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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 주목하라 통화불안에 ‘고유가’ 복병까지

2018년 11월호

신흥국 위기 주목하라 통화불안에 ‘고유가’ 복병까지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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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
“미 국채금리가 5% 이상으로 올라간다”
신흥국 불안 확산, 국제유가는 상승세


|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중국을 겨냥한 미국과 일본 간의 동맹 관계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낸 것은 무역전쟁이다. ‘미국 우선 주의’를 바탕으로 일본과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미국의 양자 간 무역협상은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놓았다 하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일본이 중국으로 기울게 한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무역전쟁 양상은 미국 달러 강세의 한 요인이었다. 달러 강세의 또 다른 요인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채 금리가 올라가면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신흥국의 달러표시 채권이 신규 발행은 물론 차환도 어렵다는 진단이 연일 나오는 형국이다.

무역전쟁과 통화 급락이라는 파도를 넘고 있는 신흥국들이 이번에는 유가 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11월 초에 이란 제재가 다시 시행되면서 국제원유 공급량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브렌트유(Brent)가 연초 대비 22% 선 위에 있고 서부텍사스유(WTI)도 상승해 둘 다 4년래 최고치에서 배회하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IB)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른다고 점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들이 증산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도 유가 추가 상승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터키와 인도, 필리핀, 남아공 등 주요 신흥국들은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다시 해당 통화 가치를 끌어내려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 적자를 더욱 늘리는 악순환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TS 롬바드의 존 해리슨 신흥국 전략가는 “신흥국은 이미 상당수의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며 “여기에 고유가가 가세하면서 경제 펀더멘털을 흔드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자세를 더욱 강경하게 해 글로벌 경제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 미국 금리는 3.5%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 구루 제프리 건드라크는 최근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이 각각 3.0%와 3.25%를 넘어선 것은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재정 부양으로 ’20~’21년 중에 10년물 금리는 6%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차치하더라도 정작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신흥국들의 불안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터키, 아르헨티나, 남아공에 이어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르헨티나가 구제금융 일부를 받은 가운데 며칠 전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로 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로 인한 달러화 부족이 그 배경이다. 신흥국의 위기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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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 지속된다

지난 3개월간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경제의 독보적인 활황 속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무역전쟁, 흔들린 신흥시장은 달러화를 강하게 만들었다. 향후 달러화가 고개를 숙일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지만, 달러 강세로 인한 신흥국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고 중국의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화의 약세 전환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고 ‘완화적(accommodative)’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며 완화 시대의 종료를 선언했다.

여기에 중국이 위안화 약세에 기댈 것이라는 전망이 가세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의 클라우디오 피론 전략가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것을 감안할 때 중국 당국은 경제 부양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허용하고 기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흥국 위기와 관련해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신흥국에서 1000억 달러 규모의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NZ뱅킹그룹의 쿤 고 수석연구원도 “신흥시장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 중대 기로

무역전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앞세워 5월 고점 이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다시 상징적 저항선인 3.0%를 뚫고 올랐다. 미 연준이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총 네 차례와 내년 세 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국채 수익률 상승을 부추겼다. 이에 향후 국채 금리의 향방과 변화 속도에 대한 논란이 꼬리를 물었다. 미국채 금리가 높아지자 국채선물매도 베팅 물량이 전 세계 다른 어떤 자산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30년물 국채 가격 하락을 겨냥한 포지션이 대폭 늘어났다. 이것이 숏커버링으로 촉발되면서 금리가 크게 들썩거릴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한 것이다. 채권 구루 제프리 건드라크가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이 각각 3.0%와 3.25%를 넘어서는 것은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여기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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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증시는 상승, 특히 미국 돋보여

분기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증시는 무역 갈등과 신흥시장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승했다. 미국 증시가 견조한 기업 이익과 경제 성장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며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47개국 주가지수를 추적하는 MSCI전세계지수는 지난 3분기 3.8% 상승했다.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 증시가 으뜸이었다. 반면 신흥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앞으로도 기초체력이 튼튼한 미국 증시는 강세가 전망된다. 12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중간선거 등이 우려되지만 강력한 기업 실적과 높은 소비자·기업 자신감, 약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실업률 등 튼튼한 펀더멘털로 이런 불확실성 및 악재들을 이겨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누버거 베르만 컬티캡 오퍼튜니티스 펀드의 리차드 낵켄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순이익이 엄청나게 강력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은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무역 갈등의 여파도 내년 1분기에나 가서야 드러날 것이라는 점도 그 배경이 된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의 주리엔 팀메르 글로벌 매크로 책임자는 “지금 실행된 관세의 결과는 아직 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충격이 있다면 내년에 있을 올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공급차질 우려에 ‘강세’

국제유가는 상승세다. 미·중 무역전쟁 심화, 신흥국 금융 불안 등 하방 요인에도 불구하고 11월 4일(미국시각)부터 발효되는 미국발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로 공급 차질 우려가 점차 또렷해졌기 때문이다. OPEC이 증산 합의를 보지 못하고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여력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등도 상승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이란 제재 후 원유 공급 차질에도 미국 에너지부가 전략비축유를 풀지 않겠다고 못박은 상태다.

이란 및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생산은 지난 8월 일일 124만 배럴로 역대 최저치로 감소했으며, 연말까지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원유 금수 조치 등에 따른 공급 불안이 유가 강세를 지지하면서 일각에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사우디 등 ‘스윙 생산국’(상황에 따라 증·감산하는 원유생산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공급 차질을 상쇄한다고 해도 여유생산능력의 소진이 또 다른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축유 카드를 쓰게 될지도 변수이지만 장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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