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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고비 넘긴 미국 대통령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2018년 12월호

중간선거 고비 넘긴 미국 대통령 ‘트럼프’ 그는 누구인가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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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달러 종잣돈으로 트럼프 왕국 일군 남자
판도를 자기 중심으로 바꾸고, ‘쇼맨십’ 외교에 능한 역대급 대통령
한반도 비핵화, 시간표 부재 속 트럼프 연임이 ‘열쇠’


|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11.6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라고 평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했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낙관론은 좋은 소식일지 모른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가 좋다고 한 대통령은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는 그야말로 트럼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를 사랑하든 싫어하든, 미국 제45대 대통령이기 이전에 그는 타고난 사업가다. 부동산개발업자인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로부터 100만달러의 종잣돈(?)으로 독립해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고층빌딩을 올렸고 트럼프 왕국을 일궜다. 2004년 NBC방송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에서 성공적인 사업가로서 엔터테이너 변신에 성공, “넌 해고야!”란 카리스마 유행어를 남기며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2016년 대선 당시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성공적인 사업가가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갔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그에게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들 중에는 돈 많은 사회 고위층보다 러스트벨트와 중산층 백인들의 비중이 컸다.

우리는 트럼프를 알아야 한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듯이 그를 알아야 미래 한반도의 운명도 어느 정도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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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9일 미국 아이오와 주 카운슬블러프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모든 것을 내 중심으로’ 게임체인저

만약 동화 속 신데렐라가 유리구두 한 짝을 무도회장에 벗어놓지 않았더라면 왕자와 만날 일도 없었을 터. 게임체인저란 어떤 일에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을 일컫는다.

트럼프는 세계 모든 일을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데 아주 능한 게임체인저다. 그가 취임 첫날부터 한 일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선언이다. 다자협정보다 각국을 일대일로 상대하는 편이 경제 대국인 미국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미국 먼저(America First)’ 정책을 펼치며 다자간 협정과 국제기구 ‘도미노’ 탈퇴 행보에 나섰다. 트럼프는 기후변화가 강대국의 경제 성장을 저지하려는 “속임수”라며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2015년 출범한 이란 핵협정도 파기해 이스라엘 밀어주기에 나섰다. 이스라엘 편에 서서 중동 내 패권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11월 4일부터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를 발효했다. 트럼프 정부 눈치를 보는 많은 동맹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이미 중단했거나 점차 줄이고 있는 추세다.

‘사업가’ 트럼프 대통령은 수지타산에 있어 동맹도 적도 없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트럼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입김이 셌다. 그는 NAFTA가 미국에 좋지 않은 협정이라며 캐나다가 자국 낙농업 보호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NAFTA를 폐기하고 멕시코와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결국 10월 1일 새로운 3자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탄생했다. 캐나다의 양보가 컸다. 캐나다는 미국 낙농가에 연간 160억달러에 해당하는 3.5%의 유제품 시장 접근을 허용하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은 애초에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 없다.

예측불가 외교 ‘디플로테인먼트(Diplotainment)’

디플로테인먼트는 외교(Diplomacy)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식 외교 접근을 가리키는 용어다. 과거 ‘어프렌티스’를 통해 대중의 인지도를 쌓은 그는 취임 후에도 엔터테이너적인 기질을 이어 가고 있다. 플랫폼은 방송이 아닌 트위터(Twitt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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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3일 트위터에 올린 프로모션(위)과 비판 글(아래). 그는 자신의 행정부 아래 주식시장이 최고치 경신을 여러 번 했다고 자랑했으며, 자신에게 비판적인 매체 뉴욕타임스(NYT)의 기사 97%가 자신에게 나쁘게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국내외 정치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전달하고, 활발한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위터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들을 보면 예능 프로그램 예고편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채널 고정!(Stay Tuned!)”,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며 마치 한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의 멘트나 예고 영상에서 나올 듯한 멘트를 구사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국 버밍햄대학의 언어학자 잭 그리브와 이소벨 클라크가 지난해 트럼프의 트위터를 분석한 결과 크게 △프로모션 △비판 △조언 △의견 △예상으로 카테고리가 나뉘었다. 대통령 출마 선언 당시 그의 프로모션과 비판 트윗이 급증했는데, 당시 비판은 주로 오바마 전 행정부 저격이나 경쟁 상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것들이었다. 현재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뉴스 매체를 ”가짜뉴스(Fake News)”라고 매도하거나 최근 경제 호황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프로모션 트윗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때 그의 디플로테인먼트는 빛을 발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 날짜와 장소를 아주 조금씩, 감질나게 트위터에서 공개해 애간장을 태웠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당시 처음에는 “시간과 장소 모두 결정됐다”고 말하고, 열흘이나 지나서야 “12일 싱가포르”라고 트윗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또 어떠했나.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는 장소가 “싱가포르를 제외한 3~4곳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애매한 힌트를 던지더니,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유세 현장에서는 시기가 “11월 4일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절대 한 번에 다 알려주는 법이 없다.

트럼프 성향으로 본 한반도 운명

지금까지 알아본 트럼프는 타고난 사업가 마인드에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고, 자기중심적이며, 하루하루 드라마틱한 예능 정치를 즐긴다. 우리는 지극히 실리주의인 그에 대해 무엇을 믿고 한반도의 운명을 맡겨야 할까. 좋든 싫든 현실은, 트럼프가 패를 쥐고 있다.

워싱턴대학 국제학대학원인 잭슨스쿨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클린트 워크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서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다르다며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전선언문에 서명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쳤다. 불안한 미국 내 정세 속 종전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잠재적으로 매력적인 옵션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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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다.

하지만 북·미 간 의견차는 존재한다. 미국은 종전선언 이전에 핵 무기고와 시설을 공개하고 사찰단을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 북한 관영매체는 미국의 이러한 요구를 “쓰레기”로 취급했고, 강경화 외교장관은 미국에 핵무기고 공개 요구를 보류하라고 조언했다. 북·미 간 대화 파탄과 동시에 한미동맹의 개방적 균열의 가능성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트럼프는 종전선언문에 서명하기 이전에 북한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라는 종전의 신성불가침적인 요구를 철회할 용의가 있는가. 예측불허 트럼프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여부는 중요하다. 미국은 구체적인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의 시간은 한정돼 있다. 차기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이 된다면 한반도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중간선거 결과는 공화당이 상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선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북한은 트럼프의 성향을 잘 안다. 노벨평화상을 탐내며 박수갈채를 원하는 사람, ‘따뜻한’ 편지와 달콤한 약속에 쉽게 동요되는 사람으로 말이다. 상황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만약 미국이 양보를 하지 않고 북한이 역행하는 행보를 보인다면 한미동맹의 파탄이라는 껄끄러운 전개를 맞닥뜨릴 것은 정해진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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