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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핀 '남북 교류'의 꽃

2018년 12월호

전시장에 핀 '남북 교류'의 꽃

2018년 12월호

평창올림픽 이후 문화계 곳곳서 만개
광주·부산 비엔날레 거쳐 대고려전으로 ‘화룡점정’

|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화 분야에도 남북 교류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갤러리와 미술관 그리고 올해 광주와 부산에서 열린 비엔날레에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주제로 한 작품과 전시들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거대한 남북 교류의 마당이 전시장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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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작가의 ‘봄이 왔다1’. [사진=갤러리 학고재]

평창과 서울에서 만난 만월대 특별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기간 중 남북고려황궁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평창특별전(2월 10일~3월 18일, 휴관 2월 26일~3월 8일)이 열렸다. 전시는 2016년 중단된 남북 개성 만월대 공동조사의 성과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10년간 남북 연구자들이 만월대 일대에서 발굴한 유적과 유물을 3D프린터로 실물 크기로 제작해 전시했다. 관람객이 유물을 직접 보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황궁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상과 VR 체험이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었고, 만월대 일대의 발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체험장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주최 측에 따르면 평창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은 5만여 명에 이른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신준영 사무국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가 가장 많았고, 역사에 관심 있는 관람객 등 올림픽 기간에 많은 인원이 몰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호평은 올해 4월 3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전시 개최로 이끌었다. 약 한 달간 진행된 이 전시에는 9만8800여 명이 몰렸다. 평양과 서울에서 열린 두 차례의 만월대 전은 북한에 대한 관람객의 뜨거운 관심을 가늠하게 했다.

삼청동 갤러리엔 평화의 물결이

올해 삼청동 갤러리에서도 ‘평화’를 향한 간절함이 이어졌다. 지난 9월 갤러리 학고재가 개최한 민중작가 이종구의 ‘광장-봄이 온다’는 남북 정상의 만남을 예고한 회화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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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작가의 ‘봄이 왔다1’. [사진=갤러리 학고재]

이종구 작가는 ‘평화’를 주제로 개인전을 준비하던 중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두 정상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평화’의 역사를 쓰고 있는 남북 정상의 모습을 캔버스에 그려 갔다.

4.27 판문점 선언을 본 이 작가는 향후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함께 오르는 모습을 상상했다. 이를 붓으로 표현한 작품이 ‘봄이 왔다3’ 시리즈다. 4.27 판문점선언을 뜻하는 ‘봄의 꽃’ 철쭉 앞에서 악수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백두산 앞에서 손을 잡은 두 정상의 모습을 그렸다.

이 작가의 바람이 3차 정상회담에서 현실화됐다. 이 작가의 작품 속 백두산 앞 두 정상의 포즈는 3차 정상회담을 참고해 그린 게 아니라, 4.27 판문점선언 당시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참고했다. 3차 정상회담이 치러지기 전 생각에만 머물던 ‘봄이 왔다’의 장면이 현실로 이뤄지자 작가도 놀랐다. 이 작가는 “작가는 상상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됐다”며 웃었다. 아울러 ‘광장-봄이 온다’는 작가로서 사회를 기억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했다며 작가의 역할과 신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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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본부가 제주도에서 개최한 ‘백두 한라 사진전’에 소개된 전용문 작가의 ‘백두산 천지’. [사진=세계유산본부]

미술축제와 비엔날레서도 ‘북한’ 전시 환영

올해는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 개최의 해였다. 광주와 부산에서는 비엔날레로 열기가 뜨거웠다.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문을 연 광주비엔날레는 북한 미술 전문가인 문범강 교수를 북한 전시 큐레이터 자리에 앉혔다. 문 교수는 ‘북한 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를 내걸고 북한 미술에 대한 편견과 개념을 전환하는 전시를 선보였다.

문 교수는 북한의 사실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이 반영된 집체화도 있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 보장된 북한 미술계의 상황도 전했다. 아울러 금강산의 모습을 담은 북한 조선화의 산수화를 통해 북한 미술의 수준을 설명했다.

부산비엔날레는 현재 미국 볼티모어와 뉴욕 그리고 서울에서 거주하며 활동 중인 천민정 작가를 초청했다. 천 작가는 북한 정치의 경직성에 대한 비판을 팝아트적으로 표현한 회화와 포스터, 퍼포먼스, 설치 등으로 이야기한다. 작품에 자신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엄마 매스게임 한반도기’에는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고 청기를 휘두르는 천 작가를 볼 수 있다. 천 작가의 배경에는 김일성을 찬양하는 북한 체제의 모습이 휘황찬란하게 그려져 있다.

천 작가는 최근 ‘김일순’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한다. 김일순은 1948년부터 1994년까지 북한을 독재한 김일성의 이름에서 따 왔다. 천 작가는 부산비엔날레 현장에서 “남북 관계를 알리기 위한 작품을 주로 하고 있다. “북한에도 제 작품을 USB로 보내고 있다”면서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천 작가는 예술이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하에 열정을 다해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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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석의 ‘소나기’. [사진=2018광주비엔날레조직위]

중앙박물관 ‘대고려전’이 올해 마지막 북한전

2018년 마지막 북한 관련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맡는다. 올해 고려 개국 1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대고려전)으로, 북한 유물이 전시장에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 배기동 관장은 지난 7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고려전’에 대해 “북한과 문화 교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고민으로 기획한 전시”라고 언급했다. 당시 박물관 측은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고려전’에 전시하고 싶은 북한의 유산 17점을 전달했다.

지난 9월 18일 평양에서 진행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고려전’에 북한 유물을 전시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종료 후 열린 브리핑에서 “올해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2월에 개최되는 대고려전에 북측 문화재를 함께 전시할 것을 김 위원장에게 제의했고, 김 위원장은 그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수미 미술부장은 대고려전이 고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고려의 공예 기술은 다양하고 화려한 기법을 자랑해 찬란한 미술과 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이제 더 이상 고려를 ‘잃어버린 중세의 왕조’라는 생각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은 그간 고려불화전과 나전칠기전, 사경변상도전, 고려청자전 등을 개최했다. 이를 총결집하는 전시로 고려 문화의 독창성과 국제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918~1392)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은 고려시대의 문화적 성취, 주변국과의 활발한 교류, 정교하고 섬세한 고려불화와 나전칠기의 멋 등을 조망한다. 청자과형병(국보 제94호), 아미타삼존도, 나전경함, 은제주다 등 230여 건 등을 전시하며 12월 4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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