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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항전 vs ‘美 적수 못돼’ 무역전쟁 어떻게 되나

2018년 11월호

장기 항전 vs ‘美 적수 못돼’ 무역전쟁 어떻게 되나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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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서도 주전파와 주화파로 주장 엇갈려
본질은 패권경쟁, 중국 패하더라도 굴복 못해

|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미·중 간 무역전쟁은 5000억 달러의 화력(미국의 중국제품 수입액)을 가진 미국이 표면상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중국에 고관세를 부과하면서 지난여름 막이 올랐다. 중국이 지닌 화력은 미국에 비해 절대 열세인 1300억 달러(중국의 대미 수입액)여서 이론대로라면 중국은 1300억 달러를 다 쏘고 나면 두 손을 들거나 백병전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화력은 바닥이 났고, 미국은 500억 달러와 2000억 달러에 이어 마지막 276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경고하며 중국의 숨통을 조여 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6% 이상의 성장을 다짐하며 경기 부양에 총력을 쏟고 있다. 견고한 펀더멘털과 3조 달러의 외환보유고, 14억의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장기 항전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힘 실리는 항전론(主戰派) - ‘갈 데까지 가본다’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의 성장 감소폭은 크게 잡아도 0.5%포인트를 넘지 않을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생산과 소비 활동이 양호하다며 올해 목표대로 6.5% 내외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과학원은 무역전의 영향이 심화되는 2019년에도 중국 경제는 6.3%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완연한 외자 이탈 조짐에도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9월 말 기준 3조870억 달러로 여전히 3조 달러를 웃돌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의 내수 비중을 늘리기 위해 감세를 비롯한 소비 촉진 등 경기 부양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재정부는 대대적인 감세를 추진할 뜻을 밝혔고, 수출기업에 돌려주는 환급률도 13%에서 16%로 올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최근 농촌을 찾아 농지 확충과 자력갱생을 강조, 장기전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외자의 동요가 우려되긴 하지만 위안화 절하도 무역전 대응에 있어 여전히 유효한 카드 가운데 하나다. 소장파 학자로서 전 인민은행 통화위원인 위융딩(余永定)은 “고율 관세에 따른 수출 충격에 대응, 7위안대로 위안화가 내려가는 것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국에 가서는 중국이 수출 부양을 위해 일체의 수단을 동원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환율로 무역전쟁의 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수출선 다변화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 관련국, 특히 아세안과 남미, 아프리카를 비롯해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물론 현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중국이 자기 입맛대로 편을 가르는 이런 방법이 통할지 의문이며, 미국의 견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민간 싱크탱크 쪽에서는 편가르기식 무역 구도는 오히려 중국에 불리할 수 있다며, 그보다는 국가 과제인 레버리지 축소 개혁과 산업 업그레이드를 후퇴시키는 방식이 무역전쟁 대응에 있어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2008년 4조 위안 부양과 같은 전면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암시다.

지금 격화되는 미·중 양국 간의 무역전쟁은 훗날 협상에서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의 성격이 짙다. 싸움이 격렬해질수록 협상 테이블도 그만큼 빨리 마련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 전에 미국은 가급적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양보 목록을 최대한 적게 써내려고 버티기를 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현재 무역전쟁이 미·중 양측에 의해 적절히 통제 관리되지 못해 전면전으로 치닫는 상황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의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금융전쟁, 자원전쟁, 나아가 비경제 분야 지정학적 충돌로까지 걷잡기 힘든 상황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정세 전문가들은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구축한 패권 체제를 활용해 무역, 금융, 환율(통화), 군사 등 순차적으로 중국 굴기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은 이미 환율과 자원전쟁으로 일본과 유럽을 길들인 경험이 있다.

플라자 합의 전 일본의 GDP는 미국의 40%에 근접했다. 지금 중국 GDP는 미국의 60%를 넘는다. 연간 6%씩만 성장해도 2027년 전후에 미국을 추월한다. 그때면 제조기술도 선진국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다. 다급해진 미국이 중국 굴기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 나갈 건 안 봐도 뻔한 일이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중국은 냉전시대의 소련 대신 미국과 패권을 겨루는 상황. 중국은 대만이나 티베트 문제를 비롯해 국가(공산당)의 핵심 이익을 놓고 미국과 어떤 거래도 안 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무역전쟁에서 시작된 양국 간 대결은 한층 장기화하고 격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성격상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어떤 이들은 “협상이 이뤄진다 해도 그건 휴전 상황으로 봐야 한다. 미·중 충돌은 최소 50년 지속될 것이다. 이번 무역전쟁은 역사적 게임의 서막일 뿐”이라고 말한다.

색다른 시선(主和派) - ‘중국은 미국 상대 못 돼’

G2 미·중 간 무역전쟁은 미국이 일대일로와 ‘중국제조 2025’를 앞세운 중국 굴기를 견제하고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국의 일반적 인식이다. 무역전쟁에 대해 중국은 평화 시기에 미국이 경제전쟁 수단으로 중국을 공격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에 있어 중국은 지재권과 첨단기술, 남의 자원을 침탈하는 불공정 무역국이며 환율조작국이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을 약탈국이라고 몰아붙이며 불공정 무역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참에 중국으로 하여금 실질적으로 금융시장을 열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닥을 헤매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무역전쟁 통에 한때 40%까지 상승한 것을 보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대해 전체 미국 사회가 얼마나 공감하는지 잘 드러난다.

중국은 불공정 무역, 기술 약탈국이라는 미국의 지적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 무역흑자는 국제분업의 자연스런 결과이며, 미국 적자는 달러(국제화폐) 지위와 미국의 낮은 저축률, 대량소비, 첨단 고기술 제품의 수출 규제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의 값싼 자원과 수입품으로 복리를 누리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중 간의 공방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고 무역전쟁이 환율전쟁, 자원전쟁에 이어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비화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사회 한쪽에서는 이럴 경우 중국이 끝까지 버틸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개혁개방 40년간의 경제개혁을 통해 달러 체제에 깊숙이 편입돼 있다. 달러 체제의 한가운데서 중국은 미국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국채 매입이라는 형태로 미국에 다시 빌려주는 형국이다. 대부분 신흥국가와 마찬가지로 이건 무역국가로서 중국이 떠안고 있는 숙명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강경파 의원들은 미 국채 동결을 운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문이긴 하지만 무역전이 실제 통화·금융전쟁으로 비화될 경우 이런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달러는 미국이 마치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혼자서만 보유한 ‘핵’과 같은 초강력 수단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은 언제라도 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여차하면 대외채무의 상당액을 달러 발행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은 4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 바 있다. 중국 학자 리샤오(李曉) 교수는 “석유를 비롯한 국제 무역의 결제통화가 달러인 이상 미국의 몰락은 있을 수 없다”며 “견고한 달러 체제가 유지되는 한 중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도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고 장담했다.

중국 외환보유고는 현재 3조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본 이탈이 확대되면서 점점 외환보유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 8월 말 현재 3조1097억 달러에서 9월 말에는 3조870억 달러로 줄었다. 원가 상승을 못 견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보따리를 싸기 시작하면 중국 금융시장이 받을 외환 및 유동성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이고, 이는 최근 금융위기론이 나오는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달러 보유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경제성장의 혈액인 통화(위안화)를 발행할 신용 기반이 그만큼 약화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은 통화·금융전쟁으로 무역전을 확전시켜 나갈 의지를 내보이고 있고, 중국의 의중이 작용했든 아니든 위안화 가치는 벌써 7위안대로 하락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40년 동안 분업이라는 국제무역 체제에 힘입어 기적 같은 단기 초고속 성장을 달성했다. 거대 공룡 제조기업이 일군 중국의 기적과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인터넷 기술기업들의 약진은 혁신이나 원천기술에 의한 우위가 아니라 분업과 14억이라는 시장(인구) 메리트에 의한 것이다. 중국 일부 학자들은 미국이 만약 인터넷 원천기술 서비스를 차단한다면 중국의 금융 체계와 상업 시스템에 마비가 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보인다.

중국 일각에서는 이번 무역전쟁이 중국 굴기가 과도하게 포장된 데 따른 결과로서 우쭐대는 심리가 화를 불렀다며 자성론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힘을 숨기며 조용히 때를 기다림)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한데 중국 부상을 필요 이상으로 일찍 부각시킴으로써 미국의 위기 의식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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