 중국이 암암리에 불공정 거래를 지속해 오지 않았나. 미국이 지식재산권 등 문제를 압박해 주면 이런 관행도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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